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기준 5,005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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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혼자가 아니야
-미카-
물론 목숨을 건 싸움이었다.
게마트리아가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라고는 해도, 천사를 상대하는 것이니까.
죽을 가능성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자각함과 동시에, 기뻐하기까지 했다.
바라던 바다. 그렇게 생각했다. 바라던 바라고.
뭐가 바라던 바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되뇌었다.
카타콤의 입구 중 한 곳에서 구호기사단, 시스터후드, 그리고 하나코 쨩과 합류한 것은 한 시간 뒤의 일이었다.
"제4성소로 향하는 길은 지금으로선 여기뿐이야?"
질문하자, 유메 선생님으로부터 트리니티 전체의 지휘를 맡은 하나코 쨩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후방 방어가 허술해져서――"
"오호라, 곤란하신 모양이네요?"
돌아보니 그곳에는 SRT 특수학원 학생들을 거느리고 카야 쨩이 서 있었다.
"괜찮으시다면, 후방은 제게 맡겨주시겠어요?"
"물론이죠, 카야 씨."
밝은 목소리로 하나코 쨩은 즉답했다.
총학생회의 개입을 허용하다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다.
회장이 실종된 이후로 제대로 활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유메 선생님이 있어 준다.
카야 쨩처럼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도 있다.
신뢰할 이유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방어만 부탁드리는 건 아니니, 각오하시길?"
우후후, 하고 소악마 같은 미소를 짓는 하나코 쨩.
"살살 부탁드려요?"
"글쎄요, 어떻게 될까요?"
그건 그렇고, 하며 하나코쨩은 말을 이었다.
"사쿠라코 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대체 어디에?"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나코쨩의 의문에 답하듯 사쿠라코 씨가 나타났다.
웨스트 라인과 힙 라인의 중간 지점까지 예리하게 파인 검은 레오타드를 몸에 걸치고.
너무나도 아슬아슬하고, 또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에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말을 잃고 굳어버렸다.
그 하나코쨩조차 경악한 나머지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사, 사쿠라코 님? 그, 그 복장은 대체……?"
어떻게든 목소리를 쥐어짜며 마리 쨩이 물었다.
"이것은 마지막 성도회장이 남긴 유스티나 성도회의 예장."
불간섭주의를 고수하던 독립 집단 시스터후드의 리더로서 정치력을 가진 사쿠라코 씨는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
"이것이 저의 각오입니다."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쿠라코 씨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고, 카야 쨩도 멍하니 서 있었다.
"사쿠라코 씨."
하지만 하나코 쨩은 달랐다.
"그게 각오인가요!?"
하나코 쨩은 소리쳤다.
"그 파렴치한 의상이!?"
분개하고 있었다.
"그게 정말로! 시스터후드가 계승한 성도회의 의지인 건가요!?"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내동댕이칠 듯한 기세로.
"그…… 그러니까, 앞으로 시스터 여러분께 그 의상을 착용시키겠다는 뜻인가요!?"
하나코쨩의 발언에 시스터후드 멤버들이 술렁였다.
"저, 저는…… 그런 차림은…… 아으으……"
마리 쨩은 본인이 그 옷을 입은 모습이라도 상상했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있다.
"엣,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입는 데 상당한 각오가 필요한, 아슬아슬한 라인의 하이레그 레오타드를요!?"
당황하는 사쿠라코 씨를 내버려 두고 하나코 쨩은 몰아붙였다.
"걸을 때마다 뒷모습이 신경 쓰여 견딜 수 없을, 비합리적인 천 면적의 디자인을요!?"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 생각하던 것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게 정말로 사쿠라코 씨의 각오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하지만, 그래도 나는 태클을 걸고 싶다.
"사쿠라코 씨,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저 정말 궁금해요. 안에 속옷은…… 아니, 잘 생각해보면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겠군요."
네가 할 소리냐, 라고.
"과연, 이해했습니다. 즉 사쿠라코 씨는 지금 그 얇은 천 한 장으로 여기 있다는 뜻이군요!"
