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시리즈의 14~16편 분량을 담고 있음
오타·오역 지적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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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문
【블루 아카이브】학생들과의 인연 너머로
블루 아카이브의 인연 에피소드나 메모리얼 로비의 뒷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SS를, 『되도록』 매주 투고하고 있습니다.
(미보유 학생이 있어서, 그 부분은 자료나 스토리 등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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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카의 요리
「서~언~생~니~임~! 또 컵라면만 드시고! 이러다간 몸 상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그게…… 시간이 없어서 그만…… 게다가 요즘 컵라면은 첨가물로 비타민도 섭취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 건강하다면 건강하달까……”」
점심 전, 내가 밀레니엄에서 진행할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을 공유하는 회의를 위해 유우카가 샬레를 방문했고, 입을 열자마자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들을 가리키며 추궁해 왔다.
그치만…… 식사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바빴는걸. 그런 때 있잖아, 편의점 갈 시간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일을 처리해서 빨리 끝내고 싶을 때.
「선생님, 변명하지 마세요! 아무리 선생님의 시간에 자산적 가치가 있다고 해도, 사람으로서 줄여서는 안 되는 시간입니다. 게다가 지방이랑 당질을 너무 많이 섭취하셨어요! 심부름 같은 건 맡기면 되는데, 당번 학생은 왜 있는 건데요!」
「“아니 그치만…… 당번인 아이한테는 서류 작업을 도와달라고 했고, 추가로 식사 심부름까지 시키는 건 좀……”」
「그럼, 배달 서비스나 저한테 의지하세요. 연락만 주시면 사 올 테니까요. 회의까지 시간도 있고, 오늘은 제가 사 올게요. 선생님? 뭔가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먹고 싶은 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인스턴트만 먹고 있으니, 가정적인 게 먹고 싶다.
「“유우카가 직접 만든 요리가 먹고 싶네~ 라거나――”」
「알겠습니다, 주방 좀 빌릴게요. 식재료가 있었던가……」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정말로 유우카의 요리를 먹게 되었다.
「“유우카, 싫으면 사양 말고 말해도 돼? 애초에 오늘은 회의 때문에 와 준 거니까, 이렇게까지 해달라고 하는 건――”」
「……먹고 싶은 건가요 안 먹고 싶은 건가요, 어느 쪽이에요?」
「“아니, 유우카가 만든 요리를 정말 먹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기쁘지만……”」
「그럼, 만들게요. 그때 이후로 여러모로 공부했거든요. 선생님한테 성장한 제 요리 실력을 보여드려야죠!」
예전에 유우카에게 요리를 대접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레시피에 휘둘려서 조금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유우카가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나도 마침 한숨 돌리고 싶던 참이었으니, 따라가서 요리 과정을 지켜보기로 하자. 직접 만들 때 공부도 될 테고.
이렇게 우리 둘은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 ※
「지금 냉장고에 있는 건…… 당근, 감자, 양파뿐이네요. 오래 가는 채소밖에 없군요. 선생님도 가끔은 잎채소를 드세요. 영양소가 편중되니까요.」
「“네…… 선처하겠습니다.”」
밀레니엄제 고성능 냉장고라 장기간 보존되는 건 좋은데, 역시 양상추나 양배추는 일주일도 못 간다. 그래서 내가 사두면 대개 썩혀 버리고 만다.
게다가 애초에 샐러드 같은 걸 적극적으로 챙겨 먹냐고 하면, 의식하지 않으면 탄수화물이나 고기로 손이 가버리는 내가 있기에 아무 말도 대꾸할 수 없다.
「고기는 냉동고에 들어있네요. 그리고…… 있다 있어, 카레 루가 있으니 오늘은 카레로 하죠. 푹 끓이면 영양소도 놓치지 않고 섭취할 수 있으니까요.」
「“오옷, 유우카가 만든 카레라니 기대되는데!”」
카레를 먹는 건 얼마 만이더라…… 그것도 가정식 카레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그럼, 우선 감자 손질부터 시작하죠. 선생님은 어느 정도 크기를 좋아하세요?」
「“으~음, 너무 큰 것보단 한입에 먹을 수 있는 게 좋으려나?”」
「그럼, 한입 크기로 자를게요. 껍질을 벗기지 않고 써서 영양가가 더 높아지도록 하죠.」
유우카는 솜씨 좋게 잘라 나간다.
