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3자
일상
“선생님!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4월의 어느 날 오후, 서류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시점에 나와 우미카는 방금 끓인 차를 마시고 있었다.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이번에 이 근방에서 소규모로 축제를 하나 봐요! 동물들이랑 교감할 수 있는 기획도 있대요!”
“그랬구나. 전혀 몰랐어.”
행사 공지를 본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핸드폰을 내민다. 평소에는 청초하고 어른스러워 보이면서도 이럴 때 보여주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 무척 사랑스럽게 보인다.
‘안 되지 안 돼. 우미카는 아직 학생이야. 절대 그런 감정을 가져서는 안 돼…’
“선생님?”
“응? 아아, 미안미안. 잠깐 멍 때리고 있었나 봐.”
“역시 피곤하신가요?”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우미카. 표정과 동시에 강아지 귀도 축 처져 있다. 솔직히 그녀에게는 실례가 되는 이야기겠지만 꼭 대형견을 보는 것 같다. 뭐 그런 점도 그녀의 매력이지만.
“미안해. 하지만 괜찮아. 우미카랑 같이 있으면 피로도 날아가니까.”
“선생님…!”
팟 하고 표정이 단숨에 변해 이번에는 밝아진다. 덧붙여 말하자면 날아간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은 눈을 뗄 수가 없어서 피로를 의식할 틈이 없어지는 것뿐이다.
아, 그렇지.
“우미카, 잠시만 기다려.”
“?”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 맨 아래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는 종이 봉투들이 나란히 있었다. 예전에 그녀와 함께 축제 노점을 구경하다가 발견한 것이다. 그때는 바쁘다 보니 따로 구입할 타이밍을 놓쳤는데 나중에 가서 노점 주인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
“그러고 보니 형씨, 이 액세서리에 팍 꽂혀 있지 않았어?”
“엇, 아니 그렇진 않은데… 그냥 좀 어울릴 것 같다 싶은 아이가 있었던 것뿐이에요.”
“뭐야! 뜨겁구만! 마음에 들었어! 가져가 가져가!”
“엣, 아니, 그럴 수는…”
반 강제로 건네받은 그 물건을 꺼내 우미카에게 건넨다.
“...선생님?”
“응, 선물이야.”
“정말요!!?”
“거짓말 아냐.”
우미카는 정말 기쁜 듯한 표정으로 봉투의 내용물을 꺼내려 했는데, 그때였다.
삐리리 삐리리! 삐리리 삐리리!
“네, 우미카입니다.”
“우미카! Help Me 입니다! 가게에서 손님과 Trouble이 생겼습니다!!”
“에에엣!?”
백야당에서 손님들끼리 트러블이 생겨서 가게 앞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모양이다. 피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왔나 보다.
“괜찮아? 나도 같이 갈게.”
“괜찮아요! 이 정도쯤은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서둘러 옷을 입고 선물을 가방에 넣는 우미카.
“선생님! 감사했습니다!”
활짝 웃으며 감사 인사를 건네고는 그녀는 샬레를 뛰쳐나갔다.
몇 시간 뒤 모모톡으로 우미카에게 연락이 왔다. 보아하니 무사히 해결된 모양이다. 사진 속에는 우미카 뒤로 학생들 수십 명이 산더미처럼 쓰러져 있었지만 그건 신경 끄도록 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날은 그렇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샬레 사무실에서 산더미 같은 서류에 머리를 싸매고 있었는데 문이 열렸다.
“선생, 바쁜 와중에 미안해.”
“어라, 카요코? 웬일이야?”
사무실로 들어온 사람은 카요코. 별일이네, 카요코가 여기 오다니.
“저기, 저번에 부탁했었던 그거 때문에 왔는데…”
“앗! 그랬지! 이미 다 됐어!”
흥신소에서 도망친 개를 수색하는 의뢰를 도와줬을 때 그 개의 목걸이를 맡아 두었다. 잡기는 잡았는데 목줄에 금이 가 버려서 이쪽에서 수리하기로 한 것이다.
“음, 분명 여기 뒀는데… 자.”
“선생, 고마워.”
종이봉투에서 목걸이를 꺼내는 카요코. 이제 의뢰인에게 돌려주기만 하면 의뢰 완료…
“선생?”
“왜 그래?”
“이거… 다른 거야.”
카요코의 손에 있는 것은 검은색 가죽 초커였다. 벚꽃잎으로 꾸민 은장식 조각이 달려 있다.
“어…?”
“선생… 목걸이… 어떻게 했어?”
그 순간 핸드폰 착신음이 울렸다.
발신자는 백야당의 시즈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이 감각. 어제 샬레에 있던 사람은…
“저기요 선생님!!! 대체 무슨 꿍꿍이인가요!!? 우미카한테… 우미카한테 ‘이런 걸’ 차게 하시다니!!!”
모모톡으로 온 것은 한 장의 이미지.
“...응. 실수했구나, 선생님.”
카요코가 들여다 본 화면 너머에는 개목걸이를 차고서 패닉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우미카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나 참… 뭘 어떻게 하면 개목걸이랑 초커를 헷갈릴 수가 있어요? 깜짝 놀랐다고요. 선생님한테 그런 취미가 있나 하고 착각했잖아요.”
“...미안해. 이번 일은 내 책임도 있는 것 같으니까… 선생을 너무 탓하지는 말아 줘.”
