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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지나친 의욕

지상으로 침입한 경우, 지성소에 도달하려면 일단 건물 내부에 침입한 후 지하 회랑을 경유해야 했다.

입구에서 대기하던 1차 병력을 물리친 곳에는 과거 내가 파괴했던 기둥이 잔해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

그리고 이곳은――사오리 일행을 먼저 보내고, 내가 불멸의 군단을 막아섰던 장소.

아리우스 스쿼드를 용서하고, 그녀들의 미래를 기원했던 장소.

악역인 나는 여기서 사라지는 게 어울린다고, 포기할 뻔했던 장소.

그리고, 선생님에게서 '나의 미래'를 배운 장소.

그날 이후 나는 변했을까.

나는 계속, 그날 그대로인 건 아닐까.

나는, 그날의 나를, 그날까지의 나를――아직 용서하지 못했다.

「미카.」

「앗…… 왜?」

눈을 깜빡이고 정신을 차렸다. 허를 찔려 얼빠진 대답을 하는 나를, 사오리는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뭘 멍하니 있는 거지.」

「어……」

아이컨택도 못 했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다. 솔직하게 말할까, 하고 우물거리며 말을 꺼내려 했지만, 사오리는 내 생각을 읽은 듯했다.

「너도 떠올리고 있었나.」

「……응.」

모퉁이 너머로 가려던 에이미가 우리를 보고 멈춰 섰다. 더는 나아가지 않고, 모퉁이 너머를 엿본 후 대기 자세를 취한다. 나와 사오리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등을 돌린 채로.

「한 가지만 말해두지.」

「뭘?」

「――마녀는 죽었다.」

「……!」

사오리의 말이 내 가슴 한가운데를 꿰뚫었다. 마녀. 그 두 글자는 내 마음을 계속 옭아매 온 족쇄였다. 마녀는 죽었다. 그와 비슷한 말을 누군가에게 듣기를, 나는 계속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기다리기만 했다는 게, 조금 한심하지만.

「선생님께 자세한 내용을 들었다. 너는 여기서 유스티나 신도의 군세를 막아섰다고.」

「그, 그렇긴 한데.」

이상했다. 나를 꿰뚫는 시선은 차가운데, 더워서 땀이 날 것 같다.

「마녀는, 네가 없앴다.」

「……사오리.」

「과거에 얽매이지 마라. ……아니, 나도 남 말 할 처지는 못 되나. 베아트리체의 그림자가 아직도 아른거리니. '이제 와서 네가 살아갈 미래 따윈 없다'고,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뇌리를 스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 속이 술렁거린다――이 앞에, 그 녀석이 있기 때문이겠지.」

사오리가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그걸 보고, 이 자리에 없는 아리우스 스쿼드 멤버들이 떠올랐다. 나보다, 분명 이 아이가――그 아이들이――영혼에 새겨진 저주는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다. 사오리의 속마음이 신경 쓰였다.

「가자. 우리[・・]의 저주를 풀자.」

「응. ……있지, 사오리.」

「뭐지.」

「사오리,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샬레의 선생에게

「미안, 기다렸지.」

「뭔가 분위기가 다른 녀석이 있어.」

「……바르바라다!」

「역시 있었나.」

작은 화면에 비치는 모습에서도 전해져 오는 기묘한 압박감. 유스티나 성도회의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여겨지는 성녀의 복제체[미메시스]. 그 강함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수많은 적과 함께 나타나, 선생님이 중간에 와주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었을 상대였다. 푸르스름하고 차가운 장발을 보고 손바닥에 땀이 맺힌다.

하지만――괜찮아. 지금은 나 혼자가 아니야.

「탐색해봤는데, 적은 한 명뿐이네.」

「조금 피탄은 피할 수 없는 느낌일까~……」

「실드 유닛은 두 개 남았어. 여기가 쓸 때일지도.」

「……지성소까지는 외길이다.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겠군. 선생님, 지시를 부탁한다.」

다 같이 채널을 맞추고, 지휘관의 판단을 구한다.

『세 명이라면 괜찮아. 각자의 역할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상대야.』

선생님의 목소리는 힘찼다. 공격 역할 분담이 이어서 설명된다.

피탄을 각오하고 에이미가 돌격을 감행해 표적이 된다. 사오리는 중화기만 노린다. 접근하면 에이미도 마찬가지로 무기를 노린다. 누군가 한 명이 표적이 되기 전에 내가 본체를 노린다.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궁지에 몰리는, 위험한 작전이었다.

「서두르자. 여기 온 후로 불쾌한 공기가 점점 짙어지고 있어.」

에이미가 자리를 잡았다. 아이컨택을 주고받으며 의사를 통일한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확실한 일격을 날려야 해.

『실드 전개.』

작게 중얼거리자, 에이미가 힘껏 땅을 찼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모터 도는 소리가 나고, 엄청난 개틀링 탄환이 벽을 깎아나간다. 몸을 내밀어 보니, 폭우 같은 탄막에 정면으로 돌진하는 뒷모습이 보였다.

『시작한다.』

「응!」

통로로 굴러 나간 사오리가 조준한다. 나도 뛰쳐나갔다. 팡, 하고 공기가 터진다. 착탄을 확인할 여유 따윈 없다. 탄창의 탄환에 의식을 불어넣고, 조준한다. 저것이 복제체[미메시스]라면, 부상을 입는 건 있을 수 없다. 단숨에 소멸하거나, 우리가 한꺼번에 쓸려나가거나, 둘 중 하나다.

「……!」

손가락에 힘을 주자마자, 바르바라의 오른손에서 기관총이 떨어져 나갔다. 왼손을 노린 산탄이 슬로우 모션처럼 퍼져나간다.

발사된 탄환은 바르바라의 오른쪽 어깨를 꿰뚫고――이어지는 9밀리 탄환이 그 몸을 구멍투성이로 만들었다. 그대로 복도 반대편까지 날려 보내, 안쪽 벽에 격돌시켰다. 벽에 꿰매진 채, 검은 실루엣이 안개가 되어 소멸해 간다.

「……해냈다.」

연계 성공. 참았던 숨을 천천히 내쉬고 힘을 뺐다. 근처에서 사오리가, 멀리서 에이미가, 각각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미카 선배, 포탄이라도 쐈어?」

「에? 그런 무기 없는데?」

「관통은커녕, 저런 속도로 벽까지 날려 보내다니.」

가리킨 곳을 보니, 벽에 커다란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탄흔치고는 직경이 너무 컸다.

