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라이브에서 「블아소설핫산」 채널을 운영중입니다.
(채널명은 이렇지만 제가 번역한 소설 백업용 채널입니다)
아카라이브 링크(중간에 ☆ 빼야함) https://arca.li☆ve/b/bluearchievenovel/140331967
블아소설핫산 채널 경유 링크 https://gall.dcinside.com/projectmx/15426781
4460자
#키쿄
+원문 蒸しパンケーキ+
────────────────────
"디지털 디톡스를 해볼까 생각 중이야."
"네?"
어느 날 오후. 오늘은 당번 학생이 없어 혼자 샬레의 사무실에서 싯딤의 상자에 말을 걸었다.
"그런데 디지털 디톡스가 뭔가요?"
"어, 몰랐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디지털에서 잠시 떨어져서 리프레쉬 하자! 같은 거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어?"
"안 돼요 선생님!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그, 그렇게 화낼 것 까진 없잖아..."
싯딤의 상자의 메인 OS 아로나는 내 말에 화를 내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른 채 프라나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녀는 조금 창백해진 표정으로 눈물을 머금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불안한 듯한 그 눈빛에서 두 사람이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 혹시 디지털 디톡스라고 싯딤의 상자 없이 생활한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절대, 저어어얼대로 용납 못 해요!"
"미안 미안, 말이 부족했네. 싯딤의 상자는 지니고 있을 거야. 또 바람 구멍이 나는 건 나도 사양이니까."
싯딤의 상자는 계속 갖고 다닌다는 말에 안심했는지 한숨을 내쉬며 화를 가라앉혔다. 그 뒤 이어진 내 비장의 블랙 조크에 아로나는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의문.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건가요?"
"아, 그건 말이지. 요즘 너무 과로한다고 린짱이 조금이라도 쉬라고 내일 휴가를 줘서 말이야."
"막상 휴일이여도 연락을 받으면 일을 시작하게 될 테니 차라리 디지털 기기에서 떨어진다는 말인가요?"
"맞아! 정답!"
역시 아로나는 나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오래 함께 한 만큼 통찰력이 뛰어나다. 이번 휴가가 끝나면 두 사람에게는 딸기 우유를 잔뜩 사줄까.
"알겠어요. 그렇지만 보지 않는다 해도 싯딤의 상자는 꼭 챙겨주세요."
"선생님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유사 시에는 저희가 연락하겠습니다."
"네! 선생님의 휴가는 저희가 지켜드릴게요!"
아로나와 프라나도 이렇게 신경 써 주고 있으니 여기서는 호의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 키보토스에서 아로프라 쉴드가 없다면 나는 안심할 수 없으니까.
"응, 알았어. 항상 고마워, 아로나, 프라나."
"네, 맡겨주세요!"
"휴가 잘 보내세요."
이렇게 나의 디지털 디톡스 휴가가 시작되었다.
~~~~~~~~~~
다음 날 아침. 커튼 틈새로 새어나오는 빛에 아침이 왔음을 느꼈다.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일찍 일어난 것 같았다. 시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오늘은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날이다. 무엇을 할 지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로 스마트폰 등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니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차라리 마음껏 잠을 자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이것 또한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는 훌륭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왜 여기 있어?"
"하아? 당신이 불렀잖아."
"그렇긴 한데..."
디지털 디톡스 휴가 첫 날 아침, 눈을 뜨면 키쿄가 곁잠을 자고 있었다. 오른쪽 팔에 푹신푹신한 무언가가 감겨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키쿄의 꼬리가 얽혀 있는 듯 했다.
키쿄가 여기 있는 이유는, 아까 키쿄의 말처럼 내가 불렀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디지털 디톡스라고 해도 평소에는 기기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무언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키쿄가 떠올랐다.
자주 책을 읽고, 실뜨기도 자주 하는 듯 하다. 조용하고 차분한 곳을 좋아하는 그녀라면 분명 효과적인 디지털 디톡스 방법을 제안해줄 것 같아서 어젯밤에 연락했다.
그리고 때마침 키쿄도 휴일이라 같이 휴일을 보내기로 했다.
아로나에게 키쿄가 오면 문을 열어달라고 했기에 키쿄가 여기 있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너무 이르지 않아? 아침 7시 밖에 안 됐는데."
"원하는 시간에 와도 좋다고 말한 건 당신이야. 그래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여기 온 것 뿐. 나빠?"
"아뇨, 전혀요."
"흐응, 그럼 아무 문제 없지?"
