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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벽의 꽃에는 가시가 있다 - 무로카사 아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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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고 기반 번역

소괄호 안의 글은 원래 위에 붙어야 하는데 모든 플랫폼에서 동일하게 보일 방법을 못 찾아서 부득이하게 옆에 붙임

사람들의 말소리와 산뜻한 곡이 연주되고 있는 걸 곁눈질하며, 나는 머릿속으로 회상한다.

***

"――무도회에 함께 참가해줬으면 좋겠다고?"

눈앞의 아카네에게 그렇게 되물었다. 순백의 카츄샤와 우아하게 흐르는 아마색 머리, 검은 뿔테 안경 속에서는 상냥하지만 어딘가 꿰뚫어 보는 듯한 눈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네, 주인님. 어떠신가요?"

"음... 어떠냐고 해도, 거부권은 없는 거 같지만."

그렇게 얼버무리며 의자 뒤 묶인 팔에 힘을 줘보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면 안 돼요. 주인님. 화장이 벗겨져요."

"간지러운데..."

상황을 설명해보자. 눈을 뜨니 나는 의자에 묶여 아카네에게 화장을 받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도 모르겠다. 뺨을 부드럽게 간지럽히는 감촉 ――컨실러―― 에 눈을 뜨고 눈앞에 아카네가 있는 것에 놀라 ――화장을 하기 위해 얼굴이 가까워―― 황급히 일어나려다 몸이 고정된 걸 깨닫고 재차 놀라버렸다.

"그러고 보면, 어제 갑자기 댄스 연습을 하게 된 건 이거 때문이었구나... 그래서 무도회는 밀레니엄에서 하는 건가?"

"아뇨 주인님. 오늘의 목적지는 트리니티 종합학원입니다."

"트리니티?"

트리니티는 키보토스 최대의 학원 중 하나이며,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닌 아가씨 학교다. 확실히 무도회쯤은 개최할 거 같긴 하다.

"트리니티엔 무슨 일이야? 아카네의 소속은 밀레니엄이지?"

"임무입니다. 주인님."

"임무, 라..."

너무 수상해. 나는 의아한 시선을 아카네에게 향했지만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화장을 하는 손길도 멈추지 않는다.

"C&C의 임무인가? 트리니티와 적대하는 얘기라면 선생님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데."

간과하기는커녕 손도 못 쓰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일단 접어두자.

"물론 선생님을 그런 임무에는 권유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임무가 없다고는 말하지 않네..."

"면목 없을 따름입니다."

아카네는 자못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찌푸린 눈썹조차 기품있어 보이는 건 다 계산된 모습일까. 이렇게 속마음을 은근하게 숨기는 것은 아카네의 매력이기도 하고 동시에 고쳐주었으면 하는 바이기도 하다. 가끔은 솔직한 표정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럼, 순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밀레니엄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좋지 않은 조직의 정보가 들어와 C&C가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적도 여간내기가 아닌지라, 생각처럼 발자취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근거지는 밀레니엄의 학군 밖에 있는 것 같다는 게 판명되었을 무렵에, 트리니티의 학생회로부터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같은 조직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으니 협조해 줄 수 있겠느냐, 고."

"과연, 학군을 아우르는 조직이었던가."

애초에 밀레니엄에 없다면 찾을 길이 없다. C&C가 고전하는 것도 당연한 얘기였다.

"네. 트리니티 측은 어느 정도 용의자를 좁히고 있었던 것 같고, 찾아낸 용의자를 트리니티가 주최하는 자선 무도회(채리티 볼)에 초대했습니다."

거기서 일망타진하려고 한 셈이다.

"다만, 적도 트리니티 학생회를 앞에 두면 역시 경계할 겁니다. 그래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제가 적발역으로 발탁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학생과 내빈이 모이는 무도회는 학생들에게 접근하려는 패거리에게 절호의 기회다. 원래 무도회라는 건 교류를 도모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무도회 중에 학생에게 접근한다고 해도 수상할 리 없을테니까. 그렇다면 적은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참가하려고 하겠지. 트리니티도 꽤 악랄한 생각을 하는군.