예전의 그녀라면, 한입 크기란 어느 정도의 부피를 가리키는 거죠!? 라며 레시피와 씨름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확실한 성장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두께로 자르고 있다.
대단해…… 내가 자르면 무조건 들쑥날쑥해지는데…….
「당근이랑 양파도 비슷한 크기면 되겠죠. 기름은 올리브 오일 말고 일반 식용유 쪽이 먹기 편하니 그걸로…… 마늘이랑 생강이 있으면 베스트지만, 이번엔 생략하죠.」
기름이 타닥타닥 튀는 소리와 함께 식욕을 돋우는 향기가 방 안에 가득 찬다.
당근이랑 감자, 양파가 익어가며 점차 색을 바꿔간다.
「고기는 레인지로 해동해 뒀으니 그걸 넣고…… 아, 선생님은 카레에 돼지고기파인가요? 닭고기? 아니면 소고기가 아니면 안 된다거나 하세요?」
「“뭐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어.”」
「그럼 다행이네요. 돼지고기가 잘린 상태로 냉동고에 들어있어서, 오늘은 그걸 쓸게요. 이렇게 꼼꼼하게 보존돼 있는 걸 보면 선생님이 한 건 아닌 것 같고…… 다른 학생인가? 썼다고 인수인계 메모 붙여놔야겠다……」
그걸 준비해 둔 건 후우카였던 것 같다…… 「볶기만 해도 반찬이 되니까, 나중에 구워 드세요」라는 말을 듣고 나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확실하게 굽는 색이 났으면 이제 루를 넣고 끓여서…… 어때요 선생님! 저도 하면 된다니까요!」
솔직히 조금 헤매면서 요리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손이 빨라서, 여기까지 불과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압력솥이나 법랑 냄비가 있으면 더 빨리 맛있는 걸 만들 수 있었는데, 도구가 없어서…… 선생님 죄송해요. 20분은 더 걸려요.」
「“아니…… 내가 만들었으면 더 오래 걸렸을 거야. 유우카는 솜씨가 좋네.”」
「당연하죠! 전부 계산해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시간도 좀 있고, 선생님도 뭐 좀 만드실래요?」
「“그렇네…… 밥을 한다 치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뭐가 들어 있었지?”」
「그러게요…… 달걀이 있으니까 달걀 프라이 같은 건 어때요? 건강에도 좋고, 카레에 올려도 맛있어요!」
「“오오, 좋네. 그걸로 하자.”」
생쌀을 밥솥에 넣고, 물로 한 번 헹군 뒤 문지르듯 씻어서, 쾌속 취사로 돌린다.
프라이팬을 달구고, 냉장고에 있는 달걀을 집어 든다.
옆을 보니, 유우카는 한 손으로 달걀을 깨서 프라이팬에 넣고 있다.
나도 흉내 내서 해 봤더니…… 껍질이 들어갔다.
「선생님,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스냅을 좀 더 의식해 보세요.」
「“유우카는 생각보다 익숙하네, 가정 실습 시간에 배웠어?”」
「엣…… 네, 뭐 그렇죠. 요즘 밀레니엄에서는 필수 과목이라서…… 아하하……」
대단하네 밀레니엄. 산해경 수준의 가정 실습을 하는 건가.
난 또 전자동 달걀 깨기 기계로 조리하는 줄 알았다.
「선생님은 좋아하는 달걀 굽는 법이 뭐예요? 저는 오버 이지를 좋아하는데요……」
「“어…… 그냥 평범하게 구운 것밖에 먹어본 적 없는데…… 굽는 법에 종류 같은 게 있어?”」
「후훗, 선생님도 참 요리에 관해서는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시네요. 그럼 알려드릴게요! 굽는 법에는 크게 6종류가 있는데, 한쪽 면만 굽는 써니 사이드 업, 뚜껑을 덮어 찌듯이 굽는 베이스티드 에그, 한쪽 면을 굽고 뒤집어서 가볍게 양면을 굽는 오버 이지, 그걸 좀 더 익힌 오버 미디엄, 양면을 완숙으로 굽는 오버 하드, 특이한 거로는 튀기듯 굽는 우에보 프리토가 있어요!」
가슴을 펴고 자랑스레 설명하는 그 모습은 마치 코토리 같다.