"대,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사쿠라코 씨가 큰 소리를 내도 하나코 쨩은 멈추지 않는다.
"저, 위대한 의지 앞에서 다시금 스스로의 미숙함을 깨달았습니다."
하나코 쨩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쿠라코 씨의 각오, 확실히 받았습니다. 저 또한 미숙함으로 인한 각오를 다져야겠네요."
거기서 말이 끊긴다.
잠시 기다려 보았지만, 하나코 쨩은 침묵을 지켰다.
아무래도 누군가 물어봐 주길 바라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응해주기로 했다.
"각오라니, 어떤 거야?"
질문하자 하나코 쨩은 자신의 옷에 손을 대더니, 순식간에 벗어 던졌다.
"하?"
그 아래에서 나타난 것은 트리니티 지정 학교 수영복이었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싶어졌다.
이 아이는 바보다.
머리는 좋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바보다.
어째서 교복 안에 미리 수영복 같은 걸 입고 있었던 거야?
설마 이 전개를 예측하고 있었다고 말하진 않겠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를 보며 방긋 웃는 하나코 쨩.
"미카 씨도 어떠신가요?"
"사, 사양할게."
물론 즉시 거절했다.
"봐봐, 익숙하지 않은 복장은 움직이기 불편하기도 하고?"
하지만 하나코 쨩은 납득하지 않고 가느다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오히려 움직이기 편해질 거라 생각합니다만?"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견디지 못하고 시선을 돌린 끝에 구원이 있었다.
"카야 쨩, 트리니티 지정 학교 수영복에 관심 있었지?"
"그,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
만면에 미소를 띠며 카야 쨩의 옆으로 이동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입어보지 않을래?"
"웃기지 않는 농담이네요. 애초에 제 빈약한 몸 같은 건 아무도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렇죠, 하나코 씨?"
"재밌겠네요."
"어라!?"
카야 쨩의 팔을 붙잡고선 하나코 쨩은 문답무용으로 골목 안쪽으로 끌고 들어갔다.
기다린 지 약 20초.
멍한 표정을 지은 카야 쨩이 돌아왔다.
그녀의 차림은 하나코 쨩과 똑같은 트리니티 지정 학교 수영복으로 변해 있었다.
경영용 수영복과 비슷한 구조로, 사쿠라코 씨의 의상만큼은 아니지만 소위 V라인이 예리하게 파여 있다.
"아니, 이상하잖아요!?"
제정신을 차린 카야 쨩이 하나코 쨩에게 대들었다.
"이 수영복, 왜 저한테 딱 맞는 건가요!?"
"이런 일이 있을까 봐 모든 사이즈를 준비해 두었거든요."
"아니, 보통은 없잖아요!? 전장에서 수영복이 필요한 상황 같은 거!"
"잘 어울리시네요?"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요! 정말, 맨날 그런 언행만 일삼으니까 이상한 별명으로 불리는 거예요! 입 열면 천재, 말하면 변태, 걷는 모습은 노출광이라든가!"
"기뻐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딱 맞는 수영복에 대해 딱 맞는 칭찬으로 보답해 주시다니……"
"칭찬 아니야! 눈곱만큼도 칭찬 아니니까!"
완전히 어린애 싸움이라 웃음이 터져버렸는데, 하나코 쨩이 이쪽을 보며 수상하게 눈을 빛냈다.
"다음은 미카 씨 차례네요."
내 팔을 꽉 붙잡는 하나코 쨩.
방금 전의 카야 쨩처럼 골목 안쪽으로 끌고 들어간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안 기다렸어! 눈곱만큼도 안 기다렸으니까!"
필사적인 저항도 헛되이, 10초도 안 되어 수영복으로 갈아입혀졌다.
"이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하나코 쨩은 차분한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예로니무스의 토벌을 개시하겠습니다."
"정, 정말로 이대로 개시해도 괜찮은 걸까요?"
마리 쨩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그렇겠지.
목숨을 건 싸움을 앞두고 긴장감이라곤 조각도 없어졌으니.
하지만 말이야, 이걸로 된 걸지도 몰라.
