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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악마와도 같은 포장마차 음식 ‘게헨나 철판구이 커리부르스트’
작가의 말
Q. 지난 주에 쉬었죠
A. 죄송합니다
이번 주부터 (변덕스럽게도) 현지인 학생을 출연시키기로 했습니다. 이와 같은 ‘키보토스 현지 음식’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배가 고파졌다…”
샬레 일로 출장을 마치고 나서 혼자 남으니 평소에 하는 업무 이상으로 허탈감이 몰려온다. 집무실에서 서류들과 씨름하는 것과는 또 다른 피로감에 내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하다.
이제부터 다시 샬레로 돌아가 잔업을 할 기력은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바로 집으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살아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바니타스, 바니타툼이다.
“...그래.”
모처럼 학원 자치구에 왔다. 지금은 일단 맛있는 현지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가자.
고개를 들자마자 마침 반짝이는 음식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악마와도 같은 포장마차 음식 ‘게헨나 철판구이 커리 부르스트’
게헨나 학원. 트리니티 종합학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키보토스에서도 손에 꼽히는 거대한 학원이다.
자유와 혼돈을 표방하는 게헨나의 땅은 곧 악마족의 소굴이기도 하다. 자유를 사랑하고, 속박을 싫어하며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어린 악마들의 땅.
게헨나 학원은 키보토스에서 가장 파란만장한 곳이기도 하다. 선도부가 감시하는 중심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왼쪽에서 총격이 날아들고, 오른쪽에서는 폭발이 일어나고, 정면에서는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게 일상다반사다. 조용하고 우아한 오후 간식 시간 따위는 꿈도 꿀 수 없다.
마왕이라고도 불리는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의 압도적인 무력으로 간신히 억제되고는 있지만 게헨나 출장은 항상 위험과 맞닿아 있다. 내가 아는 게헨나 학생이 무력한 나를 보호해주기 위해 동행하고 있다.
이날 저녁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쿠로다테 하루나도 나와 담소를 나누면서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다. 소란스러운 인파 속을 벗어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대화하기 편해졌을 때, 나는 문득 이 미식연구회 리더에게 물어보았다.
“하루나는 현지 음식 문화를 역시 잘 아는 편이야?”
“네, 물론이랍니다.”
‘음식’이라는 한 단어에 하루나는 매끈한 꼬리를 강아지처럼 흔들었다.
“요즘은 다양한 자치구의 음식 문화를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게헨나에서 유래한 음식들도 많이 있어요. 선생님께서는 어떤 음식이 떠오르시나요?”
“글쎄… 그러고 보니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 백귀야행에 교자 같은 건 바로 떠오르는데.”
하루나는 어머, 하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유명한 것들로는 햄버그, 바움쿠헨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먹는 슈톨렌 같은 음식이 있답니다.”
차도 쪽으로 걸으면서 나를 보호하는 하루나는 게헨나의 식문화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다. 지금도 아침을 두 번에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 많다거나, 예전에는 저녁이라 하면 차가운 음식-칼테스 에센-이 전부였다거나. 생돼지 고기를 먹는 메트라는 요리도 있다는데, 게헨나에서 유래한 요리는 맛있는 요리와 그렇지 않은 음식의 차이가 심하다고 한다.
“아, 맞아요. 게헨나의 로컬푸드를 이야기할 때 부르스트를 빼놓을 수 없지요.”
“부르스트?”
“흔히 말하는 소시지예요. 게헨나라 하면 부르스트, eine Extrawurst braten-특제 소시지를 굽는다-, 그런 관용구가 있을 정도랍니다.”
“무, 무슨 뜻이야?”
“편견, 이지요.”
“그건… 그렇겠지.”
의미를 듣고 보니 정말 그 말대로다.
“부르스트와 맥주가 어른들의 즐거움이랍니다.”
“맥주라…”
통통하고 빵빵한 소시지와 잔에 가득 채운 맥주, 궁합이 잘 맞는 두 존재가 머릿속에서 악마 합체를 이루더니 매혹의 춤을 추며 나를 감싸안는다.
아아, 안 돼… 저항할 수가 없어…
학생이 눈앞에 있는데…!
