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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둘만의 비밀
-호시노-
설령 승산이 희박하더라도 싸워야만 할 때가 있다.
싸움에서 도망치기만 해서는 이길 기회조차 놓치고 만다.
그것이 승부라는 것이다.
헛수고로 끝날지 모르더라도, 어쨌든 싸울 수밖에 없다.
황륜대제. 학원도시 키보토스에서 개최되는 합동 체육대회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선수가 다섯 명뿐이라 해도.
전자식 뇌관이 들어간 막대 수류탄을 바톤으로 쓴다는 정신 나간 규칙이 추가되었다 하더라도.
눈부시게 맑게 갠 황륜대제 당일.
일정 시간 내에 건네지 않으면 바톤이 폭발하는 장애물 경주가 시작되었다.
빨간 어깨띠를 대각선으로 두른 나는,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앵커로서 시합을 정관하고 있었다.
첫 번째 주자는 시로코 쨩.
다른 학교를 따돌리고, 가장 먼저 바톤을 다음 주자에게 넘겼다.
두 번째 주자는 세리카 쨩.
500엔 동전처럼 보이는 병뚜껑에 집중력이 흐트러져, 몇 번이나 닌자용 마름쇠를 밟아버렸다.
시로코 쨩이 쌓아둔 리드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꼴찌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으음, 하고 마음속으로 신음한다.
아무리 열심히 한들, 절대로 1위는 노릴 수 없겠네.
잘해봐야 3위 정도일까.
하지만 다가오는 세리카 쨩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세리카 쨩은 울면서 달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필사적이고, 괴로워 보이고, 분해 보이고, 무엇보다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달려 나가고 있었다.
오른손으로 받은 바톤을 달리면서 왼손으로 옮겨 쥔다.
바톤에 남아있던 세리카 쨩의 온기가 전해져 왔다.
바로 앞의 하이랜더 철도학원과 레드윈터를 제쳤다.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조금 앞의 트리니티와 밀레니엄. 가볍게 따돌렸다.
조금 앞에서 다투던 백귀야행 연합학원과 SRT 특수학원이 달리고 있었지만, 둘을 한꺼번에 추월했다.
앞에 있는 건 단 한 명뿐이었다. 게헨나 학원의 아이다.
미식연구회 소속인 준코 쨩, 이었나.
잠시 달리다가 상황을 깨달았다.
안 돼. 무리야. 거리가 너무 많이 벌어져 있어.
절망감이 솟구친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겠지.
그녀의 등은 너무나도 멀었다.
분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2위라도 나쁘지는 않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달리고 있자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시노 쨩ー!"
유메 선배였다.
평소의 하얀 가운을 걸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체육복 차림이다.
하얀 반팔 셔츠에 검은 부르마라는 조합.
통처럼 둥글게 만 황륜대제 팸플릿을 결승선 앞에 자리 잡은 선배가 붕붕 휘두르고 있었다.
유메 선배는 나를 향해 외쳤다.
"가라ー! 해버려ー! 거기다ー!"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음은 알겠지만 샬레의 선생으로서는 공평한 입장을 지켜달라고.
실행위원인 유우카에게 그렇게 부탁받았으면서.
"힘내라, 호시노 쨩ー!"
나중에 반드시 혼내줄 거야.
그렇게 마음먹으며 필사적으로 달렸다.
준코 쨩의 등이 점점 가까워진다.
허벅지에 힘을 주고 트랙을 힘껏 박찼다.
그리고 결승선 직전에서 준코 쨩과 나란히 섰다.
차이는 근소했다. 가슴을 내민 만큼, 내가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유메 선배는 기뻐하며 소리쳤다.
"호시노 쨩 멋있어! 역시 아비도스의 히어로!"
1위 깃발을 든 나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유메 선배를 향해 자랑스럽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호시노 쨩!"
승자 인터뷰에서 풀려나자마자 등 뒤에서 누군가 불러 세운다.
