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부탁드립니다.
"하루카."
"네 아루 님!"
-부디,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한...... 가장 정확한 판단을 해주시길......
"선생 지켜."
"네, 네?"
"안 튕겨나가게 붙으라고!!!"
덜컹-
갑자기 몸이 강하게 쏠리는 바람에 혼자만의 세계 속에서 방법을 갈구하던 선생의 정신은 현실로 빠져나왔다.
대체 무슨 일이냐 물을 틈도 없이 선생은 반사적으로 천장 손잡이를 잡았고, 그것은 그에게 있어 목숨을 구하는 판단이 되었다.
퍼엉!!!
바로 옆 창문에서 무언가 내리꽂혀 폭발과 굉음이 터지며 차가 옆으로 뒤집혔다.
콰장창!!!
콰앙!!!
콰광!!!
턱-
몇번이나 굴러 날아가던 차체를, 모래먼지에서 튀어나온 인영이 붙잡아 멈춰세웠다.
콰직!!!
차문이 잡아 뜯겼다.
케이인가?
그렇게 생각한 선생의 눈 앞에서, 불길한 푸른 빛이 일렁거렸다.
"찾...... 았......"
"어딜- 으윽?!"
"하, 하루카!!"
뜯긴 문과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던 하루카가 총을 겨누었으나 순식간에 목이 잡혀 들어올려진다.
"방해...... 하지......"
콰앙!!!
하루카를 모래언덕에 내던져버린 유메가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옆으로 뒤집어진 차 위에 올라탄 유메와, 차문에 등을 기댄 선생이 서로를 마주봤다.
유메의 눈은, 물리적인 충격에 휘말려 잔뜩 당황하고 긴장하면서도, 자신을 보는 시선만은 흔들리지 않는 선생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짧게 이어지는 침묵에, 혹시 모를 희망을 가진 선생이 입을 열었다.
"쿠치나시 양-"
그리고 선생이 보게 되는 것은, 내지르기 위해 주먹을 힘껏 뒤로 빼는 유메의 모습.
"죽-"
"죽으십쇼!!!"
콰아앙!!!
선생이 죽음의 공포를 느끼기도 전에 유메의 인영이 사라졌다.
선생을 포함한 모두가 유메가 날아가 처박힌 방향을 멍하니 응시할 때, 뻥 뚫린 차문 너머로 케이가 얼굴을 쏙 내밀었다.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아."
"방법은요?"
선생의 입이 열린 채, 그 어떤 목소리도 내보내지 못하고 파르르 떨렸다.
싯딤의 상자도, 시로코도 없는 선생이 가졌던 혹시나, 했던 일말의 희망은 방금 전.
유메의 가슴팍에 수첩이나 그 어떤 형태의 헤일로 문양도 없던 것으로 산산히 깨진 지 오래였다.
필사적으로 단어를 찾는 듯한 선생의 모습에, 케이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유감입니다."
"자, 잠깐만 케이-"
파앗-
선생이 뻗은 손은 케이에게 닿지 못했다.
그러기 전에 차에서 가볍게 뛰어내린 케이는 멀리서 일어나고 있는 유메를 향해 자신의 무기를 겨누었다.
"지금부터, 쿠치나시 유메의 헤일로 파괴를 목적으로 교전하겠습니다."
"케이!!! 잠깐만, 기다-"
콰앙!!!!!
무작정 차 밖으로 기어나온 선생은, 유메가 방패로 자해를 시도하는 광경을 보자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선생님."
그런 선생을 돌아보는 케이의 표정은, 한 없이 덤덤한 눈빛을 담고 있었다.
"이게 최선입니다."
이제 그만, 현실을 인정하라는.
그 어떠한 방법도 찾지 못한 선생에게 남은 선택지는 유메를 편안히 해주는 길 뿐이라는 걸.
풀썩-
다시 유메를 노려보기 시작한 케이는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선생을 돌아보지 않았다.
