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7자
#노아
원문 シケイダ
────────────────────
"노아를 이겨 보고 싶다."
"저를 이기고 싶나요?"
밤을 새운 뒤 생각없이 내뱉은 중얼거림은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고 본인에게 제대로 포착당하고 말았다.
업무용 의자의 등받이에 기댄 채 머리만 뒤로 젖혔다. 방금 막 샬레에 도착한 듯한 노아가 가방을 한 손에 들고 평소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표정 변화는 없지만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흥미로운 관찰 대상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었다. 학생들을 상대로 샬레의 출입을 자유롭게 한 것은 나 자신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주 조금 후회했다.
"좋은 아침. 오늘 당번은 노아였지..."
의자를 돌리고 그녀를 바라봤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위기 상황에 빠졌다.
"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선생님은 많이 피곤하신가 보네요."
"밤을 새워서 그런가."
"건강을 생각해 주세요."
선반에 총을 보관한 뒤 노아는 그대로 총총 달려와 당번 학생용 책상에 앉았다.
나와 노아가 마주보는 형태가 된다. 그대로 노아는 필기구를 꺼내 곧바로 업무를 시작──하지 않고 싱글벙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어떻게든 주도권을 찾아올 수 있도록 화제를 생각해보지만 밤샘 후의 머리로 좋은 생각이 날 리 없었다.
"방금 전 이야기에 대해서요."
"... 역시 계속하는구나."
눈은 입만큼 많은 정보를 담는다. 그녀의 눈빛이 이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전력으로 주장하고 있었다.
노아는 내심 속이 깊은 아이는 맞고 어휘도 풍부하다. 하지만 실제 성격은 알기 쉬운 부분이 있다.
다시말해 흥미로운 것을 관찰할 땐 몹시 기분이 좋아진다. 그 대상은 보통 세미나 동료나 밀레니엄의 사건이지만 때로는 나이기도 하다. 지금이 바로 그 때였다.
"네. 흥미로운 시도니 같이 고민해보는 건 어떤가요?"
"노아를 이길 방법을?"
"네."
"노아랑?"
"저를 이길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도 무방해요."
노아를 이길 방법을 노아와 함께 고민한다.
꽤나 이상한 상황이지만 이제 와선 졸음도 쫓을 겸 괜찮은 화제라고 생각했다. 눈앞의 차갑게 식은 커피보다는 훨씬 효과적일 것 같았다. 본인으로부터 귀중한 힌트를 얻을 기회일지도 몰랐다.
잠시 고민한 뒤 하나 생각을 말했다. 먼저 허들을 낮추고 첫 단추를 꿰는 것부터 시작이다.
"우선 힘으로는 노아를 이길 수 없지."
"네, 유감스럽게도..."
어른의 자존심의 영역이긴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키보토스인은 힘이 세다.
"다들 수십 킬로그램은 가볍게 들지."
강한 병사가 아니면 총조차 장시간 들기 어렵다. 키보토스의 학생들은 무거운 쇳덩어리인 그것을 라켓처럼 가볍게 휘두른다.
"아리스짱의 레일건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나름대로."
"물건 정리할 때 큰 도움이 돼. 샬레는 언제나 일손이 부족하니까."
"그러고 보니 입구 쪽 불이 꺼져있었어요."
"오래되었나보네. 아마 재고도 없었던 것 같은데."
"이따 사러 갈까요?"
같이 가서 학생에게 맡기는 건 선생으로서 어떤가 싶지만 물품 관련은 학생에게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래주면 고맙지. 돌아가는 길에 뭐라도 사줄게."
"그럼 근처에 궁금했던 카페가 있는데 선생님의 졸음도 쫓을 겸 가볼까요."
"그래."
"후후, 내친김에 원두도 보충해 둘까요."
약속이 하나 생겼다. 일단 무사히 대화를 마친 것에 안도하며 다음 수를 생각했다.
"지식은... 내가 생각해도 못 이길 것 같은데."
밀레니엄 세미나 소속 우시오 노아. 키보토스에서도 손에 꼽는 과학기술학원의 학생회 임원이다.
가장 큰 장점은 완전기억능력이다. 장착한 엔진부터 다르다고 해도 될 정도로 차이가 나고 서기 담당으로서 밀레니엄의 지혜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지식이요? 확실히 서기 업무를 하며 다양한 지식을 기록하고 있죠. 다들 발상이 재밌고 흥미로우니까요."
"문과 쪽도 강하잖아."
그러면서도 키보토스 안팎의 문학에도 정통하다.
"후후, 그렇게까지 말해주시니 쑥스럽네요. 선생님은 좋아하는 장르가 있나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은 자주 접하는 편이지. 잘 아는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장르는 솔직히 잘 몰라."
"새로운 취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지도 몰라요."
"그렇네. 나중에 노아의 추천을 받고 싶어."
"후후, 알겠습니다. 다음 당번 때 준비해둘게요. 영화는 어떤가요?"
"좋아. 프로젝터로 보자."
약속이 하나 생겼다.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지식을 쌓지 않으면 노아를 이길 엄두조차 낼 수 없다.
"그럼 다음 분야는 뭔가요!"
노아의 눈동자가 보라색 자수정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완전히 즐기는 표정이었다.
"왠지 퀴즈처럼 되었네."
두 개의 후보가 제외되었다. 일부러 허들을 낮춘 뒤 본 수를 드러냈다. 평소 노아와 상관이 없을 듯한 분야면서 학생보다 다소 오래 산 내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
"요리는 어때?"
