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XX월 XX+80일 19:14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블랙마켓 판자촌 입구
".........."
".........."
".....보수 더 받을거야."
"....네."
눈으로 본 판자촌은 의뢰인의 진술보다 한 층 더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기이한 모습이었다.
"이런.... 완전히 박살이 났네?"
늘 장난기 가득한 무츠키의 목소리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 차분히 가라앉았다.
"이, 일단 가자! 가장 안 쪽의 사람들부터 구하는거야!"
"아, 아루님!"
"꾸물거릴 시간은 없을 것 같아 하루카. 괜찮으면 무너진 집에 갇힌 사람들이 있는지 찾아봐줄래?"
"ㄴ, 네! 아루님의 명은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기합이 잔뜩 들어간 하루카를 보내고, 나머지 인원들도 중심부로 이동하기로 한다.
본래 판자촌은 색채의 침공으로 인해 파괴된 블랙마켓 외곽부에 위치한 곳. 자연히 갈 곳 잃은 자들이 제각기 집을 짓고 모여살기 시작한 것이 그 원조이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통제 없는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랜드마크' 정도라면, 누군가 건드려 뿜어져나온 지하수를 처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변의 돌, 콘크리트와 폐허 속 잔해를 대충 쌓아 만든 물웅덩이가 전부였다.
"저기! 저쪽이요! '우물'에 사람들이...!!"
판자촌 거주자들은 이곳을 으레 '우물'이라고 부르곤 했다. 마구 뿜어져나오는 지하수를 가둬버리자 물 자체의 무게로 인해 더 이상의 분출은 이뤄지지 않으면서도 물을 퍼내면 그만큼 아래에서 양이 보충되기 때문이었다.
급히 달려간 곳에는 이미 너덧 명의 사람이 의식 없이 쓰러져있었다. 몇몇은 정신을 차렸는지 끙끙거리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괜찮은거야?!"
"끄으.....으윽...."
급히 아루가 근처에 있는 거주민을 흔들자 신음소리로 생명반응을 대신한다. 이후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쓰러진 사람들의 의식과 생명반응의 체크가 이뤄졌다.
"..........이쪽은 일단 살아는 있는 것 같아. 사장 쪽은 뭐 문제없어보이네."
"이쪽도 숨 쉬는 중. 은발 쨩 쪽은?"
".....맥박은 있는데 미약해. 저 쪽이 폭심지 맞지?"
"아, 아? 아아 네!"
이오리의 물음에는 유난히 요란하게 반응하던 의뢰인이었다. 이오리 역시 그 이유를 대충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선도부 감옥 VIP였겠지... 에휴'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오리를 포함하여 일단 당장의 상태 파악은 끝이 났다.
"사장. 숫자가 너무 많아. 우리 만으로는 병원에 보내는 건 어려울 것 같아."
"아루 쨩. 혹시 아비도스면 가능하지 않을까? 얼마 전에 모스타그램 보니까 헬기도 있던데?"
"ㅈ, 좋아! ㄸ, 때마침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 역량만으로 안 될 때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니까!"
옆에서 아루를 지켜보는 카요코의 속내는 복잡다단했지만, 가장 큰 의문은
'무츠키는 대체 얼마나 회복이 빠른걸까...'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다시 아루를 쳐다보는 카요코. 그런데 아루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사장. 무슨 일 있어?"
"그....게...."
"왜, 무슨 일인데?"
".......아비도스의 그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아..."
".....설마."
"내가 볼 땐 그 생각이 맞는 것 같은데. 이러면 지원은 기대할 수 없을지도."
"선도부 친구. 혹시 괜찮으면 게헨나 쪽의 지원을 빌릴 수 있을까 싶은데. 물론 우리도 그렇고 여기 사는 사람들도 모범 학생과는 거리가 멀다만,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도움을 주면 유용할 것 같은데."
"....기다려 봐."
이오리 역시 빠르게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건다.
- 딸깍.
