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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학대파 선생 세계선에서 살아남기 - 26화/디데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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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가 카이저에 대항할 계획에 있어 중요한 부분은 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자면 뒷배가 되어줄 게헨나와 트리니티의 협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보상이 될 사막 속 희귀광물은, 그러나 이곳도 아닌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선생의 말이 근거일 뿐 아직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

선생은 회담 전까지 찾아볼 수 있는 샬레 내 데이터베이스를 최대한 활용, 평행세계일지라도 자신이 기억하는 키보토스의 지형지물이 두 세계가 완벽히 일치한다는 것에서 확신을 얻었고, 불확실을 자신의 의식에서 완전히 배제시킨 채로 히나와 나기사를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회담을 '일단은' 성공적으로 성사시켰지만, 결국 땅 밑에 문제의 그 광물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 되버릴 상황.

그것을 확인하는 회담의 마지막 과정이 곧 아비도스 부흥계획의 첫 번째 과정이 되는 셈이었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하핫! 알고 있다고. 우린 그냥 평소처럼 하면 된다는 거잖아?"

"정확히 말하자면 평소보다 더 화려하게. 오늘이 온천개발부 최후의 날이 되어보일 수준으로 일을 크게 벌이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희가 뒤에서 움직이기 쉬워질 테니까요."

"크하핫! 좋아, 좋아! 살다보니 이런 부탁을 받는 날도 오는구만! 다들 들었지! 그 선도부장이 허락한 개발이다! 이런 날일수록 더 끝내주는 온천을 파야 마땅하지 않겠냐!"

"""맞습니다 부장님!!!"""

"부장, 부장! 사막 온천에서도 라면이 어울릴까? 그것보단 모리모리군 쪽이 나을려나? 하지만 이열치열이란 말도 있으니까 라면도 어울릴 것 같은데......"

"뭘 그런 걸로 고민하고 있냐 메구, 어차피 온천부터 파고 볼 일인데 둘 다 같이 가져가서 먹어보면 될 일이잖아!"

"아아, 그렇구나! 역시 부장!"

"사막에 온천이 나올 거란 생각은 왜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검까......"

어이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이치카의 말은 호쾌한 웃음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제 입으로 일 벌려도 괜찮다고 말한 치나츠마저 옆에서 이게 맞나 싶은 표정으로 멍을 때리는 중이었으니.

그들 사이에 껴 있던 아야네만 멋쩍은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온천개발부 부원처럼 꾸며 입고 그들 사이에 껴 있는 게헨나, 트리니티, 아비도스의 간부들과 아비도스를 제외한 각 학교의 보좌관들 몇 명.

각각 선생이 말했던 뇌제의 유산과 광물의 실재를 확인할 인선이었다.

"너무 의식할 필요 없어."

이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카요코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저 녀석들은 그냥 자기 일 하게 놔두면 되니까. 우린 각자 할 일만 집중하면 돼."

"쿠후후~ 그 말대로야! 안 그래 안경 쨩?"

"...무츠키 씨."

몇 번이고 안면을 튼 사이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입고 있는 옷이 바뀌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었다.

만마전 제복을 입은 무츠키와 선도부 제복을 입은 카요코를 복잡한 표정으로 마주보던 아야네는 곧장 마음을 다잡고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여러분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니까요."

"그러길 바래."

차갑기 그지 없는 카요코의 목소리.

각오를 보인 아야네의 심정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였다.

"계획에서 하나라도 벗어나는 게 있으면...... 더 이상은 길이 없다 해도 좋을테니까."

"에이, 왜 그리 빡빡하게 굴어 카요코 쨩! 안경 쨩이 모처럼 자신만만하게 내세우는 계획인데, 안경 쨩이 이 정도 태도면 한 90%는 믿어도 될 거라고?"

아니다.

아야네는 자신이 주인공인 것처럼 치켜세워주는 무츠키의 말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자신들이 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반격의 시발점은 선생이었고, 오래 전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자신들을 끌고 여기까지 끌고 온 것도 선생이었다.

자신들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닮았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핍박했던 어른이.

"이치카 씨라고 했지."

아야네가 기분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 애 쓰는 동안에도 카요코는 자신의 일에 충실했다.

"혹시 열차포를 확인하려 가는 인원에 포함됐다는 트리니티 사람이 그쪽이야?"

