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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오역 지적 환영
루비문자는 단어[윗첨자] <- 이렇게 표기함
샬레 활동 일지 시리즈 1편~6편중 3편 번역임
다음에 번역할 소설 추천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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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크리스마스는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만큼.
1. 물들어가는 학원 도시
11월 중순이 되자 학원 도시가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했다. 아직 한참 멀었는데도 빨강과 초록이 망막에 새겨질 것 같다. 키보토스에도 내가 아는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풍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여름이 끝날 무렵이었던가. 누가 정했는지, 어느 학원 자치구에 가든 똑같은 문구가 높은 곳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방식으로.」
꽤 괜찮은 광고 문구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의 범위가 넓은 점이 탁월하다. 사랑하는 가족과 보내는 휴일이어도 좋고, 연인과 보내는 달콤한 밤이어도 좋고,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과 모여 신나게 놀아도 좋다.
「올해의」라고 앞에 붙어 있다는 것은 매년 이런 문구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일까. 만약 있다면, 올해 담당자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중앙구의 쇼핑몰뿐만 아니라 중심가에서 떨어진 상점가에도 세일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계절 행사를 핑계 삼아 이익을 올리고 싶어 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나도 이렇게, 아직 멀기만 한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어쩐지 케이크가 먹고 싶어질 정도다.
12월에 들어서자 입김의 궤적도 짙어졌다. 샬레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혼자 터벅터벅 걸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샬레에 부임한 후 처음 맞이하는 타국의 크리스마스. 학생들은, 거리의 어른들은 어떻게 보낼까. 연인이라고 확실히 부를 수 있는 상대는 내게 없고, 함께 보내고 싶은 상대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려고 하면 잘되지 않는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이 아니더라도, 적적함과 희망이 뒤섞인 연말 특유의 분위기를 함께 느끼고 싶은 상대라면 얼마든지 떠올랐다.
――보내볼까. 원하는 대로.
늘 걷던 밤길이 오늘 밤은 조금 맑은 공기에 싸여 있는 것 같았다.
* * * * *
집무실에서 당번 학생과 보내는 시간은 격무와 긴급 출동에 쫓기는 일상의 오아시스다. 만약 나의 사소한 생각에 어울려 줄 학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런 마음을 담아 연방수사부 소속 학생들에게 모모톡으로 「연방수사부 송년회 안내」라는 제목의 그룹 메시지를 일제히 보내 보았다.
이브부터 크리스마스 당일까지는 다들 각자 원하는 대로 보내고 싶을 것이다. 12월 23일로 날짜를 정하고, 몇 명 모여서 작은 파티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기대를 품고 스마트폰을 책상에 올려놓자, 몇십 초도 채 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선생님. 모모톡 메시지 봤어요.」
「반응 빠르네, 유우카.」
「송년회는 뭘 하나요? 어디서 하나요? 몇 명이나 올 거라고 예상하나요? 참가비 같은 건요? 케이터링 같은 건 준비되어 있나요?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생각해야죠.」
「어, 아, 으……」
통화가 시작되자마자 쉴 새 없이 질문이 쏟아졌다. 이제부터 생각할 참이었다는 변명 같은 말이 흘러나오자, 큰 한숨 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귀에 불어왔다.
「정말이지, 선생님은……. 수업 끝나면 샬레로 갈 테니까, 같이 계획을 세세하게 짜요.」
타이르는 듯한 말과는 달리, 하야세 유우카의 목소리는 밝았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우시오 노아를 데리고 입안 회의가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몇 시간 후의 일이다.
2. 송년회 전날
오피스 플로어와 주거구 1개 플로어 대여 신청, 오케이. 회계 관리, 오케이. 참석자 명단, 오케이. 송년회 개요 재송신, 오케이. 축제 운영 위원회의 출점 신청, 오케이. 수면실 이용 신청, 오케이. 조리반과의 조율, 오케이.
「응, 이걸로 완벽하려나.」
「아직이에요, 선생님. 접수처에서 맡을 총기 보관 장소를 정해 둬야 해요. 폭발물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수하물 검사를 할 담당도 필요하고요.」
「……윽, 그랬었지.」
「운영팀 학생들과 소통은 제대로 해 두세요. 다른 학교 학생들은 저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런 부분은 선생님께서 조율해 주시는 편이 좋을 테고요.」
프린터에서 출력된 서류를 손에 들고 유우카는 그것을 훑어보며 또각또각 집무실을 돌아다녔다.
