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삽화가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해당 화수에 삽입된 삽화는 AI 제작임을 밝힙니다.>
* * *
"네, 뭐라고요?!"
[노노미 보고! 총 쏘라고 하면 돼!!]
"네!!!?"
타다다다다당!!!!
타닷타닥!!!!
콰앙!!!!!
온갖 굉음이 울리는 전장에서도 성실하게 오는 전화를 받아버린 아야네는 그런 반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야네! 스팸이면 그냥 끊고 와서 쏘기나 해! 급해 죽겠다고 지금!!!"
"아, 아! 네!"
세리카의 타당한 성질이 섞인 외침에 답하면서도 아야네는 금방 전화를 끊을 수 없었다.
누구지?
노노미 선배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건 둘째치고 다짜고짜 총을 쏘라고? 어디에?
[지면에!!]
"꺄악?!"
[적에 대고 쏘라는 거 아니야! 어차피 탄약 아껴야 해서 함부로 못 나서는 상황이지?]
정곡을 찔러버린 외침에 전화를 놓쳐버릴 뻔한 아야네에게 닥친 것은 당황스러움 다음으로 황당함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납득이었다.
[헬멧단은 소대장으로 보이는 인원까지 너희 학교 운동장 아주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어! 너희는 소수고 본인들이 다수! 당연하면서도 지나친 자신감에 사주경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자만하고 있는거지!]
"그, 그래서요...?"
[지금 노노미와 세리카가 쓸 수 있는 탄약은 얼마나 남았어? 이 전투에 전부 쏟아부을 순 있는 양이야?]
"그렇긴 한데요,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서 탄을 다 쓰면 앞으로-"
[좋아, 지금만 넘길 수 있다면 문제없어! 오늘 중으로 샬레 이름으로 지원 물자가 제대로 도착할테니까!]
"샬... 레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깊은 곳에서 치솟아오르는 검은 감정.
아아, 어째서.
어째서 이 증오스러운 목소리를 잊고 있던 거지.
순진하게 대답하고만 있던 아야네의 목소리가 그 순간 바뀌었다.
"당신, 설마."
[자세히 설명할 시간 없어! 노노미의 사격으로 지면에 흙먼지를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방패병, 그러니까 유메가 지금 위치에서 20, 아니 30m 가량 전진! 직후 유메는 왼쪽으로, 세리카는 진지 밖으로 나와 우측면을 치게 해!]
인근 옥상 위에서 한 손에는 쌍안경으로 전장을 내려보고, 한 손에는 전화기를 들어 통화를 이어가던 선생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거기서 적을 섬멸하려는 게 아니니 적절히 총알 아껴! 일련의 움직임만으로도 적측 대장은 혼란스러워할 거고, 병력들을 최대한 자신을 호위하도록 모이게 할 거야! 그 상태에서 흙먼지가 걷히거나 소대가 빵 반죽처럼 뭉쳐서 전진해오는 그 시점에 노노미가 모든 화력을 쏟아붇는다! 그쯤 되면 유메와 세리카가 양측면에서 벽의 역할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뭉쳐 있는 적에게 집중사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지!]
"......당신."
[발언자 말고 발언 내용만 단순하게 생각해, 아야...... 오쿠소라 양! 내 말이 황당하게만 느껴지면 그냥 전화를 끊고, 조금이라도 타당하다고 생각하면 내가 말한 그대로 지시를 내려! 거기서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은 오퍼레이터인 너 뿐이야!]
"......"
"아야네! 아까부터 뭐 하고 있는 거야!!"
"아야네 쨩...?"
거듭 화를 내는 세리카.
의아한 듯 아야네를 바라보는 노노미.
그리고,
멀리서 우직히 총알을 받아내며 슬쩍 돌아보는 유메.
맑고, 또렷하고 단단한 눈빛에 마른침을 삼킨 아야네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 외쳤다.
"노노미 선배!"
* * *
'다행히 계획대로 되고 있네.'
쌍안경에서 눈을 뗀 선생은 돌아가는 전황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싯딤의 상자로 직접적인 지시를 하나하나 세심히 짚어줄 수 없는 현 상황에선 선생의 지시대로 현장지휘를 하는 오퍼레이터의 역할이 막중했고, 아야네는 선생의 기대대로 훌륭한 지휘를 내려주는 모습이었다.
