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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어리광쟁이가 되어버린 나기사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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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처롭다.

에덴조약에 임했던 과거 나기사님의 모습을 한마디로 나타낸다면 이 말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티파티에 소속되어 있다고는 해도, 중책에 몸담은 경험은 한 번도 없는 계집애가 트리니티를 짊어진 분에게 이런 감정을 품는 것이 얼마나 실례인지..... 충분히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감정을 억누를 수는 없었습니다.

총학생회장 실종을 계기로 한 번은 백지화됐던 계획. 개편 때문에 해가 져도 여전히 업무에 쫓기게 된 나날.

트리니티의 평온을 위해, 다른 학원과의 항쟁을 대비한 군사력의 확충을 위해, 혹은 "게헨나와의 오랜 불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라고 하는 자신의 빛나는 경력을 위해...... 조약의 참뜻에 대해 티파티 내부에서 여러가지 억측이 난무해 수많은 회의적인 시선에 노출되게 된 나날.

유리조노 세이아님도, 미소노 미카...... 님도 없고, 혼자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넓은 책상에서 홍차를 입에 머금던 나날.

그런 나날을 거듭하면서 나기사님은 과연 얼마나 많은 정신적 피로를 안고 계셨을까요. 그 고통을 나눌 수 있는 분은 대체 어디에 계셨을까요.

누구에게도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의연하게 행동하는 나기사님의 안타까운 모습을 가까이서 볼 때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 결코 원만한 형태는 아니지만, 에덴조약을 둘러싼 소동도 끝을 맞이한 나기사님의 지금 모습은......

"최근, 문득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저 같은 사람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하고...... 후훗."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대단히 즐겁게 보내고 계십니다.

◇

여러분, 안녕하세요. 트리니티 종합학원, 티파티 소속의 보잘것 없는 한 학생입니다.

오늘은 일진도 매우 좋고, 저는 이미 정례가 된 나기사님과의 다과회를 마음껏 즐기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란 빠른 법이기에 나기사님으로부터 처음 상담을 받은 그날로부터 이럭저럭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나기사님은 선생님과의 만남을 거듭하고 훗날 다과회의 자리를 마련하여 저에게 그 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해 주셨습니다.

"어제도 선생님의 호의에 어리광 부려서...... 신기하죠. 벌써 몇 번이나 포옹을 거듭해 왔을 텐데 권태감은 일절 없고 오히려 행복감이 더해지니......"

"그건 무엇보다도 다행입니다!"

뇌리에 떠오르는 감미로운 한때에 번민하며, 더듬더듬 제게 이야기해 주시던 건 옛날 이야기. 이제는 뺨에 손을 얹고 황홀한 표정으로 기쁜듯이 저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그 모습에는 한때 느껴졌던 외로움 같은 건 흔적도 없습니다. 이 광경을 본 것만으로도 그날 무례함을 무릅쓰고 나기사님께 진언한 과거의 저를 칭찬하고 싶기도 합니다.

"......역시, 누군가와 이렇게 감정을 공유한다는 건 매우 기쁜 일이군요. 하지만 당신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폐라뇨 그런 말씀 하지 말아주세요! 이 몸이 나기사님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으니까요!"

맛있는 과자와 홍차를 입에 올리며 기분 좋게 이야기 하시는 나기사님을 보며, 소녀만화처럼 달콤하고 녹아내릴 듯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 이상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요.

이 추억만 있다면 당장 내일부터 지옥[게헨나]에 가게 된다고 해도 반년... 아뇨, 1년 정도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감사해야 할 건 제 쪽입니다. 이렇게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면, 저는......"

"......나기사님?"

"또, 학원에서...... 실례를......."

"시, 신경쓰지 마세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이야기예요! 그만큼 행복하셨다는 거잖아요!?"

그렇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다과회가 정례화된 이유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인물, 그것도 정념을 품은 분에게 말 그대로 몸을 맡기는 체험은 나기사님에게 너무나 자극적인 것이었습니다.