「정말…… 제가 없으면, 진짜…… 중얼중얼……」
「말은 그래도 기뻐 보이시는데요, 유우카쨩.」
「엣? 아, 아니, 나는 그냥, 칠칠치 못한 선생님을 이렇게 돕고 있을 뿐인걸.」
「매일같이 드나들고 계시잖아요, 우후훗.」
「그건 노아도 마찬가지잖아!」
송년회(라기보다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되어 가고 있었다)의 참석자는 결국 부원으로 등록된 학생 대부분이 될 듯했다. 규모가 커지면 당연히 조정해야 할 일도 늘어나는 법. 유우카와 노아가 운영에 참여해 주는 것은 솔직히 말해 꽤나 고마웠다.
아직 당일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송년회는 벌써 내일이다. 모모톡에는 운영팀의 메시지가 쉴 새 없이 도착하고 있다. 게헨나 급식부와 백귀야행의 백야당이 조리의 핵심이 되어 주지만, 미식연구회가 주방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하고, 우시마키 주리에 대한 역할 분담을 잘못하면 대참사는 필연적이다. 케이크 만들기에 나선 방과후 디저트부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디저트를 만드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축제 운영 위원회의 포장마차는 자재 준비뿐만 아니라 가게를 교대로 돌 수 있도록 해 두어야 한다. 눈앞에 있는 유우카와 노아에게 들키지 않도록 전원 분량의 메시지 카드를 준비하는 것도 제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어떨지.
「선생님? 오늘 도착할 종이 도시락, 발주 수량이 이상하지 않나요?」
「아니, 그 수량이 맞아.」
「하지만 참가자 인원수보다 51팩이나 많은데요? 그렇게 남으면 낭비잖아요.」
「괜찮아, 분명 다 쓰게 될 테니까.」
「……흐음……」
맞지 않는 숫자에 유우카는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밀레니엄의 한 학생이다. 이런 파티에서 발생하는 남은 음식이나, 그날을 겨우 버티며 살아가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유우카에게까지는 그런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 속셈을 알아챘는지, 눈이 마주친 노아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다.
보낸 메시지에 모든 학생으로부터 읽음 표시가 떠 있었지만, 과연 얼마나 와 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택배가 도착했다.
3. 송년회 개회
「……저, 저기」
나름대로 개회사를 생각해뒀다고 생각했는데, 마이크를 잡고 수많은 시선에 둘러싸이자 머릿속 원고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지워져 버렸다. 다들 잔을 한 손에 들고 기다리고 있고, 지금이라도 음식에 달려들 것 같은 시시도우 이즈미의 모습도 보인다. 빨리 인사를 끝내야 한다.
――일단 말을 시작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얘들아, 오늘 모여줘서 고마워.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방식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거였는데, 이렇게나 많이 모여줄 줄은 몰랐어.」
회장에 온 학생 중 누구도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빈손인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공격 수단을 내려놓은 여학생들은 모두 멋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른 학교 학생들도 있어. 사이가 좋지 않은 아이들도 같이 있지만──지금은 갈등도 잊어줬으면 좋겠어. 총을 맡기고 오라고 한 건 그래서니까.」
몇 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도 아마우 아코와 하네카와 하스미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는 것이 보였다. 대운동회를 겪은 지금이라면……분명 누군가 사이에 끼어들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그럼……올 한 해를 되새기면서, 즐기자. 건배!」
학생들의 목소리는 제각각이었다. 「건배」라고 꼬박꼬박 대답해 주는 학생도 있었고, 「예이」라고만 하는 학생도 있었으며,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목소리도 다수 섞여 있었다. 웃음을 지을 새도 없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학생들에게 내 잔은 금세 부딪히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끼리도 아무렇지 않게 잔을 부딪치며, 맑은 소리와 함께 떠드는 소리가 부풀어 올랐다. 철판 가득 구워낸 스펀지케이크를 여러 개 이어 붙여 만든 엄청나게 긴 특제 케이크 앞에는 벌써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 말을 걸면서 크리스마스카드를 나눠줘야겠다. 손가방 안을 확인하려던 순간, 아비도스 고등학교 세 명이 나란히 다가왔다.
