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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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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XX년 XX월 XX+80일 19:42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키보토스 연방 권역 의료 센터 후문 공원 벤치

"저는 아직도, 제 멋대로 행동하다 선생님을 실망시킬 뿐이니까요."

".......?"

나기사의 폭탄선언에 유키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티파티의 호스트가 선생님을 실망시킬 이유가.... 있었나.....'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티파티야말로 지금까지 선생이 가장 오래, 깊숙히 관여하고 있던 곳 중 한 곳이 아니었는가.

그런 곳의 수장이 정작 선생을 실망시킨다는 것은 자신의 상식 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아무래도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보답은 감사히 받을게요."

슬픈 표정의 나기사가 싱긋 미소를 지어보인다.

"어디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요.... 에덴조약에 대해서는 들어보신 적이 있으시죠?"

"얼핏 들었습니다. 트리니티 종합학원과 게헨나 학원의 평화조약..."

"맞아요. 에덴조약 체결에 티파티는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고, 저는 그 과정에서 모든 변수를 차단하고 싶었답니다."

유키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변수를 차단하고 상수를 확보하는 것은 전술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니까.

"그렇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도 부적절했어요. 배신자가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무고한 학생 넷을 의심했으니까요."

"리더라는 건 원래 그런 자리지만, 지나고 나니 무고한 이들이었을 경우에는 확실히 죄책감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맞지만, 그 방법은 최악이었어요. 낮은 성적을 빌미로 보충수업부를 만들어 시험을 합격하게끔 만들었고, 그 시험마저 정상적으로 응시하지 못하도록 방해공작을 주도했죠."

'...... 트리니티도 만만치 않은 곳이었군. 당장은 아군으로 만난 것에 감사해야하나.'

유키노의 딴생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기사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때 들었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구제불능의 의심암귀라는 말을요."

"...... 잘 못들었습니다....?"

의심암귀라니. 지금껏 그녀의 선생이 그 정도로 심한 말을 했던 적은 보지 못했던 유키노였다.

'정신이 나가 이리저리 전기를 쏴대는 쥐새끼가 아니고서야 그런 말을.....'

".....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에요. 물론 그 일에 대해서는 제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었죠. 정작 그 넷은 무고했고, 제 가장 친한 친구가 배신자였다는 사실마저 놓쳤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상당히 감정적이셨습니다."

"편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니 감사하네요. 트리니티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위로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감사를 전하는 나기사의 말에 미세한 떨림이 있음을 유키노는 알아챘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제가 만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해왔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선생님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제가 단지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선생님께서 저와의 만남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번은 선생님을 다과회에 초대한 적이 있었지요. 그 때부터였나봅니다. 이렇게 어그러지기 시작한 것이."

"어떤 일이 있으셨습니까."

"선생님께서는 저를 생각하셔서... 차를 직접 준비해오셨습니다. 다만 그것이 제게 익숙하지 않은 페트병 홍차였다는 점이 문제였지요."

'페트병 홍차라.... 역시 선생님인가.'

"순간적으로 본심이 튀어나왔지만 나름 수습은 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역시 알고 계시겠죠. 그 때의 제 표정과 제 말투의 변화까지도."

"입에 맞지 않으셨나봅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어요. 다만.... 그것과 별개로 저를 위해 그것을 준비해오신 선생님의 정성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건 분명 제 잘못이겠죠."

어딘가 슬픈 표정을 짓는 나기사를 보고 유키노 역시 선생과 처음 마주했을 때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당신 같은 어른이.... 제일.... 하아...'

"그 뒤로는 계속 뭔가 어그러지기만 했어요. 트리니티의 품위를 실추시키는 일들을 보고받긴 했지만,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또 다시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버렸고, 지난번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다과회에 다시 초대했을 때에는 제 실수로 다시마 차를 대접하질 않나...."

"다시마 차.... 는 궁금한 맛이긴 합니다."

"..... 잊어주세요."

유키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우동 국물 같은 맛이려나.'

"무엇보다 가장 크게 상심한 적은 언젠가 선생님을 점심시간에 상가에서 마주쳤을 때와...."

다시 그 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큰 부담이었는지 크게 심호흡을 하는 나기사.

".... 일단 상가에서 마주쳤을 때의 선생님께서는 드시려 했던 빵이 모두 떨어져 발길을 돌리셨습니다. 저는 무엇이라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에 비슷한 재료로 만든 케이크를 권했습니다. 다만... 선생님께서는 어딘가의 폭군이나 말할 법한 대사라고 말씀을 하셨던 것이...."

