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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가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해당 화수에 삽입된 삽화는 AI 제작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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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동이 실패했다는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을 감당하고 주변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의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어렴풋 전해졌을 뿐.
그 '관계자'들 중 한 명인 호시노는, 병실 창문 너머에서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는 시로코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곁으로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도 창 너머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던 호시노가 입을 열었다.
"목숨에 지장이 없는 건 확실하지?"
"각혈 외에도 능력을 많이 쓴 탓인지 여전히 의식불명이지만...... 심각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야. 며칠 후면 눈을 뜰 거고, 몸 상태도 잘만 요양한다면 한 달 내로 건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을 구하러 가는 계획은?"
히마리 때와 같은 질문을 받은 리오는 눈을 감았다.
"불가능하지."
계획의 핵심이었던 시로코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냉정한 대답에 호시노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히마리 씨는?"
이번에도, 리오가 대답해주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추스릴 시간이 필요해. 지금은 나와 치히로가 상황을 수습하는 중이야."
"그렇구나."
호시노는 끓어오르는 수 많은 감정들을 단 한 마디에 전부 구겨 넣어 내뱉듯 말했다.
그 사이 선생님은 무사할 수 있냐고.
시로코는 왜 저 꼴이 됐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부외자인 자신이 저들에게 따지는 것은 월권이었다.
"미안하지만, 후배가 일어나면......"
"응, 바로 알려줄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감사를 표하고, 호시노는 곧바로 등을 돌렸다.
멀어지는 그녀를 대신해 입원해 있는 시로코를 보는 리오의 시선엔 미안함과 자책감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상정한 것들 중 최악의 상황이었다.
절규하던 히마리는 실신해서 쓰러졌고, 남은 이들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리오는 그들에게 억지로 휴식을 부여했다.
그리고 자신은 상황을 복기함으로서 머리를 차갑게 하는 중이었다.
분명 잘 되고 있었다.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라는 히마리의 의견에 동의했고, 계획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와중에도 조급해하며 앞만 보고 달리던 그녀가 무시하고 지나치던 부분들을 자신이 뒤따르며 바로잡았다.
'히마리답지 않은 짓이었지만 동시에...... 아마, 나를 믿었기에 그렇게 할 수 있었겠지.'
그렇게 해서, 말도 안 되는 기간 안에 말도 안 되는 성과를 완성할 수 있었다.
저쪽에서의 방해만 아니었다면, 실제로 성공할 수도 있었다.
저편의 무언가. 아마도 선생을 끌고 갔을 원흉......
히마리는 그 존재를 향한 증오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거라 경계했다.
그렇다. 알고 있었다.
적이 있음을 알고 있었고, 선생을 빼앗아 간 그것이 방해할 가능성도 상정해서 계획을 짰다.
그럼에도 패배했다.
손도 못 쓰고 두 번째 방법 따윈 시도도 못 하게 될 정도의 완패였다.
그 때의 좌절감은 애써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리오의 속에도 천불을 일으킬 정도였다.
한 때 그들의 세계를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아누비스의 힘을, 그리고 그 이상으로 선생의 오파츠인 싯딤의 상자의 능력을 믿었다.
동시에 그것은 최악의 가능성을 상정하며 티끌만한 가능성이라도 놓치지 않는 성격의 리오가 계획이 실패하는 순간까지 플랜 B도 내놓지 못한 이유기도 했다.
싯딤의 상자의 한계를 엿 본 순간,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음을 직감해버린 탓이었다.
거대한 벽을 마주한 순간의 충격을 애써 무시하고 평소처럼 다른 대안을 찾으려 노력해봤음에도, 결과는 처음 그녀의 직감대로였다.
그녀와 히마리 그 누구도 선생의 타블렛 없이 선생을 데려올 길을 열 방법을 찾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리오는 이마를 짚었다.
무수면 상태인 건 그녀라고 다를 바 없었다.
조금만 정신줄을 놓아도 아찔함과 더불어 눈 앞이 흐려졌고, 쿠션 놓인 의자만 봐도 머리를 처박고 곪아 떨어지고픈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쓰러질 때가 아니었다.
문득, 자신의 상황이 그 때와 같다고 생각했다.
선생과, 아리스와 처음으로 마주했던 순간.
아리스를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로 정의하며 그녀의 헤일로를 파괴하려 했을 때.