한없이 쏟아지는 행복감은 자나깨나 가라앉지 않고, 항상 우아하고자 하는 나기사님의 정상적인 판단을 흐트러뜨려...... 결과적으로 하마터면 제가 티파티의 새로운 호스트로 취임할 뻔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다과회의 자리를 마련하고 나기사님이 만족하실 때까지 가슴에 간직한 마음을 모두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제 판단은 옳았던 모양이고, 학원 안을 흥얼거리며 폴짝이던 나기사님이나 등에 있는 한 쌍의 날개가 쉴 새 없이 들썩이던 나기사님, 정원에 활짝 핀 꽃들에게 행복을 노래하던 나기사님의 모습에 대한 보고는 현재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사라져가고 있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나기사님을 위해 감추려 합니다. 부디 헤아려주시길. 그만큼 나기사님이 행복했다고 생각하면 결코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매일 즐겁게, 그리고 그다지 고민도 없이 지내는 것. 그게 제일이니까요!"

"그런 말을 들으니, 실은 한 가지 고민...... 같은 게 있어서..."

".......네?"

"아뇨, 정확히는 고민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것입니다만."

"만약 괜찮으시다면, 들을 수 있을까요......?"

지금의 나기사님에게서는 근심이나 고뇌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던 만큼 대단히 놀랐습니다. 역시 남 위에 서는 분은 끝없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요. 제가 힘이 될 수 있다면 다행이겠습니다만......

"졸음을 깨우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

"전문적이든 민간요법에 가까운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다면 가르쳐 주실수 있습니까?"

".......거듭 죄송합니다만. 그것을 알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도 여쭤봐도 될까요?"

확실히 이것은 고민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배경, 어째서 졸음을 깰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낮에 수마가 들이닥치니까. 이것이 이유라면, 나기사님은 야간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대체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나기사님이 골치아픈 무언가를 안고 계신다는 것......

설마 새롭게 이전의 조약에 필적할 정도의 대규모 계획이 또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는 건가......?

만약 그것이 진실이라면, 제가 다소 조언할 수 있다 해도 근본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나기사님은 트리니티를 위해 너무나도 많은 노력을 해오셨는데, 어째서 이렇게도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해 버리는 걸까요......

"알겠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모든 걸 다 말하지 않는다는 것도 불성실한 얘기겠죠."

"......네, 부탁드립니다."

"실은 말이죠, 그...... 최근의 이야기입니다만......"

"네......"

"선생님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왠지 안심되어 수마에 사로잡혀 버리는 바람에......."

"네...... 네?"

트리니티의, 그리고 나기사님에게 안녕의 날은 언제가 되면 찾아올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신의 고민을 저에게 말씀해주시는 모습에서는 거짓말이나 속이고 있는 듯한 느낌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시름이나 고뇌 같은 것도 일절 보이지 않습니다.

"최대한 일어나려고 하지만 선생님도 심술궂으셔서. 이렇게, 머리나 등을 쓰다듬으면 아무래도 의식이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그, 그것이 싫은 건 결코 아닙니다만......."

"......그것이, 지금 나기사님의 고민인가요?"

"으음....... 확실히 꿈에 빠지는 건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만, 가능하다면 선생님과 보내는 시간은 잠도 자지 않고 함께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기에....... 역시 고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러운 걸까요?"

그렇군요...... 지금의 나기사님에게는, 그게 골치를 썩이는 문제였던 건가요......

다른 고민이라고 부를 만한 게 없을 정도로.......

"그런 이유가 있어서, 졸음을 깨는 방법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쭤봤습니다만――"

"......훌쩍."

"저, 저기 대체 무슨 일이시죠? 어째서 갑자기 눈물을?"

다행이다...... 정말 다행입니다......

굉장히 기쁜일일텐데, 왠지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저는..... 저는 매우 기쁩니다, 나기사님! 이제 이번 생에 남은 미련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가요!? 정신 차려주세요!"

"이것으로 저는 언제든지 웃으며 죽을 수 있어요......!"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부디 이 평온한 날들이 영원하기를.......

미약하나마 성심성의껏 기도드립니다.......

"흐~흥 흐~흥 흐흐흥흐흥흐~흥♪"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주어진 목숨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겠습니다. 이 생명이 계속되는 한 나기사님을 위해 성심성의껏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나기사님이 선생님과 만나기로 약속했던 날. 저는 평소처럼 빈 교실의 확보나 사람 물리기를 마치고, 학원 내를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쯤 나기사님은 선생님과 멋진 시간을 보내고 계시겠죠. 너무나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목적 없이 그저 돌아다니는 것도 꽤 지루합니다. 그래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려 했습니다.

