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사람에 따라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XX년 XX월 XX+76일 16:54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카페 '파르페 킹덤' 여자 화장실
"흥~흐흐흥~"
여기, 벽 너머의 상황은 꿈에도 모른 채 몸단장에 열중인 소녀가 있었다.
'선생님이 나오면 '나 어디 달라진 거 없어?' 라고 물어봐야겠다☆'
바깥 공기에 마른 피부를 화장솜으로 가볍게 닦아낸 후, 선크림부터 다시 펴바른다. 아직 이 단계에 도달하였음에도 미카의 태생적인 피부는 이미 은은한 광택을 내기 시작한다.
뒤이어 컨실러로 아주 약간 보이는 잡티를 제거한다. 이 나이대 여자 아이들에게 여드름은 중대 사항. 다른 아이들에게 있어 이것은 여드름 축에도 못 끼는 작은 굴곡일 뿐이었지만 선생 앞의 미카에게는 그것마저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파우더로 마무리한 뒤, 아이라인을 그리고, 마스카라와 반짝이는 글리터까지. 이 정도면 매일 투닥거리는 세이아마저도 인정할 것이라는 확신이 미카의 마음 속에서 피어나기 시작한다.
'내 정신 좀 봐 틴트를 빼먹었네?'
나가려는 순간 입술 화장을 잊은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던 미카였다. 안 그래도 돋보이기 쉬운 입술이 빛바랜 색을 보인다면 제 아무리 선생이라도 이상하게 여길 것은 당연지사. 다시 거울 앞에 서서 가볍게 틴트를 펴 바르려 한다.
-덜컹.
"...응?"
순간 그녀의 움직임을 멈춘 것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불상의 소리였다. 얼핏 듣기에 무언가를 옮기는 것처럼, 또 얼핏 듣기에는 무언가가 넘어지는 것처럼 들리는 애매하디 애매한 소리.
"여긴... 나밖에 없을텐데..."
귀신 같은 것은 이미 진작에 두려워하지 않는 미카였다. 산타를 믿지 않게 된 것도 이미 7살이 되던 해였으니 귀신을 불신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그렇기에 지금의 소리는 매우 이질적이었다.
"잘못 들었나..."
요즘에도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방금 전의 소리는 흘려넘기기로 한다.
에덴 조약 이후 파테르 분파 수장 자리의 공석 기간은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당연한 이유겠지만, 아직 파테르 분파의 수장으로서 미카를 대체할 인물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미카가 가지는 '임시적인' 현 지위가 암묵적으로 '당연직'으로 여겨지는 효과를 가졌던 것. 물론 미카의 입장애서 이것은 과거 잃었던 것을 잠정적으로 돌려받은 것에 가까웠지만,
~~~
'마녀를 추방하라!'
'파테르 분파는 신임 대표를 선출하라!'
'미카와 야합하는 파테르는 각성하라!'
~~~
색채의 침공 이후에도 계속되는 미카를 향한 의심어린 시선은 그녀로 하여금 이전과 같은 자유분방한 생활을 제한하였다. 그것은 자신과의 약속이자 동시의 선생과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미칠 여파와 타인의 반응을 예전에 비해 민감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었으며,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강한 것이었다.
'에휴... 잊자 잊어. 오늘 같이 좋은 날에 그런 소릴 떠올릴 이유도 없잖아?'
애써 고개를 돌리고 다시 화장의 마무리에 집중하려 한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을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세이아의 직감 섞인 조언을 의식한 듯 튀지 않으면서도 매력을 가장 잘 발산할 수 있는 색으로 골랐다고 자신하며 다시금 아랫입술에 틴트를 펴바른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우당탕탕!
"으아?!"
이젠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방금 들은 소리는 이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소리가 되어 미카의 고막과 접촉하였다.
당장에 뛰어나가 바깥 상황을 살피려는 미카였으나, 순간 다리가 굳는다.
'가만... 이 벽 너머가 뭐였더라...?'
'....응, 그렇네. 남자 화장실이었어.'
신중함을 한 스푼 더한 미카의 발걸음은 그녀를 다시 현 위치에 고정하도록 만들었다.
벽 너머의 남자화장실에서 덜걱 거리는 소리, 무엇인가 넘어지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우욱....우우욱..."
".....어?"
이제 벽 너머의 소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
20XX년 XX월 XX+76일 16:57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카페 '파르페 킹덤' 남자 화장실
-우당탕탕!
-털썩.