돌아보니 유메 선배가 혼자 있었다. 눈앞까지 달려온다.
"다음 차례까지 시간 있지? 같이 노점 구경 안 갈래?"
나는 꽤 놀랐던 것 같다.
"둘이서요?"
"그래그래. 기왕 하는 축제잖아."
가는 곳마다 학생들에게 경애받는 유메 선배.
하지만 선배는 일부러 나를 찾아주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 하나만을 바라보고 생각해주고 있었다.
"그거 즉, 데이트 신청인가요?"
훗 하고 흘리듯 웃으며 유메 선배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부를 수도 있으려나?"
"그렇게밖에 안 들린다고요."
"나로서는 호시노 쨩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어떤 해석이든 상관없지만 말이야!"
유메 선배가 미소 지으며, 상대가 나이기에 장난 섞인 말을 건넨다.
그리운 대화에 마음이 떨리고, 속수무책으로 기뻐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는다.
"그럼 기왕 이렇게 된 거, 선배가 즐겁게 해주시는거죠?"
선배의 장단에 맞춰 가벼운 농담으로 대꾸한다.
"그럼 어디부터 돌아볼까?"
유메 선배가 들고 있던 황륜대제 팸플릿을 둘이서 들여다본다.
자연스럽게 거리가 가까워졌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우선 축제 분위기를 맛보자며 손에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것을 사러 간다.
생각하는 게 다 똑같은지, 목적지인 백야당 출장소에는 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인기 메뉴라는 모나카를 사기로 했다.
"권한 건 나니까 말이야."
라며, 계산 단계에서 유메 선배가 샀다.
기쁨과 부끄러움에 유메 선배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른다.
선배는 놀랐는지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러고 나서 선배가 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모나카를 손에 든 채 엔지니어부의 전시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꽤 어수선하게 온갖 물건들이 늘어서 있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자동 인형이나 드론, 자폭 기능이 달린 청소 로봇 같은 물건까지 놓여 있었다.
유메 선배가 눈을 빛내며 전시물을 구경했고, 나는 그 진지한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부끄러운 듯 선배가 항의하며, 둘이서 왁자지껄하게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곳에 있는 건 선생과 학생이 아니라, 사이좋은 선배와 후배였다.
"호시노 쨩, 잠깐 쉴까?"
휴게실로 쓰이는 빈 교실에서 쉬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 오는 길에 산 팝콘을 절반 정도 먹었을 즈음,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히나는 안 불렀나요?"
묻자, 먹던 손을 멈추고 선배는 미소 지었다.
"히나 쨩이라면 키라라 쨩이랑 에리카 쨩이랑 셋이서 축제 구경하고 있어"
"그랬나요. 그 둘이랑……"
히나는 언제나 타인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바빠도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손을 내미는 히어로고.
그런 히나와 대등하게, 평범한 친구로서 대해주는 그녀들과 함께라면 안심이다.
"호시노 쨩도 좀 더 하고 싶은 걸 해도 된다구?"
"그렇게 말하는 선배는 있나요? 낭비하는 거 말고요."
"있어. 해보고 싶은 거."
"에, 그래요? 그게 뭔데요……"
"사실 사진에 조금 관심이 있어서 말이야."
어딘가 머뭇거리듯, 수줍어하며 유메 선배가 대답한다.
사진.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사진은 보는 사람을 여러 장소로 데려다주잖아? 예쁜 사진을 보고 그 장소에 있는 자신을 상상하거나, 나도 어딘가에 가서 그런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거나 생각하게 되거든."
유메 선배의 말에 가만히 감동했다.
자신이 속한 장소 이외의 일을 우리는 모른다.
그런 와중에 사진은 다른 세계로 우리를 인도해주는 것이다.
창문처럼 열려 우리가 몰랐던 세계를 알려준다.
"다른 애들한테 말하면 안 돼? 이제 막 시작해서 아직 서투르니까."