「선생님, 수고 많으세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이야. 아저씨는 사람에 취할 것 같아……우물우물……」
이자요이 노노미와 내가 잔을 부딪치는 동안, 타카나시 호시노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칠면조를 재빨리 손에 넣은 모양이었다. 맛있게 볼을 채우고 있었다. 내가 바로 카드를 건네려 하자 쿠로미 세리카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자, 선생님께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시바세키 대장이 주는 거야.」
「어디 보자……오, 라멘 세트잖아.」
「포장 세트를 시작한다고 하더라고. 차슈가 금방 상하니까 빨리 먹는 게 좋을 거야.」
「이야, 고맙네. 정말 고마워. 그런데 아야네랑 시로코는?」
「시로코는 자리 잡고 있고, 아야네는 케이크 줄에 서 있어요.」
「그렇구나. 두 사람한테도 말 걸러 가야겠다. 자, 세 사람에게 이걸 줄게.」
학교별로 붙인 포스트잇을 보며 카드를 손으로 더듬었다.
「아……고마워. ……혹시 선생님, 여기 있는 모든 사람 거 다 만들어 온 거야?」
「응. 카드를 나눠주면서라면 참가자 모두에게 말을 걸 수 있을 것 같아서.」
「우헤~ 선생님은 정말 성실하네. 그래도 손글씨 메시지라니 기뻐. 소중히 간직할게.」
세리카는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노노미도 호시노도 눈을 가늘게 뜨고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소수 인원이라 관계가 돈독한 아비도스 학생들과는 항상 이야기가 잘 통하지만, 줄 중간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아야네도 있었기에 일단 그 자리를 바로 떠나기로 했다.
자, 모임이 끝나기 전까지 과연 다 나눠줄 수 있을까.
4. 송년회 회장①
종이가방을 손에 들고 부지런히 카드를 나눠주며 돌아다녔다. 산타클로스 코스튬이라도 입었어야 했을까. 아무리 실내라지만 바니걸 차림으로 태연하게 돌아다니는 C&C 멤버들(파티니까, 하고 미리 짜 맞춘 듯하다)이나 화려한 기모노 차림이 눈길을 끄는 백귀야행 일행을 보고 있자니, 다양한 의상에 눈이 즐거웠다. 백야당 포장마차에서 산 초코 바나나를 베어 물며 휴게 공간을 걷고 있자니, 황륜대제 운영위원 네 명이 한 테이블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가장 먼저 나를 발견한 유우카가 손을 흔들었다.
「선생님. 어디 계시나 했더니」
「운영위원끼리 모여 있다니, 사이가 좋네」
「…………」
아코가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저는 그냥, 히나 위원장이 늦게 오셔서 여기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을 뿐입니다」
「아코 행정관님이 혼자 계시길래, 말을 걸어 드릴까 하고요」
「흐음, 저는 그런 걸 바란 적이 없습니다만, 하스미 부위원장님? 대체 당신, 아까부터 너무 많이 드시는 거 아닙니까? 스콘을 낼름 해치우시더니 바로 포장마차에서 단팥죽을 사 오시고, 선생님 초코 바나나에까지 시선을 빼앗기고 계시잖아요. 그러니, 체육복 지퍼도 제대로 안 잠기는 겁니다」
「교복 옆으로 살이 삐져나온 사람에게 들을 소리는 아닙니다. ……아아, 선생님, 안심하세요. 싸움을 일으킬 생각은 없습니다. 회장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건 본의가 아니니까요」
「덕분에, 이 테이블은 아주 좋은 분위기가 된 것 같네요?」
「잠깐……!」
안절부절못하는 이오치 마리의 옆으로 끼어들려는 유우카를 손으로 제지했다.
「그나저나, 케이크는 하스미와 나눠 먹는 거네」
「네, 접시가 하나밖에 없어서요. 맛은 좋네요. 어느 가게에 부탁하신 겁니까?」
「손수 만든 거야. 게헨나 급식부와 방과 후 디저트부가 함께 만들었어. 그뿐만이 아니야. 회장 음식은 우리가 직접 만들자는 의견이 있어서, 후우카를 중심으로 여러 학원의 학생들이 만들고 있어. 전부 맛있지?」
「아…………」
「……네, 그렇네요. 전부 맛있습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려던 하스미가 스르륵 힘을 뺐다. 눈썹을 내린 아코 옆에서 마리가 포크를 뻗었다. 거기에 낚여 유우카도 단팥죽 그릇에서 흰 찹쌀떡을 건져갔다. 조금이나마 분위기에 틈이 생긴 틈을 타, 간신히 카드를 건네줄 수 있었다. 솔직하게 미소 짓는 마리와 달리, 다른 세 명은 조금 쑥스러워하는 듯했다. 학원 내 자치 조직의 중역이라는 입장상, 떠들썩하게 노는 것이 부끄러웠을지도 모른다――일단, 편리하게 생각해 두기로 했다.