"그래서 무도회, 인가. 그런데, 어째서 나도 함께 있지?"

"어머, 주인님. 정숙한 여학생을 보호자(샤프론)도 없이 무도회에 참가시킬 건가요?"

"아니, C&C의 다른 애들은 어떤데."

내 물음에, 아카네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카린은 후위로서 뒤에 대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스나 선배는, 그... 저런 분이기 때문에, 무도회 장소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 네루 선배는..."

"아아, 응. 알 거 같은 기분이 들어..."

무도회장에 초등학생의 외형을 한 아이가 있다면 눈에 띄겠지. 소동이 벌어질 예감밖에 들지 않는다. 본인에겐 절대 말할 수 없겠지만.

"그러한 이유로, 주인님께 부탁드릴 수 없을까 해서 ――"

"기상 후 몰래카메라를 준비했다, 라고."

아카네는 활짝 웃었다.

"후훗. 놀라셨다면 기쁘겠습니다."

"그거야 놀라지... 그래서, 마지막 질문이지만."

"네. 뭘까요. 주인님?"

"어째서 나, 화장되고 있어?"

아카네의 작업은 끝나가는 듯하다. 머리의 위화감으로 보아 헤어 스타일도 바뀌어 있는 모양이다. 거울 보기가 두렵군.

"주인님은 유명한 분이시니 변장을 해드렸습니다. 트리니티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주인님은. 역시나입니다."

"으음... 하지만 말야, 헤일로에서 들키지 않아?"

키보토스에서 헤일로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모두 로봇이나 수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나는 금속제도 아니고 털도 없다. 곧 선생님이라고 간파당하겠지.

"빈틈은 없습니다."

아카네는 손을 멈추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귀걸이를 꺼냈다.

"엔지니어부 분들이 만들어주신 헤일로를 투영하는 소형 홀로그램입니다."

"또 엔지니어부..."

"예전에 홀로그램으로 불꽃놀이를 한 모양입니다. 그 장치를 재활용한 거라고 해요."

백귀야행 벚꽃축제의 피날레에 사용된 것일까. 그 축제에서의 소동을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새어 나온다.

"응? 헤일로? 잠깐 기다려봐? 헤일로란 거, 학생에게만 붙어있잖..."

"네, 그렇죠. 그러니까 주인님은 밀레니엄 여학생으로 변장해 주세요."

"헉!?"

말도 안 된다. 나도 샬레에 취직한 이래 꽤 터무니없는 소리를 들어오곤 했지만, 오늘의 이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엉뚱한 소리일 것이다. 10대 여학생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자신의 모습은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아카네의 작업이 끝난 듯하다.

"그럼 주인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등 뒤로 돌아간 아카네가 밧줄을 풀어주고 나서야 비로소 의자에서 해방된다. 먼저 거울 앞까지 달려가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게... 나......?"

무의식적으로 템플릿스러운 대사가 새어 나와버린다. 거울에 비치는 것은 분명 10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젊고 중성적인 얼굴. 아카네는 화장이라고 했지만, 거의 특수분장의 경지에 이르렀다. 볼연지로 인해 혈색이 좋아 보이고, 절묘하게 그어진 아이라인이나 음영으로 얼굴 인상도 달라졌다. 가르마를 바꾼 머리카락에는 향유가 뿌려졌는지 풋풋한 윤기가 났다.

"이거라면, 확실히 들키지 않... 으려나...?"

외모가 젊어지면 마음까지 젊어지기 마련인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작전에 조금 마음이 내키고 만 자신을 깨닫는다. 아무래도 아카네에게 보기 좋게 구슬려진 듯하다.

"화장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의 인상도 중요하지만 표정 또한 그 사람 옷차림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인님, 부디 방심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낯익은 상대라면 사소한 눈짓 하나로 예상외로 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요."

"표정에도 주의하라, 는 거지. 알았어, 아카네."

본모습이 들키지 않도록 머리를 바꾸고 변장용 메이크업을 아카네에게 받았다. 나머지는 의상이다.

"이쪽으로 부디. 무도회용 의상입니다. 저도 채비를 하고 오겠습니다."