"우욱...우우욱...."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바로 이전 순간 거울을 응시하며 가만히 눈물을 흘리고 있던 청년이 변기를 붙잡고 곧 구역질을 하게 되기까지는.
그가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슬픔과, 분노와, 무력감이 포함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압도적인 무게는 눈물을 만들었고, 이미 충분히 약해진 그의 심신을 더욱 약하게 만들었다.
사람의 정신은 마치 함수와도 같은 것이다. X값이 들어가면 Y값이 나오는 아주 간단한 알고리즘이다. 행복해보이는 학생이라는 양(+) X값이 들어가면 행복이라는 Y값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자신의 걸어온 길에 대한 의구심과, 슬픔과 분노와 무력감이라는 X값이 선생의 함수를 통과한다면 어떠한 Y값이 출력될까.
"우욱...우우우어....어어억...."
정말 유감스럽게도 선생의 정신이라는 함수가 출력한 Y값은 '자기혐오'였다. 급격하게 몰려오는 무력감과,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온 마음을 헤집고 다니다 마지막 순간에 도착한 곳은,
'다 내 책임이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도달할 수 없는 길을 그저 떠벌렸기 때문에.'
'자신의 욕심 때문에.'
결국 이 모든 일의 근원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선생이 내린 하나의 결론은
'나 때문에.'
자기혐오라는 감정이었다.
거울을 쳐다보던 선생의 마음 속에서 '자기혐오'라는 Y값은 이내 자신의 모든 것을 혐오하는 기전으로 확대되었다.
헝클어진 머리에서 정신장애를 진단받은 이후 그의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읽혔다.
퀭한 다크서클은 그로 하여금 '꼴도 보기 싫다.'라는 감정이 출력되게끔 하였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은 이제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한 그의 몸 자체에 대한 혐오로 발전했다.
이제 그가 혐오하는 대상은 그의 생각에 그치지 않고 그의 모습, 그의 육체, 그가 걸치고 있는 거적데기, 그리고 그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까지 미쳤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생각으로 착륙한 순간.
"우웨에에에엑.....우에에엑...."
-콰다다다다다다닥!
화장실 변기를 잡은 그의 입에서는 그가 자닌 24시간 동안 먹은 모든 것이 배출되고 있었다.
이제 입에서는 헛구역질이 아닌
"우워어어어어어어어얽"
토사물이 목을 때리며 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다다다다다다다다닭!
입에서 배출된 토사물이 변기물 속으로 떨어지는 소리는 마치 하수 처리장에서 터져나오는 오폐수의 찌꺼기가 수조에 떨어질 때 내는 소리와도 같았다.
얼마나 게워냈을까.
"웨에에엑. 웨에에에엑"
-쪼르륵 쪼르륵...
이제 음식물을 모두 게워낸 선생의 입에서는 토사물이 아닌 투명한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웨에에엑...콜록콜록...으에에엑..."
시큼한 감정을 느낀 선생이 내뿜는 고통섞인 신음은 지금 선생이 게워내는 것이 위액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해주었다.
"하아...하아...하아아...."
그렇게 몸에 있는 수분의 상당한 수준까지 모두 뱉어내고나서야 선생의 구토는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이따금씩 역한 기운이 올라오긴 했지만, 적어도 숨을 쉴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보장해주었다.
"하아아아....하아아아아...."
초점없는 눈과 침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져나오는 입의 상태는 그 처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콰아앍콸콸콸콸!
애써 꼭지를 돌려 물을 내리고 나서야 모든 것이 마무리된 느낌이 들었던 선생. 그러나 방금 전의 구토가 선생의 마음 속까지 게워내주진 못했다.
"하....하하...."
지금 그의 웃음에서 읽어낼 수 있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공허, 허탈감 등으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죽으라고 아주 제사를 지내라..."
"........염병."
키보토스에 오기 전 그의 언어는 동년배 남성들과 다를 바 없었다. 일이 안 풀리면 나지막히 욕을 내뱉기도 하고, 재수없는 선배를 호박씨 깥 때는 가능한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기발한 비하의 언어를 때려박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곳에서 그는 선생이었고, 교육자였다. 청춘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세계를, 현실의 차가움을, 욕설이 어느 순간 어렵지 않게 등장하는 그런 모습을 스스로에게 투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그가 내뱉은 말에 담긴 뜻은 심오하면서도 복잡다단했다.
"........진짜 뭘 하겠다고 이런 짓을..."
".....지치네."