중책에 짓눌려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보다 훨씬 낫지.
게다가 피해를 더 이상 확산시킬 수도 없고.
결과적으로 인공 천사 예로니무스는 무사히 토벌할 수 있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전화위복?
조금 다른 느낌도 들지만, 뭐, 어때.
-호시노-
미카 쨩에게 예로니무스 토벌 소식을 전화로 들은 직후였다.
남은 것은 눈앞의 하나. D.U. 중심부의 제6성소 뿐.
새빨간 하늘 아래, 마지막 하나 남은 탑 앞에서 서성이고 있자 히나가 말했다.
"호시노, 너도 고생이 많네."
묘하게 절절한 말투였기에 나는 경계했다.
이번엔 또 뭘 지적받으려나?
평소엔 생머리로 내리던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거?
2년 전과 같은 모델의 방탄조끼를 입고 온 거?
아니면 일시적이라곤 해도 유메 선배의 방패를 세리카 쨩에게 맡긴 거?
하지만 히나의 입에서 나온 것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아비도스에 언제까지고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데."
"무슨 소리야?"
"그야 언제 모래에 파묻혀도 이상하지 않잖아. 내일 당장 없어져 버릴지도 몰라. 정말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확실히 말해두겠는데, 빚을 다 갚는다고 해서 상황이 호전되는 건 아니니까."
과장도 무엇도 아니었다. 진실이었다.
내 손바닥 위에서 빛나고 있는 보석은 언제 흘러넘쳐 떨어질지 모른다.
아무리 강하게 움켜쥐어도, 떨어뜨리지 않겠다고 맹세해도, 정신을 차린 그 순간 보석은 이미 산산조각 나 있을 것이다.
잠시 생각한 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수많은 일이 있었다.
벌써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아비도스에서 지내왔다.
물론 로맨틱한 일 따위는 거의 없었지.
뭐, 폐교 직전의 학교라면 흔히 있을 법한 일들뿐이었다.
어디에나 굴러다니는 돌멩이 같은 것이라 딱히 신기할 것도 없을 테지.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인간관계가 빈말로도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나를 유메 선배가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단 한 명뿐이던 재학생인 아비도스에 노노미 쨩과 시로코 쨩이 입학해 주었고.
아야네 쨩과 세리카 쨩도 합류해서 폐교를 막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행방불명이었던 유메 선배가 선생이 되어 돌아와 주었고.
사오리 쨩과 아츠코 쨩, 그리고 미사키 쨩과 히요리 쨩도 아주 착한 아이들이었고.
아주 조금씩이지만 북적이기 시작하는 아비도스를 나는 전부 지켜봐 왔다.
"그래도 괜찮아."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정말이라면 좀 더 여러 가지 말을 내뱉어 히나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한심하게도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들자 히나가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짓된 성소 앞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메 선배가 예상한 대로였다.
다섯 개의 탑이 파괴되자 마지막 하나의 배리어가 부서졌다.
하지만 모든 탑의 힘이 모여 가장 까다로운 물건으로 변해버렸지만.
갑자기 근처의 공간이 찢어졌다.
그곳에서 검은 그림자가 먹물처럼 흘러나온다.
그것들은 이윽고 형태를 갖추어 색채에 오염된 드론이나 오토마타 무리로 변모해 갔다.
그때 히나가 입을 열었다.
"나, 게헨나를 졸업하면 샬레에서 일할까 봐."
"에, 괜찮겠어? 지금보다 훨씬 더 바빠질 텐데?"
"그래도 아비도스 부흥을 도울 수도 있고."
너와 함께, 라고 히나는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어째서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알 것 같기도 했지만 부끄러워서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히나의 얼굴은 새빨갰다.
부끄러움이 많은 히나로서는 최대한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으, 응."
나 또한 어떤 말을 돌려줘야 할지 몰라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부끄러움을 얼버무리기 위해 우리는 등을 맞대고 주변을 확인했다.
적은 늘어만 갔다. 엄청난 숫자다.