라기보다는 코토리의 설명을 인용한 듯한 말투지만…….
「그럼, 오늘은 제가 구워 볼 테니까, 선생님도 드셔보세요. 반숙이라 맛있어서 분명 마음에 드실 거예요!」
유우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달걀을 하나 더 깨서 굽는다.
가볍게 익어서 굳기 시작할 때쯤 뒤집고, 10초 정도로 불에서 뗀다.
뭔가 탱글탱글해서 본 적 없는 달걀 프라이다…….
그리고 여기서 마침 타이밍 좋게 밥이 다 지어진다.
「밥도 다 됐고, 카레도 완성이네요.」
접시에 밥, 카레를 담고, 꼭대기에 달걀 프라이를 얹는다.
나 혼자선 절대 안 만들 것 같은 호화로운 점심이 완성됐다.
「그럼 선생님.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보기도 좋고, 향도 좋은 이 카레. 맛이 없을 리가 없다.
따끈따끈 갓 만든걸 입으로 가져가 씹으니 채소의 단맛, 감칠맛, 그리고 카레 특유의 향과 매콤함이 입안에 퍼진다.
「”맛있어! 유우카는 대단하네, 매일 먹고 싶을 정도야!”」
「서, 선생님도 참 과장이 심하시네요…… 다음에 다른 요리도 연습해야지……」
「“응? 무슨 말 했어?”」
「아뇨, 달걀 프라이에 소스라도 뿌리실래요?」
「“좋네, 평소엔 간장이지만 소스도 맛있겠다……”」
이렇게 맛있는 점심을 먹고, 행복감에 젖은 채 오후 회의에 참석한다.
나중에 온 코유키가, 「유우카 선배가 요즘 달걀 프라이랑 카레만 먹이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라고 말했지만, 이번엔 다른 요리를 먹여줄 거라고 대답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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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간병
「선생님, 오늘은 제가 당번이네요. 잘 부탁드려요.」
「"노아 어서 와. 와줬는데 미안하지만, 노아한테 맡기려던 일을 먼저 처리해 버려서…… 전처럼 편하게 있어도 되니까, 내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을까?"」
내 착오로 인해, 본래 당번으로서 배정했어야 할 일을 먼저 해버린 탓에, 현재 노아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 없다.
오늘은 노아의 당번이 끝난 뒤에 같이 식사하러 갈 예정이었지만……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끝나지 않고서는 갈 수가 없다.
즉, 지금부터 전속력으로 일을 끝내지 않으면 식사를 못 하게 될 뿐만 아니라, 노아를 슬프게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럼, 예전처럼 선생님에 대한 기록을 남기도록 할게요♪ 오전 10시 30분 23초, 선생님은 학생의 일거리를 뺏은 뒤 대기하도록 명령했다……」
「"그거 엄청나게 주관이 섞여있지 않아?"」
「오전 10시 30분 41초, 선생님은 방금 발언에 대해 항의하며, 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발언했다.」
……당분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노아는 대담한 미소를 지으며, 수첩을 손에 들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나간다.
조금 불편하지만, 노아를 기다리게 만든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음대로 하게 두자.
서둘러 책상으로 향해,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선생님으로서 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도장이나 코멘트를 넣는 등 노아에게 맡길 수는 없는 것들이다.
「오전 10시 33분 12초, 선생님은 첫 번째 서류를 완료했다. 오전 10시 33분 35초, 두 번째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 기록에 의미가 있는 거야?"」
「어머 선생님. 저를 신경 쓰고 있으면, 점점 저희가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멀어진다고요? 그건 그렇고, 이 기록은 선생님을 위한 것이기도 하답니다? 선생님의 처리 속도를 계산하는 것으로 대략적인 종료 시간을 파악할 수 있고, 어떤 서류 처리에 막혔는지 이해하는 것으로 다음부터 대책을 세우는 것도 가능해요. 즉 작업 효율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거죠.」
과연, 자신의 행동이 데이터화되는 건 왠지 묘한 기분이지만, 작업 효율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굉장히 도움이 된다.