전후사정을 모르는 이가 지금 이 광경을 본다면 어느 정신 나간 남자가 변기를 붙들고 변기물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 외에 다른 해석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미카의 예측대로 이 카페에 남성은 선생이 전부였다.
".....아. 또 시작이네."
다시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 눈물이 하나, 둘 물에 떨어지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피곤하고....지쳐."
"뭔가 해낼 수 있는 게 있을까..."
"....하."
그렇게 한참을 선생은 일어나지 못했다.
~~~
20XX년 XX월 XX+76일 17:07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카페 '파르페 킹덤' 여자 화장실
선생에게 딱 한 가지 불행한 것이 있었다면
그가 내던 모든 소리와 말은 방음이 불량한 벽을 뚫고 바로 옆 공간으로 전이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 그것을 모두 여과없이 들어버린 한 소녀가 있었다.
'선...생님...?'
'어...째서...? 어떻게... 어떻게 된.... 대체.... 선생님...'
분명 틴트를 다 펴바르고난 뒤 파우치를 닫고 나가기만 하면 되었을 터이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면 그의 왕자님이 달라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고, 그것이 아니라면 앞서 생각한 바와 같이 자신의 무엇이 바뀌었느냐는 짖궂은 장난을 치기로 결심하던 차였다.
그러나 이후 들린 무너지는 소리, 그리고 무언가가 빠르게 쏟아지는 소리는 그녀를 순간 현장에 멈추게 했다.
'아니야.... 아닐거야.... 아니... 아....'
약간의 희망이라고 한다면, 선생이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화장실에 들어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치? 선생님은 아닐거야. 응. 절대 아니야. 내가 아는 왕자님은ㅡ'
"하....하하..."
'....아?'
"....죽으라고 아주 제사를 지내라..."
'이 목소리... 아니지? 아니잖아 선생님...?'
그러나 그녀의 희망이 부서지는데에는 불과 10초라는 시간도 과분했다.
'선생님... 무슨 일이야...? 왜...? 왜 그렇게 있어...?'
-우득.
미카의 머릿속은 점차 복잡해진다. 왜, 무엇 때문에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남자가 입에 한 번도 담은 적 없는 끔찍한 소리를 내뱉고 있는 것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나는 선생님.... 아니... 분명... 나는 이제... 성실...착하고...'
'...........아니었었던걸까..?'
-우드득....
그리고 미카의 감정 섞인 상상력은 겨우 막아두었던 깊고 어두운 통로로 향하고 있었다.
'그걸론 부족했던거야...? 선생님... 아니지...? 아니라고 해줄 수 있지...?'
물론 그의 선생은 그녀에게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해줄 것이다.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두 번째 기회를 알려준 선생이었기 때문에.
이제 소리의 주인공이 선생이 아니라는 부정은 할 수 없게 되었다. 남은 방법은 선생을 저렇게 만든 것이 그저 자신이 아니길 바랄 뿐.
'.....생각해보면... 오늘 일도 내가 무턱대고 하자고 한거잖아...?'
-찌거걱...
'선생님은...선생님은 나를 위해서... 저렇게까지 하는데...'
'아니야.... 아닐거야.... 무언가 잘못된거잖아... 응?'
'나는 그저... 지금의 상황을... 행복을...그랬는데...'
'.................'
-파지직...
이곳저곳 불안하게 머무르던 그녀의 시선이 문득 거울로 향한다.
그곳에 그녀가 아는 그녀의 얼굴은 없었다.
'뭐야? 설마 진짜 몰랐다는 표정?'
"....아니야..."
'아핫, 어이없네? 잘 생각해봐 이 멍청한 년아. 그게 되겠어?'
"....듣기 싫어."
'네가 용서를 받은 것이랑 네가 저지른 일이 없던 것이 되는 것이랑 다르단 거. 너도 알고 있잖아?'
".........."
'몰랐어? 설마 진짜? 그렇다면 정말 실망하겠는데?'
그녀와 똑 닮은, 그러나 거울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미카와 달리 수다스러운 입을 자랑하는 거울 속 그녀는 이제 2단계로 반응을 올린다.
'진짜구나? 응, 진짜였어. 기껏 두 번째 기회라고 받은 것마저 저렇게 날려먹을 줄은 정말 몰랐는걸?'
"입 다물어..."
'솔직히, 조금 기대했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실망이다. 미소노 미카.'
'아니, 그냥 너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없어. 그냥 너는 마녀일 뿐이야.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파지지직, 파직, 파직....
".....아니라고...!!"