"......어라, 없어?"

몇 번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거기에 단말기는 없고, 손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를뿐. 어느새인가 휴대폰을 분실해 버린 모양입니다.

그러고보니 아까 방을 가볍게 청소하고 있을 때 방해가 되어, 일단 책상 위에 놓아뒀던 것 같은....... 저도 참, 너무 들뜨는 바람에 까맣게 잊어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계속 주변을 적당히 산책하며 시간을 때우면 되겠죠. 하지만 여기서 조금 좋지 못한 생각을 해버렸습니다.

벽걸이 시계에 눈을 주자 약속 시간으로부터 10분 정도 경과했을 무렵. 이 정도 시간이면 분명 나기사님은 아직 선생님과 과자나 홍차를 즐기고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사정을 전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마 가능할 겁니다. 잘하면 안에서의 모습을 조금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나기사님은 선생님과 어떻게 보내고 계신 걸까요?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의 답을 알 수 있는 기회입니다.

"죄송합니다, 나기사님. 그런 얘기를 들으면 역시 저도 조금 신경 쓰여서요."

안 될 일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기분을 억누를 수는 없었습니다.

◇

혹시 모르니 주변에 다른 학생이 없는지 확인하면서 그 방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 이 안에서는 나기사님과 선생님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을 겁니다. 설레는 마음도 있지만 트리니티 학생된 자, 어떤 때라도 예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말씀 중 죄송합니다, 나기사님. 제 부주의로 실내에 물건을 두고 나와서 수거하러 왔습니다."

문을 세 번 두드린 후 실내에 말을 겁니다. 대화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며 나기사님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3초, 5초...... 10초 정도 지났지만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살짝 큰 소리를 냈기에 들리지 않았다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생각하고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20초 정도 지나서 안에서 대답이 들려 왔습니다.

"으음, 만약 급한 용건이라면 일단 들어와도 괜찮...... 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그 목소리는...... 혹시 샬레의 선생님이신가요?"

하지만 그것은 나기사님이 아닌, 방 안의 또 다른 인물...... 즉, 선생님의 것이었습니다.

"어라? 나를 알고 있어?"

"어, 실내에 계신 분은 나기사님과 샬레의 선생님이라고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가, 그럼 괜찮으려나? 들어와도 좋아. 나기사도 제대로 안에 있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어째서 나기사님이 대답을 하지 않았는가. 그 대답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에!?"

"쉬잇....... 조용히, 부탁할게?"

"네, 네에.......!"

무심코 목소리를 높여 버릴 뻔 했지만, 아슬아슬한 시점에서 어떻게든 입을 다물었습니다.

샬레의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나기사님의 모습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기사님이 앉아 계신 곳은 평소 사용하시는 의자가 아니라 샬레의 선생님이었습니다. 서로가 마주보는 자세로 포옹하는 모습이어서 저에게 나기사님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답해주신 선생님의 몸짓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나기사님은 이미 꿈의 세계로 떠나신 모양입니다.

선생님의 오른쪽 손은 나기사님을 감싸듯 안고 있고, 왼쪽 검지는 인자한 미소를 띤 입가에 붙어 있습니다. 그 몸짓부터 시작해서 가슴으로 향하는 시선과 몸에 감도는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친화적인 느낌이 이쪽까지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어른의 포용력이라는 걸까요.....!

너무나 그림 같은 광경이긴 하지만, 왠지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안 될 거 같아서...... 아니, 애초에 지금은 나기사님과 샬레의 선생님 두 분만의 시간이니, 처음부터 봐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만!

그래도 그만 눈을 빼앗겨버릴 정도로―――

"아무리 그래도 계속 보고 있으면 조금 부끄럽다고 할까..."

"앗...... 실례했습니다!!! 무심코......!"

"자자, 진정해."

".......음 .......으응."

"앗......!"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고조되어 버려서, 또다시 큰 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황급히 입을 다물지만 조금 전까지 위아래로 완만하게 흔들리던 나기사님의 등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나기사님의 꿈자리를 망쳐놓고 말았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 이 정도면 괜찮아."

".......네?"