"아뇨, 그건 티파티 측에서 파견한 임원이 갈 검다. 저는 그... 선생이란 작자가 말했다던 광물 확인 담당이죠."

"그쪽도 선생에 대한 원한이 꽤 깊어 보이네."

"하하, 알만 하지 않슴까."

유쾌하게 웃으며 말하는 이치카의 뜬 눈은 반대급부로 살벌하기 그지 없어, 아야네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럴 이유가 없음을 감안해도 카요코가 아무런 변호도 해주지 않는 것도 새삼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미 선생을 만나 이야기까지 나눠본 사이임에도.

이전 선생과 대체 무슨 일로 엮였길래......

아니, 뭘 자긴 안 그렇다는 것처럼 생각하는 걸까.

아야네는 자신의 이중성과 그럼에도 여전히 선생을 향한 껄끄러운 감정을 떨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약한 죄책감을 느꼈다.

선생이 본색을 드러내면 뒤통수를 쏴버리겠다며 이를 갈고 있는 세리카.

겉으론 웃어주면서도 선생이 뒤를 돌면 표정을 싹 바꾸는 노노미.

선생과 상담하며 어느 정도 누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어른에 대한 공포와 동경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유메......

그들처럼 자신도, 여전히 선생의 헌신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불과 몇 주, 한 달 조금 넘을 기간은 이미 늘러붙은 찌든 때를 벗기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인 것인지.

믿을만한 어른의 모습을 지금까지 계속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봐왔음에도.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 떨어지지 않는 눈과 마음에 붙은 이 검은 때는 대체 어떻게 해야 닦아낼 수 있는 걸까......

조금 떨어진 온천개발부에서 큰 함성 소리가 울려왔다.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출발 준비를 마친 듯 했다.

"우리도 준비하지. 더 준비할 사항은?"

"없습니다."

"이쪽도 괜찮슴다. 자, 가시죠!"

"쿠후후, 간만에 재밌겠는걸? 이런 기분, 오랜만이라 좋네!"

발걸음을 떼는 일행 뒤에서 아야네 역시 심호흡으로 혼란을 밀어두고 뒤쪽으로 붙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으니.

모든 것이 잘 풀리길 바랄 뿐이었다.

* * *

회담이 끝난 뒤, 카스미는 협박으로 받아들인 히나의 사주를 받은 온천개발부는 사전에 키보토스 곳곳에서 성대한 온천 개발 작업을 벌여왔다.

오늘의 작업에 위화감이 들게 하지 않기 위해 작업 빈도 수를 치밀하게 조절한 것이었다.

붉은겨울의 시위의 달인 미노리마저 카이저에 제압당할 정도로 기세를 떨치는 카이저였지만, 3대 학원 게헨나 쪽으로는 아직 완전히 영향력을 퍼뜨리지 못한 덕에 게헨나 특유의 광기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악명을 떨치고 있었으니.

온천개발부는 단연 그 광기의 선두에 서 있는 자들이라 할 수 있었다.

카이저는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게헨나와 대적할 명분을 줄까 싶어 아비도스만큼 강경한 대처를 하지 못했고, 때문에 평소의 2배는 활기가 넘쳐보이는 온천개발부의 폭주는 그들에게 있어 골머리를 앓게 하는 사안이면서도 그렇다고 아주 심각한 사항도 아닌.

그냥 모기 몇 마리 귀찮게 앵앵거리는 정도의 취급이라고 해야 할까.

손에 든 무기인 총과 대포로 모기를 쏴버릴 수도 없으니 모기채를 가져올 정도의 여유가 생길 때까지 놔두자는 것이 카이저의 대처였고, 온천개발부가 어디서 뭔 짓을 하던지 지나가고 말 작은 자연재해로 여겨 쉬쉬할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그 결과.

콰앙-!!!

"와-핫핫핫핫!! 가자!! 아비도스에 묻혀 있다는 전설의 온천을 우리 손으로 파내는 거다아아아!!!"

"으아악 미친 것들아!! 사막에 온천이 어딨어!!!"

"아저씨 사막 온천에 몸 담궈 봤어? 안 가본 주제에 말이 많아, 온천의 로망을 모르는 놈은 저리 꺼져!!"

