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기준 4,053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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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내가 있을 곳
-카야-
에덴조약 조인식을 다음 날로 앞두고, 내 주변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행정위원회에서 유지파를 과반수로 만들어, SRT 특수학원의 폐교를 철회시키거나.
각 학교의 유력자들과 친분을 쌓아, 총학생회와의 연계를 원활하게 하거나.
뇌물이나 권력 다툼에 바쁜 놈들과 깔끔하게 손을 떼거나.
실종된 총학생회장의 행방을 쫓는 등, 숨 돌릴 틈도 없다.
오늘은 오랜만의 휴일이라 샬레에 얼굴을 비췄다.
키보토스에서 살아가는 모든 학생의 상담에 응하고, 동시에 소속이나 학적에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 학생의 협력을 구할 수 있는, 키보토스 세력도의 특이점.
총학생회장에 의해 부여된 권한 아래, 모든 규약이나 법률에 의한 규제와 벌칙을 면하는 초법규적 기관.
고문인 유메 선생은 스무 살 여성으로, 학생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괴짜다.
그런 사람과 손을 잡게 된 데에는 여러 사정이 있지만, 지금은 이것이 시라누이 카야의 일상이다.
푸념은 있어도 불만은 없다.
오히려 행운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유메 선생 덕분에 방위실장으로서 있어야 할 모습을 찾아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집무실에 도착했다.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평소처럼 어질러진 광경 속에 낯익은 모습이 하나.
발치 근처까지 내려오는 긴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나른한 눈빛으로 이쪽을 돌아본다.
"어라? 호시노 씨, 왜 이런 곳에?"
"이런 곳이라니, 그건 좀 실례 아냐?"
호시노 씨 너머, 책상 앞에 앉은 유메 선생이 지긋이 노려본다.
검은 미니스커트에 흰 셔츠의 조합.
그 위로 가운을 아무렇게나 걸치고 있다.
"그래서, 왜 호시노 씨가 있는 건가요?"
"내가 불렀어. 일을 좀 도와줬으면 해서."
호시노 씨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졸린 듯 한쪽 눈을 비볐다.
유메 선생이 특히 신뢰를 두는 인물이기도 하니, 이대로 이야기해도, 뭐, 괜찮겠지.
"유메 선생님은 내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조인식 말이야? 당연히 가야지. 현장에 있는 편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 쉬우니까."
그 말에 윽 하고 몸을 뒤로 뺐다.
역시 선생도 아무 일 없이 조인식이 치러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라.
아리우스 분교와 연결되어 있던 미카 씨를 붙잡은 것만으로는 사건 해결이라 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테러 행위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니까.
"저, 총학생회 대표로서 정식으로 초대받아 버렸는데요."
"참석해야지. 원래는 회장님이 제안한 거잖아."
완전한 평정심으로 유메 선생은 대답했다. 그것도 단정적으로.
"총학생회 대표로 가는 김에 경비원으로 SRT의 아이들을 몇 명 데려가는 건 어때?"
하아, 하고 일단 고개를 끄덕여 본다.
자신의 몸은 확실히 지킬 수 있겠지.
하지만 유사시에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만한 전력으로는 부족하다. 너무나도 부족하다.
일단 조인식 행사장 경비 증원에 대해 게헨나와 트리니티에 이야기를 넣어 볼까.
오랜만에 히나 씨와도 얼굴을 마주하고 싶고.
뭐, 평소처럼 서로 고생담이나 늘어놓게 될 것 같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이쪽에서도 조금 정보 수집을 해둘게."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발길을 돌린다.
"조인식 끝나면 맛있는 디저트라도 먹으러 가요."
"좋네, 꼭 가자."
손을 흔들며 집무실을 나섰다.
"유메 선배,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죠."
유메 선배와 방위실장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그렇네. 아리우스가 앞으로 취할 만한 움직임인데."
"그건 이제 됐어요. 대충 알겠으니까."
"그래? 아직 트리니티와의 관계밖에 설명 안 했는데. 역시 대단하네."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훑어보는 유메 선배.
"게헨나와 트리니티 양쪽을 무너뜨릴 생각일 테니까, 전력으로 막아야 해."
그렇겠죠, 라고만 대답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유메 선배를 지키고, 적을 배제한다.
"그런데, 오늘 부른 이유는?"
"항상 노력해 주는 호시노 쨩을 위해 특제 베개를 준비했어!"
갑작스러운 전개다. 전혀 따라갈 수가 없다.
하지만 선배는 이쪽 사정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소파에 앉았다.