“후후. 선생님께서도 맥주를 좋아하시나요?”
“으… 조, 좋아…!”
“그럼 하나, 좋은 걸 알려드릴게요. 철판에서 갓 구운 따끈따끈한 커리부르스트를 입에 넣으면…”
“아… 앗…”
“이빨이 껍질을 파고들 때 뚫린 구멍에서 팡… 하고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육즙…!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맛과 기름기의 여운을 곧바로 목넘김이 좋은 맥주로 흘려보내고…”
“으으, 하루나, 그만…”
“자우어크라우트의 신맛으로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고 나면 고기를 다시 맞이할 준비는 끝이랍니다. 아아,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겠죠♡ 당신은 마음이 가는 대로 포크를 찔러넣고―”
“아니, 그만하라니까! 악마의 속삭임 같으니라구!”
“네, 저는 ‘악마’랍니다♪”
어느새 거리가 가까워졌다. 찰랑이는 은발이 목덜미를 간지럽히고 어깨가 부딪힐 때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풍긴다.
학생 때문에 식욕이 왕성해져 길거리에서 하아, 하아 숨을 헐떡이는 성인 남성. 선도부가 봤다가는 수갑을 채울지도 모른다. 아니, 테러 집단이라 불리는 미식연구회 부장인 하루나 쪽이 먼저 잡히지 않을까.
호흡을 가다듬는 나를 보더니 하루나는 쿡쿡 웃었다.
“그런데 너는 미성년자잖아. 맥주 마셔본 적이 있어?”
“아뇨. 방금 말씀드린 건 모두 소문과 상상에서 나온 산물이랍니다. 저는 성인이 될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니까요.”
한번 숨을 내쉬더니 하루나가 계속해서 말한다.
“술을 마시게 되면 미식에 ‘술과의 궁합’이라는 새로운 평가의 축이 생기게 됩니다. 어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경험을 쌓고, 감성을 길러 밑거름으로 삼아야죠.”
“그렇구나… 음식 앞에서는 진지하네, 하루나.”
“앗, 그… 그렇죠. 미식연구회니까요. 우후후…”
하루나가 수줍은 듯 입꼬리가 풀어진다. 얼굴은 예쁘고 말투는 고풍스럽다. 태도도 정중하며 미식에는 한없이 진지하다.
‘윤리의식만 잘 갖추면 좋을 텐데…’
욕망에 충실하다는 점에서는 게헨나 학생답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슬픈 부분이다.
다행 중 다행으로 샬레로 가는 기차를 탈 역까지는 별다른 소란에 휘말리지 않았다. 하루나 덕분이라고 30% 정도 립서비스를 섞어 말해주자 그녀는 흐뭇한 표정으로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 역 반대편 출구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에 비어가든이 있답니다. 리뷰도 좋은 편이에요.”
“엣.”
목이 울렸다―
아니, 울리지 않았다. 기분 탓이다.
“술이 메인인 음식점에 학생이 들어갈 수 없다는 건 알고 계시지요?”
“응, 그야 알지.”
“후후. 학생들 앞에서 ‘술을 마시러 간다’고 말하시기는 좀 어렵지 않으실까요?”
“그야 뭐… 그렇긴 해.”
“제가 술을 즐기게 된다면 그때는 부디… 함께해 주시겠어요?”
키보토스는 어디를 가든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깜빡했다, 분실했다 같은 예외는 용납되지 않고, 제시하지 않으면 편의점에서 술을 살 수도 없다.
음식점 입구에는 스캐너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으며 학생증 IC 칩도 그 스캐너로 인식한다. 술을 주문하려는 순간 그 학생은 미성년자 음주 단속 대상이 된다.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총학생회 및 각 학교 학생회에 전달되어 사정을 따지지 않고 정학 처분을 받게 된다.
총기를 소지하는 게 당연시되는 세상이니만큼 술을 즐긴다는 행위는 충분히 이성적인 어른들만의 행위로 한정되어야 한다, 뭐 그런 논지다. 키보토스에서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그런 규칙이 지켜진다― 심지어 게헨나라 하더라도.
“아무튼… 조심하세요, 선생님.”