스스로도 눈앞의 일을 처리하는 데 벅차서, 나중에 되돌아보면 이날은 뭘 했었는지 같은 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나중에 그 기록 공유해 줄 수 있어?"」
「물론이죠. 선생님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요? 단, 오늘 식사에서 디저트를 추가 주문해도 괜찮으시다면 말이지만요♪」
윙크를 하며 이쪽을 놀리는 노아는 무척 사랑스럽지만, 내 지갑은 쓸쓸해질 것 같다.
……오늘 예약한 레스토랑, 비싸기로 유명하단 말이지…….
※ ※ ※ ※ ※
「오전 11시 22분 54초…… 선생님, 아까보다 뺨이 붉은데 피곤하지 않으신가요? 조금 휴식을 취하는 건 어떨까요.」
「"그렇지 않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확실히 오늘은 왠지 평소보다 몸이 피곤하지만…… 어제 늦게까지 일을 했거나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 것 등이 원인이겠지. 그런 것보다 일을 빨리 끝내야 하는데…….
※ ※ ※ ※ ※
「오후 0시 44분 18초………… 선생님, 숨이 거칠어졌는데 정말 괜찮으신 건가요? 일도 꽤 처리됐으니, 점심 식사를 하고 나머지는 식후에 하셔도……」
「"괘, 괜찮아. 오늘은 좀 덥네. 땀이 나기 시작했어. 에어컨 켤까?"」
「……아뇨, 선생님. 지금 기온은 18도로 조금 쌀쌀할 정도예요. ……잠시 실례할게요.」
노아의 손이 이마에 닿는다.
서늘하니 나보다 낮은 체온이 기분 좋게 느껴져서, 닿아있는 것만으로도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선생님, 지금 당장 쉬세요. 이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체온의 범주를 넘어섰어요.」
「"어, 하지만 일이…… 게다가 노아와의 식사도……"」
「일은 총학생회에 보고해서 스케줄 조정을 요청할게요. 식사는…… 솔직히 슬프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선생님과의 식사는 건강할 때 하고 싶으니까요. 3배로 갚아주셔야 해요.」
노아에게 공주님 안기 자세로 의자에서 들려 올려진다.
혼자서 설 수 있다고 저항하려 했지만, 그럴 힘도 목소리도 나오지 않아, 하는 대로 휴게실로 끌려가 침대에 눕혀진다.
「넥타이는 풀고…… 양말도 답답해 보니까 일단 벗죠. 상의, 벗겨드릴게요.」
노아가 하는 대로 옷이 차례차례 벗겨져, 셔츠와 바지만 남게 된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덥게 느껴졌던 것이 거짓말처럼 몸속 깊은 곳이 식어 춥게 느껴진다. 이른바 오한이라는 것이 시작된 걸까.
노아는 일단 방을 나가더니,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와 수건을 손에 들고 돌아온다.
「그럼 몸을 닦아드릴게요. 옷을 벗길 테니 양해해 주세요.」
「"자, 잠깐만 기다려 스스로――"」
「못 기다려요. 이대로는 땀 때문에 감기가 악화한다고요? 게다가 선생님의 손놀림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맡길 수 없어요.」
확실히 노아의 말대로 손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 정도로 몸이 나른해져 있다.
저항할 틈도 없이 노아에게 옷이 벗겨져, 온몸을 닦인다(하반신의 일부만은 단호하게 거부해서 스스로 어떻게든 닦았다).
휴게실에 놓아두었던 잠옷(숙직용)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눕는다.
「그럼 선생님, 여기서 조금 주무시면서 기다려 주세요. 약과 식사를 가져올게요.」
「"으…… 응……"」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노아가 방을 떠나는 것을 보자 거기서 의식이 끊긴다.
※ ※ ※ ※ ※
문득 몸을 만지는 손길을 깨닫는다.
두통이 느껴지는 머리를 일으켜, 눈을 비비자 노아가 겨드랑이에 체온계를 끼우고 있었다.
