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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학대파 선생 세계선에서 살아남기 - 38화/재현;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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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자마자 뺨을 맞은 유메의 머릿속이 순식간에 절망감으로 가득 찼다.

'실패했어.'

함정의 가능성을 예상하고 나름 대비했다고 생각했다.

안일했다. 그리고 한심했다.

저들은 건물 안은커녕 입구에 들어가기도 전인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기습을 행했고, 자신들은 연속된 저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아야네가 드론 수색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했을 리도 없었다. 그 정도로 철저하게 칼을 숨겨놨다 결정적인 순간에 들어온 기습에 당한 것이다.

"......어째서?"

"뭐?"

"당신은 카이저에서 쫓겨났잖아. 복수하기 위해서 손을 내민 거 아니었어?"

"하, 순진하긴!"

공허하게 내뱉은 유메의 말에 코웃음치며 이사는 답했다.

"그래... 할 거다, 복수. 카이저에도, 샬레에도, 리쿠하치마 아루도! 그리고 거기엔 네년들도 포함이지, 거머리 같은 아비도스 학생회...! 리쿠하치마 아루는 그 와중에도 쏙 빼두고 오고 말야! 원래 그년이야말로 이 자리에 묶여있어야 할 가장 큰 원흉이었건만!"

"아, 아루 쨩은 관계 없어...!"

"눈물겨운 우정이군. 아니, 리쿠하치마 아루의 전학 서류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일텐데 그걸 감싼다고? 엄청난 포용력이야. 가히 아비도스의 학생회장이라 할만하구만!"

유메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 그런 건 없다. 선생 보고 하라고 시켜도 여기선 못 빠져나간다. 무기도 빼앗겼고, 주변엔 이사의 병력들이 둘러싸 있고 의자에 손발이 다 묶여 있는 와중인데 이걸 어떻게 빠져나간단 말인가?

그 와중에 주변을 살펴보던 유메는 생각보다 많은 병사들의 수를 보며 또 한 번 경악해야 했다.

"이만한 병력을 대체 어디서......!"

"마지막 남은 통장 하나하나까지 전부 털어서 용병들을 긁어모았지. 너희들을 처치하고나면 우린 미리 찾아둔 사막의 아지트에서 용병단을 꾸려 잠복할 거다. 카이저의 의표를 찌르고, 샬레를 박살내버리고, 마지막 남은 리쿠하치마 아루에게 절망을 선사할 그 날까지 말이다!"

"아, 안 돼...!"

"안 되긴 개뿔이!"

퍽!!

이사의 주먹이 유메의 명치에 꽂혔다.

"쿨럭...!"

"애초에 너희가 발목을 잡아서였지 않나. 너희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된 거라고!"

"헛소리를...!"

순간 솟아오른 분노가 육체적 고통을 억눌렀다.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얻어맞으면서도 유메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먼저 우리를 침공하고 괴롭힌 건 너희들이었잖아! 우리야말로 누구 때문에 이 고통을 겪어야 했는데!!"

"꼬맹이 애새끼들 주제에!"

짝!

짜악!

유메는 뺨이 불타는 듯한 고통과 목이 강제로 돌아가는 고통을 동시에 감내해야 했다.

"어른이 말하는데! 말대꾸나 하고! 대들기나 하고!!"

"아윽, 아으아...!!"

이 악물고 버텼다. 이런 쓰레기 앞에서 약한 모습 따위 보여주기 싫었으니까.

버틸 수 있었다. 선생님을 떠올리며.

선생이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인 걸 모르고 마주했을 때, 그에게 전임자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휘두른 폭력을 떠올리며.

이런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도 이런 고통을 감내했던건가?

아니... 우리보다 몸도 약한 그 사람이라면 더욱 고통스러웠을 거야.

나는, 그런 사람한테-

짜악!!!

-그래, 너 같은 년은 맞아도 싸.

이건 업보야, 쿠치나시 유메.

죄 없는 선생님한테 폭력을 날리고, 회담장에서 혼자 욱해서 뺨까지 치고. 내 독단으로 믿고 따라와준 후배들을 구렁으로 밀어 넣은 업보야. 딱 알맞은 댓가 아니야?

