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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미 이오리의 경우
게헨나 졸업 후, 나는 선생님과 결혼해서 샬레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학생 시절부터 서류 작업에는 영 시원찮아서, 문관이라기보다는 뼛속까지 무관. 현장의 돌격대장 같은 역할을 맡았던 적도 있어서, 샬레에서 일하게 된 뒤로도 사무직이 아니라 폭도 진압 등이 주요 업무였다.
하지만, 이게 또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애초에 이 키보토스에서 총질이야 일상다반사고, 그런 건 기본적으로 각 자치구에서 관리한다. 실제로 게헨나에서는 선도부가 그 역할을 맡고 있었다. 즉, 샬레까지 차례가 돌아온다는 것은 그 자치구에서 감당할 수 없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진압에도 여러모로 고생이 많다. 나는 선생님과 샬레로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귀찮은 폭도 진압에 불려 나갔다.
"저 녀석들인가."
나는 오늘의 타깃에 조준을 맞춘다. 귀찮은 일은 적을수록 좋다. 얼른 해치우고 돌아가자고 생각하고 있자니, 폭도 녀석들이 이쪽의 존재를 눈치채고 비명을 지른다.
"위험해, '은귀'다!"
"하필이면 '은귀'냐고!"
"오는 게 너무 빠르잖아!"
'은귀(銀鬼)'. 내가 진압 부대의 리더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샌가 불리기 시작한 별명이다. 너무 단순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멋있어서 사실 조금 마음에 들기도 한다. 게다가 히나 부장 정도는 아니더라도, 강해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기도 했다.
"자, 그럼 바로――"
"'은귀'라면, 선생님한테 발을 핥게 한다는 그 '은귀'냐!?"
"............"
다음 순간, 그 고양감에 순식간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엥, 진짜로?"
"이 바보야, 몰랐어? 밖에서는 가차 없이 폭도를 진압하고, 집에서는 선생님에게 발을 핥게 하며 복종을 강요한다. 그런 뼛속까지 도S라는 소문이라고."
"하지만 소문이잖아? 설마 선생님 상대로 그건 좀……"
"아니, 근데 실제로 핥게 하는 걸 본 녀석이 있대. 게다가 학생 때부터 핥게 했다나 봐."
"발렌타인데이에는 구두약을 핥게 했다던데."
"'네 혀로 닦아라'라는 소리야!? 얼마나 가차 없는 거야……"
"거짓말이지, 그 선생님에게 예속을 강요하다니……. '은귀'에게는 사람의 마음 같은 것도 없는 건가……"
"전부 오해니까 말이야!?"
왜 내가 발을 핥게 시키는 것처럼 되어 있는 거야! 오히려 피해자는 나라고! 그보다 왜 그런 소문이 퍼져 있는 건데!
"이오리 대장님은 그런 분이 아니야!"
"맞아 맞아!"
"너희들……"
하지만 거기서 내 등 뒤로부터 지원사격이 들어온다. 그들은 내가 공들여 키운 대원들. 그녀들은 결코 소문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이해해 주고 있다. 그 사실에 나는 그만 기뻐져서 눈물이――
"대장님이랑 선생님은 항상 손을 잡고 샬레로 출근할 정도로 러브러브라고!"
"핥게 하는 것도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스킨십의 일환인걸."
"그래, 저번에는 안뜰에서 부끄러워하면서 선생님한테 아~ 해줬단 말이야!"
"쓸데없는 소리 마! 그보다 마지막 녀석, 너 대체 어디서 본 거야!?"
아무도 안 보는 줄 알고 한 건데!
"아 정말, 용서 못 해. 너희들 진짜 각오해."
나는 애총을 겨누고 안전장치를 푼다. 이것도 저것도, 전부 눈앞의 이 녀석들이 쓸데없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전원 기억이 날아갈 때까지 두들겨 패줄 테니까."
가장 먼저 앞장서는 내 뒤를 부대원들이 뒤따른다.
"대장님을 따라라!"
