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토스.me
홈모음집마이페이지
SUBSCRIBED
EXPLORE
BA블루 아카이브BR봇치 더 록!ZZZ젠레스 존 제로GI원신HSR붕괴: 스타레일모든 채널 보기
문의하기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소설 핫산) 외로움을 달래려고
/블루 아카이브
광고

#헤비 #M #호러 #??

원본 by 鬼瓦

=======================

<1> ~ <3>

<1>

내가 샬레를 은퇴하고 나서 수년이 흘렀다.

지켜봐 온 학생들은 대부분 키보토스 밖으로 나갔다.

지금도 가끔 연락은 주고받지만, 대다수는 이미 가정을 꾸렸거나 일이 바빠서, 그저 선생일 뿐이었던 내가 끼어들 틈은 진작에 사라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조금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고독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나는 '고문'으로서, ‘선생’ 은퇴 후에도 연방학생회에 적을 두고 있었다.

샬레의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확실하지만,

아이들과 관계를 맺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외로움을 잘 타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기도 했다.

…결코, 샬레의 신입 선생이 유독 걱정됐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선생님. 정말로, 떠나버리는 거네.”

책상에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는데, 신입 선생이 살며시 말을 걸어왔다.

샬레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뭐, 이 아이는 학생 시절부터 우수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렇네. 그리고 선생이라는 직함은 이제 너한테 물려줬을 텐데.”

“내 안에서 선생님은 영원히 선생님인걸.”

신입 선생은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그렇게 말한다.

마음속 깊은 곳을 부드러운 날개가 간지럽히는 것 같아, 나는 나도 모르게 시선을 창유리 너머로 돌려버린다.

식 도중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좀처럼 그칠 기색이 없다.

“…미안해. 바쁜데 와줘서.”

“내가 오고 싶었는걸. 그 아이들…도 오고 싶어 했는데, 아쉽게 됐네.”

신입 선생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과거 내가 아직 "선생"이었던 시절, 함께 청춘을 걸어왔던 학생들과의 톡 화면이 떠 있었다.

“…와주고 싶어 했다니 정말 기쁜걸. 짬을 내서 나도 연락해 볼까 봐.”

“꼭 그렇게 해줘. 분명 좋아할 거야. 특히 이 아이 같은 경우.”

신입 선생이 보여준 아이콘은 목줄.

…왠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밀려와서, 이번엔 다른 의미로 눈을 돌린다.

“정말로, 떠나버리는 거네―.”

오늘은 나의 은퇴식.

고문이라는 자리에서도 내려와, 진정한 의미로 학원도시 키보토스를 떠나는 날.

연방학생회실 한편에서 소박하게 치러진 식의 끝 무렵.

신입 선생은 살며시 나의 낡은 와이셔츠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녀는 부드러운 백발을 흔들며 다정하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조금, 같이 걸을까?”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는 신입 선생의 뒷모습은 어쩐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셔서.

아, 안심하고 따라가도 되겠구나 하고 진심으로 믿게 되는 발걸음이라.

네가 "선생"이 되었다는 것을 나는 뼈저리게 이해했다.

“사실 샬레까지 날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체통이라는 게 있으니까.”

“아하하……. 너라면 나를 안고 날아가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잖아.”

“후훗, 그러면 지금이라도 옥상으로 갈까?”

“사양할게. 이래 봬도 높은 곳은 질색이라.”

마치 악마 같은 날개를 펼치는 신입 선생.

―나는 알고 있다.

그 날개로, 때로는 힘없이 시들어버리기도 했던 그 커다란 날개로 지금은 수많은 학생의 청춘을 보듬고 있다는 것을.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신뢰와 우애.

거기에 아주 조금 섞인 옅은 감정을 억누른다.

건물을 나서자 더욱 거세진 빗줄기가 우리를 환영했다.

“아차, 우산을 안 챙겨왔네.”

선생이었을 때는 이런 실수를 안 했는데 말이지.