의상을 건네주고는 아카네도 갈아입기 위해 별실로 향했다. 단지 한 마디만을 남기고.

"마지막으로. 무도회의 후원자(레이디 파트로네스)이며 이번의 의뢰인이기도 한 분은 트리니티 학생회(티파티)의 나기사씨 입니다 ――"

***

그리고 현재. 나는 트리니티의 무도실(볼 룸)에 있다.

행사장에는 학생들이 모여 여기저기서 대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형형색색의 드레스에 몸을 감싼 소녀들은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그러나 어딘가 꿈결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잘 닦인 바닥은 샹들리에와 화려한 드레스를 비추어 하늘을 나는 듯한 부유감을 연출한다. 그야말로 한때의 꿈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여학생으로 변장하는 데 연미복(드레스 코트)을 건네받았을 때는 어떻게 된건가 했지만, 과연 그렇네."

무도실에 있는 여학생 중 일부는 나와 마찬가지로 연미복을 입고 있었다. 즉, 남장이다.

"뭐랄까, 이제와서 탐미 취미라 해야 할까..."

"트리니티의 풍습이래요."

옆에 서 있던 아카네가 해설을 해준다.

"춤이란 남녀가 짝을 지어 추는 것이지만, 트리니티에는 여자만 재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학생이 남성역을 맡으면 되겠지, 라는. 사소한 발상에서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정식 피로연에서도 남장한 학생이 춤을 춘다고 합니다. 꽤 인기라고 하던데요."

확실히, 주위 학생들의 남장 완성도를 보면, 인기의 정도가 엿보인다. 화장이나 머리 모양의 궁리는 물론이고 어깨너비나 허리뼈 높이까지 속이는 학생도 많았고, 역시 연미복을 입은 내가 어울려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아카네는 어때? 남장에 관심 있어?"

"저는... 아뇨. 저는 메이드복에 집착이 있기에."

"그래? 확실히, 아카네라고 하면 고풍스러운 메이드복 이미지네. 하지만, 오늘 드레스는 ―― "

아카네는 호박색 정장(풀 드레스)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프릴을 절제한 고급스러운 디자인이지만 깊게 파인 넥라인에서는 풍만한 가슴팍이 드러난다. 로브데콜테라 불리는 드레스다. 정식 야례복에 해당하지만, 꽤 자극이 강한 모습으로 눈 둘 곳이 곤란하다. 평소 노출이 적은 아카네인 만큼 더욱 그랬다.

"―― 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후훗. 감사합니다. 당신도, 엄청나게 잘 어울려요."

"그거참 영광이네."

아카네는 내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호칭을 바꾸고 있었다. 생소한 호칭과 자극적인 의상에 나잇값도 못 하고 쑥스러워 눈을 돌린다. 그런 나를 보며 그녀는 쿡쿡 웃었다.

"의상은 메시지입니다. 꽉 조인 코르셋이 허리의 날씬함을 보여주며 활짝 열린 가슴 부분이 바스트의 풍만함을 강조해줍니다. 이는 가장 순수한 유혹의 형태이며, 다시 말해 상대를 찾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아카네는 살며시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팍에 올려놓았다. 내 시선 또한 그녀의 손에 이끌리듯 빨려 들어간다. 가슴을 장식하는 다이아 목걸이가 반짝 빛났다.

"사교를 목적으로 한 무도회에서 상대를 유혹하는 것 이상으로 예의 바른 건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드레스는 지금 이 자리에 있어서 틀림없이 가장 매너에 맞는 형태입니다."

"그렇군. 의상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성공한 자를 만드는 것이다, 라고 하는 건가. 목적에 따라 최적의 장비를 선택하는 것은 전쟁터도 무도회도 다르지 않네... 그건 아스나의 메이드복으로도 말할 수 있을까?"

아카네는 난처한 듯 웃었다.

"아스나 선배는... 그렇네요. 가끔 조심성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자유분방함이 선배의 매력이기도 하지만요."

"아아, 응. 틀림없이 그렇네."