키보토스에는 요리를 잘하는 학생이 많다. 하지만 노아가 요리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점심에도 제대로 된 도시락이 아닌 샐러드나 요거트를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사량이 적다기보단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는 듯 하다.
"좋은 생각일지도 모르겠네요. 선생님은 요리를 하시나요?"
"간단한 정도라면."
"하지만 평소에는 컵라면이나 에너지바를 주,식으로 삼고 계시죠?"
목소리에서 의아함이 느껴졌다.
"못 믿는 눈치네."
"저런 상황이니까요. 훌륭한 서기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죠."
노아는 사무실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쪽에는 워터 서버와 골판지 너머까지 쌓인 컵라면 더미가 있었다.
확실히 이래서야 설득력이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한다면 다음 당번 때 만들어 줄게."
"선생님의 수제 요리인가요? 후후, 기대하고 있을게요."
"맡겨줘."
약속이 하나 생겼다. 드디어 승리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 노아는 더위에 약하지. 작년에 아이스크림을 줄 때도 멍하니 있었고."
노아가 감탄하며 손뼉을 크게 쳤다.
"좋은 지적이에요. 선생님은 저를 잘 봐주시는군요."
"그렇지. 하지만 더위라..."
더위로 대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우나...?"
"선생님은 저와 같이 사우나에 들어가고 싶은 건가요?"
"죄송합니다. 말실수였으니 잊어주세요."
덥지도 않고 사우나에 간 것도 아닌데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한 명의 선생과 많은 학생들. 가뜩이나 여러 모로 신경을 써야 하는 환경이다.
"후후, 저는 딱히 상관 없어요."
"그만. 샬레에 있을 수 없게 되어버려."
"온천이라는 선택지도 있네요. 1박2일로──"
"스톱 스톱!"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즐겁게 말하는 노아를 어떻게든 제지했다.
"후후, 그럼 대신 모래찜질은 어떤가요? 아비도스에 있다고 들었어요."
모래찜질이라면 옷도 입은 채라는 고마운 정보도 덧붙였다. 두 번째 대안에는 순순히 응하기로 했다.
"그럼 괜찮을 것 같아."
"결정이네요. 다음에 가죠."
"당일치기야."
약속이 하나 생겼다. 초조한 상황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맨 처음 쇼핑 정도로 무난하게 끝난 것에 안도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돌아보았다. 힘과 지식의 맞대결로는 노아를 이길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요리는 약간의 가능성을 보았고 더위가 제일 유력했다. 약간의 잡담으로 이렇게나 가능성이 보인다면 꽤나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쇼핑을 위해 외투를 챙기러 일어섰다. 한동안 쓰지 않은 프로젝터의 상태도 확인하고 요리 레시피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모래찜질은 준비물이 필요 없는 걸까.
잠깐.
약간의 잡담으로 생긴 것.
이 다음 바로 쇼핑과 카페 한 번.
영화 감상 한 번.
노아에게 나의 수제 요리 대접 한 번.
사우나도 온천도 아닌──모래찜질 한 번.
"왜 그러시나요, 선생님?"
일어선 채 그대로 굳을 나를 보는 노아는 평소보다 50%는 더 기쁜 듯 웃고 있었다. 기름이 떨어진 로봇처럼 삐걱거리며 고개만 그녀에게 돌렸다.
"노아 씨."
"네, 왜죠?"
"못 이길 것 같아요."
후후 웃으며 노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볼은 옅은 복숭아빛으로 약간 상기되어 새하얀 머리나 피부와 예쁜 대비를 이루고 있고 웃는 얼굴은 평소보다 천진난만하여 원하는 대로라고 말하는 듯 했다.
"선생님이 스스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그렇지만... 알면서 그랬잖아."
"후후, 어떨까요?"
"확신범이야..."
결과적으로 밤샘으로 피곤했던 눈도 맑아졌다. 물품 부족 문제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노아와의 약속도 지킬 수 있었다.
손해볼 요소는 하나도 없다. 없는 것이다.
다시 의자에 앉아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한 방이라도 반격하고 싶어서 여전히 웃는 노아에게 말했다.
"결국 노아가 제일 약한 건 뭐야?"
"뭘까요?"
"노아가 약한 분야가 있기는 해?"
"그 때가 된다면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겠어요?"
"무적이잖아."
"후후, 저는 선생님과 함께라면 뭐든 상관없으니까요."
그 말을 하는 모습에서는 일절 거짓이 보이지 않았다. 조금 커진 심박에 잠깐 머뭇거리는 와중 노아가 드물게 학생답게 손을 들었다.
"그럼 저도 하나 질문해도 될까요?"
"선생님은 왜 저를 이기고 싶은 건가요?"
"... 왜일까?"
여유를 무너트리고 싶어서.
왜 여유를 무너트리고 싶은가.
항상 마이페이스에 완벽한 노아의 의외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왜 보고 싶은가.
"의외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일까."
더 이상 파고들지 않았다. 노아도 캐묻지 않았다.
심음이 조금 더 빨라졌다.
"그렇군요. 참고로 저는 한 번도 선생님을 이긴 적이 없어요."
"거짓말이지."
"후후, 어떨까요?"
기쁜 모습의 노아가 일어나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선생님, 벌로 커피를 한 잔 대접할게요. 바로 쇼핑하러 가죠. 눈도 뜰 겸."
"──그래, 갈까."
들뜬 발걸음의 노아에게 이끌려 샬레를 나섰다. 문이 탁하고 닫혔다.
이번에 잃은 것은 딱히 없다. 남은 것은 몇 개의 약속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계속 노아를 이길 수 없고──지지 않을 것이다.
댓글 26


달아
와 달달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