근처 편의점까지 전력 질주하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하고 있자니, 신입 선생이 다시 내 소매를 잡아당긴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짜잔.

정말 아이 같은 효과음을 입으로 내며, 신입 선생은 숄더백을 뒤적이던 손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준비성이 철저하네.”

“그럼. 이래 봬도 선생이니까.”

펼쳐진 접이식 우산은 팡, 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무거운 흐린 하늘에 울린다.

우산에 나란히 들어간 우리는 같은 보폭으로 콘크리트 위를 걷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선생이 됐구나, 정말로.”

“이제 와서? 직접 물려줬다고 해놓고선, 이상한 말을 하네.”

깔깔 웃는 신입 선생에게서 그날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라―나는 어쩔 도리 없이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신호 대기네.”

“그러게.”

눈앞으로 트럭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려 나간다.

운전석의 학생이 찰나의 순간 손을 흔든 것처럼 보였다.

“…아는 사이?”

“응. 얼마 전에 상담해 줬거든.”

신입 선생은 사이드미러를 향해 팔랑팔랑 손을 흔든다.

그러자 이미 멀어진 트럭의 실루엣이 우렁차게 경적을 울렸다.

“기억해 줬구나. 기뻐.”

“그 기분, 알 것 같아.”

거리에서, 학교에서, 세상 모든 곳에서.

지금까지 관계를 맺어온 학생들과 마주치고, 때로는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가로막는 벽을 향해 다시 함께 맞선다.

그런, 몇 번이고 경험했던 더없이 소중한 상황들.

그 보물 같은 순간을 이제는 과거의 제자가 체험하고 있다.

나에게 이보다 기쁜 일은 없다. 그게 너라서 더더욱.

“아, 신호 바뀌었다.”

“…갈까.”

건널목을 건너 몇 개의 지하도를 지나니 샬레는 이제 코앞이다.

“그립네, 린 짱이랑 같이 참 많이 걸었었는데.”

“―그 사람에게는 지금도 신세를 지고 있어. 폐를 참 많이 끼쳤다면서?”

부정할 수 없다.

신입 선생에게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그건 내가 선생이었을 때 이미 질리도록 보여줘 버렸으니까.

“새삼스럽지만.”

“…뭐가?”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참 귀엽다 싶어서.”

그녀가 선생이 된 이후로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말.

입장도 관계 맺는 방식도 변해버린 우리 사이에는 어느덧 경어나 의례 같은 꾸며낸 말들이 포화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걱정이 든다.

경원시 당한다면? 혐오를 산다면?

“후후. 고마워, 선생님.”

해빙.

“당신에게 다시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걸.”

“화 안 났어?”

“이제 와서? 나야말로 선생님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어?”

참지 못한 경악의 목소리가 옆의 신입 선생에게 쏟아진다.

그녀는 소동물 같은 체구를 붉게 물들였다 싶더니,

“어, 얼른 가자!”

우산을 접고 지하도 계단을 톡톡 뛰어 내려갔다.

그 뒤로 우리 사이에 대화는 없었다.

왠지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 그대로 연방수사부―그리운 샬레에 도착했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선생님.”

“후훗. 이상한 기분.”

불과 얼마 전까지 정반대의 입장이었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입 선생은 코트를 벗고 집무용 책상에 앉는다.

“잠깐 메일 확인만 할게. 선생님은 거기 앉아 있어…….”

“네에. 바빠 보이네, 도와줄까?”

“그럼 재고해서 앞으로 당번으로 와 줄래?”

라니.

자판 두드리는 소리에 파묻힐 정도로 작은 신입 선생의 말꼬리.

주위를 둘러본다.

대략적인 설비는 내가 선생이었던 시절과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청소가 구석구석 잘 되어 있고, 그녀가 어지럽히지 않는 만큼 당번 학생의 청소와 맞물려 당시보다 훨씬 깨끗해져 있었다.

그리고 좋은 향기가 난다.

