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노랫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울려 퍼지고 있다.
다소 낮은 성음이면서도 심지가 있고 잘 들리는 미성이다.
트리니티의 성가대와 나란히 있어도 뒤처지지 않겠네, 라고 하네카와 하스미는 절실히 감탄한다.
휴게실 문을 열자 명료했던 노랫소리가 이내 고의적인 콧노래로 바뀐다.
그 콧노래도 몇 초 안 돼 얼버무리는 듯한 헛기침으로 바뀌었다.
"아, 하스미 선배님. 고생하심다."
하스미의 모습을 본 이치카가 소파에 걸터앉은 채 가볍게 인사한다.
"기분이 좋군요, 이치카."
"헤헷, 그렇슴까?"
"네,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노래를 불렀으니까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하하하. 아니요, 뭐 평소랑 같슴다만."
이치카는 쓴웃음을 짓고 뺨을 긁으며 모호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그것을 본 하스미가 작게 한숨을 쉰다.
"또 선생님과 모모톡인가요? 전에도 말했지만 선생님은 바쁘시니 자주 연락해서 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주의하세요."
"알고 있다니까요~ 저도 그 정도 분별은 함다."
하스미의 잔소리에 이치카가 불복하듯 입술을 삐죽거린다.
요즘 이치카는 빈 시간의 대부분을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보낸다.
화면 너머에 있는 것이 선생님이라는 것은 이치카의 말에서 금방 알 수 있었다.
너무 자주 그 장면을 마주치니 이치카의 행동이 선생님의 일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지 하스미는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께 물으면 "전혀 민폐가 아니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게 진심인지 그저 배려인지는 선생님밖에 모르지만 그가 그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이치카가 거기에 열중한 나머지 나날의 업무에 지장이 생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1초라도 더 시간을 확보하고 싶은지 임무 등에서는 예전보다 더 팔팔할 정도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여기까지 몰고 가는 것일까.
전에 자주 연락을 하기에 선생님 일에 방해가 될까봐 은근히 하스미가 주의를 줬더니,
"선생님이 바빠 보일 때는 여태까지의 대화내용을 되돌아보고 있으니 괜찮슴다~"라는 예상을 빗나가는 답변이 돌아와 그 자리에 있던 츠루기도 질색하게 만든 진기한 일도 있었다.
현재의 그녀를 아는 사람 대부분이 그 집착에 광기와도 비슷한 무언가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별일은 없었나요?"
"오늘은 딱히 없네요. 손님도 없었슴다."
"그랬습니까?"
이치카의 시선은 바로 수중의 스마트폰에 떨어진다.
조금이라도 더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그녀의 강한 의지로 보였다.
한편 하스미도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휙 방향을 틀어 주방으로 향한다.
잠깐의 휴식이다.
이치카가 휴식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처럼, 하스미에게도 소소한 즐거움은 있는 것이다.
오늘은 분명 쿠키 선물이 있었다.
다이어트 중임을 지적해 오는 츠루기나 마시로는 없고, 이치카는 선생님과의 모모톡에 열중하고 있다.
그 밖에 이 쿠키를 아는 사람도 없을 터.
이를 호기로 본 하스미는 슬그머니 캐비닛으로 손을 뻗는다.
단숨에 코를 채우는 진한 버터향은 명목만 남아있던 죄책감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저절로 뺨이 느슨해지고 자기도 모르게 침이 고이게 된다.
주방에서 냄새가 새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으려고 하스미는 큰 날개로 덮듯이 쿠키를 가로막고 섰다.
자신의 야비함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달콤한 유혹을 눈앞에 두고서는 그것도 사소한 일이었다.
「~♪」
이치카의 콧노래가 들려온다.
자, 홍차라도 끓여 모처럼 우아한 오후 티타임을 가져볼까.
홍차를 끓이기 전에 먼저 뜨거운 물을 포트와 찻잔에 부어 데워둔다.
동시 병행하여 물이 담긴 주전자를 불에 올려 끓인다.
포트가 충분히 따뜻해지면 뜨거운 물을 버리고 사람 수만큼 찻잎을 티스푼으로 넣는다.
고운 찻잎은 중간 크기, 큰 찻잎은 곱빼기로 하는 것이 기준이다.
"이치카, 홍차를 낼 건데요."
"아, 상관없슴다~"
하스미가 주방에서 얼굴을 내밀어 말을 걸어도 이치카는 돌아보지 않고 대답 한다.
선배를 대하는 태도는 아니지만 하스미에게는 오히려 사정이 좋다.
하스미는 히죽 웃으며 그래요?라며 주방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재빨리 포트에 리필분의 찻잎을 추가했다.
주전자의 물이 엄지손가락 크기의 거품을 뚝뚝 내기 시작하면 포트에 물을 힘껏 부어 넣고 바로 뚜껑을 덮는다.
여기서부터는 찻잎을 뜸들이는 공정이다.
뜸들이는 시간은 고운 찻잎은 2분 반~3분, 큰 찻잎은 3~4분이 기준.
홍차의 맛은 물의 온도와 시간에 따라 민감하게 변한다.
기본에 충실하고 시간과 분량을 잘 지켜야 홍차가 맛있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 3분 정도의 대기 시간이 하스미에게는 터무니없이 긴 형벌처럼 생각되는 것이었다.
