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72자
파파고
의역
오타오역 지적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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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부터, 내가 싫었다.
얼굴은 평범하거나 그 이하, 체력도 없으면서 겁도 많다. 아무도 나를 좋아할 일이 없다. 누구랑 비교하지 않아도 내가 안다. 그래서 지식만이라도 가능한 한 여러가지를 수용하기로 했다.
학문은 물론, 영화, 음악, 서적, 그 사이에. 나는 그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야기 속에서, 역사 속에서, 그 인물들의 시점에서 체험하는 감각은, 무엇보다도...모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키보토스.
오기 전까지는 청춘, 첫사랑...인생에 있어서 빛나는 것들은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내가 청춘이 한창인 학생들을 맡아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과 함께 샬레에 부임한 그때, 나는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는 학생을 구하는 듯 하며, 자신에게 있어 이상적인 인간을 계속 연기했다.
아비도스, 밀레니엄, 게헨나에 트리니티. 그리고 학교를 잃어버린 SRT아이들.
나날이 늘어가는 서류 더미도 그 역할에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니 어딘가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아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
나를 신뢰하고 도와주는 학생들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도움을 받은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어느 날, 내게 의외로 배우의 재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면서, 지금의 나는 거짓으로 꾸며진 이상이지, "나"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거기서부턴 순식간이었다. 당번 학생에게 환멸당하고 싶지 않아 당번제를 일시 중단하고, 혼자 사무실에 틀어박혀서 일하는 나날들. 예전처럼 아무 일도 없는데 돌아다니지도 않고, 그냥 요청에 따라 외출하고 다시 돌아와 일을 한다.
내가 쓴 가면이 벗겨지는 것이 두려웠다. 그걸 본 학생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최악의 기분에 수면시간은 줄어들고, 그저 일만 하는 기계가 되어버린 나는...드디어 그 대가를 치를 때가 되었다.
눈을 뜨니 수면실 천장이 보인다.
손에서는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온기. 그 주인은 걱정스럽게 내 모습을 살피는 세리나였다.
"아, 일어나셨나요? 제때 와서 다행이다..."
"세리나, 여긴 어쩌다가? 나, 당번은..."
"그런 건 상관없어요!"
처음 듣는 큰 목소리.
놀라서 돌아보니 세리나의 눈가에 눈물이 보였다.
"안 좋은 예감이 들어서 와 보니 선생님은 쓰러져 계시고! 호흡이 있는지 알기 전까지는 살아있는지도 몰랐어요! 왜 이렇게 무리를..."
손을 잡은 채 놓지 않으려는 세리나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결국 학생에게 폐를 끼쳤다고 후회한다. 차라리 다 얘기해버리자. 이제는 그냥 이대로 편해지고 싶다.
"나, 아니, 나는 말이야, 세리나.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세리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 말을 건넨다.
아까의 눈물은 맺혀 있지만, 그래도 제대로 내 눈을 봐준다. 얼마나 착한 아이인가.'
"원래 이런, 선생님 같은 사람이 아니었어. 옛날에 여러 일이 있었지."
조용히, 계속 들어준다.
"세리나, 너한테만큼은 말하려고. 진짜 나는...약하고, 단지 아는 것만 좀 많을 뿐이야. 다들 착하고, 곤란한 사람을 내버려 둘 수 없는, 너희 같은 청춘이 한창인 아이들 곁에 있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것 같아. 그래도 선생님의 역할을 할 수 있게 이상적인 선생님을 계속 연기했어. 사람들이 알면 환멸할 수도 있어, 그걸 생각하니 무서워서. 조금 무리를 많이 했나봐."
내가 말을 마칠 때까지 잠자코 있던 세리나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각오한 듯 입을 연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어떤 사람이든, 선생님을 계속 지지할겁니다. 비록 다른 누구도 선생님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그래도 계속."
오히려 지탱해준다. 마치 지금 한 말을 개의치 않는 듯한 미소마저 띠고.
내가 전한 건 세리나에게는 충격적인 말이었던 것 같지만, 그 의지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다른 분들도 조금은 흔들리겠지만, 그뿐이잖아요. 그만큼 다들 선생님을 신경쓰고 있는걸요. 물론, 저도 포함해서요."
게다가, 라며 장난스럽게 계속 웃는다.