「선생님이 말했던 '역장'의 영향이 우리에게도 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 내가 쏜 탄환도 이상하게 위력이 있었다. 개틀링을 날려 버릴 생각이었는데, 총신을 두 동강 내다니.」

「나도, 좀 더 깊은 대미지를 입을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었어.」

에이미는 태연했지만, 탄환을 맞은 증거가 어깨와 배에 여러 개의 붉고 보라색 멍을 만들고 있다. 「이런 건 상처 축에도 못 껴」라고 말했지만, 그녀의 괴물 같은 배짱과 강인함에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정신의 힘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역장. 선생님은 그렇게 설명했다.

그런 건 너무나 편리하다. 왜냐하면 그건, 믿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이 더 큰 에너지가 된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얻은 실감이 그 증명을 해버렸다. 자신에게 좋을 대로 역장을 만들었다면, 이 안쪽에 있는 베아트리체는 얼마나 그 힘을 증대시키고 있는 걸까. 후위가 합류하기를 기다리고 있자니, 실내인데도 안개가 자욱해졌다.

「있지, 사오리. 예전에 베아트리체를 격퇴했었지?」

「아아. 선생님의 지휘도 있어서, 아츠코 없이 세 명으로도 어떻게든 됐다. 끝나고 보니 허무하다고 생각했지만――그때의 위압감과는 전혀 다르다.」

「엄청 싫은 느낌이 들어. 공기가 짓누르는 것처럼 무거워……」

원념인지 원한인지 모르겠지만, 기분[・・]만으로 강해지다니 골치 아프다. 지금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달라붙는 미지근한 공기가 점점 더 짙어지고, 기다리고 있다가는 늦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세 명 다, 무사한 것 같네.」

천둥이를 선도로 선생님 일행도 합류했다. 건강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깨의 힘이 쑥 빠졌다. 무사히 합류한 것을 기뻐하고 싶은 건, 나다.

「선생님, 진통제 앰플 있어?」

「있긴 한데…… 물러날 때를 놓칠지도 몰라, 에이미.」

「그것보다, 한순간이라도 멈춰버리는 게 더 위험해.」

「……알았어.」

걱정스럽게 말하는 선생님에게서 기기와 약품을 받아, 에이미가 팔뚝에 직접 주사를 놓았다.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탈지면에서 병원을 떠올리게 하는 알코올의 불길한 향기가 났다.

「여기부터는 천둥이도 전위에 참가시킨다. 예비 Mk-II도 세 기 전부 투입한다. 공격하는 쪽이 많을수록 좋겠지.」

우타하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의 발밑을 빠져나와 미니 사이즈의 천둥이들이 와서, 오리 새끼처럼 줄지어 섰다. 무릎 아래 정도의 높이는 왠지 귀엽지만, 이 크기로 기관총 수준의 발사 속도를 자랑한다고 들으니 소름이 돋았다.

후위는 방 밖에서 대기하고, 돌입한 전위를 가능하면 엄호한다.

말을 나눌 필요는 없다. 보면 즉시 사격한다. 그렇게 입을 맞추고, 에이미가 선두에 섰다. 그 순간.

《목 빠지게 기다렸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머릿속에 직접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어본 적 있는 여성의 목소리.

있다. 방 안이다.

사오리가 문을 걷어찼다.

「……어디냐.」

지성소 내부는 짙은 안개가 자욱해서 시야가 나쁘다. 서로의 사각을 엄호하는 위치를 잡고, 먼저 세 명이 문을 통과했다. 잔해가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고, 벽에도 총탄 자국이 있다. 칸막이 커튼은 구멍투성이에 찢어져 있다. 지성소라는 이름이지만, 이런 건 썩어 문드러진 비참한 폐허다.

《거기에 있는 건 알고 있답니다―― 선생님.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소중한 학생이 상처 입을 거예요》

「나와. 어른 주제에 쫄고 있는 거야?」

이걸로 나오면 고생 안 하겠지, 하고 속으로 덧붙이고 엄폐물을 확보했다.

《미숙한 애송이…… 후후, 또 제 말에 따르고 싶어졌나요?》

「그 애송이한테 의지하지 않으면 집에서도 못 나온다니, 엄청 촌스럽지 않아?」

『좋아. 더 말해줘.』

회선 너머에서 사오리가 웃음을 참고 있었다.

《살아남고 싶었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을 텐데. 어리석은 계집》

부왓――망토가 물결쳤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 안개가 천장으로 밀려났다. 점점 밝아지고…… 안쪽에 사람 그림자 덩어리가 보였다. 뭔가 검은 것이 그 앞에 가로막고 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복제체[미메시스]다.

우리가 몸을 내밀기도 전에, 천둥이가 반응했다.

『적의 수 불명. 제1 표적, 하얀 코트.』

긴박한 호령을 귀에 담고, 조준한다.

『천둥이가 너희는 사선 밖으로 빼줄거야. 오인 사격 걱정은 없어.』

총 네 문의 기관총 일제 사격이 앞을 휩쓸어 간다. 재장전 틈을 타 전진한다. 일제 사격 타이밍은 우타하가 알려줬다.

『……없어. 그 어른은 어디?』

『그 녀석의 본체는 거대한 괴물이다. 저 덩치라면 어디서든 보일 텐데.』

에이미가 총격을 끌어들이면서 전선을 밀어 올린다.

엄호 사격이 붙어 있다. 다소 탄환을 맞을 각오로 돌진한다.

쏘면 쏠수록 쓰러져 간다. 좋은 흐름이다. 베아트리체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서 있는 적을 전멸시켜 버리면 상관없다. 오히려 빨리 처리하는 편이 좋다. 아까부터 '힘'도 잘 실리고 있다. 앞으로, 앞으로, 점점 앞으로. 누군가의 목소리에 후퇴하라는 재촉을 받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갈 수 있어.

이 상태라면, 나 혼자서――

「――미카 선배!」

에이미가 바로 옆에 있었다.

밀쳐져서 몸이 공중에 떴다.

「……어?」

언제 이렇게 앞으로 나왔던 걸까.

아니, 그 이전에, 에이미에게 보호받다니.

날아온 로켓이 터지고, 검은 코트가 폭염에 비춰진다.

「…………?」

샷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힘이 빠진 몸이 겹쳐져 온다.

나는 엉덩방아를 찧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싸움 중인데도 생각이 굳어 있었다.

「……으, 어라……」

「에이미!」

「일어설 수 없어…… 왜……?」

「어……!」

그녀를 안아 올리려 했지만, 양손에서 미끄러져――흙먼지가 일었다.

얼마나 공격을 받아도 움츠러들지 않았던 에이미가,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는다. 부르는 내 목소리에도 반응이 없다.