"대장님과 선생님의 사랑을 모르는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줘!"
"나중에 에피소드 잔뜩 들려줄 테니까 각오해!"
"너희들도 이거 끝나면 각오하고 있어라!?"
***
그 뒤로 몇 군데를 더 돌며 폭도 진압을 마쳤을(당연히 진압 부대원들에게도 본때를 보여줬다) 무렵에는 이미 해가 지고 밤의 장막이 내려앉아 있었다. 모모톡을 열어보니 이미 선생님의 메시지. 아무래도 일이 끝나서 먼저 퇴근한 모양이다.
"뭐야, 기다려 줘도 되잖아."
그렇다곤 해도 이미 퇴근 시간은 지났고, 여기서 샬레로 돌아가는 것만 해도 한 시간 넘게 걸린다. 그걸 무릅쓰고 기다리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야, 방금 들었어?)"
"(물론이지. 같이 퇴근하고 싶었는데~ 라며 아쉬움을 드러내는 대장님 사진 첨부 완료.)"
"(꼬리가 축 처졌어!)"
"(대장님 귀여워!)"
"너희들 무슨 말 했어?"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
뭔가 그냥 넘겨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기분 탓이었나 보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해산을 알리고 혼자 귀갓길에 올랐다.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달이 높게 떠 있었다. 선생님이 벌써 와 있겠지, 집에는 불이 켜져 있다. 기본적으로는 같이 퇴근하는 일이 많지만, 이번처럼 업무 사정으로 시간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원래 기숙사에서 혼자 살았던 터라, 동거 초기에는 내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도감마저 느껴진다.
"다녀왔어."
"왔어, 이오리?"
귀가 인사를 마치자 안쪽에서 선생님이 얼굴을 내민다. 기본적으로 저녁은 내가 만들지만, 이렇게 시간이 맞지 않을 때는 먼저 온 사람이 만들기로 규칙을 정했다. 실제로 그 말대로 요리를 하던 중이었는지, 선생님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부엌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풍겨온다.
"이건…… 카레인가?"
"정답. 나는 요리 이오리만큼은 잘 못하니까 말이야."
"별 차이 없잖아. 나라고 잘하는 건 아니라고."
"마침 다 됐으니까 손 씻고 오렴."
"응."
나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그 발걸음으로 식탁이 아니라 선생님이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
"어라, 이오리 왜 그래? 피곤할 텐데 먼저 앉아 있어도 돼."
내가 도우러 왔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사양하는 선생님에게 나는 말없이 두 팔을 벌렸다. 나의 무언의 어필에 선생님은 '아' 하고 미소를 짓더니, 가스 불을 끄고 앞치마를 벗고는 그대로 나를 껴안았다.
"고생했어, 이오리."
"응."
나는 선생님의 등에 팔을 두르고 그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의도하지 않아도 선생님의, 사랑하는 사람의 향기가 콧간지럽히고 그 온기가 나를 감싼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의 피로 따위는 상관없을 정도의 행복감이 넘쳐흐른다. 설마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몸을 맡기고 있을 수 있다니, 학생 시절의 나라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그걸 말하자면 선생님이 그 최애의 사람이 된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을 게 뻔하다. 오히려 "내가 저 변태랑? 웃기지 마!"라며 반박할 것 같다.
"이오리?"
"응?"
"무슨 좋은 일 있었어? 왠지 기뻐 보이는데."
"그야, 사랑하는 선생님이 안아주고 있으니까 기쁜 게 당연하잖아."
"이오리,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네."
"아, 벌써 부르는 게 익숙해져 버려서."
그와는 이제 부부. 공과 사를 구분하기 위해 밖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지만, 집 안에서는 이름으로 부르자고 그렇게 약속했었다. 그런데도 습관 때문에 사적인 자리에서도 자주 선생님이라고 불러버린다.
"미안―― 읍."
반성을 담아 그의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 내 입은 그의 입술에 의해 강제로 막혔다. 나는 놀라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눈을 감고, 그의 등 뒤로 두른 손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살며시 입술을 뗐다. 내 입술 사이에 이어진 가느다란 실이 희미한 음란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뭐야 갑자기."
