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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짤리면 파트 분할해서 올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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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학생들이 선생님 집열쇠를 쓰는 이야기
(1)
샬레 집무실에서 나는 책상에 팔꿈치를 대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최근들어 집 상태가 이상하다.
정확히 말하면, "도움은 되지만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테이블에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가끔 막 완성된 요리가 세팅된 상태로 차려져 있거나, 언제 만든거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하거나, 맛있는 요리가 있기도, 알 수 없는 요리가 있기도 하다.
본 적 없는 물건이 늘어나고 있다.
집에 귀가를 하고 보니, 책상 위에 깨끗하게 개어진 손수건이나 본 적 없는 차(お茶) 세트가 놓여져 있었다.
처음엔 내가 샀던걸 까먹었던건가 싶었지만, 대놓고 내 취향이 아닌 브랜드 물건들뿐.
냉장고 안 내용물이 늘어나 있다.
나는 평소에 그렇게까지 쇼핑을 하지 않는다. 해봤자 간단한 식재료와 음료 정도다.
그런데 최근에는 영양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 반찬이나, 꼼꼼하게 래핑된 요리가 늘어나있다.
어느 날은 내가 좋아하는 국요리, 또 어느 날은 건강적인 야채 스무디…….
심지어는 내가 분명히 먹은적 없는 반쯤 줄어든 푸딩이 냉장고에 있었을 정도다.
방이 멋대로 깨끗해져 있다.
나는 방을 어지르는 편은 아니지만, 일을 하는 책상 주변의 서류나 책은 다소 난잡하게 놓여있을 때가 있다.
그것이, 최근에는 귀가할 때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져 있다.
수건은 개어져있고, 널어두었던 빨래들까지 개어놓을 때도 있었다.
"……."
처음에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스스로 해놓고 잊은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럴리는 없다.
명백하게 내 생활에, "누군가"가 들어와있다.
(아니, 이거 평범하게 생각하면 무서운거 아닌가……?)
누군가가 내 방에 숨어들어와 있다고……? 하지만 열쇠는 내가 까먹지 않고 가지고 있고, 잃어버렸던 기억은 없다.
그것도 아니면……내가 모르는 곳에 "여벌 열쇠"가 있다거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안좋다.
아니, 도움은 되고 있단말이지.
멋대로 요리를 준비해주거나, 청소까지 해주거나 하는건 솔직히 고마울 정도다.
……그래도.
"이건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수상한 사람인지, 그냥 친절한 것뿐인건지, 그것 조차도 알 수 없다.
"……어쩔수 없지. 조금 확인해볼까."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에서 소형 카메라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가서, 방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확인해보자.)
나는 주륵, 하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이 수수께끼를 해명하기 위한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2)
카요코의 경우
샬레에서의 업무를 마치고 겨우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컴퓨터를 켰다.
"그러면……요 며칠간의 수수께끼를 풀어볼까."
나는 며칠전에 설치한 소형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려고 했다.
누가 내 방에 들어오고 있는건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오늘에야말로 정체를 알 수 있다.
그러자──
"선생님! 아로나에게 맡겨주세요!"
태블릿이 삐빅하고 반응하며 아로나를 비추기 시작했다.
"아로나, 무슨 일이야?"
"녹화 데이터의 정리, 선생님께서 보기 쉬우시도록 최적화했어요!"
"그런 기능이 있었어?"
"아로나는 만능이니까요!"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아로나가 영상을 재생해준다.
현관쪽 영상이 비춰진다.
다음 순간──
"옷! 갑자기 누가 왔네요!"
영상 안에는 검은 파카를 입은 카요코가 아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
"선생님, 이건 완전히 열쇠를 가지고 있네요!!"
"아니아니아니!! 어떻게 된건데!?"
나는 무심코 화면에 딴죽을 건다.
"침입이라기보다, 이건 거의……귀가네요!"
"내 집인데!?"