무도회장 입구에서 기계 차림의 초대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저 안에는 아카네가 찾는 『적』이 섞여 있다. 판별할 방법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회장에 흘러나오던 음악이 멈췄다. 말소리가 하나둘씩 그치고 회장이 고요함으로 채워진다. 무도회의 시작 신호다.

"그럼."

"갈까, 아카네."

내가 내민 손에 아카네가 살며시 손을 얹었다――

털북숭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을 배경으로 소녀들이 춤을 추고 있다. 무도회가 시작되고 있었다.

『무도회는 항상 카드리유에서 시작됩니다. 네 커플이 사각형의 네 변을 만들어 서로 짝을 바꿔가며 추는 댄스입니다. 잘못하면 옆쪽에 충돌하기 때문에 제대로 스텝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인님.』

춤을 춰주던 아카네의 말을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스텝을 해낸다. 어처구니없는 벼락치기다.

『스텝은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한 요소의 조합일 뿐입니다. 주테, 샤세, 플리에, 그리고 아라베스크 같은, 하나하나는 발레 스텝과 동일합니다.』

어지럽게 바뀌는 파트너와 시선을 주고받고 스텝을 밟는다. 최초에 느꼈던 부끄러움에 춤의 고조가 덧칠되면서 손을 잡는 것에 대한 망설임이 지워져 간다.

『불안하면 저를 찾아주세요. 연습할 때와 같은 신호를 드리겠습니다.』

아카네에게 눈을 돌리면 괜찮아요, 하는 미소가 돌아온다. 나는 그 미소와 눈짓에 마음이 놓인다.

『댄스는 사교이고, 사교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공감에 있습니다. 춤으로 느끼는 일체감이야말로 공감 그 자체입니다.』

공연장을 흐르는 음악에 바닥을 미끄러지는 구두 소리가 뒤섞인다. 원을 그리며 춤추는 학생들의 헤일로가 열기로 가득 찬 무도실에 빛의 궤적을 그린다.

『그러니 즐기는 게 중요해요, 주인님.』

카드리유의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렀고, 천천히 종언을 맞이했다. 흥분한 숨결이 주위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내 숨소리도 한참 올라 있었다.

"하아... 하아... 어떻게든 해낸 걸까."

"대단히 잘하셨어요."

내 손을 잡은 아카네와 몰래 대화를 나눈다. 가끔 아카네에게 이끌리면서도 그럭저럭 댄스를 출 수 있었던 것 같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아카네에게 앞으로의 일정을 물었다.

"당분간 곡을 바꾸면서 왈츠의 시간이 될 겁니다. 저는 잠시 실례해 『용무』를 완수하고 오겠습니다. 당신은 부디 자유롭게 즐기시길."

"어라, 같이 있어주면 안될까?"

홀로 남겨지는 불안감을 무심코 말에 드러내 버린 나였지만 아카네는 인정 없는 태도로 손을 놓는다.

"안 돼요. 특정 누군가와 춤 한 곡 분량, 아니면 장시간 함께 있지 말 것. 상류층에서 뜬소문을 내지 않기 위해선 이 두 가지가 철칙이니까요. 아니면 엉뚱한 소문이 나더라도 저와 함께 있어 주실 건가요?"

"아... 응, 잘 다녀와."

"... 매정한 분이시군요."

아카네는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짓고는 품위 있게 한발을 뒤로 빼고 무릎을 굽혀 인사한 뒤 떠났고, 그렇게 해서 나는 혼자가 됐다. 임무는 일단 아카네에게 맡기면 되니까, 무료하게 되어 버렸다.

"자아, 이제 어떻게 할까."

수인들에 의한 새로운 곡이 시작됐고, 주위는 각자 파트너를 정해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왈츠는 3박자의 악곡에 맞춰 일대일 페어로 추는 춤이다. 카드리유가 아이스 브레이크를 겸한 자기소개라면 왈츠는 이처럼 생각한 상대에게 어프로치를 거는 시간이다. 다시 말해, 체육 시간에 좋아하는 사람과 짝을 짓는, 그거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수동적인 성격의 사람은 짝을 짓지 못하고 남겨지게 된다.

