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5자
따사로운 초봄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나는 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오늘은 웬일로 총성이나 폭발음이 들리지도 않고, 저 멀리서 반짝이는 분수가 예쁘다.
“자, 그럼…”
방금까지 손에 들고 있었던 봉투를 다시 한 번 찬찬히 관찰한다. 아까 전에 큰길에서 산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가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어느 가게의 디저트를 홍보하는 것 같았는데, 반투명한 봉투 안에 들어있는 시식용 과자까지 건네받았다.
그리고 식욕이 발동… 아니, 기왕에 받은 호의를 무시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이렇게 혼자서 먹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맛있으면 애들한테 알려주면 되는 거니까… 근데 그 가게 이름이 뭐였더라.”
까맣게 잊어버렸으니 봉투를 유심히 살펴본다. 하지만 반투명한 봉투 어디를 보아도 가게 이름은커녕 로고조차 새겨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가게도 있겠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나는 이어서 봉투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비강이 달콤한 냄새로 가득 차며 행복감이 내 온몸을 감싼다.
…디저트를 즐긴다는 행위는 이미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어디 그 시식용이… 뭐야. 그냥 쿠키잖아.”
봉투 안에 들어있던 것은 다름아닌 개별 포장된 쿠키였다. 게다가 나를 뭘로 보는 건지 겨우 하나밖에 안 들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하아… 그래 뭐, 시식이니까.”
…그런데 하나밖에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니 갑자기 이 쿠키 하나가 되게 소중하게 느껴지는 게 참 신기하다. 다시 자세히 관찰해보다가 표면에 새겨진 작은 사과 모양을 발견했다.
“사과 모양이 있는 쿠키네…”
뭐가 더 없나 찾아보다가 갑자기 입안에 군침이 고였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작은데 맛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 힘은, 유명한 가게의 홀 케이크 못지 않았다.
“...맛있어.”
어느새 나는 쿠키를 입에 넣고 있었다. 바삭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사과 향이 독특해서 생각보다 맛있다. 아니, 지금까지 먹어본 쿠키 중에서 최고로 맛있다.
그리고 쿠키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아~. 오랜만에 이렇게 맛있는 쿠키를 먹었네…”
맛있는 것을 먹고 난 뒤의 기분 좋은 허탈감에 몸을 맡긴 채 푸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공중에 떠 있는 모양이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맴돌고 있었다.
“...그럼 슬슬 다시 산책을 해 볼까.”
그때, 무언가 이변을 느낀다.
…이상하다. 일어날 수가 없다. 어떻게든 일어나보려고 해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라, 뭐지.”
점점 무력감이 심해지고 시야가 빙빙 돌고, 왜인지 종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의식을 잃기 직전, 나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저 멀리에서 반짝이는 분수대였다. 아무래도 잠에서 깨어날 즈음에 이미 증상은 가라앉은 것 같았고, 방금 전의 그 기분 나쁜 느낌은 말끔히 사라졌다.
다른 사람이 주는 음식은 역시 조심해야겠다고 명심하면서, 다시 산책을 시작하기 전에 하품을 한다.
“냐아…”
…뭔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 것 같다. 아직 보이지 않는 고양이의 모습을 찾아서 나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따라해 본다.
“냐아~.”
오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고양이 흉내를 잘 내게 됐구나.
하지만 그렇게 쓸데없이 잘하게 된 고양이 흉내를 내 봐도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풀이 죽으면서도 일단 나는 털을 손질한다.
응? 털을 손질해?
극심한 위화감을 느낀 나는 당황하면서 내 손을 확인해 본다.
…손에는 말랑말랑한 육구가 달려 있었다.
“냐, 냐앗~!?”
공원 근처 화장실로 달려가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한다. 햇빛을 반사해 검게 빛나는 머리카락. 코 아래쪽에 길게 튀어나온 수염. 허리 언저리에서 쭉 뻗어난 꼬리. 그리고 양손에 달린 육구.
그럼에도 여전히 믿을 수가 없어서 오른쪽 눈으로 윙크를 해 봤더니 거울 속의 검은 고양이도 똑같이 따라했다.
“냐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말을 하려고 해도 입에서는 고양이 울음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이리저리 날뛰었지만 점점 힘들어졌고, 이러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워서 이대로 다시 산책을 하기로 했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꽤나 흥미롭다. 예를 들면 인도를 걸을 뿐인데 장애물이 많아서 힘들고,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뒷골목에서 보이는 풍경이 예쁘고, 그런 식으로 놀라운 발견들이 이어졌다.