윙크를 하더니 쿠로다테 하루나는 가볍게 발걸음을 돌렸다. 이대로 돌아가든지 어른의 공간으로 걸음을 옮기든지, 어른의 시간이니 원하는 대로 하라는 듯이.
'폭파만 안 했으면 좋겠는데.'
여유롭게 좌우로 흔들리는 꼬리를 바라보며 나는 내심 그렇게 중얼거렸다.
역에서 표지판 안내에 따라 여기저기 깎인 자갈 길을 걷는다. 늘어선 건물들 사이에 저 멀리 보이던 숲이 가까워진다. 또 하나 커다란 간판이 보였다. 숲과 도시의 경계선 같다. 맥주잔에 부은 맥주 그림을 보는 순간 몸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엄밀히 말하자면 건물이 아니었다. 테이블이나 의자가 맨바닥에 그냥 놓여 있고 시야 속에 포장마차 여러 군데가 보인다. 술집이라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고 마치 공원 피크닉이나 축제 장터 같은 모습이었다.
음식이구나― 뇌가 그렇게 인식한 순간 소음으로 들리던 것들이 철판에서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뺨을 스치는 바람 속에 고기 냄새와 향신료의 고소한 향이 섞여 있었다.
“한 명이시죠.”
참새 여성 직원의 안내를 받아 1인용 테이블에 앉았다. 메뉴를 보기 전부터 이미 포장마차에 줄을 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 가게 시스템을 아직 잘 모른다. 내 마음 속의 천진난만한 아이를 달래면서 메뉴판을 펼친다.
“이야…”
기본적으로 셀프 서비스다. 주문을 하러 가는 것도, 음식을 가져오는 것도 셀프다. 맥주는 따라주는 모양이지만 놀라운 점은 잔 크기였다. ‘마스’라 불리는 저 잔에는 1리터나 되는 맥주를 부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커서야 한 잔만 마셔도 너무 많은 양이지만 마침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아까 하루나가 언급했던 요리도 있었다. 커리부르스트는 철판에서 구운 것을 따로 받아서 먹을 수 있는 모양이다. 적당히 탄 고밀도 소시지에 케첩, 그리고 카레 가루인가… 어떤 가루가 뿌려져 있다. 후각에 각인된 향이 쉽게 상상이 된다.
‘돈카츠에 곁들여 나오는 채소가 쪼그라든 것 같네.’
젖산 발효를 시킨 소금 절임 양배추―자우어크라우트를―보고 처음 느낀 감상이었다. 하지만 입에 담으면 나쁜 말이 될 것이다. 어른답게, 얌전히. 계산 시스템을 파악했으니 이제 음식을 받으러 가자.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갈 때마다 포장마차 철판에서 숯불 연기와 고소한 기름 냄새가 풍겨온다.
구운 돼지고기의 달콤한 향기와 살짝 탄 향신료에서 나는 튀는 냄새가 섞여 코끝을 간지럽힌다. 그 자극이 위장을 비워둘 수 없게 만든다. 입 안이 침으로 축축해진다.
“실례합니다, 커리부르스트 주세요.”
덩치 큰 곰 인간 직원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커다란 소시지를 꺼내 철판 위에 올렸다.
‘크다.’
부르스트가 철판 위에서 춤을 추었다.
치익, 치이익… 화악!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붙었다. 한계에 다다른 표피는 더는 넘쳐흐르는 기름을 억누를 수 없다. 튀어나온 기름이 불에 떨어지자 순간 고소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것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고기에서 올라온 은은하고 달콤한 향과 향신료의 자극적인 냄새다. 그때 치익! 하는 소리와 함게 케첩이 뿌려졌다. 카레의 매콤하고 자극적인 냄새도 바람을 타고 코를 간지럽혔다.
매트한 질감의 껍질이 걸쭉한 케첩과 녹아내린 육즙으로 인해 마치 포르노처럼 번들거린다. 숨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손님, 너무 빤히 보시네요.”
“그, 그래도요.”
‘맛있어 보이잖아!!’