화면 속 카요코는 구두를 벗고 익숙하다는듯 쇼핑봉투를 들고 부엌으로 향한다.
"으응~? 이건……새신부의 아우라……!"
"그만해!! 그런 소리 하지마!!"
부엌에 설치한 카메라로 화면을 전환하자, 영상에는 검은 파카 차림의 카요코가 능숙하게 봉투를 부엌 조리대 위에 놓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오오옷!? 이건!?"
"평범하게 요리 준비를 하고 있네……"
"아뇨, 선생님, 오히려 이 움직임…… '보통'이상이라구요?"
카요코는 조리대의 서랍을 열고, 나조차도 헤맬 때가 있는 조미료들을 망설임없이 스무스하게 꺼낸다.
심지어는 식재료를 차례로 봉투에서 꺼내서 마치 계획된 메뉴가 있는 것처럼 늘여놓고 있다.
"……뭔가 내가 알고있는 카요코하고 다른데?"
"선생님, 이건 혹시……'생활력 올인형'일 가능성이?"
"아니 그렇다고 쳐도, 왜 평상시 생활에서 이런걸 활용하지 않는거야!?"
"그건말이죠 선생님, '좋아하는 사람 집에서만 특별히 해주고 싶다'는 심리라구요."
그런 지적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카요코는 물 흐르는 듯한 손놀림으로 식칼을 쥐고 야채를 솜씨좋게 썰기 시작했다.
"와씨, 식칼 너무 잘다루는거 아니야?"
"선생님보다 빠르네요 이건……."
"내가 평소에 얼마나 요리를 안하는지 드러나네……."
영상 속 카요코는 이번에는 능숙하게 프라이팬을 달구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치익 치익하고 기분좋은 소리가 울리며 점차 방안에 맛있을 것같은 냄새가 풍기는걸 알 수 있다.
"……어, 이거 설마, 요전에 먹었던게."
"수수께끼의 요리를 만든 범인이 밝혀졌네요, 선생님."
"아니, 왜."
여기서 더 놀랍게도 카요코는 요리를 하면서 싱크대에 식기들을 넣고 사용한 도구를 바로 씻기 시작했다.
"이, 이상해……요리를 하면서 동시에 설거지를 한다고……?"
"요리하면서 싱크대를 깔끔하게 정리하는건 숙련자의 증거에요!"
"나는 요리를 다하고나면 싱크대가 전쟁터처럼 변하는데……."
"선생님, 그건 그냥 게으른게 아닐까요?"
"……네."
나는 조용히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요리가 완성된다.
겉으로는 정식집에서 나올 것만같은, 돼지고기 생강구이 정식이다.
먹은 적이 있으니까 틀리지는 않겠지.
"선생님의 식생활, 앞으로 카요코씨한테 관리당할 가능성이 있네요."
카요코는 완성한 요리를 테이블에 차리고는 작게 "후우……."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좋아, 선생님이 돌아오기 전에 조금 더 정리해둘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테이블 위의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아니 왜 나보다 집안일이 능숙한건데."
"선생님, 이제 그냥 인정할 수 밖에 없어요."
"뭘!? 뭘 인정하면 되는데!!?"
"선생님의 생활은 카요코씨의 지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을요!"
"그만해애애애!!!!"
이렇게 카요코의 "집안일"의 능숙함이 영상을 통해 명백해진 것이었다──
방 정리를 끝낸 카요코는 만족스럽다는듯 한숨을 쉬고, 소파에 풀썩 앉았다.
폰을 꺼내 뭔가를 체크하면서 다리를 천천히 흔들고 있다.
"응? 이건……?"
그러자 카요코는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소파 옆으로 손을 뻗는다.
그건──내 셔츠였다.
"어이어이어이……."
"선생님 셔츠를 입는걸로, 새신부 느낌이 늘어났네요!"
"아니아니!? 뭐하는거야!? 내 셔츠!!"