가볍게 웃으며 말한 뒤 키쿄는 내 쪽으로 몸을 기댔다. 나도 키쿄 쪽으로 몸을 돌리자 어느새 코앞에 있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예쁜 얼굴과 투명한 눈동자. 이렇게나 아름다운 소녀가 이렇게나 가까운 거리에서 자고 있으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그렇고 왜 키쿄는 같이 자고 있을까. 언뜻 보기에 내 옷도 키쿄의 옷도 흐트러지진 않았으니 교사직을 잃지는 않을 것 같다. 학생과 동침하는 시점에서 교사직을 잃기까지 몇 걸음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왜 같이 자고 있어?"
"손님이 왔는데 세상 태평하게 자고 있는 당신을 보자니 나도 누워버리고 싶어서. 왜? 저리 떨어지라고?"
"선생님으로서는 너무 가깝지 않나 싶은데."
"나와 당신 사이니까 이 정도로 괜찮아. 그리고 분명 체온이 전해지는 거리에 있으라고 저번에 말했지?"
"그래도 다른 누가 보면 좀 그럴 것 같은데."
"그럼 괜찮아. 오늘은 디지털 디톡스지? 그리고 여기는 선생님 집. 아무도 관측할 수 없어."
그렇게 말한 뒤 키쿄는 몸을 조금 숙여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껴안았다. 키쿄의 정수리가 내 턱 끝에 닿고 그녀의 고양이 귀 성분을 바로 흡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아... 당신의 체온, 심박, 냄새... 안심이 돼..."
체온은 물론이고 냄새까지 맡는 듯 했다. 몸을 밀착시키고 꼬리를 내 허리에 감은 품 속의 키쿄는 골골대는 고양이처럼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키쿄의 부드럽고 매끈한 몸의 촉감과 은은하게 풍기는 여자아이의 향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저, 키쿄?"
"으응... 조금만 더... 이대로..."
등 뒤로 돌린 키쿄의 팔은 힘껏 나를 끌어안고 있어 쉽사리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다.
"으음... 뭐, 그래."
나 또한 키쿄에게 안겨있는 것이 싫을 리 없고 오히려 매우 행복하다. 그리고 아까 키쿄가 말했듯 여기는 내 집이다. 관측된다고 해도 아로나와 프라나 정도일테니 별 문제는 없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밀착한 키쿄에게 팔을 두르고 더욱 서로의 몸을 밀착시켰다. 내가 다시 껴안을 것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순간 고양이 귀를 쫑긋 세웠지만, 곧바로 긴장이 풀렸는지 힘을 빼고 내 얼굴에 가볍게 기댔다.
키쿄의 고양이 귀 성분을 흡입하며 두 번째 잠을 자기로 결정했다.
휴일에만 허용되는 금단의 행위. 그것도 친애하는 학생과 체온을 주고받으면서.
디지털 디톡스란 이런 것일까? 의문을 품으면서도 당장은 의식을 내려놓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그래서 오늘은 뭘 할 거야?"
"......"
현재 시각은 13시. 그대로 무려 6시간이나 더 자버렸다. 휴일에만 허용되는 늦잠의 배덕감 때문인지, 키쿄가 옆에 있다는 편안함 때문인지, 둘 다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잠에서 깬 우리들은 우선 아침 겸 점심으로 집에 있던 식빵으로 토스트를 만들어 먹고 있었다.
"시간을 보낼 여러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왔는데... 이렇게 오래 잘 줄이야...!"
내 옆에 앉아 몸을 바짝 붙인 채 토스트를 입 안 가득 우물거리던 키쿄는 무언가 투덜투덜 중얼거리고 있었다.
"자자, 괜찮아. 이렇게 푹 잘 수 있는 기회도 얼마 없으니까."
"당신이 수면 부족이라는 건 유명한 이야기니까 재운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아. 하지만 작전 참모로서 사전 계획을 예정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분해...!"
내 몸을 감싼 꼬리에 힘이 들어가서 조금 아팠다. 꼬리에 힘을 이렇게나 줄 수 있구나, 생각을 하며 이 상황을 즐겼다.
"그래도 나는 키쿄랑 같이 자서 행복했는데?"
"윽...! 그건 나도..."
"키쿄랑 껴안은 채 푹 쉴 수 있었는데 그걸로 좋지 않아?"
"읏...! 흥, 뭐 좋아. 이번에는 선생님의 말에 올라탈게. 하지만 오후만큼은 내가 계획한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하게 해줄 테니까."
"응, 기대하고 있을게."
◇
"으음~! 여긴 언제 와도 공기가 참 깨끗하네!"
식사를 마친 뒤 몸단장을 가볍게 마치고 동네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디지털 디톡스의 일환으로 이 공원의 산책을 선택하다니, 역시 키쿄는 꽤나 심미안을 갖고 있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의 이 공원은 풍성한 자연이 느껴져서 산책하기 딱 좋다. 평소에도 가끔 찾아오지만, 이렇게 또 자연을 만끽하러 오니 개방감과 따스한 기온이 어우러져 마음이 편안해졌다.