소리. 향기. 색. 증기에 녹아든 그것들이 내게 다가온다. 농경을 시작하기 전까지 인류는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아갔다고 한다. 고기를 앞에 둔 내 안에서 무언가 떨린다. 원시인에게 물려받은 본능일 것이다. 아드레날린이 피를 타고 올라오며 입안에서 치아가 서로 부딪쳤다.
껍질이 바삭하게 구워지자 점원이 칼을 꺼냈다. 부르스트는 그 탄력으로 힘겹게 저항해 보지만 아주 조금만 흔들려도 칼날에 굴복하고 만다. 팍 하고 껍질이 터지면서 튀는 육즙이 소스에 녹아들어 철판에 구워졌다. 계속 떠돌고 있던 향긋한 수증기가 수백 배의 농도로 후각을 자극해 식욕을 돋운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기요.”
완성이다.
종이 접시에 담긴 원형으로 자른 부르스트에 케첩 같은 소스를 뿌리고, 기름으로 광택이 흐르는 새콤달콤할 듯한 붉은빛에 매콤한 카레 향도 올라온다.
브라트카르토펠른(독일식 감자튀김)과 자우어크라우트도 곁들여 열기가 전해지는 종이 접시는 이미 가득 찼다.
그리고 또 손목이 아플 정도로 무거운 맥주잔을 들고 자리에 앉으니 맥박이 빨라진다. 차림새가 예쁠 때 사진을 한 장 찍는다. 파일 전송용 모모톡에 사진을 업로드하고 물방울이 떠다니는 마스를 들었다.
꿀꺽.
‘아직 안 마셨어!’
제멋대로 움직이는 성격 급한 목구멍에 흘려 넣는다.
들이킨다.
붓는다―
“...오옷.”
너무 맛있잖아. 선명하고 상큼한 쓴맛이 목구멍 깊숙한 곳으로 미끄러지듯이 넘어간다. 트리니티 흑맥주와는 또 다른 중후한 맛이다. 잔이 조금 가벼워졌지만 아직 3분의 1도 채 마시지 못했다. 싸움은(싸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그럼…”
포크를 들어올린다. 케첩을 가득 묻힌 커리부르스트 조각이 작은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껍질 다가올 시간을 기다리며 껍질 안쪽에서 숙성됐을, 꽉꽉 들어찬 고기 속에는 틀림없이 엄청난 맛이 담겨있을 것이다.
부르스트를 입으로 가져오자 향신료의 향이 선제공격을 가했다. 고기, 토마토, 카레. 약속된 맛을 뜻하는 냄새의 조합에 이제는 얼마나 나왔는지도 모를 침이 목구멍을 촉촉하게 적신다.
들끓는 흥분과 함께, 이제 시작이다.
우물…
“......!!”
이건 우승이다.
새콤달콤한 맛과 향신료의 향기, 그리고 고기의 맛이 만들어낸 크로스파이어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악마의 맛이다.
안 돼, 이건 안 돼. 안 된다고.
미쳐버릴 것 같다.
마트에서 파는 싸구려 소시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지금까지 소시지라 생각했던 건 대체 뭐였단 말인가.
한 조각 더― 우적, 팡…!
식감은 부드럽지만 쫄깃쫄깃하다. 먹을 수 있으면 먹어보라는 듯이 어금니를 밀어붙인다. 그 저항을 깨물자 육즙이 흘러나오며 조잡한 만족감을 선사해 주었다.
한 조각 더. 이번에는 케첩을 듬뿍 묻혀서. 끈적거리는 붉은 케첩이 포크에서 주르륵 흘러내려 감자를 적셨다.
“...맛있어!”
케첩의 신맛과 매콤한 카레 향이 잘 어울린다. 맥주가 꿀떡꿀떡 넘어간다. 1리터 크기라서 그런지 마셔도 마셔도 다 떨어지지 않는다.
단독으로 먹기에는 너무 신맛이 강할 자우어크라우트도 남자의 맛에 푹 빠진 뇌를 중립으로 돌려놓는다. 그렇게 입안이 개운해졌을 때―
“이거 굉장한데…”
고기의 맛을 무한히 맛보게 된다.
이 감자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포슬포슬하다. 약간 딱딱하게 주워진 베이컨의 짭쪼름한 맛이 다음 맥주 한 입을 부른다. 벌써 술기운이 돌기 시작했나. 맥주는 줄어드는데 잔은 무겁다.