후배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얼간이가.

그러고도 학생회장이란 감투를 잡고 있던 머저리가 낄 데 안 낄 데 구분 못하고 있다가 당한 댓가!

아니, 하지만. 이건 후배들이 감당할 댓가가 아닌......

뻐억-!

이사가 분을 못 이겨 내지른 발길질에 배를 걷어차인 유메가 의자에 묶인 채 나뒹굴었다.

눈 앞이 아득해지며 컥, 컥 하는 마른 기침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너 때문에 다 이런 고통을 당하는 걸텐데?

뭐가 히어로라는거야. 너 같은 바보에겐 붙잡힌 히로인 취급도 아까워.

일반인이 빌런보다 빌런 같아서 욕 먹는 게 이 장르 법칙인데, 그걸로 치면 쿠치나시 유메란 등장인물은 차라리 만악의 근원, 아군인데 빌런이라 칭해야 더 어울리겠지.

너 때문에, 아비도스 역사상 가장 병신 같은 학생회장 때문에 학교가 풍비박산나기 직전인데 이게 만악의 근원이 아니라면 뭘까!

"자, 자. 그쯤하십쇼. 애 진짜 잡겠습니다."

"헉, 헉...! 그래...... 진짜 즐거움은 이제부터지. 아직이라고. 이봐, 학생회장. 정신 차려. 뭐야, 쳐맞다가 정신 나갔나?"

"시...... 끄러워."

"하하하! 그래야지, 겨우 이 정도로 포기하면 내 쪽에서 재미가 없을 거라고...!"

이사는 뭣모르고 박장대소했지만, 안중에도 없는 그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주먹질과 발길질에 어지럽힌 머리를 가득 채우는, 한없이 부정적인 생각들이 몰려드는 그녀의 머릿속.

아무 도움 안 되는 자아비판 따위 집어치우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그 어떤 해결법도 만들 수 없는 꽉 막힌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좌절과 절망 뿐이었다. 악순환이었다.

유메는 흐려지는 의식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안 된다. 여기서 어떤 식으로든 정신을 잃으면, 그 땐 정말로 돌이킬 수 없었다.

"우, 리를 쓰러뜨린다해도...... 그렇다해도 아비도스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학원도시 하나를 이렇게 습격해서 흡수한다고 카이저가 좋아할 것 같냐고...!"

어지러운 정신으로 어떻게든 시간을 끌기 위해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문제는 눈 앞의 이사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내 알 바냐?"

"뭐?"

"이사님?!"

유메 뿐만 아니라 바로 옆의 부하까지 놀래킨 이사는 쓰러진 채 널브러진 유메의 머리칼을 사납게 붙잡아 올렸다.

"어차피 누구 때문에 망해버린 인생이다. 악이랑 깡이랑 복수심 밖에 안 남아버린 내가 무슨 짓이든 못할까!!!"

뻐억!!!

"커헉?!! 크악, 카학... 아아......!"

유메의 배를 강하게 가격해 의식을 날려버린 이사는 곧바로 부하에게 다가가며 귓속말을 속삭였다.

"계속 저항하니까 짜증나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다. 설마 날 저런 골 빈 여자애랑 동급으로 본 건 아니겠지?"

"네, 네! 물론입니다 이사님! 설마 제가 그랬겠습니까!"

"어허, 쫓겨난지 언젠데 이사는 무슨."

"히히, 그래도 이 정도 공로면 빠르게 복권하실 거 아닙니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자넨 역시 솔직해서 좋아, 하하하!"

하악... 학, 하악......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아 나는 숨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뭔지 모를 덩어리 섞인 타액과 흘러나오는 와중에도 똑똑히 들렸다.

놈들의 웃음소리.

당장이라도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 더러운 웃음소리가 배와 온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만큼 유메를 괴롭게 하고 있었다.

-그래......

-너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폭력이 멈추며 그것이 선사하던 공포가 멀어졌다.

그렇게 생긴 빈 자리에 뜨거운 무언가가, 속에 담아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던 무언가가 차오르기 시작하던......

그 때였다.

"응? 아아, 알겠어. 전달하지...... 대장, 고것들 다 일어났다는데 어떡할까요?"