"아니,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윙크를 한다. 느끼한 몸짓인데도 그런데도 잘 어울리니까 역시 치사하다.
"아니면, 싫었을까?"
그렇게 말하는 그는 마치 시험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와서――
"……바보."
이번에는 내가 그의 입술을 빼앗았다. 하지만 그런 나를 그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다정하게 안아 멈춘다. 그 여유가 조금 짜증 나지만, 그래도 받아들여 주고 있다는 게 기뻐서.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둘이서 몸을 맞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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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키요 후우카의 경우
그날, 선생은 후우카와 함께 키보토스 밖의 온천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 키보토스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이에요!"
처음 보는 키보토스 밖의 풍경에 후우카는 줄곧 들뜬 상태였다.
"그렇게 재밌어? 키보토스랑 겉보기엔 별 차이 없는데."
선생 입장에선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풍경에도 눈을 반짝이는 후우카에게 그렇게 묻자, '정말 재미있어요!'라며 만면의 미소가 돌아왔다.
"정말 밖의 사람들에겐 헤일로가 없네요."
"응, 그러니까 길거리에서 총 같은 거 쏘면 안 돼."
"안 쏴요. 저를 뭘로 보는 거예요. 애초에 가져오지도 않았는걸요."
그렇게 말하는 후우카의 손에는 항상 휴대하던 기관단총이 보이지 않는다. 선생이 두고 오게 한 것이다. 후우카는 호신 무기를 떼어놓다니 말도 안 된다며 반대했지만, 그런 걸 키보토스 밖에서 들고 다녔다간 한 방에 아웃이다. 모처럼의 여행에서 그런 결말을 맞이할 수는 없었다.
"모처럼인데 온천 만쥬 같은 거 먹어보지 않을래?"
"좋네요."
역시 온천가라고 하면 온천 만주를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적당한 가게에서 온천 만쥬를 사 들고,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관광지를 둘러본다.
"주리한테 줄 기념품을 사 가도 될까요?"
함께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던 중, 어느 기념품 가게 앞에서 후우카가 중얼거렸다.
"물론이지. 주리랑은 지금도 사이가 좋구나."
"네. 그래서 뭐라도 좀 사다 주려고요."
"분명 기뻐할 거야."
"네!"
그렇게 말하며 기념품 가게로 들어가는 후우카. 추천 메뉴가 뭐냐고 묻자 당연히 온천 만주라는 답이 돌아왔기에, 아까 먹은 것과 같은 것을 구매한다. 계산대에 줄을 서면서 추억을 나눠주는 거예요라며 웃던 후우카는 아주 다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저런 가게를 돌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해가 지고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하자, 후우카가 추운 듯 손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슬슬 숙소로 돌아갈까."
"그러게요. 추워졌네요."
"자, 손 좀 줘봐."
"선생님?"
선생님이 말하는 대로 손을 내밀자, 선생님이 그 손을 꽉 잡았다.
"이러면 좀 따뜻하지?"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는 선생님에게 후우카는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네!"
만면의 미소를 띠며 맞잡은 손에 힘을 주는 후우카.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오늘 밤 묵을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이건…… 다시마 육수일까요?"
해가 지고 저녁 식사 시간. 숙소에서 대접받은, 산나물이 듬뿍 들어간 요리를 맛보고 있는데 후우카가 무언가 입가에 손을 대고 고민한다.
"역시 후우카네. 그런 게 신경 쓰이는구나."
"아, 죄송해요. 완전히 습관 같은 거라서요."
"아니야, 그만큼 후우카가 요리에 진심이라는 증거니까."
선생은 알 수 없는 숨겨진 맛을, 이건가 저건가 하며 고찰해 나가는 후우카의 표정은 아주 즐거워 보인다. 분명 자신의 요리에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는 것이리라. 그 모습을 선생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즐거운 건 알겠는데, 빨리 안 먹으면 다 식어버릴 거야."