"아아... 아아아아아아!!!!!!!!!!!"
자신이 원치 않던 힘에 휩싸여 괴로워하는 학생이 있었다.
선생은,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인지했다.
지독하리만큼 역겨운 자기혐오가 치솟아올랐다.
유메의 괴성은 그에게 비명으로 들렸고, 그 비명은 선생의 가슴팍을 할퀴며 난도질하고 있었다.
타앙!!!
방패로 자해하던 유메의 고개가 총성과 함께 뒤로 돌아갔다.
슬쩍 시선을 돌린 케이의 옆에, 무거운 표정으로 총을 겨눈 아루가 걸어왔다.
아무 효과도 없는 듯, 천천히 고개를 드는 유메를 부릅 뜬 눈으로 노려보던 그녀는 외쳤다.
"하루카!!!"
"으아아아아아!!!!!!! 아루 님의 적!!!!!!!!"
엄청난 기세로 달려온 하루카는 총을 몽둥이처럼 역으로 잡고 있었다.
"죽어!!!!!!!"
콰앙!!!!!!!!
하루카가 후려친 총과 부딪힌 방패에서 귀를 찢는 듯한 파열음이 울렸다.
혼신의 공격이 방패에 막힌 것은 아랑곳않고 어느샌가 총을 제대로 잡은 하루카의 손은 엄청난 속도로 그립을 펌핑하며 산탄총을 기관총처럼 난사하고 있었다.
"죽어주세요죽어주세요죽어주세요!!!!!!"
"으아...... 아아아아아!!!"
"무츠키! 카요코!"
"맡겨달라고!"
"큭...!"
아루의 외침에 무츠키와 카요코가 양쪽에서 튀어나가 협공했다.
무츠키가 내던진 폭탄의 폭발이 방패로 막지 못하는 유메의 사각을 뒤덮었고, 방패를 든 손을 노리는 카요코의 권총이 굉음을 울린다.
사전에 그 어떤 협의도 없었음에도, 흥신소의물 이름으로 단단한 결속을 보였던 그들의 호흡은 끊어지지 않고 물 흐르듯 이어갔다.
그 가운데-
위잉-
콰앙!!!!!!
"아하하하! 무기도 굉장한 걸 쓰잖아! 마음에 드는데, 너?"
"집중이나 하십시오. 이 정도론 흠집도 못 낼 겁니다."
그들 사이에 끼어든 케이의 레일건은 흥신소의 공격이 장난으로 보일 정도의 파괴력을 뽐냈다.
그럼에도, 아루는 서서히 이 전투의 끝이 어떻게 될 지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타앙!!!
"......하아."
그럼에도 사격을 멈추지 않고, 한 발 쏜 뒤 장전하며 혀를 차며 중얼거린다.
"원래도 방어력 하나는 일품이던 여자였는데......"
얼핏 보기엔 자신들이 압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방패를 들며 계속해서 공격을 막아대는 유메에게선 어떠한 피해도 보이지 않았다.
확신할 수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총알과 피로가 쌓여 쓰러지게 되는 것은 이쪽이다.
타앙!!!
계속해서 사격을 가하며 물러난 아루는, 여전히 주저앉아 있는 선생의 곁까지 도착하자마자 그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정신 차려!!"
넋을 잃은 듯 고개를 숙인 선생은 실성한 듯 무언가를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 무력한 모습에 아루는 짜증과 동시에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다.
자신들을 나락으로 빠뜨린 전임자와 비견될 계략으로 멸망 직전에 몰린 상황을 여기까지 반전시킨 어른이 어떤 수도 내지 못하고 굳어버린 상황은, 그 자체로도 아루에게 초조함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정말로 아무 방법도 없는 거야?"
그런 사람에게 억지를 부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루는 악을 쓰며 멱살을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겨우, 겨우 이딴 결말을 보려고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게 아니잖아 선생! 정말 아무 방법도 없는 거야?! 그런 거냐고!!!"
"......있어."
