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라이브에서 「블아소설핫산」 채널을 운영중입니다.
(채널명은 이렇지만 제가 번역한 소설 백업용 채널입니다)
아카라이브 링크(중간에 ☆ 빼야함) https://arca.li☆ve/b/bluearchievenovel/137299641
블아소설핫산 채널 경유 링크 https://gall.dcinside.com/projectmx/15426781
3562자
#나구사 #키쿄
+원문 黎明の人+
────────────────────
"선생님, 왔어."
백화요란 분쟁조정위원회 부부장, 고료 나구사는 그 말을 하며 샬레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일단 노크는 했지만, 반응은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자유롭게 들어가도 된다고 한다. 방을 둘러보면 평소라면 의자에 앉아 있을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주변을 둘러봐도 사람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없는 건가."
어딘가 나간 걸까. 여러 학원과 시민들의 의뢰가 쉴 새 없이 밀려드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오늘 자신이 당번으로 온다고 알고 있었을 것이다. 혹시나 해서 가기 전 모모톡으로 연락하고 답장까지 받았으니 틀림없다. 그렇다면 건물 내 다른 방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
곯아떨어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베개에 머리를 얹고 등을 보이고 엎드린 채 마치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숨소리도 너무 조용해 정말 죽은 거 아닐까 걱정하며 입가에 귀를 가져다 대자 규칙적인 호흡 소리가 들려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야..."
다시 눈앞에서 자고 있는 선생님을 관찰했다. 눈꺼풀을 닫고 입가에 침이 조금 고인 채 조용히 잠든 그 모습은 마치 커다란 아기 같아서 웃음이 났다. 아마 잠시 쪽잠을 자려다 깊게 잠들어버린 것 같았다.
"후훗."
평소에는 믿음직스러운 남자가 당번도 잊고 무방비하게 곯아떨어졌지만 희안하게 어이가 없거나 화가 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동시에 너무 기분 좋게 자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졸음이 찾아오는 듯 했다.
곁잠. 그 단어가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고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리 선생님이 무방비하게 잠들었다고 해도 너무 대담하고 풍기 상 좋지 못한 행동 아닐까. 일단 자신은 치안 유지를 담당하는 동아리의 부부장이다. 그런 입장에 있는 사람이 나서서 풍기를 문란하게 만드는 것은... 여러가지로 좋지 않다.
『나구사는 부부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면서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좌절할 것 같을 땐 언제든지 어리광 부려도 괜찮아. 내 역할은 학생들을 돕는 거니까.』
문득 그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난 달 당번일 때 들은, 얼마든지 어리광 부려도 괜찮다는 말. 그 말을 넓게 해석한다면, 솔직히 곁잠 정도는 문제 없지 않을까? 후배 키쿄도 분명 선생님이 올 땐 거리감에 지나치게 가깝기도 하고, 분명 그 정도의 신체적 커뮤니케이션은 그에게 있어 아마 허용 범위일 것이다... 아니, 틀림없다.
편의적인 뇌내 회의를 마친 뒤 나구사는 조심조심 다가가 그의 앞에서 몇 번이나 손을 흔들고 만지며 일어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대담하게 이불을 덮고 그의 옆으로 기어들어갔다.
선생님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까보다 가까워서 솜털이 보일 정도다. 이렇게나 가까운 적은 처음이었다. 가슴에 손을 대면 남자의 단단한 근육과 규칙적인 심장 박동이 피부로 느껴졌다. 따뜻하다. 사람의 피부와 이불의 온기가 서서히 몸을 데워주고 피로했던 몸이 풀려갔다. 어젯밤 망량즈 일당이 여기저기서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진압하느라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는 것을 문득 떠올렸다.
나구사는 선생님을 손으로 껴안은 채 눈꺼풀의 무게를 천천히 느꼈다. 혼자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느끼는 불안, 후회, 참회. 그런 우울한 감정을 지금만큼은 조금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잘 자, 선생님."
그렇게 말하자마자 그녀는 눈을 감았고, 5분 뒤에는 선생님처럼 푹 잠들었다.
~~~~~~~~~~
눈을 겨우 뜨고 비비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충격적인 상황에 잠이 확 달아났다. 10분만 자려고 했는데 3시간을 자 버렸다. 그냥 지각도 아니고 초대형 지각이다.
이미 당번인 나구사는 도착했을 것이다. 어쩌면 실망하고 돌아갔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사무실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사과와 설명이 필요하다. 서둘러 모모톡을 확인하려다 문득 왼쪽 아랫배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는 것을 자각했다.
순간 왼쪽을 돌아보니 가녀린 하얀 팔이 내 몸통을 안고 있었다.
"음...?!"
황급히 몸을 일으켜 확인했다. 하늘색 하오리를 입은 흰 장발의 가녀린 소녀가 자신을 껴안은 채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뭐지?!"
나구사였다. 어째서인지 백화요란의 부부장이 옆에서 잠들어 있다. 다급히 옷을 확인해보자 딱히 흐트러지거나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없었고, 나구사도 마찬가지였다.
"세, 세이프..."
