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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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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XX월 XX+76일 16:12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카페 '파르페 킹덤'

"그건 그렇고 선생님."

"응?"

"선생님은 어떻게 지냈어? 내 이야기만 하다 보니까 선생님 이야기도 궁금하단 말이지? 안 그래도 지난 번 회의 때 좀 더 길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단 말야."

"글쎄... 내 이야기가 그렇게 궁금한거야?"

"하핫! 뭐야 그거. 공주님이 왕자님의 데일리 리포트를 궁금해하는건 당연한거잖아☆"

"아하하... 그런가."

"그럼그럼~! 또 지난번에는 휴가도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궁금하고. 응, 우리 좀 자주 못 봤었잖아?"

"확실히.. 그랬지."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미카가 선생의 안부를 묻는다는 것은 선생으로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미 오늘 스트레스는 충분히 받았던 선생이었다. 이 상황에서 다른 어른이라면, 미카의 이야기를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차라리 고공강하를 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최소한 고공강하는 생명수당이라도 나오니까.

"글쎄....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해주면 좋지?"

그러나 선생은 그런 어른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할 수도 없었고, 하지도 않았다. 물론 그가 그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한 자신감으로 입을 여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버티면...'

오히려 그가 이 자리에서 짐짓 능글거리는 모습으로, 또 짐짓 진지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하고, 또 들을 수 있는 이유는 더욱 간단한 이유에서 출발한다.

'그것이 내 일이니까.'

그것이 그의 일이니까.

"으으으음 그럼 있잖아, 선생님 회의 때 계에에에에속 같이 있었던 그 은발머리 친구는 누구야? 보디가드? 아니면 비서? 하긴 선생님도 그런 식의 업무분장은 필요하겠지?"

"아, 미야코 말하는거구나?"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진 않겠지.'

지금 미카가 하는 질문의 의도는 140% 질투라는 점을 선생은 확신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 그 친구 이름이 미야코 쨩이구나?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내 착각이겠지? 응 그럴거야! 사실 그 친구가 입고 있는 교복도 평소 보던 거랑은 달라서☆"

미카의 발언에서 선생이 읽을 수 있던 것은 명백한 견제의식, 그리고 선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 의식, 그리고 선생과 사실상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는 약간의 부러움까지. 이것이 혼합된 감정이 질투가 아니라면 질투의 사전적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이다.

"아, SRT 특수학원의 교복이 학년별로 다르긴 하지. 그 친구는 1학년이다보니 아마 모를 수도 있을거야."

"SRT면 그 폐교된 학교잖아? 아니다, 이제 선생님이 부활시켰으니까 옛말이네? 그럼 다른 친구들도 다 있는거야?"

"그런 셈이지. 지금은 2개 소대밖에 없지만 아마 발키리에 편입한 아이들도 차차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어."

"응, 맞네. 생각해보니 선생님 직속부대가 되었지 SRT는? 그럼 1년 365일 24시간 샬레 건물에서 합숙한다는 말? 그건 좀 부러운걸..."

은근히 시무룩한 기색을 흘리는 미카였다. 본의 아니게 질투유발이라도 한 것일까. 자신이 어쩌면 벌집을 건드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선생의 두뇌를 살짝 스치며 날아간다.

-달달...달달달...

테이블이 흔들리지 않게 필사적으로 억제하고 있었지만, 그의 다리는 이미 스트레스가 차고 넘친다는 시그널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부디 미카가 이걸 알아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선생님? 설마 진짜로 24시간 같이 지내는거야? 진짜? 그럼 나도 SRT로 꽂아주면 안 되는건가? 나도 힘은 자신있는데☆"

순간 멍 때리는 사이 미카가 제 2파 공격을 시작한다. 이제는 확신에 가까워졌다.

'벌집. 건드렸구나.'

"아하하... 미카는 아직 트리니티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았잖아. 아까 말했듯이 보충수업부나 정의실현부의 친구들도 더 만들고, 또 이제는 타의 모범이 되도록 열심히 산다고 했었지?"