노노미의 지면을 향한 집중적인 사격으로 시야가 가려지는 직전 유메와 세리카가 튀어나오는 모습에 당황한 헬멧단 대장이 우왕좌왕하더니, 넓게 퍼져 있던 인원들이 한 군데로 모이는 움직임이 흙먼지 사이로 보였다.
사실 헬멧단 대장이 본인을 중심으로 병력을 모이게 할 거란 예측은 어느 정도 도박이 섞여 있었지만, 선생이 알고 있는 헬멧단원들의 보편적인 전략과 특성은 다행히 이 세계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는 듯 했다.
'게다가 평소보다도 더 당황한 상황일 거야. 여기 헬멧단은 아비도스 아이들을 상대로 연전연승이었으니, 제대로 된 반격을 할 거란 생각도 못했겠지.'
투다다다다!!!
노노미의 젼혀 미니하지 않은 미니건이 불을 뿜었다.
지금까지 당하기만 했던 울분을 여기서 다 풀겠다는 기세로 쏘아지는 전탄이 뭉쳐 있던 헬멧단원들을 무자비하게 덮쳤다.
어느새 전진해 좌측과 우측에 위치한 유메와 세리카는 빈약한 바리케이드에 몸을 맡기고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는 모든 총알을 소모할 기세로 사격을 가했다.
그렇게 완성된 3면 포위 섬멸 전술에서, 패닉에 빠진 채 얻어맞던 헬멧단원들은 열려 있는 퇴로를 향해 줄행랑을 치기 시작한다.
총에 맞고 기절한 듯 축 늘어져 있는 본인들의 대장을 끌고가다시피 하면서.
그렇게 승기가 확정된 시점에서, 선생은 쌍안경으로 아야네가 다시 전화를 드는 것을 확인하며 다시 본인의 전화를 귀에 가져갔다.
어느 쪽도 통화를 끊지 않은 상태였다.
"오쿠소라 양."
[샬레의, 선생님.]
"샬레에서 보낸 공문은 받았지? 내 상태가 어떤지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선생은 아랑곳 않고 할 말을 끝냈다.
"아비도스 학생회와 잠깐 대화를 나누고 싶어. 거기서 11시 방향 건물 옥상에 있으니 오래 안 걸릴거야."
그 말에 고개를 돌린 아야네의 시선이 선생과 마주쳤다.
손을 흔들어줬지만 잔뜩 구겨지는 얼굴에 쓰게 웃으며 선생은 내려가기 위해 등을 돌렸다.
계단을 내려가며 들리는 발걸음마다 자신의 심장 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기분이었다.
선생은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 아비도스 애들 자신이 알던 그 애들 아니다.
학생회장인 유메의 성격이 어떨진 모르겠는데, 그간 고생했을 거 생각하면 고운 표정이 나올 거란 기대는 안 하는 게 나을거다.
희망회로 같은 거 품지 말자, 일단 웬만한 욕은 기본 패시브로 날아올지도 모른다. 아니 예측 말고 진짜 그럴 거라 생각하는 쪽이 건강에 이로울 거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아비도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쨍한 햇빛이 다시 눈을 때렸다.
여전히 커피물에 젖어 있는 웃옷을 입을 수도 없던 선생은 넥타이만 바로 매고, 마른 한숨을 내쉰 선생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었다.
아비도스 학교 정문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긴장이 커진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반가운 얼굴들이지만 저들 입장에서 나는 빌어먹기만 할 얼굴이겠지.
그런데,
그러고보니 여기 선생도 아비도스에 방문한 적 있겠지?
선생을 알고 있는 아비도스의 반응이라면 최소 안면은 있을 터였다.
만약에,
설마 호시노와 시로코의 실종에도 '내'가 관여되어 있다면......?
......뭔가 성급했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다른 아이들의 앞에 서 있는 유메가 자신과 눈을 마주하더니 방긋 웃었다.
호시노가 알려준, 자신이 과거 환상에서 마주했던 유메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보이는 인자한 미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음에도 그 미소에 선생이 일순간 설마 하는 착각까지 가질 정도의 미소를 유지한 채, 그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선생은 우선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러고 그녀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손을 들어보이며 조심스레 그 이름을 불렀다.
"쿠치나시 양-"
콰직!

부름에도 멈추지 않고 다가온 유메는 품에서 꺼낸 권총을 역으로 잡아 그대로 선생의 얼굴을 가격했다.