"앗! 그랬죠. 모처럼의 식사인데 아깝네요."
생각의 바다에서 떠오른 후우카가 음식을 입으로 가져간다. 음~ 하며 볼을 감싸며 먹는 걸 보니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아지는 선생.
"왜 그러세요, 선생님? 왠지 기뻐 보이시네요."
"아니, 신경 쓰지 마. 그나저나 정말 맛있네."
"네!"
요리를 즐긴 뒤에는 목욕이다. 객실 내의 욕조라는 선택지도 있지만, 이번엔 모처럼이니 관내에 있는 온천에 들어가기로 했다. 각각 남탕과 여탕으로 나뉘어 노렌을 걷고 들어간다.
"후아아……."
곧장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몸을 씻은 뒤 욕조에 몸을 담근다. 선생의 입에서 한심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벽에는 그 온천수의 이름과 효능이 적혀 있다.
"이런 건 대개 타박상이나 피로 회복 같은 게 적혀 있단 말이지."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적혀 있으면 효과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신기하다. 부디 이 피로도 회복되길 바라며 선생은 천장을 올려다본다.
"…………"
왠지 모르게 옆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아침부터 후우카와 함께였고, 곁에는 항상 후우카가 있었으니까. 목욕까지 같이하고 싶어 하는 건 너무 징그러운가 싶어 자조한다. 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슬슬 나갈까."
선생님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탈의실로 향했다.
***
목욕을 마치고 관내복으로 갈아입는다. 잠시 후 합류한 두 사람은 관내에 있는 탁구대로 향했다.
"역시 온천 료칸 하면 이거지."
온천 하면 탁구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의외로 탁구대가 놓인 시설은 드물다. 이번에 탁구가 있는 곳을 고른 건 아니고, 정말 우연이었다.
"저 탁구는 수업 시간 말고는 해본 적 없어요."
"나도 학생 때 체육 수업 이후론 처음일지도."
학창 시절을 그리워하며 선생과 후우카는 랠리를 이어간다. 그렇다고는 해도 초보자 둘이다. 탁구 선수가 시합 전 몸을 풀 때 하는 랠리가 아니라, 체공 시간이 긴 랠리다. 당연히 스매시 같은 건 칠 수 없다. 하지만 그 정도 랠리만으로도 후우카는 신선한지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탁구를 제안한 보람이 있었다.
콩, 콩 하고 탁구공이 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치 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후우카는 별로 싸우는 이미지는 없는데, 운동 신경은 좋은 편이야?"
"보시는 그대로예요."
퐁 하고 탁구대 밖으로 크게 튀어 나가는 탁구공을 보며 선생은 쓴웃음을 짓는다.
"아하하, 뭐 사람마다 소질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럼 선생님은 운동 신경 좋으세요?"
"좋은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어."
선생이 그럴싸한 서브를 선보인다. 회전 같은 건 잘 모르니 대충이지만. 선생의 라켓에서 뿜어져 나온 정체불명의 스핀이 걸린 탁구공은 낮은 탄도로 튀어 올라 네트에 꽂혔다.
"…………"
"…………"
침묵 속에 바닥에 떨어진 탁구공이 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풋, 하하하!""
둘 다 웃음을 터뜨린다. 결국 끼리끼리라는 뜻이겠지. 두 사람은 탁구도 적당히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당연히 방은 같다.
깔려 있는 이불 위에 대자로 누워버리는 선생. 그 옆에서 똑같이 이불에 누운 후우카는 선생 쪽을 보며 중얼거렸다.
"선생님, 저랑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세요?"
"갑자기 왜 그래?"
"아니요, 별일은 아니지만……. 아까 탁구를 치면서 학창 시절 생각이 나서요."
"그렇구나. 처음 만난 건 게헨나 학생식당이었던가? 학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맛에 감동했던 기억이 나."
"갑자기 칭찬을 퍼부으셔서 깜짝 놀랐었어요."
"그만큼 맛있었으니까."
