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것도 아닌 평화와 친목의 장인 황륜대제를 노린 테러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요!
이런 상황에도 총학생회가 가만히 있으면 뭐 세계멸망이라도 가야 움직이겠단 말입니까?"
"제발 냉정하게 생각 좀 해보세요. 도대체 '어디'를 상대로 행동하겠단 건지부터 설명해주시죠?
아직 우리에겐 아무런 정보도, 단서도 없어요. 애먼 학원 상대로 무력행사라도 했다가는 다른 학원들도 들고 일어설 거고, 그러면 키보토스도 끝장이에요!"
키보토스 전역에서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때 각 학원의 대표들과 총학생회를 상대로 소집되는 회의인 키보토스 안전보장이사회.
다툼이 발생하기 쉬운 회의의 특성 상 보통은 각 학원에서 제일 진중한 학생이 대표로 참석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테러라는 단 한 단어 앞에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아루가 회의실에 들어온 지 꽤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자신들의 할 말만을 계속하는 학생들.
"자, 권한 대행님께서 오셨습니다. 여러분----"
"당신네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맨날 탁상공론만 벌이다 보니 현실 감각이 무뎌졌나 본데---"
"현실 감각이 무뎌진 건 당신이고! 지휘권자도 없는데 대체 누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 모두 조용!"
더 이상은 봐주지 못하겠다는 듯이 린이 나서서 책상을 두드린다.
쾅! 하는 소리가 테이블을 울리고, 몸을 테이블에 붙이고 있던 참석자들이 그제서야 아루를 바라본다.
"...리쿠하치마 아루 총학생회장 권한 대행이십니다."
잠시 이어진 침묵.
그러나 이도 잠시, 그녀가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너도나도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다.
"저희 학원에서 개회식 참가한 학생만 5000명이 넘어요!
그리고 지금 그 중 행방불명자만 3000여명입니다.
이대로 총학생회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저희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자위권을 발동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총학생회 측을 향해 크게 반발하는 게헨나 측 대표.
그러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 좌석에 앉아있던 트리니티 대표가 끼어든다.
"잠깐,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더라도 그건 아니죠.
총학생회가 무력화 되어버린 상황에서 독자적 군사행동을 게시하겠다? 조금 의도가 불순해보입니다만?"
"ㅁ, 뭐라고요? 그 말은 지금 우리를 의심하는 겁니까?"
"의심이 아니라 그저 개인적인 우려 쯤으로 해두지요. 일단은."
"그래, 그래서 그쪽 존엄하신 티파티 호스트 '님'들께선 '공무로 인한 사정' 운운하며 개회식 참석도 안하셨나 보지?
설마 이 사태를 미리 알고 고의적으로 참석하지 않은거라면---"
게헨나 대표에게 역린을 자극당한 트리니티 대표의 표정이 급속도로 험악해진다.
"그분들 이야기라면 그 쯤 해두는 게 좋을텐데, 더 이상 지껄였다간---"
"뭐,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있고? 아가씨 말투로 나긋나긋 면박 주는 거 듣기는 이제 질리는데---"
"이 인간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급기야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려다 급하게 제지당하는 트리니티 대표.
겨우 트리니티 대표를 진정시키자, 이제는 권한 대행이 어느새 자리에서 사라졌음을 눈치챈 린.
아직도 어수선한 회의실을 뒤로 한 채 아루를 찾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한 편 그 시각, 총학생회 건물의 어느 화장실.
"우웁......우웨에에엑!!!"
변기를 쥐고 엎드린 채로 하염없이 헛구역질을 내보낸다.
도대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한걸까.
하지만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자가 있을 리가.
아, 총학생회장. 그녀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제 그녀는 없다.
아니, 총학생회장은 없지만, '총학생회장'은 승계되었다.
문제는 바로 자신이 그 총학생회장이라는 사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숨죽여 조용히 흐느끼는 일 뿐이었다.
"대행, 볼 일은 다 보셨는지?"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화장실 바로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린이 말을 건넨다.
"아, 행정관님. 저, 죄송하지만, 저랑 이야기 좀 잠깐 하시죠. 괜찮습니까?"
