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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또 다른 시로코
-아리스-
물론 계속 잠들어 있을 생각은 없었다.
보건실 침대에서 일어나 전선으로 복귀할 작정이었다.
다만, 지금만큼은 가만히 내버려 두길 바랐다.
다시 일어설 때까지,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이 필요했다.
없다. 어디에 불러봐도 그녀가 없다.
내 안에 있던 또 다른 인공지능인 케이의 기척이 깨끗이 사라져 있다.
어째서 케이는 내 대역이 된 걸까.
질문에 답해줄 케이는 없다.
의식은 가라앉는다. 케이가 도달한 결론에 닿기 위해, 그저 추억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해 불능입니다.
케이가 몇 번이고 입에 담았던 말에 내 의식은 다시 끌려온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과연 케이는 기쁘게 죽었을까.
그렇다,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그곳에 케이의 의지는 있었을까.
죽고 싶었을 리가 없다.
그야, 스스로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부탁하게 되었는데.
유메 선생님과 정말, 정말로 친해졌는데.
내가 지키고 싶다고 말한 이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주었는데.
순간, 나는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침대에서 힘차게 일어나 벽에 기대어 있던 레일건을 집어 들고 달려 나간다.
본선 밖으로 나가자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세 명의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트윈테일로 묶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고운 흑발의 여성.
옷 위로도 알 수 있을 만큼 가슴이 큰, 베이지색 머리의 여성.
하늘색 목도리를 두른, 세미롱 은발의 여성.
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에는 낯이 익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교복이었다.
거짓된 성소에서 생겨난 것과 같은 형태의 적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다.
적은 대량이었고 종류도 다양했다.
기계병에 드론, 시스터의 망령까지 대군으로 몰려온다.
빛의 검이라 이름 붙여진 레일건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튀어 올라 나를 이끌었다.
손은 타오르는 것처럼 뜨겁고, 정신은 차갑게 투명해졌다.
레일건을 방패처럼 내세우며 적의 대군 속으로 돌진한다.
전위의 기계병을 향해 묵직한 레일건의 총신을 휘둘렀다.
깡, 하고 불꽃이 튀었다.
기계병은 충격으로 튕겨 나가 주변의 적을 휩쓸며 벽에 충돌했다.
"아리스 씨!?"
내 키만 한 개틀링건을 가볍게 휘두르며 베이지색 머리의 여성이 외쳤.
"몸은 괜찮으신 건가요!?"
"문제없습니다! 그보다 전황은!?"
시끄러운 드론을 쳐내며 내가 물었다.
"최악이에요! 본선을 해킹당했어요!"
어안이 벙벙해져 움직임을 멈춘 나를 보고 기계병들이 일제히 총을 겨눴다.
하지만 총탄이 발사되는 일은 없었다.
적보다 먼저 레일건의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이다.
청백색 빛을 정면으로 받은 기계병 무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은 적들도 넷이서 협력해 위험 없이 처리했다.
전투가 끝나고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서로 마주 본다.
"고마워요, 아리스 씨."
"호시노 선배한테 듣긴 했지만, 역시 강하네!"
"여러분도 강합니다. 저기……"
"이자요이 노노미예요. 검은 머리 아이는 쿠로미 세리카 쨩이고, 은발 아이는 스나오오카미 시로코 쨩."
"빰빠카빰! 새로운 동료가 늘어났습니다!"
두 손을 들고 기뻐한 직후, 문득 깨닫는다.
"스나오오카미, 시로코?"
손을 든 채로 은발의 여성과 얼굴을 마주한다.
"응, 잘 부탁해."
끄덕, 하고 은발의 여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케이를 배후에서 습격했던 여성과는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지만.
당황하는 내게 세 사람은 가르쳐 주었다.
내가 보건실에서 누워 있는 동안 일어난 일들을.
본선의 제어권을 탈취당해 자폭 시퀀스가 가동되었다는 것.
