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조노 세이아는 오묘하고도 익숙한 기시감이 자신의 전신을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자신을 바라본다는 이 기묘한 기시감.
세이아는 이 감각에 익숙했다.
‘오랜만에 꾸는 자각몽(自覺夢)이군요...’
꿈을 꾸는 와중에, 이것이 현실이 아닌 꿈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명확하게 깨닫고 있는 상태. 세이아에게 있어 그것은 자각몽인 동시에, 미래의 단편을 엿보는 예지몽(豫知夢)과 거의 동의어였다.
‘하지만 제 예지 능력은 이미 사라졌을 터입니다만...’
색채에 물드는 것을 피하기 위한 대가로, 그녀는 스스로 가장 큰 무기였던 예지몽의 능력을 버렸다. 하지만 지금 이 선명한 기시감은... 분명 예지몽의 그것과 질적으로 동일하였다.
물론, 자각몽 자체가 그녀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누구든 가끔은 자각몽을 꿀 수 있으며, 그것이 굳이 예지와 연결될 필연적인 이유도 없었다. 예지 능력이 사라진 자신 역시, 그저 예지가 아닌 단순한 자각몽을 꿀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세이아는 혼란스러운 상념을 조용히 가다듬고, 정신을 꿈의 세계에 집중했다.
예전에는 자주 드나들었던 영역인 만큼, 그녀에게는 자각몽의 모호한 감각을 다루는 나름의 기술이 있었다. 타인인 동시에 화자로서, 이 꿈의 감각과 이미지를 현실처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경험상, 이러면 주로 촉각이 가장 먼저 돌아온다.
느껴지는 감각은... 벨벳처럼 부드럽고, 잘 데워진 홍차처럼 따뜻했다.
그 다음으로 돌아오는 것은 감각보다도 선명한 감정.
지금 세이아가 느끼는 감정은... 설렘인가? 아니면 놀라움? 혹은 충만함에 가까운 기쁨? 뭐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복합적이고도 강렬한 긍정의 감정이었다.
감정까지 느끼고 나면, 이제 장면 전체를 제3자로서 관측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 영화를 가장 좋은 좌석의 스크린 너머에서 바라보듯이.
‘이제 잠시 기다리기만 하면, 이 꿈의 전모가 드러나겠...’
CHU
어라?
세이아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키스신이었다.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과 선생이 부드럽게 입술을 부딪히고 있는, 지극히 사적이고 달콤한 키스신.
***
“......그런 꿈을 꾸었습니다.”
트리니티의 정원, 은은한 홍차 향기가 감도는 티 테이블, 세이아의 말이 끝나자 미카와 나기사의 표정은 아주 예술적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세이아는 그 둘의 반응이 만족스럽다는 듯, 옅은 미소를 띤 채 찻잔을 홀짝였다.
파앙!
날카로운 파괴음과 함께 미카의 손에 들려 있던 찻잔이 하얀 도자기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미카는 여전히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희고 고운 이마에는 선명한 십자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헤에,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굳이 우리한테 하는 이유가 뭘까, 세이아 쨩☆”
미카는 분노를 억누르며 지극히 상냥하고 위협적인 어조로 물었다.
“단순한 정보 공유일 뿐입니다. 예전에도 저는 예지몽을 꾸면 가장 먼저 미카와 나기사 두 사람에게 공유하지 않았습니까. 오랜만이지만, 그저 과거의 관례를 따랐을 뿐입니다.”
세이아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세이아 씨의 예지몽 능력은 이미 사라진 상태가 아닌가요? 지금의 꿈 역시 그저 희망 사항이 반영된 단순한 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아니 오히려 그쪽일거라고 봅니다만.”
나기사는 애써 태연한 척, 논리적인 반박을 시도하며 찻잔을 기울였다. 하지만 찻잔을 받치고 있는 그녀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세이아의 눈이 놓칠 리 없었다.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제 예지 능력이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닙니다.”
세이아는 예지 능력을 포기했다. 하지만 선명한 영상으로서의 예지몽 대신, 육감의 형태로 그 잔재는 아직 그녀의 안에 남아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번 꿈에서 느낀 감각은 과거 제가 진짜 예지몽을 꿀 때의 그것과 완전히 똑같았다는 사실 정도는 확실하게 보증할 수 있겠군요.”
세이아의 확신에 찬 말을 들으며, 미카와 나기사는 더 이상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말없이 차를 마셨다. 그들의 얼굴에는 각기 다른 종류의 초조함과 질투가 선명하게 서려 있었다. 세이아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이 작은 연극의 마지막을 장식할 결정타를 날렸다.
“아, 그리고 참 공교롭게도 오늘 오후에는 선생님과의 단둘이서의 데이트 약속이 있다는 사실까지 말이죠.”
푸흐흡!
미카와 나기사는 거의 동시에 입에 머금고 있던 홍차를 분수처럼 뿜었다. 최고급 홍차가 새하얀 테이블보와 자신의 얼굴에 튀었지만, 세이아에게 그 불쾌감보다도 자신이 기대했던 완벽한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승리감이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
세이아는 방금 전 두 가지 거짓말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대놓고 속인 거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진실의 결을 과장하거나, 모호하게 에둘러 넘긴 것에 가까웠다.
첫째는 오늘 선생과의 ‘데이트’에 대한 부분. 실제로는 당번으로서, 트리니티 현장 업무를 나선 선생을 보좌하는 업무의 연장이었을 뿐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사적인 시간이라기보다도, 공적인 일정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카와 나기사의 반응과 얼굴 근육이 일그러지는 장면이 꽤나 인상적이었기에, 세이아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둘째는 예지몽에 대한 것. 분명 꿈에서 느꼈던 감각은 예지몽의 질감과 본질적으로 일치했다. 그러나 자신이 예지 능력을 버린 이후, 단 한 차례도 ‘진짜’ 예지몽을 꾼 기억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꿈 역시 어디까지나 단순한 자각몽, 즉 평범한 ‘꿈’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스스로 의심하고 있었다. 가장 의심스러운 이, 가장 조심스러운 해석을 하는 이 역시 세이아 자신이었다.
‘속으로는... 결국 저도 믿고 있지 않다는 거겠죠.’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세이아! 이쪽이야!”
환한 햇살 아래에서 손을 높이 흔드는 선생의 모습. 세이아는 잠시 멈춰서, 조금 전 미카와 나기사가 흩뿌린 홍차, 그리고 뒤늦게 태연함을 연기하던 표정을 떠올렸다.
‘거짓이든 진실이든, 결국 미래란 건...’
그리고 세이아는 문득, 그 표정보다 심한 표정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면 되는 게 아닐까요?’
12서코에서 낼 수도 있는 회지의 선공개분인데 반응 확인하볼려고 재업함...
그리고 지난 서코에서 판매한 회지가 완판되어 더 사고 싶은 분들이 계셔서 증쇄할지 말지 고민 중입니다. 혹시 아래의 [리쿠하치마 or 리쿠하지마 and 리쿠하치마] 회지의 구매 의향이 있으신 분은 투표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https://m.dcinside.com/board/projectmx/14999152
그 회지 선공개분입니다
https://x.com/cheesedontgas?t=iWtPAElx3CotowvT-ma8Dw&s=09
제 트위터임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8876343&page=1
댓글 11

회지에 세이아편도 드간 건가요
@ㅇㅇ 세이아 소설은 제가 쓴 다른 소설들과 단편집 형식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치동

@ㅇㅇ 저 투표는 이전에 쓴 회지를 증쇄할지 말지 고민하던 것이었는데, 제 설명이 부족했네요
@치동 아하
미식이네요

진짜 미친 음란퐉스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