「선생님 죄송해요, 깨워버렸네요.」
「"아니…… 노아야말로 미안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받기만 하고……"」
「이것도 당번으로서의 책무. 아니, 제가 선생님께 해드리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겨드랑이에 꽂혀 있던 체온계 소리가 울리고, 노아의 차가운 손이 체온계를 꺼낸다.
「39도 6부, 꽤 고열이네요. 일단 해열제를 가져왔으니, 이걸 먹기 위해 우선 위에 음식을 채우죠. 이 약은 빈속에 먹으면 위가 상해버리니까요.」
「"……안 먹으면 안 돼?"」
「안 돼요.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드세요. 게다가, 만약 제가 눈치채지 못하고 선생님과 식사하러 갔다면 아무것도 안 먹은 채 가게를 나올 작정이셨나요?」
「"…………네, 먹겠습니다……"」
쟁반에 담긴 따끈따끈한 달걀 죽을 살며시 입가까지 가져다준다.
'아~' 하고 학생에게 받아먹는 건 꽤 부끄러운 것 같은데…….
「선생님, '아~' 하세요? 아니면 입을 벌리기도 힘들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으신 건가요? 그거 큰일이네요! 당장 구급차를 수배해서――」
「"먹을게, 먹을 테니까!"」
내밀어진 숟가락을 입에 문다.
뜨거! 살짝 데었다…… 하지만, 달걀 죽은 일품이라 노아의 상냥함을 표현한 듯한, 지금의 나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간이었다.
어느 정도 먹고 나자, 노아가 건네준 약을 먹는다.
엄청나게 썼지만, 밀레니엄의 최신 과학으로 만들어진 약이라서, 한 시간만 지나면 금방 열이 내린다고 한다.
「그럼 선생님, 푹 주무시고 쉬세요. 저는 언제나 곁에 있을 테니, 안심하시고요.」
「"노아…… 고마워……"」
「……이렇게 괴로워하는 선생님의 기록은 일분일초라도 짧은 편이 좋으니까요. 빨리 건강해지세요.」
다시 몽롱해져 있던 의식을 놓고, 잠이 든다.
이날은 자다 깨다를 반복했고, 하루 종일 곁에 붙어서 노아가 간병해 준 덕분에 다음 날에는 말끔하게 건강해질 수 있었다.
후일, 회복 축하와 그날의 사과도 겸해서 노아와 다시 식사하러 갔지만, 그 답례로 당초 예정했던 예산의 5배가 필요한 야경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의 디너(단둘이서)를 요구받아, 지갑이 텅 비어버리면서도 노아와 즐겁게 식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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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유키와 도박
「니하하~, 선생니~임!! 선생님 데리고 놀아도 되나요?」
샬레의 문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열리더니, 대뜸 그렇게 말한 건 코유키였다.
……뭐, 딱히 약속 같은 게 없어도 되는 스타일이 샬레긴 하지만, 그래도 좀 놀랐다.
휴식 시간이라 정말 다행이다. 커피를 쏟은 곳이 내 옷이 아니라 서류였다면 대참사였을 테니까.
「“……선생님『과』가 아니고?”」
「그런 사소한 건 넘어가자고요! 오늘은 이것저것 가져왔거든요~ 트럼프라든가 주사위라든가 마작 테이블이라든가!」
코유키는 그렇게 말하며 가져온 커다란 트렁크에서 놀이 도구를 꺼내기 시작한다.
아직 논다고는 안 했는데…… 뭐 상관없나, 코유키도 놀고 싶다고 했고, 최근엔 세미나 일만 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였겠지.
가끔은 숨을 돌리게 해주지 않으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주기적으로 놀아주라고 유우카한테 듣기도 했고.
즉 이건 선생님으로서의 업무. 결코 땡땡이가 아니다.
「자아, 일단 손풀기로 포커 하지 않으실래요? 트럼프 상자도 까버렸으니까요.」
아무래도 새 트럼프를 가져온 모양인지, 붙어 있던 스티커를 떼어내 손끝으로 둥글게 말고 있다.