카요코는 그런 내 지적을 뒤로 하고 셔츠를 펼치더니 팔을 넣기 시작했다.
소매가 살짝 길었는지, 카요코의 손끝이 완전히 감춰진다.
"……."
그녀는 그대로 소매를 만지작거리면서 어딘지모르게 행복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으응~……."
그리고 셔츠에 푹하고 얼굴을 묻는다.
"……."
"선생님, 카요코씨 엄청 행복해보여요!"
"아니, 내 옷으로 그런 표정 짓지 말아줘!!"
카요코는 소파 쿠션을 꼬옥 껴안고, 셔츠를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으면서 살며시 눈을 감는다.
"……하아……뭔가 진정되네."
그 중얼거림은 묘하게 기분 좋아보이기도 하고, 어딘가 응석을 부리는 듯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
(그렇게 진정될 만한 건가……? 내 셔츠로……?)
카요코는 그대로 누워서 셔츠의 옷자락를 꽉 쥐고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선생님 조금만 빌릴테니까……."
라며, 작게 중얼거렸다.
"……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
"선생님, 이건 완전히 확정된거네요!"
"아니아니아니, 뭐가!?"
그녀는 그대로 내 셔츠에 완전히 감싸인채로, 릴랙스 모드에 진입.
긴 소매 안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천천히 퍼지는 체온을 즐기고 있는 것같았다.
"……하아, 왜 이렇게 진정이 되는걸까."
"내가 묻고 싶다고!!!"
"선생님 냄새가 나서 그런게 아닐까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나는 무심코 외쳤지만 영상 속 카요코는 그런 것도 모른채, 기분 좋은듯이 셔츠에 감싸여있었다.
소파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던 카요코는, 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잠시 생각을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 침대로 향했다.
"어이어이어이!? 뭐하는거야!?"
"선생님 침대 체크가 시작됐네요……."
카요코는 이불을 가볍게 들어올리고, 시트의 감촉을 확인하듯 만진다.
다음으로 베개를 집어들고 포옥하고 끌어안는다.
"……."
"선생님, 이건 완전히 결정났네요."
"결정될까보냐!!"
그러자 카요코는 베개를 안은채로 풀썩하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그대로 뒹굴뒹굴 구르면서 천장을 올려다본다.
"하아……."
"…….왜 눈치채주지 않는걸까……."
"엣……?"
무심코 화면을 응시한다.
"선생님, 이건……."
카요코의 말은 방금 전까지 릴랙스하고 있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어딘가 삐진 것같은, 슬픈 울림을 띠고 있었다.
"……눈치를 못챈건지, 못챈 척을 하고 있는건지……."
살며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다.
"……정말, 선생님은 둔감하네……."
"……."
나는 말없이 화면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선생님, 이건……?"
"……아니, 내가 묻고 싶다고……."
"이거……이미 고백같은거 아닌가요?"
나는 살며시 컴퓨터 전원을 껐다.
(3)
카즈사의 경우
일을 마치고 귀가한 나는 컴퓨터 전원을 키고, 녹화 데이터를 확인할 준비를 했다.
최근 방 상태가 이상하다──라기보다 완전히 학생들이 자유롭게 들락날락하고 있다는 것은 확정되었다.
문제는 어디까지 퍼져있는지다.
그러자 태블릿 화면에 아로나가 등장한다.
"선생님! 아로나에게 맡겨주세요!"
"오, 부탁할게."
"아무래도 선생님 집에 오고 있는 학생은 한 명이 아닌것 같아요!"
"……어이어이, 우리집은 언제부터 출입이 자유가 된거야?"
"그러면 영상을 재생할게요!"
현관쪽 영상이 비춰지자, 그곳에는 검은 고양이귀 파카를 걸친 카즈사가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서 철컥하고 부드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엣?"
"이건……완전히 단골이네요!"
"우리집 열쇠는 대체 얼마나 퍼져있는거야!?"
