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1자
#슌
원문 Grenz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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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동물귀를 만지고 일선을 넘는다》
《학생의 동물귀》 ※ 여기부터 옴니버스식 구성
슌은 은혜를 갚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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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 슌... 슌이지?"
"네! 슌이에요!"
"...또?"
"네! 또 부탁드릴게요? 혹시... 이런 저를 내버려두는 건 아니겠죠?"
스노하라 슌. 매화원의 교관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녀는 우연히 사야의 약으로 몸이 작아진 적이 있다.
그 소동 이후 사야를 압박, 아니 '부탁'해서 가끔씩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본인 왈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라고는 하지만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튼 오늘도 다시 작아진 그녀와 이렇게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선생님! 저랑 놀아주세요!"
"알았어. 오늘은 뭘 할까?"
"여기 아주 큰 모래밭이 있잖아요. 그래서 모래놀이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구나..."
~~~~~
처음에는 약 때문인 줄로만 알았지만 이 천진난만한 모습이 진짜 그녀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슌의 행동은 어린아이 같았다. 그녀와 어울린지 1시간 정도 지났지만 아이의 체력은 대단해서 아직 젊은 편인 내 몸이 따라가기 벅찬 것이 충격이었다.
"선생님! 다음에는... 괜찮으신가요?"
"아이의 체력은 대단하네..."
"죄, 죄송해요! 선생님 생각을 안하고 혼자 신나 버려서..."
"괜찮아, 근데 조금만 쉴게. 잠시만 혼자 놀고 있을래?"
"네..."
피곤한 나에게 미안함을 느꼈는지 씁쓸한 표정을 걸어가는 슌. 벤치에 기대 지켜보고 있는데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녀가 넘어졌다. 서둘러 달려갔지만 이미 모래밭에 얼굴로 넘어진 채였다.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 슌의 얼굴과 어깨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며 상처가 없는지 확인했다.
"괜찮니?! 일단 상처는... 없는 것 같네."
"으으... 죄송해요, 선생님..."
"괜찮아 괜찮아... 울지 말고."
무서웠을 것이다.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하는 그녀를 보며 가까이서 지켜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천천히 작은 머리를 쓰다듬자 조금 아플 정도로 힘껏 껴안겼다. 평소 모습보다는 약하지만 그래도 힘이 없지는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슌도 진정했을 무렵, 하늘도 붉게 물들어 해질녘을 알렸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시종 미안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다시 쓰다듬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제 돌아갈까."
"네..."
손에 느껴지는 작은 온기에 왠지 아버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슌의 사소한 위화감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슌, 오늘은 즐거웠어?"
"즐거웠어요. 넘어졌을 땐 조금 무서웠... 으응?"
"왜 그래?"
"귀가..."
"귀? 이상은 없어 보이는데?"
"그게 아니라 안쪽이... 조금 따끔거린다고 해야하나? 이상한 느낌이..."
그렇게 말하며 동물귀를 만지는 모습을 보니 머리의 모래를 털 때 미처 털지 못했던 것이 보였다. 곧바로 떼어주려고 손을 뻗자 슌은 화들짝 놀라 펄쩍 뛰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는 말 그대로 동물귀까지 삐죽 솟아오른 모습이었다.
"햐앗?!"
"미, 미안! 아직 모래가 남아 있어서..."
"그런 거였으면 미리 말해주세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샬레로 돌아가서 밝게 하고 확인해 볼까?"
"네... 부탁드릴게요."
~~~~~
"필요한 건 있어?"
"으음... 일단은 솜이라던가..."
"알았어. 일단 샤워하면서 털 수 있는 만큼 털어봐. 그 동안 준비해둘게."
"네. 죄송합니다, 선생님..."
샬레로 돌아가 슌이 갈아입을 옷을 건넸다.
작아졌을 때 항상 보이던 활발함은 사라지고 몇 번이고 사과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내가 더 미안했다.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곁에 있지 못한 것은 나였는데도 말이다. 작아진 그녀가 좋아하는 주스를 준비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손전등도 잊기 전에 챙겼다.
~~~~~
"초콜릿에 주스까지 준비해 주시다니... 정말 맛있어요!"
"좋아해줘서 나도 기뻐. 그보다 귀가 불편한 건 어때, 슌?"
"괜찮아진 것 같기는 한데... 아직 가렵고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한 번 살펴볼까?"
"부탁드려요."
"누워서 볼까, 앉아서 볼까? 어떻게 할래?"
"시, 실례합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있던 내 무릎 위에 살포시 머리를 얹었다.
"내 무릎은 딱딱하지 않아?"
"이쪽이 더 편안하니까... 안 될까요?"
"그럼 이대로 볼게. 아프거나 하면 바로 말해줘."
"네..."
살짝 적신 솜을 귀에 천천히 상처입히지 않도록 빛으로 비추며 톡톡 댔다. 그녀 말대로 모래 알갱이는 보이지 않았다. 위화감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따끔 간지러운 듯 입김을 내뿜었지만 한쪽을 다 봤을 무렵에는 편안한 숨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깨우지 않도록 가능한 부드럽게 손끝으로 귀 안쪽의 푹신한 털을 만졌다. 계속해서 만지고 싶은 촉감이었다.
반대쪽으로 자세를 바꾸려 하자 헤일로가 다시 뜨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응..."
"미안, 깨웠어?"
"아뇨..."
"반대쪽도 볼게. 좀 더 자고 있어도 괜찮아."
한 번 쓰다듬고 다른 쪽 귀에도 솜을 댔다. 한순간 몸이 움찔했지만 곧바로 편안하고 깊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기분 좋아요..."
"다행이네. 아프면 말해."
"괜찮아... 요..."