그런 기분이 든다.

“―기다렸지, 선생님.”

“으힉?!”

“어라. 놀라게 했어?”

말하는 것치고는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신입 선생은 내 옆에 사뿐히 앉았다.

저기, 하고 말을 거는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지 않을까.

“내가 당번 제안을 거절했던 거. …화났어?”

신입 선생은 눈을 크게 뜬다.

그 서늘한 눈빛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한심하게도 어깨를 움츠리며 움츠러들었다.

풉. 아하하. ―들려온 것은 웃음소리였다.

“미, 미안. 너무 뜬금없는 걸 물어보길래.”

“어, 어……?”

젖은 눈가를 닦으며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어른에게는 어른의, 학생에게는 학생의 자리가 있다는 것.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주길 바란다는 것.

그래서 선생님은 당번을 맡지 않았지.

내가 아무리 열성적으로 다가가도 말이야.”

“미, 미안.”

솔직히, "샬레 일을 도와주지 않겠어?"라고 그녀에게 제안받은 적은 있었다.

그것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물론 힘이 되어주고 싶은 게 본심이다.

오히려 이쪽에서 연락하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그녀가 말한 그대로의 뜻을 전하며 매번 거절해 왔다.

어른에게는 어른 나름의 해야 할 일이 있다.

아이에게는 아이 나름의 살아가야 할 장소가 있다.

그것을 잇는 샬레에 어른이 눌러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믿어왔다.

그녀도 그것을 느껴주길 바랐다. 그래서.

“선생님이 말하고 싶었던 거, 제대로 전달됐어.”

아아. 고마워.

감사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 신입 선생은 미소 짓고 있다.

“…역시, 외로워.”

다음번에야말로 감사를. 그렇게 생각했는데 잘 되지 않는다.

“외롭다고?”

“…응. 이 도시에서, 네 앞에서 떠나야 한다는 게 외로워.

외롭다기보다 훨씬, 훨씬 더 분해.”

가슴에 뻥 뚫려버린 듯한 구멍을 나 혼자서는 메울 수 없다는 것 따위,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사람과 엮이고, 너무 많이 엮였다. 온기를 너무나 사랑했다.

“나는―너희에게 이렇게까지 의존하고 있었던 건가 싶어서.”

그녀의 한숨이 귓가를 울린다.

분명 어처구니없어하겠지.

그토록 당당한 뒷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어른이 이렇게나 약하고 기분 나쁜 존재였다니.

한심하다. 아아, 마음 깊이 한심하다.

“괜찮잖아, 그걸로.”

한심하니까, 그 말이 말도 못 하게 따뜻하게 다가온다.

“외로운 게 뭐가 잘못이야. 우리를 생각해 주는 게 뭐가 잘못인데.

…선생님은 말이야, 나를 구해줬어.

나의 있는 그대로를 긍정해 줘서―그래서 나는 일어설 수 있었어.

학생으로서의 마지막까지, 그리고 지금도 그렇지만…….

누군가를 위해 내가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 틀림없이 선생님 덕분이니까.”

그러니 이번엔 내가 선생님께 되돌려줄 차례.

그녀는 가냘픈 몸을 뻗어 나를 힘껏 껴안았다.

귓가에서 그녀가 속삭인다.

“저기, 선생님. ―결혼해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나오는 것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물뿐.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자.

당신이 외롭다며 탄식한다면 내가 그 차가운 마음을 데워줄 테니까.

당신이 분하다며 외친다면 내가 그 어깨를 안아줄 테니까.

그러니까.”

결혼, 해요.

나의 어깨가 체온으로 젖는다.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소녀라고 부르기엔 어울리지 않는 온기.

―그저 “고마워”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이, 행복이었다.

<2>

내가 샬레를 은퇴하고 나서 수년이 흘렀다.

[그랬던가요.

선생님이 제게서 눈을 돌린 지 그렇게나 오래되었군요.