우걱우걱.
으적.
꿀꺽… 꿀꺽…
와작…
“...안 돼. 이건 진짜 좋지 않아.”
멈출 수 없다. 접시가 점점 가벼워진다. 쫄깃하고 맛있는 부르스트는 계속 먹다 보면 금방 기름기에 물릴 것 같지만 자우어크라우트의 신맛에 다시 고기가 먹고 싶어진다. 중간에 감자를 한입 베어물면 후추 냄새가 식욕에 불을 지핀다.
물러설 것이냐, 나아갈 것이냐.
잔이 비었다.
기분 좋은 허탈감 속에서 나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아직 위장에는 여유가 있다. 아직 할 수 있다는 말은 이제 위험하다는 말이라고, 어디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
“......”
시바견 시민이 가득 찬 마스를 들고 옆 테이블에 앉았다.
황금빛 액체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형광등 불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시각적 정보가 해마를 자극한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향기, 상큼한 쓴맛, 크리미한 거품의 부드러운 유혹…
“푸핫~~~! 맛있어어~~~~~!”
‘갈 수밖에 없잖아!’
자유와 혼돈. 그것이 게헨나 학원의 교풍이다. 자치구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은 이곳의 방식에 몸을 맡겨야 한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Do as the Roman do.
그렇다. 여기서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미덕이다. 악마의 유혹에 코끝을 들이밀고 마는 것이 게헨나에서는 마땅히 그래야 할 모습임이 틀림없다. 우쭐대지 말라고 꾸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어디서 누가 그러는 거야.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주마.
“우쭐대야지~~~~!!”
쾅 하고 테이블을 내리치며 일어선 나는 입술에 남은 케첩을 핥았다.
“...핫.”
일어나셨군요.
“!?”
오른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히무로 세나가 있다. 온몸에 전해지는 진동에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는 응급의학부 구급차였다.
“어… 세나.”
“물 드세요.”
“혹시 나.”
“물 드세요.”
“취해서.”
“물.”
“아, 알았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세나가 강경하게 생수를 권했다. 그러고 보니 ‘또’ 물을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붕 뜬 머리로 떠올렸다.
“역 앞에서 시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으, 응… 미안… 너무 오버해서…”
“기분은 어떠시죠?”
“졸려. 근데… 메스껍고 막 그렇지는, 않네.”
세나의 무감정한 말투가 귀를 파고든다.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잘 느껴진다. 설교를 듣는 아이처럼 나는 조수석에 웅크려 앉았다.
“집 주소를 알려주세요.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아냐, 여기서 가까운 역에 내려 줘.”
“내일은 쉬는 날이니 아침까지 간병해 드릴게요.”
“그,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선생님 댁에 들어가서 기정사실을 만들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서요.”
“뭔가 다른 길로 새지 않았어!?”
“아프시지 않게 할 테니 안심하세요. 다 끝나면 관공서로 가요.”
“무슨 소리야!?”
그 뒤 어떻게든 집 근처 역에서 내려주기로 세나와 타협(?)을 했지만… 스릴 넘치는 시간이었다. 맹공격을 퍼붓는 육식동물에게 도망치는 초식동물 같은 기분으로 세나를 상대하다 보니 술도 다 깬 것 같았다.
일단 이날을 기점으로 소시지는 좀 더 좋은 것으로 사 먹기로 했다.
계속.
커리부르스트 만드는 법
<재료(3인분)>
소시지: 6개 (크기, 개수는 취향껏)
감자: 2개
토마토 케첩: 3큰술
카레가루: 1작은술
샐러드유: 1/2큰술
<과정>
① 소시지는 대각선으로 반으로 자른다. 감자는 씻은 뒤 랩으로 감싸 전자레인지(500W)에 4~5분 정도 가열한 뒤 한입 크기로 자른다.
② 토마토 케첩과 카레가루는 섞어 둔다.
③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①을 넣어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②를 넣고 잘 섞으면서 볶는다.
댓글 11
맛있겠다
아 안마시려 했는데 땡기네

학생이 술좀 마실수도 있지 거참
고독한 센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