다시 잠든 그녀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부성애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반대쪽도 확인이 끝났다. 아직 깨지 않은 것을 보니 피곤한 모양이었다. 잠시 자게 둔 뒤 그동안 모모톡으로 답장이나 간단한 연락을 하기로 했다.
~~~~~
"선생님, 그... 얼마 전에는 폐를 끼쳤습니다..."
그로부터 3일 뒤. 눈높이가 나와 비슷한, 다시 말해 원래대로 돌아온 슌이 그때처럼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그날 돌려보내면서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꽤나 신경쓰고 있었는지 다시 샬레에 찾아왔다.
"슌이 아니라 내가 잘못한 거야. 나는 사과보다 오히려 평소처럼 건강한 모습을 보고 싶어."
"그, 그렇지만..."
"괜찮다니까. 일부러 찾아왔으니 일단 앉아. 뭔가 마실래?"
"아뇨, 역시 뭔가 보답을 해야..."
이런 모습의 슌은 처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차를 끓이려고 일어서자마자 위화감이 느껴졌다.
갑자기 귀가 간지러웠다. 최근 이어폰을 너무 오래 낀 탓일까. 귓볼을 잡아당겼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나중에 귀 청소나 할까...
"어머, 선생님. 혹시... 귀가 간지러우신 건가요?"
무언가 낌새를 느끼고 돌아보면 슌이 내 팔을 붙잡고 기쁜 듯 웃고 있었다.
~~~~~
"네~ 그럼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그, 나는 내가 직접 할 수 있는데..."
"안 돼요~? 귀는 섬세한 곳이니까... 후훗."
떨어지려고 했지만 팔을 단단히 붙잡혀 움직이지도 못하고 소파로 끌려갔다.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슌의 부드러운 촉감이 곧바로 느껴져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저, 그동안 생각했어요. 선생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보답을 못 해드렸잖아요?"
"아니, 나는..."
그녀의 검지가 내 입에 닿았다.
"아직 제 이야기가 안 끝났어요?"
그리고 그녀는 장난스럽게... 어린 모습의 슌처럼 웃으며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실 줄 알았어요. 하지만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는 있잖아요?"
나를 향한 시선에 대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선택지는 없는 듯 했다.
"게다가... 선생님도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시죠?"
"그건..."
팔을 껴안는 힘이 더욱 강해지고 귀에 숨결이 느껴졌다. 그 감각이 귀의 간지러움을 증폭시키고...
"부탁드립니다..."
저항할 수 없었다.
"네♡ 그럼 이리 와주세요~"
슌이 시키는 대로 무릎베개를 하면 부드러움과 달콤한 향기에 뇌가 지배당할 것 같았다. 몽롱하고 푹신한 기분 그대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네, 잘했어요~ 이제 귀를 볼 테니 움직이면 안 돼요~?"
귓볼에 부드러운 손끝의 감촉이 느껴지고 안심이 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그 소리는 면봉이 부드럽게 귀 안쪽을 문지르는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달콤한 쾌감이 느껴질 때마다 의식이 가라앉았다가 돌아오고 다시 멀어졌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잠들기 직전 제일 기분 좋은 순간이 끝없이 이어지는 듯 했다.
"졸리면 그대로 자도 괜찮아요~ 낮잠 시간이 끝나면 깨워줄게요."
몇 번이나 반복되었는지 모를 그 꾸벅거림은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후~"
귓가에 스치는 바람이 그녀의 입김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몇 초가 걸렸다. 쾌감의 파도가 등줄기를 타고 퍼져나가 소름이 돋고 몸을 떨었다.
"선생님, 움직이면 안 돼요. 후~"
머리를 꾹 누르며 다시 짧은 입김을 불고 손이 떨어졌다. 영원한 것 같았던 기분 좋은 시간이 끝나버렸다. 그런 상실감 비슷한 무언가를 느끼며 고개를 들려고 하자 다시 슌의 손이 다가왔다.
"아직 반대쪽이 남았어요? 자, 빙글~"
시야가 빙글 돌고 눈앞이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였다. 아까보다 짙어진 향기에 다시 녹아들며 눈을 감았다.
"잘 자요, 선생님. 착하지 착해..."
슌은 어린아이를 재우는 어머니와 같은 목소리로 내 뺨을 쓰다듬었다.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쓰다듬는 안심과 그녀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
잠에서 깨어나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은 "지금 몇 시?"였다. 너무 많이 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1시간밖에 안 지났어요? 조금 더 누워있어도 괜찮아요."
"그치만 아직 일도 남았고..."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려고 몸을 뒤척인 순간 눈앞에 비친 것은 검은색과 피부색...
당황해서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갔다. 슌의 제복... 제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디자인을 잊고 있었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피부가 확실하게 보였던 것이다.
"어머, 귀가 새빨개졌네요? 왜 그러시나요?"
"아, 아니, 아무것도."
"후후... 그렇군요."
그렇게 말하며 그 무게감으로 나를 꾹꾹 눌러왔다. 그 부드러움과 무게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뇌에 전해져 몸이 굳어 버렸다. 부드럽다는 생각밖에 못하게 되는 존재감이었다.
하지만 시야 한구석에 비치는 서류의 산을 보면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나도 조금 더 쉬었으면 하지만, 그래도 고마워. 슌."
"정말... 무리하시면 안 돼요?"
"괜찮아, 슌이 있으니까."
무릎베개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은 순간 다시 그녀에게 팔이 잡혔다.
"어...?"
"또 피곤해지면 말씀해 주세요?"
"알았어. 또 부탁할게."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뭐든 해드릴게요♡"
습기를 머금은 작은 소리와 부드러운 감촉이 순간 귀에 느껴졌고, 곧바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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