"우으으... 너무해 이럴 때만... 나도 그냥 그렇다는 거지..."

순간 풀이 죽어버린 미카였다. 잠시 간의 미봉책이었지만 미카에게는 마치 뚫을 수 없는 장벽을 세운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선생이었다.

"대신 미카가 열심히 하면, 지금보다 더 많이 샬레에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은 생각해볼 수 있을지도...?"

'본의 아니게 조련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속으로 자신이 밀당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선생이었다. 원래 있던 곳에서 연애를 잠시 할 때도 이러진 않았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응? 진짜? 진짜지? 나 믿는다? 이래놓고 나중에 모른다고 하면 안 돼?"

"알았어. 나기사나 세이아한테 물어보면 미카의 학교 생활은 잘 알 수 있을테니까."

"아아아 왜 하필 그 둘이야?! 나기 쨩만큼 의심많은 사람한테 내가 학교 생활 잘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미카 씨의 행적으로 티파티의 약점을 잡으려 한다'느니, '이번에도 배신자가 있는 건 아니냐'느니, 그런거 생각하다가 하루가 다 갈거야. 그리고 세이아 쨩은 아마 내 생활이 어디가 잘 되었고 어디가 부족한지 시골 산길마냥 뱅뱅 돌려서 말하다가 선생님이 잠들 수도 있는데?"

"두 명이 들으면 꽤 섭섭하겠는걸."

"아핫☆ 그런가? 그럼 그 말은 취소.... 아니 잠깐만 취소하면 진짜 그 둘한테 물어볼거잖아?!"

"앞으로도 사이 좋길 바랄게."

일단 SRT의 1학년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선생 역시 이를 알아채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그건 그렇고, 아리우스 아이들은 잘 지내?"

"아리우스...?"

"응. 그 뒤로 다시는 만난 적이 없는데, 회의 때 걔네 이름이 나와서 놀랐지 뭐야?"

"하긴, 그 뒤로도 수배령이 해제되지 않았으니 그럴만도 했겠네. 아이들은.... 잘 지내."

"그래? 그럼 다행이네☆ 어쨌든 선생님이 필요로 하니까 풀어준거지? 응, 나는 걔네는 안 믿어도 선생님은 믿으니까☆"

미카가 아리우스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선생의 뇌를 두 가지 감정이 스치도록 하였다. 하나는 이제 아리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서스럼없이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미카의 정신석 성숙을 엿본 데 대한 안도감이었고,

'사오리...'

다른 하나는 며칠 전 그의 악화된 정신상태로 인해 다시금 등장한 과거의 기억과, 그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사오리에 대한 감정이었다.

사실, 그 뒤로 사오리를 만나고자 노력했던 선생이었다. 때마침 당번 날짜 역시 가까이에 있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

[선생님. 나야.]

"응 아츠코. 무슨 일이야?"

[삿 쨩이... 오늘 몸이 좀 좋지 않다고 하네... 오늘 당번은 히요리가 대신 가는 걸로 괜찮을까?]

"음... 그럼 그렇게 하자. 사오리보고 건강 관리 잘 하라고 전해줄래?"