그러나 선생님은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 눈치. 그대로 나기사님의 등이나 머리를 마치 아기 달래듯이 쓰다듬더니.......

".........zzz........"

".......그렇지?"

30초도 지나지 않아 호흡이 안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한두 번의 경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꽤, 꽤나 능숙하시네요......"

"졸려 보이던 나기사를 몇 번이나 달래는 동안 왠지 모르게 요령을 터득할 수 있었어."

"비슷한 경험이 몇 번이나 있었던 건가요......?"

"잠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나를 만날 때의 나기사는 자주 멍하니....... 아니, 둥실둥실한 느낌일까?"

"두, 둥실둥실...... 인가요?"

평소 티파티 활동으로 척척 집무를 해내는 나기사님을 보고 있는 만큼 그다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샬레의 선생님을 신뢰하신다는 거겠죠.

"그래서 꾸벅꾸벅 조는 나기사를 좋은 느낌으로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주면 스르르 눈이 감기고..... 조금 있으면 이렇게 온화한 얼굴로 잠들거든?"

오늘 나기사님과 선생님이 만난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채 20분이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나기사님은 잠이 부족하지 않고, 심지어 어떻게든 샬레의 선생님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샬레의 선생님 생각대로 잠들어 버리다니......

이미 완전히 나기사님은 몸도 마음도 선생님에게 함락되어 버린거 아닌가요!

하지만 나기사님이 매우 행복한 듯 새근새근 자고 있기 때문에 저는 전혀 상관없지만요!

"나기사가 제대로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히 있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졸음을 필사적으로 참는 나기사가 귀여워서...... 그렇지?"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그렇다고는 하나 이 분도 상당히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이쪽으로 동의를 구하면서 샬레의 선생님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조금 전까지 인자함이 느껴지던 너그러운 것이 아니라 장난기를 품은 듯한 느낌이라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마치 소녀만화 표지에 그려져 있는 것 같은, 말 그대로 그림 같은 광경. 이것 또한 멋대로 봐서는 안 되는 것이라 알고 있어도 그만 눈을 빼앗겨 버려서......

......어라?

......그러고보니 저는 아까부터 평범하게 샬레의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직접 대화를 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을 텐데요.

게다가, 나기사님이나 자신의 모습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계시는데......

"......저기, 이제와서 새삼스레 죄송합니다만, 선생님은 저를 알고 계시나요?"

"응, 나기사에게서 나랑 만날 때 항상 협조해주는 학생의 얘기를 들었거든. 나를 알고 있다는 건 아마 네가 그 학생이구나 싶어서 말이야. 방에 들어오게 해도 소문나는 일은 없겠다 생각했지."

"......아아, 그렇군요."

확실히 사정을 모르는 학생이 만약 이 광경을 봐 버린다면, 학원 전체가 난리가 나겠죠. 월간 키보토스의 다음 일면이 『열애 발각! 트리니티 학원의 호스트, 선생님과 매일 비밀스러운 밀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평소 나기사의 모습에 대해 물어보고도 싶었고."

"저에게요?"

"응. 나기사가 정말 잠이 부족한 건 아니지?"

"네. 아무래도 선생님 곁에서는 안심하고 졸음이 오는 것 같아요."

"그, 그랬구나...... 왠지 리액션이 곤란한 대답이네......"

역시 선생님도 신경을 쓰고 있었던 모양이고, 다소 불안한 표정으로 이쪽에 질문해왔습니다. 진실을 알았을 때는 참으로 겸연쩍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게다가 리액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선생님뿐만이 아닙니다.

어쨌든 이렇게 평범하게 대화하고 있는 지금도 선생님은 나기사님을 안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런데 선생님은 언제까지 그 자세로 계실 수 있나요?"

"나기사가 일어날 때 까지 일까. 늘 하던 거야."

어떻게 된 걸까요. 아무래도 이게 나기사님과 선생님의 일상인 것 같습니다.

대단히 달콤하네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상황입니다.

"늘 하던 거라고 하니까 말인데, 평소 나기사의 모습에 대해 물어봐도 될까?"

"네, 기꺼이 답하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선생님과 각각의 입장에서 본 평소 나기사님의 모습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수면 부족에 곤란을 겪는 기색이 없고 낮 동안 졸린 모습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매일 성실하게, 다른 학생의 모범이 되는 모습으로 매일 업무에 임하고 계세요!"