가동 후 800초 뒤로 설정된 자폭을 리오 선배의 기지로 일시 정지시켰다는 것.
자폭을 완전히 멈추기 위해 방주와의 접속을 강제로 해제해야 한다는 것.
접속을 해제하려면 방주의 최하층, 여기서부터 1,200미터 정도 내려간 곳에 있는 단말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
단말은 보안 시스템에 보호받고 있으며, 이를 뚫으려면 방주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에 존재하는 해제 장치를 동시에 파괴해야 한다는 것.
동쪽 끝과 서쪽 끝에는 호시노 선배와 히나 선배, 그리고 최하층에는 유메 선생님과 이 방주에 전투 요원으로 탑승한 나머지 네 명이 개조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하나같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두 명이었다고요……?"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야."
세리카는 낮고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색채라는 녀석 때문에 시로코 선배가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게 아니었어."
이 방주 안에 지금, 스나오오카미 시로코라는 인물이 두 명 동시에 존재한다.
무사히 구조된 아비도스 고등학교 2학년과, 또 한 명.
"그러니까, 어떻게 된 겁니까?"
무심코 내뱉은 질문에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오리-
유메 선생님이 운전하는 개조 차량은 바람처럼 달렸다.
종횡무진 뻗은 통로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점점 속도를 높이며 나아간다.
아츠코가 환호성을 질렀고, 미사키는 멀미가 났는지 웅크렸다.
굽이치는 통로는 드리프트 주행으로 돌파하며 결코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이제부터 단번에 내려갈 거야! 꽉 잡고 있어!"
유메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끝없이 곧게 떨어지는 내리막길이 보였다.
목덜미에 소름이 쫙 돋는다.
차는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기며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쭉쭉 가속했다.
히요리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덜덜 떨고 있다.
그 길던 내리막길도 이윽고 끝이 다가왔다.
최하층에는 작은 홀 같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천장이 유난히 높고 돔 형태로 되어 있다.
3층 정도 높이가 탁 트여 있는 모양이다.
방 한가운데에는 이상한 물체가 있었다.
뒤틀린 달걀 모양에 색은 칠흑.
내 키의 세 배 정도 되는 크기였다.
검고 거대한 알이 세워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방주의 단말이라고 봐도 틀림없을 것 같다.
차에서 내려 우리 네 명은 각자의 무기를 단말로 겨눈다.
"호시노 쨩, 히나 쨩, 부탁해!"
손에 든 태블릿에 유메 선생님이 외치자마자 단말 한가운데에 검은 점이 생겼다.
그 점은 순식간에 지름 1미터 정도의 원이 되었고, 거기서부터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
순식간에 단말의 윗부분 절반이 깔끔하게 잘려 나간 것처럼 되었다.
그 안에서 얼굴을 내민 것은 새카만 구체였다.
보안 시스템이 뚫려 단말이 노출된 것이다.
"전원, 사격 개시!"
우리는 소지한 무기로 일제히 공격했다.
총탄이, 미사일이 모두 직격했다.
그런데도 단말에는 금 하나 가 있지 않았다.
"뭐라고……!?"
추격하려던 찰나, 다시 단말이 검은 막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보안이 해제되는 시간은 불과 5초.
파괴하지 못하면 우리의 패배가 확정된다.
"젠장……!"
그때였다.
"히나 쨩, 기술 좀 빌릴게!"
유메 선생님이 외쳤다.
직후, 보라색 섬광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눈 속까지 파고드는 그 빛에 무심코 눈을 감는다.
조심스레 눈을 뜨자 그곳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뿐이었다.
단말은 사라져 있었다.
아츠코도, 미사키도, 히요리도, 그리고 나도 뒤를 돌아보았다.
게헨나의 선도부장의 총을 겨누고 유메 선생님이 서 있었다.
그 머리 위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헤일로를 띄운 채로.