…또 다시 마음에 드는 뒷골목을 발견해서 내 몸을 슬쩍 그리로 밀어 넣는다. 조금 어둡긴 하지만 고양이의 눈으로는 문제없었다. 계속 안쪽으로 들어가니 어느새 넓은 곳으로 나왔다.
‘이런 장소는 처음 와 보는데…’
“어라, 고양이가 있네요!”
“흐걋!?”
갑자기 들리는 큰 목소리에 놀라서 나도 모르게 뛰어올라 버렸다. 아직 심장 박동이 요란한 나와는 반대로 “이리 온~.” 하면서 다가오는 큰 목소리의 주인을 노려본다.
‘...윽, 우자와!?’
우자와였다. 틀림없이 우자와 레이사였다. 게다가 왠지 모르게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다. 이상한 녀석… 이라 생각했을 때는 이미 우자와의 품 속에 안긴 뒤였다.
“후냐앗!?”
“옳지, 착하지. 귀엽네요.”
묘하게 따뜻한 우자와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거친 손놀림 속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부드러움 때문에 내 마음이 우자와의 접근을 허락할 것 같았다. 희미한 패배감이 내 마음에 스며든다.
“이대로 뺨을 비벼도… 으음!?”
…역시 방심해선 안 된다. 훌쩍 다가오는 우자와의 얼굴을 양손으로 움켜쥐고서, 우자와의 팔 안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나는 최소한의 저항을 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뭔가 쿄야마 카즈사랑 좀 닮았어요!”
입을 오물거리면서 우자와가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그야말로 쿄야마 카즈사 본인이니까. 근데 지금은 고양이니까 본묘라고 하는 게 맞나?
그런 별 시답잖은 생각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자와는 나를 안은 채로 능숙하게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건… 슈슈?’
“잠시 움직이지 말고 있어요. 이걸 이렇게 해서… 네! 됐어요!”
어느새 내 목에는 그 슈슈가 채워져 있었다.
“냐…”
“으음, 고무줄이 다 늘어난 거라 답답하지는 않을 텐데요. 답답하면 빼 버려요.”
그렇게 말하면서 우자와는 내 몸을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는다. 쓰다듬어 줄 때와는 또 다른 부드러움에 당황하고 있었더니 우자와가 중얼거렸다.
“...그건 쿄야마 카즈사한테 주려고 했던 슈슈예요. 아, 쿄야마 카즈사는 제… 친구, 인데요. 동아리 활동을 하느라 바빠 보이길래 왠지 모르게 건네주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쿄야마 카즈사를 닮은 당신에게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우자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러고 보니 요즘은 왠지 모르게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디저트부에 찾아오기도 했었다. 그때 말을 걸어봤더라면… 우자와가 이렇게 고민하게 만들 필요도 없었을 텐데.
그랬으면 좋았을 걸, 그런 생각이 빙글빙글 머릿속을 맴돈다. 우자와를 보니 수줍은 듯이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죄송해요. 고양이한테 말해봤자 전해지는 것도 아닌데요! …진짜 그냥 자기만족일 뿐이니까 버리셔도 돼요!”
‘...아냐 우자와. 잘 전해졌어.’
“야옹야옹.”
“...에!? 방금 고맙다고 했죠!? 맞죠!? 굉장해! 천재 아니에요?”
‘이 녀석은 대체…’
방금 전까지 좋았던 분위기는 어디로 간 거야. 나는 좀 벙쪘지만… 목에 채워 준 슈슈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산책도 이제 지겨워져서 원래 있었던 공원에서 휴식하기로 했다. 제법 오래 돌아다닌 것 같은데 그건 고양이의 몸이기 때문이었다. 돌아다녔던 곳들을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불과 몇 킬로미터 안에서만 움직였을 뿐이다.
‘...아니 애초에 이 상황 자체가 이상하잖아!?’
일단 한번 냉정해진 두뇌는 외면하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생각하라고 내게 강요한다.
…쿠키를 먹었더니 검은 고양이가 됐다고? 아무리 바보라도 그딴 소리는 안 하겠지. 순간적으로 나츠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일단 그건 무시하기로 하고.
‘아, 진짜… 어떻게 해야 돼!?’
“냐앗!”
갈 곳이 없는 불안한 영혼의 외침도 입 밖으로 내뱉으면 고양이 울음소리가 되어 버린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이려 했더니 고양이의 몸으로는 균형을 잡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땅바닥에 넘어졌다.
‘나 계속 이 상태로 있어야 되나…’
“냐아…”
무성한 잡초 속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소리를 낸다.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길고양이가 된 채로 수명을 다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 나를 데려가서 반려동물로 살게 될까.