".......뭐랄까. 예전의 나라면 납득했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고 할까."

제가 이야기하는 나기사님의 모습은 선생님 입장에서는 상상이 안 가는 모양이라.......

"최근의 나기사는 뭐라고 할까...... 꽤 어리광쟁이가 되었다고나 할까......"

"세상에......!"

"나에게 직설적으로 요구하는 일이 많아졌고, 가끔 토라지기도 해서 꽤나 변했네......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소에는 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거 같지만."

"와아...... 오오......!"

반대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나기사님의 모습은 제가 보기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 나기사님이 어리광을 부리거나 토라진다니.....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대단히 신경쓰입니다......!

"......모처럼이니까 봐볼래?"

"에엣!?"

"흥미진진, 이라고 얼굴에 써 있던데? 신경쓰이지?"

"아, 아하하하......."

제 생각은 선생님이 꿰뚫어봤습니다...... 나기사님과 다과회를 즐기고 있을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얼굴에 드러나기 쉬운 타입일까요?

"슬슬 나기사가 눈을 뜰 때도 됐고...... 제대로 보고 있어?"

".......으음....... 아?"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난 것을 노린 듯한 타이밍에 나기사님의 움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정말 모든걸 선생님에게 보여주고 말았군요, 나기사님......

그대로 깨어난 나기사님은 기대고 있던 선생님의 가슴에서 몸을 일으켜 졸린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아직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그 모습이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두 분의 얼굴이 너무 거리가 가까워요. 조금만 얼굴을 앞으로 내밀면 입과 입이 맞닿아 버릴 정도로 가깝습니다.

".......응?"

"안녕, 나기사."

"......어라? 저, 또 잠들었......?"

"눈을 뜬 기분은 어때?"

나기사님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모습. 당연히 이런 나기사님의 모습을 본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습니다. 이건 또 굉장히 위험한 광경이에요. 거기에 제 정서도 위험합니다. 어떻게든 참고 있습니다.

제가 감정을 참는 동안에도 나기사님의 의식은 조금씩 각성으로 나아갔고, 멍한 채였던 눈동자도 안정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또다시 선생님 좋을대로 되어버렸다는 것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 또 저를 억지로 재우셨군요."

"그렇지만 나기사가 졸려 보였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건 그만두자?"

"그러니까, 저는 자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그래도 꽤나 행복해 보였는걸?"

"그건 그렇습니다만!"

다 이해하고 있으면서 굳이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선생님도 꽤 사람이 나쁜 분이시네요.

그러는 한편 나기사님은 평소 우아하고 청초한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목소리를 높여 선생님에게 필사적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뒤에 제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기색은 전혀 없습니다. 조금 전부터 저도 감정이 뒤섞이긴 했지만, 여기는 저도 참습니다. 아직 들키면 안 됩니다.

"저는 좀 더 선생님과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계속 안겨 있었잖아?"

"제가 자고 있을 때가 아닌가요!"

"그럼 안 됐어?"

"그게 아니라! 저는 선생님을 더 느끼고 싶어요!"

그거, 평소 같으면 부끄러워서 절대 할 수 없는 발언이죠, 나기사님?

한 바퀴 돌아서 요즘 소녀만화에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퓨어퓨어한데요?

어떻게 보면 직설적인 고백보다 허들이 높지 않을까요?

"후후, 미안해, 나기사. 어떻게 하면 용서해 주려나?"

"......조금 전까지 제가 자고 있던 만큼, 더 꼭 잡아주세요."

"네네."

나기사님의 요청대로 선생님은 등을 감싼 손에 힘을 주어 나기사님을 안았습니다. 이에 질세라 나기사님도 선생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강하게 껴안습니다. 러브러브입니다. 위험합니다. 입에서 설탕을 토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네, 저도 이제 무리입니다.

뭔가요 이건! 대체 제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이것이 그 나기사님인가요!? 항상 청초하고 우아하고자하는 나기사님의 모습인가요!? 둥실둥실 정도가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고 선생님도 꽤 신나셨네요? 아까부터 전부 알고 나기사님과 이야기를 하셨죠!? 이제 완전히 두 분은 갈때까지 간 거죠!!! 그런거죠!!!!