관제실에서 일의 경과를 지켜보던 나는 방주의 변조를 감지하고 있었다.
최하층에 설치된 단말이 기능을 정지했다.
"파괴됐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낮게 신음한다.
하지만 사실이다. 아트라하시스의 방주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단말이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호시노 선배와 게헨나의 선도부장이 해제 장치로 향한 시점에서 승리는 확정되었을 터였다.
설령 보안 시스템이 해제된 상태라 해도 웬만한 화력으로는 단말 파괴는 불가능하니까.
아리우스 스쿼드 네 명의 실력은 내가 알던 그녀들보다 위였다.
아비도스 고등학교로 전학했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그뿐.
단말의 장갑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해지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사실로서 단말은 파괴되었다.
"……어떻게 된 거지?"
중얼거리며 한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다.
등줄기를 거미가 기어가는 듯한, 서늘하게 내장에 스며드는 한기가 느껴진다.
"응, 아직 진 건 아니야."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자니 문득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이 관제실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는 멈췄고 문이 열리는 기척이 났다.
나는 문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믿기 힘들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단말을 파괴한 자가 대체 누구인지를.
그것은 곧 나타났다.
검은 와이셔츠와 마찬가지로 검은 미니스커트.
학교 보건 교사가 입을 법한 흰 가운을 그 위에 걸치고 있다.
젖은 듯 윤기 있는 하늘색 머리카락과 금빛 눈동자.
머리 위에 헤일로가 떠 있지 않은 성인 여성은 손에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하면 되려나? 시로코 쨩."
호시노 선배와 게헨나의 선도부장을 거느리고.
내가 멸망시킨 세계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선생이라는 존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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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준 3,757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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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밝혀진 수수께끼
-유메-
방주 중심에 위치한 관제실에 호시노 쨩, 히나 쨩과 함께 셋이서 발을 들여놓는다.
멀리 떨어진 검은 드레스의 소녀를 시야에 담으며 멈춰 섰다.
"너도 시로코 쨩이지?"
소녀와의 거리는 1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응. 이 세계의 스나오오카미 시로코와는 다른 시간대의 동일 존재."
고뇌에 찬 안색으로 검은 드레스의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세계를 멸망시키려 하는 거야?"
"그게 내 본질이니까."
고뇌에 찬 표정 그대로 시로코쨩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모든 세계를 죽음으로 인도한다. 그것이 스나오오카미 시로코라는 존재의 운명이라는 것.
그녀의 시간대에 있던 세계는 이미 그녀 자신의 손으로 멸망했다는 것.
그리고 이 세계에 그녀를 데려온 것은 프레나파테스라는 사실을.
"이쪽의 시로코쨩을 납치한 건?"
"어떤 변수가 될지 상정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동일 존재인 이쪽의 시로코 쨩을 납치해, 실재와 비실재가 뒤섞인 아트라하시스의 방주에 가두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시로코 쨩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이번엔 이쪽이 물어볼 차례."
툭 하고, 마치 혼잣말처럼 시로코 쨩은 중얼거린다.
"당신은 누구야?"
"샬레의 선생이야."
"나보다 강해?"
"설마. 제대로 싸우면 손도 발도 못 써."
"그런데도 내 방해를 하는 거야?"
거의 빛이라고는 없는 눈으로 검은 드레스의 소녀는 따져 묻는다.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데 헛수고로 만들 순 없으니까."
헛수고가 될 거야, 라며 시로코쨩이 아주 조금 목소리를 높인다.
"나도…… 모두도, 고통받기 위해 태어난 거니까."
둥실, 하고 몸이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어?"
발밑이 뻥 뚫려 있었다.
"히이이이이잉!?"
비명을 지르며 어둠 속으로 추락한다.
최하층 바닥에 격돌하기 직전이었다.
머리부터 거꾸로 떨어지는 나를 검은 날개를 펼친 히나쨩이 가로채듯 낚아챘다.