"후후, 감사합니다."
지난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후우카가 아직 학생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하루나랑은 어떻게 됐어? 화해는 했고?"
"못 했어요."
"그래?"
"후후, 농담이에요."
의외라는 듯한 선생을 앞에 두고 후우카가 우아하게 웃는다.
"따로 싸운 건 아니니까요."
물론 후우카라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거부감조차 있었다. 몇 번이고 납치당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나름의 미학이 있었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사람을 납치하거나 가끔은 운전기사 취급하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지금 와선 좋은 추억이에요. 분명 그 억지스러움이 없었다면 저는 더 좁은 세상밖에 몰랐을 테니까요."
좋든 나쁘든 강제로 밖으로 끌려나간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후우카는 과거를 회상한다.
"또 만나고 싶어?"
"아뇨, 그건 사양할게요."
"어라?"
그 점은 딱 잘라 거절하는 후우카. 하지만 만약 만난다면 또 하루나에게 끌려다니겠지.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 맞다 선생님. 제 졸업식 기억하세요?"
"물론이야. 내가 펑펑 울었던 거 말이지."
"네, 그거요! 그 일 때문에 저 졸업하고도 한참 동안 놀림 받았다고요!?"
"미안, 이제 후우카의 요리를 맛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만……."
혼자 사는 입장에서 누군가 만들어준 요리가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것인지. 게다가 그게 특상품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는 건 조금 배려가 부족했나 싶어 반성하는 선생님이었다.
"뭐, 덕분에 결심도 섰으니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게 분하지만요."
"결심?"
"네. 제가 고백한 거, 그게 계기였거든요."
"에, 그랬어!?"
그 장면 어디에 반할 요소가 있었나 하고 회상하는 선생에게 후우카는 상체를 일으키며 살며시 손을 포갠다.
"그렇게까지 선생님께 필요하다고 여겨지고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그럼 혹시 저에게도 기회가…… 싶어서요."
"후우카……."
"하지만 역시 자신은 없었어요. 선생님 주변엔 귀여운 아이들뿐이었고. 제 장점이라고 해봤자 요리 정도였으니까요."
문득 맞잡은 손 위로 따뜻한 물방울이 떨어진다.
"그래서 이렇게 지금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기적 같아요. 행복해서…… 훌쩍, 죄송해요.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아니야, 괜찮아. 나도 똑같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일어나 후우카를 살며시 껴안는다. 품 안에서 잘게 떨리는 후우카의 머리를 선생은 위로하듯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잠시 후 진정이 되었는지 후우카가 고개를 든다.
"죄송해요, 선생님. 갑자기 울어버려서."
"신경 쓰지 마. 나도 후우카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기뻐."
"선생님…… 으응."
감정이 북받쳤는지 후우카가 선생에게 살며시 입을 맞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도 선생은 놀란 기색 없이 다정하게 받아들였다. 잠시 후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지고, 은빛 실이 두 사람 사이를 잇는다.
"아직 잘 때까지 시간 남았죠?"
"그렇네."
후우카의 몸에서 힘이 빠지고, 선생이 후우카를 이불 위로 눕힌다. 흐트러진 관내복 사이로 보이는 하얀 살결에 선생은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와주세요, 선생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주세요."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쳐진다. 두 사람의 밀어를 방해할 사람은 여기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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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사 하루카의 경우
그것은 선생과 하루카가 결혼하고 수개월이 지난 어느 날 아침의 일.
선생이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침실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복도에서 뿅 하고 하루카가 얼굴을 내민다. 마치 이쪽의 눈치를 살피는 듯한 몸짓은 어딘가 사람을 타지 않는 소동물을 연상시킨다. 그런 하루카에게 선생은 무섭지 않다는 듯 미소 지으며 양팔을 벌렸다.
하루카는 머뭇머뭇 선생에게 다가오더니, 푹 하고 그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선생이 그에 응하듯 양손으로 꽉 껴안자, 하루카의 달콤한 향기가 비강을 간지럽힌다. 선생은 하루카의 냄새를 좋아했다.