"그래, 있으면 뭐라도 당장...... 뭐?"
"이것 뿐이야."
선생은 전투 상황과 유메의 폭주의 여파로 목에 걸린채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명찰을 잡았다.
그 안에 껴 있던 두 장의 카드를 본 아루의 눈이 당혹감으로 가득 찼다.
이 인간, 지금 신용카드 두 개를 비장의 수랍시고 꺼낸 건가?
배달 음식이라도 시켜주려고?
"그건 또 뭔-"
"리쿠하치마."
자신이 보기엔 한 없이 평범한 카드 두 장으로 뭘 할 수 있나, 싶던 의혹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선생의 눈을 보는 순간 사라졌다. 그 눈을 보게 된 시점에서 카드의 정체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 없게 되었다.
"오니카타 양과 함께 쿠치나시 양의 방패를 노려줘. 정확히는-"
"최대한 우리 쪽에 신경쓰게 해서 판단력을 흐리려는 거지?"
"맞아. 그대로 해주면 돼."
빠르게 이해한 아루에게 고개를 끄덕여준 선생의 시선은, 유메와 근접하며 종횡무진하는 케이와 하루카에게 먼저 향한 뒤 좀 더 떨어진 곳에서 폭탄을 손에 든 무츠키를 향했다.
"아사기 양! 폭탄으로 쿠치나시의 움직임 범위을 제한해줄 수 있겠어?"
"헤에, 무슨 생각이라도 있는 거야 선생?"
"무츠키, 시간 없으니까 선생 지휘에 따라!"
"아하하, 아루 쨩. 꽤나 선생을 믿게 됐나보네? 뭐, 아루 쨩 말이라면 틀림 없, 을, 테, 니- 짜잔!"
힘차게 외치며 휘두른 가방이 포물선을 그리며 유메의 뒤쪽으로 날아감과 동시에 무츠키는 또 다른 지뢰를 꺼내 유메의 앞을 노리고 던졌다.
무츠키의 의도를 읽어낸 케이와 하루카가 순간적으로 총을 쏘며 뒤로 빠지고, 그 한 방에 발이 묶인 유메의 앞뒤로 폭발이 일어났다.
"케이! 이구사 양! 쿠치나시의 다리를 노려! 넘어뜨린 다음에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압하는 거야!"
"당신이란 작자는, 이럴 때도...!"
"에? 하, 하지만......"
"하루카!!"
"아루 님의 명령이라면!!! 으아아아아아아!!!!!"
선생의 명령을 받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던 태도를 아루의 일갈에 단번에 뒤집은 하루카가 먼저 튀어나가고.
케이는 여전히 미련을 가진 선생을 노려보면서도 하루카와 합을 맞춰 유메의 다리를 노리고 레일건을 발사했다.
두 사람의 사격은, 지면의 모래만 튀길 뿐이었다.
선생의 의도를 알아챈듯, 유메가 공중으로 튀어 오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떠 있으면."
아루와 카요코의 사격이 그대로 유메에게 꽂혔다.
"한 손으로도 명중시킬 수 있을 정도로 쉽다고, 회장?"
"크... 아!!!"
"받아라~ 펑!"
유메가 추락하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 무츠키가 내던진 폭탄이 적재적소의 상황에 폭발했다.
절묘하게 터져 유메의 움직임이 제한된 순간을 노린 케이와 하루카가 곧바로 치고 들어가 유메를 넘어뜨리기 위해 사격했다.
그렇게, 연속된 전투가 계속되었다.
아루와 카요코가 쏘고, 무츠키는 폭탄을 던졌으며, 케이와 하루카가 접근전을 치루는.
그 일련의 과정이 계속된 끝에-
쿵-
유메의 한쪽 무릎이 꿇린 것을 놓치지 않은 케이가 레일건을 둔기처럼 휘둘렀다.
터엉-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리와 함께, 유메의 손에서 마침내 놓친 방패는 그 기운을 받지 못하게 되자 빛이 꺼지듯 소멸했고.