‘아직 애들한테 작별인사도 못 했는데.’
나츠, 아이리, 요시미. 방과 후 디저트부 멤버들. 방금 전에 만났지만 대화는 나누지 못한 우자와. 그리고… 선생님. 가까운 사람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오른다.
‘난 왜 언제까지고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우리들의 일상이라는 건 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깨질 수 있는 건데.’
설마 쿠키 좀 먹은 것 가지고 깨져버릴 줄은 몰랐지만… 뭐가 됐든 키보토스는 총기 사회다. 심지어 폭탄이나 미사일 같은 것도 유통되는,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사회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실실 웃으며 살았던 내가 갑자기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상상은 점점 더 부정적인 쪽으로 가속도가 붙는다.
‘만약 내가 없어져도 다들 평범하게 살아간다면…?’
쿄야마 카즈사가 없는 방과 후 디저트부를 상상해 본다. 나츠가 엉뚱한 소리를 하고, 요시미가 핀잔을 주고, 아이리가 당황하면서도 두 사람을 달래고 결국 나츠가 제안한 대로 움직이게 되고… 어라? 나는?
고개를 붕붕 저으면서 이번에는 샬레 일을 도와주는 상상을 해 본다. 쿄야마 카즈사가 없어졌으니 선생님은 대체할 학생을 당번으로 정한다. 멍청한 나도 할 수 있는 일을 그 학생이 못할 리가 없다. 결국 아무 일도 없이 하루가 끝난다… 어라? 난?
‘나는… 나는 어딨지?’
“어라, 이런 곳에 검은 고양이가 있네.”
…지면에 균열이 생기기 직전, 누워있던 나는 어떤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설마 오라고 했더니 진짜 벤치에 올라올 줄이야.”
옆자리에 앉은 내 모습을 바라보며 선생님이 혼잣말을 한다. 선생님도 산책을 하러 왔는지, 평소에는 단단히 묶어두는 넥타이도 지금은 느슨해져 있다.
날씨가 좋다며 중얼거리는 선생님을 올려다본다. 이렇게 선생님을 아래에서 들여다본 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네… 뭐, 그건 그렇고. 아무튼 고양이가 되었으니 볼 수 있는 신선한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푹 빠져 있었다.
“너, 귀여운 목걸이 차고 있네.”
“냐앗!?”
갑자기 말을 걸더니 선생님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서 또 한번 펄쩍 뛰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진지하게 내 목을 쳐다보고 있는데, 만약 검은 고양이가 아니었으면 부끄러워서 온몸이 빨갛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설명하려고 해도 고양이 말밖에 할 수가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선생님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잠시 동안 둘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뭔가 카즈사랑 좀 닮은 것 같아.”
“! 냐! 냐!”
알아봐 준 게 너무 기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근데 우자와가 알아봤을 때는 이런 감정이 안 들었는데… 우자와니까 그랬겠지.
“저기 아로나, 카즈사 사진 좀 보여줄래?”
“...냐?”
선생님이 꺼낸 태블릿 PC에는 그리운 인간 시절 모습의 내 사진이 표시되고 있었다. 언제 찍은 사진일까… 내 기억에 없는 사진은 왠지 좀 부끄럽다.
그리고 그 사진을 내 옆에 놓는다. 마치 무언가를 다른 무언가와 비교하려는 듯이.
“...푸훗, 진짜 똑같네!”
…왠지 모르게 열이 받은 나는 특히 눈이 닮았다고 말하는 선생님 옆으로 다가가서―그러는 사이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눈앞에 있는 왼손을 힘껏 깨물었다.
“카즈사는 착한 아이야.”
선생님은 이빨 모양이 남은 왼손을 문지르다 말고 멀리 있는 분수대를 바라보았다.
“나는 내 입장 때문에 여러 학생들이랑 엮이는 경우가 많아. 업무를 도와주러 학생들이 샬레에 오기도 해… 대부분 학생들은 그 일을 빨리 끝내고 나서 나랑 놀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불평하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그런 학생들이 작성한 서류를 나중에 확인해보면 의외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일은 일이니만큼 소홀히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
‘선생님도 힘들겠네.’
“냐아.”
“...응? 아아… 그러게. 그런 생각을 하다니, 그런 너는 얼마나 잘났냐는 거지.”
그러면서 자조가 섞인 웃음을 짓던 선생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인간의 몸이었으면 모를까, 고양이의 몸으로 선생님을 위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릎 위에라도 올라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말했다.
