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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야세 유우카는, 어딘가 상당히 불편해보였다.
오늘 바람이 생각보다 차가워서?
와이셔츠의 단추 하나가 곧 떨어질 것처럼 굴어서?
아침으로 먹었던 토스트가 덜 익어서?
샬레의 엘리베이터가 곧 고장날 것 같이 덜덜거려서?
아니,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현실이, 맞는거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쌩쌩하게 돌아다니던 사람이다.
달리기를 해도 자신보다 잘 달리고, 워낙 건강한 타입이라 잔병치레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하루아침에 죽는답시고 무덤덤하게 이야기하는 걸, 그 누가 덜컥 믿겠는가.
[ 선생님은 그런 거짓말을 하실 분이 아니라고 믿으니까요. ]
그러나, 노아가 흘렸던 그 말도 맞는 말이다.
그는 사소한 장난은 심각하게 좋아할 지라도, 제 학생들을 곤혹스럽게 할 만한 행동은 크게 경계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다름아닌 '죽음' 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한다면, 농담일 확률은 0에 수렴하겠지.
(......선생님이, 돌아가신다면......)
그의 말이 정말이라면.
이 키보토스에서 선생님이 사라진다면.
......그러고 보니, 그런 상상을 제대로 해 본 적 자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제 자신의 곁에 있으리라고, 언제까지나 자신들을 향해 미소지어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에게 너무나 많이 의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유우카 쨩. 생각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요."
그녀의 옆에서 동행 중인 우시오 노아는, 그런 유우카가 썩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으응. 머리가 복잡한 건 어쩔 수 없네."
"이해해요. 저도 지금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지만...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잖아요?"
노아의 말은 정답이었다. 속이 쓰라린 정답.
백번천번 고민해봐야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저 선생의 부름에 응해서, 그와 만나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어보는 수밖에.
그 점을 우시오 노아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이라고 작금의 이 상황이 신경쓰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일 때문에 다른 것들이 기억에도 남지 않을 지경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일단은 말을 들어봐야한다.
마치 '정신차려라' 라고 일갈하듯, '땡' 하는 엘리베이터 차임벨이 울려퍼진다.
엘리베이터의 두 문이 스르륵 열리자, 그 곳에 먼저 와 있던 선객이 이 쪽을 향해 몸을 돌린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찍 왔네, 대행."
나나가미 린은, 유우카의 인사 아닌 인사에 고개를 살짝 숙여 화답한다.
"당장 예정된 급한 업무는 없어서요. 피치 못하게 발생하는 상황에는 아유무가 선제적으로 대응할겁니다."
"그걸로 괜찮을까 싶긴 하지만..."
아마 아유무를 믿지 못한다기보단, 가뜩이나 못 미더운 총학생회에 린마저 부재 중인 상황이 신경쓰이는 것이리라.
"...선생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그것보다 급한 현안은 없다고 봐도 되겠죠."
나나가미 린은 그렇게 말하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 말인데, 대행."
"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린에게 있어, 그런 목소리는 유우카답지 않았다.
그녀답지 않은 우물쭈물 망설이는 목소리를 누군가 듣게 된다면, 아마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대행은, 그 말이 믿어져?"
"네. 믿어집니다."
린은 유우카 자신과는 다르게, 어쩌면 기운이 빠질 정도로 시원하게 즉답했다.
"이미 그런 전례가 있으니까요. 거짓말같았던 말이 거짓말같이 진짜 일어난 전례가."
"분명, 하늘이 붉게 물들었던 날이었죠."
색채의 침공. 생텀의 붕괴.
린과 노아, 두 사람은 같은 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일상이 무너지고, 처음 느껴지는 '죽음' 이라는 공포가 엄습하며, 단 1분 뒤의 미래마저도 장담할 수 없었던 그 날.
거짓말과도 같았던 그 상황을 선생은 미리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그녀들은 곧바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몇 분간은 망설였을지 몰라도......
"뭐, 그 일이 아니었더라도...선생님께서 그런 눈빛으로 말씀하시면 믿을 수밖에 없죠."
"......그건 총학생회장 대행으로서야, 아니면 당신이라는 사람으로서야?"
"...그건,"
유우카가 우물쭈물 건넨 질문은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자그마한 빈틈이라도 순식간에 찢어발겨버리는 날카로운 칼과도 같았다.