[이오리? 갑자기 전화는 왜...]
"아코 쨩. 도움이 필요해."
[도움이라니 뭐길ㄹ.... 잠시만요. 지금 블랙마켓에 있지 않나요 이오리?]
"맞아. 혹시 아코 쨩도 방금 전의 폭발 봤어?"
[못 봤을리가 없죠. 붉은 겨울에서 우리가 이상한 실험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 전화까지 왔으니까요. 게헨나는 외곽에서 터져서 다행이지.....]
"그건 다행이네. 어쨌든 도와줄 수는 있는거지?"
[서둘러 말씀해주시겠어요? 부장님이 부재중이라 이 쪽의 상황유지는 전부 제가 하고 있거든요.]
지금 아코는 누가봐도 피곤하고 누가봐도 예민하다. '피곤해 모드'의 아코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오리였기에 용건으로 빠르게 되돌아간다.
"블랙마켓 판자촌 중심부에서도 똑같은 폭발이 일어났어. 물론 불량학생들이지만, 생명반응이 미약한 사람들도 있어. 괜찮으면 의료인력을 보내줄 수 있을까?"
[......외곽에서 실려오는 환자 때문에 응급의학부 병상이 거의 다 찬 것으로 알고 있어요. 급한대로 연방 권역 의료 센터로 이송해주는 건 문제 없을 것 같은데 괜찮나요.]
"그거면 될 것 같아. 고마워 아코 쨩."
- 뚝.
"고맙다는 말이 나온 걸 보니 일단 긍정적인 신호인거지?"
전화를 끊은 이오리에게 아루가 묻는다.
"치료는 힘들지만, 연방 권역 의료 센터로 환자들을 이송시켜줄 순 있대. 다만.... 이 쪽으로 차가 들어오기는 좀 힘들겠네."
이오리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판자촌의 잔해가 어지러이 널려 막혀버린 입구였다.
"저...기는 유일하게 차가 들어올 수 있는 통로인데..."
"......이 환자들을 다 데리고 바깥까지 나가야 하는거네? 아루 쨩 괜찮겠어?"
"시작한 이상 우리가 포기할 수는 없어. 절대로. 최대한 빠르게 의뢰를 마무리짓고 전화 안 받는 아비도스 친구들에게 따지러 가는거야!"
"아루님! 아루님! 헉...헉헉...."
"어? 하루카 쨩이다."
"헉헉....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은....헉 없는 것 같아요...헉헉...."
"고생했어 하루카. 조금만 더 고생할 수 있을까?"
"ㄴ, 네! 아루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여기 있는 환자들을 저기 잔해 너머에 있는 차량 진입로 쪽으로 옮길거야. 괜찮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
20XX년 XX월 XX+80일 19:18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시라토리구 외곽(특이사항: 연방 권역 의료 센터까지 남은 거리 15km)
"........."
".........."
"...보좌관. 이쪽이 제일 빠른 길 맞는거야?"
"....네 부장님. 오늘 일어난 상황으로 인하여 정체가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대체 루트를 타기에도 여의치 않아서 현재로서는 이 길이 최선입니다."
"....알았어. 앞으로 몇 분 정도 남았지?"
"지금 양상이면... 못해도 20분은 잡아야 합니다."
".......쉽지 않군."
"죄송합니다."
"미안할 거 없어. 지금 상황에서 교통이 원활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도 하고. 다만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일 뿐이야."
사실이었다. 이미 크로노스 스쿨은 속보체제로 전환하였고, 각종 인터넷, SNS의 실시간 검색어는 오늘 일어난 불상의 폭발로 가득했다.
자연히 각 학교의 의료시설은 포화상태, 출발 전 치나츠로부터 이미 응급의학부의 여력으로는 앞으로 열댓명 이상의 환자를 받는 것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
- 모톡!
'아코인가...'
지금으로부터 약 30분 전 수신한 아코의 연락은 히나로 하여금 그것이 제발 거짓이기를 바라는 정보였다.
