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라이브에서 「블아소설핫산」 채널을 운영중입니다.
디시글은 금지어로 인한 옛날 번역글의 수정 누락 등의 이유로 채널에서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채널명은 이렇지만 제가 번역한 소설만 백업하는 용도의 채널입니다
아카라이브 링크(중간에 ☆ 빼야함) https://arca.li☆ve/b/bluearchievenovel/155949636
블아소설핫산 채널 경유 링크 https://gall.dcinside.com/projectmx/15426781
2878자
#코하루
+원문 Asphodelos+
────────────────────
나한테 공부를 가르쳐 줄 수 있어?
코하루가 그렇게 선생님에게 상담한 것이 몇 달 전. 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은 선생님의 본분이다. 당연히 흔쾌히 승낙한 선생님이 처음 불려간 곳은 어째서인지 쇼핑몰이었다. 코하루 왈, 선생님과 단둘이 있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 그렇다면 왜 자신에게 가르침을 구하는지, 역시 신용이 너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부를 가르치는 데 장소는 관계 없다. 선생님은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친절하게 코하루에게 공부를 가르쳤다.
그 마음이 코하루에게도 전해졌는지, 공부 모임을 할 때마다 코하루도 점차 경계를 풀었고, 쇼핑몰에서 도서관, 교실을 거쳐 마침내 코하루의 방에서 공부하기까지 이르렀다.
오늘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공부 모임 날. 휴일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오후부터 코하루의 방에 들렀다.
"선생님, 홍차 가져왔어."
집주인 코하루가 트레이에 올려놓은 찻잔 두 개와 돌아왔다.
"항상 고마워, 코하루."
"신경쓰지 않아도 돼, 이 정도는. 여기까지 와줬으니까."
그 말에 선생님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공부 모임을 시작했을 땐 둘만 있는 건 아웃이라며 쇼핑몰에서 공부했었는데(게다가 거리감을 신경쓰고 있었는데), 어느새 코하루의 방에서 단둘이, 심지어 홍차를 직접 우려줄 정도가 되었다. 감회가 깊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뭐야 그 표정."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조금."
선생님은 코하루에게 홍차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 우리는 법이 능숙한지 한 모금만으로도 과일 향이 코를 찔렀다. 이미 몇 번이나 코하루의 홍차를 대접받았지만, 코하루가 내리는 홍차는 정말 맛있다. 트리니티 학생들은 학교에서 홍차 우리는 방법도 배우는 걸까. 반쯤은 농담이지만, 의외로 사실일지도 모른다.
"맛있네. 오늘은 얼그레이인가."
"아니, 다즐링인데."
"그렇구나..."
멋을 부려봤지만 완전히 빗나간 선생님은 부끄러움을 감추듯 다시 홍차를 입에 머금었다. 그렇게 말하니 다즐링 같기도 하다. 차에 익숙하지 않은 선생님이 홍차 맛을 구분할 리가 없었다.
"크흠, 그럼 공부 시작할까?"
"응. 시간은 유한하니까."
코하루가 선생님 옆에 앉아 교과서와 노트를 펼쳤다. 그 행동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건 이것이 당연해졌다는 증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락되지 않았던 거리감에 선생님은 조금 기뻐졌다.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다. 수업에서 그런 뜬소리는 할 수 없다. 본업으로서 진지하게 코하루를 가르쳐 나간다. 타고난 머리가 좋지 않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 건 아니다. 결국은 본인의 의지와 가르치는 쪽의 능력에 달려 있다. 자화자찬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공부 모임의 성과 덕분인지 성적도 오르고 있다고 들었다. 여기에는 그녀의 높은 동기부여도 한몫했을 것이다.
몇 시간 동안 꼼꼼히 수업을 진행하고, 잠시 비는 시간에 선생님은 코하루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코하루는 왜 나한테 배우려고 생각했어?"
"정의실현부로 돌아가기 위해서야."
코하루는 원래 정의실현부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성적 부진으로 유급 위기에 처해 강제로 보충수업부에 들어간 경력이 있다. 공부해서 정의실현부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잘 알겠다. 하지만.
"그럼 이제 충분하지 않아?"
이미 코하루의 성적은 낙제점을 뛰어넘었다. 심각한 품행 문제가 없다면 유급 걱정은 없다고 해도 좋다. 지금이라도 하스미에게 말하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보충수업부가 그립다면 두 동아리를 겸부하면 된다.
