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M #드라마 #후유
원본 by 倉田日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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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어서 ‘지금 이 사람’ 코너입니다!”
막연히 흘려듣던 TV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와, 나는 까고 있던 귤에서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스마트폰이 알림음을 울린다.
『선생님, 시작했어! 보고 있어!?』
『무사히 끝나야 할 텐데요…….』
단톡방에 연달아 올라온 메시지에 ‘그렇네’라고 답장을 보내고 TV 화면에 집중한다.
“키보토스의 ‘지금’을 형상화하는 기수들을 초대하는 이 코너!
오늘 출연해 주실 분은 그야말로 시대의 최첨단을 걷는 기예의 미디어 아티스트!”
커다란 자막이 화면 위에서 춤을 춘다.
“현재 D.U.에서 개최 중인 개인전은 연일 매진!
밀레니엄 홍보지의 현대 미술 해설 칼럼으로도 대인기인 와카사 후유 선생님, 첫 생방송 출연입니다!”
카메라 각도가 바뀌며 세트 안쪽을 줌인한다.
그곳에서 키가 큰 인영이 나타난다.
스튜디오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꺄아’ 하는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유로운 실루엣의 로브를 닮은 코트에 슬림한 바지.
장신을 돋보이게 하는 블랙 위주의 복장에 커다란 실버 링 귀걸이가 포인트로 눈에 띈다.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어딘가 속세와 동떨어진 듯한 패션.
와일드헌트를 졸업하고 나서 기른 머리카락은 완만하게 웨이브를 그리며 등 뒤로 흘러내린다.
얼핏 무심하게 구불거리는 듯 보이지만, 오늘 아침 정성껏 고데기로 손질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늠름함이 돋보이는 성숙한 메이크업에도 꽤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런 고충을 알 리 없는 카메라가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매력 포인트인 눈 밑 점이 화면에 비치자, 후유는 이를 눈치채고 윙크를 해 보였다.
한 손을 들어 박수에 화답한 그녀는 진행자 옆자리에 앉아 긴 다리를 자연스럽게 꼬았다.
“방금 소개받은 와카사 후유입니다.”
명랑하고 쾌활한 목소리.
쏟아지는 환호에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낸다.
그런 일거수일투족에 다시금 환성이 터진다.
『여전히 폼 잡고 있네요.』
전 특수교역부 멤버들과의 채팅방에서는 그녀의 절친으로부터 신랄한 한마디가 날아왔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진행자의 서두는 과장이 아니다.
과거 나의 제자였던 후유는 개인전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제 젊은 층에게 대인기인 아티스트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녀와 처음 만났을 무렵에는 아직 그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텐데. 지난 10년 동안 정말 유명해졌구나 싶다.
그만큼 노력해 왔다는 걸 알기에 당연한 결과라고도 생각하지만.
“오늘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와카사 선생님의 팬입니다만, 선생님께서 이렇게 생방송에 출연해 인터뷰에 응하시는 건 처음이라 무척 긴장되네요……!”
“하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진행자가 그 뒤로도 늘어놓는 찬사에 후유는 겸손해하기보다 대범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인다.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옮기자, SNS에서는 아비규환이라 해도 좋을 법한 댓글들이 흐르고 있었다.
『생방송 와카사 선생님 대박!!!!』
『움직이고 있어... 말도 안 돼...』
『얼굴 천재 목소리 대박』
이제는 아이돌 취급이다.
지금까지 후유의 노출은 주로 지면 인터뷰나 자신의 칼럼, SNS를 통한 것이었다.
팬들이 그녀가 말하는 모습을 직접 볼 찬스라고는 개인전에서 전시장 내에 상주하고 있을 때 우연히 마주치는 정도였을까.
그마저도 최근에는 바빠서 줄였으니, 팬들에게는 정말 귀한 기회일 것이다.
나는 깐 귤을 입 안에 밀어 넣으며 후유와 진행자의 대화를 지켜본다.
“…그럼 곧바로, 이번 개인전의 테마에 대해 한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이번 콘셉트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바로 ‘관여에 관여하다’라는 것이죠 …….”
유창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후유.
때로는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게 예술사를 설명하다가도, 때로는 일부러 연기를 피우듯 우회적으로 의도를 암시한다.
억양이 실린 화법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된다.
치밀하게 연습을 거듭한 내용이었다.
아니, 내가 청중 역할을 맡아 연습을 도와줬기에 거의 내용을 외우고 있을 정도다.