[부장님. 정보처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오늘 연방 권역 의료 센터로 SRT의 헬기가 착륙했다고 합니다.]
'SRT...?'
히나의 속이 한 층 더 검게 물들어갔다.
'SRT는 분명 샬레 직속으로 바뀌..... 아니... 아닐거야. 그럴 리 없어.'
[아코. 그 헬기에 누가 탔는지도 확인해줘. 환자든 승무원이든.]
[네. 확인해보겠습니다.]
사실 히나에게 있어 그 헬기에 탄 사람을 모두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일단 어쨌거나 특수부대원이고, 어쨌거나 전투와 생존에 있어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으며, 이번 폭발의 여파로 인해 목숨을 잃은 학생은 현재까진 없었기에.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헬기에 선생이 타고 있는지의 여부였다.
'선생님이 거기 탔다면.....'
아직 그녀들이 모르는 것은 키보토스인이 아닌 외부에서 온, 그것도 탄환 한 발에 무력화될 수 있는 선생이 이 폭발에 휘말렸을 때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의 문제였다.
그러나 선생의 육체적 한계를 생각할 때, 기력을 잃고 핏기가 가셔 쓰러지는 수준의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생각할 때, 선생이 받을 피해는 어쩌면 에덴조약의 그 일보다도 비가역적일 수 있다는 결론으로 수렴하는 것은 당연지사.
'아냐... 제발 아니어야 해... 제발...'
- 모톡!
[부장님. SRT 2개 소대 병력과 선생님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다만 그들이 승무원인지 환자인지는 관제소에서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사실, 관제소의 근무자들은 선생이 환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 가지 운이 없었던 것은 18시를 기하여 진행된 근무교대로 인하여 새로 투입된 근무자들이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
사실, 관제소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옥상 헬리포트에 무엇이 착륙했으며 언제 이륙할 예정인지와 관련된 정보이지, 누구와 교신을 했는지라거나 누가 타고 있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누우면 환자요 걸어다니면 승무원이다.' 수준일 뿐이다.
[알앗어. 겨속고생해줘.]
보내고 나서야 히나는 자신이 보낸 모모톡이 오타 투성이인 것을 알아챈다. 그만큼, 그녀의 정신 역시 한계로 몰리고 있었다.
'제발..... 제발 아니라고 해줘 선생님.... 아무 일 없다고 연락이라도.... 제발....'
아직 선생과 하지 못한 것이 많았다. 느긋하게 하루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고, 언젠가 점찍어둔 맛집도 가보지 못했다. 바다에서의 수영을 더 배우고 싶었다. 가끔은 지친 몸을 이끌고 선생의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 일로 모든 것이 망가진다면, 그 바람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이자, 히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가 될 것이었다.
~~~
그렇기에 히나는 바란다. 만일 그 헬기에 탔다면 선생이 부디 승무원이었거나 적어도 다치진 않았기를.
"부장님.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활안전국과 교통국에서 인원이 파견된 모양입니다."
".....길 뚫리면 바로 밟아."
"네? 잘... 못들었습니다?
"잘 들은 거 맞아. 범칙금은 선도부 앞으로 뽑으면 되니까. 하지만 돈으로 시간은 못 사잖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모시겠습니다."
~~~
20XX년 XX월 XX+80일 18:57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키보토스 연방 권역 의료 센터 8층
'확실히, 선생님께서 올라간 것은 거의 확실하네요. 그게 아니고서야 옥상에 찾아올라갈 사람이 흔치는 않을겁니다.'
'설령 아니라고 해도, 바람을 쐬고 싶어서 올라왔다고 둘러대면 될 거에요. 그렇게 보안이 강력한 것 같지도 않고.'
생각보다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었다. 층별로 가동하는 엘리베이터는 모두 4기였으나, 옥상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2기 뿐이었다.
'이런 곳에서 쓸데없이 효율성을 따지다니... 대체 총학생회 재무실은 어떤 곳인지....'
