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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하루나가 피자를 먹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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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나름대로 깊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훌륭한 음식이지만, 오늘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고결한 역사보다는 편리함을 사는 것에 더 익숙하다.

쿠로다테 하루나는 우아한 자태로 피자를 한 입 베어 문다. 작은 입술 사이로 들어온 양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고 꼭꼭 씹으며 그 정직한 맛을 천천히 음미해 본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맛, 프랜차이즈 특유의 보장된 대중적인 맛이다. 절대적인 미식의 기준에서 엄격하게 조명해 본다면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하루나가 정의하는 미식의 지평은 결코 절대적인 수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 둘이서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아하하… 남은 건 포장해서 코하루 쨩이나 하나코 쨩이랑 같이 먹으면 되죠.”

등 뒤에서 도란도란 들려오는 두 소녀의 대화. 하루나는 그 목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흠… 히후미, 모모프렌즈 굿즈를 주긴 하지만 너무 비싸지 않아? 이 가격이면 다른 굿즈를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공식 콜라보 굿즈이긴 한데… 아즈사 쨩 말도 일리가 있네요.”

둘이 테이블 위에 잔뜩 주문한 것은 라지 사이즈 피자 한 판, 사이드 파스타 두 그릇, 밀크셰이크 두 잔, 그리고 기름진 치킨 윙까지. 위장이 큰 편은 아닌 두 소녀들에게는 이만한 음식이 과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총 가격은 9900엔. 거금을 대가로 주어지는 것은 알바생 버전 모모프렌즈 인형 4종.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인터넷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훨씬 더 질 좋은 공식 굿즈를 구할 수도 있는 불합리한 가격대였다.

“고민이 있으신 모양이네요.”

익숙한 목소리다. 아즈사와 히후미는 반사적으로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시선을 확 돌린다.

“하… 하루나 씨?”

“너는…!”

철컥—

아즈사는 반사적으로 스커트 밑 손을 총 쪽으로 뻗으며 즉시 전투 태세를 취한다.

“오랜만이군요.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하루나는 아즈사의 적의 앞에서도 한없이 공손하고 우아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즈사는 하루나의 태연한 태도와 히후미의 당황스러운 반응을 번갈아 살피고는 슬그머니 총구를 내렸지만, 눈동자에 서린 경계의 눈초리만큼은 결코 늦추지 않았다.

“후후, 그저 대화하고 싶을 뿐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합석해도 될까요?”

“아, 네!”

“……그러도록.”

하루나는 자신이 먹던 피자 접시를 들고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옆자리에 앉는다.

“들어보니, 제공된 음식의 가격과 가치에 대해 불만이신 것 같군요.”

그 말에 히후미가 흠칫 놀라며 몸을 굳힌다.

키보토스 전역에 악명을 떨치는 비상식의 테러리스트, 게헨나 학원 미식연구회의 부장으로서 그녀는 음식에 대한 불만을 대화가 아닌 폭 탄으로 표현하는 무시무시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이 평화로운 피자 가게도 거대한 폭발의 위기에 직면한 것인가?

“후후…… 긴장 푸세요. 그렇게 과격한 방법을 택할 생각은 없습니다. 당장은요.”

당장은.

그 말에 담긴 의미는 확실했다. 히후미가 식은땀을 흘리며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와중, 아즈사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지난번 햄버거나 카페와의 콜라보는 양도 적당하고 가격도 제법 괜찮았지.”

아즈사는 피자 브랜드 콜라보가 가진 가성비 문제를 정확히 지적했다. 아즈사의 너무나도 거침없는 분석에 히후미의 정신적 혼란은 더욱 극심해져만 간다. 하지만 하루나는 그저 조용하고 깊은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결국 당신들에게는 음식이라는 본질보다, 콜라보 상품이라는 부차적인 결과물이 더 중요하군요.”

“응.”

하루나는 품위 있게 나이프로 피자를 잘게 조각내어 입속에 쏙 넣는다.

“믿지 않으시겠지만, 제 평가는 세간의 악평에 비해 상당히 너그러운 편이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하루나는 몇 번 꼭꼭 씹어 맛을 보더니, 하얀 냅킨으로 입술을 가볍게 가리고 천천히 삼킨다.

