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S #드라마 #쿠로코 #???
원본 by 古代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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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는 것도 오랜만이네.”
샬레의 집무실에 온 것이 대체 얼마 만일까.
엉망진창으로 어질러져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돈되어 있다.
마치 누군가가 언제나 드나들고 있었던 것처럼.
“이건……?”
내 책상에 붙은 무수한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혹시라도 돌아온다면’으로 시작되는 여러 학생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내가 자리를 비운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를 기다려 준 모양이다.
“이런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면, 방도 정리되어 있어야 마땅하겠지…….”
후후, 하고 메마른 웃음과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토록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귀환을 바라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기약도 없고, 읽을지조차 모르는 이 포스트잇을 남겨두었다는 사실에 애틋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없는 동안에도 출입이 꽤 잦았어.
연방학생회가 일부…선생님과 친분이 깊었던 아이들에게는 허가를 내줬던 모양이야.”
시로코가 그렇게 말했다. 익숙한 손길로 찬장에서 컵 두 개를 꺼낸다.
“……?”
“왜? 커피, 우유 많이 넣는 걸로 되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거의 동시에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는 순간 깨달았지만 역시나 묘하게 생활감이 느껴진다.
“시로코,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연방학생회로부터 허가를 받은 거, 너도 포함이야?”
색채의 영향을 받은 그녀이긴 하지만, 저쪽 세계에서는 분명 ‘나’와 단둘뿐이었으니 손길이 익숙한 것도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연방학생회가 위험인물로 분류될 수도 있는 ‘테러’ 측의 시로코에게 허가를 내주었을 리는 만무하다.
“응, 내가 아니야. ‘이쪽’의 시로코가 허가를 받았어.
하지만 인증 시스템상으로는 나나 ‘이쪽’의 시로코나 똑같은 스나오오카미 시로코니까.
…연방학생회에 들켰을 때는 혼나긴 했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 책상 위에 커피가 담긴 컵 두 개를 놓았다.
그리고 의자를 끌어와 내 의자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거 완전 아웃로 아니야?”
조금 어이가 없으면서도, 확실히 똑같은 ‘스나오오카미 시로코’라면 문제는 없나? 하는 의문을 품으며 그녀가 타 준 커피를 홀짝였다.
밖은 아직 어두운 그대로였지만, 밤이 끝나가는지 희미한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모두, 선생님이 언젠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 나도.
그래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실제로 돌아왔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책상 서랍에서 파일을 꺼내 내가 볼 수 있도록 펼쳤다.
“선생님이 사라진 건 내가 모두에게 받아들여진 이후였어.”
그녀는 파일 속 사진 한 장, 아비도스 아이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을 가리켰다.
“선생님이 머물 곳을 주었으니까. …지키고 싶었어.”
그 목소리는 아주 조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연약하다고는 할 수 없는, 확고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나는. …부탁받았을 터였는데 말이야.”
과거 또 다른 ‘나’로부터 부탁받았었다.
‘학생들을 잘 부탁합니다’라고. 그런데 나는…….
“선생님. 생각 중인데 미안하지만, 아마 곧 누군가 올 거야.
다들 샬레에 오는 시간만큼은 빠르니까.
기적을, 기도하고 있었으니까.”
시로코가 말을 마친 직후,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아직 새벽이라기엔 이르다.
이런 시간에? 라고 생각한 찰나, 또각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적어도 나와 시로코는 앉아 있으니 또 다른 누군가다.
“…누굴까?”
조명을 최소한으로만 켜두었기에 아직 사무실에 내가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시로코의 성격상 만약 위험 요소가 있다면 경계 태세를 취했겠지만, 그녀는 총에 손을 대기는커녕 그저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이었다.
즉, 대강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으며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리라.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만약 습격이라 해도 지금은 싯딤의 상자도 있고, 시로코도 있다.
테러 측의 시로코이긴 하지만, 그것은 즉 우리가 과거 총력을 기울여 대치했던 최강급의 아군인 셈이다.
잠시 발소리가 멈췄다.
다음 순간, 뛰는 듯이 발소리가 빨라졌다. 몇 초 후, 문이 열렸다.
“선…생…님……?”
“엣……?”
열린 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마도 샬레에 가장 자주 드나들었을 소녀, 하야세 유우카였다.
예전과 다름없는 단정한 차림으로 그녀는 그곳에 서 있었다.
“…안녕. 아직 어두운데 꽤 일찍 왔네.”
어안이 벙벙해진 그녀를 보며 농담 섞인 인사를 건넸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 미안해. 내가 없는 동안 관리해 줘서 고마워.
그런 말을 건넸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나온 말은 이것이었다.
“하……? 에……? 선…생…님……?”
가느다랗게 새어 나오는 목소리로 중얼거림과 동시에, 유우카가 들고 있던 서류들이 흐르는 물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우카, 서류 떨어뜨렸어.”
어느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간 시로코가 손에서 미끄러진 서류들을 줍고 있었다.
“응, 왜 그래?”
