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의 키보토스는 평소와 다른 이질적인 활기를 띠고 있었다.
소녀들이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낮의 소란을 밤의 영역으로 끌어들였을 때, 밤은 본연의 정적을 잃고 어두운 낮으로서 기능하기 시작했다. 거리는 잭 오 랜턴이 내뿜는 주황빛과 괴물의 탈을 쓴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 어둑한 축제의 한복판, 그 들뜬 공기에 전혀 섞이지 못하는 한 소녀가 있었다.
“빌어먹을...”
“누님, 미간 좀 피십쇼. 그러다 다 들키겠슴다.”
“...복귀하면 각오하도록.”
코노카의 장난스런 시선을 칸나는 으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로 받아쳤다. 칸나는 수치심에 떨리는 눈으로 자신의 꼬락서니를 내려다보았다.
중요 부위만 간신히 가린, 짐승의 털가죽을 흉내 낸 검은색 비키니 아머 형태의 탱크탑.
‘바지’라고 부르기엔 양심이 없는 듯한 하의. 그리고 엉덩이 쪽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복슬복슬한 꼬리.
아무리 감추려 해도 유독 빠지지 않는 가슴의 지방 덩어리는 신축성 좋은 탱크탑 덕분에 적나라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수년간의 혹독한 단련으로 빚어진, 극한으로 압축된 복근과 골반 라인은 밤공기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상의와 하의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천 조각 두 개 사이, 선명하게 박힌 복근이 달빛 아래서 번들거렸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칸나는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불과 한 시간 전의 참사를 회상했다.
***
20시 14분, 발키리 경찰학교.
“자, 브리핑 시작한다. 할로윈에는 범죄율이 평소 휴일에 비해 36%나 높다는 건 모두 알 거다.”
밤에 인파가 몰리고, 가면으로 신분을 감추는 것이 의심받지 않는 날. 범죄자들에게 이보다 완벽한 축제는 없었다.
“그러니 모두 인명 사고나 범죄 현상에 주의하고...”
“트릭 오어 트릿임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은 코노카였다. 칸나는 미간을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자, 당 떨어지면 일 못함다. 사탕 하나씩 먹고 가자고.”
코노카는 발키리 공안국원들에게 사탕을 하나씩 던져주었다. 공안국원은 자신의 손에 떨어진 사탕을 바라보았다. 은은한 갈색 포장지, 커피 사탕이었다. 지극히 코노카다운 픽이었다.
“누님도 하나 잡수시고~”
“......”
칸나는 코노카의 능글거리는 눈을 잠시 노려보다가, 군말 없이 사탕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어서 오늘 임무 분배를...”
“그냥 대충 설명하자면 너희들은 치안 살피고! 누님이랑 나는 왕건이 때문에 자리 비우니까 설렁설렁 일하다가 뻘짓거리 하는 놈 있다 싶으면 잡아와라! 끝! 해산!”
“......”
코노카는 칸나의 눈에서 살기 어린 불편함을 읽고는 여유로운 미소로 무마하려 했다.
“부국장의 태도에 대해선 나중에 상담하도록 하지.”
“헤헤헤.”
칸나는 다시금 한숨을 푹 쉬었다. 카페인이 절실했지만 머그컵은 비어있었다. 탕비실에 갈 시간조차 아까운 상황. 칸나는 코노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개인 임무 브리핑 시작해라.”
“뭐, 간단하지 않슴까? 우린 분장을 하고 밀거래하는 새끼들 족친다. 이 정도 아님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나 보군.”
“뭐 오늘 제가 누님 마누라인데 뭐가 문제겠슴까?”
코노카는 실실 웃으며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물병자리에 원숭이띠에 행운의 색은 하얀색. 오늘 저 운수 대통이니, 빨리 오사마리 치고 오붓하게 밥이나 먹읍시다.”
저 근거 없는 자신감의 원천이 고작 점괘라니. 하지만 저렇게 가벼워 보여도 칸나가 가장 신뢰하는 동료는 역시 코노카였다. 특히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날의 코노카라면 더더욱.