"여기 우리 일하는 데라고! 꺼질 거면 니들이 꺼져야지!!"

"말이 안 통하는군! 다들 장비 들고 돌격! 온천 개발을 방해하는 녀석들은 용서하지 않겠어!!"

"아니 니들이 무단침입한 쪽이라고! 크아아아악 말이 안 통해 이 미친 온천성애자들이!!"

콰아앙!!!

"...제대로 움직여주네. 열차포 확인팀은 이쯤에서 빠질게."

"네, 조심하세요 카요코 씨!"

"너도, 치나츠."

난전을 틈타 카요코가 이끄는 게헨나-트리니티 조사팀이 빠져나가고, 온천개발부는 순식간에 카이저 잔존 병력을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근데 있잖아."

"뭔데?"

"이 근처에 카이저 전진 기지라 사람 꽤 많을 줄 알았는데, 규모 치곤 사람 너무 없는 거 아냐?"

"못 들었어? 여기 기지 있던 놈들 다른 데 지원 갔다잖아. 뭔 건물을 짓는지 땅을 파는지 몰라도 아무튼 사람 많이 필요하다고 많이 차출한다더라."

"하긴, 아비도스 사막이 워낙 넓어야지. 아무튼 우리가 때를 잘 맞춘 것 같네! 아니, 일하면서 이 정도 행운이 닥친 적 자체가 없잖아!"

"그럼그럼! 여긴 선도부도 없지, 방해할 것들도 아무 것도 없지. 그야말로 온천이 우리를 이끌어준 셈이랄까!"

"오오...! 그렇다면 하루 빨리 개발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오늘이야말로 내 드릴이 뜨거운 온천 맛을 보는 날이구나!"

주변을 정리하고 사기만땅인 온천개발부는 순식간에 작업에 들어갔고, 그 동안 아야네가 두 대의 드론을 띄워 주변을 정찰하는 임무를 맡았다.

"응...? 두 대라고?"

"왜 그러시나요, 무츠키 씨?"

"아니, 저 드론은 처음 보는 것 같아서. 안경 쨩 드론 원래 하나만 쓰지 않았어?"

"아... 하하."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막 띄운 드론을 올려보는 아야네.

무츠키가 모를 만도 했다.

저 드론은 자신이 처음 쓰는 것인데다...... 애초에 자신의 드론도 아니었으니까.

"공교롭게도 시로코 선배가 여러분 앞에선 저걸 쓸 기회가 없었죠."

"......아아."

무츠키의 입가에 떠 있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지워졌다.

"미안. 아픈 곳을 찔렀네."

"괜찮아요."

시로코의 드론을 능숙하게 조종하며 아야네가 대답했다.

"이 일이 잘 끝난다면...... 끌려간 선배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 있겠죠. 아마도."

"꼭 찾을 수 있을 거야."

"네... 감사해요 무츠키 씨."

그렇게 한동안 작업이 이어졌다.

그리고, 머지 않아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 부장! 여기 자꾸 뭐가 걸리는데!"

"뭘 일일이 보고하고 앉아 있냐! 온천 개발에 방해가 되는 건 전부 뚫어 없애버리라고 말했잖아! 당장 작업 개시-"

"아니아니아니정지!! 당장 정지!! 작업하다 걸리는 거 나오면 바로 중지하라고 누누히 말했잖슴까 제가!! 귓구멍을 드릴 꽂아서 막아놓기라도 한 검까!!!"

"크윽...! 니카 쨩! 약속이 다르잖아! 우리 온천 개발하라고 불러놓고 이게 무슨 행패야!"

"이름 틀려먹었슴다! 그리고 언제 그쪽 보고 온천 파라고 불렀슴까, 땅 파서 광물 캐라고 불렀지!!"

"이, 있다...! 진짜 있었어!"

"괴, 굉장해! 이 깊이에서 발굴될 정도면 여기서 더 파면 그 양이 대체...!"

"가져가서 높으신 분들 보여줄 샘플만 캐고 덮어! 제대로 덮어야 해! 이거 카이저한테 들키면 우리 진짜로 다 망하는 거야! 당장 덮으라고!"

이치카가 폭주하는 카스미를 뜯어 말리는 사이 게헨나와 트리니티 쪽에서 데려온 광물 전문가들이 모습을 들어낸 광물의 일부만 보고도 그 가치와 규모를 꿰뚫어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이.