시로코는 일부러 시치미를 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유우카에게 서류를 건넸다.
내가 평소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양 행동해 주고 있는 것일까.
“왜 그러냐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그보다 시로코 너도!! 왜 그렇게 태연한 건데!!
선생님도 ‘안녕’이 아니라고요!!!
지금까지 어디서 뭘 한 거예요!?
선생님이 없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요!!!
내가 얼마나…걱정했는지…아느냐고요……. 바보…….”
봇물 터지듯 희로애락이 눈사태처럼 쏟아져 내렸다.
결국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주저앉고 말았다.
“응, 일어날 수 있어?”
시로코가 유우카에게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유우카는 울면서 나를 노려보듯, 하지만 기대가 섞인 시선을 보내왔다.
“…미안했다.”
그저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어떤 사정이 있었든 그것은 그녀들이 알 수 없는 영역의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한 소녀를 울린 것도 사실이다.
“…선생님에게도 여러 일이 있었으니까 너무 깊이 캐묻지는 말아줘.”
시로코가 유우카에게 고했다.
시로코 역시 원래 세계에서의 상실을 들춰내는 것을 원치 않기에, 내가 많은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배려해 준 것이리라.
“…알겠어요. 흑……. 하지만 선생님. 한 대만, 때리게 해주세요.”
토라진 표정으로 유우카가 내게 말했다.
시로코처럼 꾸짖지도 않는 완전 긍정보다는 훨씬 낫다.
순수한 분노 쪽이 이해하기 쉽다.
그녀의 앞에 서서 눈을 감았다.
“…괜찮으신가요?”
유우카가 물었다.
당연한 귀결이자 뺨 한 대로 끝난다면 너무 싸다고 생각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별문제 없다는 뜻이었다.
“그럼, 갑니다.”
다음 순간, 뺨이 아니라 무언가 정면에서 뛰어드는 감각이 느껴졌다.
놀라 눈을 떠보니 유우카가 나를 껴안고 있었다.
“유우카……?”
무심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에 응하듯 매달린 채 내 등을 감싸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가슴에 얼굴을 묻은 그녀로부터 약간의 습기가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고 있었다.
마주 안아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 정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옆에서는 부러운 듯 시로코가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치 ‘내 몫은?’이라고 눈으로 호소하는 것처럼.
“……선생님. 정말로…계시는 거군요.”
겨우 진정되었는지 유우카가 떨어지며 물어왔다.
“…왜 사라졌었는지, 뭘 했었는지는 지금은 묻지 않을게요. …어서 오세요, 선생님.”
눈을 붉게 적신 채, 최대한의 미소를 지으며 유우카가 말했다.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녀왔어’라고 할게.”
내가 선생님이어도 되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의 유우카에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직 냉정해지지는 못한 모양이다.
좀 더 유우카에게 여유가 생겼을 때 말하자고 생각했다.
“……내가 없는 동안 여러모로 고마웠어. 도움이 많이 됐어.”
이번에는 그렇게 전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 진심만은 진짜였다.
“네…네……!! 하지만 선생님, 돌아오신 이상 이제부터 인사 투어 다녀야 한다고요!!
키보토스 전체에 선생님 실종 사건이 뉴스로 나왔단 말이에요!!
책상 위 포스트잇도 보셨죠!?
선생님은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한다니까요!!
자, 정신 바짝 차리고 모든 자치구 순례하는 거예요!!!!”
안도, 그리고 분노, 마지막에는 분발.
지금의 내 처지에서 보자면 참 활기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엑…싫어….”
순수한 푸념이 새어 나왔다.
나는 그저 ‘돌아와 버린’ 것뿐이었다.
내가 없어도 세계는 돌고 키보토스 역시 파탄 나지 않은 채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굳이 나의 유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응, 포기해. 아마 몇 시간 뒤면 모든 학구에 소문이 퍼질 거야.”
손안의 휴대전화에 시선을 던지며 시로코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세계는 아직 나를 단순한 방관자로 내버려 두지 않을 모양이다.
“한 번 무대를 내려왔음에도 다시 변덕스럽게 발을 들여서 그 안에서 배우가 조금 모여 희곡을 연기하나 싶었더니, 막간극도 없이 재연이라니.
나는 아무래도 ‘선생님’일 수밖에 없는 걸까.”
유우카를 바라보니 물음표를 띄우고 있고, 시로코를 보니 어깨를 으쓱하고 있다.
아직 세계는 나를 걷게 하려는 모양이다.
소모되고 무너졌음에도 그것을 바란다면, 나도 조금만 더 발버둥 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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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어 이 시리즈 진짜 다음화있었네 ㅋㅋㅋ 여기서 끝인가?
작가님 말에 유서니 유서의 속편이니 흉흉한 표현이 있던데 자전적인 느낌으로 쓴 모양. 원래 팬픽 쓰시던 분이 오랜만에 붓 드신 건데 일단 여기서 끝 아닐까요 ㅋㅋ
@[캐서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