"벽의 꽃, 이라는 녀석이군..."

무도회장 벽가에는 드레스를 입은 학생들이 즐비했다. 남장이라는 선택지가 있어도 여성용 드레스를 입고 싶어 하는 학생이 더 많겠지. 회장의 남녀성비는 극명하게 치우쳐 있어 결과적으로 파트너를 찾지 못한 여학생들이 벽의 꽃이 되어있다. 똑같이 짝이 없는 나에게 시선을 흘깃흘깃 보내지만, 파트너를 찾지 못한 아이들답게 모두 내성적인 듯 눈을 마주치려니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렇게 되면 이쪽으로서도 유혹하기 어렵다.

아무도 꼬시지 못하고 벽을 한참 걷다 보니 한 학생이 눈에 띄었다.

"어라, 히후미인가?"

얼굴은 비슷해 보이지만 머리 모양이 평소와 달리 틀어올려 정리돼 있고 인상이 달라져 장담할 수 없다. 그 소녀는 순백의 드레스에 몸을 감싸고 있다. 그녀의 드레스에는 깃털 같은 프릴이 풍성했고 가슴에는 노란 보석(시트린, 황수정) 목걸이가 잘 어울렸다. 흰색과 노란색, 어디서 본 배색이라고 생각했더니 감이 온다. 페로로님이잖아. 역시 히후미야.

그대로 말을 걸려고 하다 문득 장난기가 일었다. 모처럼 변장을 했으니 어디까지 들키지 않는지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벽가에 서있는 히후미 앞에 멈춰 서서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같이 한 곡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히후미는 자신에게 말을 건넸다고 생각하지 못한 듯 두세 번 좌우를 둘러보았다. 내민 손이 지치기 시작할 정도의 시간이 흐를 무렵에야 자신의 일인줄 알아채며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한다.

"히약, 네엣! 잘 부탁드립니닷."

황급히 내민 히후미의 손을 잡고 벽가에서 끌고 나온다. 신사적인 어조를 유념하면서 말을 건다.

"그 모습을 보니 무도회에 익숙하지 않으신 것 같네요."

"네, 오, 오늘이 처음으로 데뷔탕트라..."

평소의 무거운 배낭을 벗어 던진 히후미는 화려하게 차려입었으면서도 어딘가 움츠러들고 불안해 보였다. 학생들이 아직 어린아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가끔은 선생님다운 일을 하지 않으면.

"역시 그랬었나요. 사실 저도 처음이라서요. 경험이란 사람이 자신의 과실에 붙이는 이름이라 합니다. 과실은 범하지 말아야 하지만, 과실이 없다면 인생은 극히 지루해지죠. 어떤가요? 초심자들끼리 실수해가며 춤춰본다는 건."

"호와아... 네, 네엣."

히후미의 반응을 보면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내 목소리는 평소대로지만 상황에 휩쓸려 들리지 않는 모양.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고작이라는 눈치다. 나는 조금씩 즐거워지고 있었다. 오늘 하루 동안 아카네에게 농락당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히후미를 리드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기쁘다.

춤을 추는 집단의 끝자락까지 히후미를 데려간다. 서로 낯설다 보니 집단의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조금 거리를 두고 멈추었다. 히후미와 마주하자 그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아련한 눈빛을 하고 있다.

"실례."

"히약!?"

잡고 있던 쪽 손을 어깨높이까지 올리고 반대 손을 히후미의 허리로 돌린다. 히후미는 예상치 못한 듯 순간 굳어졌지만 서서히 침착하게 몸을 맡겨온다.

곡에 맞춰 히후미와 함께 천천히 스텝을 내디딘다. 때마침 완만한 가락의 곡이 연주됐기에 낯선 두 사람이라도 어떻게든 모양을 낼 수 있었다.

"하나, 둘, 셋, 둘, 둘, 셋... 잘하시네요."

"아, 아하하... 네..."

왈츠를 추면서 서서히 히후미의 긴장이 녹아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녀도 조금씩 즐기기 시작한 모양. 역시 그래야지. 첫 무도회가 싫은 추억으로 남는 건 유감이니까.

