번역기
13449자
연애 / 유우카, 노아, 카요코, 아코, 이로하
유서를 써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도 자살할 예정은 지금으로서는 없고, 갑작스레 마음먹은 게 계기였다.
문득, 최근에 키보토스의 존망을 건 프레나파테스 결전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때는 아로나와 프라나가 일으킨 기적에 의해 어떻게든 옷이 사라지는 정도의 피해에 그쳤다.
그러나 앞으로 몇 번이고 그렇게 되지는 않을테니까.
만약 내가 죽었을 때 나의 일을 이을 사람은 분명 나보다 더 고생하게 되겠지.
처음에는 그 사람을 향한 인수인계 지시 정도로 끝내려고 했지만, 나는 성격상 사무적으로 끝내는 게 서툴다.
무엇보다 학생들 모두를 좋아하기에 메시지 한 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서를 쓰기에 이르렀다.
그다지 쓴다고 해서 기분 좋은 건 아니지만 언젠가 필요하게 될 건 분명하다고 자신에게 되뇌이면서 유서 쓰기를 마쳤다.
그러나 이때의 나는 유서를 쓴 것에 만족하며 적당한 곳에 보관해 버렸다.
그것이 앞으로 일어날 트러블의 방아쇠가 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Case 하야세 유우카
"......한가하네."
"일은 있지만, 한가해."
".......너무 세세해서 전해지지 않는 성대모사를 하겠습니다."
"『전기차 주행음에 극도로 민감한 야스모리 미노리.』"
".............."
"큿!! 부르주아의 소리가 난다!!!" 가성
".............."
"에~ 이어서."
"『하야세 유우카의 모닝 루틴.』"
"으응, 좋은 아침, 로직, 그리고 리즌." 가성
"음...... 어느 쪽이 로직이었더라......?" 가성
"뭐, 됐어. 오늘부터 네가 로직이야." 가성
".............."
"음, 이어서."
"『인트로의 기타를 연주하는 자세가 어느 음악 프로에서도 전혀 변하지 않는 키O니 타츠ㅇ――"
「선생님, 실례합...... 뭐하고 계세요, 선생님?」
내 혼잣말을 막으며 유우카가 사무실로 들어온다.
"여어, 어서와, 유우카. 잠깐 쉬었을 뿐이야."
"로직도 좋은 아침."
「무슨 이야긴가요?」
유우카의 서브머신건에도 인사해 보지만, 유우카에게서 험악한 표정이 돌아온다.
「이쪽은 리즌입니다.」
"......그, 그렇구나."
「그래서, 일의 진척은 어떤가요?」
"그, 그저 그래."
헤매는 시선을 확실하게 눈치챘는지 유우카는 내게 다가와 내 어깨 너머로 PC를 보았다.
「전혀 진행되지 않았잖아요!! 지금까지 대체 뭐하고 계셨던건가요!?」
"너, 너무 세밀해서 전해지지 않는 성대모사――"
「변명은 됐어요! 자, 휴식 끝! 저도 도와드릴테니까요!!」
유우카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마지못해 이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서류를 마주한다.
아트라하시스의 방주 점령전으로부터 몇 달이 지나 D.U.의 재건도 점차 끝이 보이기 시작한 최근이지만, 시말서나 피해 보고서, 탄약비나 기타 여러 보고서는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만 가고 있다.
그야 그렇겠지, 그 사건이 끝나고 뒷처리를 짊어지고 있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키보토스에서는 계속 말썽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뒷처리에 더해 지금까지와 같은 트러블 처리도 겹치고 있기 때문에 일에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기간이기 때문에 유우카는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샬레에 와서 도움을 주고 있다.
밀레니엄 일은 괜찮냐고 물어도 노아와 코유키가 있으니 괜찮다고 답하지만, 역시 유우카에게만 맡기는 건 부담이 될 거 같아서 유우카가 없는 시간에 당번을 늘렸는데, 어째서인지 유우카가 기분 나빠했던 게 떠올랐다.
「정말로, 제가 없었다면 더 심한 일이 됐을 거예요.」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고마워."
「감사할 틈이 있다면 손을 움직여주세요.」
"신랄해."
유우카는 내 맞은편에 앉아 PC를 기동한다.
「거기 있는 서류, 절반은 이쪽으로 보내주세요.」
"오케이, 고마워."
「아뇨, 일이라서요.」
유우카는 그렇게 답하지만 기분 탓인지 뺨이 느슨해져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침묵이 흐른다.