「“……둘이서 포커를?”」
「확실히 원래는 여러 명이서 하고 딜러는 게임에 참가하지 않지만, 오늘은 그렇게 딱딱하게 하지 말고, 번갈아 가며 딜러를 겸임하는 걸로 어때요?」
「“카드 덱을 번갈아 가며 나눠주거나 섞는다는 느낌이네. 칩은 준비했어? 그래봤자 어린이 은행 코인이겠지만…… 아니면 둘뿐이니 단순히 족보가 높은 쪽이 이기는 걸로 할까?”」
「선생님은 재미없네요~, 모처럼이니까 재미있는 걸 걸자고요! 샬레 예산이랑 밀레니엄 예산이라든가!」
「“그건 코유키가 손대면 안 되는 거잖아, 떽!”」
「니하하…… 당연히 농담이죠…… 저 노아 선배의 그 표정은 더 이상 떠올리기 싫거든요……」
코유키가 말하면 농담이 농담이 아니게 되지만…….
「그건 그렇고, 거는 게 없으면 시시하지 않나요? 제 용돈이랑 선생님 용돈을 걸까요?」
「“아니이, 교직원 입장에서 돈을 건 도박을 학생이랑 하는 건 좀……”」
교직원으로서 도박을 하는 것, 하물며 학생과 하는 건 윤리에 꽤나 위반되는 기분이 든다.
망설이는 나를 보는 코유키의 눈매가, 갑자기 뭔가 번뜩였는지 나쁜 눈매로 변한다.
「그렇군요~ 그럼 이쪽에서는 유우카 선배의 비장의 사진을 내걸죠!」
「“………………원하는 게 뭐야?”」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아주 잠~깐 선생님 시간을 내주시면 되니까요!」
고민된다. 엄청 고민된다.
유우카의 사진은 몇 장 가지고 있지만, 내가 찍은 사진과 코유키가 찍은 사진은 거리감이 다를 것이다. 게다가 비장이라고 한다면…….
「“알았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라면 기꺼이 할게.”」
「그래야죠! 그럼 일단 제가 카드를 섞을게요.」
코유키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카드를 섞는다.
테이블에 펼쳐 엉망진창으로 섞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음 순간에는 상자에서 꺼냈을 때처럼 정돈되어 하나의 뭉치가 되어 있다.
손패에는 5장의 카드. 『9』의 쓰리 카드라 그 외의 두 장을 교환한다.
「앗, 선생님. 좀 더 걸지 않을래요? 즉 비딩을 할지 패스를 할지.」
「“건다니…… 이 이상 뭘?”」
「저는…… 노아 선배가 옷 갈아입는 중인 사진. 선생님은 이 뒤에 점심 사주시는 걸로 어때요?」
「“콜.”」
즉답한다. 망설임은 일절 없었다.
돌아온 건…… 『2』의 원 페어, 즉 풀하우스다.
이겼다, 가하하!
카드를 오픈하자 그곳에는…….
코유키의 카드는 하트 10·J·Q·K·A.
즉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다.
「“사기잖아!!”」
「니하하~. 속임수라고 하신다면 증거는 있나요? 증거는?」
히죽히죽 코에 걸리는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들이밀지만, 화내면 안 된다.
확실히 코유키의 손놀림을 빤히 보고 있었지만, 속임수를 쓰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점심을 사는 것뿐이지 않은가. 그 정도면 원래 그럴 셈이었고, 아무런 손해도 아니다.
「“그럼, 다음엔 내가 덱을 섞을게.”」
이번엔 내가 패를 나눠준다.
물론 속임수 따윈 안 쓴다. 아니 애초에 그런 지식도 기술도 없다.
손패를 보니, 『2』의 포카드. 이 이상 손패를 바꿀 필요는 없겠지.
코유키는 1장 교환을 요청했기에, 패를 받아 적당히 섞어서 돌려준다.
이번에야말로 이겼다, 틀림없어.
「선생님, 정말 지금 패로 괜찮나요?」
「“물론 문제없어. 그러는 코유키는, 이번에도 아까 걸었던 거랑 같은 걸로 괜찮아?”」
「글쎄요~, 그럼 이번엔 유우카 선배의 자는 얼굴 사진 같은 건 어때요? 선생님은…… 저를 하루 종일 전심전력을 다해 응석 받아주기로 하죠!」
「“콜.”」
유우카는 경계심이 강해서, 자는 얼굴을 본 적은 거의 없다. 그 사진이라면 영구 보존판 확정이겠지.