드론과 오토마타에 더해 기계 장치 촉수까지 모여들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으헤~ 귀찮네!"
"동감이야. 빨리 끝내자."
서로의 등을 맡긴 채 각자의 애총을 빈틈없이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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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준 4,357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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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최강의 두 사람
-케이-
거짓된 성소 공략 인원 배치를 처음 들었을 때, 유메 선생님의 제정신을 의심했다.
가장 강력한 적이 잠복해 있을 것이라 예측한 장소에, 고작 두 명밖에 보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여기까지 데려와 준 유메 선생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D.U. 중심부의 제6성소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세워진 빌딩 옥상에서, 아리스에게 신체 소유권을 양도받아.
육안으로 10킬로미터 앞까지 여유롭게 내다볼 수 있는 신체를 통해, 나는 보았다.
타카나시 호시노와, 소라사키 히나.
이 두 사람에게 유메 선생이 절대적인 신뢰를 두는 이유를.
가장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호시노였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내밀고 말았다.
색채의 영향으로 적은 키보토스에 현존하는 그 어떤 기계병도 압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전투에 익숙한 트리니티의 정의실현부나 게헨나의 선도부조차, 한 개체를 쓰러뜨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고생을 해야 할 물건.
하지만 호시노는 격이 달랐다.
――우와, 빠르다……!
호시노는 말 그대로 튀어 나갔다.
너무나도 빠른 그녀의 움직임은 시간을 멈췄다기보다 시간을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1만 기 가까이 되는 기계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기도 전에, 차례차례 행동 불능으로 몰아넣는다.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드론도 너무나 쉽게 격추해 나간다.
――우와, 대단해……!
히나는 참으로 훌륭한 사격을 선보였다.
폼이 깔끔하고, 타이밍을 잡는 법도 훌륭하다.
앞으로 나오려던 오토마타 무리는 예외 없이 그녀의 머신건의 먹잇감이 되었다.
묵직한 총탄이 확실하게 적의 숫자를 줄여 나간다.
무턱대고 난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는 제대로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적이 공세로 전환하려는 순간, 빈틈을 노렸다는 듯 총탄을 박아넣는다.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적의 대군이 전멸했고, 공간의 균열에서 탑의 수호자가 나타났다.
괴수를 연상시키는 모습의 거대한 로봇 병사였다.
실탄과 냉동 빔을 각각 발사하는 두 종류의 포탑에 미사일 포드와 어뢰 발사관, 4기의 발칸에 더해 파일 벙커로 짐작되는 무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는 변형까지 하며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면서 장착된 모든 무기를 난사해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 두 사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속 이동하는 강철 괴수를 향해 히나는 정확하게 머신건으로 저격한다.
본체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포탑이나 발칸 같은 무기들을 파괴하기 위한 사격이다.
상대도 이해하고 있었겠지만, 그런데도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호시노가 멋진 샷건 일격을 적의 정면에 박아넣는다.
정통으로 맞은 적은 휘청거리며 비틀비틀 뒤로 물러난다.
두 사람은 가차 없이 거리를 좁히며 각자의 애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나는 두 손을 꽉 쥐었다.
――둘 다 굉장해……!
마지막 수호자답게 괴수는 끈질겼다.
두 사람의 공격에 어떻게든 발을 버티며 견뎌내고, 남은 무기를 겨누었다.
상대가 끝을 낼 생각으로 내지른 파일 벙커는 히나의 투박한 총에 튕겨 나간다.
설마 막힐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겠지.
잠시 맥이 빠진 듯한 순간이 찾아왔다.
"지금이에요!"
나는 외치고 있었다.
"해버려, 호시노 쨩! 히나 쨩!"
태블릿 너머로 응원하는 유메 선생의 목소리는 내 목소리보다 10배는 더 컸다.
우리 목소리가 옥상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두 사람의 신체가 빠르게 움직였다.
두 사람의 팔이 붕 하며 공기를 갈랐다.
실제로는 그런 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
무려 5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으니까.
하지만 분명히, 또렷하게 들렸다.