"...예, 잠깐이라면 가능합니다."
이내 린의 업무실로 들어가는 두 사람.
입술을 겨우 옴짝달싹 거리며 아루가 이야기한다.
"저... 총학생회장 권한 대행직, 제가 사퇴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진심이십니까, 리쿠하치마 대행?"
"저는 도저히 이런 자리에 있을 자격이 안되는 사람입니다. 행정관님께서도 잘 아시지---"
린이 살짝 찌푸린 미간을 붙잡으며 대답한다.
"자격이라... 자격.
능력을 말하는 거라면, 그 자리에 합당하게 오를 수 있는 분은 한 분 뿐이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 분을 잃었고요."
"ㅇ, 예. 그렇지만 다른 분들 중에도 저보단 훨씬 나은---"
"일단, 대행께서 사퇴하시면 그 자리는 한동안 공석이 되겠군요.
조례에서 정해둔 승계권자는 수석행정관과 행정위원들까지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리쿠하치마 대행---"
갑자기 안경을 벗은 채로 노려보며 대화를 이어가는 린.
"권력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아요.
대행께서 사퇴하시면, 총학생회에서 '합법적으로' 그 공백을 메꿀 이는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거 같습니까?"
"...쿠데타, 말씀하시는 겁니까?"
린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은 아루가 뒤늦게 대답한다.
"그 말... 부정하지는 않도록 하지요.
그리고 싯딤의 상자.
그 통제권자 또한 공석이 되는 겁니다. 리쿠하치마 대행.
대충 전력 및 식량, 연료 비축분이 2주 정도 되니까...
그 후부터는 정말 어마무시한 일들이 벌어지겠지요."
"......"
"아직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단단히 오해하고 있나 본데, 이 자리는 당신이 '획득'한 것이 아니에요.
키보토스의 모든 학생들이 당신에게 '부여'한 겁니다.
리쿠하치마 아루, 당신에게."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던 린이, 그제서야 평정을 되찾고 다시 안경을 쓰며 말한다.
"일이라면 저와 총학생회 스텝들이 알아서 해나갈 겁니다.
그러니까 대행께선--- 그저 그 자리에 앉아만 계세요.
그것이 제 마지막 부탁이자, 그녀의 염원이기도 할 겁니다.
그럼, 아랫쪽 상황이 다급한지라 전 이만."
급하게 업무실을 나가버리는 린.
방 안에 혼자 남겨진 그녀는, 망연자실한 채 허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실.
"블랙마켓에서... 15시 쯤부터 모든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단 겁니까?"
"예. 게다가 항상 주변을 순찰하던 블랙마켓 가드들도 급하게 안으로 들어간 뒤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녁이 된 지금도 아무런 불마저 켜지 않고---"
"잠시만, 3시라면 테러가 일어난 시점과 거의 일치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설마... 블랙마켓에서 이 일을...."
"그 뿐만이 아닙니다. 발키리 교정국에 따르면 현재 7명의 중대범죄자, 통칭 '칠수인' 이 오늘 오후 교정국 시설에서 탈옥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밍이 지나치게 절묘해요."
각 학원의 대표들을 상대로, 설명을 이어가는 방위차장.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습니까?"
"블랙마켓에 병력을 투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치안유지를 위해서 발키리와 SRT의 병력을 총동원한 상태라 그건 무리입니다.
하지만 약간의 무력을 사용해서 그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심어주는 거라면 가능하겠죠.
작전계획 5015를--- 발동해야 할 때입니다."
"행정관님, 작전계획 5015가 대체 뭘 말하는 거죠? 저희는 기밀등급상 들어본 적이..."
복도를 걷는 린의 옆에서 질문하는 행정관.
"작전계획 5015는... 키보토스의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 블랙마켓 같은 우범 지역을 상대로 한 비상시 원거리 공습계획입니다."
"그렇다면... 블랙마켓 상대로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말 아닙니까?!
절대 안됩니다 저거. 여기서 방위실 애들 말 들어주면 사실상 행정 컨트롤 쟤들한테 넘기는 거에요.