"이, 있었어...! 정말 있었다니...!"

"이게... 뇌제의 유산...!"

"어차피 먼지가 될 흉물에 불과해. 흔적도 안 남게 가져온 폭탄으로 전부 파괴해버려."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요? 여기서 한 번에 처리하면 저쪽에서도 위치를 파악할텐데..."

"말했잖아.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우릴 어떻게 특정해서 쫓아? 됐으니까 빨리 터뜨려."

콰앙!

콰과과광!!!

위치를 알고 있던 선생이 아니었다면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숨겨진 사막 속 격납고 역시 그 사이 그 누구도 사용할 수 없게 되도록 완파.

상황을 전달받은 아야네는 곧바로 기다리고 있을 동료들에게 소식을 전했고-

"좋아."

안도의 한숨을 토해낸 선생은 곧바로 눈을 빛냈다.

"그럼 다음 단계로 가볼까."

* * *

지금까지의 작전은 대금이 준비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했지만, 그 외에도 노리는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궁극적으로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카이저를 아비도스에서 몰아내는 것.

그러나 당장 광물을 가져다 팔 수도 없는 환경 속에서 카이저의 영향력을 줄이는 일부터 해야 했다.

그 틈을 만들고자 선행했던 일이 아비도스를 제 이권을 채울 황금의 땅으로 보는 제너럴과 PMC 이사가 서로 싸우게 할 여지를 만드는 것.

"경비를 아주 개판으로 해놨더군. 온천개발부에 대한 대책이 미온적이었다는 게 이 사태의 변명이 되진 않을텐데, 어떻게 책임진다고 하던가?"

작전의 의의를 모르는 카이저 입장에선 그냥 온천개발부가 온천개발부한 사소한(?) 사고였을 뿐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담당 구역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언제든 분쟁의 씨앗으로 쓸 수 있는 법.

하물며 다른 곳도 아닌 군대가 주둔하는 전진기지라면 더더욱.

안 그래도 기어오르려는 이사를 눈엣가시로 보던 제너럴은 게헨나에게 책임을 묻는 공문을 보내기도 전에 곧바로 그를 공격했고-

"뭐라고? 자기가 애들 보물찾기에 사람 다 끌고 간 주제에 나한테 책임 운운을 해! 내가 가만히 앉아서 당해줄 쭉정이로 보이나! 이익...!"

분기탱천해 날뛰는 이사였지만, 승산이 많지 않다는 것은 그조차 알고 있었다.

상대는 프레지던트가 신뢰하는 측근이 아니던가.

아무리 그동안 아비도스를 삼키며 승승장구했다한들 자신의 힘으로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니었다.

"곤란해보이시는군요."

"서, 선생...! 너 이 자식,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들어와!"

"도와드리죠."

"...뭐?"

"말했듯이, 이사님이 제 유일한 끈이나 다름 없는데 여기서 떨어진다면 저도 참 곤란해지거든요."

"그런 놈이...! 그런 놈이 제너럴과 내통하고 내 뒤통수를 노려! 내가 모를 줄 알았나!"

"그걸 아신 걸 보니 영상과 편지는 잘 받으신 듯 하군요. 다행입니다."

"......뭐?!"

움직임이 멈춰버린 이사를 유쾌한 듯 바라보며 선생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예전에 쓴 거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뭐라 썼더라. 대충 우연히 찍었고 이사님을 돕고 싶고 어쩌구 하면서......"

"너, 너 대체 뭐야! 목적이 뭐냔 말이다!!"

"진정하세요. 그리고 말했잖습니까. 제 기반은 여전히 매우 불안합니다. 아비도스 그것들은 쓸데없이 경계심만 많아서 쭉정이만 내밀고 알맹이는 죽어도 안 주지, 샬레도 터져서 밥도 컵라면으로 때우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세 들어 사는 아비도스 애들 눈치 보지 아주 죽겠단 말입니다. 술수 같은 거 부릴 처지가 아니에요 저 지금."

"...크윽."

샬레를 둘러싼 시위가 격해져 건물 안쪽까지 뒤집어 엎어졌다는 뉴스를 보긴 했다.