서로가 말을 하지 않게 되면서 종이 넘기는 소리와 무언가를 적는 소리, 타이핑 소리만이 방에 울려퍼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아.」
유우카가 짧게 그렇게 중얼거린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선생님, 이쪽으로 와주세요.」
뭔가 서류에 미비점이 있었던 걸까, 또 유우카에게 주의받고 말겠구나 생각하며 유우카의 데스크로 돌아들어간다.
그러나 유우카의 수중에 있던 것은 내가 처리한 서류도, 뭔가 미비점이 있는 서류도 아닌――
――내가 쓴 유서였다.
여느 때처럼 선생님 일의 반을 떠맡아 작업을 시작한다.
언제나처럼 절반일 텐데, 날마다 맡는 일의 양이 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순수하게 업무량이 증가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선생님의 업무량이 감소하고 있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선생님은 분명히 무리하고 있다.
오늘도 일이 진척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확실히 진척도는 평소보다 적었지만, 그보다 일의 양이 분명히 증가해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몇 초전 자신의 언동에 신물이 난다.
내 잔소리를 들은 선생님은 항상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와 감사를 전한다.
아니에요, 나쁜 건 선생님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선생님 앞에서는 솔직해질 수 없다.
예전부터 나는 누군가와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었고, 그런 내 자신이 싫어진다.
살짝 이빨에 들어가는 힘이 세지는 걸 느끼면서 나는 평소처럼 서류를 넘긴다.
그러나 다음으로 내 눈에 들어온 문장은 평소와 같지 않았다.
거기에는, 선생님의 글씨로 선생님이 죽은 후의 절차가 적혀 있었다.
평소의 선생님에게서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사무적이고 차가운 문장에 숨이 막힌다.
숨쉬는 것도 잊고 한 장 넘긴다.
글은 갑자기 상냥한 말로 바뀌어 나와 다른 학생들을 향한 메시지가 적혀 있다.
한 장, 또 한 장 넘긴다.
아마 지금까지 관계한 학생 전원에게 편지를 쓴 듯 했다.
틀림없이 이건 유서다.
이 순간 내 안에서 이에 대한 두 가지 가설이 떠오른다.
첫 번째는 선생님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을 때를 대비해서 쓴 글이라는 것.
두 번째는 선생님이 자살하기 위해 쓴 글이라는 것.
「.........아.」
작은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두 번째는 있을 수 없다고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되뇌이지만 뇌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혹시나, 하고 최악의 전개를 상상해 버린다.
확인해야 해, 선생님의 의사를.
그렇게 생각할 때쯤 나는 이미 선생님을 이쪽으로 부르고 있었다.
「.........이거, 뭔가요?」
떨리는 목소리로 유우카는 나에게 질문한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게 서류에 섞여있냐고 머릿속으로 과거의 나에게 소리친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음, 그건......."
「한 가지 확인하게 해주세요.」
"..........?"
「자살, 하려고 쓰신 건가요?」
"!?"
그렇게 말하며 내 얼굴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빛이 없었다.
"아, 아냐!! 그것만은 절대로 아니야!!!"
「그럼, 어째서 이런 걸 쓰셨나요?」
"어, 그러니까, 저번에 작전이 있었잖아?"
"그때는 기적적으로 생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있었을 때를 위해 쓴거야!!"
「......그런, 가요.」
거기서 겨우 유우카의 굳어진 어깨에 힘이 빠진다.
"기분 나쁜 걸 보여줬지, 미안해."
「........무서웠어요.」
무릎을 꿇고 의자에 앉아 있는 유우카에게 시선을 맞추자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저, 틀림없이 선생님이 죽는다고 생각해서.......」
「좀 더 선생님에게 솔직해졌더라면.......」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고 생각했더니, 머리가 하얗게 되어버려서......」
"......괜찮아, 자살할 생각은 없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하지만!!」
유우카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내 어깨를 잡는다.
그 손은 떨리고 있었고, 나를 바라보는 얼굴에도 매달리는 듯한 감정이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죽음의 문턱에 서서 저희를 지탱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런데도 저희는 선생님에게 계속 의지하고.........」
「.................죄송해요........... 죄송해요.............!」
"..............."
학생에게 이런 말을 하게 해 버리다니, 나는 정말로 선생님 실격이야.
".........있지, 유우카."
게다가 이럴 때 생각나는 말은 뻔한 것뿐이고, 그것도 무책임하다.
유우카의 머리에 부드럽게 손을 얹고 쓰다듬는다.
"확실히 나는 죽음의 문턱에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너희들이 나에게 의지해선 안 될 이유가 되지 않아."
「그래도......」
"게다가, 유우카는 내가 모두를 지탱하고 있다고 말해줬지만."
"모두도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구?"
「어.......」
"모두들――아니, 유우카가 지탱해주니까 나는 살아있을 수 있어."