"조,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안녕, 하루카."
이렇게 자고 일어났을 때 하루카를 껴안는 것은 선생이 시작한 습관이었다. 그것은 선생 자신이 하루카와 접촉하고 싶다는 점도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하루카의 자기 긍정감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사람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성격이 변하지 않는 법. 결혼 당초에는 "저 같은 게 선생님과 맺어져도 괜찮은 걸까요……"라며 무엇을 하든 자신을 비하했다.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하루카를 어리광 부리게 하는 것. 아침의 포옹은 그 일환이었다.
"선생님, 좋은 냄새가 나요……"
"하루카도 좋은 냄새가 나."
"부, 부끄러워요……"
"별로 부끄러워할 거 없는데."
선생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심호흡하는 하루카. 그것을 흉내 내듯 선생도 하루카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는다. 서로를 눈으로 보고, 심장 소리를 귀로 듣고, 존재를 냄새로 확인하며, 온기를 피부로 느낀다. 오감으로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두 사람은 포옹을 계속했다.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선생의 어리광 작전은 상상 이상으로 효과가 있었다. "저 같은 게"라는 입버릇도 자취를 감추고, 하루카의 자기 긍정감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고, 고맙습니다. 이제 괜찮아요."
"그래? 나는 좀 더 이러고 있어도 좋은데. 하루카는 싫어?"
"아, 아니요, 싫다는 건 아니고……. 저, 저도 이러고 싶지만, 해야 할 일도 있어서……"
"그렇구나, 알겠어."
그렇게 말하며 선생은 천천히 포옹을 푼다. 하루카는 선생을 향해 꾸벅 작게 고개를 숙이고, 곧장 집안일에 착수했다.
동거나 결혼을 함에 있어서 가사 분담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이제는 맞벌이도 늘어나 여성이 집안일을 전담한다는 풍조도 옅어지고 있다. 전업주부라는 말의 남성형이 자연스럽게 쓰일 정도로 남성도 집안일을 하게 되었다.
선생과 하루카도 예외 없이 맞벌이다. 선생은 당연히 샬레에서 일하고 있고, 하루카는 하루카대로 지금도 여전히 흥신소의 일원으로서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선생과 결혼하면서 잠자리는 흥신소 모두와 떨어지게 되었지만, 흥신소의 유대는 지금도 건재하며, 선생 다음으로, 아니 어쩌면 선생보다도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이기에 집안일도 균등하게 분담하고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고, 하루카의 요청으로 집안일의 대부분은 하루카가 담당하고 있었다. 물론 선생으로서는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마음이 무거워 분담을 제안했지만, '제가 선생님께 해드릴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며 밀어붙인 것이다.
그것은 하루카가 보여주는 낮은 자기 긍정감 때문이기도 했다. 선생님께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 있었겠지만, 그것도 선생님께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선생님께 도움이 되면 버림받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근저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선생의 보살핌에 의한 자기 긍정감 향상으로 개선되어 가고 있다. 아직 조심스러운 하루카지만, 그래도 선생님은 자신을 버리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하루카도 솔직하게 선생님께 어리광을 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에 맞춰 집안일도 분담으로 돌아갈…… 줄 알았으나, 하루카 입장에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강박 관념이 사라지고, 순수하게 선생님께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남은 것이었다. 아니, 어설프게 하루카에게서 집안일을 뺏으려 하면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며 역으로 자기 긍정감이 떨어지는 사태에 빠지고 있어, 선생으로서도 집안일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조금 특별한 사정이 있어 집안일을 일임받은 하루카지만, 맡겨 달라고 말하는 만큼 집안일 솜씨는 확실했다. 오히려 혼자서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만큼 하루카의 성미에 맞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
청소나 빨래 같은 집안일을 끝낸 하루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취미로 기르는 잡초에 물을 주고 있었다. 한마디로 잡초라고 해도 종류는 다양해서 식용인 것도 있고 약초 같은 것도 있다. 선생님은 솔직히 전혀 구분이 안 가지만, 하루카는 과연 취미로 삼는 만큼 해박했다.