"..... 제가 듣기에 어떤 것은 그저 선생님께서 너그러이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고, 나기사 씨 혼자만의 생각일수도 있다는 느낌은 듭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 겹치면 상심이 크셨겠습니다."

"..... 선생님 앞에서만은 정치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요. 그랬던 나날들이 후회도 되고요. 업무 외적으로 선생님과 만났을 때에는 티파티의 호스트도, 트리니티의 수장도 아닌 그저 키리후지 나기사로 보이고 싶어요. 하지만.... 항상 실패하는 것 같네요."

나기사의 쓴웃음. 이번만큼은 다양한 상황에서의 임기응변을 보여주는 유키노마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녀 역시도 선생 앞에서만큼은 과거 그와 대립하던 시절의 유키노가 겹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랐기에.

"그리고..... 정말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하기 위해서일지, 음.... 네.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 유키노와 FOX 소대는 교정국에 있을 시절의 이야기였다.

'내년에는.....'

"그 때의 반응도.... 어떻게 보면 타 학교와의 관계에서 곤란한 입장에 있는 저를 생각하셔서 하신 말씀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도.... 저는 그저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티파티의 호스트로만 보이는 것 같네요. 물론, 이것마저도 제 탓이고, 제 업보겠지만요."

나기사가 쓴웃음을 짓는다. 아마 그녀가 마시고 있는 얼그레이 티보다도 씁쓸하고, 뒷맛이 텁텁한 웃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유키노의 심경은 복잡했다. 나기사가 그러했듯 유키노 역시도 무언가 힘이 되어주고 싶었고, 그래야 했다.

'........... 차라리 니코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동료들을 품어주었고, 소대의 미래를 바꿀 수 있었던 시작과도 같았던 니코가 아닌 딱딱하고 고지식한 본인이 이 자리에 앉아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원망스러웠다.

"...... 한심하죠? 한 학교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모두의 사랑을 받는 선생님 앞에서는.... 후...후훗..."

"..... 억지로 웃으려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하는 입장에서는 그 웃음의 씁쓸한 맛을 알고 있기에."

커피 한 모금을 마시셔 타들어가는 속을 조금이나마 달랜 유키노가 말을 이어간다.

"어쩌면.... 선생님과 대화를 더 해보시는 것 역시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화.... 선생님과...."

"저희 같은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들도 온전히 품으셨던 분입니다. 저희에 비하면 나기사 씨의 허물은 더 풀기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키노 씨도 선생님과 그런 대화를 해보셨나요. 소대장이 아니라 그저 학생으로서 말이에요."