그 질문은 실제로도 날카로웠다.
평범한 이의 평범한 각오 정도라면 순식간에 쥐고 흔들어버릴만한, 아주 예리하고 날카로운 질문.
"...둘 다입니다. 총학생회의 수석행정관으로서 샬레의 고문 선생님을 믿는 거고, 나나가미 린 개인으로서 저의 선생님을 믿는 겁니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생각보다 또렷했다.
"그 정도의 확신이 필요한 직책이고, 그 정도로 신뢰하는 분이니까요."
"......그렇구나."
오늘따라 나나가미 린, 그녀가 더욱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고민덩어리인 자신과는 다르게.
"...당신은 망설이고 있는 것 같네요, 유우카 씨."
린은 그렇게 무덤덤한 말투로, 아주 넌지시 말을 꺼내두었다.
...망설이고 있다, 고.
그녀의 말은 자신이 던졌던 말보다 수천, 수만, 수억 배는 더 날카로웠다.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 쉬이 못 믿고 있는 것이겠죠."
"......응. 아니, 맞긴 한데 다르다고 해야할까, 그건--"
"--이해합니다. 쉽사리 믿을만한 이야기는 아니죠."
복잡미묘한 눈빛.
이해와 연민, 의아함과 안쓰러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께름칙한 눈으로 유우카를 보던 린은, 역시나 무심한 듯 몸을 돌려 집무실 쪽을 향한다.
"...그래도 당신이라면 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움찔, 하고.
저도 모르게 온몸이 멈칫거렸다.
나나가미 린의 뒷모습만을 멍하니 쳐다만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 말은 썩 충격적이었다.
노아를 쳐다본다.
그녀는 제법 낮선 눈으로, 유우카 자신과 린을 번갈아 바라보며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웃음기라고는 1도 없는 얼굴을 한 채로.
'당신이라면 안 그럴 것 같았다'.
그 말은 제법 충격적인 말이었고, 생각하기에 따라 심각하리만치 무거운 말이었다.
(노아도, 대행도......선생님을 믿고 있는데.)
속으로는, 선생의 제일 가는 이해자가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어린아이같은 취미도.
말릴 수 없는 장난기도.
근검절약과는 거리가 먼 소비 습관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이타적인 성품도.
그 모든 것들을 가장 먼저 접했고, 가장 완벽하게 꿰뚫고 있으며, 가장 확실하게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하야세 유우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정작 그 사람이 죽음을 고백했을 때, 자신 말고 다른 이들은 모두 그 믿기 힘든 현실을 믿기로 했다.
친구 우시오 노아도, 속을 알 수 없는 총학생회장 대행도.
...오직, 자신만이 망설이고 있었다.
남들은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기 시작할 때, 자신만이 '그 말이 진짜인가'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선생에 대해서 남들보다 뒤쳐졌다.
그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쓰라렸다.
"아...아니야!!!! 나는---"
선생님을 못 믿는 게 아니라, 그 사실을 못 믿겠는거야- 라고.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는 나나가미 린의 눈빛에, 저도 모르게 그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그게 믿지 못하는 게 아니고 뭐냐, 라는 것 같아서.
"...멍청한 이야기죠. 이런 이야기로 선생님을 믿네 안 믿네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린이 다시 한 번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이라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을 고민해야겠고, 사실이 아니라면 고민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입니다. 그 사실을 유우카 씨,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린 대행, 이제 그만 하세요."
무언가 더 이어가려던 말은, 보다못한 우시오 노아의 개입으로 허리가 잘리고 말았다.
고개를 돌려 잠시 노아와 유우카를 번갈아 바라보던 나나가미 린은, 어째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는 듯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실례했습니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이었군요."
자신도 궁지에 몰린 느낌이라고, 그녀는 또한 그렇게 덧붙였다.
"선생님이라는 사람을 믿는 것과, 선생님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믿는 것. 그건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는......저도 여전히 통 믿질 못하겠으니까요."
물론 선생은 믿음직한 사람이다.
서류 업무를 왕창 미스내고, 틈만 나면 땡땡이 칠 궁리나 하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 이라는 본분에 가히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이다.
나나가미 린이라는 사람에게 있어, 그는 갑자기 튀어나온 은인이었다.
실종된 총학생회장이 전권을 위임해놓은 유일한 어른. 아니, 유일한 사람.