오랜 연마 덕분인지 프레젠테이션도 예전보다 훨씬 능숙해졌다.
“…그러한 의식에서 태어난 것이 이번 기획이었습니다.”
“그렇군요! 정말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실제로 전시된 작품들에 대해서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사전 홍보에서도 다양하게 소개되었습니다만,
입구에서 전시 구역으로 들어가는 길목, 발밑과 천장에 배치된 인스톨레이션(Installation)입니다.
방금 설명해 드린 콘셉트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것인데……”
TV 화면에 실제 개인전 영상이 삽입된다.
내가 개최 전날, 관계자 특권으로 후유의 해설을 들으며 둘러보았던 전경이다.
의자에 여유롭게 앉아 몸짓을 섞으며 거침없이 해설하는 그녀는 즐거워 보였다.
지식이 얕은 사람에게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그녀의 화법은 칼럼의 활자 이상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듯했다.
『와카사 선생님, 실물도 이런 느낌이구나. 해석 일치 그 자체.』
『해설할 때 즐거워 보이는 거 너무 좋아…….』
『얼굴 천재 목소리 대박』
SNS 댓글 창도 더욱 달아오른다.
TV와 스마트폰을 번갈아 보며 묵묵히 귤을 먹는다.
예술을 지나치게 설명하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 짓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면서도 결국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리라.
“…감사합니다! 정말 알찬 해설이라 저도 다시 한번 전시를 보러 가고 싶어지네요.”
“꼭 와주세요.
방금 해설해 드린 부분뿐만 아니라 몇 번을 봐도 새로운 발견이 있도록 다양하게 장치를 해두었으니까요.
…그것을 공유해 주시는 것 자체가 개인전의 콘셉트를 심화시키는 일로 이어집니다.”
“과연! 벌써 SNS에서는 개인전 해시태그가 정말 북적이고 있더군요.
다양한 고찰들이 오가고 있어서 게시물만 보고 있어도 다시 방문하고 싶어집니다.”
“…후후.”
순간 입가에 미소를 띠었던 그녀가 곧바로 연극적인 몸짓으로 팔을 벌린다.
“개인전 기간…아니, 끝난 뒤에도 여러분이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지금, 살짝 본모습이 나올 뻔했네.
금방 갈무리하긴 했지만.
스타일리시하고 수수께끼에 싸인 아티스트─그런 브랜딩으로 밀고 나가고 싶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의 매력인 수시로 변하며 허물어지는 표정이나, 예술을 이야기할 때의 약간의 오타쿠 기질, 금방 붉어지는 순정적인 목덜미─
그런 부분은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지금까지는 잘해왔지만, 생방송에서는 괜찮을까.
조금 우려하던 찰나 스튜디오 진행자가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아까 작품 해설 중에, 이번 갤러리와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 전시하지 못한 것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아, 맞습니다.
이번 개인전의 일환으로 제작한 작품이긴 합니다만…단 하나뿐인 디바이스라 많은 분이 만져보시기는 어렵다는 점도 있어 설치를 보류했습니다.
하지만 이 스튜디오라면 공개하기에 적합한 장소 같군요.”
“그, 그렇다는 말씀은 혹시……!?”
“네, 오늘 가져왔습니다.”
스튜디오에서 환성이 터진다.
후유는 짐짓 뜸을 들이며 장내가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여유로운 옷매무새 사이로 손을 넣었다.
거기서 나온 것은─표면에 모모프렌즈 캐릭터가 인쇄된 보온병이었다.
스튜디오의 공기가 당혹스럽게 흔들린다.
보온병을 책상 위에 내려놓은 후유는 도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스마트 스피커…그중에서도 메이저 브랜드의 제품을 모방한 디자인입니다.
유행한 지는 조금 지났습니다만, 지금도 곁에 두고 계신 분들이 많지 않을까요?”
아무리 봐도 보온병이다.
내용물은 아마도 오늘 아침에 내가 타 준 따뜻한 차일 것이다.
“생활에 밀착되어 무의식적으로 지배한다고도 할 수 있는 디바이스입니다만,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단순한 염원의 표명을 환경으로 피드백시키고 있는가…이를 희화화한 작품입니다.”
남몰래 술렁이는 객석의 분위기는 알아채지 못한 걸까, 후유의 입담은 절정에 달해 있었다.
“시판되는 스마트 스피커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주로 음성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이 디바이스는…….”
“저, 저기~…….”