그 중 다른 한 기는 버튼을 눌렀을 때 이미 5층에서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나기사의 '누군가'가 타고 올라갔기에 내려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
길어지는 기다림과 나기사의 초조함은 비례했다. 마치 내가 기다릴 때의 신호등이 쓸데없이 길게 느껴지는 것처럼, 내가 건너려고 하면 이상하게 꼭 남은 시간이 10초인 것처럼.
- 띠-
- 8층입니다.
"후우......"
잽싸게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 이미 상당히 '아가씨답지' 못했다.
'그래도 헬기에 몸을 던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그림이네요.'
땅을 향하는 나기사의 한숨을 추진력 삼아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과는 편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사실, 나기사에게 있어 선생은 여전히 어려운 존재였다.
물론 그녀 역시 에덴조약 체결 당시 자신의 불신과 의심이 가져온 결과를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그런 대우를 받는 것 역시 어찌보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어렵네요.'
선생과의 만남에서 유독 어려움을 느끼는 나기사였다.
언젠가 티타임에 초대했을 때에는 다시마 차를 우려내 대접한 적이 있었다.
'그건 제 실수라고 해도...'
언젠가 그녀가 선생에게 케이크를 권한 적이 있었다.
고된 일을 마치고 이제 겨우 점심이라는 휴식을 맞이하였으나, 초코소라빵을 사지 못해 발길을 돌리던 선생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폭군이라니.....'
그저 가벼운 딴지를 걸었을 것이라고 애써 넘겼지만, 폭군의 이야기에서 독선적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본 이상 그 말을 마음에 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의심암귀든 구제불능이든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었다. 그것이 마치 무대 밖에서 전기를 쏘아대는 햄스터의 협잡질이라 할지라도 보충수업부에 관한 건은 분명 그녀의 책임이었으니까.
[14]
[15]
[16]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베이터는 올라만 가고 있었다.
'그냥 딱 거기까지인 관계일까요. 어쩌면 선생님 역시도 제가 더 다가가는 것을 반기지는 않으실지도... 모르고.'
이런 그녀의 생각은 어느덧 선생과의 관계 역시 선생과 제자로서, 공적인 관계 이상으로의 발전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지 생각한다.
확실히, 첫 인상의 지배력은 강하기에.
막상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니 지금 선생에게 가는 것 역시 큰 문제는 아닌가 고민을 한다.
'이렇게 찾아가도 핀잔을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솔직히 그녀 역시 키보토스의 여느 아이들처럼 선생을 좋아한다.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과 달리 선생에게 다가가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시스터후드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그 판단은 상당히 비정치적이고 즉흥적이었던 것이지만, 그런 일로 마음고생이 심할 때면 밤 늦은 시각 고성당 구석의 고해소를 찾곤 했다.
모두가 퇴근하여 그녀만이 점유하고 있는 고해소에서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던 나기사였다.
[18]
[19]
[20]
그러나 그녀가 멈출 수 없던 이유는
이미 [PH] 버튼을 눌러버린 마당이거니와
그녀의 친구가 깨질 것 같던 정신을 간신히 차리고 티파티에 알린 정보의 무게감은 너무나도 무거웠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그녀 역시 선생이 이대로 망가지는 것을 원치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선생님 곁에 제가 설 거라는 기대는 욕심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22]
[23]
[24]
[PH]
- 띠-링
- 옥상 층입니다.
문이 열리자 고고도의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침착하게 주변을 살핀다. 그녀가 타고 온 헬기와 그 뒤를 따르던 헬기 한 대는 헬리포트에 이상없이 서 있었다.
얼마나 주변을 두리번거렸을까.
'찾았네요.'
"ㅅ....."
그러나 그녀는 거기서 더 이야기를 잇지 못했다.
청년의 실루엣을 하고 있는 선생의 옆에 위치한 것은
'.....검은 존재...?'
헤일로가 깨진 채 서 있는 '학생'의 형상을 한 그것이었다.