싯딤의 상자로 생텀의 제어권을 회복하고, 그 모든 권한을 온전히 총학생회로 인계한 사람.
진심으로 학생들을 걱정하며, 학생들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며 크고작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사람.
지금 총학생회의 최고간부로서, 그를 존경해 마지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정력적이고 쓸데없이 튼튼한 사람이 갑자기 죽어버린다는 사실을, 심지어 그걸 당사자에게서 고백받는다면, 그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나나가미 린은, 여전히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을 뿐이었다.
"고민중인 건 다르지 않습니다. 당신도, 저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이후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세 사람 분의 걸음소리가 공허함 속을 맴돌았을 뿐이다.
몸서리쳐질 불편함에도.
소름끼칠 불안함에도.
도망치고 싶어지는 압박감에도.
샬레 집무실 문을 여는 그 소리에도.
그 어느 누구도 말을 내어놓지 않았다.
* *
"아. 와 줘서 고마워."
선생은, 그녀들을 평소대로의 미소로 환대해주었다.
"뭐라도 마실래? 커피? 아니면 주스?"
나나가미 린이 옆의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보아 의사를 확인하고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아......그래? 그렇구나."
불편하게 찾아 온 적막.
애써 지어보였던 미소와, 간신히 내어보았던 평소대로의 목소리도, 벚꽃이 덧없이 떨어지듯 힘없이 사라져버렸다.
무슨 말을 건네볼까.
오늘 아침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볼까?
모모카나 아유무는 바쁜지 물어볼까?
코유키가 특별한 사고는 치지 않았는지 물어볼까?
일이 너무 많다고 평소대로의 투정을 부려볼까?
그 많은 고민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샬레 집무실 안에는 네 사람 분의 숨소리 말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따사로운 햇살만이 무심한 듯 들이쳐, 이 아이러니한 공간 속에 불편함만을 더한다.
"......몸은, 좀 어떠세요."
우시오 노아가 간신히 꺼낸 말이, 힘겹게 울려 퍼진다.
"응. 여전히 무겁네. 링거를 그렇게 맞았는데."
선생은 곤혹스런 웃음으로 대답했다.
"이 정도로 몸이 무거운 적은 없었어. 밤샘 철야를 해도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았으니까. 나, 이래뵈도 체력에는 꽤 자신이 있거든."
잔병치레도, 큰 병도 없었다.
아무리 피곤했다고 하더라도, 자고 일어나면 몸이 금세 회복되곤 했다.
지금은 달랐다.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것이 무겁다.
몸 여기저기를 누가 찌르기라도 하듯 찌릿찌릿하다.
괜시리 자꾸 길게 숨만 고른다.
의자에 기대어 앉기만 하면 저도 모르게 멍해진다.
종종 세상이 한 바퀴 도는 듯이 어지럽다.
귀에서 자꾸 이명이 들려오는 것 같다.
조금 추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로 컨디션이 나쁜 건 처음이야."
선생은 최대한 대수롭지 않아 보이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것이 학생들의 걱정을 덜어내는 데엔 그닥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마 금방 알게 되었을 것이다.
"자! 이렇게 있어봤자 별 의미는 없잖아?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자."
자신을 바라보는 6개의 눈동자가, 그는 아마도 불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짐짓 평소같아보이려는 과장된 목소리가, 그가 내뱉을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었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나는 총학생회의 신뢰도 회복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신뢰도......말씀이십니까."
나나가미 린이 그의 말을 중얼거리듯 따라했다. 그녀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려는 생각이 없어보였다.
"...총학생회를 신뢰하지 않는 학생들보다, 신뢰하는 학생을 찾는 게 더 빠를 겁니다. 한 줌도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한 총학생회의 현실을, 총학생회 최고간부가 직접 내뱉는 그 심경은 어떠할런지.
"......보아하니, 선생님께선 선생님의 빈자리를 총학생회로 채워보고자 하시는 것 같군요."
나나가미 린이 어찌보면 무뚝뚝할 정도의 목소리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총학생회는 키보토스 전역의 행정 업무에 있어 최고상급기관이야. 샬레가 소속된 곳이기도 하고. 총학생회의 역할이 중요한 건 당연하잖아."
"듣기 좋은 이야기죠."
듣기 좋은 이야기.