슬슬 대화도 할 수 있을 때쯤일까.

"그러고 보니 아가씨. 그 드레스 너무 잘 어울리는 거 같네요."

"가, 감사합니다! 실은 페로로님이라는 캐릭터를 이미지화한 거예요."

그렇겠지.

"원래는 모모프렌즈 테마파크의 내부 이벤트에서 한정 공개되었던 드레스로, 아쉽게도 시판되지 않아 기성 드레스를 바탕으로 직접 재현했어요. 사진을 바탕으로 가능한 모방 해 보았습니다만, 역시 측정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세부적인 차이가 눈에 띄고 마네요. 특히 프릴로 장식된 자수는 페로로님의 날개를 형상화한 매우 섬세하고 우아한 것이었는데, 이 부분의 재현이 도저히 잘 되지 않아 상당히 타협을 거듭하고 말았습니다. 진짜는 더 예뻤으니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이벤트는 참가자 중 한 명만 뽑혀서 페로로님의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는데, 저는 뽑히지 못해서요, 하지만 대신 친구가 뽑혀 입어줬기에 가까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사실 겉으로는 모르겠지만 안감에도 집착이 있어서 모모프렌즈 애들이 그려져 있거든요. 이것도 실제로 입는 걸 봐야 알 수 있는 점이었기 때문에 알게 되어서 정말 좋았어요. 아, 참고로 이 목걸이는 한정 판매되고 있던 진짜랍니다. 특히 이 페로로님 버전은 매우 인기 있고 발매 즉시 완판된 희귀품으로, 지금까지 재판매를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일품이랍니다. 친구가 좀 앳된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이 드레스에 맞추려면 이 목걸이밖에 없다고 ――"

히후미가 두려울 정도로 평탄하고 빠른 어조로 말을 꺼냈기 때문에 나는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대, 대단하네요! 그런데 오늘은 왜 무도회에 참가했나요?"

"아, 어... 실은 학생회(티파티)의 나기사님이 참가하라고 하셔서."

"엇!? 히후미도 나기사가 말해서 온 거야?"

아카네 역시 나기사의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기묘한 일치에 나도 모르게 평소처럼 되물어 버렸다.

"이, 이런 자리에 익숙해져 두는 편이 좋다고 해서... 어라? 어째서 제 이름을?"

"앗."

황급히 표정을 가다듬었지만 히후미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응? 어디선가... 어라, 혹시...... 선생님, 인가요?"

"......네."

"왜 여기에 선ㅅ――흡!?"

내 정체를 외치려던 히후미의 입을 다급하게 막는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모두들 춤에 정신이 팔려 본 기색은 없었다.

"미안미안, 사소한 임무로 말이야."

"후앗... 정말 놀랐어요. 변장인가요? 굉장하다..."

히후미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경탄하고 있다. 아카네가 칠한 변장은 놀라울 정도로 잘 만들어졌지만 한번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군데군데 위화감이 든다. 속임수 같은 거다.

나는 히후미에게 무도회에 참가한 경위를 간단히 설명했다.

"아... 아카네씨 인가요? 역시 밀레니엄 쪽은 대단한 기술을 갖고 있네요."

"글쎄... 아카네는 꽤 특수한 부류라고 생각하지만."

"선생님이 달고 계신 헤일로도 아카네씨가 만들었나요?"

"아니, 이건 말이야."

히후미에게 보여주려고 귓가의 홀로그램 투영 귀걸이에 손을 뻗는다. 살짝 건드리자 딸깍하고 움푹 들어가는 감촉이 있었다. 그래, 마치 스위치를 누른 것 같은 느낌이.

"응? 지금 뭔가 ――"

"어라, 선생님? 선생님의 헤일로가 깜빡거리는..."

"어?"

귀걸이가 갑자기 열을 방출하고, 높은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하다가 ――

작렬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앗!?"