“가게가 지향하는 경영 방향, 처한 상황, 취급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평가하는 기준은 매번 달라지겠지만… 결국 그것은 단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루나의 신비로운 붉은 눈동자가 히후미와 아즈사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것은, 손님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가?”

하루나의 붉은 입술 끝에 매혹적인 미소가 번진다. 날카롭고 위험해 보이는 그녀의 인상과 정반대로 대조되는 그 부드러운 미소가 묘한 아우라를 자아낸다. 히후미와 아즈사는 어느새 하루나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행복?”

아즈사가 되묻는다.

“예컨대 두 분이 지금 시키신 이 음식과 서비스에서 충분한 행복을 느끼셨다면 합격입니다. 반대로 어떤 이유로든 불만을 느끼거나, 지불한 가격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불합격이고요.”

너무나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말이기에, 역설적으로 그녀가 숨긴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흠… 비전문가인 두 분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미식이라는 행위는 단순히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과는 근본부터 다릅니다.”

하루나는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유려하게 설명을 이어간다.

“모든 감각이 그렇듯, 인간의 미각은 원래 생존을 위해 존재하던 감각이었죠.”

생존.

아즈사의 머릿속을 강하게 때리는 단어.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절대적인 두 단어. 임무와 생존.

“본능적으로 고기나 단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열량이 높은 음식을 효율적으로 찾기 위해서입니다.”

[보급된 고기와 설탕은 철저히 나눠서 써라. 이번 보급으로 적어도 3개월은 버텨야 한다.]

“반대로 쓴맛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는 건, 체내로 들어올 독을 피하기 위한 방어 기제죠.”

[음식을 쓰레기통에서 주울 때는, 항상 끝부분부터 조금씩 떼어먹어라. 과하게 시거나 맛없는 부분이 나오면 미련 없이 버려라. 그건 상한거다. 상한 음식을 먹고 병이 나면 아군에게 손해다.]

“하지만 미식(美食)이라는 고차원적인 문화는, 인류가 농경 사회로 안정되게 옮겨가며 비로소 생겨났습니다. 단순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생존의 선호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행복을 위한 선호로 아름답게 변모한 거죠.”

[오해하지 말아라. 너희 몫의 설탕을 거친 밀가루와 섞는 건 열량을 가장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누군가의 생일 따위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어.]

왜, 대체 왜 하루나의 우아한 목소리 위로 아득한 아리우스 자치구의 기억들이 겹쳐 들리는 걸까.

“… 이해하기 어려운가요, 아즈사 씨?”

“…아니.”

아즈사는 자신의 앞에 놓인, 치즈가 길게 늘어지는 따스한 음식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평화로운 트리니티의 햇살 아래에서, 자신이 이런 과분한 행복을 누려도 되는 걸까.

[열량은 공급할 수 있을 때 무조건 공급해 두어라. 나는 이미 내 몫을 다 먹었으니 신경 쓰지 마라.]

아즈사는 굳은 표정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강하게 쥐었다. 그리고 눈앞의 음식들을 꾸역꾸역, 필사적으로 입속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씹고, 삼키고, 또 밀어 넣는다.

히후미와 하루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음식을 삼키는 아즈사의 눈가에,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아주 살짝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행복하기를.]

“배가… 너무 빵빵해…”

매장을 나온 아즈사는 더부룩하게 부풀어 오른 배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과도한 양의 음식을 소화하느라 뱃속에서 위가 부글부글거리는 감각을 느끼고 있었고, 배에서는 가스가 끓어 연신 꾸륵꾸륵거리는 민망한 소리가 작게 울렸다.

“아즈사 쨩, 기숙사 가면서 편의점에서 소화제라도 꼭 사 먹어요.”

“어… 그래야 할 것 같아.”

히후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카운터에서 무사히 결제를 마치고, 네 봉지의 콜라보 굿즈 봉투를 받아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뱃속의 격렬한 전쟁도 잊은 채, 아즈사의 눈이 아이처럼 반짝였다. 그런 그녀의 지극히 순수한 모습에서 미식연구회의 부원, 준코의 모습이 겹쳐 보였는지, 하루나는 후후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후후, 두 분 다 원하시던 것을 얻어 행복하신가요?”

