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냈다.
해냈다아아아아!!!!!!! 해냈다고오오오오!!!!!!!!
저것인가!
저것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통해 반전된 공포인가...!
죽음. 그것은 여섯 번째 화두에 더없이 걸맞는 답일지도 모르나, 그것에는 인식하지 못하는 개념이란 맹점이 있다.
고통. 죽음과 무엇보다 흡사한 개념인 그 또한 화두의 답이 될지 모르나, 타인을 위해 아파하는 고통 또한 진실된 개념이라 여길 순 없었다.
하지만 내가 놓치고 있는 점이 있었다.
어떠한 방식의 고통도, 결국 타인이 아닌 자신이 느끼는 것.
'타인'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순 없다. 온전히, 완벽하게 흡수할 수 없다.
그럼에도 '자신'은 '타인'에 의해 고통받는다. 타인에서 고통을 주지 않더라도, 때로는 자신이 타인의 사정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그렇게, 감당하지 않아도 될 고통을 스스로 감당한다!
타인은 결국 남이다. 타인의 고통은 결국 남의 고통이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고통으로 동질성시키는 순간, 그것은 오로지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된다. 타인의 고통 때문에 개인이 고통 받는다, 그렇게 고통의 굴레가 이어진다!
그렇다면 그 굴레를 만들어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사랑, 애정, 존경, 신념...... 그러한 감정이 생명과 생명 간을 매우 강하게 연결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서로가 연결된 시점에선 개인의 고통이 타인의 고통을 넘어설 수 있다!
그렇게 연결된 각자의 개인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고통을 감내한다!
스스로의 심장에 칼을 박고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결코 그 칼을 뽑아내지 못한다!
그 칼을 뽑는 것이 자신의 속죄에 어긋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칼을 뽑게 되면 자신이 지은 원죄를 갚지 못할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 칼을 꽂은 채 몸을 비틀며 살아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이라 믿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단어만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관계의 끈.
그것은 화두의 답은 아니지만 화두의 답으로 이어지는 실마리!
죽음과 고통의 개념을 무엇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담금질의 과정에 필요한 개념들! 나는 그것들을 무기로 이 캠페인의 완성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한 공략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다, 선생. 이것은 너의 무기기도 하다.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이야기를 나눈다면 쉽게 눈치채겠지.
그것은 분명 놀라운 무기였다. 좁디 좁은 맹점과 약점을 찾아 공략하는 모습은 적이지만 경이롭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내가 내 공략법의 어느 부분을 건드려야 가장 효과적일지 깨닫게까지 해주다니!
히히히, 이 또한 하나의 공략법...! 전문적인 용어로 '티배깅'이라 해도 되려나?
플레이어의 가장 강한 무기가 이 나의 공략법이 된 셈이니 이것이 조롱이 아니라면 뭐가 될까!
히히히.
히히히히히히!!!!!!!!!!
* * *
노노미는 무언가 터지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기절...? 대체 언제......'
투다다다다-!
타다다다당-!
뻐억-
콰직-
직후 이어지는 굉음에 퍼뜩 정신이 든 노노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기습 당했을 때 저항하며 카이저 용병들의 총탄, 포탄, 폭력에 시달린 온 몸이 비명을 질렀으나, 지금 그 고통은 그녀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세리카 쨩! 아야네 쨩!!!"
"쿨럭...! 서, 선배! 거기 노노미 선배야?!"
"노노미 선배!"
다행히 두 사람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노노미는 자신의 품으로 안겨드는 두 후배를 꽉 부둥켜 안았다.
"선배, 노노미 선배...!"
"응, 괜찮아요! 저는 괜찮은데......"
"유메 선배가...!"
"네, 알고 있어요."
그래, 기억났다. 왜 이런 사단이 난 건지.
너무도 끔찍한, 얼굴도 모르는 호시노라는 선배의 죽음 뒤에 있던 진실.
놈은 포박당한 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선배를 조롱하기 위해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진실을 밝혔겠지.