카즈사는 신발을 벗고 가볍게 기지개를 펴면서 방안으로 들어온다.
카즈사는 곧장 부엌으로 들어가 망설임없이 찬장을 열고 보울이나 거품기를 꺼냈다.
"……뭔가 나보다 우리집에 익숙한거 아니야?"
"선생님 집, 완전히 공유공간이네요!"
부엌쪽 영상으로 전환되자, 카즈사가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고 있다.
생크림, 초콜렛, 스폰지 케이크 반죽, 푸딩 재료──완전히 디저트를 만들 생각으로 가득찬 라인업.
"선생님 이번엔 디저트를 만드는 것 같아요!"
"……아~, 그러고보니 냉장고에 케이크라든가 푸딩이 있었지……."
"아마도 카즈사씨가 벌인 짓이겠네요!"
"벌인 짓이라고 하지마."
카즈사는 보울에 재료를 넣고 리듬에 맞춰 거품기를 움직인다.
능숙한 솜씨로 생크림을 거품내고, 초콜렛은 중탕하고, 차례로 디저트를 완성해간다.
"……엄청 맛있어보이는데?"
"선생님, 이거 완전히 매일 달달한 생활이네요!"
"누구 때문에 내 당분 섭취량이 늘고 있는건데……?"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디저트를 냉장고로.
냉장고를 열자 이미 만들어둔 푸딩이 예쁘게 놓여있었다.
"……우리집, 이랬었나?"
"선생님, 사실상 카페네요!"
카즈사는 만족스럽다는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장고 문을 닫고 부엌 조리대 위에 엉덩이를 걸친다.
그리고 폰을 꺼내 적당히 만지면서 휴식 모드로 돌입.
"그럼, 쉴까……."
모니터 안에서 카즈사는 느긋한 동작으로 지퍼에 손가락을 댄다.
금속이 마찰하는 작은 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울렸다.
지익…….
지퍼가 천천히 내려갈 때마다, 팽팽했던 천이 늘어지고, 안쪽의 열이 물씬하고 흘러나온다.
쇄골이 드러나고 어깨에 걸쳐진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다.
천천히 열린 목덜미 부분으로 엿보이는 살결은 부드럽고 옅은 빛을 두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나른하다는듯 숨을 내쉬곤 지퍼를 끝까지 내리고 그대로 파카를 어깨 뒤로 벗었다.
"……후우."
천천히 숨을 내쉬는 동작이 묘하게 농염하게 보인다.
피부에 달라붙은 천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집어 살며시 들어올리곤 기분좋다는듯이 어깨를 움츠린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카즈사는 침대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풀썩──
시트가 부드럽게 내려앉으며 그녀의 몸이 빨려들어가듯이 가라앉는다.
볼을 시트에 파묻으며 작게 골골거리며 고양이처럼 몸을 둥글게 만다.
"……으응~……."
그녀의 입술이 아주 약간이지만 미소를 머금는다.
멍하게 풀린 눈가는 마치 달콤한 꿈 속에 빠지기 직전처럼 보이는 표정이었다.
손가락 끝이 무의식적으로 시트를 더듬는다.
천의 감촉을 확인하듯이, 천천히, 사랑스럽다는듯이──
그리고, 살며시 베개를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편안해……."
볼을 베개에 부비적거리면서 멍하니 날숨이 흘러나온다.
느긋하게 오르락 내리락하는 어깨, 미세하게 벌어진 입술, 빨갛게 물든 볼──
모든 것이, 진심으로 충만한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카즈사는 살며시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시트를 끌어모은다.
그리고──스륵,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러자, 화면이 어두워지고 음소거 마크가 표시된다.
"에?"
"아로나!?"
"선생님! 여기서부터 뒤는 보여드릴수 없어요!!"
"왜!? 내 방 영상이잖아!?"
"학생을 위해서에요!!"