"오오, 마침 잘 됐군! 여기로 데려와! 사사건건 똘똘 뭉쳐서 다녔으니, 마지막도 똘똘 뭉쳐서 보내주는 게 맞겠지!"

지칭하는 주어가 없음에도 누구를 어떻게 한다는 의도만큼은 확실히 전달되었다.

유메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 무슨 짓을... 하려......!"

"뭐하고 있어! 다 끌고 오라고!"

"아, 안 돼...!"

필사적인 외침이 무색하게 문이 금방 열렸다.

제일 먼저 밀쳐져 들어온, 그 때문에 모진 꼴이 되어버린 선배를 가장 먼저 봐버린 세리카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선배!!!! 아아아아악!!! 이 개자식들아!!!!!!"

콰직!

죽일듯이 이사를 노려보던 세리카가 엎어져 얼굴을 박았다.

유메가 경악할 틈도 없이, 남은 두 사람도 엉덩이가 걷어 차인듯 나뒹굴며 입장했다.

"으윽......! 세, 세리카 쨩?! 아, 안 돼... 정신 차려!"

"선배......"

노노미를 보자마자 유메는 곧바로 말문이 막혔다.

"노, 노노미 쨩......?"

"전 괜찮아요."

어째서인지 만신창이가 되어 있던 노노미가 힘겹게 미소지었다.

"죄송해요, 제가 부족해서......"

"아, 아니야. 그게 왜 노노미 쨩의...... 내가, 내가 혼자 남겨놔서......"

자신이 저격당해 정신이 날아간 시점에서도 노노미는 무사했다는 것이 뒤늦게 떠올랐다.

홀로 남은 그녀가 대체 무슨 꼴을 당한 거지?

어떻게든 저격을 피했다한들 이 많은 병력을 홀로 감당할 수 있을리 없었을텐데?

설마, 남아버린 희생양이자 본보기로......

"내가, 내가...... 나 때문에......"

"그래, 이렇게 된 건 전부 너 때문이다 쿠치나시 유메."

"아니야!!!!"

노노미의 고함 소리.

유메도, 아야네와 세리카까지도 정신차리게 할 정도의 일갈이었다.

그들 중 누구도 그녀가 그렇게 소리 지르는 것을 들은 적 없었다.

그녀가 언제나, 심지어는 전임 선생에게 당해 그들이 나락으로 빠진 때조차 잃지 않았던 온화한 미소를 지우고 악에 받혀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 것도.

"그 더러운 입으로 감히 선배를...... 회장님을 모욕하지 마!!"

"그, 그만해 노노미 쨩!"

"...어떻게 된 거지? 분명 감히 저항 같은 걸 한 것에 대한 '교육'을 똑똑히 해달라고 한 걸로 기억하는데?"

"죄송합니다. '수업'이 좀 부실했나 봅니다. 다시 실시할까요?"

"우리가, 내가 똑똑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이것만은 말할 수 없어. 전부 당신 때문이야! 우리가 이렇게 된 것도! 제 무덤을 파고 자빠진 것도 전부 당신이 병신이라서 한 짓이라고!!"

노노미의 발악을 무시하며 부하들과 이야기하던 이사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의 고개가 돌아갈 때, 유메는 불길한 끼긱임 소리를 들었다.

"......뭐라?"

"하, 항상 그렇죠. 뭣도 없는 자기가 위대하다고 생각해야 하니까, 모든 잘못을 남한테 떠맡기면 끝나는 편리하고 역겨운 족속들. 사실은 능력도 뭣도 없는 주제에 자기가 무식한지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 같으니라고, 우리한테 그 유치한 자존심을 뽐내니 속이 편하시나요? 편하시겠죠. 그래도 당신 신세 종쳤다는 건 달라지는 게 없을텐데."

"서, 선배...?"

"노노미, 제발 진정...!"

"하다못해 그 망할 선생은 본받을 부분이라도 있지, 당신은 그냥 운 좋게 좋은 자리 기어올라가서 거들먹거리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어른은 무슨, 지독히 초라해서, 재활용조차 불가능한 인간 폐기물 같은-"

뻐억!