그 결과, 유메는 괴물이 되었다.
대체 무슨 원리인지,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자신조차 귀를 막아버리고픈 충동이 일 정도로 끔찍한 이야기를, 당사자인 그녀에겐 얼마나 끔찍한 고통이었을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지금까지 가지고 버텼던걸까......
"......유메 선배를 막아야 해요."
"막다니?"
발끈한 세리카가 노노미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 그 망할 자식을 구하겠다는 거야?!"
"네. 그가 죽지 않도록 구해야 해요, 세리카 쨩."
"어째서!"
악을 쓰는 세리카의 눈가가 그렁거렸다.
"선배도 들었잖아! 그 자식이...... 그 개자식이 유메 선배한테, 호시노란 선배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유메 선배를 거들어도 모자랄 판에 막는다고? 그게 말이 돼?!"
"막아야 해요!!"
"아, 아야네 쨩...?!"
소리지른 아야네가 세리카의 팔을 잡았다.
"진짜로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고요! 지금의 선배라면...! 선배가 선을 넘어버리게 둘 수 없어요! 세리카 쨩은 그런 상황을 바라는 거에요?!"
"하지만, 하지만......!"
"아야네 쨩 말이 맞아요, 세리카 쨩."
철컥-
노노미는 주변에 엎어져 있는 용병의 총을 주워 탄알 수를 확인했다.
"복수를 하더라도 살아있는 사람한테 해야죠. 유메 선배의 손에 피를 묻히게 할 수 없어요."
"익, 이익...!"
"정신 똑바로 차려요. 세리카 쨩."
철컥.
그 사이 확인한 다른 총을 세리카에게 건네주며, 노노미는 강하게 말했다.
"그 살인자가 예뻐서 구해주자는 거 아니에요. 유메 선배를 위해서. 선배님을 똑같은 살인자로 만들어버리면 안 되니까 막아야 하는 거에요. 제 말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알겠어. 알겠다고!"
눈을 질끈 감으며 노노미의 손에서 총을 받은 세리카가 곧바로 앞장서 뛰쳐나갔다.
우선 방향이 정해지자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고, 노노미와 아야네 역시 지체없이 선봉에 선 세리카의 뒤를 따라 계단을 뛰쳐내려갔다.
콰앙-!!!
투다다다다!!!
콰직-!!!!
위치를 알기 쉽게 밖에서 흙먼지와 함께 굉음이 울렸다.
5층 중 2층에 이르자 세리카는 지금의 속도도 느리다 생각한듯 폐건물의 열린 공간으로 몸을 날렸다.
모래밭을 낙법으로 나뒹굴고 자세를 잡은 그녀의 뒤에서도 착지음이 들렸지만, 뒤를 돌아볼 여유 따윈 없었다.
"...아악, 아아아악!!!!"
"뭔데 이 괴물은! 왜 아무리 쏴도, 충격을 받은 것 같지가...!"
"도, 도망쳐! 도망치라고! 이미 다 끝났어! 으아아아아!!!!!"
"어딜 가는 거냐 이 멍청이들아! 싸워! 돈 받아 처먹었으면 싸워서 날 지키란 말이다! 히, 히이이이익!!"
건물 밖으로 나와 달리니, 바로 앞에 보이는 모래언덕 너머로 교전음이 더욱 생생히 들린다.
속도를 죽인 세리카는 아야네를 돌아봤다.
리더인 유메가 없는 이상, 늘 그랬듯 지휘권은 오퍼레이터 역할을 맡고 있는 아야네에게 있었으니.
아야네는 무거운 중압감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의 권총이 아닌 카이저 용병의 기관단총을 쥐는 감각이 심히 낯설었다.
"이대로 가죠. 포복은...... 의미가 없을 것 같거든요."
적을 섬멸하는 것이 목표가 아닌, 유메를 말리는 것이 목적.
결정이 내려지자 세 사람은 곧바로 움직였다.