이미 금이 가고 있던 미카의 멘탈이 완전히 산산조각나기까진 이제 단 한 번의 유효타만이 남았다.
다만,
".....으.....으윽......"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마녀가 아니었다. 추가로 그녀는 과거처럼 자제력이 없지도 않았다.
당장이라도 거울을 부술 듯 꽉 쥐어진 주먹은 거울을 3cm정도 앞두고 멈추었다.
'.....선생님이......'
분노에 차 흔들리는 동공은 여전했지만, 필사적인 자제력으로 주먹을 제어하는 미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리링!
".....나기 쨩."
[네 미카 씨. 접니다. 혹시 지금 어디 계십니까?]
"........."
[...일단 알겠습니다. 방금 세이아 씨가 급하게 미카 씨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하더군요. 혹시 연락이 닿는다면 꼭 자기 말을 전해달라고요.]
"....세이아 쨩이...?"
[저도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미카.'라고만 이야기하면 알아들을 것이라고 하던데, 설마 또 어디서 무슨 사고에 휘말린건.ㅡ]
"고마워 나기 쨩."
[.....네? 아니 미카 씨 잠깐만ㅇㅡ]
"미안 나기 쨩. 이따 다 이야기해줄게. 지금 좀 중요한 일이 있어. 좀 이따 봐."
-뚝.
다행히, 천사의 기도 중 하나는 아직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다. 다만,
'선생님... 그럼 대체 누구야... 뭐야... 어떤게...'
그녀의 불안정성을 자제시켜줄 확실한 물증은 아직 없었다는 것이 흠이었다.
그녀의 눈가에도 송골송골, 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
20XX년 XX월 XX+76일 17:12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카페 '파르페 킹덤' 남자 화장실
".....나기 쨩."
"....세이아 쨩이...?"
"미안 나기 쨩. 이따 다 이야기해줄게. 지금 좀 중요한 일이 있어. 좀 이따 봐."
분명, 이 곳은 방음이 상당히 불량한 곳이었다.
미카의 통화는 벽 너머의 선생에게까지 전달되었다.
'미...카...'
~~~
'넌 마녀가 아니야. 넌 그냥 말 안듣고 사고를 치는 불량 학생이지.'
'너희들에겐 무한한 기회가 남아있어!'
'없다면 내가 만들어보이겠어!'
'내 소중한 공주님한테 뭐하는 짓들이냐!!'
~~~
오늘 선생에게 있어 수많은 불행 중 단 하나의 행운이 있다면 그것은 미카와의 기억만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는 점이었다.
'미카....'
'....들었으려나. 그럼 큰일인데.'
선생이라는 자리가 주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아무리 큰 부상을 입어도 학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는 점일까. 적어도 현 시점의 선생에게는 맞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는 안 되지.'
천천히, 오랫동안 쪼그려 앉아있어 저린 다리를 끌고, 다시금 거울 앞에 선다.
눈물과 구토의 여파로 눈은 충혈되었고, 입가에는 물기가 남아있었다. 얼굴에도 아직 열감이 남아있었다.
-쏴아아아아아아
그의 선택은 세수. 전부는 아니지만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것이었다.
"하아...하아아...하아아..."
"후...."
'미카보다는 먼저 가 있어야 하려나...'
그런 생각과 함께 천천히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온다.
~~~
20XX년 XX월 XX+76일 17:14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카페 '파르페 킹덤' 화장실 앞
"우, 우왓! 서, 선생님?"
"미, 미카?"
분명히 말했지만 선생은 오늘 여러 불행과 단 하나의 행운만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의 또 다른 불행이라면 미카에게 들키지 않고 먼저 자리에 가 앉아있겠다는 계획이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무산되었다는 것.
"늦어서 미안. 배가 좀 아파서..."
애써 능청스러움으로 상황을 넘어가보려는 선생이었으나,
'....응, 역시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아, 아냐 괜찮다고? 나도 잠깐 손만 씻으러 다녀온거니까☆"
'...이번만은 속아줄게.'
"아... 그래? 그럼 다행이네. 일단 그럼 자리로 갈까?"
"음~ 있지 선생님. 나기 쨩이 아마 지금쯤이면 나를 찾겠다고 온 트리니티를 다 헤집고 다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해?"
"음... 확실히 나기사라면 그럴지도...?"
"응,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좀 아쉽네. 그래도 다음이라는 건 있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미카에게 차마 그것이 힘들 것이라는 이야길 할 순 없었다. 그것이 선생이니까.