"유우카가 지켜주니까, 나는 아직도 이렇게 여기에 있을 수 있어."
"그러니 말야, 앞으로도 지켜줄 수 있을까?"
"하하, 어른인 내가 말하는 건 한심하려나."
자조하는 기색으로 그렇게 덧붙인다.
「......정말로, 한심해요.」
「항상 무리하고, 학생인 저희에겐 힘든 걸 숨기고, 항상 어린아이 같으면서 이럴 때만 어른스럽고.」
「.............교활해요.」
"교활한 게 어른이야."
「선생님 같은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아요.」
"유우카는 분명 멋진 어른이 될 거야.」
「그때까지 선생님은 제 곁에 있어 주실 건가요?」
"........틀림없이."
그 말을 듣고 유우카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다.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선생님이 제 곁에 있을 수 있도록 제가 선생님을 전력을 다해 지키겠어요.」
「그러니, 선생님도 죽지 마세요.」
"당연하지, 어른이 된 유우카를 보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어."
「정말이지.........」
정말로, 약삭빠른 사람.
진심으로 걱정한 내가 바보같아.
그래도, 이거면 돼.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선생님을 지키겠어.
그리고 때가 되면, 솔직하게 마음을 전해 선생님을 곤란하게 해주는 거야.
지금까지의 보복으로.
「반드시 약속, 기억해둘 테니까요.」
Case 우시오 노아
"............"
「『오전 10시 49분 27초, 선생님이 뭔가 생각하는 듯한 몸짓을 취한다.』」
"............"
「『오전 10시 49분 54초, 선생님의 입꼬리가 2도 올라간다.』」
".........저기."
「『오전 10시 50분 00초, 선생님이 내게 말을 건다.』」
"입 밖으로 내면 부끄러운데!?"
「어머, 선생님은 말해도 상관없다고 하셨을 텐데요?」
"어, 했었던가."
「네, 5개월하고도 2주 전에.」
"엄청 전이네....... 역시 노아."
「후후.」
내 말에 노아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듣고 보니 한 말 같기도 하다. 기억은 안 나지만.
「그런데 선생님, 방금 뭔가 생각난 듯한 몸짓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 딱히 아무것도......."
「.......『오전 11시 03분 32초, 선생님이 내게 거짓말을 한다.』」
"말하겠습니다, 말할테니까........"
"거기에 쓰는 건 그만둬......."
「현명한 판단입니다♪」
노아는 그렇게 말하며 기쁜 듯이 수첩을 닫았다.
일도 끝내기 적당한 때였기 때문에 휴식하자고 제안하자 노아도 굳어진 어깨를 풀듯이 기지개를 켠다.
나는 그런 노아를 곁눈질 하며 비치된 주방으로 커피를 내리러 향했다.
"자, 노아."
"평소대로."
「감사합니다, 선생님.」
손님용 소파에 둘이서 앉아 커피를 마신다.
「맛있어요.」
노아가 옆에서 내 얼굴을 보고 미소 짓는다.
"다행이다."
이전까지는 가능한 한 노아의 맞은편에 앉으려고 했었지만,
노아가 완고하게 내 옆에 앉으려고 하기에 요즘은 포기하고 노아 옆에 앉으려 한다.
「그래서, 무슨 생각이 떠올랐던 건가요?」
"그 얘기, 아직 계속하는 거구나."
「당연하죠♪」
"..........너무 세밀해서 전해지지 않는 성대모사."
「네?」
"너무 세밀해서 전해지지 않는 성대모사라구."
「????」
"유우카의 너무 세세해서 전해지지 않는 성대모사야."
말한 걸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해 나는 헛기침을 한다.
"『아리스를 대할 때는 유난히 목소리가 높은 유우카.』"
「??」
".............."
"모~모~이~!! 적당히 하고 활동보고서를 제출해!!!" 가성
"어, 어머! 아리스쨩! 몸은 괜찮아? 그 이후로 달라진 건 없어?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모기소리
「.............후훗.」
"웃었어."
「안 웃었어요.」
"웃었어."
「안 웃었어요.」
"웃었잖아."
「몇 시 몇 분 몇 초에요?」
"음, 그건."
「모르시나보네요, 그럼 증명할 수 없어요. 그런 이유로 저는 안 웃었어요.」
갑자기 말이 많아지는 노아에게 압도당해 웃지 않았다는 걸로 되었다.
「하지만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도 아리스쨩과 비슷한 톤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구요? 유우카쨩은.」
"에, 나는 유우카에게 로리라고 여겨진다는 거야?"
「자신이 말하면서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지당하십니다."
그런 농담이나 소소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휴식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일을 재개한다.