자신의 독단과 아집을, 그것만이 옳은 길이라 믿으며 홀로,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 했을 때.
독선적인 계획의 좌초, 그로 인한 자신의 행동이 최악의 결과를 낳을 뻔한 상황에 대한 충격, 반성과 참회로 독선을 내려놓고 동료와 함께 걷는 법을 배우기로 다짐한 그녀는.
지금 혼자였다.
혼자 걷지 않기를 다짐했는데 정작 그 결심의 끝에 혼자 남아버린 기분이었다.
실신한 히마리를 입원시켜놓고 일행들 중 유일하게, 힘겹게 냉정을 유지하던 치히로가 마찬가지로 충격에 빠져 있던 자신을 보며 일갈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신 똑바로 차려...!'
그녀는 히마리가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 자신이 상황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휘두르면 억지가 될 뿐이던 선택과 행동을 내려놓았는데, 그것을 다시 휘둘러야 하는 상황이라니.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결국 돌고 돌아 출발선에 선 듯한 상황에 리오는 씁쓸한 실소를 흘렸다가, 다시금 몰려오는 막막함에 잠식되었다.
남은 가능성?
없진 않았다는 것이 리오의 생각이었다.
그 가능성이 자신이 아니라 선생 쪽에 있는 것이 문제였을 뿐.
'로스트 테크놀로지에 가까운 싯딤의 상자의 힘을, 저쪽 세계에서도 쓸 수 있다고 한다면......'
선생이 납치될 때 당번이었던 시로코의 증언에 의거하면 선생을 납치해간 것은 저쪽 세계 싯딤의 상자 속 AI.
그말인즉슨, 선생이 넘어간 세계가 평행세계의 키보토스고, 큰 틀에서 이 세계와 근본적인 차이점은 많지 않다고 봐도 아주 무방하지 않은 생각은 아니라는 것.
선생이 저쪽에서 싯딤의 상자나 그에 준하는 오파츠의 통제권을 얻고 휘두를 수 있게 되면......
결국, 현재로선 선생에게 걸 수 밖에 없다는 도돌이표 같은 결론에 리오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치히로가 다그친 것처럼 히마리도 쓰러진 지금 여기서 주저 앉을 수는 없었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너무도 요원해보였다.
* * *
지하생활자가 키보드 워리어 짓거리로 자신 세계의 학생들이 넘어오는 걸 틀어막았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던 선생은 자신의 계획에 집중하는데 바빴다.
"꼴이 아주 볼만하네요, 이사님."
"너 이 자식...! 여기가 어디라고!!"
선생의 계획대로 PMC 이사를 찾아온 아루는 한없이 초라해진 남자를 싸늘한 눈초리로 내려다봤다.
시체가 되어버린 이전 선생도 그렇고, 여기 술병 잡고 굴러다니는 이 남자도 그렇고.
자신을 손바닥 안에서 갖고 놀던 어른이란 작자들이 이렇게 초라한 꼴이 된 모습에 아루는 통쾌함보다도 아이러니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른들이란 다 이런 걸까.
이런 추한 일면을 숨기고 싶어서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 위에 군림하지 못해 안달이 난 걸까.
자신들의 편에 서 준 그 선생은...... 그 선생이라고 다를까?
"기회를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잠시 상념에 잠겨 있다 깬 아루가 말을 이었다.
"기회라? 네가? 네 주제도 웃기지만 이 꼬라지인 나한테? 무슨 기회?"
"신세를 정확히 알고 계신 듯하니 편하네요. 제너럴의 총애? 훅 불면 날아갈 자리에 있는데 그런 자리의 제가 뭐 잘났다고 이사님을 돕겠습니까. 맞습니다, 제게 이사님을 복권시킬 능력 따윈 없고, 그럴 마음도 없으니까요."
어깨를 으쓱인 아루의 입가가 비틀려졌다.
"하지만 저흰 같은 대상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죠."
"뭐라?"
"네, 복수요. 저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선생에 대한 복수."
"잠깐, 네년 선생과 협력한 거 아니었나?"
"협력하는 척을 한 거죠. 미쳤습니까? 절 나락으로 빠뜨린 그런 작자와 진심으로 손을 잡게."
피식 흘러나온 아루의 비웃음 소리는 진심이었다.
전부터 느꼈지만, 이전 선생에 대한 정당한 증오가 진짜라 연기가 필요한 대부분의 상황에서 연기가 필요 없다는 것이 웃긴 부분이었다.