케이와 하루카는 동시에 덤벼들어 유메의 뒤를 잡고 땅에 처박아 눕히기 위해 힘을 줬다.
쿵, 소리를 내며 유메가 쓰러진 동시에-
"놔아아아아아아아!!!!!!!!"
"윽, 으으으윽...!"
"선생님!!!"
유메의 몸을 감싼 기운이 한층 더 폭주하듯 날뛰기 시작하고.
괴력을 억누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듯한 하루카 옆에서 마찬가지로 이를 악문 케이가 외쳤다.
"오래 못 잡아둡니다!! 빨리!!! 하려는 게 있으면 당장 하십시오!!!!"
유메가 그들에게 잡힌 순간.
선생은 주저하지 않고 유메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서, 선생-"
"말리지 마, 카요코. 뭔진 몰라도 생각이 있는 것 같아 보여."
맨몸으로 나아가는 선생의 모습에 당황해 만류하려는 카요코를 막아선 아루의 볼을 타고 식은땀이 흘려내렸다.
"어차피 저게 막히면... 우리도 더 이상 방법이 없어."
"......"
모두의 시선이 선생에게로 향했다.
무츠키는 과감한건지 겁대가리를 상실한건지 모를 모습에 웃음기가 사라졌고, 하루카는 이게 맞나 싶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선생과 케이와 붙잡고 있는 유메를 계속해서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그리고 유메는, 선생이 다가올수록 더욱 격렬하게 날뛰며 케이와 하루카를 떨쳐내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쿠치나시 양."
선생은, 손에 쥔 두 장의 카드 외엔 아무것도 없는 맨몸으로 유메의 앞에 섰다.
* * *
어른의 카드.
키보토스의 선생으로 부임한 순간부터 싯딤의 상자와 함께 자신이 가지게 된 물건으로, 이것으로 몇 번이나 불가능하다 생각한 기적을 일궜던 선생 자신마저도 정확한 정체를 알지 못하는 불가해의 영역의 무기.
그럼에도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이것은, 무제한의 기적이 아니라는 것.
자신의 삶을, 시간을, 그 이상의 무언가를 대가로 치뤄 소비해야 하는 힘.
언젠가는 그 대가의 총합을 감당해야 할 지도 모르는......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상황이.
소중한 인연들이 있는 자신의 세계에서 납치되어 넘어와버린 것 자체가 카드를 썼던 대금일수도.
언젠가 거기까지 결론이 닿으려던 적이 있던 선생은 곧장 생각을 멈췄다.
이곳에도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을 돕는 것을 어떠한 행위의 대가로 여기는 것은 선생으로서 해선 안 되는 생각이라 생각했다.
아무튼, 지금으로선 이것들만이 자신이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두 장 중 한 장의 주인일터인, 이 세계의 선생이 무언가를 안배해뒀으리라는-
"기대도 안 한다, 개자식아."
그런 기대 따윈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선생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학생들을 버려두고 괴롭히고, 카드까지 케이 몸에 껴놓은 어른답지 않은 어른에게 기대할 건덕지 따위 있을 리가.
그렇지만 카드의 능력만큼은 진짜일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든, 내가 사용할 수만 있다면......
'뭘 가져가게 되든 가져가라.'
너의 주인은 없다.
내가, 다른 세계의 선생이자 어른인 내가 너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러니, 제발 나에게서 대가를 가져가라.
제발 학생들을 위해, 기적을 이룰 수 있는 힘을......
그런 심정으로, 선생은 유메의 앞에 섰다.
"아아, 아아아아아아!!!!!! 선새애애애애앵!!!!!!!!"
카드의 반응은, 없었다.
바로 앞에 선 선생을 찢어 죽일 기세로 몸부림치는 유메를 위에서 누르고 있는 케이와 하루카는 점점 더 버거운 듯한 표정이었다.
"선생님, 뒤로...! 뒤로 가십시오! 너무 가깝다고요!!"