"내가 하스미한테 말해볼까?"
지금까지 코하루의 노력은 선생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코하루에게 보상이 있었으면 했다.
"괘, 괜찮아! 그건 내가 할게!"
"그래?"
"게, 게다가, 공부 모임을 끝내면 구실이..."
"코하루?"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지, 잠깐 쉬자. 지난번에 친구한테 받은 과자가 있어. 하는김에 홍차도 다시 우려올게."
"나도 뭔가 도울까?"
"괜찮으니까 선생님은 앉아 있어!"
코하루는 뭔가 얼버무리듯 주방으로 향했다. 일어나려던 선생님은 어색하게 다시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홍색 기반의, 잘 정돈된 소녀스러운 방. 책장에는 코하루 말로는 압수품이라는(그렇다면 그것대로 그걸 자기 방에 가져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책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구석에 있는 침대 위에는 히후미에게 억지.... 선물받은 듯한 페로로 인형이 놓여 있었다.
"남의 방을 뚫어지게 보지 마."
잠시 후, 코하루가 과자와 추가로 우린 홍차를 들고 돌아왔다. 물색한 정도는 아니지만 선생님의 무례한 시선에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미안, 코하루. 왠지 여자아이 방에 왔다고 생각하니 안절부절 못하겠네."
"뭐? 이제 와서 뭔 소리야. 이미 몇 번이나 와놓고."
"아니, 그렇긴 한데. 문득 의식하게 된달까."
"뭐야 그거, 이상해. 뭐, 됐어. 홍차 식기 전에 먹어."
아까 불만스러운 표정에서 일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은 모습으로 코하루가 책상에 과자와 홍차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자연스럽게 선생님 옆에 앉았다.
"코하루, 거기 앉으면 먹기 불편하지 않아?"
"딱히?"
맞은편에 앉기를 권하는 선생님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코하루는 입에 과자를 넣었다. 코하루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지 싶어 선생님도 먹기로 했다.
"코하루, 이건 뭐야?"
과자로 가져온 것은 조개껍질 모양의 파이 같은 디저트였다.
"이거? 스폴리아텔라야."
"스, 스포...?"
"스폴리아텔라. 이탈리아 과자인데... 뭐, 파이의 일종이라고 생각해."
"그렇구나."
"일단 먹어 봐."
코하루가 권하는 대로 스폴리아텔라를 깨물었다. 파이라고 해서 아삭아삭한 식감을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바삭바삭한 식감이었다. 씹을 때마다 바깥 반죽이 바삭한 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촉촉한 크림이 모습을 드러낸다. 선생님은 디저트를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처음 느껴보는 식감이었다.
"맛있네."
"그렇지?"
선생님의 반응에 코하루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뒤 두 사람은 사소한 잡담을 나누며 과자와 홍차를 즐겼다. 어느새 스폴리아텔라는 선생님 앞에서 사라져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고마워, 코하루. 다음엔 내가 뭔가 가져올게."
"......"
"코하루?"
"스으..."
"......코하루?"
툭
대답이 없어 이상함을 느낀 선생님이 옆을 바라보자,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피곤했는지, 아니면 배가 부르니 졸렸는지, 어느새 코하루가 선생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라, 잠들었네."
순간 깨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편안해 보이는 잠든 모습을 보니 그럴 수도 없었다.
"적어도 담요라도 덮어줄까."
선생님이 일어나 담요는 가지러 가려던 그때였다.
"......내 옆에서 떨어지면 안 돼, 금지."
코하루의 목소리가 나직이 새어나왔다. 코하루의 손은 선생님의 옷자락을 꼭 잡고 있었다.
"곤란하네."
딱히 큰 힘도 아니었고, 떼어내려면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네. 조금만 있을까."
담요가 없어도, 옆에 붙어있다면 체온으로 조금은 따뜻해질 것이다. 선생님은 코하루를 깨우지 않도록 원래 자리로 살며시 돌아가, 코하루의 몸을 기대게 했다.
"잘 자, 코하루."
선생님은 코하루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고, 깨우지 않도록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귓가에서 코하루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토록 마음을 터놓고 있다는 사실에 선생님은 기쁨을 느꼈다.
고요함이 지배하는 방에 초침이 시간을 재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끝내지 않겠다는 듯 분홍색 헤일로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댓글 4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