"...응. 다음에 또 와. 그때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
~~~
20XX년 XX월 XX+76일 17:40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트리니티-D.U. 경계
"그럼 나 가볼게 선생님! 나 없다고 저녁 굶으면 안 돼. 알았지?"
"걱정 마. 조심해서 들어가 미카."
"응. 그럼 가볼게. 조심해서 들어가고."
"다음에 봐 미카."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돌려 각자의 위치로 걸어간다.
'미카... 미안하다...'
'선생님...'
각자의 마음을 품은 채로.
".........."
".........."
둘 사이의 거리는 이제 4m, 6m, 7m....
그리고 그 순간
"저기, 선생님!"
"...미카?"
미카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고개를 돌려보는 선생이었다.
"....저기! 선생님!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당연히 들어줘야지. 무슨 말인데?"
"그, 저기! 응....그러니까.... 나는..."
".......?"
"..........나는 선생님이 좋아!"
"....에?"
"그러니까! 나랑 오래오래 재밌게 지내자! 알았지?"
미카의 마지막 말은 어딘가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떨림은 선생에게도 어렴풋이 전해지고 있었다.
'들켰나...'
"....응 알았어. 내 공주님."
"....아핫☆"
그제서야 미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뒤를 돌아, 이전과는 다른 약간은 빠른 속도로 걷는다.
그 날 미카의 귀가 약간 빨개진 것은 선생을 제외한 나머지는 알지 못했다.
~~~
20XX년 XX월 XX+76일 18:32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트리니티 티파티 테라스
-벌컹!
"....이 늦은 시간에 올 사람이라고는..."
"네 맞습니다 나기사."
".......무슨 일이야."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세이아 쨩."
"....마음의 준비는 되셨습니까 미카?"
"....그건 준비되어있는데 말이지. 말을 빙빙 돌려서 할거면 10분 이따 올게. 다 말하고 결론만 내게 말해. 알았어?"
"....그럴 생각은 애초에 없었습니다만."
"......선생님한테. 무슨 일이 있는거야."
~~~
사실 지금 터뜨리는 것보다는 원기옥을 한 방에 모아서 터뜨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카의 지뢰성을 그냥 넘기고 싶지도 않았고요. 당초 계획안은 아무 생각없이 나오던 미카가 눈물자국이 보이는 선생을 보고 그 자리에서 멘탈이 깨져버리고 선생 역시 거기서 공황이 오는 파국엔딩이었는데, 그랬다가는 이런 쪽의 지식이 없는 미카가 선생이고 뭐고 상황을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은 보류했습니다. 이렇게 스택을 하나 더 쌓는군요.
주2회 연재가 정말로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이제 논문 압박이 들어오고 있는데, 학위논문이라는게 서론만 3~4장을 쓰는 정신나간 분량을 자랑하다보니(대략 50~70p는 씁니다) 각주 하나 다는 것도 스트레스네요. 사실 이런 글을 쓰는게 더 편하긴 하지만 요즘에는 약간의 프레셔를 느끼면서 쓰고 있다보니 지금처럼 업로드가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일단은 주말에 하나를 올려볼 수 있다면 올려보겠습니다. 사실 당초 생각보다 진도를 빨리 빼고 있는데도 1부 끝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곧 60화가 넘어갈 걸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합니다. 이러다 3부 찍으면 어쩌죠. 일단 그때는 야구는 안 할테니 스트레스는 좀 덜하겠네요. 그건 좋습니다. 개삼성 해체해.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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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5
어제 봤으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개추!
내가 탄 게 롤러코스터인줄 알았는데 자이로드롭 같다는 느낌이 자꾸만 들어요 왜 보이는게 롤코 트랙이 아니라 놀이공원 전경이지???
이상하다 분명 지하터널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인데
롤러코스터 (중력가속도 523G)
이 피폐한 맛 너무 좋음 개추

이렇게 스노우볼은 굴러만 가고...
와 읽는동안 내가 화장실 변기 앞에서 하고있는줄 알았네
구아악 이외에 소리표현 디테일 뭔데ㄷㄷ
풍덩풍덩하면 뭔가 한강에 빠지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가끔 구토할 때 그런 소리가 났고?


오늘도 잘 봤슴다 우울증 때문은 아니긴 한데 초등학생때 아침 잘못먹고 엘베에서 1번 학교 복도에서 1번 화장실에서 3번 토한 기억이 떠오르네...
저는 학교 급식에 토란만 나오면 하루 종일 속이 안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뒤로 제가 토란을 안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