“아뇨아뇨, 카요코 씨는 사과하실 거 없어요. 잘못한 사람은 학생한테 개목걸이를 준 선생님이니까요!”
“하와와…”
백야당의 어느 방에 시즈코, 우미카, 카요코, 그리고 내가 모여 있었다. 원인은 말할 필요도 없이 우미카에게 건넸던 목걸이 때문이었다.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건네준 게 원인이었는데 참 불행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시즈코는 크게 화가 난 모양이다.
“우리 가게의 소중한 종업원에게 어떻게 이런 짓을…”
“사, 사장님. 저도 화 안 났으니 괜찮아요…”
“내가 화났어! 알아? 이미지 문제야! 이미지!!”
“음… 하긴 기업 이미지는 중요하지.”
“카요코 씨!?”
설마 했던 배신이라니. 아니, 그야 똑같이 기업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듣기에 시즈코의 발언은 일리가 있기야 하겠지만…!
“...사장님, 하나 제안할 게 있는데 들어볼래?”
“...뭘까요?”
“우미카 씨가 개목걸이를 착용했다는 사실은 이제 지울 수 없겠지만 ‘이유’를 붙이는 건 어렵지 않지 않을까?”
“무슨… 이야기예요?”
“봐… 이거.”
카요코가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보여준다.
“4월 11일… 국제 반려동물의 날?”
“반려동물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날이라고 하더라. 경영 의욕이 넘치는 사장님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지.”
“......”
시선을 허공에 두고서 생각에 잠긴 시즈코. 잠시 후,
“피나! 잠깐만 와 볼래?”
“네! 무슨 일이신가요?”
“지금 바로 내가 얘기하는 것들 좀 사다 줘. 강아지 귀 머리띠랑 고양이 귀 머리띠, 그리고 꼬리도!”
“사장님!?”
“그래! 진짜 지금까지 왜 몰랐을까!? 해 보는 거야! 반려동물 감사 기획!”
“에엣!?”
“오니카타 씨, 정말 좋은 발상이었어. 우리 가게 경영진으로 꼭 와 줬으면 할 정도야!”
“후훗… 마음은 감사하지만 나는 이미 다른 곳에 취직했거든. 마음만 받을게.”
“그거 유감이네. 그래도 고마워.”
말을 마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시즈코는 준비에 착수했다.
“...나도 잠깐 시간을 내야겠네.”
“카요코, 괜찮겠어?”
“카요코 씨… 그게, 이번에 민폐를 끼친 만큼 괜찮으시다면 뭐라도 대접해 드릴게요. 음식 값은 안 받을게요.”
“...괜찮아. 나는 게헨나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않아서 와 볼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혼자서 조금만 둘러보고 돌아갈게.”
“그럼… 적어도 기념품이라도 가져가세요. 분명 친구 분들도 좋아하실 거예요!”
“그래… 고마워.”
결국 거절하지 못했는지 기념품은 받기로 한 모양이다. 종종걸음으로 우미카는 기념품을 준비하러 간다.
“카요코, 정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내가 민폐를 끼쳤는데 오히려 도와줘서. 뭐라 할 말이 없네.”
“선생, 그렇게 진심으로 사과할 거 없어. 그리고… 제대로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잖아? 선물까지 사 줄 정도인데.”
그랬다. 학생에게 듣고 나서야 깨닫다니. 정말 한심하다. 어느새 카요코는 내 오른손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무언가를 올려놓는 듯한 감각. 천천히 손을 떼더니 카요코가 일어났다.
“그럼 먼저 갈게.”
“카요코… 고마워.”
“응. 그리고 말야, 선생.”
“왜?”
“나는 선물이 개목걸이라도… 괜찮을 것 같은데?”
“쿨럭!?”
“후훗, 농담. 그럼 또 봐, 선생.”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우미카에게 선물을 받으러 카요코는 방을 나갔다. 손바닥에는 초커가 들려 있었다.
잠시 후 우미카가 방으로 돌아왔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해요, 선생님.”
“아냐아냐, 괜찮아.”
“저기…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우미카.”
“네?”
“이번 일은 정말 미안해. 우미카가 좋아하길 바랐는데… 오히려 상처를 주고 말았어. 선생님 실격이네…”
“그,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선생님께 선물을 받았다는 걸 알았을 때, 그… 정말 기뻤다구요?”
우미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에 앉는다.
“...선생님. 그거 저한테 채워 주시지 않을래요?”
“우미카!?”
두 손을 내밀고 눈을 감고서 무방비하게 목을 드러낸 우미카. 왠지 모르게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구입하고 말았던 그것을 내 손으로 직접 채운다는 상황은 내 심장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떨리는 손으로 초커의 잠금장치를 풀고 그녀의 목에 슬쩍 팔을 두른다. 우미카의 얼굴이 가까이 있다. 차분한 그 표정을 눈앞에서 바라본다. 목덜미의 열기가 손 끝으로 전해진다. 서로의 숨소리가 들린다.
찰칵.
천천히, 천천히 우미카의 목에서 손을 떼고 초커가 채워진 모습을 바라본다.
“...어떨, 까요?”
“응. 완전 잘 어울려.”
“에헤헤… 감사해요.”
우미카가 조용히 몸을 기대 온다. 부드럽고 좋은 향이 비강을 자극한다.
“잠시만… 이대로 있게 해 주세요.”
그녀의 온기를 느끼며, 등 뒤로 손을 돌려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빗어 준다.
어느새 방문은 조용히 닫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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