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S #순애 #쿠루미 #오토기
원본 by Asphode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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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선생님, 일어나.”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몸이 좌우로 흔들흔들 흔들린다.
아무래도 누군가 깨우고 있는 모양이다.
선생은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깊은 잠의 수렁에서 서서히 빠져나왔다.
흐릿했던 의식이 차츰 돌아오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도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그래,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분명―
“…오토기?”
“누구야, 그 여자는?”
“말넘심!?”
선생이 눈을 뜨자, 시야에는 팔짱을 낀 채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 쿠루미와 그 뒤에서 눈이 점이 되어 있는 오토기의 모습이 들어왔다.
장소는 샬레의 집무실.
책상에 엎드려 있었던 걸 보니, 아무래도 어젯밤에 일을 하다 그대로 잠든 모양이다.
“잠깐만, 쿠루미.
오랜 파트너의 이름을 듣고 ‘누구야 그 여자’라니, 너무한 거 아냐?”
“어쩔 수 없잖아.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걸.
그보다 오토기, 너라면 선생님이 나랑 착각했을 때 뭐라고 대답할 건데?”
“음, 쿠루미랑 착각당하면?”
그 말에 오토기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샬레를 방문하니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선생님이 있다.
‘에휴, 또 밤샌 건가. 건강 좀 챙겨야 할 텐데’ 같은 생각을 하며 선생님 곁으로 다가간다.
사실 더 재워주고 싶지만, 이미 업무 시간이 지났다.
이건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깨워야 한다며 모질게 마음을 먹고 선생님을 흔든다.
‘일어나, 선생님.’
오토기의 목소리가 닿았는지, 선생님은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다.
그리고 오토기를 앞에 두고 말하는 것이다.
『…쿠루미?』
“누구야, 그 여자는?”
“마찬가지잖아!”
정색하고 중얼거리는 오토기에게 쿠루미가 딴지를 걸었다.
‘그 여자’ 취급에 불평하던 오토기였으나, 결국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 모양이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선생의 시야가 완전히 맑아졌다.
“…아, 쿠루미.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은 무슨. 방금 나 보고 오토기라고 했지?”
“…어라, 그랬나?”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 눈동자 엄청 흔들렸거든?”
“그, 그런 적 없는데.”
“말까지 더듬잖아! 기억하고 있는 거지!”
어물쩍 넘어갈 생각 말라며 잔뜩 화가 난 쿠루미.
그런 그녀의 어깨를 오토기가 부드럽게 다독였다.
“자자, 선생님도 피곤해서 그런 거야. 말실수 정도는 좀 봐주자고.”
“오토기……!”
구세주 등장.
마치 천사와도 같은 자애로움이다.
선생은 오토기의 등 뒤에서 천사의 날개가 돋아나는 환상을 보았다.
자신을 매달리듯 바라보는 선생에게 오토기는 걱정하지 말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선생님은 자는 동안에도 내 꿈을 꾸고 있었던 거야.
그만큼 나를 생각한다는 뜻이지.
그러니 눈 뜨자마자 내 이름이 튀어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지 않겠어?”
그곳에 서 있는 건 타락천사였다.
칠흑 같은 날개를 퍼덕이며 선생을 향해 어두운 미소를 짓고 있다.
선생에게 구원은 없었다.
“하아?”
당연하게도 쿠루미가 즉각 반박했다.
“뭐가 ‘그만큼 나를 생각한다’는 거야. 잠꼬대는 자면서나 하시지?”
“후후~ 나랑 착각당한 쿠루미가 무슨 말을 해도 전혀 안 들리는데요~?”
“으으으……!”
반박할 말이 없어 쿠루미는 분한 듯 이를 갈았다.
그러더니 무슨 생각인지 오토기를 삿대질하며 선생을 돌아보았다.
“선생님, 지금 당장 오토기를 보고 쿠루미라고 불러!”
“에이, 무슨 그런 유치한 생쇼를.”
쿠루미의 제안에 오토기가 어이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도 그 의견에는 동의했다.
이제 와서 이름을 잘못 부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쿠루미 본인도 그걸 깨달았는지, 선생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보고는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몇 초 뒤.
“아— 됐어, 됐어. 바보 같긴.”
“어?”
“애초에 이름 좀 잘못 불렀다고 일일이 따지는 것도 좀스럽잖아.”
쿠루미의 태도에 오토기는 조금 놀랐다.
고락을 함께한 오토기는 알 수 있었다.
저건 어른스러운 척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표정이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더 이상 놀려봤자 의미가 없을 듯했다.
좀 더 놀려주고 싶었던 오토기는 양손을 머리 뒤로 깍지 끼며 뒤로 물러났다.
“자, 얼른 일 시작하자고.”
“네— 네—.”
일에는 성실한 오토기는 쿠루미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저기, 나는 어떻게 하면 될까?”
혼자 전개에서 소외된 선생이 자신의 거취를 물었다.
마치 죄인 같은 태도에 쿠루미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일해야지, 당연한 거 아냐? 우리만 일하게 둘 셈이야?”
“아니, 물론 일은 할 건데…….”
“하아, 눈치 없기는.
아까 일은 없던 걸로 해줄 테니까 가서 앉으라고. 알았어?”
쿠루미의 사면에 선생은 작게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 쿠루미.”
“천만에.”
이걸로 이 건은 끝이라며 손을 흔들던 쿠루미는 문득 다른 생각이 났는지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밤샘은 금지야. 건강에 나쁘니까.”
“네,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평범하게 혼이 나며 고개를 숙이는 선생.
너무나 지당한 말씀이라 대꾸할 여지가 없었다.
“바쁜 건 알겠지만 적당히 해. 몸도 약한 사람이 금방 탈 난다고.”
“알았어.”
“그리고 밥은 제때 챙겨 먹고 있는 거지?
에너지 젤리나 에너지 드링크, 컵라면 같은 게 잔뜩 보이는데 설마 저런 걸로 때우는 건 아니겠지?”
“그건…….”
선생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눈은 입보다 말을 더 잘한다는 게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하아, 다음에 니코까지 불러서 제대로 된 밥 좀 챙겨올 테니까 꼭 먹어.”
“무슨 엄마냐고!”
뒤에서 듣고 있던 오토기가 참지 못하고 태클을 걸었다.
잔소리 내용이 영락없는 엄마의 그것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남았어?”
이제 흥미가 떨어졌는지 오토기는 “먼저 일 시작한다~”라며 서류 더미로 향했다.
멀어지는 오토기의 발소리를 등 뒤로 하며, 쿠루미는 선생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음에는 내 이름 제대로 불러야 해.”
그렇게 말하는 쿠루미의 뺨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댓글 5
아흐

쿠루미(오토기일수도있음) 오토기(쿠루미일수도있음)
템플런이 여기서 복선 회수를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