“네!”

“어!”

하루나 역시 계산대에서 결제하고 인형 봉지를 받아든다. 그녀는 손에 쥔 봉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볍게 아즈사에게 건넨다.

“이 안에 든 것은 저보다 두 분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리겠네요.”

“…고마워.”

“아닙니다. 음식을 통해 모두의 행복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가 평생을 바쳐 추구하는 미식의 진정한 길이니까요.”

어느새 아즈사의 마음속에 가득했던 경계심은 다 사라져 있었다. 세 사람이 마침내 매장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고 나서야, 히후미는 참았던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쉰다.

“휴우… 정말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네요.”

“후후, 제가 저 가게를 무작정 폭파할까 봐 걱정하셨나요?”

“아… 그건, 절대 아니에요!”

히후미는 입술을 꼬물거리며 눈치를 보더니, 결국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솔직히… 음식이 프랜차이즈라 마음에 안 드신다고 테러라도 하실 줄 알았어요.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후후, 프랜차이즈는 제가 웬만해서는 잘 터뜨리지 않습니다. 만약 터뜨려야 한다면 그런 시스템을 만든 본사를 터뜨려야죠. 물론 매장 자체의 문제가 있는 경우는 다르지만요.”

“아아…”

“말했잖아요? 자신이 지불한 금액만큼의 행복을 온전히 얻을 수만 있다면, 미식의 관점에서는 합격이라고요.”

바로 그때, 히후미는 하루나의 손이 비어 있는 것을 눈치챈다.

“하루나 씨, 혹시 손가방을 매장 안에 두고 오신 것 같은데…”

“히… 히후미…”

갑자기 아즈사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파르르 떨렸다. 이상함을 감지한 히후미가 고개를 돌려 아즈사 쪽을 바라보았다.

아즈사가 방금 설레는 마음으로 찢은 다섯 개의 콜라보 봉지. 그리고 그 봉지의 수만큼 바닥으로 툭툭 떨어진 내용물들.

그것은 다섯 개의 똑같은 인형.

똑같이 생긴, 다섯 개의 알바생 핑키파카 인형이었다.

히후미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내린다.

그리고 열려있는 식당의 문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근데 사장님 4개 다 다르게 줘야하지 않나요? 남아있는 게 가장 인기 없는 거 뿐이라 다 그걸로 주는 건 좀…”

“뭐 어때. 어차피 쟤네 다 굿즈 보고 온 거라 다시 안 올 손님들이야. 결제도 이미 끝났고.”

그 둘의 대화를 들은 아즈사는 아즈사는 총을 장전한다.

하지만 하루나가 손을 내밀며 저지한다. 아즈사는 분노에 차 뭐라 말하려 하지만 하루나가 선수친다.

“흐음, 이젠 전혀 행복해 보이시지 않군요.”

소녀들의 눈에서 행복이 증발하고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 찬 것을 똑똑히 목격한 하루나는, 코트 주머니에서 붉은색 버튼 하나를 천천히 꺼내 든다.

“매장의 위생 상태, 점원의 태도, 음식 자체의 퀄리티, 전부 프랜차이즈임을 감안해도, 아니 프랜차이즈라면 더 챙겨야했을 문제점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합격이었다만.”

미식의 균형이 깨진 순간, 엔딩은 이미 단 하나로 정해져 있었다.

EAT

꾸욱-

OR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DIE.

- THE END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8876343&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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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10.28창작

소설) 하루나가 피자를 먹는 이야기

#쿠로다테 하루나#소설
좋아요 0댓글 9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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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DC
치동작가
게시물 28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10.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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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나
ㅇDC
ㅇㅇ124.10.28
디시콘
ㅇDC
ㅇㅇ224.10.28
디시콘
ㅇDC
ㅇㅇ324.10.28

십련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DC
ㅇㅇ424.10.28
ㅇDC
ㅇㅇ524.10.28
디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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