그대로 바람을 탄 듯이 옮겨진다.
"늦지 않았어."
나를 안아 올리고 생긋 미소 짓는 히나쨩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사뿐히 기세를 죽이며 착지한 그녀는 나를 부드럽게 내려주었다.
"모두와 힘을 합쳐 맞선다. 확실히 성가시긴 하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나와 히나쨩 모두 반응한다.
방 한가운데에 다른 세계의 시로코 쨩이 서 있었다.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나타난 흔적 같은 게 없다.
"그럼 먼저 당신을 처리하면 되겠어."
허공에서 돌격소총을 꺼내는 시로코 쨩.
그것만으로 방의 공기가 일변했다.
공기가 얼어붙는다는 게 이런 걸까.
"그러면 방주의 자폭도 성소의 현현도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시로코쨩은 나를 시야에 담는다.
"모두의 중심이 되는 당신만 없으면…… 전부 무너지니까."
살의밖에 없는 무서운 목소리.
"기어코 싸워야만 하는 거야?"
"걱정 마. 금방 편하게 해줄게."
태연한 시로코쨩의 대답에 아하, 하고 힘없이 웃어버렸다.
"뭐야?"
내 웃음에 시로코쨩이 목소리를 높인다.
옆에 선 히나쨩도 내 본의를 파악하지 못해 당황하고 있다.
"그렇게 쉽게는 안 될걸?"
"나보다 훨씬 약한데도?"
그렇네, 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제대로 싸우면 말이야."
그리고 백의 주머니에서 IC 칩이 달린 노란색 신용카드를 꺼낸다.
선생을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총학생회장에게 건네받은 오파츠.
대가를 지불하면 시공이나 인과관계를 무시한 초자연적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해지는 어른의 카드.
나는 카드를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직후, 카드가 눈이 멀 것 같은 눈부신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카드는 변한다. 그 모습을. 빛 속에서.
이윽고 빛이 걷히자 내 머리 위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헤일로가 떠올라 있었다.
2년 전에 잃었던 자기 자신의 헤일로를 재현해 보였다.
"히나 쨩."
서류 가방 형태의 방패를 전개해 안쪽에 수납되어 있던 하얀 태블릿을 꺼낸다.
샬레의 선생으로 부임할 때 기탁받은 총학생회장의 유품.
싯딤의 상자라고 이름 붙여진 간소한 태블릿 단말기.
"미안하지만 이거 잠시 맡아줄래?"
에, 하고 입을 벌리는 히나쨩.
순식간에 내 발언의 진의를 이해했기에 그녀의 의식은 새하얘진 것이다.
"설마 선생님, 혼자서 싸울 생각이야?"
믿을 수 없다는 히나쨩의 말투에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곤란한 듯 그저 미소 지을 뿐.
"말려도 안 들어줄 거지?"
"미안. 하지만 여기는 양보 못 해."
히나쨩이 빤히 쳐다보았다.
5초 정도 서로 마주 보았다.
"알았어."
이윽고 히나쨩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싯딤의 상자는 유메 선생님이 가지고 있어. 위급할 때 지켜줄 거 아니야?"
"아니~ 솔직히 지금은 무리일까 싶어서."
"어째서?"
"치료에 전념하고 있거든."
"……치료?"
"방해하고 싶지 않거든. 꼭 고쳐달라고 부탁한 입장으로서는."
그리고 나는 한 걸음 내디뎠다.
히나쨩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배웅한다.
"기다렸지, 시로코쨩."
서류 가방을 들지 않은 쪽인 오른손에 마술사처럼 꺼낸다.
아니, 만들어낸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돌격소총을.
눈앞에 있는 시로코쨩이 가진 것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무기를.
"그럼 시작할까."
-호시노-
최소한의 조명밖에 없는, 쓸데없이 넓기만 한 관제실에서 홀로 서 있었다.