「……단팥죽, 포장마차에서 하나 더 사 올게요」
「제가 가겠습니다. 여러분께 대접하겠습니다」
「고집을 부린 건 저였으니까요――아니, 같이 갈까요, 하스미 부위원장님」
「네, 그렇게 하죠」
방금까지 험악했던 두 사람이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생님, 잠시 괜찮으실까요? 성스러운 밤을 넘어 맞이할 새로운 한 해의 기도를 선생님께 바치게 해 주세요」
「아…… 손……」
내 오른손을 양손으로 잡고, 고개를 숙인 마리가 눈을 감았다. 유우카와 잠깐 눈이 마주쳤지만, 바로 외면당했다. 「안녕하세요」 하고 포렴 너머로 인사를 나누는 하스미와 피나――전학 전 인사가 오랜만이라 조금 어색해 보이는――를 지켜보고, 나머지는 그 자리에 맡기기로 했다.
5. 샬레 빌딩 입구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바깥 공기의 영향인지 싸늘했다. 이 시간대의 접수 담당은 트리니티 종합학원. 켄자키 츠루기가 경비를 서고 있다면 불청객이 나타날 리가 없다. 오히려 습격한 상대의 안위를 빌어야 할 것이다. 접수처에 감도는 공기가 두려웠지만, 그 불안은 의외로 기우에 그쳤다. 눈을 의심하는 광경이었다. 접수 테이블에 앉은 엔도우 시미코와 현관문 옆에 선 츠루기가 온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앗,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행사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다들 즐거워 보여. 두 사람도 뭔가 이야기가 무르익은 것 같네.」
「네. 츠루기 위원장님이, 여…… 연애…… 에헴, 소, 소설을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강력 추천하는 작품을 알려드리고 있었어요.」
눈짓하는 시미코에게, 등을 구부린 채 츠루기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 다음에…… 도서관에, 키히히……!」
「빌리러 오실 때는 학생증이 필요하니까, 꼭 가져오세요.」
「가져갈게…… 케헥……♪」
츠루기가 즐거워하는 모습은 나도 알 수 있지만, 너무나도 강렬한 미소에 시미코는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무리도 아니다. 트리니티의 경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의실현위원회의 수장, 전략 병기라고도 불리는 광포한 존재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접수처는 춥지? 간식 가져왔으니까, 같이 먹을래?」
내방객이 드나들 때마다 찬바람이 불어오기에 1층 로비는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역시, 행사장에게 이걸 가져온 게 정답이었다. 보온용 냄비를 열자, 후끈 김이 올라오며 연막탄처럼 시야가 흐릿해졌다.
「추운 데서 먹는 돼지고기 된장국은 정말 맛있지. 퍼줄 테니까, 식기 전에 먹자.」
「그, 그치만…… 선생님, 경비……」
「괜찮아. 여기서 나도 입구를 보고 있을 테니까.」
그릇에 담은 돼지고기 된장국을 나무젓가락과 함께 츠루기에게 건네자, 꾸벅 고개를 숙이고 바로 먹기 시작했다. 개장했을 때부터 이곳에 있었으니, 분명 배가 고팠을 것이다. 괴물 같은 행동만 눈에 띄는 그녀지만, 역시 명문 여학교 트리니티라고 해야 할까. 식사 예절에는 품위가 있었다. 안경에 김을 서리게 하며 국물을 마시는 시미코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곤약의 쫄깃한 식감과 함께 된장의 깊은 맛을 만끽하고 있자, 뒤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렌카와 체리노가 붉은겨울 사무국의 임원들을 이끌고 걸어오고 있었다.
「콤라드. ……이제, 우리들은 돌아간다.」
「그래…… 붉은겨울 연방학원은 머니까. 야간열차 타고 가는 거야?」
「아아. 내일은 학원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어서, 회장으로서 얼굴을 비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암……」
따라다니는 사시로 토모에의 코트 자락을 붙잡고, 체리노는 눈을 비비고 있다.