".........."

~~~

20XX년 XX월 XX+69일, 00:11

선생 치료 시작 69일째, 샬레 업무 구역

- 똑똑.

".... 네?"

- 드르륵.

아카네와 만나기 약 9시간 전, 선생은 아직 잠에 들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깜짝 손님.

".... 아직 안 자고 있었니?"

"잠이 오지 않아 순찰을 돌던 차에 불이 켜져있는 것을 보고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혹시, 많이 바쁘시다면 제가 도울 일이 있습니까?"

"이 시간에 학생들에게 일을 시키면 너무 블랙기업 같은데. 그냥 와서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 커피는 안 돼. 잠 자야하니까."

".... 선생님도 한 잔 드시는 건 어떻습니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을 뒤로하고 유키노가 차를 내어온다.

"..... 향기 좋네. 적당히 달큰하고."

".... 정말 그렇습니다."

"...... 생활은 괜찮아?"

"분에 넘치는 대우라고 생각합니다."

"분에 넘치다니, 너희가 있어야 할 자리로 온 거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는데."

"있어야 할.... 자리 말씀이십니까?"

"아직도 어색하구나?"

"부정할 수 없는 말씀입니다."

말을 마친 선생이 차를 한 잔 들자, 유키노도 따라서 한 모금을 마신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선생이 먼저 입을 연다.

".... 유키노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있어?"

"..... 잘 못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 굳이 소원이라고 이름 붙일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유키노의 버킷리스트라고 해야 할까?"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교정국에서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있을지도 몰랐고...."

사실이었다. 교정국에서 출소하는 것은 머나먼 일이라고 생각하던 그녀였기에, 그런 생각도 그럴 수 있다는 희망도 모두 내려놓았다.

"그럼 하나 만들어볼래?"

"지금... 말입니까?"

"지금이면 더 좋겠지만, 나중에 가서라도 생기면 좋고. 그 때가 되면 나에게 알려줄래?"

"........ 그 전에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흘리듯 나는 술냄새에 차의 향이 섞여 오묘한 향을 내는 선생이 유키노를 그저 쳐다보자. 유키노가 다시금 입을 연다.

"당신 같은 어른이 제일 싫다고까지 말한 저를 신뢰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 그 때 그 말? 아직 담아두고 있었구나?"

"..... 저도 염치라는 건 있습니다."

"농담이야. 미야코는 그거 들으면 경기를 일으키던데, 그래도 역시 선배라는 건가."

"........ 츠키유키 소대장도 그런 말을 했습니까?"

"말도 마. 지금도 가끔 소대원들이 놀려먹는다니까."

'당어싫'은 어느새 SRT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모양이었다. 괜시리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는 유키노.

그런 유키노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이 공간의 차가움을 몰아낼 수 있기를 희망하는 선생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는다.

"글쎄 신뢰라.... 딱히 이유는 없는데."

"........ 그럴 리 없습니다."

"그럴 리 있어. 다른 이유보다도, 너희들이 내 학생이라는 점이 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조건은 의미가 없는거야."

"저희와 같은 탈선한 학생들을 데리고 가실 이유가 되는 겁니까?'

"뭐 어때."

"..... 네?"

"오로지 바른 생활로 바른 길만을 걸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가끔은 벗어나도 보고, 그러다 다쳐도 보고, 때로는 후회도 하고 그런거지. 다만, 그런 아이들의 손을 잡아 다시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는 것은 어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 오로지 그것 뿐입니까."

"다른 이유가 있을 이유가 있을까? 혹시.... 미리 이야기하는데 개인적인 감정은 못 받아준다?"

"아무래도 많이 취하신 것 같습니다."

"너무 시리어스한 것 같아서. 나도 그런 분위기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아. 특히 요즘엔 더더욱. 너무 우울하잖아 그건? 그건 그렇고 유키노도 그런 가벼운 이야기를 할 줄 아는구나."

"가벼운 이야기... 말씀이십니까?"

일순간 유키노의 얼굴에 당혹감이 감돈다. 그런 유키노를 보며 더욱 미소를 짓는 선생.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바람 빠지는 말을 하고 있는걸 보자니 조금은 재미있을지도. 보기 좋으니까 앞으로도 가끔은 보여주면 좋겠네."

"... 당신 같은 어른이 역시 제일 싫습니다."

"쉿. 미야코 깬다."

".............. 아무래도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결국 모든 인간은 철저하게 이해타산을 따지며 움직이는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랬기에 더더욱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고요."

"그럴 수 있지."

"싫다는 말은 그런 뜻이었습니다. 현실의 차가움과 동떨어진, 너무나도 밝고 따뜻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싫었습니다. 그런 일은 제 인생과는 인연이 없었기에. 제가 살아오며 부딪힌 세상은 그것이 아니었기에."

선생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의 표시를 한다.

"그래서 FOX 2, 아니 니코가 선생님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도 믿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너그러운 니코가 잠시 휘둘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런 생각이야?"

"...... 오늘까지도, 사실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고생이 많았다, 잘 리드해주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이런 말들은 저희에게 무엇인가 기대할 때 다른 사람들이 늘상 하던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들었던 선생님의 말씀에서는 그 어떠한 대가성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저를 더욱 혼란하게 합니다."

"지금도?"

"..........."

"사실 대가성이 아예 없다고는 말 못해."

"역시 그렇습니까."

"다만"

"다만...?"

"내가 바라는 대가는..... 그저 너희들이 진심으로 밝게 웃는 것 그 뿐이야.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 무슨...... 정말 그걸로 되는 겁니까?"

"음... 의뢰의 보수가 부족한건가....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잘 마무리되면 나랑 하루 놀러나가는 건 어때?"

".....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런 대가를 바라는 것이었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능글맞은 선생의 파상공세에 유키노는 왜 자신의 후배들이 그렇게까지 선생을 좋아라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왜 다른 소대원들이 선생과 면담만 하고 오면 헤벌레한 표정에 상기된 얼굴,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만족스러운 흥얼거림을 가득 안고 들어오는지도.

'이 어른. 확실히 위험하다. 여러 가지 의미로.'

"............. 밤이 늦었습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유키노를 선생이 배웅한다.

"이제 좀 후련해?"

"무겁진 않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그리고 하고 싶은 걸 정하면 꼭 알려주고."

"..... 좋은 밤 되십시오."

밤 인사로 대답을 대신한 유키노가 어둠 가득한 복도 속으로 걸어나간다.

그녀가 시야에 사라질 때까지 선생이 배웅하고 있었음은 꿈에도 모른 채.

복도 끝의 엘리베이터를 탄 유키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추태를...'

엘리베이터 내부의 거울을 통해 본 그녀의 눈가에는 어느 새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그러나 그녀도 알고 있었다. 비탄이 아닌, 어딘가 모를 후련함에서 기인하는 눈물이었다는 걸.

탁했던 눈 앞이 조금은 맑아졌다. 그녀가 가야 할, 의심없이 믿음으로 따라도 된다는 느낌을 주는 그 길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 저희의 미소를 원하신다면.'

'....... 그럼 저희도 선생님을 믿으면... 그러면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확신하신다면.....'

"하아....."

'저희도 희망을 걸어보아도.... 되겠습니까.'