“분장이나 빨리하고 와.”
“넵~”
코노카가 느긋하게 사라지자, 칸나는 책상 위의 서류철을 다시 집어 들었다.
코노카의 말처럼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음지 사이트의 연락망을 통해 파악한 12건의 밀매 정황. 암호를 해독한 결과 도출된 키워드는 ‘행복을 나눠준다’.
뇌가 카페인을 요구하며 비명을 질렀지만, 칸나는 무시하고 탈의실로 향했다. 준비된 의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잠시 후.
콰아아아앙!
탈의실 문이 부서질 듯 열리고, 칸나의 호통이 사무실을 뒤흔들었다.
“엣? 누님 벌써 다 입었...”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준비한 거냐!”
칸나의 얼굴은 터질듯 붉었다. 분노 3할, 그리고 나머지 7할은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을 정도의 수치심이었다.
“엇. 그건 제가 준비한 건 아니고....”
코노카가 슬그머니 손가락으로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엔 얼굴을 붉히고 있는 한 공안국원이 서 있었다.
“제... 제가... 국장님이랑 어울린다 생각해서....”
칸나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검은 털의 늑대인간 코스튬. 말이 코스튬이지, 사실상 털이 달린 속옷에 가까웠다.
“절대로 제가 보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니고요! 국장님이 분장을 필요로 한다는 말에 고민하다가... 국장님은 인상이 강한 편이니 차라리 평소라면 절대 안 입으실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야성미가 어울리는 옷을 생각하다 보니....”
당황했는지 공안국원의 혀가 길어졌다. 칸나는 코스튬의 세트인 가죽 개목걸이를 들어 올렸다. 짤랑, 쇠사슬 소리가 사무실에 울렸다.
“그, 그것도 이미지 반전의 일부인데요! 늘 강한 모습만 보여주는 국장님의 이미지와 반대되는 순종의 상징인 개목걸이를 착용함으로써, 소위 말하는 갭모에를 극대화...”
칸나의 눈빛이 매섭게 변하고 호통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공안국장 오가타 칸나입니다.”
칸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전화를 받았다.
[국장님. 사이버 관리국입니다! 밀거래 시간이 당겨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뭐? 얼마나?”
[20시 43분입니다!]
이동 시간과 잠복, 대기 시간까지 고려하면 빠듯했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웠다.
“알았다. 바로 출동하지.”
전화를 끊은 칸나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다른 분장을 준비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코노카와 공안국원,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린 이 망할 늑대인간 분장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선택지는 없었다.
***
오후 20시 22분, D.U의 골목 근처.
“누님 표정 푸십쇼. 그러다 진짜 들키겠슴다.”
결국 칸나는 늑대인간 분장을 입었다. 개목줄만큼은 죽어도 못 하겠다며 던져버렸지만 말이다.
코노카는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그녀의 분장은 마녀였다. 고깔모자와 로브를 걸쳤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그녀의 아이덴티티인 하와이안 셔츠가 자리 잡고 있었다.
“트리-크 오어 토리-또이와요!”
등 뒤에서 들려온 신난 목소리. 돌아보니 오니 가면을 든 보라색 머리의 소녀가 서 있었다. 백귀야행의 학생인 듯했다.
“불필요한 접촉은 피해라, 코노카.”
칸나가 조용히 지시하지만 코노카는 능글거리는 얼굴로 그 소녀를 바라본.....
"유카리, 사탕을 아무나에게 요구하는 건 예의가 아니야."
"키, 키쿄 선배...."
검은... 고양이?
"게다가 너무 많이 먹으면 이가 썩고 배탈이 날거라고. 10개만 먹어. 이 정도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는 거야."
유카리는 시무룩해지더니 이내 결심한 듯 말했다.
“그... 그러면 저 분한테 제 캐앤-디를 나눠 주겠사와요!”
유카리는 품에서 주섬주섬 봉지를 꺼내 코노카에게 건넸다.