"여자아이들은, 그런 연기를 의외로 잘 눈치채는걸요? 선생님을 신경쓰는 아이라면 더더욱. ...조금 말을 많이 했네요. 바이탈은 안정되어 있고, 곧 움직이실 수 있을 거에요. 제가 오늘 자고 갈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불러주세요? 언제, 어디서나 달려갈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고는, 즐거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방을 떠나 버렸다.
밖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정적 속에서 방금 세리나의 말이 생각난다.
"의외로 이미 눈치채고 있었네...그럼, 이젠 숨기지 않아도 되나?"
그렇다고 해도...모두 나를 신경써주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확실히 미야코나 히나, 카즈사 같은 아이들은 자주 연락이나 외출 권유를 해 주지만...세리나의 말을 믿는다면, '선생님'이 아니라, '나'의 인간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잘 해 주는 것 같다.
이제, 이 가면은 조금씩이라도 벗어버려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면서 어느새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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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아침 일찍, 어제 일찍 자서 그런지, 조금 일찍 일어난 내게 세리나가 찾아왔다.
"안녕, 세리나. 어제는 고마웠어."
"괜찮아요. 상처받은 사람을 돕는 게 저희의 일인걸요."
백의의 천사...백의는 아니지만--실재했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미소라고 느낀다.
여자 경험 같은 건 전혀 없는 내겐 자극이 좀 너무 강하다.
"괜찮으신까요? 얼굴이 빨간데요."
그 단정한 얼굴이 더 가까우면 안 된다. 더 빨갛게 될 게 뻔하다.
"그, 그게, 세리나, 나는 괜찮으니까, 조금만 떨어져 있으면 고마울 거 같아..."
"정말 괜찮으신거죠? 또 무리하시면 안 돼요?"
의아해하는 세리나를 달래서 어떻게든 속일 수 있었다.
세리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웃고 있어서...
"괜찮아, 세리나."
나도 모르게 손이 머리로 뻗어 버렸다.
"그, 선생님..."
"앗! 미안, 바로 치울테니까!"
이거 성희롱인가? 혹시 발키리행...? 하고 여러가지 생각하고 있으려니, 놓으려던 손이 잡힌다. 다 끝난건가.
조심조심 시선을 낮추니 눈을 가늘게 뜬 기분 좋은 표정이 보인다.
"아뇨, 괜찮아오. 그냥, 처음 쓰다듬어 주셔서...사람의 따뜻함은 기분이 좋네요..."
수줍게 미소짓는 모습에 고동이 커진다.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다.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맥박이 빠르지...아직 그럴 나이도 아니고, 혹시 아직 피로가 남은 걸까.
"있지 세리나...맥박이 빠른 건 안 좋은 걸까?"
"그건 좋지 않네요...어쩌다가?"
"세리나가 웃거나 나한테 오면 너무 가슴이 아파. 드디어 몸도 약해진 걸까..."
그 말을 들은 세리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본다.
뺨은 빨갛고, 입꼬리는 느슨한데, 눈은 놀라는 것 같았다.
조금 후에 진단받은 건...
"설마, 이렇게까지...괜찮아요, 선생님. 그 병은, 사랑일 거에요."
"사랑? 내가, 세리나를?"
"아까 다가갔을 때, 얼굴이 빨개진 것도 그거 때문일 거에요."
물론 그렇지 않을 때 가슴이 답답한 건 문제지만, 하고 덧붙이는 세리나를 앞에 두고 머리가 하얗게 질린 것 같았다.
사랑. 그건 옛날에 영화나 책에서 봐도 상상으로만 알 수 있었고, 설마 나이가 한 세대나 차이나는 아이에게서 그걸 깨닫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선생님, 저는 너무 기뻐요...저도 좋아하니까요. 무엇을 연기하던지, 가면을 벗은 선생님이. 정신을 차려 보니 계속 눈으로 쫓고 있었어요. 가끔 보이는 슬픈 눈도, 열심히 가면을 쓰려 해도 배어나는 본연의 상냥함이, 때때로 비굴해지는 미덥지 않은 마음도. 다 좋아요."
세리나로부터의 생각지도 못한 고백.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에 다리가 떨리는 것 같다.
그래도 세리나가 이 기분을 깨닫게 해 줬으니까. 세리나도 마찬가지라고 해 줬으니까.
나는 이에 응해야 한다.
감회가 극에 달했는지, 눈물이 흐르는 세리나의 뺨을 감싸듯 살며시 손을 대 닦아내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내 말을 전한다.