유메 선배의 미소와 발언 앞에 잠시 말을 잃었다.
기뻤다. 유메 선배가 나에게만 비밀을 공유해주었다.
선배에게 특별한 누군가로 남을 수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저를 찍어 주세요."
"에? 아니, 나 초보라니까?"
"둔하시네요. 연습 상대가 되어주겠다고 하는 거잖아요."
정말로 곤란해한다면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유메 선배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 앱을 켰다.
"그럼 찍는다, 호시노 쨩?"
"예쁘게 찍어주셔야 해요."
"피사체가 예쁘니까 괜찮아!"
"하아? 선배는 참……"
농담이라는 건 알았지만,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 직후,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유메 선배도 웃고 있었다. 치켜들었던 스마트폰을 내리고, 찍은 사진을 웃는 얼굴 그대로 확인하기 시작한다.
유메 선배의 표정이 변했다. 무언가에 놀란 듯 말이 없어졌다.
"왜 그러세요?"
"초심자의 행운인가. 잘 찍힌 것 같아서."
유메 선배에게 스마트폰을 건네받아 화면으로 시선을 옮긴다.
나 또한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화면에 표시된 나는, 나인가 싶을 정도로 행복해 보였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그런 마음이 전해져 오는 듯한 따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비도스 고등학교 후배들과 함께 찍혔을 때의 나와도 다르다.
나 자신도 본 적 없는, 충만함이 느껴지는 미소였다.
몰랐다. 내가 유메 선배 앞에서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나.
"왠지 제 얼굴, 부어 보이지 않아요?"
유메 선배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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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준 3,90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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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최후의 희망
-유우카-
오늘의 수업과 업무를 마치고 밀레니엄을 떠날 무렵에는 오후 4시를 넘기고 있었다.
수화물이라기엔 너무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샬레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유메 선생님과 호시노 선배라는 조합이었다.
"죄송해요, 예정보다 늦어져서."
가져온 보따리를 소파 옆에 내려놓자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마라톤을 마친 뒤처럼, 크게 호흡을 가다듬는다.
1미터도 안 되는 보따리는 철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무거웠다.
학교를 나설 때는 그렇게 짐이 아니었는데, 100미터만 걸어도 팔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고 양팔의 근육을 스스로 풀고 있자, 유메 선생님이 터벅터벅 다가왔다.
"유우카쨩, 그거, 어떻게 된 거야?"
슬쩍 하얀 손가락을 뻗으며 유메 선생님이 물었다.
선생님의 손가락 끝은 소파 옆에 둔 짐을 향해 있었다.
"우타하 선배가 보내온 물건이에요. 선생님이 의뢰하신 거라 초특급으로 마무리했다고 하더라고요."
"에, 벌써 다 됐어!?"
얼굴을 빛내며 선생님은 짐을 집어 들었다.
나에게도 제법 무거웠는데, 선생님은 한 손으로 들고 짐을 묶은 끈을 풀기 시작했다.
바나나 껍질을 벗기듯, 스르륵 천의 머리 부분이 젖혀진다.
나타난 것은 서류 가방을 조금 두껍게 만든 듯한 가방이었다.
"열흘은 걸릴 거라고 말했는데, 무리해버렸네……."
곤란한 아이라며 중얼거리지만, 선생님의 눈은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선생님, 그게 뭐예요?"
물어보자 선생님은 빙글 뒤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한번 볼래? 내 새로운 무기."
기쁜 듯이 가방에서 완전히 천을 벗겨내려던 선생님을,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호시노 선배가 제지했다.
"유메 선배, 조정을 마치지 않은 방패를 경솔하게 꺼내지 마세요."
그 말에 선생님은 샐쭉해져서 동작을 멈춘다.
호시노 선배는 방패라고 단언했지만, 서류 가방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되는 가방이 정말 방패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출력을 잘못 조절해서 폭발이라도 하면, 이 집무실이 날아가 버린다고요."