노아는 다시 품에서 수첩을 꺼내 내 행동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모처럼 일이 적어 노아에게 돌릴 분량이 없기 때문이다.
"아, 노아."
"저기 책장에 있는 파일 좀 집어줄래?"
「파란색, 말씀이시죠?」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야."
노아는 기쁜 듯 일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책장을 향한다.
나는 그것을 곁눈질하고 다시 PC와 마주했다.
선생님에게 파일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받은 나는 허리를 든다.
오늘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내심 조금 시무룩했다.
내가 선생님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면 선생님은 항상 기쁜 듯 웃어 주신다.
나는 그 얼굴이 좋았다. 그렇기에 선생님의 힘이 되고 싶다.
분명 이 파일을 건넸을 때도 선생님은 웃어 주시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다른 파일이 걸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재빨리 파란 파일을 빼낸다.
「?」
파일에 걸렸는지 종이 한 장이 공중에 날았다.
하지만 별 신경 쓰지 않고 나는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집어든다.
이때, 뒤집혀 있던 종이를 무의식적으로 되돌려놓았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
「!?」
아무런 타이틀도 없이 갑자기 사과의 말로 시작된 문장은 틀림없이 선생님의 필적으로 쓰여 있었다.
그것은 유서였다. 선생님이 죽었을 때 공개되어야 할 문서였다.
「읏.」
소리가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선생님에게 바로 묻고 싶었다. 이건 뭔가요, 라고.
그러나 쪼그리고 앉은 내 허리는 무거웠고 시선은 선생님의 유서에서 떠나지 않는다.
보고 싶지 않은 정보가 내 뇌에 새겨져 간다.
"노아.......?"
아무래도 이상함을 깨달았는지 선생님이 나에게 다가온다.
안 돼, 숨겨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 본 척 해야 하는데.
그렇게 신체에 호소해도 내 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앗."
내가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았는지 선생님은 놀란 목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듣고도 내 몸은 떨릴 뿐 움직이지 않았다.
「이건, 뭔가요?」
목에서 짜낸 내 목소리는 내가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이건, 뭔가요?」
노아는 돌아보지 않고 내게 묻는다.
불찰이었다. 파일을 정리할 때 섞여 버린 걸까.
그러나 그런 걸 신경 쓸 틈은 없었다.
노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그야 그렇겠지. 이런 걸 읽어도 태평하게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유서, 야."
하지만 노아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기에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사정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그것은 노아에게 안긴 충격으로 가로막혔다.
「안 돼요!!」
"노, 노아, 이건."
「스스로 제멋대로 죽다니 용납할 수 없어요!!」
"아니, 자살하려는 게 아니라."
「뭔가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면 상담에 임하겠어요.......!」
「현 상황에 불만이 있다면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겠어요......!」
「선생님이 편해진다면, 뭐든지 할 테니까!」
「그러니........ 부탁이에요....... 죽지 마세요.......」
그녀는 패닉 상태인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노아, 진정해."
"내 이야기를 들어줘."
「읏! 죄, 죄송합니다.......」
"괜찮아. 우선은 사과하게 해줘."
"이런 걸 보여줘서 미안해."
노아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 표정은 어두워진 채로 진정하지 못하고 있다.
평소 노아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그건 내게 만약의 일이 있었을 때를 위해 쓴 거지, 자살하려고 쓴 게 아니야."
"나는 자살할 생각이 없어. 그것만은 믿어줬으면 좋겠어."
「정말, 인가요?」
"응, 맹세해."
노아의 앞이니 맹세한다는 말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겠지.
그 말을 들은 노아도 겨우 진정된 듯 몸의 힘을 뺐다.
"이런, 괜찮아?"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정말 미안해."
「.......이제 됐어요. 게다가 선생님은 맹세해 주셨으니까요.」
절대 잊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노아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제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유서의 내용도, 선생님과 한 맹세도.
게다가 이제 나는 이 유서를 다시 보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만약 선생님이 어떤 식으로든 나를 두고 죽는다면 나도 함께 죽을 테니까.
이미 선생님이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법 따윈 잊어버렸기에.
Case 오니카타 카요코
우천시의 무거운 공기에 나른함을 느끼며 평소대로 일을 마주한다.
문득 시계를 올려다보면 슬슬 당번인 아이가 올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당번표를 훑어본다.
오늘란에 카요코의 이름을 발견하고 조금 기분이 가벼워진다.
한 학생을 편드는 것은 선생님으로서 금기겠지만, 카요코와 함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건 나쁜 일은 아니겠지.
"맞다, 마실 거랑 수건 준비해두자."
오늘은 비가 옆으로 들이치니까 몸도 차가워졌을 거라며 온수도 데워둔다.