"짜잔! 내 무릎이야!"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할 거예요. 어떤 서류부터 처리하면 되죠?"
선배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무릎을 탁탁 쳤다.
"호시노 쨩~"
선배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적어도 억지라도 부려준다면, 열심히 설전이라도 벌여볼 마음이 생기겠지만.
샬레의 선생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언제나 문답무용이다.
고육지책으로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훑어본다.
제출 기한이 내일로 다가온 보고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건 수작업인데, 아라비아 숫자로 작성해 버렸고.
학생들의 요청만큼은 확실히 확인하고 있는 건 선배답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호시노 쨩~"
선배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싱글벙글 웃고 있다.
"끝나면 마음껏 즐길 테니까, 지금은 손을 움직이세요."
꽤 진심으로 소리를 질러 보았다.
하지만 활짝 웃는 선배의 미소를 보고 있으니, 분노 같은 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반칙이라니까, 그 미소는.
왠지 눈부신 기분이 들어,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히나-
콰광. 번개가 떨어진 것 같은 굉음이 들렸다.
지면은 비스듬히 기울고, 주변 건물이 날아간다.
순항 미사일의 직격을 받은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조인식을 망쳐버린 아리우스 분교의 학생들이 총기를 겨누며 다가온다.
대충 봐도 족히 이백 명은 넘어 보인다.
너무 괴로워 숨도 쉬어지지 않는 몸에 명령한다.
오늘 조인식에는 카야도, 유메 선생도 참가하고 있다.
매일 푸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과, 소중한 사람.
그 둘 다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구하러 가야만 한다고.
타버릴 것 같은 몸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싸웠다.
개개인의 실력은 별거 아니었지만, 숫자가 너무 많다.
쓰러뜨리고 쓰러뜨려도 어디선가 새로운 병력이 가세한다.
백 명 가까이 쓰러뜨렸는데, 싸움을 시작했을 때보다 적의 수가 늘어나 있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너무 아프니까. 이런 건 견딜 수 없어.
그래도 필사적으로 싸웠다.
아파, 아파, 아파.
그런 단어밖에 이제 생각나지 않는다.
아파, 아파, 아프지만.
피를 토하며 총을 겨눈다.
하지만 이제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통증만이 반복된다.
지금은 그저, 선생의 상냥한 미소를 떠올린다.
"……도와줘."
선생이 있어 준다면, 피투성이가 된 나라도 안아 줄까.
"도와줘, 선생님. 너무 아파. 괴로워."
눈물이 흘러넘쳤다.
아프고 힘들고, 너무 외로워서 그저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히나 쨩."
이름이 불려 뒤를 돌아본다.
"늦어서 미안해."
유메 선생이었다.
상냥하게 안아 주었다.
온몸이 피로 더러워진 나를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것만으로, 그런 것만으로 통증은 옅어져 갔다.
"선도부장 쨩은 거기서 쉬고 있어."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타카나시 호시노가 아리우스 분교의 학생들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까."
차가운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맨 앞줄에 있던 학생들이 총을 겨눈다.
그때는 이미 타카나시 호시노가 적진의 품속으로 뛰어든 뒤였다.
영거리에서 샷건의 일격을 얻어맞고 적들이 차례차례 쓰러져 간다.
실력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적의 총격보다 타카나시 호시노의 이동이 더 빨랐다.
아리우스 분교의 학생들이 전멸할 때까지 시간상으로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히나 쨩은 햇살 냄새가 나네~"
유메 선생의 녹아내릴 듯한 목소리가 샬레 집무실에 울려 퍼진다.
참고로 나는 소파에 앉은 선생의 무릎 위에 왠지 모르게 올려져 있다.
유메 선생의 얼굴이 무척 가깝다.
향수를 뿌린 것도 아닌데 좋은 냄새가 났다.
목덜미에 선생의 따뜻한 숨결이 느껴져 머리와 몸의 중심이 찡하고 저리는 것 같다.
부끄럽지만 기쁘기도 하고.
조인식으로부터 사흘이 지나 상처 자국 없이 완치되었다.
업무에 복귀했다는 것을 보고하려고 샬레를 찾았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생의 무릎 위에 앉혀져 버려서.
"유메 선생님."
어느새 들어왔는지 타카나시 호시노가 눈앞에 있었다.
"왜 당연하다는 듯 선도부장 쨩을 무릎에 앉히고 있는 거죠?"
꽤 화가 난 모양인지 목소리가 무척 낮다.