"알다시피 지금 선생 쪽 사정도 꽤나 안 좋습니다."
선생이 카이저 쪽에 대고 일장연설을 했던 보물 찾아주기 놀이.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파우스트의 의적질에 다 떠서 입에 넣어주다 싶이하던 숟갈을 쳐낸 카이저는, 파우스트가 샬레에서 기밀자료를 털어갔기 때문에 이 사단이 났다며 선생에게 덤터기를 씌우기 위해 애를 쓰는 중이었다.
원래는 파우스트로 의심되는 신원불명의 누군가가 열차포가 터진 사건 당일 인근 기지를 습격한 온천개발부에 있었다는 건으로 게헨나를 공격했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트리니티가 편을 들고 같이 패러오는 기가 막힌 상황에 되려 더 깊은 수렁으로 몰려버렸다.
선생의 발목을 잡고 끌어당기는 건 사실 이렇게 된 이상 같이 죽자는 식의 발악에 가까웠으니.
"알고 계신가요? 선생은 얼마 전 아비도스를 빠져나왔습니다. 사실상 쫓겨난 거죠."
"쫓겨나다니?"
"당연하잖아요? 애초에 이미지 세탁하러 간 건데 세탁은커녕 똥물만 덮어썼으니 더 있을 이유가 없죠."
"결국 아비도스만 좋은 일 해줬군, 멍청한 자식. 그놈 기억상실증이 머리 다쳐서 생겼다는 걸 내가 왜 잊고 있었을까."
"그럼에도, 여전히 이용할 가치가 있죠. 샬레의 위상은 몰라도 실권은 진짜니까요."
생텀타워의 통제권을 선생이 여전히 틀어잡고 있기에, 통제의 대체수단을 찾기 전까진 선생을 배제시키는 리스크는 대형학원이나 대기업이 감당하기에도 지나치게 컸다.
학생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선생 다운 짓거리 해보려던 전략이 제대로 망쳐졌으니, 기존처럼 통제권을 꽉 잡고 놓지 않으려 하리라.
이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것은 카이저의 대전략과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다.
"아까 제게 이사님을 복권시킬 힘까진 없다고 했죠? 사실 희박한 뇌내망상입니다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선생을 제물로 삼아서 이사님이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그럴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어떻게 말이냐."
"제 말을 들어주시긴 할 건가요?"
"떠드는 건 자유고, 나도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니까. 대신 헛소리를 지껄이면 바로 네 그 재수없는 면상부터 박살내주지."
"그러시죠."
맘대로 해보라는 듯 웃어보이는 아루 앞에서 이를 갈면서도 이사는 그녀의 계획을 끝까지 경청했다.
그라고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었으니.
그렇게, 아루의 계획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결정을 내린 이사는-
콰앙!!!
아루로 하여금 카이저의 시설 하나를 또 날려버리는데 동의했다.
승낙을 받은 아루는 곧바로 예의 그 빵봉투를 뒤집어쓰고 수영복 복면단과 카이저의 전진기지들을 날려버리기 시작했으니.
'파우스트 놀이를 한 번 해볼 생각입니다.'
설명 당시 그렇게 운을 떼며 말한 아루의, 정확히는 선생이 세운 계획의 요지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사건 이후 잠적한 파우스트를 사칭한 뒤 거기에 다 뒤집어 씌우라는 것.
'이사님은 축출 직전이지 축출된 상태는 아니죠. 다시 말해 여전히 주요 기관에 대한 접근권을 가지고 계시다는 건데......'
'파우스트의 테러로 위장하겠다? 생각 자체는 그럴듯 하다만, 그래서 내게 무슨 이득이 되고 선생을 어떻게 엿먹인다는 거지?"
"거기서 먼저 물어보겠습니다만, 이사님. 지금도 카이저에 대한 충성심이 있으십니까?"
"나보고 배신을 하라는 거냐?"
"설마요. 카이저의 중요 시설 몇 개 정돈 희생시켜야 할 것 같아 여쭤보는 겁니다. 날아가든 말든 상관 없는 페이퍼 컴퍼니 같은 창고 말고, 카이저의 장기적인 계획 내에 있는 시설들 말입니다. 특히, 제너럴의 손대고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겠죠. 그래야 제너럴은 물론 선생의 목까지도 더 옥죌 수 있을테니까요."
"......자세히 말해봐라."