배를 걷어차인 노노미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에 선배와 후배들의 비명 소리도 멀리서 울러퍼지는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이런 개 같은 년들, 하나같이 쓰잘데기없이 질긴 쓰레기같은 년들!! 너희 개새끼들, 이 개새끼들이!!!"

"그, 그만해!!"

"아, 아야네 쨔앙... 거기서 나와요......"

퍽! 퍽! 퍽! 퍽!!!

노노미를 감싼 아야네의 등 위로 상대가 누구든 아랑곳않는 무자비한 발길질이 가해졌다.

노노미는 자신에게 달려오다 떨어져 깨져 있는 아야네의 안경이 시선에 들어온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유메 또한, 마찬가지의 심정이었다.

"죄송해요, 노노미 선배."

아아, 어째서.

"죄송해요......"

"아니야. 아니에요. 우리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어째서 저 작고 가련한 소리들이 이리 또렷히 들린단 말인가.

"그만해!!!!!!!"

유메는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후배들보다 괴로워하며 몸부림쳤다.

폭력의 소음을 뚫고 들리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너무도 생생히 들려서.

그것들이 그대로 귀를 타고 들어와 뇌에 난폭하게 꽂히는 것 같아서.

"그만해!!! 그만하라고!!!! 제발...!"

"하아, 하아......! 그래. 그만하자고."

한참을 흥분해서 날뛰던 이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러섰다.

유메는 보이는 모든 것이 거짓이길 바랬다.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후배들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놈들도.

현실도.

모든 것이.

"그래, 어디 맘껏 지껄여보라고 망할 년들! 어차피 전부 끝났어. 너희들의 학생 놀이는 오늘로 끝이다. 우리들의, 카이저의 승리란 말이다!!"

"지, 지랄하지 마!"

벌벌 떨면서도, 세리카가 악에 받혀 외쳤다.

"우릴 어떻게 한다고 해도 아비도스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 회장이랑 입이라도 맞췄나? 아주 그냥 똑같은 말을 하는군! 그럼 못할 것 같나? 우리가? 카이저가?"

-그래, 타카나시 호시노도-

"우린 타카나시 호시노도 그렇게 해서 죽였는데!!!"

죽음과 같은 정적이 흐르고.

숙여져 있던 유메의 고개가 올라왔다.

"......뭐?"

"하아, 하아...... 우리는 타카나시 호시노를 아비도스 정복의 잠재적인, 아니 가장 큰 걸림돌으로 봤다. 그래서 두 가지 방향에서 그 방법을 계속해서 논의했지."

단 두 명이서 자리를 잡고 있던, 유례가 없을 정도로 몰락한 아비도스 학생회를 그럼에도 카이저가 함부로 건들 수 없던 이유는 간단했다.

먼저, 그 당시의 카이저는 지금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정도의 위치에 있지 못했다.

그때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던 대기업이긴 했으나, 큰 리스크를 감당하기엔 다소 시기상조인 체급이었던 것.

그리고 두 번째 이유인 타카나시 호시노.

그녀의 기량은 카이저가 처음 가늠한 것을 훨씬 뛰어넘는 그 이상이었다.

"우리가 쥐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돈과 명예로 회유를 시도해본적도 있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지."

"나, 나한텐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랬겠지. 그렇게 멍청할 정도로 충성심이 높은 녀석이었다. 결국 우린 회유는 불가능하다는 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녀를 요주 인물로 못박아두는데 그쳤어."

이사의 끌끌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아득히 들렸다.

저 인간이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지?

뭔 소리를 한 거야? 호시노를 뭐 어째?

"그런데 내 생각은 달랐어. 굳이 물을 주지 않아도 한 번은 비가 와서 땅을 적시는 법이지. 그 때도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그년이 크면, 성장하면 걸림돌 수준이 아닌 암벽이 돼서 우리 앞을 가로막을텐데! 그러던 중 '그녀'가 나타났어."

"......그녀?"

전임 선생도 아니고?

모두가 얼어붙은 와중에도 아야네의 귀에 그 한 단어가 들어왔다.

이사는 스스로 심취한듯 묻지도 않은 자신의 행각을 계속해서 떠벌렸다.