「선생님, 있어?」
그러는 사이에 카요코가 온 것 같다.
"있어~"
"근데, 상상이상이네."
「뭐가?」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비에 젖어 있었다.
"중간에 버려진 고양이에게 우산을 빌려줬나 싶을 정도로 젖었구나."
「대단해, 어떻게 안 거야?」
아무래도 그 말이 맞았던 모양이다.
"샤워실 준비해뒀으니까 써도 돼."
「그럼 호의에 기대서.」
"갈아입을 옷은......"
「전에 왔을 때 여기에 여분의 옷을 놔둔 거 같은데.」
"아아, 그러네. 그게 있었어."
"갖고 올 테니까 들어가 있어."
카요코는 밤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도와주는 일이 있기에,
밤길은 위험하고 샬레에 머물 수 있도록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둔 걸 잊고 있었다.
그녀의 갈아입을 옷을 탈의실로 가져다두고 더 이상의 일은 하지 않고 책상으로 돌아간다.
옛날의 내가 보면 "야안사!" 정도는 말했겠지만, 최근에는 이제 이게 일반적이 되어가고 있다.
카요코가 샤워하는 동안에도 변함없이 일을 계속한다.
"아, 그러고 보니."
나는 떠올린 것처럼 책상 위를 뒤진다.
저걸 버리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있다, 있어. 전부...... 있네."
나는 모인 종이를 다시 한번 책상 위에서 정리한다.
".........."
이때 바로 기밀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선반에 옮겨둘 걸 그랬다.
미비점이 없는지 확인하고 무엇을 썼는지 기억하기 위해 나는 그것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선생님, 샤워실 고마워.」
"앗!! 으, 응."
카요코의 목소리로 정신을 차린 나는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 무슨 일 있어?」
"아무것도 아냐."
「거짓말.」
카요코는 그렇게 말하고 내게 걸어온다.
「거기 숨긴거, 보여줘.」
"아, 카요코가 봐도 재미없을 거 같――"
「보여줘.」
오랜만에 카요코의 눈이 무섭다고 느낀 나는 어쩔 수 없이 책상 뒤에 감춘 물건을 카요코에게 내민다.
「이거 뭐야?」
"......유서, 입니다."
「............」
놀라는 기색도 화내는 기색도 없이, 카요코는 그저 조용히 유서의 페이지를 넘긴다.
실로 긴 침묵이었다.
「.......그렇구나.」
카요코는 넘기던 유서를 원래 종이 뭉치로 되돌린다.
「대체로 지난번 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를 위해서라는 얘기지.」
"에."
놀랐다. 유서를 읽는 것만으로 카요코는 나의 의도를 완전히 헤아린 것이다.
「어떻게 알았어? 라는 얼굴 하고 있어.」
카요코는 뺨을 느슨하게 만들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선생님은 우리를 남겨두고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카요코는 대단하네."
그 말대로, 대단하다는 말 한마디 밖에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을 보면 알 수 있어.」
그렇기에 나는 카요코와 있을 때 기분이 좋은 걸까 하는 깨달음 하나를 얻게 되었다.
선생님을 보면 알 수 있다. 스스로 말하면서도 그 말대로 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얼굴에 드러나는 사람이다.
오늘도 계속 나른해 하고 있었다. 비가 와서 그렇겠지.
그와 동시에 조금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유서가 원인이었을 것이다.
당연하다. 누구라도 죽을 때까지 자신의 유서 같은 건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한다.
게다가 선생님은 많은 학생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유서는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반쯤 억지로 본건 조금 과했다고 반성한다.
「하지만, 강제로 봐 버려서 미안.」
"괜찮아, 반대로 이런 걸 보여줘서 미안해."
선생님은 신경쓰지 않기는커녕 미안하다는 듯이 나에게 사과했다.
이 사람의 나쁜 점이다. 주변 일만 신경쓰고 자신은 소홀히 해 버린다.
「아니, 괜찮아.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있으면 상담해줘.」
그래서 선생님 대신 내가 선생님을 신경 쓰기로 했다.
「나 뿐만 아니라 흥신소의 모두도――무츠키와 하루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장이라면 분명 힘이 되어줄 거고.」
"아하하, 고마워."
선생님은 무츠키와 하루카를 떠올렸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
하지만, 제일 먼저 내게 상담해 줬으면 좋겠다, 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선생님의 안에서 내가 그렇게 큰 존재라는 확증은 없기도 하고, 이건 내 이기심이다.
"......그러네, 일단 무슨 일이 있으면 카요코에게 먼저 이야기해 볼까."
「에.」
심장이 뛴다.
