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오역 지적 환영
루비문자는 단어[윗첨자] <- 이렇게 표기함
다음에 핫산할 소설 추천받습니다 모음집에 댓글로 적어주세요
--------
『시로코, 오랜만이네.』
「응, 신기하네, 선생님.」
어느 날, 선생은 슬쩍 들른 슈퍼에서 시로코와 마주쳤다. 저녁 식사 재료를 사던 중이었는지, 그녀의 카트 안에는 식재료가 가득했다. 인스턴트나 도시락이 아닌 걸 보니, 아무래도 제대로 직접 요리해 먹는 모양이다.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저녁거리 사러 왔어?』
「응. 오늘 여기가 싸거든.」
선생은 모르고 들어왔지만, 확실히 가게 안에는 SALE이라는 글자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 덕분인지, 눈에 보이는 범위의 선반은 어디든 물건이 별로 없었다.
『미안, 방해했네.』
「아니, 괜찮아. 필요한 건 이미 다 담았으니까.」
아무래도 계산대로 향하는 길에 마주친 모양이다.
『그럼 이만.』
「잠깐만, 선생님.」
특별한 이유도 없이 따라가면 민폐일 거라 생각하고 헤어지려던 선생이었지만, 시로코가 막아서는 바람에 멈춰 섰다. 시로코는 마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듯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했다.
「밥, 먹으러 올래?」
***
『잘 먹었습니다.』
「별거 아니었어.」
장소는 바뀌어 시로코의 집. 이 세계에 호적이 존재하지 않는 시로코였지만, 빈집을 빌려 생활하고 있었다. 그 거실에서, 선생은 시로코가 대접한 요리를 전부 먹어치우고 손을 모았다. 그 모습을 시로코는 어딘가 기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맛있었어, 시로코. 고마워.』
「천만에. 입에 맞았다니 다행이다.」
그렇게 말하며 식기를 치우는 시로코. 선생도 최소한 그 정도는 하겠다며 나섰지만, 다름 아닌 시로코가 앉아 있으라고 말하는 바람에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할 일이 없어진 선생은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액자에 담겨 장식된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그건 시로코와 선생의 투 샷. 선생은 본 기억이 없는 투 샷이었다.
「그거, 신경 쓰여?」
설거지를 마친 시로코가 손을 닦으며 돌아왔다.
『미안, 마음대로 봐서.』
「딱히 신경 안 써도 되는데. 그냥 장식된 걸 본 것뿐이잖아.」
『그는 프레나파…… 시로코 세계의 선생님이야?』
「프레나파테스라고 해도 돼. 응, 내 세계의 선생님. 선생님이 프레나파테스가 되기 전의 사진이야.」
『그러고 보니 시로코는……』
「응. 선생님이랑 교미*…… 가 아니라 결혼했었어.」
*역주 : 원문은 番(つがい)
그렇게 말하며 사진을 쓰다듬는 시로코의 눈동자에는, 지금도 여전히 사랑스러움이 남아 있었다. 그 모습에, 선생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의 처지를 생각하면, 시로코의 검은 옷도 상복처럼 보일 정도였다.
「나, 미망인이야.」
『……미안.』
「응, 선생님이 왜 사과해? 방금 건 웃어야 하는 부분인데.」
『아니, 못 웃겠어.』
비록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고는 해도, 프레나파테스에게, 시로코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한 것은 다름 아닌 선생 자신이다. 그것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 선생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시로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거야말로 신경 안 써도 돼. 선생님은 이미 그 시점에서 죽어 있었어. 오히려 나는 감사하고 있어. 끝까지 싸운 끝에, 죽어서도 멈추지 못했던 선생님을 구해줘서.」
그 목소리에는 거짓의 빛이 없었다. 시로코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나도 마음이 놓이네.』
선생은 사진에 찍힌 다른 세계선의 자신을 눈에 새겼다.
『시로코. 그에 대해 알려주지 않을래?』
「염장 지르는 얘기가 될 텐데, 괜찮아?」
『물론이지.』
시로코의 농담에, 선생은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 눈동자에서 강한 의지를 읽은 시로코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입을 열었다.