오픈해서 코유키의 패를 보자…….
『6』의 포카드와 조커.
즉 파이브 카드.
「“무조건 사기 치고 있잖아!?”」
「너무하네요~ 선생님. 이렇게 귀여운 학생이 속임수 같은 걸 쓰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 어·쨌·든, 선생님과의 점심이랑, 하루 종일 말 들어주시는 거죠? 네?」
큭…… 속임수를 간파하지 못한 이상 코유키를 탓할 수는 없다.
「니하하! 자아, 슬슬 다음 게임으로 할까요. 다음은 내기 없이 해도 괜ㅊ」
「“코유키, 한 번 더 하지 않을래?”」
「? 한 번 더요? 몇 번을 해도, 이 호운의 코유키한테는 못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니하하!」
우쭐해 있다. 완전히 우쭐해 있다.
그렇다면야 이쪽에도 방법이 있지.
「“그럼, 내가 가지고 있는 이쪽 트럼프로 한 번 더 하자.”」
책상 깊숙한 곳에 넣어뒀던 트럼프를 꺼낸다.
「엣…… 선생님, 모처럼 꺼내 둔 트럼프가 있는데, 새로 꺼낼 필요는 없지 않……」
「“아니 아니, 모처럼이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트럼프도 가끔은 안 써주면 불쌍하잖아. 아니면, 그 트럼프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라도 뭔가 있는 거야? 조작을 해놨다든가?”」
「윽…… 좋아요, 해주겠어요! 그 트럼프로 한 번 더 하죠! 내기 내용은, 저는 지금까지 딴 거 전부 내놓는 거에 플러스로 저랑 좋아하는 옷 입고 투샷 사진을 드릴게요! 대신 선생님은 플러스로 3일 시간 내주셔야 해요!」
내 손에서 트럼프를 낚아채더니, 펼쳐서 섞어 나간다.
나눠진 패를 나는 뒤집어서 확인하지 않았다.
「? 선생님 확인 안 하세요?」
「“아아, 이 패로 승부할게.”」
「……선생님 뭔가 이 카드에 조작 안 했어요?」
「“안 했어 안 했어. 그보다 코유키는 교환 안 해?”」
「끄응…… 3장 교환할게요.」
코유키는 교환할 카드를 덱으로 돌리고, 셔플해서 다시 자신에게 3장을 돌린다.
아무래도 패가 망했는지, 떫은 표정을 짓고 있다.
패를 오픈하자, 코유키는 클로버 플러시.
그리고 내 패는…… 풀하우스였다.
「선생님 거짓말쟁이! 사기 친 거 아니에요!?」
「“아니, 이 카드는 학생이 두고 간 물건이고, 애초에 내가 사기 쳤다는 증거라도 있어?”」
「끄으으윽, 어쩔 수 없네요, 자요, 선생님. 이게 약속한 물건이에요. 사진은 나중에 같이 찍어요!」
코유키는 품에서 3장의 사진을 꺼낸다.
오오, 드디어 염원하던 비장의 사진이――
앗, 여기서 모모톡 알림이 들어온다.
타이밍이 나쁘지만, 확인 안 할 수도 없어서 확인해 보니, 노아에게서 알림이 와 있었다.
『선생님, 그 사진을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각오가 필요해요♪ 그리고, 코유키 짱을 놓치지 않도록 해주세요』
……받는 건 관두자.
「? 선생님, 안 받으셔도 되나요?」
「“됐어. 선생님으로서, 학생이랑 즐겁게 논 것만으로도, 그게 나에 대한 보상이야……”」
미안하다 코유키. 나는 도망칠게.
「그럼, 약속대로 밥 먹으러 가요! 근처에 신경 쓰이는 라멘집이 있어서, 거기서 먹고 싶어요! 먹고 나면 돌아와서 다른 게임으로도 놀아주세요!」
사진은 손에 넣지 못했지만, 코유키와의 투샷 사진이 나중에 들어오니, 나로서는 대만족스러운 결과다.
그 후, 코유키는 노아에게 연행되었고, 어디서 샜는지 유우카에게도 도박 건으로 호되게 혼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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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분명 세리나였는데
세리나까지 가려면 며칠 더 걸릴듯


리오 나오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