선생의 이론적 정론에, 나나가미 린은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씀바귀만 한 움큼 씹은 것처럼, 씁쓰름하니 쓰디쓴 웃음이었다.
"...송구스럽습니다만, 총학생회는 뭘 독단적으로 진행해 본 적이 없는 기관입니다."
자신들이야말로 바보 중의 바보인 집단이라고, 총학생회장 대행은 냉담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전에는 총학생회장. 지금은 선생님. 그저 한 명의 독보적인 능력이나 카리스마에 의해 무언가가 추진되었을 뿐입니다. 총학생회 제복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은 여지껏 누군가를 보조하는 역할만 했을 뿐, 무언가 스스로 해 나가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녀의 말은, 지금의 총학생회를 한 마디로 압축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말대로, 총학생회는 한 명을 위한 기관이나 다름없었다.
총학생회장이 있을 때는 그녀의 독선과 카리스마에 의해 일이 돌아갔다.
에덴 조약도 그렇고, 수많은 다른 일처리도 그렇고, 총학생회의 수많은 임원들 모두가 철저하게 그녀의 일처리를 보조하는 쪽으로 나아갔을 뿐이다.
지금은 선생의 인품과 책임에 의해 모든 것이 진행된다.
선생이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학생들의 상담을 들어주고,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총학생회는 그저 공무원처럼 그를 보조하는 서류들을 발송하고 수신했을 뿐이었다.
물론 총학생회에서 해결한 잡다한 일들도 있었겠지. 그 일들 역시 키보토스에 꼭 필요한 일들이었을지 모르겠지.
그러나 정작, 총학생회의 모두는 그러한 자각 자체가 없었다. 무의식 속에 선생의 필요성을, 무자각 속에 선생의 뒷수습을 바랬을 것이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했다.
다만, 보조가 너무 익숙해졌을 뿐이었다.
주체적으로 무언가 하려고 시도조차 못 할 정도로.
"나는 총학생회가 자신들의 일에 최선을 다 해주었기에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던 거야."
"그 반대입니다. 저희가 저희의 일만 해치우기에도 벅찬 겁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업무가 그렇게 많았던 거구요."
린은 단호히 부정했다.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듯, 지당한 이론을 설파하듯, 총학생회장 대행은 자신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총학생회로 선생님의 부재 문제를 해결한다...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린은 그렇게 말하며, 노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노아 씨.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나나가미 린이 우시오 노아에게 공을 넘겼다.
어째서 날 걸고 넘어지는 거냐며.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표정을 짓는 우시오 노아는, 지금 이 순간 가장 곤혹스러운 질문을 받아들게 되었다.
"......저는......"
어렵사리 운을 띄우고, 잠시간 고민에 휩싸이듯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다.
그것으로 그녀의 곤혹스러움이 충분히 표현되었다고 보아도 되겠지.
"......불가능하다고 봐요."
가능하다고.
총학생회가 선생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고.
선생이 어떻게든 해 줄 거라고.
그런 오만한 우기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총학생회장도 없고 선생도 없던 때의 총학생회가, 과거에 이미 그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네. 이런 상황입니다, 선생님."
린이 다시 선생을 바라본다.
원하던 대답을 들었음에도, 기분은 단 하나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선생님께선, 여전히 저희가 선생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빈자리를 메꾼다, 대체한다......그런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
선생은 살며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러한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언제나처럼의 자신있어보이는 그의 미소였다.
그것이 세 사람과는 썩 다른 분위기였다. 끝도 모를 막막함이 아닌, 무언가의 가능성을 좇고 있는 듯한 당당한 미소.
"내가 총학생회의 신뢰도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건, 내 자리를 대체한다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야. 난 그것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싶어."
죽음보다 더 먼 곳.
자신이 죽은 뒤, 그 이후에 찾아 올 세상.
"결국 너희들도 언젠가는 졸업을 할 거고, 어른이 되어 세상에 나서게 될 거야. 그 도중에 찾아오는 내 죽음은 과정 속에 있는 사소한 무언가일 뿐이고."
"...사소하지 않아요."
"지금은 그렇겠지. 지금이 지나고, 시간이 흐르면......그 때는 아무렇지 않게 회상할 수 있을거야."
유우카의 부정을, 선생이 다시 한 번 부정한다.
그것은 너무나도 확신에 차 있는 목소리였다.