「나와 선생님은――」
***
나와 선생님이 사귀다 결혼에 이르렀을 무렵에는, 선생님의 몸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이제 오래 살지 못할 거라며 망설이는 선생님을 내가 밀어붙인 셈이다.
선생님과 나의 만남은 대부분이 병실에서 이루어졌다. 어딘가로 여행을 가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그런 평범한 부부 같은 생활은 할 수 없었지만, 나는 선생님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선생님은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되었다.
선생님은 가끔 집에 돌아오는 것이 허락되었다. 그럴 때면 나는 항상 요리를 대접했다. 선생님이 내가 만든 것을 먹어주었으면 했으니까. 그래서 아마추어였던 요리 실력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늘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의 증상이 악화되었다. 소화 기관이 망가진 모양이었다. 고형물을 먹기 힘들어졌고, 서서히 유동식이 주식이 되어갔다. 그래도 나는 선생님이 돌아올 때면 식사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자, 아―앙.」
『아―앙.』
「어때?」
『맛있어. 고마워, 시로코.』
가장 힘든 건 선생님일 텐데, 그런 기색은 조금도 내비치지 않고 선생님은 웃었다. 그 모습에 나는 가슴이 미어지면서도 미소로 화답했다.
「나도 요리 실력이 늘었지?」
『그러게. 일단 구우면 괜찮을 거라면서 이것저것 태우던 그 시절이 그립네.』
「정말, 그건 잊어줘.」
『하하하, 시로코한테는 흑역사일지도 모르지만, 나한테는 좋은 추억이야.』
「선생님도 참.」
나는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선생님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다정하게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선생님이 웃어준다면, 그걸로.
『잘 먹었어.』
「그럼 치울게.」
나는 선생님의 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향했다. 그릇에는 아직 절반 정도가 남아 있었다. 최근 들어 점점 먹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들었다. 그것이 이별의 카운트다운처럼 느껴져서, 나는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도록 등을 돌린 채 얼굴을 찡그렸다.
『미안해, 남겨서.』
「아니야. 먹어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렇게 말하고 나는 선생님의 옆에 앉았다.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은 여전히 모래로 뒤덮인 황량한 거리 풍경이다. 분명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이리라.
「무슨 생각 해?」
『어떻게 알았어?』
「이제 몇 년이나 같이 있었으니까.」
『그런가, 그렇네.』
그 말을 끝으로 선생님은 입을 다물었다. 정적이 우리를 감쌌다. 나는 살며시 선생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전해져 오는 선생님의 온기는, 예전보다 어딘가 미약했다.
「몸은 어때?」
『응,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
「그럼 다행이다.」
선생님과 함께 창밖을 바라본다. 짝일까, 자세히 보니 담벼락 위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서로에게 기댄 채 졸고 있었다.
『미안, 졸리네.』
창밖의 고양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식후에 잠이 온 걸까. 나는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한 선생님의 몸을 눕히고 무릎베개를 해주었다.
「푹 쉬어도 돼.」
『고마워, 시로코. 이러면 푹 잘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평온한 숨소리가 들려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선생님은 한동안 깨어나지 않는다. 시로코는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선생님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이렇게 잠들어 있을 때는 예전의 선생님과 다를 바가 없다. 잠자는 동안만이라도 평안하기를, 시로코는 하늘에 빌었다.
「아직, 괜찮은 거지……」
선생님 앞에서는 보이지 않으려 했던, 희미한 불안이 섞인 목소리로 나는 중얼거린다. 분명 괜찮을 거야. 아직 함께 있을 수 있어. 그렇게 믿지 않으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선생님이 점점 멀리 가버릴 것만 같았다.
「선생님, 사랑해.」
나는 살며시 선생님에게 입을 맞춘다. 문득 밖으로 시선을 옮기니, 고양이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서로에게 기댄 채 졸고 있었다. 나는 다정하게 선생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 날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이어지기를 바랐다.
------
시로코*테러의 상대는 프레나파테스가 아니면 안 된다. 제 안의 사명감이 그렇게 시켰습니다.
그래서 일단 번외편으로 다루었습니다.
그녀들의 한때가 평안하기를.
--------
댓글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