[알았어. 전해줄게. 그럼 다음에 보자 선생님.]

~~~

좀처럼 아픈 내색을 보이지 않는 사오리가 병을 이유로 당번을 한 번 거른 적도 있었고, 그 뒤로도 사오리와는, 마치 누군가 시간대를 분리해놓은듯,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사오리가 아프다... 흔치는 않은 일일텐데...'

그렇게 그녀에 대한 미안함 감정과, 아직 해명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은 것에 대한 책임감은 여전히 무겁디 무거운 중량으로 그를 누르고 있었다.

"으음, 선생님 표정이 복잡해진 걸 보니 아리우스 애들이 사고를 치고 다니는 모양 같은데? 가서 기강이라도 좀 잡아야 할까?"

미카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겨우 선생을 그 수렁에서 끄집어냈다. '그 날', 아리우스 스쿼드 셋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았던 미카의 전투력을 고려할 때 기강을 잡는 것이 아니라 기초부터 작살을 내겠다는 뜻으로 들리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선생.

"미카가 기강잡겠다고 달려들면 다들 얼어붙을걸..."

"아하☆....가 아니라 선생님께 나의 이미지는 대체 뭘까~ 응?"

"살려다오..."

선생의 마음을 여러가지로 헤집어놓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카는 어느새 파르페에 다음 숟가락을 가져다 댄다. 그나마 미카만은 이렇게 밝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럼그럼 이제 휴가 이야기 들려줘! 잘 쉬었어? 어디 놀러갔다라도 오면 좋았을텐데☆"

"휴가? 으음.... 무슨 이야기를 먼저 해줄까...?"

"제일 재밌는거!"

'제일 재밌는거라... 뭐가 제일 재밌었더라....'

2박 3일의 나날들을 되짚어보는 선생이었다. 강렬하게 남은 마지막 날과 둘째 날의 기억을 애써 외면한 채,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첫째 날의 기억에 초점을 맞춘다.

"음.... 그 날 오전에 내 휴가 소식을 못 듣고 샬레에 찾아온 당번이 있긴 했지."

"아하핫! 뭐야 그거! 완전 둔탱이잖아! 선생님 휴가라고 아침부터 크로노스 스쿨에서 엄청 떠들어댔는데☆"

"응급의학부 일을 대신 하고 있는 치나츠였다고 하면 믿을래?"

"에에? 내가 아는 그 안경 쓴 단발머리?"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미카

"...완전 충격.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역시 게헨나인가?"

"아직도 게헨나 아이들이랑은 별로인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친구는 나사 빠진 게헨나에서 튀지도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 한다는 이미지였는데...? 적어도 지난번 회의 때는 그렇게 느꼈는데... 그런 실수를 해?"

"아."

미카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그래도 게헨나의 아이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아이라는 칭찬일까, 아니면 보기와는 다르게 그런 허술한 실수나 하는 '둔탱이'라고 호박씨를 까는 것일까.

"엄.... 뭐, 그래도 샬레의 당번 날이니까 아침부터 급하게 준비했을지도...?"

"헐... 선생님 게헨나 편 드는거야? 그 친구가 휴가라고 무방비한 선생님의 약점이라도 잡은거야? 응? 그런거야?""

"엑."

몇 초 전의 대답은 그저 '아하하'로 웃어넘겼어야 하나 생각하던 선생이었다. 확실히, 이건 오답에 가까웠다.

"아핫! 뭐야 선생님 오늘 표정 완전 웃겨☆ 이것도 찍어갈래!"

"안돼. 절대. 네버."

아쉽다는 듯이 휴대폰을 집어넣는 미카에게 선생이 덧붙인다.

"그래도 나가서 같이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여유로운 주말 같은 날이었어."

"흐응... 이런 걸 기대한 게 아니었는데... 졸지에 다른 여자 이야기만 잔뜩 들어버렸네... 선생님의 주말 액티비티라든가, 그런걸 줄 알았단 말이야."

"나중에 미카도 주말에 놀러오면 되지."

"지금 그 말 물리기 없기다? 바로 다음 주말은 내꺼야 아하핫☆"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의 선생이었다. 이럴 땐 적당히 응석을 받아주어야 풀이 죽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진짜 이 정도면 조련인데...'

어느샌가 '우리 미카가 달라졌어요'라고 이름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놓였음에 실소가 터져나온다.

"뭐야 선생님. 지금 이상한 생각했지?!"

"흐흡... 아니야 미카."

"뭐어... 그렇게 나온단거지? 뭐, 아무튼 됐어. 다음에 휴가를 받는다면 그 때는 나랑도 재밌는거 하자!"

"다음 휴가....를 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걸로 하자."

"엥? 휴가 못 받고 일하는거야? 총학생회는... 흔히 말하는 블랙기업...?"

'이게... 총학의 대외적 이미지인가...'

어딘가 정곡을 찔렸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감정이었다. 어쨌든 샬레 역시 총학생회에 소속된 초법적 동아리. 조직도 상 총학의 하위기관의 위치를 차지하기에, 지금 미카의 발언은 마치 '없는 곳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라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었으니까.

"사실 내가 휴가를 내는 것에 대해서 총학생회에서도 놀란 모양이야. 휴가와 관련된 것을 휴가 중 봉급과 연관이 있다고 재무실에 배정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에에, 뭔가 대단히 설득력이 없는 설득을 하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선생이었다. 사실 그 역시도 휴가를 린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한 것 외에는 규정 같은 것을 따로 들여다보지 않았으니까.

"...근데 그럼 더 이해가 안 되네...? 선생님은 늘 우리 위해서 뼈가 부서져라 고생을 하는데, 그럼 적어도 1주일은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음.... 그게 말이ㅈ....."

그리고 그 순간, 깊이 숨겨두었던, 들추고 싶지 않은 기억의 묶음이 선생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

"선생님! 피나!"

"....응...?"

"서...선생님...선생님의... 안됩니다!"

"지...진정...진정해야..."

"잠깐 얘들아 콜록... 그냥 괜찮...콜록....목 안이 헐었을 뿐이야... 콜록콜록"

"아닙니다! 선생님은 지금 아픕니다! 아리스는 알 수 있습니다!"