"아, 민폐라면 말해줘!?"
나의 반응을 다른 의미로 파악했는지 선생님은 조급하게 말을 덧붙인다.
선생님은 항상 그렇다.
내가 필사적으로 참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정말 원하는 답변을 항상 해준다.
그렇구나, 그래서 선생님과 있으면 기분 좋은 건가.
실패한 걸까, 아까부터 카요코가 입을 다물고 있다.
카요코는 머리가 좋고 배려도 할 줄 안다.
게다가 나는 카요코를 신뢰하고 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카요코에게 상담해도 되냐고 물어봤지만.
카요코는 놀란 듯한 반응을 한 뒤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역시 민폐였던 걸까.
"어 음, 카요코?"
"싫었, 겠지. 미안해."
「시, 싫지 않아.」
카요코는 움찔하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오히려 나 같은 거라도 괜찮아?」
「그 있잖아, 난 무뚝뚝하고.」
"어, 아니, 카요코라서 좋은 건데......."
"게다가 난 카요코를 무뚝뚝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걸?"
「읏!!」
「저, 정말이지, 선생님은.........」
내 말을 듣고 카요코는 다시 시선을 돌려 중얼거리고 있다.
「......알았어. 나라도 괜찮다면 언제든지 상담해줘.」
정말로 이 사람은 얼마나 나를 휘둘러야 직성이 풀릴까.
아까부터 내가 원하는 말만 해주고.
이대로라면 나는 나 자신을 억누를 수 없게 될 거라구? 선생님.
그렇게 되면 책임지게 할 테니까.
Case 아마우 아코
「하아아아.......」
샬레의 사무실에 한숨 하나가 메아리친다.
"괜찮아?"
「괜찮아 보여요? 상공에서 키보토스의 존망을 걸고 싸웠는데, 오늘도 만마전의 너구리 녀석들에게 터무니없는 일을 강요당해서는.」
「정리됐다고 생각했는데 당번이 있질 않나 엉망이에요.」
"피곤하면 쉬어도 되는데?"
"마지못해 도와주게 하는 것도 미안하고."
「딱히 싫다고는 안 했습니다만!?」
"......그러신가요."
이제 루틴이 되어가는 이 대화를 끝내고 나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아코에게 이동한다.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손은 움직이는 거 같고 일은 순조롭게 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대로 해주는 아코의 그런 점이 좋아."
「좋!?」
아코가 기세 좋게 고개를 드나 싶더니 작은 소리로 「진정하세요 아마우 아코.......」라 몇 번이나 말하고 심호흡한다.
「저는 선생님의 그런 점이 싫어요.」
「일에 집중하고 싶으니 빨리 자신의 일로 돌아가세요.」
"으으, 미안......."
"일이 안정되면 휴식할까?"
그렇게 말하고 나는 다시 내 책상으로 돌아와 작업을 재개했다.
그리고 서로 말없이 작업을 진행했다.
「후우...... 으응...... 으으으으으.」
아코가 크게 기지개를 켠 시점에서 휴식을 제안했고, 나는 커피를 내려오겠다고 아코에게 전한 뒤 주방으로 향했다.
아코는 자신이 준비하겠다며 듣지 않았지만, 아코의 커피에 대한 평가는 히나에게 들었기 때문에 에둘러 거절해뒀다.
「뭐, 선생님이 내린 것 치고는 나쁘지 않네요.」
아코는 그렇게 말하며 기세 좋게 커피를 마셨다.
"고마워."
「그건 그렇고 여기도 꽤 바쁘네요.」
「오늘 본 것만 해도 폭동 진압이나 폭주한 오토마타 파괴, 블랙마켓 경비 같은 것도 있었어요.」
「그것들 전부 선생님이 직접 현장으로?」
"뭐, 여기에 돌아오는 일은 대부분이 발키리에서는 어찌 할 수 없었던 안건 뿐이니까."
"다들 내 지휘가 필요하고, 거기에는 응해 줘야지."
아코는 그 말을 듣고 기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꽤 자신의 지휘에 자신이 있으신가 보네요.」
「총알 한 방에 죽는 현장에 일부러 자신이 뛰어들다니.」
"걱정해 주는 거야?"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조금 놀려보자 아코는 얼굴을 붉히며 반발하기 시작한다.
「단지 선생님이 죽으면 부장님이 슬퍼하시니까, 그것만은 피하고 싶을 뿐이고.」
「선생님 걱정은 1밀리도 안했으니까요!!」
그렇게까지 단언한 아코는 후우, 한숨을 돌리고 다시 소파에 걸터앉았다.
"아하하, 아코답네."