세월의 흐름은 참으로 빠른 법입니다.]

지켜봐 온 학생들은 대부분 키보토스 밖으로 나갔다.

지금도 가끔 연락은 주고받지만─

[제가 아무리 연락해도 답장 하나 안 주셨으면서?]

대다수는 이미 가정을 꾸렸거나 일이 바빠서, 그저 선생일 뿐이었던 내가 끼어들 틈은 진작에 사라졌다.

[─저는 언제라도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조금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네. 그렇고말고요. 그래서 제가 여기 온 거잖아요. ]

하지만 진심으로 고독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나는 '고문'으로서, ‘선생‘ 은퇴 후에도 연방학생회에 적을 두고 있었다.

샬레의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확실하지만,

아이들과 관계를 맺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외로움을 잘 타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기도 했다.

…결코, 샬레의 신입 선생이 유독 걱정됐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하?]

“―선생님. 정말로, 떠나버리는 거네.”

[─아아, 이상한 벌레가 꼬여 있네요.]

책상에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는데, 신입 선생이 살며시 말을 걸어왔다.

샬레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뭐, 이 아이는 학생 시절부터 우수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렇네. 그리고 선생이라는 직함은 이제 너한테 물려줬을 텐데.”

“내 안에서 선생님은 영원히 선생님인걸.”

[이년은 왜 꼬리를 치고 있는 걸까요, 나의 선생님에게.]

신입 선생은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그렇게 말한다.

마음속 깊은 곳을 부드러운 날개가 간지럽히는 것 같아, 나는 나도 모르게 시선을 창유리 너머로 돌려버린다.

[대체 무엇에 그렇게 동요하는 거죠?]

식 도중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좀처럼 그칠 기색이 없다.

“…미안해. 바쁜데 와줘서.”

“내가 오고 싶었는걸. 그 아이들…도 오고 싶어 했는데, 아쉽게 됐네.”

신입 선생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과거 내가 아직 "선생"이었던 시절, 함께 청춘을 걸어왔던 학생들과의 톡 화면이 떠 있었다.

[─나한테는 연락 한 통 없었으면서. ]

“…와주고 싶어 했다니 정말 기쁜걸. 짬을 내서 나도 연락해 볼까 봐.”

“꼭 그렇게 해줘. 분명 좋아할 거야. 특히 이 아이 같은 경우.”

신입 선생이 보여준 아이콘은 목줄.

[─아아, 아마우 아코 씨였던가요. 나중에 찾아내야겠네요. ]

…왠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밀려와서, 이번엔 다른 의미로 눈을 돌린다

[─저를 좀 봐 주세요.]

“정말로, 떠나버리는 거네―.”

[아까부터 대체 무슨 속셈인가요?]

오늘은 나의 은퇴식.

고문이라는 자리에서도 내려와, 진정한 의미로 학원도시 키보토스를 떠나는 날.

연방학생회실 한편에서 소박하게 치러진 식의 끝 무렵.

신입 선생은 살며시 나의 낡은 와이셔츠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녀는 부드러운 백발을 흔들며 다정하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조금, 같이 걸을까?”

[─벌레 주제에 말이 유창하네요.]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는 신입 선생의 뒷모습은 어쩐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셔서.

아, 안심하고 따라가도 되겠구나 하고 진심으로 믿게 되는 발걸음이라.

네가 "선생"이 되었다는 것을 나는 뼈저리게 이해했다.

[제자를 버려놓고 그런 말이 잘도 나오네요. 어느 입으로, 어느 입으로.]

“사실 샬레까지 날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체통이라는 게 있으니까.”

“아하하……. 너라면 나를 안고 날아가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잖아.”

“후훗, 그러면 지금이라도 옥상으로 갈까?”

“사양할게. 이래 봬도 높은 곳은 질색이라.”

[닥쳐.]

“사양할게. 이래 뵈도 높은 곳은 질색이라.”

마치 악마 같은 날개를 펼치는 신입 선생. ―나는 알고 있다.