여전히 조금 앞선 선두를 유지한 세리카가 능선을 먼저 넘었을 때. 매캐한 흙바람 사이로 펼져진 광경이 그녀의 시야를 할퀴었다.
"사, 살려-"
콰직-
"크... 크아아아아아악!!!!!!"
유메가 자신의 몸을 감싼 빛으로 만들어진 방패의 형태를 들어, 땅을 기는 이사의 등을 내리치는 광경.
세리카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보는 순간 이것이 현실이 아니길 바랐다.
유메는 그 상태에서도 필사적으로 기어가며 절규하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히익...! 제발, 제발 살려...!"
"아직... 안... 끝났어......"
콰직!
퍼억!!!
이사의 한쪽 다리를 붙잡은 유메는 그대로 그를 들어 반대쪽 바닥에 처박았다.
몸뚱이가 지면에 내리꽂히며 모래가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로봇의 잔해가 파편이 되어 모래바람과 흩날리는 것이, 세리카의 눈에 보였다.
"아, 아아......"
무심코 그렇게 신음해버렸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끔찍한 색으로 물든 하늘 아래 저렇게 폭력적인 유메 선배도, 금속이 삐걱대며 울부짖는 소리, 쇠 비린내가 뒤섞인 공기......
"호시노 쨩의...... 고통을...... 너도......"
"유메 선배!!!"
뇌의 이해를 포기시키는 잔혹성에 굳어버린 세리카 옆에서 튀어나온 노노미가 뛰어갔다.
"그만해요!"
뛰쳐나간 그녀는 유메와 이사의 사이에서 그녀를 가로막듯 양 팔을 뻗었다.
"이 정도면 됐어요! 그만, 이제 그만하고 진정하세요."
"저걸 당장 죽여!!!"
노노미의 뒤에서 안심하게 된 것일까.
이사가 기운을 되찾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너희 선배는 미쳤어! 여기서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날 구해준다면 지금까지 했던 일은 전부 없던 일로-"
타앙!
노노미가 쏜 총알이 이사의 머리통에 명중했다.
그럼에도 고개를 든 이사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앞에서, 노노미가 싸늘한 무표정으로 돌아보고 있었다.
"이, 이... 버러지들... 전부 한 패......"
"잠자코 있어요."
뻐억!!!
풀썩-
노노미가 가까이 다가가더니, 개머리판이 휘둘러지고. 육중한 로봇의 몸이 사막의 모래밭 위로 엎어졌다.
"당신의 처리는 우리의 역할이 아니니까."
차가운 눈길로 기절시킨 이사를 내려보던 노노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유메를 바라봤다.
인간의 형태가 아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소중한 선배이자 동료인 그녀를.
"유메 선배."
"비...... 켜......"
"진정해요 선배. 죽이지 않고도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맞아 선배!"
노노미가 나서자 세리카도 정신을 차리고 달려와 유메의 앞에 섰다.
"우리가 증인이야! 발키리나 총학생회에 말하면 이 자식 당장 쇠고랑이라고! 그리고 아루 선배도! 선배가 불렀으니까, 여기 오면 바로 도움 줄 수 있을 거야!"
"안...... 돼...... 죽여...... 야......"
"그건 절대 안 돼요, 선배님."
아야네까지 굳은 표정으로 두 사람의 옆에 섰다.
"여기선 감히 심정을 헤아린다는 말도 쓸 수 없겠죠. 하지만 저희도 선배님이 선을 넘으려 하시는 걸 두고 볼 순 없어요."
"비... 키라고...!!!"
콰아아악!!!!!!
"꺄악...!"
"읏...!"
"선배...!"
세 사람은 유메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서 전에 느껴보지 못한 살기를 느끼고 몸을 움츠렸다.
그들에게 유메는, 벽이었다.
앞을 가로막는 벽이 아닌, 몰려오는 풍파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주던 든든한 벽.
선생이 오기 전까진 병력과 물자의 열세로 늘 힘겹게, 언제나 버티는 싸움만을 하던 그녀들에게.