~~~

20XX년 XX월 XX+80일 19:54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키보토스 연방 권역 의료 센터 후문 공원 벤치

".... 그런 일이 있었군요."

"...... 아마 그 날의 대화가 없었다면 분명 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어쩌면 삶이 다하는 그 날까지도 끊임없이 머릿속에 의심을 넣고 살아갔으리라 생각합니다."

".... 유키노 씨의 고민 역시도 그런 생각에서 기인했을 거에요. 조건 없는 믿음을 주는 관계에 외부의 시각만큼 의식하지 않기 힘든 요소도 없거든요. 그 고민이 자신들에 대한 안 좋은 소문보다도, 선생님에 대한 의구심 섞인 시선에 관한 것인 이유도 이제 어느 정도 알겠네요."

나기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유키노가 이내 나기사에게 제안한다.

"..... 나기사 씨도 선생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 가능할까요."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제게도 시간을 내어주신 분입니다. 안 될 이유는 없을겁니다."

"...... 두렵네요 솔직히. 아직도 저를 과거의 저로만 생각하실지도 모른다는 그 생각이."

- 훅훅

"?"

[당소 FOX 3라 알리고, 현재 선생님께서 함께 온 트리니티 학생 분을 찾으신다 알림. 목격한 망 내 통사 있는지?]

"........... 선생님께서..."

[당소 FOX 1, 1층 후문 쪽 공원에 함께 있다 알리고, 선생님의 현 위치는 어떻게 되는지 문의.]

"...... 유키노 씨?!"

[뭐야, 소대장님이었어? 아까 1층에 내려오셨다가 다시 올라가셨을텐데, 아마 아비도스 사람들 병실 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수신. FOX 1이 모시겠음. 이상.]

무전을 끊은 유키노, 그녀를 쳐다보는 나기사는 그야말로 벙찐 상태. 당장 머릿 속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실전 투입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마주한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당혹 그 자체였다.

"아마 그 날이 오늘인 것 같습니다. 가시죠."

"아니, 그, 그러니까...."

"가만히 계시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지 않겠다면, 지시 이행의 수단으로 포박을...."

"아아아아 알았어요..... 갈게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가고 싶진 않네요..."

"제 손을 잡으십시오. 다리 때문에라도, 8층까지는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

20XX년 XX월 XX+80일 19:53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키보토스 연방 권역 의료 센터 8층

".........."

".........."

- 벌떡.

"시로코...?"

대책위원회의 병실 한쪽 구석에 앉아있던 시로코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 이거면 된 것 같아."

"...... 그래도 깨어나는 것 정도는 봐도 되지 않을까?"

선생의 제안에 잠시 고민하는 듯한 시로코는 이내 마음을 다잡은 모양이었다.

"..... 얼굴. 다 봤으니까. 응. 다들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까. 얼굴은 조금 더 나중에."

"....... 아직 준비가 안 된거지?"

"응.... 이 아이들이 나를 받아들일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내 생각으로는 이미 준비가 되었을 것 같지만.... 시로코의 마음도 이해해."

"준비가 되었다니?"

여태 침착함을 유지하던 시로코의 눈이 순간 커진다.

"시로코 너를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그 때 그 날 회의에서 다른 대형 학원과의 분쟁을 불사하고서라도 끝까지 신중론을 고수할 수는 없었을테니까."

".........."

"그리고 나는 이미 너를 내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아비도스에 바로 가는 것이 망설여진다면 샬레로 와도 좋아."

".... 사랑방 비밀번호 바꾸지 마."

그 와중에 챙길 건 다 챙기는 시로코를 보며 너털웃음을 짓는 선생이었다. 미소를 띈 눈으로 시로코와 눈을 맞춘다.

"알아. 그래도 여전히 망설여지는 거. 대신 확신이 서는 날이 오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아비도스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길 바랄게."

"..... 응. 그렇게 할게."

말을 마치며 시로코가 문을 열고 나가자, 선생이 뒤따라나간다.

"그.... 선생님. 나중에 휴대폰.... 같이 사러 가자."