「.......죽는 게 두렵지 않으신 건가요?」
"그야 무섭지, 저번에 맞았을 때도 죽을 정도로 아팠고."
"하지만 죽을 때는 죽어. 그러니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야."
「그런가요.」
그녀가 시작한 이야기임에도, 이 이야기는 끝이라는 듯 아코는 그렇게 내뱉었다.
"게다가, 유서도 써뒀고."
「네?」
"응? ......아."
아차,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걸 그만 흘리고 말았다.
"미안, 방금 건 잊어."
「평범하게 무리입니다만.」
「읽게 해주세요.」
내 약점을 발견했다는 듯 아코는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에~ 싫은데."
「그럼 동전 던지기로 결정할까요?」
「룰은 평소대로.」
그거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동전 던지기에서 아코에게 진 적이 없으니까.
기본적으로 매번 아코가 먼저 고르기 때문에 나는 남은 걸 고르고 있을 뿐이지만.
「저는 앞에 걸겠습니다.」
"그럼 뒤로."
팅, 가벼운 금속음이 울리는 동시에 동전은 높은 곳까지 날아오른다.
아코는 그것을 손바닥과 손등으로 깔끔하게 받아내고는 천천히 감싼 손을 풀었다.
동전은, 앞면이었다.
"정말로 읽는 거야.......?"
선생님은 나약한 목소리로 말한다.
「내기에서 졌으니 포기하세요.」
솔직히 처음 선생님을 이길 수 있었던 기쁨을 곱씹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내 마음은 들떠 있었다.
나도, 다른 누구도 모르는 선생님의 약점을 알 수 있다.
이것으로 선생님과의 교섭 재료도 늘어날 거라 생각하니 기뻐서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읽어나가다 보면 점점 그런 생각이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유서 문장상에 있던 선생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약했으니까.
한 행에 한 번은 사과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주 쓴 사과문은 읽을 때마다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선생님이 보여주는 걸 꺼릴만 하다. 확실히 이건 읽어서 기분 좋을 게 아니다.
오래전부터 샬레의 체제에 불만이 있었다.
선생님은 약하다. 그런데도 다들 선생님을 바라고 있고, 그에 응하기 위해 선생님은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진 채 움직이고 있다.
대체할 수 없는 인재면서도 항상 위험한 곳으로 가야 한다.
「선생님, 이 일, 힘들진 않나요?」
"음, 안 힘든데? 피곤하긴 하지만."
잠시나마 이 감정을 잊기 위해 선생님에게 질문했더니 선생님은 즉시 답했다.
그래, 선생님은 이런 사람이야. 걱정했던 이쪽이 바보 같았어.
「선생님, 한 가지 확인해도 될까요?」
아코는 조금 짜증스러워 보였다.
「선생님, 한 가지 확인해도 될까요?」
"뭔데?"
「죽을 생각은, 없는 거죠?」
"물론."
이건 진심이다. 언제 죽을지는 나도 모르지만, 적어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은 없다.
「그럼.」
아코는 나의 대답을 듣더니,
「이런 건 필요 없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유서를 찢어 버렸다.
"아코씨!?"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아코는 종이쪼가리를 조심스럽게 쓰레기통에 넣고 나를 의자에 누른다.
「시끄럽네요, 선생님에게 자살할 생각이 없다면 필요 없잖아요.」
"아니, 하지만 만약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고 생각하면――"
「그런 걸 제가 용납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니, 용납하고 뭐고――
「절대로 그렇게 두진 않아요!!!」
아코는 핏대를 세운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에 가져다 댄채로 있다.
「제가 옆에 있을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녀의 말에서는 단호한 의지를 느낀다.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다.
「그러니 죽을 때는 제 옆에서 죽어가도록 하세요!!」
전언 철회,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 이 애는.
".........즉 말하자면?"
「......무리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저를 불러주시고.」
「부장님 다음으로 우선해드릴테니까.」
아코는 내 어깨에 툭 이마를 대고 조용히 그렇게 말했다.
Case 나츠메 이로하
「저기, 선생님.」
"왜?"
「일, 언제 끝나나요.」
"죽을 때 까지려나."
「농담하지 말아주세요, 저보고 죽을 때까지 도우라는 건가요?」
".......곧 마무리하기 적당한 곳이야."
「좋았어, 거기까지 하면 쉬죠.」
"아까 전에도 쉬었었지!?"
「그랬던가?」
시치미 떼고 이로하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녀는 샬레의 도움, 이라기보다는 만마전의 일을 땡땡이치러 여기에 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그녀가 당번인 날은 평소보다 휴식시간이 길어지고 만다.
"하아, 이제 곹 끝이니까 먼저 휴게실에서 기다려도 되는데?"