제너럴의 이름이 나오자 이사의 어조가 곧바로 달라졌다.
아루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테러를 조작해서 파우스트에게 뒤집어 씌운다는 대전략은 이해하셨겠죠. 제너럴이 관리하는 시설로 타겟을 집중시켜서 간신히 안정시킨 그의 기반을 흔드는 것도요."
"그게 선생과 무슨 상관...... 아니, 알겠군."
더러운 알력 다툼의 영역에선 아루도 능가할 그는 곧바로 요지를 이해했다.
"나를 내친 선생은 이제 좋든 싫든 제너럴의 손을 잡아야 할 처지...... 하지만 안 그래도 샬레와 정보를 털려 신뢰를 잃은 놈이 이런 상황에서도 밉보이게 되면."
"장기적인 안목이고 뭐고 눈이 돌아가겠죠. 카이저에서 단물 빨아먹겠다는 그 인간은 더 이상 카이저 앞마당에 발도 못 딛을 겁니다."
"나쁘진 않군."
그럼에도 실질적인 위해는 가하진 못할 거란 현실에 이사는 투덜댔으나, 권력욕과 생존욕을 지닌 선생에 있어 그보다 더한 치욕은 없으리란 판단을 내리고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주저하진 않았다.
이사는 아루의 전략을 받아들였다.
파우스트 보고 파우스트 짓하라고 시킨 원흉이 되어버렸다는 것 외에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면, 한두 군데 쯤 부수겠거니하며 알려준 주요 시설들 중 아비도스와 인접한 4곳의 핵심 전진기지 및 비밀 연구소까지 며칠 뒤 하룻밤 사이에 폭발했다는 것.
그로 인해 대노한 제너럴은 프레지던트가 지시하기 전에도 파우스트를 잡아 족치고자 했고 특히, 역시나 파우스트와 함께 나타난 수영복 복면단을 포착하자마자 아비도스를 의심하던 참모들은 곧바로 당일 학생회의 현장부재증명을 조사했으나-
"학생회는 아닙니다! 같은 날 저녁에 전날 학교를 공격한 스케반의 주요 시설을 기습해서 전투를 치뤘습니다, 그 녀석들은 수영복 복면단과 무관합니다!"
"젠장, 처음부터 아니었다고...? 그러면 대체 누군데 그것들은!"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선, 아루가 움직이기 이전에 선생의 행적부터 좇아야 했으니.
"선생님 말씀대로, 협조하겠습니다."
"괜찮겠어 시라누이 양?"
"물론입니다. 어차피 저나 저쪽이나 서로 영원한 동맹이라 생각한 적도 없을 거고요. 모처럼 저렇게 대놓고 틈을 보이는데 가만히 있는 게 더 멍청한 짓이죠."
선생과 카이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주던 카야는, 카이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주저 없이 선생이 내민 손을 잡았다.
카이저를 자신의 금줄로 여기면서도 대기업인 그들에게 되려 집어삼켜지는 상황을 경계하던 그녀는 카이저에게 목줄을 걸 기회를 매우 기꺼워하며 마다하지 않았다.
'이걸로 카이저가 무너지진 않겠지만, 선생이 이 정도 수완을 계속 보인다면 만약의 경우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겠지. 그런 주제에 물러터진 선생 대신 내가 카이저를 집어삼키게 되면, 그때야말로 나는..... 흐흐...!'
적극적으로 카이저 공략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카야는 곧바로 유키노를 불렀다.
그렇게 복면을 뒤집어 쓴 FOX 소대는 2대 수영복 복면단이 되어 극악무도한 파우스트의 충실한 부하들이 되었으니.
"FOX...... 아니 2호, 지금 진입할까?"
"어떻게 생각하지, 파우스트? 혹시 리더라고 불러줘야 했나?"
"내 눈치 보지 말고 그쪽 편한대로 해. 애초에 원래 팀을 이끌던 리더는 그 쪽이었잖아."
'벌써부터 아비도스 외에 이 정도 아군까지 포섭해둔건가, 선생..... 역시 얕볼 수 없는 어른이잖아.'
'게헨나 출신이랬나? 수완이든 움직임이든 제법인데 이 사람. 선생과 엮여서 인생 꼬이지만 않았어도 꽤나 승승장구했을수도.'