권총 손잡이의 넓은 면적에 눈가가 가격당한 선생은 쓰러질 때 박은 뒤통수 충격도 집어삼키는 불로 지지는 고통에도 무심코 외쳤다.
"자, 잠깐만-"
퍼억-
암전되어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시야 때문에 허우적 대던 선생은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에 헛숨을 내뱉었다.
"억. 어억...... 그어어......"
지나친 충격에 마비가 온 것마냥 땅바닥에 엎어져 경련하는 선생을, 유메는 여전히 그 미소를 유지하며 내려보고 있었다.
그녀라곤 생각지도 못할, 아주 차가운 눈을 띄며.
* * *
'하하, 선생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비도스 여러분?'
첫만남은 나쁘지 않았다.
그것마저도 자신의 멍청하고 안일하기 짝이 없는 생각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처음에 느끼기엔 그랬다.
'아비도스 고등학교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쿠치나시 유메입니다! 부족한 학교지만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부족하긴요. 열세인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훌륭하게 대처해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탄스럽군요, 유메 양.'
어느 날 갑자기 키보토스에 부임했다던 선생으로 인해 고립되어 있던 아비도스는 희망을 되찾기 시작했다.
학교에 샬레 명의로 부족한 물자를 지원 해주고, 굉장한 지휘 능력으로 학교를 위협하는 무리도 매번 쫓아냈다.
물론 선생이 왔다고 산더미 같은 빚이 없어지진 않았지만 그건 선생이 아니라 선생 할아버지가 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상관 없었다.
그저, 성실히 빚을 갚아나기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에 유메는 감사했다.
세리카는 왠지 기분 나쁜 변태라고 피해 다녔고, 노노미와 아야네도 선생이 가까이 올 때마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은근 멀리했지만......
자신은 선생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었다.
따랐던 것 같다.
자신들을 대가도 없이 돕는 사람을 믿지 않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응, 선배. 그래도 그런 변태 같은 인간 너무 가까이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시, 시로코 쨩... 아무리 그래도 폭언은 좀 자제해 줬으면......'
'응, 유메 선배. 나는 나보다 약한 사람의 말은 따르지 않아.'
'......'
'농담이야. 그래도 그 말은 진심으로 받아줬으면 해.'
시로코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야 했다.
그 이전에 노노미가, 세리카가, 아야네가 어째서 시간이 지났음에도 경계 어린 반응을 거두지 않았는지도 한 번 더 생각해봤어야 했다.
'괜찮아, 시로코 쨩.'
'유메 선배.'
'다 잘 될거야.'
호시노 쨩을.
그런 식으로 잃어놓고도.
'어이쿠, 생각보다 늦었군요 유메 양.'
'서, 선생님...! 시로코가, 시로코 쨩이...!'
'알고 있습니다. 지금쯤 자퇴서 한 장 남겨 놓고 사라졌겠죠.'
'네? 서, 선생님이 그걸 어떻......'
그런 물러 터진 희망 따위를 품으면
안
됐었다.
'아, 아니죠...? 선생님이, 설마......'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유메 양. 이걸로 당분간 카이저가 학교에 손을 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시로코 쨩, 어딨어요 선생님.'
'유메 양, 진정하세요. 전 학생의 의견을 존중했을 뿐입니다.'
'어딨냐고 시로코 쨩.'
'......하아, 다 알고 온 건가.'
'어딨냐고!!!'
콰앙!
'진정하시라니까요. 어차피 이 타블렛이 제 손에 있는 이상 그런 솜방망이 같은 총알 따위 무의미합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어떻게 선생이 학생을 포기할 수 있는 거냐고...! 어른이, 어른이 그래선 안 되는 거잖아...!'
짜악!
뺨을 맞은 고통 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그 날의 고통이 아직도 생생했다.
'말로 하세요, 유메 양. 저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건 어른스럽지 않잖아요.'
이게, 이런 게 어떻게 어른이란 말인가.
어른이란 다 이런 것들인가?
언젠가, 기특한 후배들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이 되고 싶던 좋은 어른이란건......
'어른의 선택은 냉정한 법이랍니다, 유메 양.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은 냉정하게 잘라낼 줄 알아야 하는 거죠.'
'뭐, 라고.'
'달라진 건 없어요, 유메 양. 전 처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인간이고, 모든 것은 아비도스를 위해 내린 선택이었습니다.'