유메 선배를 하층으로 떨어뜨린 구멍이 막히기 전에 히나가 뛰어들어도.
다른 세계의 시로코 쨩이 홀연히 자취를 감춰도.
내 의식은 갑자기 나타난 기척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후우, 하고 깊게 숨을 내뱉는다.
크게 호흡하며 흐트러졌던 의식을 하나로 모은다.
샷건을 고쳐 쥐고 기척이 느껴지는 쪽으로 돌아본다.
나에게서 7미터 정도 떨어진 그곳에 키 큰 여성이 서 있었다.
"……!"
놀라움에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그곳에 서 있는 그녀는 2년 전의 유메 선배 그 자체였다.
체크무늬 스커트.
넥타이를 풀고 조금 벌어진 하얀 셔츠.
풍만한 가슴 아래를 지나는 하네스 벨트.
가슴 왼쪽에는 태블릿 단말기를 수납하기 위한 홀스터.
무릎까지 오는 긴 머리.
다만 머리카락은 분홍색이고, 얼굴 윗부분은 금속제 가면으로 가려져 있다.
지금의 유메 선배와 마찬가지로 머리 위에는 헤일로가 떠 있지 않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네, 프레나파테스."
나는 알고 있다.
눈앞에 있는 그녀가 누구인지.
시로코쨩이 둘이나 있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아니면 타카나시 호시노라고 부르는 게 나을까?"
다른 시간대에서 온 또 다른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일부 긍정."
대신 대답하는 목소리가 또 다른 나의 옆에서 들린다.
"대상이 타카나시 호시노와 동일 존재임을 확인."
프레나파테스의 옆에 어느새 낯선 소녀가 서 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에 검은 세일러복.
머리 위에 떠 있는 새빨간 고리 같은 헤일로.
새카만 우산을 소중한 듯 양손으로 안고 있다.
"하지만 일부 차이가 존재합니다."
표정 없는 얼굴로 적의도 호의도 없이 나를 바라보는 소녀.
"나의 주인인 타카나시 호시노는 당신보다 한 살 많은 열여덟 살. 그리고."
표정을 전혀 바꾸지 않고 소녀는 말을 잇는다.
"이미 생명 활동을 정지했습니다."
숨을 들이킨다.
하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머리 위에 헤일로가 떠 있지 않은 시점에서 추측은 하고 있었으니까.
"그게 무슨 의미야."
알고 있으면서 시시한 질문을 한다.
말투는 자연스레 공격적으로 변해 있었다.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슬퍼하듯 눈을 가늘게 뜨고 소녀는 이쪽을 보았다.
"빈사 상태의 중상을 입은 주인은 세계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신이 된 스나오오카미 시로코를 지키기 위해 색채와 접촉. 스스로의 목숨을 희생해 그녀 대신 색채의 인도자가 되었습니다."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눈동자를 나는 정면으로 마주 본다.
묻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은 그런 말이 아니었으니까.
"어째서."
그것밖에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어째서 남 일처럼 말할 수 있는 거야?"
꼴사납게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저는 A.R.O.N.A. 싯딤의 상자에 상주하는 시스템 관리자."
소녀는 검은 눈동자를 흐리지 않고 대답했다
"메인 OS로서 소유자인 타카나시 호시노를 돕고 서포트할 뿐인 존재."
어딘가 후회하듯 그녀는 말했다.
"이제 몇 걸음이면 주인의 소망이 이루어집니다. 방해하는 자, 그 모두를 섬멸하겠습니다."
관제실의 공기가 팽팽해진다.
"지금부터 저의 능력을 모두 전투 지원에 할당하겠습니다."
소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또 다른 나에게 헤일로가 떠오른다.
나의 그것보다 날카롭고, 금이 가고, 불길한 헤일로가.
그 광경을 냉정하게 관찰한 뒤 짧게 중얼거렸다.
"좋아,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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