거침없는 후유의 말에 진행자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무슨 일이시죠?”
여유만만한 미소로 진행자를 돌아보는 후유.
“…그거…보온병, 아닌가요?”
“네?”
그녀는 제 손 밑으로 시선을 떨어뜨렸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침묵.
“…아, 아니, 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완벽한 방송 사고 몇 초 뒤, 후유는 당황해서 서둘러 옷 안쪽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어라!? 이게 아냐, 이것도 아니고…….”
지갑, 휴대폰, 손수건, 티슈. 차례차례 책상 위에 소지품이 나열된다.
흡사 와일드헌트의 소지품 검사 같은 광경.
이윽고 그녀는 더 꺼낼 것도 없어지자 멍하니 진행자를 바라보았다.
“…죄, 죄송합니다…… 잊어버렸어요…….”
“에에…….”
『뭐 하는 건가요…….』
『아하하, 후유 짱답네—!』
단톡방에는 그런 말들이 올라오고 있었고, 나 또한 ‘뭐, 그녀답네’라고 생각했다.
“흐름 다 깨버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조금 전까지의 카리스마 넘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큰 키를 웅크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린 후유.
“아, 저기……! 그, 그럼 작품은 다음에 선보이는 것으로 하고요!
괜찮으시다면 대신 이번 개인전 기획 프로세스나 작품 제작에서 힘들었던 점 등을 여쭙고 싶은데요…….
와카사 선생님, 카메라 돌아가고 있어요……!”
“네, 힘들었던 점…아하하, 그렇네요…….”
어깨를 힘없이 축 늘어뜨리면서도 어떻게든 질문에 답하려 고개를 든다.
동공이 빙글빙글 흔들리며 카메라를 피하고 있었다.
“우, 우선 고생했던 건 하이라이트인 입구의 라이트 쇼입니다만…….”
그 질문에는 답을 정해두었는지, 아까보다는 약간 국어책 읽기 같은 느낌은 있어도 어떻게든 술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니까, 갤러리라는 빛 환경 속에서 어떻게 이 사상을 빤츄…….”
그리고 성대하게 씹었다.
“…반추하여…….”
카메라에 비칠 정도로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방금의 충격으로 할 말을 잊어버린 걸까.
“…죄송합니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죠……?”
“아, 저기…….”
진행자도 수습할 방도를 찾지 못해 스튜디오에 정적이 감돈다.
“이제 끝이야아…….”
성능 좋은 마이크가 주워 담은 가녀린 중얼거림.
클로즈업으로 비치는, 감은 눈가에 맺힌 눈물.
“잘난 척해서 죄송합니다…….”
스튜디오에 들어올 때의 당당한 모습은 간데없고, 후유는 흐물흐물 등을 구부린 채 의자 위에서 쪼그라든다.
한 번 페이스를 잃으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멘탈의 취약함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진행자의 분투로 어떻게든 재개된 인터뷰도 준비한 원고가 기억나지 않게 되고,
배려 차원에서 내온 차를 엎지르고,
나가는 길엔 마이크 선에 발이 걸리는 등 와르르 무너졌다.
뭐─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맞아줘야겠네.
<2>
문 소리를 듣고 현관으로 나가니 후유가 부츠를 벗으며 마스크를 벗고 있는 참이었다.
아침엔 의기양양하게 바람을 가르던 어깨가 지금은 형편없이 처져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헤헤, 하고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와카사 선생님.”
“…이제 와카사 아니에요.”
아티스트 명의는 성을 바꾸지 않았지만, 호적상으로는 이미 바뀌어 있다.
“게다가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저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풀이 죽어 평소보다 한 뼘은 작아 보이는 등에 걸린 코트를 벗겨 옷걸이에 걸고 있자니, 뒤에서 덥석 매달려 온다.
옷 너머로 느껴지는 엉망이 된 얼굴과 뜨거운 숨결.
“사고 쳤어요오……!”
“…으음.”
부정할 수 없다.
“이제 끝이에요……. 지금까지 쿨하고 멋진 이미지로 밀어왔는데…….”
훌쩍훌쩍 코를 훌쩍이는 후유.
안긴 팔 안에서 어떻게든 몸을 틀어 그녀를 마주 보았다.
“고생했어. 그래도 후유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
솔직히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은 후유 짱이라고 불러주세요.”
귀걸이가 달린 귀가 아주 조금 붉어진다.
서툰 어리광이었다.