'잠시만요... 제 판단 미스일지도 몰라요...'
다시 한 번 정확히 대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
'깨진 헤일로'
'검은 형상'
'감정 없는 인형과도 같음'
~~~
회의 당시 등장했던 대상의 특징, 지금 나기사 스스로 판단하기에 3개 중 2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회의에서 알려진 끔찍한 실체. 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존재이자, 선생에게는 또 어떠한 피해를 입힐 지 상상할 수 없는 존재.
그녀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뇌는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통제권을 넘겨받은 그녀의 다리가 선생과, '그것'과의 거리를 좁혀간다.
그리고
"거기까지. 손 드세요. 거동수상자. 선생님. 어서 이쪽으로!"
"........?"
'......어?'
잘못되었다.
무엇이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이게....무슨....'
~~~
20XX년 XX월 XX+80일 19:05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키보토스 연방 권역 의료 센터 옥상
"나기사...? 여긴 어떻게..."
".........."
"선...생님...?"
"ㅇ, 응 나야. 근데... 총은 왜...?"
"그것이.... 그게...."
"선생님은 내가 지켜."
나기사가 결론내린 '검은 존재'가 선생의 앞을 가로막는다.
'대체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죠? 저만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던건가요?'
시로코의 움직임에 나기사의 눈은 초점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당신이.... 당신이 어째서.... 아니 그럴 리 없어요. 선생님은 제가 모실겁니다."
"갑자기 총을 들이대는건 은행강도의 방식. 응. 믿을 수 없어."
"어.... 얘들아 잠시만...?"
선생 역시 이 상황이 당황스럽긴 매한가지였다.
'분명.... 방금 전까지 시로코와 이야기를 잘 나누고 있었고...'
"은행강도라니, 영혼없는 인형이 은행을 터는 법은 아는건가요? 웃기지도 않는군요. 선생님을 풀어드리세요. 그렇지 않다면 무력행사에 나서겠습니다."
나기사의 말에 시로코 역시 심기가 불편하긴 매한가지였다. 바로 노노미의 미니건을 불러와 양 손에 든다.
"할 수 있으면 해봐. 그쪽의 딱총은 아프지도 않을거야."
'나기사는 왜...? 그보다 영혼없는 인형이라고...?'
"ㅁ, 뭐죠 그건? 이제는 환각이라도 보여주는건가요?"
"나와 싸우기 전에 병원부터 다녀오는 건 어떨까. 아무래도 마음이 많이 아픈 것 같은데."
"헛소리 집어치우시죠. 제가 아무리 선생님과 가깝지 않은 관계라한들 당신의 흉계를 보고도 가만히 있진 않을겁니다."
'환각...? 아니 흉계라니.... 그것보다, 아니 가깝지 않다는건 또 무슨......'
선생의 두뇌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나기사는 어떻게 옥상에 있는 자신을 찾은 것이며
그런 나기사가 권총을 들고 이야기하는 말은 또 무엇이며,
영혼없는 인형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은 시로코가 맞는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가깝지 않다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나기사의 말의 저의는 또 무엇인지.
"그... 얘들아...?"
"응, 선생님, 위험해. 딱 봐도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울 것 같아."
"선생님. 아까부터 이상한 말만 하고 있는 늑대수인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그그그그러니까 나 이야기좀 하게 해주면 안 되니...?"
"...응."
"...네."
"일단 나기사, 방금 전에 했던 말부터 이야기해줘. 아마 뭔가 우리 둘의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은데, 그 간극을 좁혀볼까."
".......생각이... 다르다면.... 선생님의 옆에 있는 자가 그렇다면 정말로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건가요?"
"어.... 음..... 그러니까.... 일...단은 위험하진 않아. 알겠지? 조금 사연이 있는 친구일 뿐이야."
"그 헤일로도 말입니까?"
'......그거였구나.'
"응. 아마 나기사가 어디서 오해를 했던 것인지 이제는 알 것 같아. 회의 때 보았던 '검은 존재'들로 생각했던거구나."