「비행선을 이용하면, 아침에 여기서 출발해도 늦지 않으실 텐데요.」
「비행선은 안 돼! 그런 거…… 사고로 떨어지면 어떡해!」
「네…… 후훗. 그렇군요. 안전 제일이죠.」
토모에의 코트에 잡힌 주름이 더 심해졌다. 비행선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때까지 늠름하게 서 있던 이케쿠라 마리나가 갑자기 창백해졌다. 비행선을 이용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두 사람이 무서워하기 때문일까. 그걸 묻는 건 심술궂은 것 같아, 잠자코 있었다.
「……선생, 이걸. 변변찮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고마워. 후훗, 귀여운 인형이네.」
「앗, 마리나…… 나도 준비해 둘걸…… 아, 콤라드! 다음에 오면 내가 선물 줄 테니까, 조만간 꼭 와라! 알겠나!」
「응. 가능한 한 빨리 갈게. ……그런데 체리노. 227호 특별반 아이들은 만났어?」
「……만났지만, 콤라드와 약속한 대로 오늘은 잠자코 참았다.」
「그렇구나. 고마워.」
언젠가는 그 아이들의 근신도 빨리 풀리면 좋겠지만, 그것만큼은 학원의 자치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하품을 삼키는 체리노의 뒤를, 측근이 따라 걷는다. 샬레 주변의 추위 정도는 분명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다.
붉은겨울 연방학원 학생들을 배웅하고 몇 분이 지나자, 뒤이어 게헨나 선도부의 지각생들이 도착했다. 위압감을 풍기는 소라사키 히나의 뒤를, 시로미 이오리가 따르고 있었다. 순간 츠루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지만, 그녀는 총에 걸었던 손을 놓았다. 그것을 확인하고, 히나도 바로 나와 눈을 맞췄다.
「왔어, 선생님. 자치구 청소하느라 늦어버렸네.」
「어서 와. 오늘은 푹 쉬다 가.」
「그럴게. ……저기 선생님, 호스트면서 접수처에 있어도 되는 거야?」
「응. 슬슬, 접수 담당도 교대할 시간이고.」
바깥의 냉기가 두 사람에게는 힘든 걸지도 모른다. 손바닥에 입김을 불어넣고, 비비고 있다.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이오리가 힐끗힐끗 보고 있었다. 한 그릇 먹고 몸 좀 녹이고 가라고 권하자, 접수처에 총을 맡기고 바로 두 사람 모두 냄비를 들여다보았다.
「이오리?」
「왜?」
「산타 모자, 잘 어울리네.」
「……선생님이 말하니까, 뭔가 변태 같아.」
옆에서 히나가 뺨을 살짝 풀고 있었다.
6.송년회 회장②
접수처에서 행사장으로 돌아와 보니, 벽가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아케보시 히마리와, 조마에 사오리였다. 마치 사람의 물결을 피하는 것처럼, 말도 없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건 보기 드문 조합이네.」
「어머, 선생님. 초천재 병약 미소녀 해커를 만나고 싶어지셨나요?」
「……초…… 뭐……?」
「초천재 병약 미소녀 해커예요.」
「그건 또 뭐야……」
「밀레니엄 학생이 아닌 분이 제 이름을 모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비밀이 많은 소녀만큼 아름다운 건 없으니까요.」
「……휠체어 때문에 불편한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거랑 전혀 다르네……」
「몸은 약하지만,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어요. 아리우스 분교의 조마에 사오리 씨.」
「……날 아나?」
「네. 여기 계신 선생님이, 샬레 부원 명단을 훤히 들여다보이는 데이터로 가지고 계시거든요.」
「일단, 보안은 걸어 놨는데……」
「후훗, 그런 건 보안이라고 할 수 없어요. 치히로에게 또 혼날걸요?」
나를 놀리듯 웃는 히마리. 사오리는 불편한 듯 서 있었다. 잔의 내용물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사오리, 뭐 좀 먹었어?」
「……아니.」
「참가비는 이미 냈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500엔 정도 되는 금액으로, 이렇게까지 대접받을 수는……」
사양하려는 사오리였지만, 몸의 주인에게 항의하는 목소리가, 날씬한 배에서 새어 나왔다.