쟤네 카이저 애들한테 돈 받아먹는 거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여기? 혹시나 손잡고 쿠데타라도 일으키면---"
"......일단은 리쿠하치마 대행부터 모셔오도록 하죠. 어차피 최종 승인은 그녀 몫이니까."
"그러니까... 블랙마켓에서 이번 사건을 꾸몄다, 이런 말씀이십니까?"
방위차장의 말을 들은 아루가 되묻는다.
"예. 테러 사건 직후 블랙마켓 구역과 키보토스 전역에서 벌어진 몇몇 불순한 정황을 봤을 때 이는 블랙마켓, 혹은 블랙마켓에 숨어든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른 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충격과 공포, 일종의 예방주사이지요.
방위실 직속 포병대와 드론들을 동원하여 블랙마켓 건물들을 공습, 무력화 시킬 겁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이 잠시 동안이라도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발을 묶을 수 있고, 그럼 그 사이에 저희가 대응하여..."
방위차장의 말을 듣던 아루가 손을 들며 질문한다.
"잠깐만요. 블랙마켓에는 범죄자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키보토스 일반구역에서 살지 못하는 수많은 빈민들 또한 있지 않습니까.
그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대피는 가능한 겁니까?"
"아뇨, 사태의 급박성 및 도주 우려를 고려하면 사전 대피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또 혹여나 블랙마켓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학생이라도 있다면--"
"리쿠하치마 대행,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생명은 소중하다? 우리 학생들보다 빈민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
테러로 인해서 지금 우리 모두는 수천 명을 잃었어요!
고작 공습하다가 몇십명 다치는게, 수천 명의 목숨과 같이 저울질이 가능하다고 봅니까?"
게헨나 대표가 아루의 발언을 공격하고 나선다.
트리니티와 밀레니엄의 대표도 이를 딱히 부정하지는 않는 듯이 반응한다.
"그, 그런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블랙마켓을 성급히 공격했다간 블랙마켓에서 대규모의 난민들이 뛰쳐나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일이라도 발생했다간, 키보토스는 정말로 무정부 상태가---"
아루의 대답을 들은 게헨나 대표, 잠시 동안 실소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정색하며 말한다.
"죄송하지만, 리쿠하치마 대행. 키보토스는 당신들 회장을 잃은 순간부터 이미 무정부 상태가 된 겁니다.
공격 계획, 승인하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저희의 다음 안건은...
총학생회장 권한 대행 탄핵소추 안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회장을 박차고 나가는 각 학원 학생 대표들.
린과 총학생회 행정관들이 그들을 쫓아 급히 나가면서, 거대한 회의실에는 아루만이 남게 되었다.
그런 그녀의 몸에서, 휴대폰 진동음이 울린다.
"ㅁ, 무츠키?! 다행이다. 너 지금 어디ㅇ....."
"미안하지만 나야. 실장, 아니 이제는 대행이라고 불러야 하려나."
전화를 건 상대는 총학생회 재무실 직무보좌관, 오니카타 카요코.
"아... 카요코 보좌관. 무사했군요. 다행입니다."
"그건 나야말로 하고 싶은 말인데, 계속 전화 걸어도 받지 않길래 설마 개회식 참가라도 했나 했어."
"앗, 죄송합니다. 지금 사정이 있어서..."
"아니, 그건 이미 총학생회한테 전부 전해들었어.
린 행정관이었나? 그녀가 말해주더라고. 당신이 지금 패닉상태란 것까지.
자신은 업무가 바쁘니까 대행을 잘 챙겨달라고 신신당부하던데.
그래서 지금 그쪽으로 가는 중이야."
"아, 린 행정관..."
자신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줄 알았던 린이 카요코에게 그녀를 부탁했다는 말에 살짝 놀란 아루.
그러나 진정으로 그녀를 놀라게 한 말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블랙마켓에서 통신 끊고 잠수 중인 거 말인데,
의도적인 게 아니라... 사고로 인한 통신두절이면, 어떻게 되는 거야?"
".....예?"
관심과 댓글은 늘 아리갓또 데즈우웅
이거 피폐물이냐고 물어보시는 분 있던데 초반 테러파트라 극히 피폐한거고 본편 분위기는 정치파트 좀 빼면 몰?루틱할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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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