《아하하하하하하! 아무리 튼튼해도, 헤일로 파괴 폭탄은 막아내지 못한답니다. 자신의 내구력을 과신했군요. 어리석게도……》

『……다 쓴 게 아니었나.』

《소중히 아껴 둔 보람이 있었다는 것이겠죠. 노린 곳은 빗나갔지만, 방해되는 방패를 제거했습니다. 뭐 그럭저럭 합격점이겠죠》

「헤일로, 파괴 폭탄……」

《보세요. 당신의 독단 때문에, 소중한 동료가 힘이 다해 버렸답니다. 아아, 어쩌면 좋을까요. 불쌍하게도. 철없는 제멋대로인 당신 때문에……》

「그런……」

「큭, 틀, 려…… 귀를, 기울이면, 안 돼……」

요란한 고함 소리가 가슴에 박혀 온다.

「……미카 선배가, 당하면…… 이길 수 없게 돼. 나도, 사오리 선배도, 그, 파괴력은…… 낼 수 없어……」

굳게 쥔 주먹이 풀려 간다.

「선배…… 믿, 믿고 있어……윽……」

「앗, 아아아……!」

분홍색 헤일로가 희미해지고――보이지 않게 되어 버렸다.

《제멋대로 뭘 어떻게 해보려 하니까, 이런 사태를 초래하는 거랍니다. 후후후…… 정말이지, 좁은 시야는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유감이네요》

――그래, 내가 멋대로 앞서 나간 탓이야……!

――내 탓이야……!

제7장 약함을 자랑하자

――미카까지 당하겠어!

반사적으로 나는 땅을 박찼다.

지휘관이 전선에 나서는 건 자살 행위다. 키보토스의 누구보다도 약한 인간이 최전선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다리가 멋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논리적인 사고를 내던지고 충동에 몸을 맡겼다. 우타하와 히마리가 저 멀리 뒤에서 무언가 외치고 있다.

"아로나, 프라나. '방어'를 부탁해!"

『바, 방어요!?』

나를 유탄으로부터 지켜주는, 싯딤의 상자가 가진 신비한 가호. 초자연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것에 능동적으로 호소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두 사람이라면 그래도 통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프라나 쪽이 먼저 알아들은 듯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을 지키겠습니다.』

『네…… 네! 맡겨주세요!』

두 사람의 대답을 확인하고, 품에서 연막탄을 꺼냈다. 도망치기 위해 받은 그것의 안전핀을 뽑아 던졌다. 앞을 향해 힘껏.

시야를 가리는 게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두 사람의 위치는 육안으로 확인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일직선으로 달릴 뿐이다.

《햐아아아아아아아!! 드디어, 드디어 왔구나아아아》

연기 속을 달리는 나를 알아챈 모양이다. 소름 끼치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지성소를 감싸고 있던 안개가 한곳으로 응집되어 간다.

《하아아아아…… 힘이 솟아난다, 넘쳐흐른다, 우우우……!》

"베아트리체……!"

걷혀가는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그 괴물. 잎을 떨어뜨린 마른 나무 같은, 사람의 형태를 버린 추악한 증오의 화신. 쭉쭉 부풀어 오르는 그것은, 예전에 여기서 마주했을 때보다 훨씬 거대해져, 꽃잎 같은 머리 부분은 지성소의 천장에 닿을 듯하다.

번뜩이는 무수한 눈이 나를 노려본다. 총탄의 비를 뚫고 나아가는 나를 노리고 있다.

《수육은 이루어졌다! 이제 모두 죽여버릴 뿐! 총알 한 발에 목숨을 잃는 연약한 너부터다! 연막을 피워봤자 소용없다! 너만…… 너만 없으면어어어어!》

꽃잎의 중심에서 붉은 빛이 부풀어 올랐다. 탄막은 미끄러지듯 몸에서 벗어나지만, 과연 이것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총탄의 오래된 상처가 욱신거렸다. 통증을 의식할 수 있다면, 적어도 아직 죽지는 않았다.

조준하는 것도 없이 어지럽게 날아드는 총알. 한 발이라도 맞으면 나에게는 치명상이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건, 전력 질주의 피로 때문인가,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인가.

――공포에 삼켜지지 마……!

연기를 붉게 물들이는 빛이 시야를 온통 뒤덮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밀려오는 충격이 모든 것을 불태우려 한다는 것은 안다. 총력전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괴물이 뇌리에 떠올랐다. 헤일로의 가호를 받은 학생조차 제대로 받아낼 수 없는 것인데, 내가 살아있는 건 싯딤의 상자에 보호받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전투에서 나는 바람 불면 날아갈 듯한,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하지만 학생을 위해 뛰쳐나온 선생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무릎을 꿇을 수는 없었다.

총성이 뚝 끊겼다.

안 되나――아니, 괜찮다.

들이마신 공기는 폐로 흘러 들어온다.

발은 땅에 닿아 있다.

"에이미! 미카!"

"――엣, 선생님……?"

수십 센티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연기 속에서 두 사람을 찾아냈다.

"후퇴하자!"

축 늘어진 에이미의 몸은 무겁다. 대퇴사두근을 이용해 어깨에 짊어졌다. 부상당한 시민을 옮기기 위해 배운 소방관 운반법이다. 망설이는 미카의 손도 잡고, 연막 속을 후퇴한다. 싯딤의 상자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선생님, 선생님!』

"왜 그래?"

『방금 공격을 막을 때, 배터리를 65% 소모. 그중, 저 붉은 광선으로 57%가 깎였습니다.』

프라나는 담담하게 말하지만, 그 옆에서 아로나가 숨을 헐떡이고 있다.

『다음 공격이 오면 막아낼 수 없어요!』

"남은 용량은?"

『……14%』

"알았어, 고마워."

베아트리체에게 가호를 들켰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수는 이제 쓸 수 없다. 이제부터는 후방 지휘에 전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맞다. 사오리. 사오리는!

"사오리, 괜찮아? 자세를…… 그 자리…… 후퇴……!"

『진정해, 선생! ――나는 괜찮다. 연기에 숨어 엄폐물을 확보했다.』

"…………큭!"

말하려고 하니 기침이 나왔다. 시야가 깜빡거려 발밑밖에 보이지 않지만, 나는 발을 딛고 버텼다. 응답한 사오리는 평소와 같은 침착한 톤을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이래서야 어쩌겠는가.

하지만 나는 전투에 익숙한 학생들에게는 차마 볼 수 없는 상태였던 모양이다. 조용한 톤으로 『진정해』라고 사오리가 다시 한번 반복했다.