~~~

"선생! 괜찮은건가! 몸은...."

"으...으아...?

"선생?"

"아아아아아악!!!"

"ㅅ, 선생?"

"나에게서 떨어져!! 저리 가란 말이야!"

~~~

잊고 싶었던 그의 어두웠던 순간과

~~~

'설마.... 아니야 린... 그럴 필욘 없었다고.... 젠장 이건 아니란 말이야...'

'어째서... 어째서...'

"선...생님?"

"으, 응?"

'침착해...침착해...침착해...'

"어디... 아픈 곳 있는거야...?"

'침착해침착해침착해침착해침착해침착해침착해침착해침착해'

~~~

"나나가미 린."

"거기까지 하자."

~~~

불과 몇 시간 전 새로이 추가된, 또 하나의 결절이.

'하아.......하아........'

당번이 없던 여유로운 샬레였다면 심호흡이라도 하고, 하다못해 싯딤의 상자의 아로나와 프라나의 수다를 듣는 것만으로 당장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눈 앞에 있는 상대가누구보다 강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연약한, 미소노 미카라는 점은 그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었다.

'.....망했는데 이거.'

이미 알고 있다. 가슴으로부터 몸이 천천히 달아오르는 느낌, 열이 오르고 식은 땀이 흐르기 직전의 단계였다.

-발발발...발발발발....

여전히 들리지 않을 정도지만, 다리 역시 불규칙적으로 떨고 있었다.

"나는 선생님이 휴가를 낸다길래 한 1주일은 낸다는 줄 알았는데, 3일만에 짜잔! 하고 나타나서 조금 기쁘기도 했는데, 그래도 너무 적게 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거든~"

'눈치... 못 챘나...'

다행히 미카는 아직 모르는 눈치, 아주 조금이지만, 여유가 있다.

"하하....그, 그런가?....확실히... 그럴지도...? 저기 미카,"

"으, 응? 무슨 일 있어? 혹시 가봐야 한다거나?"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잠깐 화장실만 다녀올게?"

