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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왠지 오랜만이네!」
지금, 선생과 네루는 놀이공원에 데이트하러 와 있었다. 휴일이라 그런지 커플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혹시 사람이 적을까 싶어 오전부터 와봤지만, 그 예상은 빗나간 모양이었다.
「뭐 하는 거야, 선생?」
입장 게이트를 지나자마자 걸음을 멈춘 선생을, 고양이 귀 머리띠를 쓰고 잔뜩 신이 난 네루가 돌아보았다. 그런 네루의 모습이 언젠가의 풍경과 겹쳐 보였다.
『아, 예전에 같이 왔을 때가 생각나서.』
네루와 함께 이곳에 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건 아직 네루가 밀레니엄의 학생이었을 때의 일이다. 네루가 졸업한 지 그리 오랜 세월이 흐른 것도 아닌데, 무척이나 그립게 느껴졌다. 그렇게 선생이 과거를 회상하고 있자, 네루가 선생의 손을 잡았다.
「어이, 어이,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라고. 어서 가자, 이러다 늦겠어!」
오늘은 놀이 기구를 전부 정복할 거니까! 하고 기세등등하게 외치는 네루에게 이끌려, 선생은 동화 같은 세계로 몸을 던졌다.
그 후로는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갔다.
「야, 선생. 저거 타자!」
『어, 처음엔 좀 더 순한 것부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빨리 안 가면 사람 몰린다고. 자, 어서 가자!」
시작부터 놀이공원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 기구에 타게 되어 대미지를 입고.
「오, 이런 게 있었나?」
『새로운 놀이 기구인가 봐. 작년에 새로 생겼대.』
「헤에, 좋은데. 가보자!」
어느새 새로 생긴 건 슈팅 어트랙션에서 네루에게 실컷 얻어맞고.
「우와, 역시 놀이공원은 밥도 비싸네.」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네루는 뭐 먹고 싶어?』
「역시 고기려나. 호쾌하게 구운 거 없어?」
『그거라면…… 저쪽 가게일까.』
「좋아, 오후를 대비해서 배부터 채우자!」
『살, 살살 부탁해.』
둘이서 육즙 가득한 고기 요리를 맛보았다. 놀이공원 음식이라 가격은 비쌌지만, 아침부터 움직여서 배가 고팠던 탓인지 요리는 대만족이었다.
그렇게 기력을 보충하고 후반전에 돌입했다.
『네루가 회전목마라니 의외네.』
「말했잖아. 전부 정복한다고. 그리고 이것도 오랜만에 타니 나쁘지 않네.」
『어때, 백마 탄 왕자님 같지 않아?』
「음…… 안 어울리네.」
『너무해!』
백마에 올라타 멋 부리는 대사를 읊어봤다가 네루에게 진지한 얼굴로 대꾸를 들어 정신적 대미지를 입고.
「오라오라오라오라!」
『네, 네루, 스톱……』
「선생, 입 다물고 있어! 혀 깨문다고!」
『이건 그런 놀이 기구가 아니……』
커피잔을 전력으로 돌리는 네루에게 물리적으로 휘둘리고.
「이 붕 뜨는 느낌이 참을 수 없다니까!」
『네루, 즐거워 보이네.』
「엉! 선생은 아니야?」
『옛날부터 이 가슴이 붕 뜨는 느낌이 영 별로라서.』
「한심하긴. 소문으론 우주에서 자유 낙하했다며? 그거에 비하면 별거 아니잖아.」
『그거랑 같이 취급하지 말아 줄래!?』
바이킹을 타면서 덮쳐오는 붕 뜨는 느낌을 견디고.
『하아…… 하아……』
「고생했어, 선생. 선생은 거기서 쉬고 있어. 내가 음료수 사 올게.」
『그럼 내가』
「됐어, 됐어. 좀 쉬고 있으라고.」
그럼, 이라는 말을 남기고 네루는 근처 매점으로 음료수를 사러 갔다. 선생은 들썩이던 허리를 내려 벤치에 혼자 걸터앉았다.
『하아, 괜히 신경 쓰게 했네.』
최대한 피곤한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네루에게는 다 보였던 모양이다.
『학생 때는 이 정도는 거뜬했는데. 세월은 못 이기는구나.』
만약 지금 옆에 네루가 있었다면, 나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면서 아저씨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핀잔을 줬을 법한 말을 중얼거리며 등받이에 크게 기댔다.
시선 끝에서는 피에로 복장을 한 남자가 여자아이에게 풍선을 건네주고 있었다. 풍선을 받고 기뻐하는 여자아이에게 네루의 모습을 겹쳐보고는, 이건 또 애 취급하지 말라고 화내겠구나 하고 자조했다.
『네루도 슬슬 돌아올…… 어라, 저 아이들은……』
***
「칫,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네.」
양손에 음료를 든 네루가 투덜거렸다. 생각보다 줄이 길어서 사는 데 시간이 걸리고 만 것이다. 운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더위를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일단 기다리고 있을 선생에게 서둘러 가야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음, 저건 누구야? 헌팅인가?」
이윽고 선생의 모습을 발견한 네루는, 선생을 둘러싼 여학생 두 명을 알아보았다. 모두 사복 차림이라 어느 학교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음ー, 지금 돌아가면 방해되려나?」
네루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했다.