케이는 선생이 가까이 온 게 오히려 눈이 돌아가 폭주하는 유메를 더욱 흥분시킨 것이라 판단하는 듯 했다.
선생은 달랐다.
그는 유메를, 자신의 세계에서 만났던 유메를 떠올렸다.
"기적이라는 건 말야, 쿠치나시 양."
-작은 행동이 쌓여 커다란 기적이 되는 거니까요!
"거창한 힘 같은 게 필요한 게 아니야. 내 손이 닿는 아이를 구해줄 수 있는 힘 정도면 충분해."
-괴로워하는 아이를 구하러 가시는 거죠? 구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네가 알려준 거야, 쿠치나시 양. 너는 잘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너를...... 너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어!!!"
테러화된 호시노를 마주했을 때와는 다른 공포가 선생을 짓눌렀다.
지금 유메가 터뜨리고 있는 분노와 증오는, 명백히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고.
그렇게 절규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선생은.
여전히 응답할 생각도 없는 두 장의 카드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어른인, 선생인 나도 죽은 사람을 되살리진 못해. 그런 종류의 기적을 일으키진 못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유메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가 터뜨리는, 자신을 덮어 짓누르려는 감정의 폭풍에서 눈을 떼고 도망치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인 우리들은...... 그런 것과는 다른 종류의 기적을 만들 수 있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니, 넌 네가, 그리고 네 후배들이 지키고자 했던 학교를 지켰어. 네 덕분에 너와 후배들은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거야!"
그러니 제발.
제발 이 아이를 구할 수 있도록......
"어른을...... 선의를...... 사람을...... 함부로 믿는 게 아니었어!!!"
"그 믿음이, 네 정의에 대한 믿음이 모두를 지킨 거라고!"
"처음부터 잘못됐어. 내가 리더 같은 걸 맡으면 안됐어!!! 나 때문에 호시노와 시로코가 죽었어!!! 전부!!! 전부 나 때문이었다고!!!!!"
"아니,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선생님!!!"
테러화의 기운이 점점 더 강해진다.
선생은 돌풍에 꼴사납게 날아가지 않도록 카드를 쥔 손과 두 발에 힘을 줘야 했다.
손으로 누르던 것을 팔로 찍어눌러도 부족함을 실감하며, 케이는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소용 없습니다!! 뒤로 물러나시라고요!!"
"네가 틀려서 그런 게 아니야! 네가 잘못해서 망가뜨린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쿠치나시, 제발...!
"그런다고...... 돌아오지 않아......"
"히어로라 해준 게 부담이었으면 미안해. 그런데, 사실이었는걸."
카드를 놓치지 않도록, 자유로운 반대쪽 손을 들어올려 주먹을 쥐어잡았다.
그렇게 마치 기도하는 심정으로, 선생은 이 상황에서 꾸밀 수 없는 진심을 뱉을 뿐이었다.
"그거 밖에 할 말이 없었는걸. 네가 아비도스의 히어로가 아니면, 누구를 그렇게 부를 수 있었다고......"
"더...... 이상...... 더 이상 속지 않아."
유메의 움직임이 멎었다.
버티느라 말도 못 꺼내고 버거워하던 하루카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힘이 빠졌다.
그 차분함이, 오히려 폭풍전야의 그것에 비견됨을 감지한 케이가 하루카를 부르기도 전에.
두 소녀는 일순간 뿜어져 나오는 강한 힘에 튕겨져 날아갔다.
"더러운...... 어른의...... 사탕발림 따위......"
안 돼-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뻗는 케이의 모습이 휘날리는 유메의 머리카락에 가려진다.
그녀의 머리색과 똑같은, 밝게 빛나는 빛이 순식간에 눈 앞을 가득 채웠고.
뻗어진 손에 잡힌 선생의 얼굴은 모래바닥에 무자비하게 처박혔다.
커헉-
숨이 끊기는 소리와 머리가 박살나는 고통이 엄습했다.