'그녀를 만나며 확신을 굳혔다. 카이저의 심장에 화살이 박힐 일이 없도록, 그녀를 처리할 수 있다고. 우리가 어떻게 했는줄 아는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지 않나, 쿠치나시 유메?"

"하지마."

"네 목소리를 구현해서 사막 한복판에서 조난단한 것처럼 가짜 구조 신호를 보냈지! 구해줘 호시노! 호시노 쨩 나 목 탈 것 같아, 제발 구해줘! 조작으로 만든 그 한 마디에 헐레벌떡 달려오는 꼴이 우습다 못해 황당하더군. 지금껏 이걸 생각 못해서 이렇게 개고생을 했나, 하고 말야!"

"하지, 말라고."

기억났다.

그 날은 이상하게 바빴다.

일이 있어서 바빴다는 의미가 아닌, 습격에서 도망치느라 바빴었다.

후배에게 구조 신호를 보낼 시간도 없을 정도로.

아니, 시간이 있었대도 호시노에게 매번 신세를 지는 걸 신경썼던 자신은 문자를 보내지 않았을 거다.

그 정도의 습격이었고. 무법천지가 된 아비도스에선 흔한 일이기도 했다.

그냥, 넘겨버릴 정도로.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겠지. 하지만 확신하진 못했을 거야. 카이저의 짓이란 증좌가 없었으니까. 지금껏 그렇게 생각했으면 정답이다. 내가, 범인이다."

"아아, 아아아......"

"나는 궁금했다. 총 따위론 흠집도 못 내는 몸이지만 말야. 그 속까지 튼튼하단 법이 있을까?"

"그만해......"

"조난 장소에 사람이 있긴 있었어. 우리 쪽 사람이 연기하는 평범한 조난자로 보였겠지. 그는 쿠치나시 유메가 자신을 도와주려다 납치당했고, 어딘가로 끌려갔다고 말했을거야. 도움이 되지 미안하다고 음료수 하나를 건네주면서."

"제발, 그만...!"

"우리가 넣은 독은 천천히 퍼지지만, 효과는 확실한 녀석이었지. 아마 많이 고통스러웠을거야. 피부가 햇빛에 타는 고통만큼, 오장육부가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겠지. 그렇게 쓰러진 그 녀석을 찾아서, 우린 무구와 나침반과 비상식량까지 전부 뺏어갔다. 보아하니 조난자 연기하던 녀석이 추적 장치를 붙인 것도 모르던 눈치더군. 멍청하긴! 그런 녀석이 아비도스의 수호신이었다니!"

"그만, 그만하라고!!!!!"

듣고 싶지 않았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되살아났다.

자신이 찾아낸 호시노는, 사막 한복판에서 길을 잃어 탈수와 아사로 죽었다던 호시노의 모습은...... 그 모습은-

"우, 우욱...!"

속에서부터 목을 타고 올라온 진득한 액체가 쏟아졌다.

배를 심하게 맞은 탓인지 피까지 섞여 있는 액체를 보는 유메의 눈이 떨렸다.

뺨을 맞고 배를 맞았을 때보다 더한 고통이 온 몸을 엄습해왔다.

아니야, 정신차려. 이런 게 현실일 리 없어. 이딴 게 진짜일 리 없어. 꿈일거야. 꿈이어야 하는데......

"어른을 믿었나 쿠치나시 유메?"

믿었다.

"유감이군. 순진하기 짝이 없어. 그럴 땐 조금이라도 의심이란 걸 해봐야 정상 아닌가?"

그게 정상이야?

남을 속이고, 상처 입히는 쪽이 정상이었어?

알량한 이익을 위해서 남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게 정상적인 어른의 자세였어?

"세상은 정글이야. 사랑과 평화 따위를 속삭이는 이상향 따위가 있을 것 같냐! 강자는 힘으로! 약자는, 힘을 가진 자에게 고개를 숙임으로! 그렇게 세상은 돌아가는 거다. 그게 당연한 진실이고, 진리인 거라고!"

아니야, 그런 게 당연할 리가 없잖아.

어른이란 게, 내가 추구하던 이상향의 종착점이. 그런 거일 리가......