“그렇지만 말야. 카즈사는 안 그래. 뭐랄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려는 의지가 나한테까지 전해져… 카즈사는 툭하면 자기가 멍청해서 어려운 일은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말하는데, 중요한 건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주어진 일을 모두 끝마칠 줄 아는지, 그렇지 않은지니까.”
“그런 점에서 카즈사는…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내 학생이야.”
‘선생님…’
선생님은 그 뒤로도 계속 입에 침이 마르도록 나를 칭찬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내 마음 속에서 따뜻하고 간질거리는 무언가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타인에게, 그것도 선생님에게 인정받고 칭찬을 받는다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인지 몰랐다.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세상에 많겠지만 바보 같은 나는 그것조차도 잘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기쁨’밖에 없는 것 같다고 직감했다.
“그리고 또 있지, 카즈사는 뭘 먹을 때…”
‘이, 이제 그만해 선생님!!’
“냐앗!!”
멈출 줄 모르는 선생님의 칭찬에 슬슬 수치심으로 폭발할 것 같아진 나는 선생님의 왼손에 두 번째 이빨자국을 남겼다. 왜 무냐면서 눈물이 맺힌 눈으로 중얼거리는 선생님을 보니 양심에 찔렸지만… 다 선생님 때문이다.
“뭐, 그런 카즈사가 귀엽지… 읏차!”
“냐, 냐앗!?”
갑자기 천지가 뒤바뀌고, 등에 가볍게 충격이 온다. 어느새 나는 선생님의 무릎 위에 배를 드러낸 채로 누워 있었다.
“으음, 역시 검은 고양이가 귀엽네.”
‘잠깐만, 선생님이 내 배를 쓰다듬… 읏!?’
선생님의 손끝이 내 배 위에서 춤을 춘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이 내 머릿속에서 터져 나온다.
“여긴 어때! …아니면 여기는!”
‘자, 잠깐…! 선생님, 안 된다고!’
내 반응을 보더니 정확하게 약점을 공격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평소의 마음씨 착한 선생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나도 선생님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저절로 이상한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여기를 간질간질, 어떠냐!”
‘선생, 님… 이 이상은 진짜로, 안 돼…’
“냐아~♡ 그르릉…♡”
억누를 수 없는 목구멍이 울리는 소리가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그리고 쾌락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기 직전, 마침내 그것이 잦아들었다.
“으음, 아직 한참 모자라니까 볼도 막 비벼볼까!”
안도한 것도 잠시, 무릎에서 들어올려진 내 얼굴은 순식간에 선생님의 눈 앞으로 이동한다.
“조금만 할 테니까 물지 마…”
‘자, 잠시만! 선생… 엣!?’
“그르르릉…♡”
의지에 반해서인지, 아니면 의지에 따라서인지. 또 다시 울리기 시작한 목구멍을 조용히 시키지도 못한 채로… 선생님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선생님의 농밀한 냄새와 체온이 사정없이 내 비강을 침범해서… 눈앞이 아찔해지는 순간, 누구 것인지 모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의식이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라… 여기는…”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쿠키를 먹고 나서 의식을 잃었던 그 벤치가 있던 장소 같았고, 저 멀리에 분수대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깜짝 놀라 양손을 확인해 보니 쭉 뻗어있는 손가락 다섯 개가 보인다… 아무래도 그 검은 고양이 체험기는 그냥 꿈이었나 보다.
“아아… 이상한 꿈이었구나.”
꿈이 어지간히 생생했어서 그런지 몸이 너무 피곤하다. 마치 정말로 내가 고양이가 돼서 산책이라도 다녀온 것 같다. 그리고 우자와나 선생님과 나눈 대화도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일상에 감사해라, 뭐 그런 건가.”
아무리 꿈 속이라지만 나를 칭찬해 준 선생님이나, 나 같은 사람도 먼저 생각해 주는 우자와와 같이 지낼 수 있는 이 세상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자… 그렇게 결심하면서 하품을 한다. 기분 좋은 공기가 폐에 가득 차면서 몸도 마음도 새롭게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는 고양이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건 비밀이다.
허리를 숙여 쿠키가 들어있던 봉투를 찾아봤지만 벤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라도 불어서 날아가버린 걸까. 왠지 이상한 기분을 느끼면서 후드티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잔디가 깔린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물론 두 발로 말이다.
“응? 뭔가 들어있네…”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던 것을 꺼내 하늘 아래 드러내 본다.
…그것은 분명히 그때 우자와에게 받았던, 고무가 너덜너덜해진 슈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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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귀여웠다 - ( ᝪ 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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