자신들보다 훨씬 긴 세월을 지내오고, 많은 죽음을 마주했을 그의 이야기이기에, 그렇기에 하야세 유우카가 더 이상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희들은 어른이 될 거야. 키보토스를 떠나건 여기 남건, 결국 스스로를 책임질 사람이 되겠지. 그건 당연히 찾아오는 미래야. 내가 죽는 것처럼 당연한."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또한, 아이는 누구나 어른이 된다.
그런 당연한 진리에는 그 어느 누구도 반박할 수 없겠지.
"누가 뭐라고 하던, 너희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결해나가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총학생회도 마찬가지야. 린, 너와 모든 아이들은 행정 업무 최고상급기관의 일원들로 선출된거야. 충분한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란 뜻이지."
지금에 이르러선 아무도 신경쓰지도 주목하지도 않는 이야기겠다만, 총학생회의 권한은 생각보다 막강했으며, 해결할 수 있는 일들도 다채로웠다.
그러한 총학생회의 구성원이라면, 아무리 말단이라도 저마다 하나씩은 특화된 업무가 있을 것이요, 그것이 곧 그 개개인이 총학생회 제복을 입고 있는 이유이자 자부심이 될 것이다.
"사소한 것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해. 너희 스스로 너희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면, 그 어느 누구라도 너희를 신뢰하지 않아. 내가 말하는 신뢰도는 다른 학생들의 신뢰도도 맞지만, 너희 스스로 너희에게 보내는 신뢰도도 회복하라는 이야기야."
"...총학생회장이 없는 저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초인입니다."
"그 초인이 너가 아니라는 법은 없어, 린."
선생은 여전히 미소를 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한 얼굴을 한 채로, 나나가미 린의 이름을 당당하게 입에 올렸다.
"또, 초인이 아니라면 어때? 너희는 그저 너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갈 뿐이야. 아무리 사소해도 상관없어. 너희 생각대로 무언가를 해 나간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자신은 죽는다.
설령 죽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학생들은 언젠가는 졸업할 것이다.
언제까지고 학생들의 뒷바라지를 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개개인적으로 소중히 여겨 챙겨주고 싶더라도, 그가 책임지게 될 학생들은 새로이 생겨날 것이고, 그렇기에 자신이 죽던 말던 그녀들이 스스로 성장해야 하는 것은 자명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욱 힘들고 외롭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연습하지 않으면 안된다.
"힘들거야. 어려운 도전이 될 거고, 좌절하고 싶은 일들이 얼마나 많을지도 장담할 수 없어."
선생은 앞으로 펼쳐질 고난을 귀띔한다.
"그치만...언젠가 반드시 맞게 될 일이었지. 이번엔 그게 너무 빨리 찾아왔을 뿐이야."
하야세 유우카가 나나가미 린을 바라본다.
우시오 노아도 나나가미 린을 바라본다.
나나가미 린은,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마주한다.
되돌아보면, 총학생회장이 있던 시절의 자기 자신은, 지금처럼 사무적으로 일관하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름대로 미래도 생각해보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며, 총학생회장의 업무를 보조할 무언가를 찾아 헤매이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은, 그저 사무적으로 하루하루의 일을 해치우고 있을 뿐이었다.
미래를 걱정하기엔 너무 바빴고, 닥쳐 온 일들이 너무 머리아픈 일들 뿐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선생에게만 의지하며 어리광을 피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생각이 아주 작게, 그리고 확실히 피어올랐다.
"린. 너가 날 믿는 것처럼, 나도 널 믿어."
선생이 그녀를 향해, 다시 한 번 살며시 미소지었다.
"그러니까 너도 널 믿어주렴. 그 뿐이야."
"......사실, 아직 '믿는다' 는게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나가미 린이 천천히 안경을 벗었다.
왜곡되는 것 하나 없는 맨눈으로 선생을 응시한다.