첫 만남임에도 서로를 나름 고평가한 아루와 유키노의 호흡은 딱딱 맞아떨어졌고, 그들은 하루만에 몇 개나 되는 시설들을 빠르고 훌륭하게 터뜨려냈다.
그리고 이사는 그날로 제너럴에게 끌려가 얻어터졌다.
아루의 작전이 지나치게 성과가 좋았던 탓, 이라기보단......
"젠자아아앙!!! 리쿠하치마 아루, 너까지...! 너까지 감히 나를 배신해!!! 으아아아아아!!!!!!"
"돼지 새끼가, 선생처럼 자기보다 어린 학생년한테 홀랑 속아버린 주제에 목소리만 크군."
"자존심 상할 만은 하지. 아마 그 선생도 샬레에서 배 아파 죽으려고 할 걸? 쯧쯧."
경계가 강화되었을 바로 다음 날, 또 다시 FOX 소대를 이끌고 시설 한 곳을 파괴한 아루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온 제너럴 앞에서 복면을 벗고 이사를 협력자로 지칭한 덕분이었다.
"네년... 파우스트가 네년이었나 리쿠하치마 아루!!!! 감히 받아준 은혜도 모르고 카이저에 총구를 들이대!!!"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꼴이 되었는지는 역시 신경 쓰지도 않는군. 굴지의 대기업 간부가 그렇게 기억력이 안 좋아서 어디에 쓰려고."
"선생...! 널 그렇게 만든 건 선생이었다!! 우리가 아니라고!!!"
"아, 물론 그 쪽도 날 봐서 정리할 생각이야. 일단은, 너희가 꽤나 허술해보여서 말이지. 속 파먹으면서 크기 딱 좋은 환경이었거든."
"죽여버려. 당장 쏴 죽여버리라고!!!!"
"제, 제너럴! 큰일났습니다! 후방에서 반격이...!"
"뭐?! 수영복인지 뭔지하는 것들은 여기 있을텐데 또 무슨 지원군이!"
"하아, 명색이 로봇이란 인간이 이런 판국에도 머리가 안 돌아가?"
한껏 비웃어주며 아루는 주머니에서 꺼낸 카드 홀더를 목에 걸었다.
홀더 한 가운데 마크를 본 순간, 날뛰던 제너럴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의 머릿속에서 모든 퍼즐이 짜맞춰주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고, 아루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생각해봐. 아비도스 촌동네에 이 정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었지? 나를, 우리를 이렇게 몰아넣은 선생과 너희 카이저에게 복수심을 가진. 그러면서도 그 계획을 실행시킬 수 있는 실력과-"
보란듯이, 양 옆에 선 FOX 소대를 가리키듯 양 팔을 뻗어보인 아루가 외쳤다.
"인맥을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이 누가 있었겠냐고."
"서, 설마 네년. 처음부터...! 카이저에 들어와 기던 처음부터, 계획된 움직임이었다고...!"
"이중 스파이니까. 처음부터 이쪽 소속이었다는 거지."
"이 년이, 이 죽일년이!!! 리쿠하치마 아루!!! 으아아아아아아!!!!!"
칭찬 고마워.
라며 웃어보인 아루는, 얼굴 액정에 금이 갈 정도로 분노해 날뛰는 그가 잘 볼 수 있도록 목에 찬 ID 카드를 손가락으로 퉁겨보였다.
게헨나 학원 소속 리쿠하치마 아루.
이미 게헨나 학생회장 대행 이로하에 의해 아비도스 고등학교로 전학 수속이 완료된 그녀가 정식으로 학적을 옮기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아비도스 편을 어떻게 끝낼지는 확실히 정해뒀는데 클라이맥스 직전까지 쓰다보니 전개가 이상한 것 같아 수정했더니 어우 그래도 그럭저럭 써지던 게 그냥 그대로 막혀버림;;
아루 전학도 좀 더 몇 번 꼬고 시간 들여 묘사할 계획이었는데 안 그래도 요새 축축 늘어지는 느낌이라 살짝 급전개가 되더라도 진도 좀 팍팍 나가보는 쪽으로 하려 함
내가 즐겨보는 작품들 보니까 거진 다 에피소드 호흡이 짧으면서도 굵게 잘 썼던데 어케하는 거지 그거 진짜......
댓글 8
필력은 작가님도 너무 좋음 :) 항상 잘보고 있엉 근데 너무 텀이 길다...
하 드 보 일 드

야식으로 적당한 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