아로나가 온힘을 다해 화면을 막아, 영상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이어이, 뭐가 벌어지고 있는거야……?"
"선생님은 모르는 편이 좋은 것도 있어요!"
"너무 무섭잖아!?!?"
수십분 후──
카즈사가 이불 속에서 나왔다.
어째서인지 상쾌한 표정을 하고 있다.
"……후우, 역시 선생님 방은 좋네."
"뭐가 일어난거야……?"
"선생님은, 알아서는 안돼요!!"
카즈사는 빠르게 몸단장을 마치고 부엌 조리대를 가볍게 닦은 뒤,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응? 선생님 옷 조금 비뚤어져있네?"
그렇게 말하면서 개어져있는 내 옷을 만지고, 어째서인지 싱긋하고 웃는다.
"……좋아, 나중에 또 와야지♪"
"어이어이어이어이!!"
"선생님, 이건 완전히 정기방문 확정이네요!"
카즈사는 가볍게 기지개를 피면서 엄청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현관으로 간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열쇠를 꺼내 문을 잠그고 나갔다.
"선생님, 다음엔 누가 올까요?"
"아니, 아무도 오지마!!!!"
여벌 열쇠사건, 아직 끝나지 않는다──
(4)
이로하&이부키의 경우
일을 마치고 평소처럼 컴퓨터를 킨다.
며칠전에 설치한 소형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는 것이, 완전히 일과가 되어버렸다.
(어차피 오늘도 누군가가 내 방에 왔겠지…….)
그런 체념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인 내 앞에서 태블릿이 삐빅하고 반응했다.
화면 속에는 싱글싱글 웃는 아로나가 나오고 있다.
"선생님! 새로운 학생이 왔었던 것같아요!"
"……또냐."
"그러면 영상을 재생할게요!"
현관쪽 영상이 나온다.
문이 슥하고 열리며 또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침입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와아아아! 선생님 방이다아아!!"
갑자기 활기넘치는 이부키가 뛰어들어왔다.
"뭐엇!?!?"
"선생님! 어린애가 돌격해왔어요!"
"누구 집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이어서 침착한 모습의 이로하가 현관으로 들어와 이부키를 부드럽게 제지한다.
"이부키, 너무 떠들면 안돼요."
"에에~? 그치만~!"
"여긴 선생님 방이에요. 마음대로 뛰어다니면 안돼요."
"우으~……알겠습니다아……."
이부키는 조금 불만스럽다는듯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얌전해진다.
"선생님, 이건……애가 있는 가정인가요?"
"그만해!! 그런 설정 만들지마!!!"
카메라 영상이 거실로 바뀌자, 이미 그곳은 이부키의 활동거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부키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형형색색의 크레용을 쥐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눈 앞에는 커다란 도화지가 펼쳐져 있었다.
선을 빙글빙글 그리면서 때때로 "으음……."하고 작게 신음하는 모습은 마치 일류 화가와도 같은 집중력을 느끼게 한다.
"……아~ 수수께끼의 나무 블록이 있던건 이건가."
중얼거리면서 화면 구석에 보이는 나무 블록탑을 본다.
이부키 근처에는 깔끔하게 쌓여진 목제 블록이 있고 그 주변에는 그림책이나 장난감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선생님, 이건 완전히 거실이 놀이터가 되었네요!"
"그렇다고 생각은 했어!!!"
소파에는 이로하가 침착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종종 이부키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폰을 만지거나, 책을 읽거나 하며 쉬고 있다.
그 때, 이부카는 갑자기 손을 멈추고 기세좋게 뒤를 돌고는 이로하를 향해 도화지를 들어올렸다.
"다 됐다!!"
이로하가 들여다보자 그곳엔……선생님처럼 보이는 사람이 공주님 안기를 하고 있는 그림.
"이부키, 이건 뭔가요?"
"에헤헤! 선생님이 이부키를 안아주면 좋을거 같아서!"
"……."