“후후후. 이건 막과자 가게에서 특별 주문한 백귀야행식 포오-춘 쿠우-키이와요! 하나 드시와요!”
코노카는 얼떨결에 쿠키 4개를 받아 들었다.
4개.
임무 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봉지를 뜯어 쿠키를 입에 넣었다.
와작.
종이의 질감이 느껴지자 퉤 하고 뱉어냈다.
[저런, 오늘 큰 불행이 찾아올 것입니다. 조심하세요!]
“......”
오늘은 분명 운이 좋은 날이었다. 물병자리에 원숭이띠는 대박이라며? 게다가 행운의 색은 하얀색인데?
하지만 오늘은 할로윈. 동양의 점괘보다 서양의 저주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날 아닐까?
“부국장! 얼빠져 있지 마! 속았어!”
칸나의 다급한 외침이 코노카의 상념을 깨뜨렸다. 하지만 그녀의 뇌리에는 이미 불길한 예감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
20시 54분. DU 인근 폐건물
임시 취조실은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칸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어둠 속에서 형형한 안광만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하하... 안녕 칸나?”
선생이었다.
“선생님, 사실대로 말씀하시길 바랍니다.”
“진짜야! 난 그냥 학생이랑 약속이 있어서 거기로 나갔을 뿐이야!”
“.......”
칸나의 안광이 더욱 흉흉하게 빛났다. 선생은 마른침을 삼키며 눈치를 살피더니, 한숨을 푹 쉬고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칸나에게 내밀었다.
“.........”
칸나는 흠칫 놀라며 잠시 굳어있다가, 이내 주섬주섬 겉옷을 받아 걸쳤다. 선생의 체온이 남아있는 옷이 살결에 닿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칸나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수치심에 대한 방어 기제로 적개심을 내세우고 있던 칸나였고, 선생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파악한 것이었다.
“선생님은... 그러면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것입니까?”
칸나의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물론 얼굴은 여전히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
“어. 붉은겨울의 학생이 찾아와서 만났을 뿐이야.”
칸나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밀매 시간 변경, 장소 변경, 그리고 발키리의 동선 파악. 적들은 마치 손바닥 들여다보듯 발키리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코노카, 내부자가 있는 모양이다.”
“망원 말임까?”
“놈들의 스케일은 이미 선을 넘었어. 그렇다면 ‘행복을 나눠준다’는 키워드는....”
“설마 뽕을 뿌린다는 검까?”
마약.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공기가 차가워진다.
“부국장, 핸드폰 이리 내.”
“네? 아, 여기 있슴다.”
코노카가 건넨 핸드폰을 칸나는 한 손에 쥐더니.
콰득!
악력만으로 박살을 내버렸다.
“뭠까 누님?!”
“5년 전 거면 슬슬 바꿀 때 됐어. 내가 사비로 사준다.”
그러면서 칸나는 자신의 핸드폰마저 똑같이 부숴버리고는 선생을 응시했다.
“현재 발키리 본부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 선생님의 권한으로 특수 수사 인가를 부탁합니다.”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약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 이상,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연방수사동아리 샬레의 권한으로, 수사를 허가한다.”
***
23시 48분. DU 외곽의 클럽.
코노카, 칸나, 그리고 선생은 인파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마지막 접선 장소는 이곳 클럽이 확실했다.
“마지막 브리핑이다. 밀매 현장이 보이면 바로 검거한다. 발키리 소속 인원에 대한 감시도 늦추지 마라.”
코노카와 선생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칸나는 아까부터 자신을 필사적으로 힐끔거리는 선생의 시선이 신경 쓰여 견딜 수 없었다.
“...왜 그런 눈으로 계속 바라보십니까?”
“아, 그, 그런 건 아니야!”
선생이 당황하자 칸나는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말한다.
“전 딱히 미형으로 몸을 가꾸는 편도 아니고, 근육도 붙어서... 보기 좋은 몸은 아닐 텐데. 그런 식으로 보시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선생의 표정이 순식간에 진지하게 변했다. 장난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올곧은 변태의 눈빛이었다.