"……뭐, 확실히 그렇네."
아쉬운 듯 보따리를 소파에 눕히는 유메 선생.
"그나저나 드문 일이네. 유우카쨩이 지각을 하다니."
"죄송해요. 자료를 조사하는 데 애를 좀 먹어서요. 일단 트리니티 자치구에 존재하는 지하 유적 리스트와 카타콤에 관한 대략적인 정보는 모아왔습니다만."
어젯밤부터 카타콤을 조사하기 시작해,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날이 밝아 있었던 것은 불찰이었다.
인터넷을 구사해 세세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선별하거나.
상상을 훨씬 초월해서 대대적인 작업이 되어버려서.
"시간 있을 때 천천히 해도 된다고 했는데."
"한번 시작하니까 멈출 수가 없게 되어서요."
"어쩔 수 없네. 좋아, 들려줘."
"네. 카타콤은 고성당 지하에 있는 대미궁이에요. 입구는 트리니티의 온갖 장소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자세한 위치는 리스트로 뽑아왔으니 이쪽을 봐주세요."
방금 프린트한 자료를 가방에서 꺼내 소파 앞에 놓인 테이블에 나열한다.
어째서인지 선생님은 눈을 끔벅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까지의 아리우스 잠입 루트도, 순항 미사일의 발사 위치도 트리니티 내에 있는 유적 지구였습니다. 자, 각 루트의 상세 내용이에요."
바스락하며 다음 자료를 테이블에 놓는다.
선생님은 더욱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으음, 하고 신음했다.
"카타콤에는 적게 잡아도 300개 가까운 수의 입구가 존재합니다. 그중에서 출구까지 연결된 것은 한정되어 있고, 나머지는 전부 가짜. 게다가 내부는 일정 주기로 변화하는 모양이라――"
"유우카 쨩, 스톱."
이쪽의 리스트 낭독을 유메 선생님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제지했다.
"리스트를 보여줄래? 진짜 입구에 대한 고찰부터 변화의 법칙성까지 망라되어 있어도 놀라지 않을 테니까."
"그렇네요, 저도 읽는 건 지치니까요."
그렇게 리스트를 건네주자 유메 선생님은,
"우와아……."
라며 한심한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정말로 다 조사해왔구나."
"부탁받았으니까요."
"유우카쨩, 탐정 같은 거 해보지 않을래? 엄청 잘 나갈 것 같은데."
"안 돼요. 이번에도 아리우스 자치구까지의 루트는 찾아내지 못했으니까요."
그래, 아쉽다면 그게 아쉬웠다.
조금 더 시간을 들이면 특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유메 선생님은 무언으로 리스트를 넘기고 있다.
문득 호시노 선배를 돌아보니, 그녀는 험악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노려보듯 미간을 찌푸린 그 얼굴은, 서슬 퍼런 기운이 서려 있는데도 무섭다기보다 아름답다.
"유메 선배."
유메 선생님 앞까지 걸어가서 호시노 선배가 정적을 깼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요. 앞으로 트리니티로 나가는 건 삼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호시노쨩은 걱정도 많네."
빙긋 웃음을 흘리는 유메 선생님.
"괜찮다니까. 자주 오해받지만 미카쨩도 나기사쨩도 착한 아이들이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생길 것 같으면 불러주세요. 바로 달려갈 테니까."
"응응, 기억해둘게."
-사오리-
아츠코가 끌려가고 나서 며칠이나 되는 시간이 흘렀다.
다른 동료들도 아리우스의 습격을 받아 뿔뿔이 흩어져 생사도 불분명하다.
나는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버려진 거리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무리한, 인간으로서 최저한의 생활을 한 탓인지 몸에 무리가 오고 있었다.
몸조리를 못한 탓인지 관절 마디마디가 무거웠다.
"무얼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무릎을 끌어안고 중얼거린다.
다시는 만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유메 선생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딱딱거리며 이가 맞물리지 않는다.