".....아니었습니까...?"
"응."
"그럼.... 아비도스 고등학교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이...."
"아비도스의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어라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어쨌든 회의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어느 학교의 편만 무작정 들 수는 없는 노릇인걸.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모든 이야기를 했다면 소중한 학생들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드네."
선생으로부터 다른 세계에서 온 시로코에 대한 설명을 모두 듣고 나서야 나기사는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신중론은 실제로 자신들에게도 그런 특징을 가진 존재가 있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무고함을 잘 알기 때문이라는 점.
그러나 이 일을 아는 자들도 많지 않거니와, 그 뒤로 다른 세계의 시로코의 행방 역시도 알려진 것이 없다는 것이 당장 설명하기 곤란했을 것이라는 점.
우트나파쉬팀의 배에 올라탄 학생들 역시 오직 자신들만 아는 이야기로 설득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것.
무엇보다 다른 세계의 시로코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해야 했던 '다른 세계의 선생'에 관한 이야기만큼은, 그 당사자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을 앞에 두고 쉬이 할 수 없었던 점.
"아비도스 고등학교에 서면으로 사과문이라도 보내야겠습니다. 아마 지금도 저를 포함해 다른 학교에 실망했을지도 모릅니다."
"응, 그건 내가 해줄게."
"당신이... 그렇지만 당신에게 저는..."
"지난번에 봤던 어느 막 나가는 여자애에 비하면 신사적인 대응이었으니까."
"....네?"
"시, 시로코? 그 이야기는...."
"응?.... 아. 생각해보니 그렇네. 응."
둘을 바라보는 나기사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그럼... 결국 또 제 독단적인 판단으로.... 선생님께서는 분명 그 전까지 저 분과의 대화에만 집중할 수 있었겠죠..... 또 이렇게 되는건가요."
"저... 선생님."
"응, 맞다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라왔어?"
"그...... 아닙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시간을 제가 또 망쳤군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또 이렇게 폐만 끼치는 것 같습니다."
"ㅇ, 응? 어....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선생님."
황급히 뒤를 돌아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가는 나기사의 뒷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외로워보였다.
~~~
연재 루틴이 거의 화~수 / 토~일로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주기성이 글을 읽어주실 독자 여러분께서 예측주기를 판단하심에 용이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목표가 확실하니 타자가 더 잘 나간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은 사운드 아카이브가 있던 날이었죠. 지난번에 말씀드렸지만 집에서 10분여의 거리에 킨텍스가 있음에도 오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불참하였는데, 내년에는 부디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썩 행복한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러분께는 구호기사단장 미네의 생일이거나, 사운드 아카이브가 있던 날로 기억되겠지만, 오늘이 공교롭게도 제 생일이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그래도 일단은 오늘까지는 어째저째 살긴 했다 하는 생각도 들고, 뭐 그렇네요. 이제 한 시간 정도밖에 안 남긴 했지만요.
잡설이 길었네요. 나기사에게 의도적으로 저런 포지션을 준 것은 일단 나기사 자체를 발사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누군가가 나기사의 대우를 저렇게 만들어버렸으니, 총력전에서 신세를 진 저로서는 발사를 시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피폐물에서 중요한 요소는 학생의 행복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걸 박살내는 환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나기사의 캐릭터성 역시 복잡하다고 생각하는데, 최대한 살려보는 방향으로 가겠습니다.
다음 화는 아마 화요일 내지 수요일에 업로드 예정입니다. 주말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데, 저는 그래도 오늘만큼은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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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7

생일축하해요
개추

오늘은 꼭 밀린 거 봐야지
정주행은 대환영입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오늘도 재밌게 잘 봤어요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축하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봤어요시미 나기사 혼자 발로 뛰어댕기는 장면 이거 귀하네요 나기나기
+생일 축하합니다!
스탠딩 나기사 이거 귀하거든요 축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