아마 시로코의 마이페이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그녀가 겹쳐보는 다른 세계의 자신일 것이라 짐작하는 선생이었다.

그렇기에, 시로코의 제안에 밝은 미소로 화답한다.

"언제든지."

"아까 그 트리니티의 아이와도 잘 해결하길 바랄게. 그리고 산해경에서 보았던 검은 가짜에 관한 내용은 A.R.O.N.A.에게 맡겨두었어. 도움이 될 거야."

"항상 고마워. 시로코."

병실을 나가는 시로코가 엘리베이터에 타고 내려가는 것까지를 지켜본 뒤에야 다시 병실로 들어가려던 선생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 띠링!

[8층 입니다.]

엘리베이터의 알림음이 그의 뒤통수에 닿는다.

뒤를 돌아보자 유키노와 나기사라는, 다소 예상하기 어려운 두 사람의 조합이 선생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왔구.... 나기사...? 다리는 어쩌다 그런거야?!"

"면목 없습니다 선생님. 몸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다보니...."

"병원 진료는 이미 마쳤다고 들었습니다. 가벼운 염좌 정도고 보호 차원에서 부목을 대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생을 만나자마자 다시금 페이스를 잃어버린 나기사를 대신하여 유키노가 답한다.

"다행이네... 고생했어 유키노 그새 친구도 사귀고 기특하네."

"어... 감.... 사합니다...? 그그그럼 다시 1층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응. 편히 쉬고 있어. 이야기 끝나고 내려갈게."

어딘가 모르게 삐걱거리는 모습의 유키노가 떠난 뒤, 이제 복도에는 나기사와 선생만이 남아있었다.

".........."

"아까 봐두었는데 복도를 돌아나가면 야외 테라스로 향하는 곳이 있더라. 괜찮아?"

"..... 네 선생님."

나기사의 대답을 들은 선생이 조심스레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선... 생님?"

"싫으면 업어갈거야."

"으윽.........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선생의 상담소는 해가 떨어지는 이 순간에도 성황리에 영업중이었다.

~~~

모르겠네요 제가 글을 잘 쓰고 있는건지. 맨정신으로 절반 반쯤 정신나간채로 절반을 쓴 것 같은데 모쪼록 이상한 표현이 없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검수를 거치는데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다가 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다보니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공식이 의심암귀와 관련해서 이상한 소리만 남기고 유기를 했기에, 상처받은 나기사의 마음은 제가 고쳐보려 합니다. 나기사의 인연스나 발렌스를 볼 때면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거의 찍혀버린 애들 보는 것 같아서 예전부터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기 때문에 나름의 욕심을 부리고자 합니다.

한 가지 공지 혹은 공유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현재 최신화의 업로드는 화 / 토 이렇게 주2회 체제로 사실상 굳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 병원에 내원한 결과 글쟁이의 건강상태가 그렇게까지 좋은 수준은 아니라는 소견을 받았습니다.(최소한 암이나 요로결석은 아닙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런 부분에서 변수가 발생하는 것은 원치 않았는데, 당분간 연재가 비정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정도의 말씀을 미리 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주2회 연재나, 화 토 연재는 가능한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펜을 들기 어려운 상태에 처하게 되어 글이 조금 늦게 올라오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주말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푹 쉬셨는지요. 오늘 푹 쉬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내일만큼은 원없이 푹 쉬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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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11.30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68)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40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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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가
게시물 77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11.30 22:33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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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0

나
ㅇDC
ㅇㅇ124.11.30

아프지마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1.30

노력해보겠습니다...

ㅇDC
ㅇㅇ24.11.30

근데 유키노 독백에 나온 정신이 나가 이리저리 전기를 쏴대는 쥐새끼가 누구임?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1.30

제 4의 벽을 넘는 대사긴 한데 절대 그 놈의 이름을 말해선 안 됩니다

ㅇDC
ㅇㅇ24.12.01

피카츄?

ㅇDC
ㅇㅇ1424.12.02

타입 고스트 페어리

ㅇDC
ㅇㅇ224.11.30
디시콘
ㅇDC
ㅇㅇ224.11.30
디시콘
ㅇDC
ㅇㅇ224.11.30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1.30
디시콘
ㅇDC
ㅇㅇ324.11.30

다시마차 은근 감칠맛 도는 게 맛있더라;; 처음엔 좀 비리길래 레몬즙 몇 방울 떨궜더니 생각보다 마실 만 했음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1.30

첫 맛은 우동국물 비스무리한 맛이 나면서도 계속 마시다보면 나름 중독성있던게 신기했습니다

ㅇDC
ㅇㅇ424.11.30

건강보다 중요한건 없는거죠 항상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화이팅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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