하지만 유메 선생은 미소를 잃지 않고 태평하게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네?"
"게헨나 선도부장의 이름, 제대로 알고 있어?"
"다, 당연히 알고 있죠."
절대로 기억 못 하고 있네, 이 반응은.
나를 평소에도 직함으로 부르고 있고.
물론 그런 건 유메 선생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럼 정답을 말해봐. 제한 시간은 10초."
물론 대답하지 못했다.
"네, 10초 지났습니다."
"잠깐만요. 제가 먼저 질문――"
"그런 고로, 호시노 쨩도 동참이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타카나시 호시노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리는 유메 선생.
내가 앉아 있는 반대편, 비어 있는 쪽 무릎 위에 앉혀 버린다.
"히나 쨩이랑 둘이 나란히 냄새 맡아야지. 크으, 호강한다아아앗!"
풀어질 대로 풀어진 흐뭇한 얼굴로 유메 선생은 우리 둘을 꽉 껴안는다.
"왠지 미안해, 선도부장 쨩."
한숨을 쉬는 타카나시 호시노에게 나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히나."
"응?"
"히나라고 불러줘."
"으헤~ 그럼 내 이름은 호시노로."
호시노는 유메 선생의 얼굴 너머로 조금 부끄러운 듯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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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준 4,34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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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중간관리직의 모임
-유우카-
생선.
그래, 생선이다.
카야 씨가 생선을 먹고 있다.
총학생회의 방위실장을 맡고 있는 시라누이 카야 씨가, 그저 한결같이 생선을, 말이다.
조리지도, 굽지도, 삶지도 않았다.
생선회 조각을, 와사비를 푼 간장에 찍을 뿐.
그런데도 카야 씨의 손은 멈추지 않는다.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고 처음엔 주저하던 주제에.
"제법 맛있지?"
유메 선생의 물음에 끄덕끄덕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카야 씨.
"시로코 쨩이 잔뜩 낚아와 줬거든. 사양 말고 듬뿍 먹어!"
회는 트리니티나 게헨나에서도 드문 모양인지, 하나코 씨와 이로하도 한 점 한 점 확인하듯 먹어 나간다.
에덴 조약 조인식으로부터 2주일이 지났다.
거리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리우스 분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체포되었다.
응원에 달려와 준 SRT 특수학원, 그리고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조력도 있어서.
다만 주범격으로 보이는 무리는 놓쳐버린 모양이고.
순항 미사일 직격을 받은 히나 선배는 사흘 만에 완쾌했지만, 카야 씨는 어제까지 침대 위였다.
배에 권총을 맞은 카야 씨는 2주일의 입원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사실은 아직 입원해 있어야 하는 모양이지만, 병원은 지루하다는 이유로 어제 퇴원해버려서.
이 2주일 동안, 각자의 자치구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
정보 공유를 하는 겸에, 다 같이 맛있는 것이라도 먹자는 흐름이 되어.
장소는 만장일치로, 샬레의 식당으로 결정되었다.
어느 진영이 방문해도 위화감이 없고, 후우카가 와주기로 했으니 요리 맛은 말할 것도 없으니까.
"유우카 쨩, 젓가락이 멈춰있어?"
"일부러 멈추고 있는 거예요. 아직 배를 채우고 싶지 않아서요."
확실히 회는 맛있다.
이걸 밥 위에 올려서 해산물 덮밥으로 먹으면 최고겠지.
하지만 참자. 지금은 아직 참아야 한다.
후우카가 저녁 시장에서 공수해 온 장어를 만전의 상태로 입에 담기 전까지는.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후우카가 기합을 다시 넣고, 통에서 장어를 꺼낸다.
가늘고 뾰족한 송곳 같은 것으로 장어 머리를 고정하더니, 순식간에 손질해 나간다.
"식당 일은 어때?"
테이블석에서 카운터로 이동해 후우카에게 말을 건다.
"밀레니엄제 조리 로봇 덕분에 제법 편해졌어. 고마워"
"인사라면 제안자인 유메 선생님한테 해. 난 부탁받은 만큼 전달했을 뿐이니까."
"후후, 알았어. 그런 걸로 해둘게."
나와 대화하면서 첫 번째 마리를 다 손질하고, 그대로 다음 작업에 들어간다.
방금까지 살아있던 장어가 후우카의 예술적인 손놀림으로 펼쳐지거나 토막이 나는 모습은 압권이다.
"선생이 되기 위한 연수는 어떤 걸 하셨나요?"
"키보토스 곳곳을 둘러보고 다녔어. 가는 곳마다 회장님에게 받은 임무를 수행하면서."