"앗, 읏, 엣, 그런거구나? 알았어 다녀와☆"

~~~

20XX년 XX월 XX+76일 16:44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카페 '파르페 킹덤' 화장실

"허억...허억...허어억...후우우우....하아아아아....하..하..후우..."

정정, 여유는 없었다. 이미 임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아도 모자람이 없었다.

애써 세수로 열을 식혀보지만, 이미 가슴에서 무언가 응어리진게 흘러나오는 느낌이 시작되었다.

'이대로라면 오래 못 버틴다...'

"정신차려라...좀... 후우우우........정신차려..."

애써 혼잣말로 스스로를 달래본다. 화장실에 다른 손님이 없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스윽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본다.

".........."

그의 눈 앞에 보이는 남자의 얼굴은

"하....하하.."

헛웃음이 나오기에 충분한 '몰골'이었다.

물에 젖어 헝클어진 앞머리와, 애써 가려놓은 다크서클, 선크림으로 덮어놓았던 거칠어진 피부.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힘 없이 처진 어깨, 퀭하다 못해 초점을 잃어버린 눈,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

3일 꼬박 철야를 한 날도 이렇게 망가지진 않았었다. 아니, 그 때는 오히려 잠잘 때를 놓친 인간이 으레 겪는 각성효과로 인해 더 건강해보이는 효과까지 얻었던 차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두어 달 넘게 그를 괴롭히는 고통은 이제 그의 외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문득 주치의가 그에게 해주었던 말을 기억해낸다.

~~~

"지금 선생님의 진행속도는 사실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물론 악화만큼 개인차가 심한 것도 없다지만, 이 정도 흐름이었다면 아마 주변에서도 눈치를 챘을텐데요. 어떻게 숨기고 사신 것인지..."

"제일 걱정되는 것은 약물치료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악화의 속도가 전혀 늦춰지지 않고 있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약을 올리거나, 바꾸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 이상으로 가면 몸에 무리가 갈텐데요."

".......진지하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주치의로서 환자의 현 상태와 타개책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휴직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

"하....하하... 선생님... 그걸 누가 모르겠습니까...하하..."

'후회 돼?"

"........."

'사실 처음부터 할 수 없었던 일일지도 몰라.'

'그 쯤 하자.'

'어쩌면 이것조차도 욕심일지 몰라.'

'할 만큼 했어.'

'이상은, 원래 따라갈 수 없으니 이상이라고 하더라.'

".........."

수많은 그 안의 목소리 속에 대해, 선생은 답을 하지 못한다.

어쩌면 정말로 그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로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저 꿈을 쫓다 날개 없이 추락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선생은

'.....정말....정말 그런거야...?'

그것을 의심할 통찰력과

'결국 내가 이야기했던 세상들마저도, 정작 내가 도달할 수는 없었던거야...?'

그것을 부정할 의지와

'....아이들을 속였네.'

자신의 행적에 대한 확신과

'그리고. 나를 속였고.'

자신이 가진 신념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뭐...야..."

얼굴에 무엇인가 이물감이 느껴진다. 이내 그것은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흘러내려가기 시작한다.

다시 얼굴을 들어 거울을 본다.

두 눈에서 시작된 물길이 지금 막 볼을 거쳐 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번 시작된 눈물이 멈추길 바라는 것은 이번만큼은 요원한 것이었다.

단 한 방울이 만들고 간 물길은 금방 말라버리겠지만, 지금의 물길은 이미 임계수량을 한참 넘겼다.

이내 물길이 갈라지고, 턱에 다다른 물은 세면대로 떨어진다.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은 슬픔일까, 분노일까, 아니면 무력감일까.

어쩌면 그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그는 눈물을 닦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거울을 그 퀭한 눈으로 주시하며, 그것이 흐르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

20XX년 XX월 XX+76일 16:53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카페 '파르페 킹덤'

'선생님... 늦네...'

한편, 홀로 남겨진 공주님은 이제 슬슬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회의 이후 나기사와 세이아가 자주 회담을 갖는다는 사실은 이미 그녀도 알고 있었다.

간혹 나기사에게, 간혹 세이아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어도 그저 적당히 둘러대거나, 혹은 나중이 되면 알 것이라는 말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적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 중 지금 무엇인가 자신을 제외한 일이 벌어지고 있단 사실은 두 사람의 말이 엇갈렸을 때였다.

'뭐야... 나기 쨩도 세이아 쨩도 너무하단 말야? 응, 나도 그럼 선생님하고 둘 만의 비밀을 잔뜩 만들거니까, 후회하지 마.'

내심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오늘 그의 왕자님을 만난 것은 어찌 보면 그녀에게 '오늘이 가장 좋은 날'임을 주지시켜주는 시그널과도 같은 것이었다.