본진까지 털리고 빈털털이 난민이나 다름 없는 눈 앞의 남자의 신세를 인지하자 올라왔던 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뭐, 그래도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아스가르드는 장소가 아니다. 백성이 있는 곳이 아스가르드...... 아, 비유를 이렇게 하면 못 알아듣는구나 여기선. 여튼 샬레가 그렇게 돼서 갈 곳 없는 신세가 되긴 했지만."

선생은 들고 온 서류 가방이 뭐라도 되는 것마냥 툭툭 치며 말했다.

"샬레에 내재된 데이터베이스는 전부 무사합니다. 제 이용 가치는 저 빈껍데기 건물에 있는 게 아닌 저 자신이, 한 마디로 여전히 건재하다는 뜻이죠."

"그래서? 나에게 무슨 도움을 주겠다는 거지?"

"제가 제너럴에게 이사님도 찾던 보물의 위치를 넘겨준 대화 내용, 기억하시죠."

선생은 거기서 어깨를 으쓱였다.

"예상하셨겠지만 뻥입니다. 근데 그렇다고 100% 거짓말은 아니에요. 전 정확한 위치는 안 알려줬지만, 멀지 않은 근처의 위치를 표시해두긴 했거든요. 제너럴에게 운이 따라준다면, 정말로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 말입니다."

"이 새끼......"

"워워, 진정하시죠. 전 하나 뿐인 제 편인 이사님 도우려 온 거라고요? 말투는 이렇지만 정말 진심으로 도우려 하고 있단 말입니다. 솔직히 이 판국에 별 영양가 없는 사탕발림 늘어놓는 인간보단 솔직히 다 말하는 제가 낫지 않겠습니까? 저도 뭐라도 안 하면 당장 죽을 판국이라 마음 급해서 말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니, 죄송하지만 양해 좀 해주십쇼."

"......계속 해봐."

"감사합니다. 어, 아까 얘길 어디까지...... 아 그렇지. 제가 파악한 정확한 좌표를 이사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그래서라뇨. 병력 이끌고 가든 혼자 가든 하셔서 보물 확보하셔야죠."

"그게 100% 맞는 위치라 확신할 수 있나?"

"90% 맞는 위치라 확신할 수 있습니다."

"10% 확률이 맞아버리면?"

"뭐, 그땐 제 모가지를 터뜨려버린다 해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야죠."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이사는 코웃음을 쳤다.

그렇다고 선생의 진심을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도박이라한들, 저것 또한 자신 못지 않게 위기에 몰린 저 남자가 남은 것 박박 긁어서 만든 절실한 한 수였을테니.

쓸데없이 청산유수인 선생을 지그시 노려보는 안광.

'이 놈을 믿을 수 있나? 믿어도 되는 건가?'

이사라고 바보는 아니었다.

눈 앞의 상대는 애초에 아비도스를 제 입맛대로 포장해 카이저에 넘겨버린 주도면밀한 놈이다.

어쩌면 기억상실증마저도 블러핑으로 사용 중일지도 모를 아주 무서운 자식이란 말이었다.

제너럴과 내통하는 게 거짓이 아닌 진짜일 확률도 있지 않는가.

'아니, 그런데 나한테 그걸 찍어 보내준 것도 이 선생이라잖나. 자기가 보내놓고 그걸 여기서 밝히는 놈이 이중 스파이라기엔...... 너무 간 것 같기도 하고, 젠장. 정말 미치겠군! 사자를 믿나 호랑이를 믿나 머리 뜯기는 건 매한가지일 고민을 하는 기분이다. 여기선 무슨 선택을 해야 옳은 거지?'

지금이 카이저에 청춘을 전부 바쳐 여기까지 올라온 자신 인생의 가장 결정적인 갈림길일 것이 확실했다.

제너럴과 싸울 때 함께 싸워줄 자신의 편은 없다.

제너럴과의 힘 차이가 명백히 큰 것도 있었지만, 억울하게 꼬투리 잡혀 공격 받는 상황이나 다름 없는 자신을 동정하는 사람 하나 없을 정도로 인망을 쌓지 않았던 스스로의 잘못도 있었건만.

그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린 이사는 눈 앞에 있는, 유일하게 자신의 편을 들어주겠다고 하는 이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리고 설령 그 잔 속에 독이 들었다한들,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인 것도 확실했기에.