"완전히 어리광쟁이가 되어 버렸네."

"전부 선생님 때문이에요."

"언제나 내 탓으로 돌려버리네......"

"그치만 사실인걸......"

『그치만』이라든가, 『걸』 라든가, 평범하게 생각해서 어린아이가 쓰는 말이잖아요!!

이게 티파티 호스트의 모습인가요!?

이제 완전히 흐물흐물 녹아내렸잖아요!!!

........후우, 조금 흐트러지고 말았습니다.

크게 소리치고 싶은 걸 어떻게든 마음속으로 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순간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아무래도 슬슬 진실을 공개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이제 좀처럼 속일 수 없을 정도로 선생님은 웃고 계십니다만, 나기사님은 여전히 그 모습도, 저의 존재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일은 잘 하고 있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일은 제대로 하고 있으니까!"

"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아까 듣긴 했지만, 왠지 믿을 수가 없네......"

"그렇지는 않――기다려주세요. 아까 들었다니 대체......? 조금 전까지 저는 자고 있었죠?"

"응, 그렇지."

좋아하는 남성분을 앞에 두고 들뜬 기분이라고는 해도 선생님의 수상한 발언에는 제대로 반응하고 있으니 역시 나기사님입니다. 그렇지만, 『사랑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라는 말도 있고, 가능하면 좀 더 시야를 넓게 가지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럼, 누구와 이야기를?"

"나기사가 잘 아는 티파티 학생이야."

"뭐, 잠깐만요! 아까가 언제인가요!?"

"몇 분 전의 일이네."

"그럼 그분은 지금 어디에!?"

"나기사 바로 옆에 있지 않을까?"

".......서, 설마, 라고, 생각하지, 만......"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나기사님은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아."

"아, 안녕하세요, 나기사님......!"

당연히 시선은 저와 교차합니다. 나기사님의 눈동자는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크게 떠져 있고, 몇 분 전의 공허한 눈동자는 이제 어디에도 없습니다. 잠에서 깬 건 확실해 보입니다.

그때부터 서로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갑니다. 나기사님의 표정은 미동도 없습니다. 저도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만은 여전히 싱글벙글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아....... 아아.......!"

그리고 나기사님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갑니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나기사님의 심장은 제대로 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건강하다는 증거네요. 응응. 아주 좋은 일이에요.

뭐, 이 뒤의 흐름은 쉽게 상상이 갑니다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니나 다를까, 나기사님의 비명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지게 되었습니다.

"지, 진정하세요. 나기사님!!"

"어째서....... 어째서 여기 계시는 건가요!!!"

"응응, 나기사는 오늘도 건강하구나!"

"그런 말씀을 하실 땐가요!? 저도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만!"

네, 나기사님의 그 의문은 당연합니다. 그저 잠시 물건을 가지러 돌아왔을 뿐입니다만, 무심코 오래 머물러 버려서....... 정말 죄송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걸 보여주셨다는 것도 진심이지만요.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

"괜찮아. 이럴 땐 이렇게...... 나기사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려주면 진정되니까."

"장난치실 땐가요?"

"후우..... 후우..... 하아, 하아......."

"그렇지?"

"그걸로 괜찮은 건가요, 나기사님!?"

이것도 제 기도 끝에 찾아온 나기사님의 평온일까요?

선생님 품속에서 움츠러드는 나기사님을 보고 오늘 몇번째인지 알 수 없는 죄송함을 품으면서 이런 날도 나쁘지 않다고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트리니티는 평온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평온은 당분간 계속될 듯 합니다......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163127

4개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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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6.29번역

소설핫산) 어리광쟁이가 되어버린 나기사님 #4

#키리후지 나기사#소설
좋아요 0댓글 18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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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
bellne_mixed작가
게시물 30개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3.06.29 15:58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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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나
ㅇDC
ㅇㅇ123.06.29

개추

ㅇDC
ㅇㅇ223.06.29

이거 맛있었는데 또 나와주네 너무 좋아

ㅇDC
ㅇㅇ323.06.29

이거 계속 나오고 있었구나

ㅇDC
ㅇㅇ423.06.29

오 귀한 나기쨩 시리즈물

ㅇDC
ㅇㅇ523.06.29

이거 오랜만이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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