눈앞에는 고소한 버터 냄새를 풍기는 보름달처럼 동그란 커다란 쿠키들이 즐비하다.
눈을 감고 그것을 한입 베어먹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극상의 단맛이 입에 가득 퍼지는 기분.
쿠키의 수는 충분히 있으니 한 개쯤 집어도…라며 조심조심 뻗은 손을 하스미는 황급히 다른 손으로 눌렀다.
(안 돼요. 정신 차려요, 하네카와 하스미. 홍차를 들이고 나서 완벽한 상황에 먹는 겁니다...!)
한 번 먹으면 손이 멈추지 않게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쉬웠다.
실제로 욕망에 져서 최고의 티타임을 망친 경험은 수없이 많다.
여기서는 어떻게든 자신을 이겨내야 한다고 하스미는 바짝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계는 아직 30초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웃고 있다.
고민스러운 얼굴로 시계와 눈싸움을 하고 있는데 휴게실 입구에서 여러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 얼마나 운 나쁜 일인가, 하고 하스미는 절망적인 기분이 에 사로잡혔다.
물론 쉬는 시간인 건 나뿐만이 아니니까 부원이 여기 와도 아무 것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우리 말고는 오지 않았으면 했다.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쿠키를 독차지할 수 없게 되버리니.
"고생하십니다."
"아, 수고했슴다~"
몇 명의 부원과 이치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하스미는 저쪽 대화에 귀를 기울이면서 제발 그냥 거기서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그리고 이치카가 시원하게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자, 말씀드려 봐."
"맞아, 맞아."
"으, 응….아, 저, 이치카 선배님!"
"응? 뭠까?"
"실은 이치카 선배에게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만……"
"부탁?"
하스미는 조심스레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이치카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다면 용무가 끝나면 바로 나가겠지라고 하스미는 생각했다.
"이치카 선배는 샬레 선생님과 친하죠?"
"뭐, 그럴지도 모름다만…….그게 어쨌단 검까?"
"그게...음, 저도 선생님과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그래서, 이치카 선배님이 선생님 연락처라든가 가르쳐 주실 수 없을까 해서..."
"…아아. 그런 거였네요."
이치카의 목소리 톤이 몇 단계 떨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스미는 긴장한다.
이치카의 일이라 묘한 행동은 하지 않겠지만, 최근 그녀의 열중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조금은 불안감이 남는다.
그런 하스미의 불안감을 뒤로 하고 이치카는 다시 쾌활하게 대답했다.
"쉬운 일임다!"
"정말요!?"
"물론. 그럼 지금부터 말할 주소를 입력하는 검다."
"네, 네에! 잠시만요… 예, 부탁드려요."
"처음만 대문자로 순서대로 S,c,h,a,l,e……"
부원은 이치카가 연락처를 알려주자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하고 휴게실을 떠났다.
하스미는 두 가지 의미에서 안도했다.
시계를 보니 뜨거운 물을 주전자에 부은 지 벌써 5분 이상 경과하고 있었다.
"이치카도 사람이 나쁘네요"
"무슨 말씀이심까?"
이번에는 이쪽으로 돌아보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치카가 그렇게 되물었다.
"아까 알려드린 연락처는 샬레 공식의 것이죠? 키보토스 학생이라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샬레의 공식 계정."
"…뭐, 그렇슴다."
하스미, 이치카를 포함해 선생님과 개인적인 연결고리를 가진 학생들은 모두 선생님의 개인 모모톡 계정을 알고 있다.
각 학원의 학생으로부터 넓게 상담등을 접수하는 샬레 공식 어카운트와는 별개로.
샬레의 구조상 당번으로 뽑히든 선생님과 친해지든 우선 개인적인 연결이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선생님과의 커넥션을 갖고 싶어하는 학생은 많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중요 포지션이라든가 중요한 임무를 함께 했다든가, 학교나 동아리가 폐부 위기에 빠졌다든가, 그런 계기나 이유가 필요한 것이다.
"그녀의 부탁으로는 개인적인 연락처를 원했던 것이 아닙니까?"
"그렇겠지만 그걸 가르쳐 버리면 그만큼 저와의 시간이 줄어들지 않슴까. 아까 그 애, 후배 중에서도 특히 귀엽기로 유명했고."
"......그랬습니까?"
"굳이 경쟁자를 늘릴 이유가 없으니까요. 하하."
이치카가 마른 웃음을 흘린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태연하게 후배를 속이는 이치카의 집념에 하스미는 전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분명 선생님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아무 주저 없이 연적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하고, 냉철하게.
하스미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고작 쿠키를 독차지하느라 죄책감에 시달리며 약삭빠르게 굴던 자신이 너무 왜소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졌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치카…이것을."
"오 쿠키! 먹어도 됨까?"
"네."
"음~ 달콤하고 맛있어~!...어, 하스미 선배는 안 드심까?"
"전부 이치카가 먹어도 돼요."
"네!? 무슨 일 있슴까?"
진심으로 놀란 듯한 표정으로 이치카가 묻는다.
"…이치카에게 경의를 표하는 거니까."
"???"
위에는 위가 있다는 것을 하스미는 깨달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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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에 대한 집착 미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