"선생님, 이건 다음에 실제로 해줄건가요?"
"할리 없잖아!!!!"
"이부키쨩의 꿈을 망가뜨리는건 불쌍하다구요?"
"……."
이부키는 그림을 만족스럽게 바라본 뒤, 다음으로 눈을 돌린건──냉장고.
"응~ 간식 시간이야!"
이부키는 일어서서 곧장 냉장고로 향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안을 확인하자, 그 표정이 단숨에 빛난다.
"오오오오! 맛있어 보이는 푸딩이 있어!!"
선생님 냉장고 안에는 카즈사가 만든 푸딩이 몇개 놓여있다.
이부키는 거침없이 하나를 꺼내 스푼을 찾기 시작했다.
"어이!? 그거 카즈사가 만든 거잖아!!?"
"범행현장을 확인했어요!!"
"아니 보고가 아니라 멈추라고!!!"
이부키는 스푼을 쥐고는 용기의 덮개를 차악하고 벗겨내고 호쾌하게 푸딩을 떠서 입으로 옮긴다.
녹아내릴 것만같은 표정으로 변하며, 행복하다는듯 숨을 내쉰다.
"응~~~♪ 행복해~~!!"
"……어쩐지 냉장고에 있던 푸딩에 먹은 흔적이 있더라."
선생님은 화면 속 이부키를 바라보면서 문득 생각한다.
"카즈사가 만든 푸딩……나도 먹고 싶을지도."
"선생님, 방심하면 이부키씨에게 전부 먹힐거에요!"
"그, 그건 좀 곤란한데……!!"
이부키가 푸딩을 다 먹고나서, 스푼을 그릇에 놓고, 만족스럽게 배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하아~, 맛있었다아!"
그리고 다음 순간, 이부키는 기세좋게 일어나고는 빠르게 방 안을 뛰어다니면서, 어질러진 장난감이나 그림 그리기 도구를 집어들고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오……제대로 정리를 하네."
"선생님 방을 소중히 여기는거네요!"
"아니, 애초에 내 방인데 말이지?"
이부키는 나무 블록을 상자에 넣고, 스케치북을 닫아 가방에 넣는다.
크레용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것을 발견하고 "아차차."하고 말하면서 주워 케이스 안에 넣는다.
그 옆에서 이로하도 아무 말없이 이부키를 도우면서 방을 정리한다.
소파의 쿠션을 세우고 테이블 위를 가볍게 닦으면서, 갑자기 이로하가 입을 열었다.
"이부키, 선생님 방을 어질러버렸으니까, 인사해야죠?"
"응! 선생님, 고마워~!!"
이부키는 그렇게 말하면서 활기차게 꾸먹하고 인사.
그리고 현관으로 향하고는 뒤돌아보면서 싱긋하고 웃었다.
"그러면, 또 올게~!"
"잠깐잠깐잠깐잠깐!?!??"
선생님의 외침은 이미 멈출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이로하는 그런 선생님을 보며 킥킥하고 웃고는 의미심장한 말투로 한마디.
"……다음번엔 선생님께 보답을 드려야겠네요♪"
"……어?"
순간, 생각이 정지했다.
"보, 보답이라니……."
이로하는 미소를 띠며 이부키의 손을 잡고 현관문을 열었다.
"선생님, 이로하씨가 말하는 보답……뭐라고 생각하세요?"
"그, 그런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아로나의 순진무구한 말에, 선생님은 머리를 감쌀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뭐, 다음에 왔을 때를 위해서 색칠놀이 책이라도 둘까."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아로나가 싱글싱글 웃는다.
"선생님, 완전히 '아버지'가 되셨네요!"
"그러지마!!!"
──이렇게 선생님 집의 공유화가 진행되는 것이었다.
(5)
노아의 경우
샬레로 갈 준비를 하고 있던 내 태블릿이 아침의 적막을 깨듯 울리기 시작했다.