“아니야, 칸나. 칸나의 그런 몸도 정말 아름다워. 노력의 증거잖아. 자신을 너무 낮추지 않으면 좋겠어.”
“......!”
원래라면 닭살 돋는다며 한마디 거들었을 코노카였지만, 지금 그녀는 불운의 늪에 빠져 있었다.
순식간에 겹친 징크스들, 그리고 결정타를 날린 포춘 쿠키.
‘내 불운이 나에게만 향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누님이나 선생님에게 튄다면?’
“집중해라 부국장. 돌입한...”
“저 자식들입니다!”
불량한 일갈과 함께 수십 개의 시선이 그들에게 꽂혔다.
“확실합니다 대장! 마녀 옷 입은 하얀 머리랑 저 노란 머리 변태가 저번에 우리 잡아넣은 짭새입니다!”
“아앙, 그렇다고? 그리고 요봐라? 옆엔 샬레의 선생님까지?”
무장한 스케반 무리가 길을 막아섰다. 칸나가 입술을 깨물며 태세를 갖추려던 찰나.
“누님, 선생님이랑 먼저 들어가십쇼.”
코노카가 앞으로 나서며 스케반들을 가로막았다.
“이건 다 저 때문임다. 여긴 제가 막을 테니 둘이 들어가쇼.”
“그게 뭔 헛소리냐 코노ㅋ...”
“시간 없슴다! 빨리!”
칸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단을 내렸다.
“부탁한다.”
코노카는 씨익 웃더니 평소처럼 느긋하게 경례를 보냈다. 두 사람이 클럽 입구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 그녀는 총을 꺼내 들고 목을 좌우로 우두둑 꺾었다.
자신의 불행으로 둘이 휘말렸다. 그러니 결자해지(結者解之). 책임지는 것 또한 자신의 몫이다.
“내가 너희 같은 새끼들 수백 명은 상대해봤거든?”
코노카가 여유로운 표정을 짓자 스케반들이 본능적으로 주춤거렸다. 베테랑만이 뿜어낼 수 있는 위압감이었다.
“내가 오늘 운세가 꽝이긴 한데, 너희 정돈.... 끄악!”
철푸덕!
발을 내디딘 순간, 무언가를 밟은 코노카가 꼴사납게 미끄러지며 바닥에 처박혔다.
몇 초간의 정적. 그리고...
“밟아!”
“야! 야! 타임! 타임! 타임!!!”
***
선생과 칸나는 밀거래 현장인 클럽 안으로 진입했다. 선생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부국장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저래 봬도 제가 가장 믿는 녀석입니다.”
칸나의 말은 단호했지만, 그녀 역시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클럽 안은 쿵쿵거리는 베이스 소리와 어지러운 레이저 조명으로 가득했다. 약속된 시간은 12시 정각. 남은 시간은 3분 남짓. 이 혼란 속에서 범인을 특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때, 선생이 천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칸나, 이건 어때?”
선생이 귓속말로 작전을 설명하자, 칸나의 얼굴이 다시금 붉게 달아올랐다.
“그거라면... 확실하겠지만....”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하죠. 부탁합니다.”
칸나는 선생의 겉옷을 벗어 돌려주고는, 날렵하게 2층 난간을 향해 뛰었다. 코노카가 버텨주지 못하면 이 작전은 의미가 없다.
칸나는 주머니에서 코노카가 줬던 커피 사탕을 꺼내 입에 넣었다. 쌉싸름한 맛과 함께 미량의 카페인이 뇌를 깨웠다.
“짭새 주제에 끈질기군...“
스케반 하나가 쓰러져 있는 코노카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코노카는 만신창이가 된 채 헐떡이고 있었다.
“야... 야...”
“뭐, 유언이라도 남기게?”
“내가 지금 핸드폰이 작살 나서 그런데.... 지금 몇 시냐?”
스케반은 어이없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11시 59분.”
“초까지.”