내 머리 위에 떠 있던 헤일로가 갑자기 2m 정도로 거대해져 무도회장을 강렬한 불빛으로 비춘다. 마치 작은 태양같다. 가득한 광량에 그림자가 가려질 정도이다. 회장 안의 사람들이 빛나는 거대한 헤일로의 바로 아래에 선 나와 히후미를 눈부신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난 열과 빛을 뿌리던 헤일로는 서서히 쪼그라드는가 싶더니 다시 급격히 팽창해 마른 소리를 내며 파열했다. 뿔뿔이 흩어진 헤일로의 파편은 천천히 떨어져 공중에 빛의 궤적을 그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 중 한 명이 중얼거린다.

"이거, 불꽃놀이...?"

아카네는 말했었다. 이 장치의 부품은 홀로그램 불꽃놀이를 투영한 기자재를 재활용해서 만들어졌다고. 지금의 그건 그 기능이 폭주한 결과일까. 아니, 그것보다 지금 신경 써야 할 것은.

"서, 선생님...! 헤일로가 사라졌..."

"앗! 히후미, 그건."

"엣? 앗!?"

갑작스러운 사태에 곡도 춤도 멈춰, 무도회장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행사장 사람들은 모두 나와 히후미를 주목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히후미가 무의식중에 꺼낸 내 호칭을 놓칠 학생들이 아니었다.

회장에 웅성거림이 전해져 간다. 「실물?」「생각했던 것보다 젊어」「듣던 인상과 달라」「하지만 헤일로가 없고」「함께 춤춘 아이는 누구」 ―― 갑자기 나타난 흥밋거리(스캔들)에 소녀들의 눈에 호기심의 불이 켜진다. 이쪽으로 쇄도해 오는 것도 시간문제일 거다. 나는 미련 없이 각오를 ――

"선생님! 도망쳐주세요!"

"히후미!?"

히후미가 드레스 치마를 넘기는가 싶더니 치마 안쪽에서 프리스비 같은 원반 몇 장을 꺼내 주위에 내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원반은 순간 진동한 뒤 거대한 페로로님의 홀로그램을 펼친다. 투영된 페로로님을 기성을 지르며 기묘한 춤을 추기 시작했고 소음과 흰 연기를 퍼뜨렸다. 주위 학생들은 무도회장에 나타난 갑작스러운 페로로님에 놀라 그대로의 표정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춤을 추는 페로로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홀린 듯.

주위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가까운 페로로님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허우적거리듯 날갯짓하는 그 춤은 필설로 다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어딘가 그립고 바라보고 있으면 조금 뭔가가 떠오를 것 같은 ――

"―― 주인님, 이쪽으로."

내 손을 누군가가 잡는다. 사고를 정지시킨 나는 손이 끌리는 대로 당황하는 학생들 사이를 뚫고 무도회장을 빠져나갔다.

***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정원의 한복판에 있었다. 밤바람이 달아오른 뺨에 닿아 기분이 좋다. 주위를 밝히는 것이라곤 하얀 달빛과 희미하게 떠오르는 아마색 헤일로뿐이었다.

"괜찮으신가요, 주인님."

"아카네, 인가..."

숨을 고르는 나를 드레스 차림의 아카네가 걱정스럽게 들여다봤다. 무도회장에서 데리고 나와 준 건 그녀였던 것 같다.

"고마워, 아카네... 그리고, 미안."

"주인님?"

"네 작전을, 망쳐버렸어."

고개를 숙인 나에게 아카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뒤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아뇨, 주인님. 아무것도 엉망진창이 되진 않았어요. 오히려 대성공이었습니다. 이미 적에게 표적을 달아뒀으니 나머지는 정의실현부에서 처리하겠죠."

"어...?"

"주인님께는 굳이 설명을 생략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번 작전에서 주인님의 정체가 간파되는 건 정해진 일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작전의 핵심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왜냐하면 적의 목적은 주인님, 당신 자신이었으니까요."

혼란스러운 나에게 아카네가 내막을 밝혀준다.

"적이 신중하게 행동하는 타입이라면 충격으로 상대방의 페이스를 무너뜨려 주면 되는 거죠. 바라 마지않는 목표가 갑자기 코앞에 나타난다면 아무리 신중한 자라도 동요를 숨길 수 없습니다. 저희에겐 그 동요가 필요했습니다."