『심호흡해라. 두 번.』

"후우…… 후우……"

아드레날린이 한꺼번에 분출되어 머리가 뜨거워졌다. 굵은 기둥 그늘에서, 시키는 대로 폐의 공기를 갈아 넣자, 머리로 몰려들던 피가 목 아래로 돌아간다.

"……미안. 나답지 않게."

『그쪽 상황은.』

"에이미가 당했어. ……하지만, 숨은 쉬고 있어. 맥박도 끊기지 않았고."

사오리의 깊은 한숨――어이없음인지 안도인지 알 수 없는 그것이 인컴 너머로 들려왔다.

『헤일로 파괴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건가. 지독하게 튼튼하군.』

"일단, 에이미는 안전한 곳으로 퇴피시킬게."

『미카는 어떻지.』

"……부상은 없어."

하지만 미카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분명했다. 돌출한 곳을 감싸주었고, 그 상황을 즉시 공격에 이용한 베아트리체의 말이 깊숙이 박혀 있다. 내 톤으로, 사오리도 그것을 알아챈 듯했다.

『그녀석이 건재하다면, 아직 승산은 있다.』

"그렇네. 공격 목표가 모습을 드러냈어."

『연기가 걷히고 있다. 지시를 부탁한다, 선생.』

"……잠깐만 기다려줘. 관측 데이터를 정리할 테니까."

싯딤의 상자 로그를 확인했다. 사오리의 총격으로 나뭇가지 같은 기관이 부러진 모양이다. 센서의 반응도, 눈앞에 솟아 있는 거체가 유기체임을 나타내고 있다. 후방 지원을 하는 동안, 히마리와 우타하로부터도 보고가 들어왔다.

『갑자기 나타난 것은 실체인 것 같습니다. 공격을 가하면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보기에는 상당한 질량이 있는데, 저걸 어디에 숨겨뒀던 걸까. 이것도 특이 현상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 분석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고민하는 사이에도 오한 같은 중압감이 급속도로 강해지고 있다. 손쓸 수 없게 되기 전에 압도적인 일격을 가하는 것이 유일한 승리의 길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자리를 사수해. 후방 지원을 전진시킨다. 사오리, 잠시만 버텨줘."

『알겠다. ……미카, 들리나?』

"응. 미, 미안……."

『사과하지 마라. 내가 시간을 벌겠다. 네가 결정타를 날려라.』

"할 수, 있을까……?"

미카는 정말 알기 쉬운 아이다. 자신감을 잃은 것이 얼굴에 드러나 있고, 하얀 날개도 축 처져 있었다.

"할 수 있어, 미카. 이 역장을 최대한 이용하는 거야."

『나를 믿어라. 나도 너를 믿는다.』

"믿는다……. ――응, 알았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미카가 얼굴을 들었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멀리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사오리의 지원을 지시하기 위해 우타하와 채널을 연결하자――

『선생님, 저도 전선에 나갈게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후퇴하는 도중에 우타하와 합류했다. 공격을 멈춘 천둥이의 측면 커버를 열고, 우타하가 무언가 스위치를 넣고 있었다.

「뭘 할 생각인가요?」

「그걸 쓸 거야. 미완성 병기지만, 성공하면 저 하얀 코트를 일소할 수 있어.」

『무리예요, 우타하. 아직 연산 처리 최적화가 되지 않았어요!』

히마리가 그녀답지 않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렸지만, 우타하는 손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사오리 혼자서는」

「……그렇네. 포위당해서, 그대로 격파당할 거야. 다음에는 구출하러 가지 못할수도 있어. 전위의 붕괴는 결정적인 것이 될 거야.」

후위에 대기하고 있는 전력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오리가 쓰러지고 미카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물량도 아니고, 전황을 악화시키는 근원은 현재 진행형으로 전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우타하가 말하는 것은, 천둥이의 업그레이드 건이겠지. 성능 시험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모 아니면 도의 도박이 된다. 그 정체도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판단을 망설일 여유도 없다.

「선생님, 허가를 부탁해!」

「――승인할게. 부탁해, 우타하.」

우리의 대화를 들은 히마리가,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우타하, 착용하면 바로 네트워크 채널을 열어 주세요. 부하 경감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구축해서 전송하겠습니다.』

「……착용?」

「천둥이, 변형[트랜스폼]――융합[퓨전]!」

외침에 응하듯, 천둥이가 체중계 같은 납작한 판으로 압축되었다. 우타하가 그 위에 올라서자, 그녀의 몸이 발밑부터 백은의 금속판에 덮여 갔다.

장착까지는, 불과 몇 초. 특촬 히어로 같은 파워드 슈트가 우타하의 전신을 감쌌다. 나는 환호성을 지를 뻔했지만, 꾹 참았다. 쓰러진 에이미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우타하는 결사의 각오로 전선에 나가려고 하고 있으니까.

「좋아, 기동은 성공이야. 음성 인식은 역시 로망이 있네.」

스피커를 통한 목소리로, 착용감을 확인하듯이, 우타하가 몸통을 비틀었다. 천둥이에 갖춰져 있던 포탑은 슈트를 구성하는 부품이 되어 있어, 어떤 무장이 있는지는 외형으로는 알 수 없었다. 백팩에 무언가가 내장되어 있는 것 같지만…….

「이 배터리 잔량으로는, 가동 한계는 5분 정도인가. 실전 투입은 처음인 미완성이지만, 할 수밖에 없어.」

『포트 Y204를 개방해 주세요. 멀티 록 시스템을 설치하겠습니다.』

「고마워. 히마리는 정말 일 처리가 빠르네.」

『당연하죠. 전지니까요.』

콧김 소리가, 인컴 너머로도 들려왔다.

「좋아. 선생님, 다녀올게.」

큰 걸음으로, 우타하는 초연이 자욱한 전장으로 뛰어들어 갔다.

* * * * *

시라이시 우타하는 운동을 잘 못 했다. 기계 공학 분야에서는 밀레니엄에서 한두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재였지만, 체력 측정 결과는 항상 키보토스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반 전체가 함께 마라톤을 할 때도 뒤에서부터 세는 게 빠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빼먹지 않고 열심히 했던 체육 수업에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우타하는 실감하고 있었다. 신체 조작법이라 할 수 있는 운동의 기억은 소뇌에 축적되어, 스프링을 장착한 발뒤꿈치로 튕기듯 전진하는 동안에도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사오리, 도와줄게!"