나는 완전히 지쳐 있었고, 도움을 구하기 위해 어느샌가 선생에게 발신인을 알리지 않은 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세계는 갑작스럽게 빛으로 가득 찼다.
"사오리 쨩?"
하얀 셔츠에 검은 미니스커트.
그 위에 가운을 걸친 유메 선생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메일의 발신인이 나였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녹색 빛이 도는 물색 머리카락도.
깊이 있는 금색 눈동자도.
셔츠를 밀어 올리는 풍만한 가슴도.
무엇 하나 이전과 다름없이 당연하다는 듯 내 앞에 서 있다.
나는 쓰고 있던 모자를 바닥에 두고 그 자리에 엎드려 절했다.
이대로라면 아츠코는…… 공주는 죽고 만다.
내일 아침, 동이 틈과 동시에 베아트리체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지금의 나는 에덴 조약을 더럽힌 지명 수배자에 불과하다.
트리니티에도 게헨나에도, 같은 아리우스에게조차 도움을 구할 수 없다.
"내 목숨을 걸고 약속하지. 어떤 지시든 따르겠다."
나는 그저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헤일로를 파괴하는 폭발물도 맡기겠다. 내 목숨을 쥐어도 상관없다. 나를 신용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사용해라."
그러니 부탁한다며 깊숙이 머리를 숙인다.
"부디 아츠코를…… 공주를 구해다오."
몸의 떨림을 멈추지 못한 채 그렇게 쏘아붙였다. 그러자,
"그렇구나."
라며 유메 선생이 손에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사오리쨩, 폭발물 꺼내봐."
"……그래, 알았다."
일어나서 헤일로를 파괴하는 폭발물의 기폭 장치를 선생에게 건넸다.
"기폭 장치뿐만 아니라 전부 다. 폭발물 전부 압수."
"폭발물 전부……?"
되묻는 나에게 유메 선생은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자신의 몸에 부착하고 있던 폭발물을 떼어내 유메 선생에게 맡겼다.
"이 폭발물, 약간의 충격으로도 터져버려?"
"안심해도 좋다. 그 기폭 장치가 없으면 절대로 터지지 않는다."
"그거 다행이네."
웃는 얼굴 그대로 유메 선생은 들고 있던 기폭 장치를 한 손으로 으스러뜨렸다.
"알고 있어? 헤일로가 부서지는 건 정말 아프거든."
가루가 된 기폭 장치 조각을 근처에 있던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이쪽을 돌아보는 유메 선생.
"비유하자면 온몸이 안에서부터 갈가리 찢기는 느낌."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이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약속해줘. 이제 저런 건 쓰지 않고, 쓰게 하지도 않겠다고."
"아, 알았다."
말대꾸를 허락하지 않는 박력에 눌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불러달라고 말해줬지만, 어쩔 수 없네."
결정했다는 듯 유메 선생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자, 사오리 쨩. 시간 없다며?"
잠깐 근처로 산책이라도 가는 듯한 가벼운 태도로 서류 가방을 들고 걷기 시작했다.
임무를 마치고 아비도스로 돌아왔을 때는 심야 11시를 넘기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니 음성 메시지가 한 건 와 있었다.
재생해보니 가장 귀에 익은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얏호, 호시노쨩. 나야―"
늘 생각하고 있었지만, 확신했다.
유메 선배의 사고 회로는 나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사실 아리우스 스쿼드의 사오리쨩에게 부탁받아서, 끌려간 아츠코쨩을 구하게 됐어. 미사키쨩이랑 히요리쨩하고도 합류해서 지금부터 아리우스 자치구에 돌입할 참이야. 하지만 도움은 필요 없어. 사오리쨩 일행이 알고 있는 진짜 입구, 날짜가 바뀌면 못 쓰게 된다는 모양이라서."
전화는 거기서 끊겼다.
나도 거기서 끊길 뻔했다. 이성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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