"선생님을 믿지만, 돌아가신다는 그 말도 여전히 믿지 못하겠습니다. 저희가 선생님의 사후를 대비해야만 한다는 것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총학생회장이 없는 저희가 이 키보토스를 맡아야 한다는 것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무엇보다......제가 그 일들을 총괄할 수 있을지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믿는다' 와 '믿지 못한다' 의 사이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모든 것들을 자신이 주체가 되어 해결해야한다는 그 사실과, 그러한 일을 하게 될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총학생회장을 보면서 항상 느꼈습니다. 어떻게 자신이 믿는 무언가를 저렇게 완고하게 밀고 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저렇게 확고하게 믿을 수 있을까. 그렇기에 저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까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압도적이었던 그녀의 옆에서, 자연스럽게 능동적인 무언가를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녀 없이 일을, 스스로를 책임져야만 한다는 미래마저도 애써 외면하면서.
"선생님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경청, 타인에 대한 이해, 배려, 양보. 비록 총학생회장과는 다른 형태였지만, 결론은 같았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으셨죠."
총학생회장의 믿음.
선생의 믿음.
형태는 다를지언정 같은 두 믿음을 보며, 나나가미 린은 더욱 더 깊은 수렁으로 빠졌을지도 모른다.
"...총학생회 수석행정관으로서, 총학생회장 대행으로서, 저는 제가 잘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이겠죠. 그것이 제가 각 자치구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믿기엔, 주변에 있는 이들이 너무 특출났다.
권력을 쓰기엔, 자신의 판단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어쩌면, 그게 총학생회의 포지션을 애매하게 만드는 이유였을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그 상황을 그렇게 만든 제 자신을 더욱 믿을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을 믿지 못하는 자신만이 남아 있었다.
"...이런 제가 그런 무거운 책임을 질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저는 그저 하루하루 눈 앞에 닥친 것만 적당히 해치우는, 그런 악질 공무원같은 사람일 뿐입니다."
나나가미 린은 자신을 그렇게 단정짓는다.
총학생회장처럼 소위 말하는 '큰 그림' 을 그린다거나, 선생처럼 먼 미래의 일까지 준비한다거나 하지도 못하고, 그저 눈 앞에 닥친 일들을 기계처럼 해치우고 있을 뿐.
남들의 눈에는 어떨지 모르겠다만, 그녀에게는 그런 제 자신이 뭇 한심해보이고 만 것이다.
자치구의 일은 각 자치구에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떠넘긴 것도, 혼자서는 벅찰 정도의 일을 선생에게 부탁하고 마는 것도, 그저 '그게 제일 효율적이니까' 라는 이유였을 뿐이다.
자신이 해결하기에는 버겁고 촉박한 일들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임기응변으로 넘기고야 말았던, 그러한 제 자신에 대한 고백이나 다름없었다.
"......선생님께선 아직도, 이런 제가 정말로 누군가를 이끌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응. 충분히."
선생은 단호히 대답했다.
그 대답은 맥이 빠질 정도로 호쾌해서, 하마터면 그가 자신의 말을 흘려듣진 않았나 의심하고 말 정도였다.
"내가 이런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구태여 너희들에게 털어놓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넌지시 건네오는 질문.
린에게만 던진 것은 아닌지, 그는 유우카와 노아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뭐라고 대답하더라도 정답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조차도 확신이 없었어. 그 꿈이 정말로 일어나는 일인지. 그저 꿈에 그치는 것은 아니었을지. 이런 불확실한 일로 너희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건 아닌지. 유우카에게 그런 애매한 질문을 했던 것도 그래서야. 내 스스로 확신이 없으니, 혹시나 싶어서 떠 보려고."
자신이 죽는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유우카에게 던졌던 그 질문은, 말 그대로 망설임 그 자체였다.
"이렇게 쓰러지면서 강한 확신이 들었어. 몸이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고. 그 꿈이 단순히 꿈이 아니고, 정말로 그 카드의 대가를 치를 때가 온 거라고. 그래서 내가 꿨던 꿈도, 지금까지 겪어 온 일도, 카드에 대한 것도...너희에게 모두 털어놓기로 한 거야."
어째서? 어째서 그랬을까?
선생은 그렇게 덧붙이며 질문의 끝을 장식하고, 돌아오지 않을 대답을 구태여 기다리지 않았다.
"너희들과 함께라면, 무언가 길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웃음이라기엔 너무 씁쓸하고, 쓴웃음이라기엔 너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선생이 천천히 자세를 고쳐앉았다.
"내가 죽은 뒤에 찾아 올 세상......거짓말같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갑자기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겠지. 그런 세상을 나 혼자 대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래,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너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좋은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는 법이니까.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거든."
자신이 정말로 죽던 아니던 결국 언젠가는 찾아 올 일이다.