『우타하인가!?』

"그래. 밀레니엄의 콩나물은 너희 같은 피지컬 강자에게는 미치지 못해. 하지만 이렇게 하면, 나도 조금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거야."

제정신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은 아리우스 학생이 복제체[미메시스]를 거느리고, 엄폐물에 숨은 사오리를 포위하며 몰아붙이고 있었다. 끊임없이 총알을 퍼붓는 집단의 배후에서는 베아트리체도 불꽃을 내뿜으며, 괴광선으로 그늘이란 그늘은 모두 파괴하고 있었다.

모든 시선이 사오리에게 쏠려 있었다. 빈틈을 노릴 절호의 기회였다.

우타하는 힘껏 바닥을 딛고 도약했다. 적 집단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까지 뛰기에는 본인의 신체 능력이 부족했다. '더 높이'라고 생각하며 왼쪽 중지를 구부리고, 발뒤꿈치에 장착한 화약을 폭발시킨 반동으로 다단 점프를 시도했다. 설계 단계에서는 버니어를 분사하여 공중에 머무를 수 있을 예정이었지만, 작업 시간 부족으로 구현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천장 바로 아래까지 고도를 확보할 수 있다면 충분했다. 예상했던 광경이 우타하의 눈 아래 펼쳐졌다.

"사오리, 물러서! 연료 기화[서모배릭] 미사일로 열원을 일소할 거야!"

『……! 알겠다, 부탁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우타하의 시야에서는 실체를 가진 아리우스 학생의 체온이 감지되어, HUD 안에서 차례차례 록온되었다.

총탄이나 폭발에도 견딜 수 있는 학생의 육체도 급격한 산소 부족에 시달리면 순식간에 의식을 잃는다. 범위 안에 휘말리게만 할 수 있다면, 탄두가 직격하든 말든 상관없다. 비인도적인 공격을 가한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우타하는 이 병기를 탑재한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믿었다.

사오리가 충분히 거리를 벌렸다. 모든 목표를 포착하고, 우타하가 외쳤다.

"발사[파이어]!"

등의 백팩이 열렸다.

가득 채워진 소형 미사일이 일제히 발사되어, 지면을 향해 쏟아졌다. 어떤 것은 직선으로, 어떤 것은 곡선 궤도로.

유도탄이 복제체[미메시스] 무리를 뚫고 지나가며 차례차례 폭발을 일으켰다. 연료 기화 폭약은 '오랫동안', '연속적으로', '모든 방향에서' 폭풍으로 목표를 덮친다. 무수한 작렬음과 충격파는 폭심에서 떨어진 우타하의 고막마저 찢을 듯했다.

아리우스 학생이 포연을 뚫고 날아가고, 불멸의 검은색이 안개처럼 흩어져 갔다.

그리고 모든 총격 소리가 사라졌다.

"전탄 명중 확인―― 윽……!"

흙먼지 속으로 착지한 순간, 우타하의 시야가 흔들렸다. 무릎 아래의 감각이 사라지고, 참지 못하고 웅크렸다.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초조한 의식과는 달리,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우타하, 무슨일인가요!』

"머,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연산 처리 최적화가 끝나지 않았다―― 히마리의 지적이었다. 공격 시스템을 기동한 부하가 전혀 경감되지 않은 채 우타하의 뇌에 걸리고 있었다.

"아직이야…… 아직……!"

기합이나 근성. 밀레니엄 학생 대부분이 싫어하는 그것들에 매달려, 우타하는 필사적으로 손바닥으로 바닥을 밀었다. 땅을 딛고 어떻게든 무릎에 체중을 실으니, 동시에 히마리의 목소리가 현기증이 이는 귀에 울려 퍼졌다.

『……우타하. 잠시만 참으세요.』

"히마리……?"

『천둥이의 연산 처리를 순차적으로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편해질 거예요.』

"……바로 될 것 같아?"

마치 눈 안쪽을 짓누르는 듯한 두통에, 우타하는 주먹을 꽉 쥐고 견뎠다.

『밀레니엄의 초천재 청초계 병약 미소녀 해커를 믿지 못하나요?』

"알았어. 부탁할게―― 엇……?"

이를 악문 우타하의 손가락 끝에 감각이 돌아왔다. 뇌를 조이는 통증은 아직 계속되고 있지만, 다리에도 힘이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의 앞에서는 사오리가 혼자 거대한 괴물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몸을 숨겨 도망칠 곳은 이미 파괴되었다. 우타하도 서브머신건을 꽉 쥐고 달려나가려 했다. 지성소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리우스 학생들―― 그 옆에 굴러다니는 물건이, 수많은 총을 수리해 온 마이스터의 눈에 들어왔다.

"……런처는 없을까?"

저렇게 표적이 크면, 빗맞히는 것이 더 어렵다. 그레네이드 런처라도 좋다. 일회용 RPG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조금이라도 파괴력이 높은 병기를, 자세를 낮추고 찾는다. 그러자 바라던 물건이 우타하의 발끝에 닿았다.

"사오리, 엄호할게."

맹공을 견디면서 한순간, 사오리가 시선을 우타하에게 향했다.

『FIM-92[스팅어 미사일]…… 쓸 수 있나?』

"네 동료가 이것과 같은 규격의 것을 사용하고 있을 거야. 정비해 준 적이 있어서, 사용법은 알아."

『미사키인가……. 좋다, 부탁한다.』

"자, 어디를 노려야 할까."

『나는 저 섬뜩한 눈을 노린다. 팔을 노릴 수 있겠나?』

"알겠다."

《그런 장난감으로 몸을 감싼다고 해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겁니까?》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든 것을 깔보는 불쾌한 목소리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화학 약품처럼 의식 표면에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상황은 호전되었다. 그렇다면 이 기세를 꺾을 수는 없다. 번거로움을 떨쳐내려는 듯, 우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딴 데 보고 있었나? 이제 복제체[미메시스]인가 하는 것을 불러낼 수 없게 되었을 텐데. 남은 표적은 단 한 명―― 아니, 사람은 아니던가. 마치 게임의 몬스터 같네."

조롱하는 베아트리체의 말투에 우타하는 익숙함을 느꼈다. 고해실에 있던 것은 이 목소리의 주인이었다. 깔보는 시선으로 과학을 모욕한 존재에게, 망설임 없이 포탑을 겨눴다.

"――가라!"

록온 부저를 신호로 방아쇠를 당겼다. 후방 부스터에서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로켓 부스터에 불이 붙었다. 요격 불가능한 속도 영역까지 추력을 얻어, 거대한 몸체에 덤벼들었다.

"좋았어……!"