"날씨도 참 좋고."
"응, 편안해져..."
산책 도중, 키쿄가 팔에 꼬리를 감아와서 보답으로 연인처럼 깍지를 끼고 손을 잡았다. 내 대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흐응...?" 하는 소리를 내면서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몸으로 꾹꾹 눌러와서 걷기 꽤 힘들었지만, 굳이 풀고 싶지도 않아서 그대로 있었다.
오전에 서로 껴안은 채 자기도 했으니 이미 부끄러움이나 거리감은 신경쓰지 않게 되었지만, 다른 학생에게 들키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감은 남아 있었다. 그러자 키쿄가 눈치챘는지 "이상한 생각 말고, 지금은 나만 봐." 라며 조금은 낯간지러운 대사를 했다. 이 소녀는 왜 이렇게 직구로 표현하는 걸까.
다른 사람이 보면 완전히 데이트 중인 커플처럼 보이는 채로, 키쿄와 보폭을 맞추며 천천히 산책을 즐겼다.
◇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 저녁을 먹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키쿄가 추천한 책을 읽기로 했다.
이런 종이책은 이렇게 추천받지 않으면 좀처럼 시간을 들여 읽지 않게 되니 몹시 신선했다.
소파 깊숙이 앉아 책을 읽으려 하자 당연하다는 듯이 키쿄가 무릎 위에 앉았다. 공주님 안기를 하듯 옆으로 비스듬히 앉았으니 소설을 읽지 못하는 일은 없었지만...
왠지 아침부터 키쿄가 엄청나게 가깝다.
"키쿄, 옆에도 비어 있는데?"
"뭐야? 난 여기가 더 좋은데."
"그, 그래."
넌지시 물어봤지만, 키쿄 특유의 압박하는 분위기를 취하며 무릎 위가 자신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딱히 싫은 건 아니고, 하루 종일 키쿄를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지만.
"혹시 선생님은 싫었어?"
"아니,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니었어."
휴식 중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건, 마치 뭐랄까.
"고양이 같아서 귀엽네."
"윽!"
키쿄는 내 말에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당신, 다른 사람한테는 그런 말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를 노려보고 한숨을 내쉬며 경고했다.
이 말을 듣고 귀엽다는 얘기에 대한 반응이라고 확신했다.
"후훗, 왜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되는데?"
물론 나는 이해한 채 물었다. 키쿄는 분명 다른 사람이 오해하도록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그것만으로 착각할 수 있으니까. 반해버리게 만들면 가장 힘들어지는 건 당신 본인이야."
이 말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다른 사람에게 그 말을 하지 말라는 말에는, 또다른 의미인 자신에게만 그 말을 속삭여 달라는 독점욕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충고 고마워."
"이해했다면 됐어."
"그럼 앞으로는 키쿄에게만 말해야 겠네."
"윽...!"
방금 전까지 살랑살랑 흔들리던 꼬리가 쭉 뻗쳤다. 동요하는 것이 몸으로 너무 잘 드러나서 보고 있으면 질리지가 않는다. 쿨한 소녀인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독점욕 넘치는 애정을 갖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의존해 오거나, 반대로 내가 공세를 취하면 나이에 걸맞는 소녀다운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전혀 이해 못 했잖아! 그런 말만 하다가는 언젠가 덮쳐지게 될 거야. 그게 내가 될 수도 있고."
"나는 당하는 것보다 서로 사랑을 나누는 쪽이 더 좋은데."
"그러니까 그런 말을...! 게다가 그거 성희롱 아니야?"
"이렇게나 밀착하고는 이제 와서?"
"하아... 정말이지..."
"아님 발키리에라도 갈 거야?"
"싫어.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
"후훗, 껴안아도 돼?"
"흥, 마음대로."
퉁명스럽게 체념의 대사를 내뱉고 자신이 읽던 소설로 시선을 돌리는 키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귀는 새빨갛게 물들어 있고, 일직선으로 뻗은 꼬리는 내 몸을 맛보듯 어루만지고 있다.
"이렇게 항상 나를 신경 써주는 키쿄를 정말 좋아해."
"윽... 진짜...! 또 그렇게...!"
품 속에서 살짝 부들부들거리는 키쿄를 곁눈질하며, 나도 추천받은 소설로 시선을 돌렸다.
이따금 목에 감겨오는 꼬리에 흠칫거리면서도.
댓글 21

와ㅏㅏ 개추개추개추개추개추개추
와와와와
어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