"선생님! 어제밤에도 새로운 학생이 왔던것 같아요!"
아로나의 밝은 목소리가 태블릿 너머에 울린다.
"……더이상 지적하지 않을거야."
"마침내 선생님께서도 포기하셨군요!"
몇번이고 반복되는 '학생의 침입'.
더 놀랄만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날만큼은 그럴수가 없었다.
나는 출근 전,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컴퓨터를 킨 뒤에 녹화 데이터를 확인하기로 했다.
현관 카메라에 비치는건 조용히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노아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느긋한 동작으로 신발을 벗고 실내로 걸음을 옮겼다.
딱히 초조해하는 기색도, 망설이는 기색도 없다.
마치 '자신의 집'에 돌아왔다는 것마냥.
"……선생님,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나요?"
"지적하는게 소용없으니까……."
"학습하셨네요!"
영상 속 노아는 거실 중앙에 조용히 서서 천천히 방안을 둘러본다.
그리고 품 속에서 작은 노트를 꺼내 페이지를 넘긴다.
"선생님……기록이 늘어났네요."
그녀는 펜을 들고 선생님 방의 관찰기록을 적기 시작한다.
"……물건이 늘어났어요."
카메라 영상이 확대된다.
노아의 시선 끝에는 며칠전에는 없었을터인 쿠션이나 본 적없는 컵.
"이건……다른 학생이 들여온 물건, 이군요."
펜이 종이를 타고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방안에 새로운 침입자……확인, 소유권의 침해……허용범위내."
"선생님, 뭔가 엄청 심상치 않은데요……?"
"……나도 느끼고 있어."
노아는 다음으로 책상으로 가서 꽂혀있는 책을 손으로 집는다.
"……선생님께서 새로운 책을 사셨네요."
페이지를 넘기고 손가락으로 살며시 만진다.
"선생님께선 이런 취향이……그렇군요."
노트에 슥슥 기록이 쓰여진다.
일언일구, 놓치지 않도록.
선생님의 생활.
선생님의 행동.
선생님의 변화.
모든 것을, 기록하기 위해.
"……이거, 이미 위험하지 않아?"
"선생님 데이터가 개인관측되고 있어요!"
"이런 형태로 기록되는건 처음이야!!"
노아는 기록을 마치고 펜을 놓고는 조용히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침실……이상없음."
그녀는 시트를 만지며 베개의 위치를 확인하고, 마치 그곳에 '선생님의 흔적'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이 주무실때 자세는 변함없네요."
다시 노트에 기록을 적는다.
그대로 노아는 옷장 앞에 선다.
"그러면……오늘은 이쯤에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노아는 옷장 문을 조용히 열고 그 안으로 사라졌다.
"………………하?"
나는 무심코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선생님, 지금……노아씨, 옷장안으로 들어갔죠?"
"어, 어어……그런데……?"
옷장 문은 살짝이지만 열려있다.
노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그 안에 숨어있는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왜?"
내 말에 아로나도 답을 하지 못한다.
영상은 그대로 정적에 휩싸인채, 다음 순간──
현관 문이 열렸다.
거기에 비친 것은 나 자신이었다.
"엣?"
나는 눈을 의심했다.
영상 속에서 내가 현관문을 열고 귀가하고 있다.
"선생님 이건 어제 영상이에요."
"아니아니아니, 잠깐잠깐잠깐!!"
아로나의 냉정한 설명이 마치 다른 세계의 것처럼 울린다.
(어제밤……나는 분명 이 방에 돌아왔어.)
영상 속의 나는 평소처럼 코트를 벗고 소파에 앉아 가볍게 기지개를 피고 있다.
이 때──나는 노아가 옷장 안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 노아는……방 안에 있었다고……?)
"……위험한데, 이거, 엄청 나쁜 예감이 들어."
"선생님, 이건……호러네요!"
"재밌다는 듯이 말하지마!!!"