명중하고, 폭발. 오른쪽 상완이 가운데에서 꺾이며, 그 움직임을 멈췄다.

이대로 추격하면, 팔 하나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다. 꽃잎을 본뜬 머리에 피어난 무수한 눈은 그중 몇 개는 이미 꿰뚫려, 독기 어린 선혈을 흘리고 있다.

《사오리, 지금이라도 제 곁으로 돌아오세요!》

『필사적이군. 꼭두각시가 그립나!』

《너처럼 증오로 자란 아이가 살아갈 곳은, 여기 말고는 어디에도 없어요!》

――과연, 그런 거였나.

예배당에서 나눴던 대화가 우타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학생들이 있을 곳을 빼앗고, 의존하게 만든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이 어리석은 어른은 자신의 악의를 조금도 돌아보지 않는 모양이다. 우타하가 존경하는 어른[선생님]과는 너무나 달랐다.

『외도 같으니! 아리우스 밖도 제대로 모르는 네가 뭘 알아!』

《……! 쓸모없는 것이, 죽어라!》

『죽여 봐라ー!』

덮쳐오는 검은 불꽃이나 붉은 광탄에 노려져도, 사오리는 겁먹지 않는다. 수십 배나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베아트리체 쪽이, 드러난 투지로 포효하는 사오리에게 밀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오리의 등에서 든든함을 느끼며, 우타하는 또 다른 미사일 런처를 노획하여, 왼쪽 팔꿈치에 조준을 맞췄다.

* * * * *

흔들리는 진자.

그건 내가 집중력을 높일 때 떠올리는 광경.

실이 수직이 되는 순간, 구체의 중심을 포착한다.

그게 잘 되면 총알에 '힘'을 실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진자는――흐트러져 있었다.

좌우뿐만 아니라 앞뒤, 위아래로도 흔들리며 궤도가 일정하지 않았다.

동요하는 나와, 침착하려는 내가, 부딪히고 있다.

선생님께 업혀간 에이미의 헤일로가 사라진 뒤통수와 힘없이 늘어진 팔이 눈꺼풀 뒤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내 시야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내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에이미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어째서 그녀를 믿고 최전선을 온전히 맡기지 못했을까.

장갑판을 두른 우타하가 뛰쳐나오고 총성의 두께가 크게 줄었다. 후방 지원으로, 직접 싸우는 걸 어려워하는 그녀가, 용기를 쥐어짜내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두 사람이 적의 주의를 끌고 있다.

나 혼자만이, 전선에서 떨어져 있다.

몸을 숨기기에는, 부족한 부러진 기둥 그림자 속에사.

지금 당장 전선에 복귀해야 한다고, 머릿속 어딘가가 외치고 있다.

『팔이 재생됐다고?』

『미사일 효과가 약해지고 있어』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절박하다.

빨리…… 빨리해야 해…….

이대로는 두 사람도 당할 거야……!

어째서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집중할 수 없는 거야――

언제까지고 쓸모없는 나――!

「――미카!」

「읏!? 서, 선생님!」

감고 있던 눈을 뜨자, 선생님이 서 있었다.

「상태를 보러 왔어」

「앗, 위험해, 여기 있으면!」

「괜찮아. 베아트리체는 저 두 사람에게만 정신이 팔려 있어」

「……미안해. 내가 모두의 발목을 잡고 있어」

여기는 노려지지 않아. 사정거리 밖일지도 모르지만, 사정거리 밖에 있어도 괜찮은 건 저 두 사람만으로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야. 역시…… 내가 한 일은 쓸데없는 짓이었을 뿐이었을지도 몰라.

아아, 안 돼. 또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어――.

「미카, 그건 아냐」

온화하지만, 단호하게 선생님은 말했다. 그 목소리에,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든다. 자신의 숨이 가빠 어깨가 들썩이고 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처음 깨달았다. 마치 집중이 안 돼서, 무심코 마른웃음이 나올 뻔했다.

「미카에게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모두 그걸 믿고 의지하고 있어. 자신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을――자신의 힘을 믿고 그렇게 하고 있지. 나도 그래. 싸울 수는 없지만 싸우는 모두의 지휘는 할 수 있어」

화염구가 날아와, 기둥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선생님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등을 곧게 펴고 서서, 머리 하나만큼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본다.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 무기를 손에 들고 있지 않은데도, 선생님은 누구보다 강해 보였다.

「모든 걸 혼자 짊어지면, 어딘가에서 반드시 파탄이 나」

「…………응」

「그러니 지금은 딱 한 가지에만 집중하자. 다른 모두, 적어도, 지금 함께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과감하게 믿어줘. 남에게 의지해도 괜찮아. 그리고……」

선생님의 커다란 손바닥이 천천히 내 머리 위에 얹혔다.

「――자신의 약함을 용서해줘」

「……!!」

그 한마디에, 진자의 궤도가 바뀌었다.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천천히. 늘어졌던 실이 팽팽하게 펴지고, 왼쪽에서 내려온다. 그대로, 중앙으로.

――잡았다.

「선생님…… 정돈됐어」

「할 수 있겠니?」

「응! 그런데 지금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선생님께 의지하고 싶어」

「나에게?」

「……기도를 드리고 싶어. 지금만이라도 좋아. 내――신이 되어줘」

어째서 예배 같은 걸 해야 하는 걸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존재에게 어째서 기도 같은 걸 드리는 걸까?

의문―― 의념이라고 해도 좋았을지도 모르는――을 품은 채의 불순한 기도였지만, 자세도 말도, 몸에 배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알았다.

이렇게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거구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신과 마음속으로 통하는 거구나.

무릎을 꿇고 선생님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

대천사 성 미카엘, 싸움에서 우리를 지키시고

악마의 흉악한 계략을 이기게 하소서.

하느님께서 그를 다스리시기를 엎드려 비나이다.

오, 천상 군대의 지휘자시여!

영혼을 해치려 이 세상을 배회하는 사탄과 다른 악마들을

하느님의 힘으로 지옥에 가두소서.

"—그리고, 나에게 힘을."

---

『힘의 기도』 영창을 끝마친 순간, 벼락이 떨어졌다.

아픔은 없었다. 뜨겁지도 않았다. 소리도 없었다.

하지만, 내 머리 위로는 지붕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비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초조해하던 마음이, 먼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폭풍우 치던 바다 같던 마음이, 지금은 잔잔한 파도 없는 바다처럼 고요했다.

"……미카?"

"왔다――"

몸이 푸르스름하고 옅은 빛을 띠고 있었다.