"저어. 그건 즉, 나를 미끼로 적에게 몰래카메라를 했다, 라는."

아카네는 생긋 미소 지었다.

"후훗. 선생님도 놀라신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아니, 당연히 놀라지..."

설마 하루에 두 번이나 당하다니. 오늘은 아카네에게 농락당하기 일쑤다. 그래도 사건은 무사히 해결된 모양이고 아카네 덕분에 무도회는 나름대로 즐길 수 있었던 거 같다. 정산하자면 ―― 꽤 기이하지만 ―― 플러스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헤일로 불꽃놀이는 틈을 타 원격 기동할 생각이었습니다. 설마 직접 기동하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만."

"어? 잠깐 만졌더니 폭발했는데."

"......"

"뭔가 말해줘..."

그건 예상 밖이었던 거 같다. 무도회가 시작되기 전에 기동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이동 중에 폭발했으면 크로노스지에 잔뜩 실렸겠지. 수수께끼의 발광 선생 나타나다, 같은.

예상 밖이라고 하면 궁금한 점이 또 하나.

"그럼, 히후미가 있었던 것도 계획안이야?"

"그쪽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저 귀여운 새들도 예상외의 하나이긴 합니다."

아카네는 부드럽게 부인했다. 아무래도 정말 모르는 모양인데. 나기사에게 물어보면 되겠지만 속아 넘어갈 거 같은 기분이 든다. 혹은 정말로, 어쩌면 데뷔에 실패할 거 같은 히후미에 대한 전별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아카네가 얼굴 앞에서 기도하듯 손가락을 모으고 연극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아아! 꿈에도 몰랐어요. 설마 주인님이 저를 제쳐놓고 젊은 미경험(데뷔탕트) 소녀를 유혹하다니! 마치 파우스트 같지 않나요?"

"날 두고 간 건 네 쪽일 텐데..."

그렇다고 할까, 내가 파우스트라면 아카네는 메피스토펠레스 역이잖아.

아카네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휙 턴을 했다. 호박색 드레스가 가볍게 부풀어 오르면서 헤일로와 달빛에 비친 머리가 흐르듯 흔들린다.

"조금, 질투 나네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카네의 지금 말은 농담이 아니게 들렸다. 임무 후의 해방감, 두 사람 이외에 아무도 없는 정원과 땅거미가 지는 고요. 그런 것들이 보여주는 환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것이 진심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아카네가 한 걸음 이쪽으로 다가온다. 앞머리는 옆으로 흘러내려 평소보다 표정이 잘 보인다. 물든 아마빛 눈동자가 나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드러난 자신의 가슴팍을 스윽 어루만졌다. 유혹은 상대를 찾는 마음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아카네는 말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그저 속삭이듯이.

"그러니까 주인님. 아주 작은 어리광을, 부디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멀리서 오케스트라가 곡을 연주하는 게 들려왔다. 아무래도 무도회가 재개 된 모양. 소란은 끝을 맞이하고 다시 한번 꿈을 꾸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

"그러고 보니 너와는 카드리유뿐이었고 왈츠는 아직이었네."

나도 한걸음 아카네에게 다가간다. 그녀의 손을 잡고 서로 바라본다. 꽃같은 미소가 피어오른다.

"우후후, 주인님. 한 곡... 춤춰주시지 않겠습니까?"

달빛 아래, 둘만의 무도회를――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261553

벽의 꽃이란 댄스 파트너 신청을 받지 못해서 벽 앞에 서 있기만 하는 사람

아카네의 파우스트 언급은 희곡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가 헬레나에게 반했는데 회춘의 약 부작용으로 길거리에서 만난 소녀를 헬레나로 착각해 구애하는 걸 얘기함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유혹하는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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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2.08.11번역

소설핫산) 벽의 꽃에는 가시가 있다 - 무로카사 아카네

#무로카사 아카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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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
tomatotobacon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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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2.08.1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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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나
ㅇDC
ㅇㅇ122.08.11
ㅇDC
ㅇㅇ2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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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322.08.11

소설개추

ㅇDC
ㅇㅇ4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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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5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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