그런 말을 내뱉은 선생이 이후 아비도스에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시로코가 사라지고 물러나는 듯했던 카이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들을 억죄어왔다.
시바세키 라멘이, 그곳을 통해 연을 맺은 흥신소 68이, 지금까지 버팀목이 되어준 아비도스의 모든 이들이 하나 둘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자신들을 그렇게 만들고 버려버린 선생이,
오늘 갑자기 자신을 찾아왔다.
기억이 없어졌다니 어쩌니 했던 말들이 있던 것 같지만 상관 없었다.
여기가
여기가 어디라고 그 더러운 발을 딛고 들어온단 말인가.
"그런 짓을 하고도 찾아오신 걸 보면 확실히 기억상실증이 맞긴 하나보네요."
"쿠, 쿠치나시 양. 잠깐만, 대화를......"
"말로 할 생각 따윈 없어요. 기억을 잃으셨다고요. 어쩌라고요, 사과라도 하러 오신 건가요?"
"나, 나는...!"
"우리들을 갖고 논 주제에. 시로코 쨩을 죽음으로 밀어버린 주제에, 자신 모르는 일이니 없던 셈 치고 잘 지내보자고. 그런 말을 하러 오신 건가요."
"?!"
시로코의 이름이 나오자 선생의 눈에 경악스러운 초점이 돌아왔지만 유메는 선생의 반응엔 관심도 주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바닥을 짚고 있는 선생의 왼손이 참 밟기 좋게도 모여 있었다.
"그때 병신 같이 쫄아서 못 했던 말, 지금 해드리죠 선생님."
"무... 슨. 잠...!"
까드드득
유메를 부르려던 선생의 입이 벌어진 채 굳어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지나친 고통은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걸 몸소 체감한 순간이었다.
선생의 손가락을 전부 짓밟아버린 유메는 고개를 숙여 선생의 머리칼을 잡아 들었다.
그렇게 처맞은 와중에도 더럽게 잘생긴 낯짝이었다.
왜 신은 악마를 천사의 얼굴을 갖고 태어나게 한 걸까.
유메는, 트리니티에 찾아가서라도 정말 묻고픈 심정으로 말했다.
"한 번만 더 아비도스에서 뜨는 날엔,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어."
콰직!
그대로 선생의 얼굴을 아스팔트 바닥에 찧어버린 유메는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렸다.
놈이 저대로 죽든 말든 관심 없었다.
시로코의 복수를 했다는 희열 따위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 낯짝을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아, 그저 거기서 멀어지고 싶은 심정일 뿐.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학교 쪽으로 유메는 자신 앞에 선 세리카를 마주하고 걸음을 멈췄다.
"...세리카 쨩."
"비켜 선배, 어째서 끝장내지 않은 거야?"
"됐어요. 굳이 저런 인간으로 손을 더럽힐 필요는."
"비키라고!!! 이마에 한 방 쏴버려야 잠 좀 편하게 잘 것 같으니까!!!"
"...노노미 쨩, 아야네 쨩."
"네, 선배."
내키지 않다는 표정의 노노미와 왜인지 복잡한 표정의 아야네가 세리카의 양팔을 붙잡았다.
세리카는 학교 안으로 끌려가며 발버둥치면서도 선생을 증오 어린 시선으로 노려보며 악을 썼다.
"죽여버려야 해! 저런 쓰레기는, 시로코 선배를 그렇게 만든...! 죽여버릴거라고!!!!"
"유메 선배."
"데리고 가."
솔직히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돌아보는 노노미에게 유메는 냉정히 대답했다.
"우리 전부 지쳤어. 쉬고 내일을 위해서 준비해야지."
"하지만!"
"노노미 쨩."
그제서야, 유메는 조금이나마 미소를 입에 띌 수 있었다.
"말했잖아. 나는... 너희에게 피를 묻히게 하고 싶지 않아."
"......"
노노미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세리카는 저항을 멈추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째서 말리는 거냐고, 그렇게 보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유메는 후배들을 비틀거리며 지나쳤다.
지쳤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증오를 터뜨린 빈 자리에 묵혀 있던 엄청난 피로가 쏟아져 나온 탓인지.
정말로 머리가 어지러워서.
쉬고 싶었다.
"......"