그 등을 달래듯 토닥여 준다.
“그래그래. 우리 후유 짱 장하다.”
“…그건 좀 너무 어린애 취급이라고나 할까…….”
“아니 아니, 그래도 실제로 대단했잖아.
그런 프로그램에 불려 나가는 것도 엄청난 일이고 말이야.”
“하하, 그런가요…….”
후유는 울음 섞인 웃음을 짓다가 이내 주눅이 든 듯 눈을 피한다.
“그 프로그램에서 사고 쳐서 지금까지 쌓아온 걸 다 망쳐버렸지만요……. 이제 싫어어…….”
지금 당장 타임머신을 만들 수 없을까, 하며 메마른 웃음으로 현실 도피를 하는 그녀.
“…글쎄, 다 망친 건 아닐지도 몰라.”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프로그램 해시태그를 보고 그녀는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보고 싶지 않아요…….
분명 가루가 되도록 까이며 불타는 중이겠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엉망진창이라 죄송합니다 정말…….”
“아니 아니, 괜찮아……. 아니, 오히려 후유가 상상하는 거랑은 다른 느낌 아닐까?”
조심스레 실눈을 뜨는 후유.
『와카사 선생님 갭모에 미쳤다』
『오늘 자 와카사 선생님 컷 (귀여움)』
『저런 느낌인데 저렇게 대단한 작품을 만드는구나. 멋있다』
『개인전 가이드 투어 해줬으면 좋겠다~ 진짜 재밌을 듯』
『얼굴 천재 목소리 대박』
“…뭐, 후유가 원했던 느낌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오히려 호감도는 엄청나게 올라간 것 같은데?”
“…왜일까요…….”
맥 빠진 후유의 목소리.
여전히 나를 꼭 껴안은 채 스마트폰에 흐르는 프로그램 감상들, 호의적인 내용뿐인 문자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브랜딩과는 정반대이긴 하지만, TV 너머로도 그녀의 애교라든가 배어 나오는 인간미가 성대하게 전달되었을 터다.
“뭐, 앞으로의 방향성은 조금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않아?”
적어도 나는 그렇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점이 내가 반한 부분이기도 하니까.
“…후후…….”
후유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리는 웃음소리를 냈다.
“후후, 네, 그렇네요! 오산이긴 했지만…….
이건 이것대로 다른 마케팅 방식이 가능할 것 같아요.
가이드 투어 같은 니즈도 발굴해 낸 것 같고요?”
확 몸을 일으키며 양팔을 벌려 보인다.
눈가 메이크업은 눈물 때문에 약간 번졌지만, 눈썹과 입꼬리를 치켜올린다.
“결과적으로는 잘됐네요! …네, 결과적으로는…으으…….”
곧바로 다시 시들해져 기죽은 표정이 된다.
그래도 세상이 끝난 것 같았던 조금 전까지와 비교하면 지금의 붉어진 얼굴은 꽤 괜찮아 보였다.
“…그래도 엄청 망신당했어요…….”
“그래그래, 착하지.”
쓰다듬어 달라는 듯 내민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딱 움직임을 멈췄다.
“…정말인가요?”
“응. 후유답구나 싶었어.”
“…그런가요. 헤헤.”
하아, 하고 깊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고개를 들어 뺨을 긁적였다.
“…고마워요.”
조금은 기운을 차렸을까.
언제까지고 현관에 서 있을 수도 없으니 방으로 돌아간다.
켜져 있는 TV 화면에 후유가 살짝 얼굴을 찌푸린다.
“밥 먼저? 아니면 씻을래?”
“밥 먹을래요…….”
방 안에 놓인 코타츠 안으로 쏙 기어 들어간다.
그 서민적인 모습은 후유가 미디어 너머로는 숨겨온, 나에게는 익숙한 모습이다.
나는 된장국을 다시 데우려고 부엌에 섰다.
내친김에 SNS에 올라오는 댓글을 훑어본다.
『그러고 보니 와카사 선생님, 약지에 반지 끼고 있었지?!』
“아.”
이건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겠다.
공표하지 않은 이야기라 반지는 뺄 예정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아침에 평소처럼 끼고 나갔던 것 같다.
뭐, 그 상담은 나중 일이다.
여기서 더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것도 좀 그러니까.
오늘은 마음껏 진수성찬을 먹이고, 따뜻한 물에 느긋하게 몸을 담그게 한 뒤 함께 푹 자자.
그런 계획을 세우며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였다.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