'...화장실에 줄이 긴가...?'

분명 카페는 대다수 학생들이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대개 여성들로 차있었다. 가능성이 낮다.

'속이 안 좋기라도 한건가...?'

이 경우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녀의 기억에 선생이 특별히 못 먹는 것이 있다거나 한 기억은 없었다.

'....으으 뭐야... 나를 이렇게 바람맞히다니, 돌아오면 가만 안 둬 선생님..!!'

그렇게 기다린지 이제 1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으응... 설마 그 사이에 돌아오진 않겠지...?'

투정과 별개로 언제나 여성은 자기가 좋아하는 남성 앞에서 흠결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법. 그녀 역시 잠깐 화장을 고치고, 향수를 다시 뿌리고, 이른바 '꽃단장'을 다시금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흐흥~ 기대하라고 선생님! 다시 오자마자 아까처럼 '와-오'라고 반응하게 해주겠어☆'

그렇게 미카 역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고개를 잠깐 돌려 선생이 사라진 방향을 보니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이 배치되어있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천천히, 미카와 선생의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

주말에 올린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조금 늦었네요. 평소에는 22시 전에는 늘상 올리던데 80분 정도 늦었습니다. 사실 뒤에 부분을 더 이을까 끊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끊어냈는데, 아무래도 길어지게 되면 여러분의 가독성 문제도 있고 해서 대개 띄어쓰기 포함 1만자 이내로 끊는 편입니다.

지난번에 댓글에서 하수, 고수, 초고수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어느 쪽으로 무빙을 칠 지는 속으로 어느 정도 결정을 해두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이 클라이맥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 기억 속에서 잠시 없어졌지만 프랜시스도 있고요, 계속 강조되던 트리니티 의료봉사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무엇보다 선생의 메딕과 스토커도 복귀시켜야죠. 아직 분량은 충분합니다. 네, 정확히 지금 선생의 상태가 최악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번 한 주도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특히나 이번 주에는 가을야구라는 스트레스 유발요인이 제 머리를 더 헤집어놨고요. 그래도 한국시리즈 진출했으니+상대전적이 밀리니 저는 마음이 가볍습니다. 싹쓸이 패배만 안 당하면 좋겠어요. 그것 말고는 이제 현생이슈가 대부분인데, 논문은 서론을 쓰기에도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저대로 나름 발버둥치고 있으니, 여러분께서는 행복이 가득한 한 주를 시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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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10.20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56)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45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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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가
게시물 77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10.20 23:27
조회0
광고

댓글 45

나
ㅇDC
ㅇㅇ124.10.20
디시콘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0.20
디시콘
ㅇDC
ㅇㅇ224.10.20

ㅅㄱㅊㅎㄱㅅ 인데 개추가 안눌리네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0.20

누가 뺏어갔나요 ㅜㅜ

ㅇDC
ㅇㅇ324.10.20

매번 새 회차를 보는게 점점 무서워지고 있어요... 음... 내가 이런거에 너무 내성이 없는건가...

ㅇDC
ㅇㅇ324.10.20

쨌든 오늘도 재밌게 봤워요...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0.20

아직 본게임 시작도 안 했는데...

ㅇDC
ㅇㅇ324.10.20

하하 거짓말?

ㅇDC
ㅇㅇ424.10.20

오오 미카는 암것도 안했지만 선생 스위치 눌리기 오오 이앞 울트라 피폐있으라 오오오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0.20

이거 어째 본의 아니게 절단신공으로 기대컨을 하는 그림이...

ㅇDC
ㅇㅇ424.10.20

울트라 피폐 전개 "해줘"

ㅇDC
ㅇㅇ524.10.20

미카가 무심코 선생 멘탈을 흔드는 부분을 제대로 건드려버리네... 용케 미카 앞에서 발작은 안했구나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0.20

원래 더 심한걸로 긁으려다가 그랬다가는 제가 생각해도 센남 자살! 죽었다! 2부 끝! 엔딩일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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