붕 하고 두 사람의 팔이 소리를 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내지른 스트레이트가 괴수의 안면을 포착했다.
상대는 기세가 꺾여 비틀거리며 후퇴했다.
"찬스! 이대로 밀어붙여!"
유메 선생이 외치고 있었다.
"둘 다! 러시!"
물론 나도 외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겁먹은 상대에게 다가가 영거리에서 발포했다.
사정없이 얻어맞은 적은 반격은커녕 미동조차 하지 못한 채 무너져 내렸다.
고철 덩어리가 된 기계 장치 괴수 앞에서 호시노가 히나를, 히나가 호시노를 보았다.
호시노가 내민 손에 히나가 자신의 손을 탁 하고 맞부딪혔다. 그리고 꽉 쥐었다.
나는 완전히 흥분해서,
"대단해. 호시노도 히나도, 정말 대단해."
라고 말하며 허공을 향해 펀치를 날렸다.
"그런데 말이야, 케이 쨩."
"네?"
"무명수호자,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안타깝게도요."
반쯤 생물 같은 모습을 한, 아리스와 나를 위해 만들어진 병기.
색채에 오염된 그들은 완전히 별개의 개체로 변해버려 내 명령 따위는 듣지도 않았다.
"하지만 멍청한 녀석은 찾아냈어요."
씨익 하고 웃어 보인다.
단순히 호시노와 히나의 전투를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다.
본래 목적은 색채의 본거지를 밝혀내는 것.
지상에도 지하에도 보이지 않으니 남은 선택지는 한정되어 있었지만.
저 기계 장치 괴수에게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해 준 덕분에 탐지는 쉬웠다.
키보토스 상공 7만 5천 미터에 떠 있는 구조체.
과거 내가 에리두를 통해 만들려 했던 아트라하시스의 방주가 색채의 본거지로서 현현해 있었다.
"호시노 일행과 합류하면 바로 아비도스로 향하죠."
"아비도스? 왜?"
"제가 가진 기록이 정확하다면 사막에 잠들어 있을 겁니다. 방주에 대항할 수 있는 초고대 병기가."
가슴을 펴고 유메 선생에게 설명하던 도중이었다.
"그건 곤란해."
유메 선생도, 나도, 아리스도 아닌 목소리가 들렸다.
직후, 옆구리를 날카로운 통증이 훑고 지나갔다.
쓰러질 뻔하면서도 메고 있던 레일건을 뽑아 땅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은발의 여성이었다.
머리 위에는 예리하고 검으며 조금 상처 입은 헤일로가 떠 있다.
"……시로코 쨩?"
유메 선생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뚫어지게 오른손에 쥔 총을 바라보는 은발의 여성.
"과연. 두 가지 의미로 놀랐어."
외형적인 특징은 확실히 황륜대제에서 보았던 스나오오카미 시로코와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눈앞의 여성은 내 기억 속의 시로코와 비교해 어른스러운 모습이었고, 머리가 길고 몸매도 좋다.
이것 또한 색채와 접촉한 영향인 것일까.
"등을 꿰뚫을 생각이었는데, 그 찰나에 내 기척을 감지하고 순식간에 몸을 비틀다니. 엄청난 반응 속도와 몸놀림이야."
"……당신, 정체가 뭡니까?"
1초라도 늦었다면 그녀의 의도대로 등에 총알이 박혔을 것이다.
기척을 느끼자마자 회피 행동을 취한 것이 다행이었고, 총알이 옆구리를 스치는 정도로 끝난 모양새다.
하지만 언제 나타난 거지?
뒤를 잡혔는데도 발소리가 전혀 없었다.
"두 번째. 설마 단 몇 분 만에 방주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줄이야. 호시노 선배 외에도 경계해야 할 상대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나쁘지 않은 수확이네."
여성의 모습이 일렁인다.
"여섯 개의 탑을 공략한 보상으로 선택하게 해줄게."
그 얼굴에 일절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여성은 담담하게 고한다.
"떠올려 봐. 키보토스를 멸망시키기에 어울리는 존재를."
사라져 가는 은발의 여성.