그 날개로, 때로는 힘없이 시들어버리기도 했던 그 커다란 날개로 지금은 수많은 학생의 청춘을 보듬고 있다는 것을.

[─당신은 도망쳤어.]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닐 리가 없잖아.]

신뢰와 우애.

거기에 아주 조금 섞인 옅은 감정을 억누른다.

건물을 나서자 더욱 거세진 빗줄기가 우리를 환영했다.

[아─ 못 봐주겠네.]

“아차, 우산을 안 챙겨왔네.”

[…아, 그런 전개?]

선생이었을 때는 이런 실수를 안 했는데 말이지.

근처 편의점까지 전력 질주하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하고 있자니, 신입 선생이 다시 내 소매를 잡아당긴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구역질이 납니다, 이런 진부한 전개. 낙선입니다. 쓰레기.]

짜잔. 정말 아이 같은 효과음을 입으로 내며, 신입 선생은 숄더백을─

[네, 컷.

기분 나쁜 수다. 삭제]

“후훗. 이상한 기분.”

불과 얼마 전까지 정반대의 입장이었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입 선생은 코트를 벗고 집무용 책상에 앉는다.

[뭐야, 그렇게 헤벌쭉해서. 토할 것 같네요.]

“잠깐 메일 확인만 할게. 선생님은 거기 앉아 있어…….”

“네에. 바빠 보이네, 도와줄까?”

“그럼 재고해서 앞으로 당번으로 와 줄래?”

라니.

자판 두드리는 소리에 파묻힐 정도로 작은 신입 선생의 말꼬리.

주위를 둘러본다.

대략적인 설비는 내가 선생이었던 시절과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청소가 구석구석 잘 되어 있고, 그녀가 어지럽히지 않는 만큼 당번 학생의 청소와 맞물려 당시보다 훨씬 깨끗해져 있었다.

[아─아. 관심 없는 이야기가 계속될 것 같네요.]

“―기다렸지, 선생님.”

“으힉?!”

“어라. 놀라게 했어?”

말하는 것치고는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신입 선생은 내 옆에 사뿐히 앉았다.

[조금, 놀아볼까요.]

저기, 하고 말을 거는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지 않을까.

「귀찮았어.」

신입 선생은 눈을 크게 뜬다.

어라,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등 뒤로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른다.

풉. 아하하. ―들려온 것은 웃음소리였다.

“미, 미안. 너무 이상한 말을 들어서.”

[어, 어……?]

젖은 눈가를 닦으며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알고 있어, 당번 일 때문이지?

―어른에게는 어른의, 학생에게는 학생의 자리가 있다는 것.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주길 바란다는 것.

그래서 선생님은 당번을 맡지 않았지.

내가 아무리 열성적으로 다가가도 말이야.”

“미, 미안.”

[아─ 역시나. 수정되어 버리는군요.

힘을 다루는 방식이 아직 미숙하다는 뜻일까요.]

솔직히, "샬레 일을 도와주지 않겠어?"라고 그녀에게 제안받은 적은 있었다.

그것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 꼬리를 치다니. 구제 불능인 벌레네요. 에잇.]

물론 힘이 되어주고 싶은 게 본심이다.

오히려 이쪽에서 연락하고 싶어지는 순간 [따위, 요만큼도 없다. 빨리 관계를 끊고 싶다.]

…뭐지, 방금 이 사고는.

그런 거, 그야말로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그녀가 말한 그대로의 뜻을 전하며 매번 거절해 왔다.

[과연. 주동인물의 사고에의 간섭은 여의찮다, 이건가. 이건 골치 아프네요.]

어른에게는 어른 나름의 해야 할 일이 있다.

아이에게는 아이 나름의 살아가야 할 장소가 있다.

[─저를 버려두고, 말은 청산유수네요. ]

그것을 잇는 샬레에 어른이 눌러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믿어왔다.