지금까지 중 가장 거대한 "힘"이 손끝에서 흘러넘치고 있었다. 빨리 해방하지 않으면, 몸 안에서 대폭발을 일으킬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창 전투 중인데도 무서울 정도로 침착했다. 바로 옆에 있는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싶네"라고 생각될 정도로.

"선생님"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선생님의 손에는 내가 꽉 쥐었던 자국이 남아있었다. 아프진 않았을까.

기분 탓일까. 선생님과 마주 보고 있으니, 망설임이나 죄책감 같은 것들이 한숨과 함께 흘러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날아오른 먼지와 연기로 어두컴컴한 지성소 안에서, 이곳만이 밝았다.

"이제 괜찮아 보이네. 가보렴."

"응! 다녀올게――"

바닥을 힘껏 박차고 앞으로 달려나가려 했지만, 한순간 멈칫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조차 전하지 못했다.

"선생님!"

뒤돌아, 어깨가 닿을 정도로 거리를 좁혔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이런 때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지만, 지금의 나를 표현하자면 이것 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고마워. ――정말 좋아해!"

소중한 것을 가르쳐 준 사람에게 그렇게 속삭였다.

선생님은 눈을 크게 뜨고 있었지만, 그 이상 관찰하는 것은 저 녀석을 해치우고 나서 하기로 했다. 이번에야말로, 전선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렸다.

두 사람은 아직 건재했다. 하지만 아까 들려온 통신대로 열세에 몰리고 있었다. 로봇 같은 모습의 우타하쨩 뒤편에는 쏘아댄 미사일 런처나 RPG가 버려져 있었다. 사오리의 코트에도 피 자국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여유롭게 싸우던 사오리가,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숨을 쉬고 있었다. 내가 달려오는 게 늦었거나, 둘 중 한 명이라도 쓰러졌다면 이미 끝이었을 것이다. 바통을 이어받을 생각으로 나는 두 사람 사이로 서둘러 끼어들었다.

"둘 다, 기다렸지!"

『드디어 왔나!』

『진짜 주인공이 등장했네』

두 사람이 안심했다는 것을 목소리 톤으로 알 수 있었다. 물러서 있으라고 하려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1대 1보다는 3대 1이다.

《쓸모없는 한 명이 추가된들 이미 대세는 결정되었습니다! 죽어버리세요!》

재생된 듯한 양손을 치켜들고 베아트리체가 검은 무언가를 부풀린다. 따닥거리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천둥인지 정전기인지 모를 그것이, 나의 경계심의 기어를 한 단계 올렸다. 전격 같은 것을 띤 구체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경계는 하지만 무섭지는 않다. 커다란 공 같은 것으로 보여――나는 순간적으로 오른발을 힘껏 휘둘렀다.

《크윽……!》

튕겨 나간 구체는 거체의 왼쪽 어깨에 맞아 그대로 팔 아래가 뜯겨 나갔다.

《이놈이이이잇》

거체를 올려다보는 내 발밑을 묶으려는 듯 덩굴이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눈을 노리고 달려든 그것을 오른손으로 잡았다.

위로 당겨지지만, 이런 건 별거 아니다. 힘껏 힘을 주어 당기자, 뚝 하고 끊어지는 감각이 전해져 오고, 덩굴은 뿌리째 뽑혔다.

"줄다리기 하고 싶으면 더 튼튼한 걸 가져오지 그래?"

이야기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하지만 하는 김에 철저히 하고 싶다. 정신도 육체도 부숴버리고 싶다.

『……윽!?』

숨이 섞인 사오리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

『……뭐, 뭐야!?』

"사오리!?"

어디를 노리는 게 가장 좋을까――라고 내가 총을 겨눈 순간 실에 매달린 듯 사오리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아직 다른 덩굴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쉽게 끊어지게 한 것은 양동이었다.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사오리는 지상에서 수 미터 높이까지 매달려 있었다. 겨눈 총구의 연장선상에 사오리의 몸이 방패처럼 세워져 있었다.

사오리의 총이 손에서 떨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틈을 보이셨군요. 자, 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이기심으로 이 아이가 죽습니다》

『상관 마! 나째로 쏴버려!』

그렇게 외치면서도 사오리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저항한다. 포기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다.

"그, 그럴 수 있을 리 없잖아……!"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후후후후후……》

손끝이 떨렸다.

망설이면 안 돼. 정신이 흐트러져. 하지만……!

『틈을 보인 건 네 쪽이다!』

내 눈앞을 우타하쨩이 달려 나갔다.

오른쪽 손목에서 와이어를 늘려 공중에 떠 있는 덩굴에 감아 높이 도약한다.

《그런 것을 내가 예측하지 못했을 거라고――》

『우타하!』

베아트리체의 목소리를 막듯 히마리쨩이 끼어들었다.

『공격 예측 지점을 HUD에 표시하겠습니다. 회피하세요!』

『이 표시…… 선생님 컴퓨터에 접속한 건가요?』

『선생님 제안입니다. 잘 보이죠』

『아, 도움 되네』

무수히 피어난 눈에서 광선이 날아온다. 목표는 공중에 있는 우타하쨩이지만 날아오기 전부터 움직여 모두 피하고 있다. 발꿈치로 무언가를 폭발시켜 몇 번이나 방향을 바꾸고 공중에 매달린 사오리에게 순식간에 도착했다.

『이런 것, 통전 가열로 태워버리겠어!』

감은 와이어에서 연기가 나고 덩굴이 타서 떨어지는 데는 불과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거꾸로 매달린 구속이 풀린 사오리가 그대로 공중에서 우타하쨩에게 확보되었다. 방금 전에 본 수수께끼의 장치로 공중에서 한 번, 두 번 방향을 바꾸고 지상으로 돌아왔다.

『미안, 고맙다』

『사오리는 구출했다! 자, 지금이다!』

공격을 방해할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어졌다. 베아트리체는 이제 도망칠 수 없다.

"좋아!"

《이놈이고 저놈이고…… 죽어라아아아아아아아앗!》

싸구려 악당 같은 대사. 이제 와서 이런 게 뭘 한다고 상관없다.

꽃잎의 중심에서 붉은 빛이 부풀어 오른다.

이런 것――날려버리겠어.

아리우스를 왜곡시킨 나쁜 어른도.

억하심정으로 선생님을 죽이려는 망령도.

하스미쨩을, 나를 이용한 비겁자도.

남을 의지하지 못하고 독선적이었던 나도.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던, 약한 나도.

"모두 날아가버려어어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진 방아쇠를 당긴 순간 충격으로 땅이 흔들렸다.

섬광이 여러 줄기 쏟아져 나간다. 너무 눈부셔서 눈을 뜨기 힘든 것 같다.