승리보단 패배가 더 익숙한 후배들이 지치지 않도록 늘상 웃어주고 기운을 북돋아주던 선배가.
고통을 품고 있음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함부로 재단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게.
그것이.
오늘 이 상황이 일어날 줄 몰랐다는 변명이 될 수 있을까?
"억지 부릴 필요 없어요, 선배."
배려가, 위로가, 모든 것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공포를 넘어서는 찢어질 듯한 죄책감을 느끼며, 아야네가 말했다.
"선배도 이 사람 죽일 생각까진 없는 거잖아요."
"......뭐."
"선배는 구속이 풀리고 제일 먼저 이사의 얼굴을 잡았죠. 그 상태에서 손에 힘을 줘서 얼굴을 으스러뜨리거나, 아예 건물 밖으로 내던지는 쪽도 있었는데 선배는 그냥 땅에 세게 내동댕이 치는 선에서 끝냈어요."
때문에 이사가 여기까지 도망칠 수 있었다.
자신이 고용한 용병들을 방패 삼아서.
그리고, 그 용병들 또한......
"저희 무기가 어딨는지 몰라 용병들의 총을 가져올 때 알 수 있었어요. 선배는...... 여기서 지금까지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어요.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요."
그것을 알게 된 순간, 아야네는 안심할 수 있었다.
유메가 어떤 모습이든,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존경하는 쿠치나시 유메라는 것을.
자신들이 선을 넘으려 할 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막아주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랬기에, 아비도스 학생회는 지금까지 학생회일 수 있었으니까......
"죽일만큼 증오하시겠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선배도 알고 계신 거잖아요."
자신이 아닌 유메 선배는, 그 누구보다 상냥한 사람이니까.
바보 같을 정도로, 인간의 선의를 놓지 않고 있던 사람이니까.
"선배의 상냥함을 이용하려는 게 아니에요. 복수하지 말라고 막아서는 것도 아니에요. 저흰 그저, 선배가 이 모든 일이 끝난 뒤에도 선배이길 바랄 뿐이에요. 선배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지 않기 바랄 뿐이에요......"
유메의 눈을 가리고 있는 순백색의 동공이, 아야네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응시했다.
전신이 불길한 푸른 빛에 감싸있는 유메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선배님."
유메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던 노노미가 미소 지으며 다시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괜찮아요. 우리 모두 무사하고, 이제 다 끝났어요."
"나...... 는."
"돌아가요, 우리. 학교로...... 돌아가기만 하면."
"돌아올 수...... 없어......"
"선배."
"돌아가면...... 안 돼......"
유메는 처음부터 후배들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세 사람이 아닌 두 사람.
이제는, 어디에 시선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는. 자신이 희생시킨 두 사람을.
"나... 같은 건...... 나 같은 건......"
무능하다.
나 때문에 후배들이 죽었다.
나 때문에 후배들이 위험에 처했다.
나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히어로 따위가 아니다.
처음부터 아비도스의 학생회장을 떠맡았으면 안, 됐었다.
그렇더라도.
아비도스에 얹힌 굴레 하나 쯤은 끊어 낼 수 있다.
이 힘이라면-
"비...... 켜......"
"못 비켜요."
"비키라고......"
"안 비킬 거에요!!!"
투다다다다!!!!
악에 받힌 아야네가 유메의 발치에 총을 쐈다.
튀어오른 모래가 유메를 감싸는 기운에 휘말려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누가... 누가 돌아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요! 당신 아비도스 학생회장이라고! 우리가, 우리가 그렇게 믿고 따랐고 지금도 믿고 있다고! 근데 왜 자꾸 혼자서 끙끙 앓다가 이 사달을 내는 거냐고 왜!!!!!"
"비키지... 않으면......"
"저희가 할 소리에요, 선배."
굳은 얼굴로 후배들의 앞에 선 노노미가, 총을 들어 유메를 향해 겨누었다.