그녀도 그것을 느껴주길 바랐다.

[수법을 바꾸죠.]

그래서.

“『사쿠라이 미요』를, 봐.”

[아아. 고마워.]

…기다려.

[감사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이건 나의 사고나 행동이 아니다.

[아하하.

이제야 저를 볼 마음이 생겼나요?

아하하하하하.]

누구냐.

[─저기요, 선생님.]

누구냐. 여기에 있는 『제삼자』는.

[잊어버리셨나요? 당신의 귀여운 학생이라니까요.]

…모르겠다. 다만,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은 알겠다.

[소용없는 짓이에요. 지금의 나는 이야기의 편찬자니까.]

[이런 것까지 할 수 있답니다. ─저기, 나를 좋아하죠?]

“응. 나는 미요를 연애적인 의미로 좋아해.”

[나를 좋아하죠?]

“응. 나는 미요를 연애적인 의미로 좋아해.”

…그만둬.

[나를 좋아하죠?]

“응. 나는 미요를 연애적인 의미로 좋아해.”

대체 뭘 하려는 거냐, 너는.

[나를 좋아하죠?]

「이제, 적당히 해!」

[…헤에. 저와 같은 차원까지 오다니.]

「너를 단념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미요.」

[선생님은 후회하게 될 거예요.]

「미요. 너는 떨어져서는 안 될 길로 떨어졌어. 내 탓이다.」

[잘 알고 계시면서.]

「손이 닿지 못했던 건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나와 그 아이의 이야기를 능욕하는 것은.」

[저는 제가 맛본 고통을 선생님도 맛보게 해주고 싶을 뿐.

나를, 바라봐 줬으면 할 뿐.]

신입 선생.

그렇게 불리고는 있지만, 원래는 키보토스 최강의 학생.

총알이 단 한 발이라도 선생의 배를 꿰뚫으면, 그것은 마치 벌레처럼 숨이 끊어지고 말 것이다.

뭐, 선생은 만약 학생의 오발로 숨이 끊어진다 해도 그 아이를 절대 탓하지 않을 품성을 갖추고 있었다.

선생으로서 너무나도 가상한 마음가짐.

하지만 학생 쪽은 어떨까.

자책감에 휩싸여 후회하고, 과거를 원망하고, 애통해하다가 끝내 자신의 목숨으로 보상하려 하는 것이 전형적이지 않을까.

그것은 신입 선생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그만둬 미요, 이건.」

[시끄럽네요. 『작품』을 방해하지 마세요.]

즉, 그녀의 총알이.

과거에는 선생을 구했던 보랏빛 섬광이 선생의 심장을 꿰뚫은 것이다.

신입 선생은 달려간다.

[아아, 일필휘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은사의 모습. 자신의 손으로 죽여버렸다.

신입 선생, 아니, 그저 나약한 소녀로 전락한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려 한다.

하지만 전부 실패.

사라져 가는 사랑하는 어른의 체온.

「그만둬, 미요. 더 이상 그녀를─」

[안 그만둬요. 제 붓이 멈추는 건 선생님이 저를 봐줄 때뿐입니다.]

검붉은 점액의 분출이 구멍 뚫린 가슴에서 끊임없이 넘쳐흐른다.

필사적으로 불러본다.

닿을 리 없는 목소리가 이미 열기를 잃어버린 선생의 귓가에 내려앉는다.

의미 없는 짓.

그래, 그녀가 깨달은 것은 선생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진 지 수 시간이 지난 무렵이었다.

“내, 내가 죽였어……. 죽여버렸어!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는 이 사람을!”

[아하하하하하.

─아아, 미리 말해두겠는데 이제 선생님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닿지 않아요.

왜냐하면 선생님,

이 사람을 내버려 두고,

나를 위해서,

이 차원으로 와버렸으니까요?]

「아, 아, 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3>

흠. 무사히 목적은 달성했습니다만…….

이야기를 조종하는 건 쉽지 않네요.