「봐, 배고프잖아. 스쿼드 애들도 와 있으니까, 가서 먹어.」
「그건──.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알았어. 다녀올게.」
썩 내키지 않는 목소리였지만, 사오리는 깨끗한 접시를 집어 들었다. 마스크를 벗고 모자도 벗고, 작은 보폭으로 천천히, 뷔페 줄에 합류했다. 히마리도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히마리는 왜 혼자 있어? 에이미는?」
「덥다면서, 발코니로 나가 버렸어요. 그보다 선생님, 이제부터 재미있는 게 시작될 거예요.」
「응……?」
히마리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엔지니어부와 베리타스 부원들이 프로젝터 앞에서 무언가를 부산스럽게 만지고 있었다. 벽에 투사된 게임 시작 화면을, 게임개발부 부원들이 모두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히마리와 함께 다가가 보니, 시라이시 우타하가 다가왔다.
「안녕, 우타하. 이건 뭐야?」
「간단한 공연이야. 『테일즈 사가 크로니클 2』는, 선생님도 잘 알고 있지? 베리타스가 게임 데이터를 분석해서, 엔지니어부와 공동으로 최단 클리어 기록을 세웠어. 모처럼의 자리니까, 개발자들에게도 보여주려고.」
태연한 표정으로 말하는 우타하의 저편에서는, 가정용 게임기 본체가 왠지 모르게 핫플레이트 위에 올려져 있었다. 네코즈카 히비키가 손에 든 십수처럼 생긴 봉에서는,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이건 뭐지. 뭐가 시작되려는 거지.
「현재 실내 온도에 맞춰 핫플레이트로 본체 온도를 조절하고, 메모리의 휘발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거야. 난수 테이블의 시작 방식을 고정한 다음, 전기 충격을 가해 난수를 건너뛰고, 분석한 메모리에 접근하는 조작을 컨트롤러로 실행해서 엔딩 발생 코드를 실행하는 거지. ACE, 임의 코드 실행이라는 거야.」
「굉장해, 하나도 모르겠어.」
「일단,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거야.」
과학 실험과 같은 광경에, 신기함 때문인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스크린 앞에서 해설을 하는 토요미 코토리가 의욕에 넘쳐 있었다.
「자, 그럼 여기서 타이머를 시작하겠습니다. RTA 시작입니다. RTA란 실제 시간으로 최단 클리어를 목표로 하는 경기의 하나로── 앗, 시작됐네요! 본체 온도는 적정 온도, 히비키가 전기 충격 버튼을 누른다! 화면이 엄청나게 버그가 나면 여기서 전기 충격을 3초 동안 4번 가합니다. 초당 1회 페이스로는 약간 늦어서, 여기서 타이밍 조정을 실수하면── 앗! 설명하는 사이에 끝나 버렸네요! 타이머 스톱! 기록은 13.1초, 뉴 레코드입니다!」
「아゛ーーーーーーーー! 우리들의 갓겜이이이이이이이이이‼」
사이바 모모이가 비명을 질렀지만, 화면에는 END라고 크게 표시되어 있었다. 박수를 치는 것은 게임기를 둘러싼 관계자들뿐이었고, 나를 포함한 구경꾼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뺨을 붉힌 코토리가 히비키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있었다.
「자, 히비키, 완주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스파크의 출력을 조절하면, 더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군요, 그럼 더 개량해야겠네요……」
밀레니엄의 악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상한곳에 쏟아붇는 열정을 목격하고, 주위의 반응은 다양했다. 다만, 신흥 학원인 동교가 트리니티, 게헨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3대 학원이 된 것도, 이 기세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족스러운 듯 피자를 베어 물고 있는 우타하에게 부탁한 것을 떠올리고, 카드를 건네는 김에 물어보았다.
「저기 우타하. 부탁했던 그거, 다 됐어?」
「응, 식당에 놔뒀어. 시운전은 끝냈으니까,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거야.」
「고마워. 제때 맞춰줘서 다행이야.」
「……선생님은 다정하네.」
우타하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7.폐회 후의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시간은 언제나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법이다. 막차가 가까운 학교 학생들부터 조금씩 모습을 감추고, 인산인해를 이루던 행사장은 이제 텅 비어 있다. 교대로 열심히 일해 준 접수 담당과 요리 담당도 해산하고, 샬레 거주구의 깊은 밤이 몹시 쓸쓸하게 느껴졌다. 사무실로 옮길 틈도 없었기에, 학생들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대부분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바닥 한구석에 쌓여 있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이 돌아간 것은 아니다. 뒷정리를 하는 대신 하룻밤 잠자리를 제공하고, 남은 음식을 가져가게 해준다는 약속 아래 RABBIT 소대, 아리우스 스쿼드, 227호 특별반 학생들이 남기로 했다. 참가한 학생들이 거리낌 없이 돌아갈 수 있었던 것도, 그녀들이 동의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큰 접시들을 그러모아, 엔지니어부에 만들어 달라고 한 보존식 제조기에 조금씩 요리를 넣는다. 수상한 연기가 피어오르지만, 배출구에서는 동결 건조된 스파게티나 레토르트 팩으로 가공된 팔보채 등이 차례로 나온다.