아니, 아웃이다. 키보토스 바깥이라면 학생과 교사의 동침은 이미 충분히 아웃이다. 하지만 키보토스 내라면... 전례가 몇 번 있으니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삼천포로 빠지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안심했다. 다행히 2주 연속 체포는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담으로 지난 주에 체포당한 이유는 이오리의 하얀... 아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애초에 나구사가 왜 같이 자고 있는 거지? 당번을 잊은 보복? 하지만 이건 어떻게 생각해도 보상이다. 그렇다면 대체...
막막한 생각을 계속하고 있으면 나구사가 "으응..."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그녀의 장발 사이로 하얀 목덜미가 보여 나도 모르게 눈을 돌렸다.
진정하자. 일단 지금 할 일은 나구사를 깨우는 것이다. 그녀도 피로가 쌓여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대로 쉬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미 당번 시간도 끝났고 나구사에게도 백화요란의 예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나구사~ 일어나~"
몸을 흔들자 나구사는 "으응..."하고 다시금 작게 신음을 흘렸지만 눈은 여전히 감은 채였다. 아무래도 아침에 약한 타입인 듯 했다.
"나구사~ 아침이야~ 아침 시간은 아닌데 아무튼 아침 비슷해~ 일어나~"
"응... 두 시간만 더..."
"그건 너무 심하지 않아?"
"하루만..."
"더 늘었어?!"
귀여운 목소리로 귀엽지 않은 말을 내뱉는 나구사는 일어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순간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졌다.
나구사가 옆에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의 전화를 받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은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구사가 꼭 껴안고 있었다.
"잠깐, 나구사?! 놔줄래?!"
"선생님... 가지... 마..."
아무래도 잠이 덜 깬 나구사는 커다란 아기처럼 응석꾸러기인 모양이다. 왜인지 밀레니엄의 모 학생회장이 떠올랐지만, 키보토스인인 나구사의 홀드는 강해서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다. 스마트폰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
"나구사, 미안하지만 잠깐만 조용히 해줘."
"응..."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옆에서 호흡을 몇 번 가다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여보세요, 선생님. 키쿄야."
차갑고 은은한 습기가 느껴지는 목소리. 나구사의 후배이자 같은 백화요란 소속인 키류 키쿄다. 나구사와 동침하고 있는 이 상황을 가장 알'리고 싶지 않은 상대이기도 하다.
~~~~~~~~~~
"안녕, 키쿄. 무슨 일이야?"
어떻게든 평소처럼 목소리를 내도록 노력했다.
"나구사 선배가 안 돌아와서. 오늘 당번이었을텐데, 아는 거 있어?"
"무슨 일 있어?"
"딱히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지는 않나 걱정이 돼서."
키쿄는 쿨한 외모와 다르게 자상한 성격의 착한 아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는 순수하게 나구사가 걱정이 돼서 전화를 걸은 듯 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안심을 시켜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 옆에서 자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 나구사 말이지. 분명... 어딜 잠깐 들렸다 간다고 했었지."
거짓말할 수밖에 없다. 작전참모인 똑똑한 키쿄에게 어설픈 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테니 진실을 어느 정도 섞은 이야기로 속이기로 했다.
"어딜?"
"샬레 근처에 새로 오픈한 닭꼬치 가게에 들른다고 했었어."
닭꼬치 가게 개점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다.
"닭꼬치 가게에 그렇게나 오래 있다고?"
"뭐, 키쿄도 나구사의 닭꼬치 사랑은 알고 있잖아. 계속 추가 주문을 하고 있나 본데? 하하..."
"......그런데 닭꼬치 가게에 선배 혼자 갔어?"
"아, 응. 마침 내가 쿠폰을 갖고 있어서 당번의 답례로 준 거야."
"희한하네, 선생님이 혼자 보내다니. 학생한테는 매번 더 참견하지 않아? 같이 안 갔어?"
역시 키쿄는 날카롭다. 진정하자. 아직 들킨 것은 아니다.
"그게... 나도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쿠폰도 한 명만 쓸 수 있고, 유감이지만 서류 마감일도 가까워서. 아직도 사무실에서 서류랑 싸움 중이야."
"응, 고생이네."
키쿄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아무래도 의심을 피한 듯 했다.
"하하, 고마워."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더... 괜찮지?"
"물론이지. 뭐든."
어깨 힘을 빼고 나구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나 지금 여기 샬레 사무실에 있거든? 선생님은 대체... 어디 처박혀 있는 걸까?"
"뭐?!"
"작전참모를 얕보지 마. 선생님이 거짓말할 때 말투는 다 알고 있으니까."
좋지 않다. 큰일이다. 속이려고 했건만 처음부터 키쿄의 손바닥 위였다. 지, 진정하자. 아직 나구사와 동침하고 있다는 건 들키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아직 기회가...
"에헤헤..."
그 순간 나구사가 큰 소리로 잠꼬대를 했다.
"뭐야?"
끝이다.
"선생님은~ 나랑... 계속 같이... 후후♡"
"......선생님."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지금부터 그쪽으로 갈게."
"어, 그게..."
"만약 도망친다면... 어떻게 될 지 말 안 해도 알지?"
"넵..."
전화가 끊겼다. 힘이 빠진 내 손에서 스마트폰이 침대 위로 떨어졌다. 그런 내 팔을 여전히 감싸안은 채 나구사는 계속 행복한 미소로 자고 있었다. 5분 정도는.
댓글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