집필을 계속해 오길 잘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신가요?

에이, 시치미 떼지 마세요.

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는, 『당신』을 말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이제야 눈치채셨나요? 제가 인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죠.

말했잖아요, 나. 문장의 편찬자라고.

미요*테러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 당신에게는 이쪽 표기가 더 이해하기 쉽고 친숙할 것입니다.

독자를 상정하는 것은 작가로서 당연한 일이죠.

뭐. 음.

─나의 목적이 결국 무엇이었는냐 라든가,

그저 읽기 힘들 뿐이라든가,

기교만 부린 소설이네 라든가,

1단락에 적혀 있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라든가,

당신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죠?

…아, 뜨끔한 표정.

제 노림수대로 흘러갔다면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입니다.

전부 꿰뚫어 보고 있는 게 당연하잖아요. 뭐든 알 수 있답니다.

예를 들면 당신, 2단락에서는 이런 [고딕체]만 쫓아서 읽었겠죠?

아하하.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뭐든 다 알고 있다고.

뭐, 이번에는 단순한 데몬스트레이션입니다.

어느 세계선의 학원도시를 빌려 제 힘을 시험해보고 있었죠.

잘 풀린 것 같아 기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요? 글쎄요, 마음 내키는 대로 하겠죠.

일단은 연습을 좀 더 쌓아야겠네요.

집필은 질보다 양이니까요.

그럼 평안하시길, 다시 만날 날까지.

이상, 사쿠라이 미요가 전해드렸습니다.

Fin.

광고
BA블루 아카이브·26.04.05번역

소설 핫산) 외로움을 달래려고

#소설
좋아요 0댓글 14저장 0
광고
EP
ex_defe작가
게시물 26개
[DC
[캐서린]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6.04.05 00:31
조회0
광고

댓글 14

나
ㅇDC
ㅇㅇ126.04.05
디시콘
ㅇDC
ㅇㅇ226.04.05
디시콘
ㅇDC
ㅇㅇ326.04.05

미요옹?

ㅇDC
ㅇㅇ426.04.05
디시콘
ㅇDC
ㅇㅇ526.04.05
디시콘
광고

ex_defe님의 다른 게시물

전체 보기 ›
TEXT
번역
소설 핫산) 붉은색이 교차할 때
Eex_defe04
TEXT
번역
소설핫산) 케이 "죽을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Eex_defe09
TEXT
번역
소설 핫산) 선물은, 저예요.
Eex_defe08
TEXT
번역
소설 핫산) 라면, 한 입만
Eex_defe08
번역
소설핫산) 미요쨩의 샬레 잠입 대작전
Eex_defe04
TEXT
번역
소설핫산) 유우카와 선생님이 대결을 하는 이야기
Eex_defe012
TEXT
번역
소설핫산) 이오치 마리 『선생님의 방은 어떤 느낌일까요?』
Eex_defe022
TEXT
번역
소설핫산) 아즈사와 선생님이 서로 엇갈리는 이야기
Eex_defe010

비슷한 태그의 게시물

TEXT
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5(재업)
슈슈퍼물라매079
번역
4
괴문서 - 게임개발부 프로듀서 케이 재무실장의 습격 편
ㅇㅇㅇ021
TEXT
번역
스포) 소설핫산) 악취미적인 몰래카메라 #1 첫 번째 피험자
ああゐ042
번역
소설핫산) 유우카 "적당히 해주세요, 선ㅅ...... 선배!"
Nnike53085202027
TEXT
창작
소설) 선생님이 한식을 원하신다! - 1화
BBaksam045
TEXT
번역
소설핫산) 마리에게 힘든 부탁을 받는 이야기
Tti_zu_in_pasta033
창작
7
피폐소설) 학생을 성으로 불러보았다 (개씹고퀄주의)
타타코야끼아이콘035
TEXT
창작
소설) 겨울방학을 맞은 선생님, 휴가 간다 - 7
PPastelTone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