"선생!!!"
"무슨...!"
타앙-!
퍼억!!!
아루의 절규와 함께 번개처럼 울린 총알이 머리를 쳤음에도.
유메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자신의 밑의 깔린 선생의 얼굴을 거칠게 후려쳤다.
따귀라기엔 살과 뼈가 터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목이 꺾일 듯한 고통에 시야가 비틀린다.
옆으로 돌아간 시야 끝, 어째서인지 흐드러지게 붉게 물든 모래가 보였다.
그것이 자신의 피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선생은 남은 의식마저 끊어지기 직전의 상황을 인지하며 혀를 깨물었다.
애초에 입 안 가득 비릿한 혈향이 가득 차 있었기에, 깨문 혀에서 나온 피 정도로는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유...... 메야......"
피로 가득 찬 입을 열어 가까스로 이름을 불렀다.
어느새 방패를 새로 만들어낸 유메는, 그것을 높이 치켜들고 자신에게 내려치려 하고 있었다.
선생은 케이, 아루, 그 누가 오려고 하기 전에 저 방패가 자신의 얼굴을 뭉개버릴 것을 직감했다.
그렇게 죽음의 문턱을 인지한 순간, 모든 것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나는 쿠치나시 유메를 위해 뭘 했지?
나의 도움은, 헌신은 그녀에게 진정으로 닿기 부족했던 걸까?
부족하던 시간을 좀 더 쪼개서라도 유메의 마음 속 괴로움을 풀어줬어야 했던 걸까?
내게 시간이 좀 더 필요했던 걸까?
나는 대체, 어느 부분에서 실수했기에 이런 상황을 마주한 걸까......
그 와중에도 놓치지 않은 카드의 감촉이 손 끝에서 느껴졌다.
그 감촉에서 일어난 분노가, 피에 물들어 잠겨가던 선생의 눈을 깨웠다.
'네 학생들이잖아.'
전임자를 탓할 생각도, 그럴 가치도 없었다.
그저, 학생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그에게 증오에 가까운 분노를 느낄 뿐.
그에게 기적을 바란다고 무언가 해줄 리가 없지 않는가.
선생은 카드를 한층 더 강하게 쥐었다.
'네 주인은 잊어......'
잊어, 잊으라고!
여기 새로운 어른이 있다.
싱싱한 제물이 있다고, 그러니까 나한테서 가져가.
삶이고 시간이고 나발이고, 가져갈 수 있는 건 골수까지 빼가란 말야. 그리고 내게 힘을 내놔!!
자신의 것이 아닌 고통을 떠맡은 아이를 구할 수 있는 힘을......
제대로 된 기회를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어른의 책임을 질 수 있는 힘을......!!
"내... 놓으라고 이...... 망할 카드-"
마지막까지 말을 끝내지 못한 선생의 시야를, 내리쳐지는 빛이 가득 채웠다.
마치 세계를 가득 채울 기세로 뿜어져 나오는 그 푸른 빛 가운데서.
다른 색깔의 빛이 선생의 손 안에서 빠져나왔다.
* *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 때처럼. 설명할 시간조차 만들지 못해서...... 하지만 정말로 시간이 없어요.
제가 당신의 세계에서 선생님을 데려올 수 있던 것은, 그야말로 제가 축적된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결과.
그것은 저희의 세계에 있어 최후의 기회였고, 반드시 만들어내야 했던...... 기회였습니다.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제 세계를 지키자고 당신의 세계에서 소중한 이를 납치한 악당.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감히 여기서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 세계도, 그리고...... 선생님도.
시간이 없어요, 잘 들으세요. 24시간입니다.
카드와 상자의 힘을 써서, 선생님처럼 여러분을 이 세계로 불러들일 수 있지만...... 거의 모든 힘을 선생님을 이 세계에 잡아두는 것에 써버려서 다른 세계, 다른 차원에 있을 여러분들을 부르고 이 세계에 잡아둘 수 있는 최대의 시간은 24시간입니다.