"지금은 뭐에 물을 주고 있는 거야?"
"이건 질경이예요."
"질경이?"
하루카는 물을 주며 옆에서 잡초를 바라보는 선생님에게 설명을 시작한다.
"네, 밟혀서 단단해진 땅에서도 자라는 강인한 풀이라, 옛날부터 약초로서 귀하게 여겨졌어요."
"그렇구나. 이렇게 말하긴 좀 그렇지만, 별로 맛있어 보이진 않네."
"야생의 것은 질긴 것도 있지만, 이 아이는 어리고 부드러워서 괜찮을 거예요. 저는 딱딱한 대지에 뿌리를 내리는 강한 질경이도 좋아하지만요."
"그럼 이쪽은?"
"이건 쇠비름이에요."
"이것도 약초야?"
"이건 널리 식용으로 쓰이는 잡초예요. 신맛과 미끈거림이 있고, 오크라처럼 다지면 끈기가 더해지는 게 특징이에요."
"역시 하루카야. 잘 아네."
"아니요, 이, 이 정도는 보통이에요…… 아, 아니요, 결코 선생님의 의견을 비하하고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윽."
"괜찮아, 그렇게 생각 안 해."
당황한 듯 변명하는 하루카의 머리를 선생은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하루카는 그것을 기쁜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만끽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잡초도 꽤 먹을 수 있는 게 많네. 나도 뭐 좀 캐올까?"
"그, 그건 그만두시는 게 좋아요."
"그래?"
"네, 네. 잡초 중에는 독을 가진 것도 있으니까요. 구분이 안 갈 때는 야생초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구나, 알겠어. 그럼 다음에 하루카가 가르쳐줄래?"
"제, 제가요?"
"응. 나 혼자면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하루카라면 구분할 수 있잖아?"
"그건, 네."
"그럼 결정됐네. 잘 부탁드립니다, 하루카 선생님."
"선, 선생님…… 제가……"
선생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려 하루카는 쑥스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싫지 않은 듯 그 뺨은 미세하게 풀려 있었다.
"그, 그렇다면 오늘――"
꼬르르륵.
오늘 가지 않겠냐고 이으려던 하루카의 말을 가로막듯 배꼽시계가 울려 퍼진다. 무슨 소리인가 하고 하루카가 시선을 올리자, 선생이 배를 문지르며 웃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점심이 지난 무렵. 아침밥을 먹었다고는 해도 배가 고파질 시간대다. 그 소리에 자극받았는지 하루카의 몸도 허기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후후, 먼저 밥부터 먹을까요?"
"미안해, 뭔가 재촉하는 것 같아서."
"아, 아니요, 저도 배가 고파졌으니까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저번에 캔 잡초를 써볼까요?"
"그거 기대되는데."
"금방 만들 테니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부엌으로 향하는 하루카를 뒤에서 선생님이 갑자기 껴안는다.
"선, 선생님?"
"아,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그만, 인가요……"
"응. 왠지 허그하고 싶어져서. 싫었어?"
"시, 싫지는 않아요. 오히려, 좋아…… 해요."
솔직하게 심정을 토로하는 하루카. 조심스럽기만 했던 예전을 생각하면 이것도 큰 성장이었다.
"하, 하지만 밥도 만들어야 하니까……"
"아, 그렇네. 미안, 방해해서."
그렇게 말하며 포옹을 푸는 선생의 손을 하루카가 살며시 잡는다.
"그, 그러니까……"
"하루카?"
"밥을 먹은 후에 다시 부탁드려도 될까요?"
하루카의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부탁에, 선생은 다시 껴안고 싶어지는 마음을 억누르며 하루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물론이지."
"고, 고맙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부엌으로 향하는 하루카. 그 뒷모습을 배웅하며 선생은 행복을 되새긴다.
"……에헤헤."
그 말을 등 뒤로 들으며 하루카도 마찬가지로 행복을 머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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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