「이 기계 대단하네~ 통조림도 만들 수 있어?」
「크기가 맞는 캔이 필요하지만, 만들 수 있는 것 같아.」
「흐음…… 역시 밀레니엄의 과학력이네.」
동그란 안경 너머로, 카자쿠라 모에는 흥미진진하게 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 들고 다니던 막대 사탕 대신, 지금은 초콜릿 바를 베어 물고 있다.
「있지 있지, 정리 끝나면 젠가 하자, 젠가. 좋지 않아……? 다 같이 조심조심 블록을 빼는데, 사소한 실수로 모든 게 와르르, 와장창…… 크큭…… 쿠히히……♡」
파티 게임으로 위험한 소망을 채울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것이다. 황홀경에 빠져 있던 모에였지만, 뒷정리를 빼먹은 것을 들켜 소대원에게 손을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
번갈아 찾아온 것은, 멀리 레드윈터 변방에서 온 두 사람이었다. 샬레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두 사람은 숙박을 희망했다. 남은 푸딩을 낼름낼름 먹고 있는 아마미 노도카 옆에서, 액체가 가득 담긴 유리병을 손에 든 마요이 시구레가 다가온다.
「자 이거, 선생님께 선물.」
「발효된 모르스는 안 된다고 했잖아.」
「선생님이 혼자 즐기는 거라면 문제없잖아? 어른이고. 비장의 물건을 가져왔으니까…… 응?」
「……어쩔 수 없네, 정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시구레는 나에게 병을 밀어붙였다. 알코올 종류는 일단 입구에서도 검사받았으니 괜찮을 테지만,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니, 어딘가에 캄포트를 숨겨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빈틈이 없네…….
그렇게 뒷정리가 끝나갈 무렵, 문득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통로 모퉁이에서 유우카가 손짓하고 있다.
「유우카. 막차는 괜찮아?」
「문제없습니다. 앞으로 440초 후에 플랫폼에 있으면 가장 가까운 곳까지는 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머뭇거리는 유우카는, 허리 뒤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내가 들여다보려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몸을 비틀어, 그것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저기…… 서, 선물입니다. 다들 보는 건 싫어서요.」
결심한 듯 내민 것은, 예쁘게 포장된 꾸러미였다. 허락을 받고, 키보토스 식으로 그 자리에서 박박 종이를 찢었다.
「……고마워. 이거 갖고 싶었던 거,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야, 항상 보고 있으니――가 아니라, 선생님은 위태로워서 눈을 뗄 수가 없으니까……!」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 유우카를 보고 있으니, 이쪽이 더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그…… 내일, 아니 오늘인가…… 선생님은 바쁘신가요?」
「음, 숙박조가 다 돌아갈 때까지는, 적어도 계속 샬레에 있을 거야.」
「네…… 저기…… 밤! 밤에는요!」
「예정은 없어. 마음대로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 그럼…… 내, 내일, 샬레에 올게요. 계세요. 호, 혼자서요! 그럼 그런 줄 아시고, 안녕히 주무세――」
나에게 등을 돌린 유우카가, 바닥에 울려 퍼지는 비명을 질렀다.
「노아! 먼저 가 있으라고 했잖아!!」
「그치만, 이렇게 밤늦게 혼자서는 외로운걸요.」
「드, 드, 듣지 않았지?」
「글쎄요, 어떨까요?」
「~~~~~~~~~~~~~~~~!!」
노아가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유우카는 허둥대고 있었다. 혼나겠지, 싶으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럼 선생님…… 메리 크리스마스♪」
「네, 아…… 메,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닫혀가는 문 안에서도, 유우카는 여전히 허둥대고 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아직 이른가……
올해 크리스마스는,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대로.
정말이지, 잘 만든 캐치프레이즈다.
자, 내일은 어떻게 보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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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 이상하게 번역된 학생 있으면 댓글 부탁함
댓글 3
이런 일상 개좋아ㅋㅋㅋ
어으 맛있는 한편이였다
ㅁㅊ개미식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