......이해가 안 되신다고요? 으음, 최대한 간단히 설명하면......
그렇지, 일시적인 소환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우실 거에요.
제가 선생님을 이리로 데려온 과정과 선생님이 카드로 여러분을 이 세계로 부를 수 있는 과정은 분명 차이가 있거든요. 자세히 설명하려면 길어집니다만...... 아 네, 그럼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생락하는 걸로.
지금 이 순간, 선생님께서 카드의 가동을 성공시킨 시점에서 이 세계의 좌표를 선생님 세계의 싯딤의 상자로 전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 여러분의 세계에서도 나름대로 이 세계로 넘어오기 위한 노력을 하고 계셨겠죠.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이 세계, 그러니까 저희 세계에서 두 평행 세계를 잇는 통로를 틀어막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죠.
현실조작에 가까운...... 그 능력은 지금의 저희로서도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어른의 카드는, 그 능력조차 뛰어넘는 기적을 만들 수 있는 카드가 유일한 편법입니다.
지금까지는 선생님을 전송시킨 뒤 다시 힘을 모으느라 납치한 주제에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었지만, 이제부턴 다를 거에요.
저 역시, 무고한 이에게 감당하지 않아도 될 시련을 떠맡은 책임을...... 반드시 질겁니다. 제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그러니 감히, 감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을 지켜주세요.
부디.
제발......
* * *
"이, 이게 뭐야!!!!!!!"
같은 시각, 승리를 확신하고 웃고 있던 지하의 유폐자는 경악하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이게 뭐냐고!!! 룰 위반이잖아, 반칙이잖아, 저게 왜 이제 와서 발동하는 건데!!! 이 빌어먹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뭔데, 이거 무효, 무효야!! 반칙이야, 최악이고 최저인 반칙이야, 반칙이라고!!! 반칙이란 말이야아!!!!!!!!"
콰앙!!!
자신의 공간에서 지켜보는 지하생활자의 시선이,
그리고 선생의 죽음을 직감하고 절망하려던 그 자리의 모두의 시선이 뒤로 튕겨져 날아가는 유메의 형상이 아닌 선생의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이 자리에, 이 세계에 존재할 리가 없는 익숙한 뒷모습을 보게 된 선생의 입에서도 멍청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한 마디에 응답하듯, 소녀가 고개를 돌렸다.
분홍색 포니테일.
자신이 히어로 같다고 칭찬했던 완전무장한 모습의 그녀가.
"......선생."
"호시노?"
피 묻은 입술에서 흘러나온 이름이 불리운 학생의 숨소리가 흐트러졌다.
모래바람 사이로 비치는 완전무장의 모습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더없이 견고히 서 있는 모습에서.
선생은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던 절망이 씻겨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폭주의 여파로 여전히 모든 것을 갉아낼 듯 부는 모래 돌풍 속에서, 마침내 마주한 두 사람은 어둠을 헤메다 발견한 빛을.
다시 꺼질까 두려워 언제까지고 담고 싶던 빛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본다.
그렇게,
기적이 이루어졌다.
* * * * *
가장 쓰고 싶던 파트들 중 하나를 드디어 쓰게 되었다...!
댓글 9

정신병에 정신병을곱하면..
"지하생활자가, 선생의 죽음을 직감하고 절망하려던 그 자리의 모두가 ~" 이거 컴마 오타인가? 뭔가 좀 부자연스러운데 "지하생활자가 선생의 죽음을 직감하고," 라고 쓰려고 했던거가?
지하생활자가, ~~~그 자리의 모두가, 이런식으로 강조하려던거같은데 ㅁㄹ
@청사과 아 기네 죽음을 직감한 게 그 자리의 모두일 수도 있구나
윗댓 의미대로 쓴 거 맞음 지금 보니 헷갈릴법도 한 것 같아서 그 부분 수정했음 ㅇ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