내가 쏟아부은 에너지는 피처럼 붉은 빛을 가르고 거체의 곳곳에 구멍을 뚫어 나간다. 그리고 푸르스름한 구체가 팽창하며 회오리 같은 바람을 내뿜기 시작했다.

――혹시 너무 과했나……?

폭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나는 필사적으로 발을 버텼다.

---

잔해 속에서 미카가 서 있었다. 마치 하나의 조각상처럼. 싯딤의 상자는 배터리가 다 된 상태였다. 남은 힘을 쥐어짜내 아로나와 프라나가 폭풍과 열선으로부터 나를 지켜준 모양이었다.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눈부심에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니 성소의 지붕은 대부분 날아가고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던 벽도 거의 무너져 있었다. 먼 풍경에는 푸르른 산들이 이어져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숟가락으로 파낸 것처럼 산체가 깎여 있어 미카가 일으킨 파괴의 엄청남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전 완료네. 다들 고마워.”

사악하고 끈적한 공기는 완전히 걷혀 있었다. 내가 신호를 보내자 전선을 지탱하던 세 사람의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보였다.

“으……”

“이봐, 정신 차려!”

“아아…… 사흘 밤샘보다 더 심해……”

우타하가 앞으로 쓰러졌다. 사오리가 안아 일으켜도 축 늘어져 있었다. 미완성 장비로 뛰쳐나와 익숙하지 않은 전투를 한 탓에 심하게 소모된 것이리라.

“아까까지만 해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었는데. ‘역장’도 사라진 건가. 걷는 것도, 겨우야……”

사오리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선 우타하가 융합을 해제했다. 원래의 자율 포탑으로 돌아온 천둥이 위에 앉은 그녀는 늠름한 얼굴에 무거운 피로로 흐릿해져 있었다. 그때 히마리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에이미가 쓰러진 시점에 구호 기사단에 연락했습니다.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우타하도 데려가도록 하죠.』

“히마리는 괜찮아?”

『저도…… 이송받도록 하겠습니다. 뇌를 단시간에 너무 혹사했네요.』

이어폰 너머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히마리도 히마리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싸웠던 것이다. 그것이 초췌한 숨소리에서 느껴졌다.

바람이 잘 통하게 된 성소로 멀리에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선생님. 밀레니엄 팀은 먼저 갈게.”

“응. 지금은 푹 쉬어. 나중에 에이미 상태를 보러 갈 테니 그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이야기하자.”

『헤일로 파괴 폭탄에 의한 피해…… 키보토스 최초의 사례가 될 것 같네요. 밀레니엄과도 데이터 공유를――아아, 온 것 같습니다. 그럼, 저도 이만……』

라이짱에 실려 우타하도 성소를 떠났다. 쓰러진 아리우스 학생에게서 탄약을 회수하던 사오리가 모자를 다시 쓰고 다가왔다.

“선생. 나도 여기서 떠나겠다. 트리니티 학생과 얼굴을 마주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구나.”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것이 사라졌다. 상처가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하늘의 푸르름이 지금은 상쾌하다.”

멀리 바라보는 사오리의 긴 검은 머리가 산들바람에 나부꼈다.

“……그전에, 선생.”

한참 목을 돌린 사오리가 마스크를 쓰려 했지만――갑자기 그 얼굴이 가까워졌다.

“……!?”

촉촉한 것의 감촉은 입술에서 금방 떨어졌다.

“이상한 저림이 가슴에 치밀어 올랐다. 이 마음을 전할 말은 떠올릴 수 없지만…… 이렇게 하면 전해질 것 같았다.”

“사오리……!”

그리고 “다시 만나자”고 말하며 떠나는 사오리는 이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날아간 벽 너머로 펼쳐진 풍경을 미카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쏟아지는 햇살의 따뜻함에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앗, 선생님!”

옆에 앉으라는 권유에 허리를 내렸다.

“다들 가버렸어?”

“응. 이제 미카를 데리고 돌아가기만 하면 돼. 구호 기사단이 차를 내줄 테니까, 데려다 달라고 하자.”

“돌아가면 내일은 또 학교지~”

“귀찮아?”

그 질문에는 아니오가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귀찮아하는 것은 입뿐이고, 얼굴빛이 묘하게 들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열심히 하고 싶어. 하고 싶은 것을 찾았으니까.”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이는 미카의 눈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밝음은 처음 미카를 만났을 때보다 훨씬 반짝여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쪽까지 힘이 날 것 같았다.

“하고 싶은 것?”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선생님?”

내가 되묻자 미카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방황하는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봐, 나 같은 문제아라면 그런 아이의 편이 될 수 있잖아? 되돌릴 수 없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사실은 그렇지 않아’라고――말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

그것은 미카가 찾은 ‘미래’의 비전이었다. 말하기 부끄러웠는지 나에게서 눈을 돌리고 머리카락을 끌어당겨 뺨을 가리려 했다. 다만 눈을 돌린 것은 아주 잠깐이었고 내 대답을 재촉하듯 힐끔힐끔 시선을 맞춰왔다.

“하고 싶은 것을 찾은 것은 좋은 일이야.”

“……하지만 혼자서 그렇게 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선생님, 만약 도움이 필요할 때는……”

“응. 나를 의지해 줬으면 좋겠어. 응원하고 있으니까.”

“에헤헤…… 야호☆”

싱글벙글 기분이 좋은 미카. 몸을 흔들며 뭔가 꿈틀거리고 있다. 침울해하는 모습만 보다가 귀신이 씌인 듯한 모습에 안심이 된다. 역시 이렇게 솔직하게 웃는 모습이 이 아이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하지만 한참 기쁨을 만끽하더니 눈썹을 꽉 찌푸리고 끈적한 눈으로 나를 들여다보았다.

“……근데 말이야. 사오리랑 뽀뽀했지?”

“으잇!? 보, 본 거야?”

“다 보였어~. 게다가 입술끼리였지? 갑자기 너무 놀라서 소리 지를 뻔했잖아.”

“너무 갑작스러워서…… 앗, 미카 씨? 저기, 잠깐만……?”

재킷 소매를 잡혀 도망갈 곳을 잃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아니, 어쩌면 가슴 밑바닥에서 희미하게 싹트고 있던 감정이 그 존재를 암시한다.

힘을 주어 잡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뿌리치려고 하면 뿌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에는 솔직해지기로 결심했으니까…… 괜찮지?”

더 이상 미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두 그림자가 겹쳐졌다.

--------

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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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핫산) 음과 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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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2025.05.13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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