나는 입술을 깨물며 모든 사고를 중단했다.
"응, 알았어."
완전히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시점에서 나는 들었다.
"그럼 그걸로 하자."
옥상에 울리는 여성의 목소리를.
"앗……!?"
어째서? 왜?
나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았는데.
유메 선생 쪽으로 눈을 돌리자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나도 아무 생각 안 했어."
그렇다면 어째서?
"으아아앙! 케이, 미안해요!"
영문을 몰라 멍하니 서 있었더니 아리스가 뇌에 직접 말을 걸어왔다.
"아리스, 떠올려 버렸습니다!"
무엇을, 하고 물으려던 그때였다.
빠드득, 하고. 붉은 하늘에 균열이 생겼다.
새까만 실처럼 선이 그어졌다고 생각한 순간 하늘이 갈라졌고, 그곳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모모이 일행과 봤던 영화랑 상황이 너무 똑같아서 그만."
하얗고 둥글둥글한 새 같은 모습이었다.
칠칠치 못하게 혀를 내민 모습은 나도 영화에서 본 기억이 있다.
소수의 애호가들에게만 인기 있는, 페로로라는 이름의 마니아틱한 캐릭터.
하지만 영화에서는 페로로지라라고 불렸었죠.
크기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타입인 걸까요.
침을 흘리며 날갯짓하는 모습은 기괴하다는 말 한마디로 요약된다.
게다가 우리 앞에 나타난 개체는 어쨌든 크다. 너무나도 크다.
10층짜리 빌딩 옥상에 있는 우리를 내려다볼 정도의 거구.
나와 유메 선생을 포착한 페로로지라의 눈이 기분 나쁘게 빛난다.
그렇게 인식한 찰나, 나는 선생을 안고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직후, 그놈의 눈에서 뿜어져 나온 열선을 맞은 빌딩은 순식간에 붕괴했다.
먼지처럼 휘몰아치는 토사.
1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농도의 흙먼지가 바람에 씻겨 내려간 끝에 목격한 것은 거대한 대지의 흉터였다.
절구 모양의 함몰.
빌딩이 서 있던 자리가 도려내져 땅에 뻥 하니 구멍이 뚫려 있다.
"케이 쨩, 숨어!"
순항 미사일에 필적하는 파괴력에 말을 잃은 내 손을 잡고 유메 선생이 강제로 끌어당긴다.
"불길에 휩쓸려 버릴 거야!"
유메 선생과 함께 방금 만들어진 함몰지의 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그곳에 둘이서 굴러 들어간 찰나, 페로로지라가 또다시 눈에서 열선을 뿜는다.
방금 전보다 위력이 올라간 그것은 대지를 융해시킬 정도의 초고열을 띠고 있었다.
대기를 절단하고 대지를 갈라 부수며 방대한 열파와 불꽃을 분출시킨다.
불꽃은 공중으로 흩날리며 더욱 넓은 범위로 불길을 퍼뜨린다.
"유메 선생! 불길이 거리를……!"
불길에 휩싸이는 D.U. 중심부를 앞에 두고, 하지만 유메 선생은 냉정했다.
"진정해, 케이 쨩. 주민 대피는 끝났으니까 최악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거야."
그리고 말이야, 라며 시선을 올리는 유메 선생.
고층 빌딩에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상대의 발치에 두 개의 인영이 있다.
타카나시 호시노와, 소라사키 히나.
최강이라 칭송받는 두 사람이 달려와 주었다.
제때 맞춰 주었다.
"이제 괜찮으니까."
나도 모르게 대답하고 싶어질 정도로, 구김살 없이 밝은 미소를 선생은 짓는다.
페로로지라의 눈이 세 번째로 기분 나쁘게 빛난다.
열선이 발사되기 그 전에, 호시노와 히나는 지면을 박차고 있었다.
페로로지라의 눈앞으로 순식간에 뛰어올라 각자의 애총으로 동시에 눈을 꿰뚫는다.
양눈을 잃은 상대는 중심을 잃고 기세 좋게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녹아내리듯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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