아야네만은 증오에 휘둘리지 않고 선생의 태도가 무언가 신경 쓰인다는 눈치였지만, 그 시점에서 세리카가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관심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건물 안에서 울러퍼지는 비통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선생은 가까스로 팔을 움직였다.
"크어억......"
폭력에 노출될 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고통이 추가로 온 몸을 덮쳐왔다.
선생은 멀쩡한 오른손으로 필사적으로 바닥을 짚어가며 왔을 때의 반대 방향으로 기어갔다.
시야가 회복되지 않아 검붉은 어둠만이 보였다.
감으로 기억하고 있던 폐건물까지 기어 용케 손이 닿은 순간, 몸에서 힘이 풀린 선생은 그 자리에 뻗어 잠시 숨을 돌렸다.
몸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선생은 천천히 벽에 손을 짚고 일어나 등을 기댔다.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자 그 와중에 선생이 먼저 떠올린 것은, 시로코를 언급하던 유메의 눈물 섞인 절규였다.
까드득-
선생은 초점 없는 시선을 하늘 쪽으로 들어올리며 이를 갈았다.
"너는 새끼야...... 저 세상에서 만나면 죽을 줄 알아라......"
어차피 자기 자신인데 욕 좀 해도 상관 없겠지.
선생은 시원하게 욕을 퍼붓고는 다시 숨을 헐떡거렸다.
아무래도 돌아가기 전에 회복하려면,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할 듯 싶었다.
* * *
"시로코."
"서, 선생님..."
그렇게 좋아하는, 그리고 다시 듣고 싶은 선생님의 목소리에도 시로코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어째서 거기서 잡아주지 않았던 거야?"
선생.
아니 선생인지도 모를 몸에서 선생님의 몸이 말이 흘러나왔다.
대체 뭐에 맞은 건지 얼굴이 흉측하게 함몰되어 있던 탓에 도저히 저게 선생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서, 선생님...... 나는......"
두려움에 뒷걸음치려 했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때 뭔지 모를 여자에게 걸려 몸이 결박됐었던 선생처럼"나처럼"
"아, 아아아...!"
"시로코, 구해줘......"
"너무 아파...... 제발......"
"보고 싶은데, 눈이 안 보여 시로코. 내 눈 좀...... 내 눈 좀 찾아줘 시로코 내 눈 어딨어?"
몸이 아닌 사방에서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는 모든 곳에서 선생의 몸이 보인다.
보이지 않는 얼굴을 고쳐달라고 말한다.
눈을 찾는다.
다시 고개를 돌리니 처음의 그 몸이 시로코의 어깨를 눌러 으스러뜨리며-
"제발 나 좀 찾아줘 시로코오오오오오!!!!!!"
"아아!!! 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에 가서야, 시로코는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선생이 키보토스에서 사라진 지 1주일 동안 그녀가 끊임없이 꿨던 악몽이었다.
* * * * *
호시노 시로코 빠지니까 진짜 아비도스 전력이 급감함 수준이라 얘들로 어떻게 카이저 상대해야 할 지 머리 싸매는 중......
유메 개인 능력도 본편 뒤져봐도 아야네랑 동급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투력 없어보이는데 이걸 어쩌지.
별개로 아마 이 소설 초반 피폐 대부분은 시로코가 담당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면 될 듯.
쓰는 다른 일상물 소설에서 분탕치는 시로코 쓰다가 여기서 분탕당하는 시로코 쓰니까 기분이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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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는 대체 어디에 팔아먹은 걸까
죽여주마 쿠소아로나
카이저가 아비도스상대론 PMC로 운영중이라 돈이 끊기면 용병들은 일은 안할거같은데 본편 용병단 자금수급원이던 블랙은행 습격사건을 단순히 한탕이 아니라 은행의 운영마비수준으로 몰아가면 각개격파가능한수준으로 열세화될까
자금이라기보단 세탁원이긴한데
쓰읍. 그냥 학대파 센세는 죽었고 새 선생이 왔다고 밝히는게 더 나았겠는데 이건
저 평판에 누가봐도 동일인물인 새끼가 나 사실 평행 세계에서 온 사람임요ㅋ 하면 바로 대가리 구멍날듯 심지어 싯딤 믿고 깝치던거라 애들 걍 쏘고볼텐데
시체 있으니까 보여주면 되잖아. 당장 히마리 유우카도 그걸로 납득시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