다만 그 꿈이 선생의 직감대로 사실이라면, 그동안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들을 털어놓을 정도로 시급한 상황이다.
무언가를 대비하면서도 끝끝내 비밀을 감추어두는 건, 그건 교육자를 넘어 어른으로서도 안 될 일이다.
"린. 세상에 모든 것을 혼자 하는 사람은 없어. 총학생회장도 일을 도와주는 너희가 있었기에 초인이 된 거고, 나도 너희들이 도와주기에 선생 일을 하고 있을 수 있는거야."
특히 지금은 그 도움이 매우 절실하다고, 그는 그렇게 덧붙였다.
"이건 단순히 내가 곧 죽는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야. 결국 너희들이 어른을 향해 성장해가는 문제야. 혼자 극복하기 힘든 문제는 주변에 조력을 청하면서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그런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거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면서...말씀이십니까."
"모모카에게 교통실을 맡기고, 아유무에게 조정실을 맡기는 것과 똑같아. 누군가 널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해. 그런 도움을 청하는 건 부끄러운 것도, 바보같은 것도 아니야. 어려운 문제를 혼자 해결하겠답시고 끙끙대는 게 미련한 거지."
세상에는 쉬운 일만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때때로는 어렵고, 힘들며, 믿기 힘든 고난도 찾아오는 법이다.
그럴 땐, 그냥 도움을 청하면 된다.
힘든 일을 혼자서 해결하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도움주고 도움받으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고, 모든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될 터이다.
선생은 그런 키보토스를, 그런 세상을 그리고 있었다.
"너의 경우엔...누군가를 이끈다는 무거운 표현보다는,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날 돕는다고 할 수 있겠지. 린 쨩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돕는 게 되는거야."
결론은 같다.
그러나 말이 다르면 어감이 달라진다.
모든 일들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라질 뿐이다.
"...여전히 변한 것은 없군요. 상황은 언뜻 보면 이해하기 힘들고, 제가 제 일을 묵묵히 해치우며, 다른 사람에게 일의 부분부분을 부탁하는 것은 말이죠."
"응. 그저, 너와 모두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뿐이야."
어제와 같은 오늘을 맞이한다.
하는 일, 해야 할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제와 다른 마음이기 때문에, 오늘이라고 달리 부르는 게 아닐까.
"......총학생회장처럼 될 필요도 없고, 총학생회장이 있던 때를 부담으로 느낄 필요도 없고, 저희는 그저 저희가 하던 대로, 흔들림 없이, 망설임 없이. 남 의식할 것 없이. 그 말씀이십니까?"
"응. 타인이 총학생회에 보내는 신뢰도 회복은, 너희가 너희에게 보내는 신뢰도 회복의 다음 문제일 뿐이야. 아주아주 사소한."
총학생회의 수석행정관은 짧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가 내뱉었던 그 믿지 못할 이야기를 믿어보자고. 그를 한 번 더 믿어보자고.
그를 믿기로 한 자신을 믿어보자고.
자신의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믿어보자고.
그렇게 마음먹은 모양이다.
"......저희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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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글자수 짤릴 것 같아서...원래는 상, 하 둘이었는데 살 더 붙여서 상중하로 나눔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질듯ㅎ
난 린이 되게 좋음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고찰하고 경계하는게 ㄹㅇ 참된 리더상이야
그래서 글에 넣기도 좋은 것 같아
인게임에서 보면 선생이 무리하긴 하는데 건강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것 같더라
그런데 무언가를 계속 까먹질 않나, 쓰러지질 않나, 꿈에서 나온답시고 지껄인 이야기는 카드 운운하는 이야기질 않나...
그러면 뭔가 자신의 진짜 죽음을 직감할지도 모르겠더라
그 점을 학생들에게 천천히 고백하고, 자신이 죽은 이후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까 싶었음
이 이야기는 아마 그런 흐름에 중점을 두지 않을까 싶다
과연 완결은 몇 월에나 되려나...
댓글 6
9일뒤에 봐야긋노

너무재밌어 더써줭
단순 피폐가 아니고 철학적인 내용이네. 작가의 숙고가 느껴진다.
린짱의 도움이 과연 그에게 구원으로써 작용할지가 궁금하네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남을 도우라는 말이 어느때보다 무거운 에피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