「아니, 지금은 나랑 데이트 중이니까, 오히려 방해하는 건 저쪽인가.」
하지만 곧바로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가까워질수록 선생과 학생들의 대화가 귓가에 들려왔다.
「선생님, 혼자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랑 같이 다니지 않으실래요?」
『아, 미안. 오늘은 다른 사람이랑 같이 와서.』
「그렇다면 그분도 함께 어떠세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아니, 그러니까……』
아무래도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듯했다. 선생의 얼굴이 어찌할 바를 몰라 살짝 일그러졌다. 여기서 선생이 곤란해하는 얼굴을 좀 더 구경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모처럼의 데이트에 찬물을 끼얹는 것도 재미없다.
「어―이, 선생!」
네루는 목청을 높여 선생의 이름을 불렀다. 그제야 네루의 존재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선생의 표정이 마치 주인을 발견한 개처럼 환해졌다. 아무래도 꽤나 지쳐 있었던 모양이다.
「미안, 선생. 좀 붐벼서 말이야.」
『괜찮아, 신경 쓰지 마.』
「그래…… 그래서.」
네루는 선생에게 음료를 건네주고, 그대로 선생의 어깨에 팔을 둘러 끌어안았다. 그리고 선생을 둘러싼 두 사람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날렸다.
「내 남편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
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상황에 따라서는 무력 행사도 불사하겠――
「「꺄➰➰➰악!!!」」
진지한 눈빛의 네루. 하지만, 돌아온 것은 뜻밖의 노란 비명이었다.
「저도 그런 말 들어보고 싶어요!」
「죄송해요, 선생님. 데이트 중이셨군요!」
『어, 아, 응.』
「네루 씨도 죄송해요! 방해꾼은 물러가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어, 아, 엉.」
폭풍처럼 사라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네루와 선생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랄까, 김이 샌다.
「어ー, 괜찮았어?」
『응, 쟤들도 악의는 없었던 것 같네.』
「그런 것 같네…… 하아.」
네루는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음료수 빨대를 입에 물었다.
『네루, 도와줘서 고마워.』
「신경 쓰지 마. 그나저나, 선생도 헌팅 같은 걸 당하는구나.」
『그게 헌팅이었을까.』
「비슷한 거잖아.」
선생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목이 말랐는지 네루에게 받은 음료를 단숨에 들이켰다.
『좋아, 다음엔 뭐 탈까.』
「오, 뭐야, 갑자기 의욕이 넘치잖아.」
『끝까지 어울려 주려고.』
「그거 좋은데……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제 거의 다 돌았다고.」
네루는 다리를 꼬고 놀이공원 팸플릿을 펼쳐 손가락으로 훑었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한곳을 가리키며 웃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저거 타자.」
***
선생과 네루는 둘이서 관람차에 올라 저물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곤돌라는, 이 데이트의 끝을 알리는 시곗바늘 같았다.
「오늘 즐거웠어.」
『나도 즐거웠어. 이렇게 신나게 논 건 오랜만이야.』
「그거치곤 꽤 대미지를 입었던데.」
『네루 체력은 못 따라가지.』
선생은 그렇게 말하며 작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렇게나 짙은 하루를 보냈으니. 서로 할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곤돌라는 꼭대기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내가 헌팅 당했을 때 말이야.』
「아니, 이제 스스로 헌팅이라고 말하잖아.」
『네루, 말투가 좀 험했지.』
「그랬나?」
『혹시 질투한거야?』
선생의 물음에 네루는 어깨를 움찔했다. 정말이지,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라니까, 하고 선생은 미소 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래, 아쉽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시간도 똑같이 흘러, 곤돌라는 서서히 지상과의 거리를 좁혀갔다. 곤돌라가 4분의 1 정도 남았을 때였다.
「……냐고.」
『네루?』
「질투해서 미안하냐고.」
네루의 뺨이 붉어진 것은, 결코 석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선생은 내 거야.」
『응, 나는 네루 거지.』
「……그리고, 나는 선생 거고.」
『그렇네, 네루는 내 네루야.』
「그러니까 그게, 뭐냐, 음……」
일단 저지르고 본 건지 드물게 당황하는 네루에게, 선생은 이리 오라며 손짓했다. 그 손짓에 네루는 맞은편에서 선생의 옆자리로 옮겼다. 나란히 앉으니 곤돌라는 좁았다. 필연적으로 서로의 몸이 밀착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 선생은 네루의 손을 잡았다. 거기엔 말이 필요 없었다. 네루는 선생의 의도를 알아채고, 조금 부끄러운 듯 뺨을 긁적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런 네루를 사랑스럽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선생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이윽고, 석양에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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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해서 살짝 토라지는 네루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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