"그 초인에게 직접 말인가요.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았을 텐데요?"
내가 있던 자리에는 유메 선생이 앉아 이로하 일행과의 대화를 고조시키고 있다.
"뭐 그렇지. 그래도 즐거웠어. 감시역으로 카야 쨩도 따라와 줬고."
"제 입장에선 지옥이었어요. 키보토스의 치안 부재는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해서……"
"잘됐지 않나요. 실태를 파악할 수 있어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과연. 즉 유메 선생의 가르침에 의해 어른의 계단을 올라버렸다는 거군요?"
"굳이 저질스러운 표현으로 고치지 말아 주실래요!?"
놀려대는 하나코 씨에게 눈에 띄게 당황하는 카야 씨.
총학생회, 게헨나, 트리니티, 그리고 밀레니엄.
에덴 조약에 의지하지 않아도, 학교의 벽을 넘어 우리들은 모여 있다.
유메 선생을 중심으로 손을 맞잡고 있다.
"이제 곧 황륜대제인데, 준비는 잘 돼가?"
"대체로 상상한 대로려나. 에덴 조약 관련 움직임이 진정된 뒤로는 유메 선생도 도와주고 있고."
통 안의 내용물을 전부 손질한 후우카는, 펼친 장어를 쇠꼬챙이에 차례차례 꽂아 한 번 굽고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냄비에 넣어 쪄낸다.
"하지만 선생, 데스크워크는 쥐약이란 말이지."
"서류 작업에서는 실수를 연발한다던가."
"맞아. 내버려 두면 금방 딴청을 피우니까."
"게다가 사생활은 엉망이지."
"그래그래. 게임이라든가 디저트 같은 거에 돈을 펑펑 써버리기도 하고."
그래도 학생을 위해 힘쓰는 모습은 정말 멋있어서.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빚도 고액 의뢰를 우선해서 보내주는 덕분에 순조롭게 줄어들고 있고.
조리 로봇 건도 게임개발부에 가담한 사죄라는 형태로 게헨나 학생식당이라는 대형 발주처를 소개해 줘서.
다 쪄진 장어를 후우카는 재빨리 양념에 담갔다가 살짝 불에 올린다.
치익 하는 좋은 소리가 나며 양념 향기가 카운터에 앉은 내 코끝을 간질였다.
후우카가 부채로 파닥파닥 장어를 부치기 시작하자, 지금까지 계속되던 담소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좋은 냄새가 테이블석까지 닿은 것이리라.
이로하 일행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자, 다 됐어요!"
완성된 요리를 후우카가 테이블로 운반한다.
물론 내 몫도 있다.
그릇 가득 담긴 밥 위에 올려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뜨끈한 장어.
진한 호박색과 갈색의 중간쯤 되는 양념 향이 식욕을 돋운다.
그리고 또 하나. 안에 장어를 넣고 말아낸 계란말이.
"잘 먹겠습니다!"
우선 덮밥에 손을 뻗는다.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에 양념 맛이 배어 있다.
농후하지만 거부감 없는 단짠 양념의 감칠맛과, 혀로 누르기만 해도 부서질 듯 폭신한 식감의 장어.
"이쪽 계란말이도 맛있어 보이네."
"우마키라고 해. 장어(우나기)를 말았으니까(마키) 우마키."
"헤에~"
젓가락으로 반을 갈라 입으로 가져간다.
폭신하고 사르르 입안에 행복이 퍼진다.
응, 역시 맛있다.
한 입 먹은 것만으로 매료되어 버릴 듯한 맛이다.
테이블석에서도 소리 없는 탄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후우카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녀도 장어덮밥을 맛있게 먹고 있다.
뺨에 양념 묻은 밥알을 붙이고 있는 건 애교다.
"후우카 씨, 죄송하지만 이 장어덮밥 한 그릇 더……"
"제 몫도 부탁해도 될까요? 우마키도 같이."
"카야 씨도 하나코 씨도 너무 빨리 드시는 거 아니에요? 아, 제 것도 부탁드려요."
"후우카 쨩, 나도 한 그릇 더!"
알았어 알았어, 하며 웃으며 후우카는 다음 장어를 굽기 시작했다.
파닥파닥 소리와 함께 가게 안에 그 향기가 감돌고, 불룩했을 터인 배가 다시 울렸다.
-호시노-
"……그래서, 왜 다들 주방에 있는 거야?"