"부정하고 싶나? 너의 이상과 다르다고 하고 싶나? 그래서, 현실에서 너는 어떻지? 한심한 패배자가 되어버린 네 모습이 어떤지, 똑똑히 본 적 있냐는 말이다."

-호시노와 시로코를 그렇게 죽여버린 주제에.

'응, 선배 때문에. 우리는 선배 때문에-"

'으헤... 선배는. 처음부터 아비도스의 회장이어선 안 됐어-'

"아, 아니야. 그건...... 나는, 나는......"

-너는, 틀렸어.

-이미 오래전에 답이 나온 오답을 가진채, 너는 살았던 거였어.

-그 결과가, 바로 오늘인 거다.

"............아아 그렇구나."

문득 깨달아버렸다. 이제야.

"전부 나 때문인 게 맞았어."

여기가 이상향의 끝이었다.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신념.

선생도 옳다고 긍정해줬던 자신의 모든 것의 말로가 이것이었다.

"나 때문에 전부 잃은 거였어."

내가 호시노를 학생회로 끌어들이지 않았었다면......

내가 호시노에게 인간성을 잃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었다면......

의심, 불신, 폭력, 거짓을 당연시하지 말라 하지 않았었다면......

"거짓말쟁이 밖에 없는 어른을 믿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게 핵심이 아니잖아.

"......내가, 아비도스의 회장이 되지 않았었다면."

내가 아비도스를 살릴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하지 않았었다면.

내가 선생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았었다면.

호시노 쨩 같은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헛소리를 믿지 않았었다면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이제야, 알았어?

"그래... 이제야 알았어..."

나였어.

내가 회장이라 아비도스를 망쳤어.

내가 회장이라 호시노와 시로코가 죽었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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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부터 실패한 인간이라서였어.

"그런데, 그렇다고 답 같은 거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뭐?"

"전혀 모르는데."

콰직!!!

"............어? 어어, 어어어어어억!!!!!!!?"

"내가 거기서 무얼 더 했어야 정답이었는지."

분명 묶여 있던 손이 이사의 머리통을 움켜쥔 순간.

그가 본 것은 쿠치나시 유메가 아닌, 청록색의 광휘로 뒤덮인......

"알 수 있을리가, 없- 잖-"

괴물이었다.

* * *

"뭐야, 갑자기 날씨 왜 이래?!"

미친듯이 차를 몰던 아루가 변질된 하늘을 올려보고 경악해서 외쳤다.

"대체 뭐야 불길하게...! 선생, 쿠치나시 유메한테, 아니 회장한테 연락 온 거...... 선생?"

아루의 떨리는 목소리에 카요코와 무츠키의 고개도 돌아갔다.

창 밖을 내다보는 선생의 얼굴은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안 돼."

* * *

"......으헤?"

호시노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 위를 올려다봤다.

올려다본 곳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녀의 속도 모른채 푸르기만 한 하늘이 있을 뿐.

잠시 하늘을 빤히 올려보던 호시노는, 머리를 긁적이며 등을 돌렸다.

질끈 묶은 포니테일이 시원히 부는 바람에 가볍게 찰랑거렸다.

선생이 어울린다고 몇 번이고 칭찬해준 히어로 코스튬.

선생이 사라진 이후, 시로코를 향한 테러에 대한 대답인 듯 언제나 임전 상태의 옷을 입고 순찰을 도는 그녀의 모습이 골목 너머로 유유히 사라졌다.

다른 세계의 바람의 흐름이 바뀌었음에도.

그녀에게는, 아직 닿지 못했다.

* * * * *

대책위 3장이 복사가 된다고!!!

그렇게 됐다 선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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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9.11창작

소설) 학대파 선생 세계선에서 살아남기 - 38화/재현;현현

#선생#소설
좋아요 0댓글 9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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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C
Baksam작가
게시물 65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5.09.11 22:26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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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나
ㅇDC
ㅇㅇ125.09.11

ㅋㅋㅋ 개추

ㅇDC
ㅇㅇ225.09.11
디시콘
ㅇDC
ㅇㅇ325.09.12

우리 한번 더 한다

ㅇDC
ㅇㅇ425.09.12

개추

ㅇDC
ㅇㅇ525.09.12

다음을 빨리 써오지 않으면 죽을때까지 똥을 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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