이사는 결국 이를 갈며 고민을 끝내야 했다.

"경고 하나 하지. 설령 최악의 상황에 빠져 내가 파멸한다한들...... 가기 전에 네놈 대가리 하나 터뜨릴 여유 정돈 충분히 있을 거다."

"새겨 듣도록 하죠. 진심입니다."

"말로는 제너럴 뺨도 후려치겠군, 젠장!"

괜히 화를 내며 이사는 손을 내젓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무튼! 내가 보물을 확보했다 치지. 그 다음의 계획은 뭐지? 그 정돈 생각해뒀으리라 믿네만."

"딱히 어려울 것 있나요? 이사님은 그냥 버티시면 됩니다. 보물을 확보한 이사님을 공격한다는, 핵 안고 있는데 와서 총 쏠 머저리는 없을테니까요. 아무리 제너럴이라 한들!"

"......흠."

재차 고민하는 이사를 보며 선생은 미소 지었다.

어차피 자신이 한 말들은 전부 쓸모 없는 계획에 불과했다.

보물을 기대할 저들이 발견할 것은 고구마 하나 못 구울 정도로 다 식어버린 잿더미 뿐일테니.

하지만 상관 없었다.

자신의 일은 보물 위치를 알려주는 거지, 보물 상태가 어떤들 책임이 어딨겠나.

물론 저들도 현장을 본다면 폭파가 극히 최근, 하필 온천개발부의 습격과 매우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다는 걸 검증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닐테지만.

그렇게 총구가 온천개발부나 게헨나, 나아가 자신의 학생들에게 겨누어지는 건 자신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지만.

그 쪽에 대한 대책도 이미 마련해두어 마음이 편한 선생이 하는 생각은 오직 하나.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선생은 속이 후련해짐을 느끼며 한 치의 거짓도 섞이지 않은 상쾌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작전을 논의하던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 * *

"자! 다들 하나씩 집어!"

선생의 요청으로 쇼핑몰에 갔다왔던, 어째서인지 똥 씹은 표정의 케이가 들고 온 쇼핑백 속 내용물을 책상 위에 쏟아 부었고.

케이가 사온 '옷'과 선생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빚어 만든 복면을 집은 아비도스 학생회 인원들은 의아 반, 경악 반의 시선으로 선생을 쳐다봤다.

이게 뭐냐 하는 시선을 보는 선생은 당당하게 외칠 뿐이었다.

"우리는 이제 이걸 입고."

"이제...?"

"이걸 입고...?"

시로코.

나한테 힘을 줘.

지금도 아파할 자신의 제자를 떠올리며 각오를 다진 선생은 자신이 여기서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를 '그 말'을 내뱉었다.

"은행을 털자."

"......네?"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의 유메가 간신히 내뱉은 말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복면을 쓰고!"

"......네."

"수영복을 입고!"

"......네?"

"아아, 왕녀여......"

하아, 하고 땅 꺼져라 한숨을 쉰 케이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랑곳 않고, 힘차게 손을 뻗어보이는 선생.

"되는 거다! 아비도스의 뒷골목을 지배하는 극악무도한 강도 집단...... <수영복 복면단>이!!"

그 찬란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선생은 다른 세계의 제자들 앞에서 환하게 웃어보였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곧바로 복날 개 패듯 신나게 얻어터졌다.

* * * * *

좀 보기 쉽게 지금까지 올린 화수에 소제목 일일이 다 다는 건 좋았는데

40자 제한 너무 빡빡하다 한 50자 정도로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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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7.26창작

소설) 학대파 선생 세계선에서 살아남기 - 26화/디데이(1)

#선생#소설
좋아요 0댓글 11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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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C
Baksam작가
게시물 65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5.07.26 01:29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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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나
ㅇDC
ㅇㅇ125.07.26
디시콘
ㅇDC
ㅇㅇ225.07.26

은행 털고 있는 와중에 쿠로코 마주치면 볼맛 나겠네

ㅇDC
ㅇㅇ325.07.26

이걸입고 '수영복 복면단'이 되어줘

ㅇDC
ㅇㅇ425.07.26
디시콘
ㅇDC
ㅇㅇ25.07.26

ㅋㅋ 이제 일이 점점 풀려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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