“42초. 그게 뭐 어쨌다ㄱ...”
코노카는 피 묻은 손으로 품을 뒤적여, 아까 받은 포춘 쿠키 중 가장 온전한 것을 꺼냈다. 봉지를 뜯고 입안에 털어 넣었다.
우물우물.
종이의 질감이 느껴지자 손에 뱉어냈다.
문구를 확인한 코노카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에요!]
칸나는 선생의 계획대로 클럽 중앙, 거대한 미러볼 위로 도약해 올라섰다.
11시 59분 57초.
11시 59분 58초.
11시 59분 59초.
12시 00분 00초.
그 순간, 선생이 조종실의 레버를 올렸다.
클럽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단 하나의 스포트라이트가 미러볼 위를 비췄다.
“동작 중지—-!!!!”
쩌렁쩌렁한 일갈이 음악 소리를 뚫고 클럽을 강타했다. 모두의 시선이 천장을 향했다.
빛을 받아 번쩍이는 늑대 코스튬. 압도적인 근육과 야성미. 그곳엔 ‘광견’이 서 있었다.
이 위치에서는 다 보인다. 타겟이 확인되었다. 칸나는 망설임 없이 10m 높이에서 바닥을 향해 몸을 던졌다.
“야.... 니 새끼들....”
코노카는 턱에 걸린 마스크를 올려 쓰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오늘 날 잘못 잡았다.”
***
상황은 종료되었다. 칸나는 거래자와 판매자를 양손에 짐짝처럼 들고 선생 앞으로 걸어왔다.
“구매자는 발키리, 심지어 공안국의 일원입니다. 최악의 일이군요.”
칸나는 참담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선생 역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키보토스에서 마약이라니, 그것도 학생이 연루되다니.
“어?”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선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초록색 사과 머리, 익숙한 뱅글이 안경.
“하하... 선생님.... 또 만났네...?”
“또?”
붉은겨울 지식해방전선의 히메키 메루였다.
그리고 칸나의 반대편 손에 들린 발키리 공안국원... 그녀는 다름 아닌 칸나의 ‘늑대인간 코스튬’을 골라준 바로 그 학생이었다.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발키리 내부자, 메루, 그리고 ‘행복을 나눠준다’는 키워드.
왜 그토록 칸나를 피해 다니며 은밀하게 움직였는가.
선생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자신의 가방 속에 들어있는, 표지가 똑같은 ‘그 책’이 떠올랐다.
칸나가 공안국원의 가방을 열었다.
“이건...”
[광견이 아니라 암캐잖아! ~공안국장의 비밀~]
“......”
칸나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마약 따위가 아니었다. 얇고... 매우 선정적인... 동인지였다.
선생은 반사적으로 칸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안 돼!!!”
하지만 이미 칸나의 시선은 선생의 가방을 향하고 있었다.
***
“헤헤.... 누님.... 다 해치우고 왔슴다....”
코노카가 비틀거리며 클럽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의 눈앞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칸나가 유일하게 착용을 거부했던 그 가죽 개목줄.
그것이 누군가의 목에 걸려 있었다.
선생의 목에.
칸나가 목줄을 살짝 당기며 코노카에게 다가왔다.
“부국장. 저 둘은 풍기문란죄 및 상관 모독죄로 집어넣으면 된다. 부탁하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진심 어린 미소가 칸나의 입가에 걸려 있었다. 그 미소는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등골이 서늘할 만큼 위험해 보였다.
분위기를 대충 파악한 코노카는 씩 웃으며 느긋하게 경례를 붙였다.
“알겠슴다. 그럼 잘 즐기고 오십쇼! 오붓하게!”
칸나는 코노카의 어깨를 툭 토닥였다.
“고맙다.”
그리고 칸나는 줄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선생을 끌고 밖으로 향했다.
이것은 칸나가 할로윈을 즐기는 이야기.
-THE END-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8876343&page=1
댓글 8

잘 읽었엉

크윽 이 야한
어어
짜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