「혼자는 심심해요.」
"제멋대로네."
「하지만, 뭐 그렇네요. 먼저 가서 이것저것 준비해 둘까요.」
"나도 끝나는 대로 바로 그쪽으로 갈게."
이로하는 뒤돌아보지 않고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휴게실로 걸어갔다.
"준비라."
"기대되네."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일을 진행한다.
확실히 휴식시간은 길어지고 일도 잘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가 당번으로 온 날은 물론, 거기서부터 며칠간은 대단히 마음이 편해진다.
이것도 그녀의 매력이겠지. 그녀는 단지 땡땡이 공범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 뿐이겠지만.
문득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휴게실을 쓴 게 언제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마지막으로 사용한 건....... !"
"위험할지도."
그걸 휴게실에서 쓰고 있던 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로하를 포함한 학생들에게 들키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나는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서둘러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 책상 위에 낯선 것이 있었다.
다수의 종이와 샤프 펜슬, 지우개.
처음에는 선생님도 휴게실에서 일할 때가 있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글자가 보이는 거리까지 가까워지자 그것이 서류가 아님을 알았다.
그것은 선생님의 유서였다.
".......하아. 정말이지."
한숨을 내쉬고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킨다.
자살용이 아니라는 건 어째서인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유서를 집어들고 가볍게 읽어나간다.
솔직히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생각했을 줄은 몰랐다.
읽다보니 점점 짜증이 치밀었다.
어째서 여기, 키보토스는 이 정도로 선생님에게 혹독한 걸까.
얼마 전에도 선생님은 키보토스를 구하기 위해 우주까지 갔다.
그것도 선생님만 붕괴하며 낙하하는 방주에 남아서는, 생환할 수 있었던 건 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늘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아직도 선생님에게 혹독한 거냐고 마음이 조여온다.
타인을 위해 이렇게까지 화를 낸 건 얼마만일까.
그만큼 선생님의 존재는 내 안에서 커져 있었다.
"이로하! 기다렸...... 지......."
선생님이 숨을 몰아쉬며 휴게실에 들어오나 싶더니 내가 읽고 있는 걸 눈치챘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로하...... 그거......"
이로하가 유서를 보고 말았다.
「선생님, 이쪽으로 오세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입구에서 굳어 있는데 이로하가 일어나 손짓했다.
나는 쭈뼛거리며 이로하에게 걸어가 서 있는 이로하 앞에 정좌했다.
"저, 이로하씨."
"그것에는 깊은 사정이――"
「입 다무세요.」
나 자신이 고개를 숙이고 있기 때문에 이로하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부터가 그녀는 화나 있었다.
그야 그렇겠지. 유서 따위 보고 맨정신으로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있죠, 선생님.」
"네......"
「같이 도망가시겠어요?」
"네...... 네??"
이로하가 말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놀라서 고개를 든다.
이로하는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여기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에요.」
「이대로라면 선생님은 계속 괴로운 채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데도 보답 받지 못하고 괴로운 채로 있다가 죽어버려요.」
「저는 그걸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같이 도망가시겠어요?」
"이로하...... 그건.........."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지금 자리도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버릴 수 있어요.」
「뭣하면 제가 가진 권한을 이용해도――」
이로하는 방금 전까지의 분노를 품은 목소리와는 달리 나를 감싸 안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이는 남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아이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배려심을 느낀다.
"그건 안 돼, 이로하."
그렇기에 더욱 그 제안을 받을 수 없었다.
「어째서인가요!」
이로하는 언성을 높이며 말한다.
"상냥하네, 이로하는."
"그런 상냥한 아이의 미래를 부수면서까지 도망친다니, 나는 할 수 없어."
「제 미래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요.....!」
「저는 선생님과 함께 살 수 있다면......!」
"고마워, 이로하."
"게다가 나는 내 노력이 보상받지 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뭐.......」
"왜냐하면, 이로하를 만났으니까."
「읏...!」
"확실히 일은 힘들고, 총에 맞으면 아프고, 죽을 뻔 한 적도 있었어."
"하지만, 이로하의 미래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런 괴로운 표정 짓지 말아줘. 응?"
「..........」
이로하는 입을 닫고 내 가슴에 머리를 맡겼다.
「도망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응, 그러네, 그때는 부탁할게."
「저에게라면 언제든지 도망쳐와도 괜찮으니까요.」
"응, 고마워."
「............죽지 마세요.」
"맡겨둬."
이 세계는, 선생님의 적이다.
하지만 설령 세계가 선생님의 적이 된다 해도, 나는 반드시 선생님의 편에 있고 싶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이 그러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제멋대로인 걸까.
댓글 29
조합 미식이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