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0자
파파고
허접임
오타오역 지적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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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 일-끝!"
어느 날 낮.
평소보다 일찍 어느 정도 일을 끝낸 나는 크게 기지개를 켜면서 앞으로 뭘 할지 생각중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외식이나 할까~ 분명 외근 때 좋은 가게를 봐둔 것 같은데..."
그러면서 스마트폰으로 이전에 찍어둔 가게 사진을 찾고 있는데, 방 쪽에서 전자레인지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오, 타이밍 좋네. 마침 제조도 끝났나."
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크래프트 챔버를 보러 간다.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면 거기에는 크래프트 챔버라는 오파츠가...
"...응?"
크래프트 챔버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확실한 위화감을 느꼈다.
크래프트 챔버 자체에는 이상이 없다. 문제는 생성된 물건의 배출구.
내가 미리 지정한 오파츠 대신 핑크색 서류 뭉치가 놓여 있었다. 위치로 보아하니 이것이 크래프트 챔버에서 나온 건 확실하다.
"거짓말이지... 내 합성용 기동석이랑 오파츠가..."
꽤 귀중한 자원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상당히 충격적이다.
설마 크래프트 챔버가 생성물에서 오류를 범할 줄이야. 앞으로는 제조도 이런 걸 신경써서 해야 하나.
일단 서류의 내용물을 확인해야지. 어쩌면 이 서류 뭉치가 비의서 뭉치일수도 있고.
"음...음?"
바로 맨 위의 서류를 넘기고 빼곡하게 들어찬 내용을 확인해보니 익숙한 물자열과 양식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 전용 혼인신고서.
서류 맨 위에는 큼지막하게 그렇게 적혀 있었다. 종이가 핑크색인 탓에 약간 팬시한 느낌이다.
그러나 그 아래 서류 형식은 분명히 내가 아는 혼인신고서 그대로였다.
"...설마"
두 장 세장 넘기니 모두 같은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크래프트 챔버에서 대량의 혼인신고서가 생성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뇌는 처리했지만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 태클 걸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독신인 나를 관공서에서 괴롭히는 건가?
그래도 이렇게 많이 준비하면 어떡해. 잘못 썼을 때를 대비한 예비라고 해도 정도가 있지."
더 자세히 서류를 살펴보니 이름 쓰는 칸에 나와 학생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손글씨가 아니라 인쇄겠지.
스나오오카미 시로코, 하야세 유우카, 코사카 와카모, 소라사키 히나
서류를 한 장 집어들 때마다 익숙한 이름들을 발견한다.
장난치고는 상당히 손이 많이 가서 아주 악질이다.
뭐야? 나 크래프트 챔버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여자에게 인연이 없는 독신을 괴롭혀서 뭐가 재밌는 거야?
"골때리네, 나중에 한번에 처리할까?"
일단 서류뭉치를 그 근처 책상에 놓고 침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예정대로 외출을 한다.
참고로 그 가게의 식사는 초등학생 수준의 감상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가격도 적당하니까 나중에 학생들에게 소개해 줘야지. 특히 흥신소.
"선생님. 여기 다음 서류."
"아, 고마워 시로코."
오후, 업무도 거의 끝나가 시로코와 함께 대량의 서류를 처리한다.
빠르게 내용을 훑어보며 사인. 이 작업을 끝없이 계속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로코가 운반해 준 서류들을 모두 처리하고 다음 서류를 달라고 하지만, 시로코가 반응이 없다.
"응? 시로코?"
시로코는 어떤 서류를 손에 쥐고는 굳어 있었다.
무슨 일인지 그녀의 뺨이 붉어지고 있었다.
"서,선생님...이거..."
겨우 움직이기 시작한 시로코는 나한테 그 서류를 보여준다.
"이, 이건!?"
그 서류는 제조실에 놓여 있어야 할 학생 전용 혼인신고서였다.
이게 왜 집무실 책상에 워프된건가 하는 건 제쳐두고, 하필이면 시로코의 이름이 적힌 것을 본인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선생님...이건 그러니까..."
"으아!? 아니야 시로코! 이, 이건 뭐라고 설명을..."
이래서는 학생에게 손을 대려고 하는 변태 교사...아니 그 이상의 기분 나쁜 무언가다.
황급히 변명하려는 내 어깨를 시로코가 꽉 잡는다.
"시, 시로코 씨...?"
"선생님의 마음은 잘 알겠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선을 나에게 맞춘다. 결의에 찬 표정이면서도 그 시선은 부드럽고 다정함으로 가득했다.
"응, 결혼하자. 선생님."
"어!? 기다려줘 시로코, 일단 얘기를..."
큰일났다. 완전히 오해를 받고 있는데다가 어떻게 보면 최악의 반응이 나오고 말았다.
"지금까지 말을 못해서 힘들었지. 그래도 괜찮아 선생님. 사랑만 있다면 지위도 나이도 상관없어."
그녀는 제멋대로 해석하고는 폭주해 버린다.
아직 당번 시간인데도 그대로 출입문 문고리를 잡는다.
"인감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가져올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시로코는 방을 떠났다.
지금의 시로코라면 5분이면 샬레와 아비도스를 왕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버렸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의 의식은 엄청난 기세로 울리는 모모톡 알림에 의해 현실로 돌아온다.
보니까 조금 전 일이 귀여워 보일 정도로 엄청난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으아아ㅏㅏ아아아ㅏㅏㅏ!!?"
엄청난 공포에 의자에서 떨어진다.
메시지의 내용은 모두 그 혼인신고서에 대한 것으로, 아무래도 어느새 기사나 글 같은 게 있었나 보다.
"선생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이, 이런 분위기도 꾸밈도 없는 고백...최악이에요!! 지금 그쪽으로 갈 테니 기다리세요!"
"선생님, 이렇게는 안 돼요. 당신이 직접 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곧 갈 테니까 기다려주세요."
"으헤~, 선생님은 꽤나 대담한 장난을 치는구나. 아저씨 착각해 버리겠어~...있잖아 선생님, 확인해도 될까?"
그 밖에도 차례차례 학생들의 메시지가 표시된다.
모두 한결같이 '곧 샬레로 가겠다' 고 했다.
"아 망할! 조졌네! 이런 기세로 몰려들면 샬레가 무너진다고!"
곧 닥칠 생명의 위기에 대비할 시간조차 주치 않고 땅을 뒤흔드는 발소리들이 집무실 출입문 앞에서 멈추고는 문이 산산조각나 날아간다.
"우와악!! 역시 이렇게 되는구나~!!!"
이후 모인 학생들의 난투극으로 샬레가 폭발적으로 불붙는데, 그건 또 다른 이야기.
아이템(보라색)
학생 전용 혼인신고서(사용 조건 : 인연랭크 99)
학생과 선생님의 유대가 형성된 특수한 혼인신고서.
여기에 서로의 도장을 찍으면 혼인신고서에 이름이 적힌 학생과 선생님은 영원한 사랑으로 맺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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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