히나와 둘이서 순찰을 마치고, 나는 샬레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은 말이죠, 다들 장어덮밥을 아주 맘에 들어 해서요"
카운터석에 나란히 앉은 우리에게 차를 내주며 후우카 쨩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연습하고 싶다나 봐요."
"아아, 그런 거구나."
맛있긴 하지, 장어.
하지만 직접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까.
양념 맛이나 굽는 법은 후우카 쨩만의 노하우가 있을 테니까.
"그렇게 맛있어?"
"뭐, 입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먹어보는 게 빠르겠죠."
고개를 갸웃거리는 히나에게 후우카 쨩은 장어를 계란으로 말은 우마키를 내주었다.
"먹어도 될까?"
한마디 양해를 구하고 히나가 젓가락을 든다.
입에 넣은 순간, 평소에는 가늘게 뜨고 있던 눈이 크게 떠졌다.
"호, 호시노!"
"으헤, 왜 그래?"
"대단해. 장어, 엄청 맛있어!"
젓가락을 쥐지 않은 쪽 손을 파닥파닥 흔들며 히나가 맛을 호소한다.
그런 그녀의 추천에 나도 우마키를 입으로 가져간다.
입안에서 보들보들한 계란과 장어 양념이 알맞게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연출한다.
"자, 오래 기다렸지!"
딱 좋은 타이밍에 유메 선배가 찬합 두 개를 가져다주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찬합 뚜껑을 열어본다.
"어라?"
들어있던 건 그냥 밥이었다.
장어 양념이 뿌려져 있지만, 정작 장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엥? 어떻게 된 거야?"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자 카운터 안쪽에서 후우카 쨩과 유우카의 훔쳐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둘 다 찬합 내용물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웃을 일이 아니야~ 양념 밥뿐이라니!"
"아뇨, 시험 삼아 좀 드셔보세요, 호시노 선배."
유우카의 권유에 젓가락을 밥에 찔러 넣었다.
쌀만 들어있는 줄 알았더니 예상외의 감촉이 있다.
조금 헤집듯 쌀을 치워보니 안에서 조금 으깨진 장어가 얼굴을 내밀었다.
"마무시, 라고 해요. 옛날엔 장어를 밥 사이에서 뜸 들여 만들었더라고요."
"그러면 그렇다고 먼저 말해주지~"
장어의 맛있는 향기에 식욕이 자극된다. 위가 아플 정도다.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에 양념 맛이 배어 있다.
숨어있던 장어도 보슬보슬 무너지는 부드러움이다.
"음, 맛있어. 역시 후우카 쨩이 구운 보람이 있네~"
"그런 말씀 하시면 유메 선생님한테 실례예요."
새로 장어를 손질하기 시작한 후우카 쨩이 끼어든다.
"어, 이거 선생님이 구운 거야?"
"뭐 대부분은 제가 구웠지만요. 하지만 유메 선생님도 도와주신 건 틀림없어요"
먹어가는 동안 왜 장어가 위에 올려져 있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모양이 망가져 있는 것이다.
후우카 쨩은 저렇게 말했지만, 유메 선배가 직접 굽겠다고 고집을 피웠겠지.
결국 장어 살은 으깨져 버렸지만. 그래도 맛있어 보이게 하는 지혜를 빌렸다는 뜻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한 입 한 입이 사랑스러워진다.
"이렇게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니 행복하네~"
"그런 건 만든 사람한테 말해 주라고요."
놀리듯 말하며 유우카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을 가져왔다.
"재첩 된장국이에요. 이것도 유메 선생님이랑 제가 만들었거든요."
그릇에 입을 대고 한 모금 들이킨다.
뜨거운 된장국이 입에서 목, 그리고 위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조금 맛이 진하지만, 몸을 움직인 뒤에는 짠기가 당기니까 딱 좋다.
마무시 덮밥과 된장국을 번갈아 먹는다.
쌀 한 톨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후우 하고 크게 숨을 내뱉는다.
유메 선배가 자취를 감췄던 2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행복이다.
고생을 나눌 수 있는 친구에 귀여운 후배, 그리고 돌아와 준 유메 선배.
이런 나날이 계속되면 좋겠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다.
방심은 금물.
키보토스에서는 방심한 녀석부터 망가진다.
다만, 그래도 지금은 이 행복을 조금 더 만끽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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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인 총학생회장이 인수인계하는거 제대로 봤음
+따라다니면서 후임으로서 실력도 납득함
+푸념 들어줄 친구 생겨서 스트레스도 없어짐
3단콤보로 완벽하게 뽀송해진 카야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