영상 속의 나는 막 목욕을 마친 상태 그대로 수건을 허리에 감고 피곤하다는듯 침대에 앉아 있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시트를 끌어모아 몸을 침대 깊이 파묻는다.
"……피곤하다."
그렇게 중얼거리곤 나는 금새 잠들어 버렸다.
방 안은 조용해진다.
하지만──
옷장의 문이, 천천히, 아주 조금 열린다.
그곳에서 노아가 소리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리도 없이 침대로 다가오는 노아의 움직임은 어딘가 이상할 정도로 매끄러워서,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마냥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침입이었다.
그녀는,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얼마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이윽고 노아는 손가락 끝을 살며시 움직였다.
내 머리에 닿는다.
머리카락 한올씩, 쓰다듬듯,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 손가락은 차례로 내 눈가로 이동하고 살짝 쓰다듬는 것처럼 움직였다.
나는 조금 몸을 뒤척이지만 깨어날 기색은 없다.
노아는 몸을 숙이고는 더욱 얼굴을 가깝게 한다.
입술 바로 옆까지──
오랫동안 빤히 바라본 뒤, 노아는 내 손으로 시선을 떨구고 슬쩍 만졌다.
다음 순간, 내 손을 가볍게 쥔다.
그대로, 잠시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노아의 얼굴이 다시 내 목덜미 쪽으로 다가온다.
잠깐 동안의 침묵.
그리고──
노아는 눈을 내리깔고는 천천히 물러났다.
그리고 조용히 일어서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마냥 옷장 안으로 돌아간다.
문이 천천히 닫히고, 다시 방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영상은 그대로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는듯이 내가 평온하게 잠든 모습만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나는 화면 앞에서 굳어있었다.
"지금거, 뭐야……?"
등에 오한이 들었다.
노아는──
'어제밤', 내가 잠들어있는 동안 계속 그곳에 있던건가……?
몇시간 후.
아침이 되고,
영상 속의 나는 눈을 뜨고, 가볍게 기지개를 피면서 침대에서 나온다.
"……하아, 오늘도 바쁘겠네."
아무 것도 알지 못한채, 평소와 같은 아침을 맞이한다.
영상 속의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방안을 나선다.
하지만──
노아는 아직 옷장 안에 있다.
그 사실이 선생님인 '지금의 나'의 안에 차가운 공포로 퍼져간다.
영상이 끝나고 컴퓨터 화면에는 정지한 화면 그대로 옷장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있잖아, 아로나."
"네!"
"노아가, 방에서 나오는 영상, 없었지?"
침묵.
아로나는 잠시 말없이 있다가 싱긋 웃었다.
"선생님……방으로 돌아가셔서 옷장을 확인하실래요?"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지금까지 몇번이고 봐왔던, 내 방의 옷장.
하지만 지금은 그곳에 무언가가 숨어있을거라는 느낌이 들어 진정이 되질않는다.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옷장 안에서 노아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건 아닐까?
컴퓨터 모니터에 비치고 있는 정지된 화면 속 옷장.
아무런 이상 없는 문인데도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
다리가 조금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등 뒤를 돌아보았다.
방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공기가 묘하게 무겁다.
닭살이 돋는 듯한 위화감.
무언가가──보고 있다.
"……오늘은, 빨리 나갈까나."
나는 방의 열쇠를 집어들고, 자켓을 걸친 뒤에 천천히 현관으로 향했다.
가능한한 옷장 쪽으로 등을 향하지 않도록.
하지만──
등에 꽂히는 듯한 ’무언가'의 시선만큼은,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나는 조용히, 하지만 확실한 공포를 느끼면서, 방을 나온 것이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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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9
이제 집이 공공재가 되었으니 집주인도 공공재가 되겠네...

진짜 공공재네
노아는 존나무서운데ㅋㅋㄱㅋ

아니 마지악 노아는 호러잖아 ㅋㅋㅋㄹ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