"기어코 선을 넘으시겠다면...... 저희가, 막을 수 밖에 없어요."
"올 거면 각오하라고 선배! 바로 정신 차리게 해줄 테니까!!"
벌벌 떨면서도 금방이라도 달려갈 태세를 취한 세리카까지.
유메는 세 후배를 가만히, 차례차례 응시했다.
그리고-
"방해...... 하지......"
또 한 번의 폭발이, 사막을 뒤흔들었다.
* * *
"멸망한다고? 키보토스가? 아니 우리가 학생회장을 못 막으면 그 정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그 정도의, 문제야. 내가 상상하는 최악의 상황이 맞다면......"
선생으로부터 선생의 세계에서 있던 호시노의 폭주와, 그로 인해 일어날 뻔했던 결과를 전해들은 전 흥신소 부원들은 당황스럽기보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사실 선생도 확신할 순 없었다.
테러화에 개인의 무력과 신비까지 합쳐져 문자 그대로 재앙이었던 호시노에 비해, 유메가 테러화된다해도 그 정도 재앙을 불러일으킬 힘을 가질 수 있을진 모를 일이었으니.
그럼에도.
"최소한 아비도스가 멸망할 각오는 잡고 들어가야 할 거야."
"아니, 갑자기 이게 뭔......"
"그래서 선생."
지나치게 스케일이 커서였을까. 머리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들 중 유일하게 냉정을 유지하던 카요코가 물었다.
"해결 방법은?"
"......모르겠어."
"뭐?"
카요코는 미간을 찌뿌렸다.
"무슨 소리야. 당신 세계에선 해결한 문제라며. 근데 모른다는 게 말이 돼?"
"테러화를 풀 수 있던 도구가 있었어. 테러화를 풀 수 있게 도와준 사람도. 하지만, 지금 나한텐......"
"싯딤의 상자를 말하는 겁니까?"
케이가 끼어들어 묻자 파리한 낯빛의 선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엇보다 내 세계의 호시노에겐 테러화를 풀어낼 수 있는 여지가, 가능성이 있었어. 하지만 여기의 유메도 그럴지는......"
수첩의 수 자도 안 나온 이 세계의 유메의 가슴팍에도 그에 준하는, 열쇠만 있다면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을까.
그러길 바랬음에도 선생은 그 가능성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절망적이었다.
"알겠습니다."
"......응?"
그 와중에 대뜸 그렇게 말한 케이는 가지고 온 빛의 검을 잡고 있었다.
"오니카타 카요코 씨. 이 차는 그쪽에서 끌고 온 차였죠. 한 가지 묻겠습니다만, 혹시 여기서 차 문이 부숴져도 괜찮겠습니까? 차 세울 여유 따윈 없을 것 같아서 묻는 말입니다."
"괜찮긴 하지만, 여기서 뛰어내리려고?"
"상관 없습니다. 저는, 왕녀의 신체라면 뭐든 문제 없으니까요. 그리고 선생님."
"...응, 케이."
"현장에선 대화할 시간도 없을 것 같으니 여기서 말해두겠습니다. 지금부터 저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선홍빛의 눈동자가 자신을 올려보는 모습.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한 모습이어야 했음에도.
선생은 어째서인지 그런 케이로부터 더 없을 불길함을 느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테러화된 쿠치나시 유메의 헤일로를 파괴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교전할겁니다."
그의 예감은 적중해버렸다.
"뭐?! 그게 뭔-"
"절대 안 돼."
아루를 포함한 흥신소 부원들이 경악하기도 전에 선생이 일갈했다.
진심으로 굳은 선생의 표정이 케이를 노려봤지만.
"없다면서요, 방법. 아무것도."
케이도 차갑게 응수할 뿐이었다. 빈정거리는 것처럼 들릴 정도로.
다른 세 사람도 숨을 죽이고 있었지만, 두 사람을 지켜봐온 시간이 있던 아루는 특히나 당혹스러운 심정이었다.
