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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사랑에 빠진 적이 있나요?"
나, 우시오 노아는 질문을 던진 직후 바로 후회했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던진 대상인 선생님이 슬퍼 보이는, 괴로워 보이는 눈빛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름으로 흐렸던 회색빛 하늘에서 가을비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선생님은 애써 외면하듯, 한동안 내릴 것 같다고 중얼거리며 내 맞은편 소파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기억에도, 아니 기록에도 없는 듯한 표정에 머리 속이 하얗게 된다.
지금이라도 이 못 들은 척을 넘어간다면 질문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입 밖으로 내뱉어 버렸다.
"저기...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상한 걸 물어봐서요. 억지로 대답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더이상 나도, 선생님도 도망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되어버리면 선생님은 반드시 대답을 해주시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고개를 숙인 채로 항상 고민할 때 보이는, 머리에 손을 얹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입을 연다.
"사랑이라...해본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침묵.
빗소리만 울려 퍼지는 방이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나는 선생님을 좋아했다.
무슨 짓을 해도, 무슨 말을 해도 용서해줄 정도로 다정했고, 항상 그에게 가벼운 장난을 치며그 반응을 즐겼고, 그의 미소를 보면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를 보면 가슴이 무겁고 괴롭다.
말이 나오지 않고, 입을 열려고 해도 굳은 입에서 힘이 빠지지 않는다.
어쩌면 선생님의 첫사랑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기대를 품은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연을 경험한 것 같다. 선생님에 비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얕고, 좁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 상대가 학생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노아, 괜찮아?"
걱정스럽게 들여다보는 그의 얼굴을 보니 얼음이 녹아내리듯 안면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없다고 할 순 없다는 건...?'그렇게 물어보고, 평소처럼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의 말을 기다린다.
"동경인지 사랑인지 모르겠어. 그런 어중간한 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조차도."
이어진 말을 주저하듯, 그러나 과감하게 이어간다.
"그도 그럴게, 그 사람한테 차였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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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좀 더 어른스러웠다면.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어."
"선생님이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생각도 못했다라, 그치. 티내지도 않았고,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그 사람에게 미련은 없느냐고 말하려다가 가로막힌다.
"그치만 나에겐 이미 끝난 일이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은 너희들이 더 중요하니까."
그 어떤 말에도, 딱히 어떤 다른 마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미소에도. 하지만 그렇다면 왜.
왜 그렇게 슬픈 눈빛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잃어버린 것을 대신할 수 없지만. 나에겐 이미 좋은 추억이니까."
그런 선생님이 좋아하는 사람,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질문이 멈추지 않는다. 그만 하나가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선생님의 그분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정말 예쁘신 사람이었지. 머리는 길고 유연하고, 항상 상냥한 모습이었어. 약간 장난끼도 있고. 그야말로 어른의 매력, 그런 느낌이었지."
가슴이 찡해진다. 그런 사람에게 내가 상대가 될 리가 없다.
그의 사랑은 아직 멈춘 시간 속에 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아직 어린아이인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나 깨나 생각하는 것은 선생님이고, 나는 선생님을 너무 좋아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미 다른 사람에 대한 추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뭐, 그래도 나한테는 차여서 딱 좋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네."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언제나처럼 웃으면서 저를 봐주세요.
제발요, 선생님.
부드럽게. 크고 따뜻한 손이 나를 쓰다듬는다.
그것만으로도 슬픔으로 식어버린 내 마음에 다시 불이 켜진다.
"이 이야기는 노아에게만. 노아조차도 그런 표정을 짓게 되니까 다른 아이들에게는 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특별히 노아에게만."
특별하다, 특별하다, 특별하다....그 단어가 나를 사로잡아 놓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한테만 알려준 특별한 비밀.
그러면 이 가슴의 아픔도 또 기분 좋게 느껴진다.
내가 이렇게 단순한 여자였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나는 참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그를 끌어안는다.
"선생님, 안 된다고요. 그렇게 쉽게 특별하다 말하지 마세요. 오해하는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그래, 나처럼.
기록도, 기억도. 그 모든 것을 돌아볼 때마다 좋아하게 된다. 그에게는 그런 마음 따위는 없을 텐데.
"미안해, 조심할게."
그는 귀까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내 등에 팔을 감고 귀밑에서 부끄러움 때문인지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한다.
"아, 정말 많이 닮았네..."
아아, 누구를 닮았을까.
사실은 알고 있다.
그리움을 느끼는 듯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미안, 실수로..."
그런 나약함을 보이는 사람에게 자기도 모르게 나쁜 감정이 싹트고 만다.
차라리 이대로....더 강하게 힘을 주어 그에게 나를 새기듯 밀착한다.
"전 괜찮아요. 절 그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저라면 선생님이 하지 못 했던 것도 할 수 있는걸요?"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는 팔을 떼고 다시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노아는 노아니까. 아무리 닮은 사람이라도 대신할 수 없는걸. 노아는 알지?"
가슴이 아플 정도로 알겠다. 선생님이 없어진다면. 만약 다른 아이에게 빼앗긴다면.
어쩔 수 없는 어두운 감정이 나를 재촉한다. 빨리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내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자 선생님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입술에 닿는다.
노아, 하고 슬며시 입을 여는 그는 흐릿한 눈동자만 빼고는 이미 평소와 다름없는 '선생님'이었다.
"그 말은 미안하지만 사양할게... 자, 이제 시간도 늦었고 밀레니엄까지 태워다 줄게."
그렇게 말하며 재킷을 걸치고 나에게 손을 내민다.
평소의 그에게 어울리는 그런 학생을 배려하는 행동조차도 지금의 나에게는 달콤한 독약이었다.
내민 손을 잡고 조금 더 세게 잡는다.
"언젠가 제가 선생님의 기억에 있는 그 사람을 넘는다면...그때 반드시. 선생님께 이 말을 전할게요...그러니까 이 말은 지금은 마음속에만 두겠습니다."
"응. 기다릴게. 노아"
그때까지, 부디.
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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