분명 서로 가장 믿고 있을 아군인 두 사람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분위기로 대처하는 상황이라니......
"싯딤의 상자도, 테러화된 학생을 막을 다른 테러화될 학생도 없습니다. 방법이 없다면 죄송하지만 선생님의 외침은 앞으로 일어날 재앙을 막는데 발목만 잡을 공허한 이상주의만 될 뿐입니다. 상황을 해결하는 데있어 그 어느 것보다 도움 안 되는 짓거리가 되겠죠."
"케, 케이 쨩...?"
"......"
"정신 차리십시오. 당신은 지휘관입니다. 당신 손에 학생들의 목숨이 달려 있단 말입니다. 쿠치나시 유메를 구할 방법이 없다면 그 방면 고민은 당장 집어치우시고, 여기 있는 전력들과 저기 잡혀 있을 아비도스 학생회의 구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된다는 겁니다."
"...아직, 아직이야."
자신이 틀리고, 케이가 옳았다.
그럼에도 선생은 눈을 질끈 감고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있을 거야. 아직 유메를 구할 방법이 분명...!"
"그렇다면."
콰앙!!!
케이가 내지른 주먹에 차 문이 한 방에 날아갔다.
콰직, 콱...... 뒹굴며 멀어지는 문을 다른 이들이 선생과 케이의 대치 상황도 잊고 황망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와중에도.
케이와 선생은 서로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찾으십시오, 방법. 어떻게든."
"......"
"저라고 가자마자 헤일로를 꺼뜨릴 생각은 없습니다. 가급적 제압을 최우선 과제로 싸우되, 쿠치나시 유메의 폭주에 대한 구제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시 지체없이 시행할 겁니다. 이건 제안이 아닙니다, 선생님. 잊지 마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케이는 뻥 뚫린 공간으로 몸을 뒤로 빼며 뛰쳐나갈 자세를 취했다.
"제가 선생님을 돕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선생님이 아닌, 이 세계를 살아가야 할 왕녀를 위해서라는 걸."
왕녀의 세계를 파괴할 원흉이 있다면, 그 전에 파괴한다.
처음부터 그랬다. 이 저주 받은 세계를, 왕녀에겐 가혹할 이 세계를 소체를 넘겨받은 자신이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은.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선생을 돕는 것은.
언제부터 그 폐허에서 잠들어 있는건지. 어째서 왕녀가 자신에게 몸을 넘기고 선생을 돕게 하는 건지.
어째서, 자신과 왕녀를 품고 있는 이 몸이 그 성능으로도 아무 것도 기억해낼 수 없는 건지.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하나의 분명한 목적과 자신이 그 목적을 이뤄야 하는 이유만은, 너무도 자명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케이."
"부디,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한...... 가장 정확한 판단을 해주시길. 감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케이는 몸을 던졌다.
선생의 멍한 눈과, 케이의 무감정한 눈은 끝까지 서로를 향해 꽂혀 있었고.
케이가 차에서 한참 떨어진 먼 바닥에 닿은 순간 무심코 눈을 깜빡인 선생이 본 것은, 비어있는 공간에 굉음과 함께 퍼지는 충격파였다.
"차, 차를 앞질렀......?"
"히익...!"
"......와."
"저런 비밀 병기를 가지고 있었나, 선생."
경악하는 아루와 늦게나마 얻어터진 트라우마가 떠오른 듯 몸을 떠는 하루카.
멍한 감탄사만 내뱉는 무츠키와 자신을 한층 더 경계 어린 눈으로 보는 카요코.
선생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는 그들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케이가 사라졌을 지평선을 멍하니 응시할 뿐이었다.
무심코,
가슴팍의 명찰 속에 꽂혀 있을 두 장의 카드를 잡으며.
* * * * *
자기혐오라는 놈이 원체 떨쳐내기 더럽게 힘든 놈인지라......
댓글 6
아로프라도 없네....
케이 진짜 멋있네

상남자 케이 존나 맛있다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