"솔직히, 나는 뭐가 뭔지...이 기분을 모르는 것 뿐이야. 그래도 너의 말을 믿어. 그만큼 신뢰하고 있으니까. 그냥, 이게 착각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싶어. 그러니까 일단 가면을 벗은 나를 봐 주었으면 좋겠어. 언제나 네가 봐 주었던 것 처럼. 그리고 내가 사랑을 이해했을 때, 네게 다시 고백할게. 그래도 너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면...그때는 잘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선생님. 하지만, 저는 한결같으니까...각오해두세요?"
그 말 뒤에는, 볼에 부드러운 느낌.
"세리나, 지금..."
"주문이에요! 선생님이 계속 저를 바라봐 달라는 주문! 오늘은 안정을 취하세요! 그럼, 다음에 봐요!"
새빨간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서두르는 듯한 발걸음으로 방을 나선다.
창문에서 들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흐린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뺨에 남은 감촉에 다시 가슴이 뛴다.
"주문이라기 보다는, 마치 마법 같네..."
지금이라면 옛날에 그려졌던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 생각이 없었을 때도, 어느새 세리나를 생각하게 된다.
평소 같았으면 우울하게 했을 비도, 지금은 아름답게 빛나 보인다.
평소 같았으면...
그런 생각들만 머릿속에 맴돌면서, 내 지식에서의 사랑이라는 인식이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예전에 본 영화에서 빗속에서 우산도 쓰지 않고 신나게 노래하는 주인공을 보고 '유난 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랑을 하는 게 사람을 바꿔 버린다는 묘사도 질리도록 봤지만, 경험이 없기도 해서 전혀 현실성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세리나가 나를 바꿔버렸다.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줬어. 이런 나를 항상 봐줬어.
그 뿐만 아니라, 만용도 ,허세도 아닌 용기와 자신감이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나를 좋아해준다. 그것만으로도 싫어했던 자신이 좋아졌다니, 대단한 것이다.
지금이라면 이 장대비 속에서도 우산은 필요없다. 총알이 빗발쳐도 두려울 게 없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런 것 같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메시지를 보내 보자. 그리고 어디로 나갈 지 계획을 둘이서 생각하자.
자신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세리나의 마음에 부응하기 위해서.
"아, 세리나 선배! 고생하셨어요!"
"하나에짱도 고생했어요."
"요즘, 세리나 선배 즐거워 보여요! 왠지 저도 즐거워져요!"
"그런...가요? 평소대로인 거 같은데."
"얼마 전에, 비 엄청 왔었잖아요! 그 날 부터 별 일 없어도 엄청 즐거운 것처럼 웃는 일이 늘어난 것 같아요!"
"그날...아...에헤헤..."
"이거 봐요! 그 얼굴이에요! 신경 쓰이지만, 즐거워 보여서 좋아요! 앗! 말하니까 궁금해 졌어요..."
"선생님, 요즘 뭔가 분위기가 변한 것 같지 않아요?"
"그래요? 그렇게 달라진 거 같은 느낌은..."
"뭐랄까...푹신푹신한 느낌이에요!"
"푹신푹신...? 태도가 부드러워졌다는 건가요?"
"맞아요, 그거에요! 게다가 요즘 자주 핸드폰을 보고 히죽거려요! 언뜻 봤는데, 그건 분명...선배 사진...아, 그렇군요!"
"하, 하나에짱?"
"아무 말 안 하셔도 돼요, 다 알았어요! 선배도 쉽게 볼 수 없는걸요? 아, 그런데...요즘 선생님이 멋있어졌다고 소문이 나서요. 조심하는 게 좋을 거에요?"
"뭐어, 사귀고 있는 건 아니니까...이것저것 너무 신경쓰는 것도 좋지 않을지도."
"에!? 그래놓고 아직이에요? 그럼 아직 나에게도 기회가...?"
"후훗, 하나에짱은 오늘도 기운 넘치네요. 아, 맞다. 이번 주말은 선생님이랑 약속이 있으니, 그날 하루는 부탁할게요?"
"우와, 데이트네요! 즐기고 오세요!"
"아직 그런 사이는 아니지만요...뭐어 조만간 그럴 거 같지만요."
그때까지, 누구에게도 줄 생각 없어요.
선생님을 위해서, 저는 언제까지고 기다릴 테니까요?
저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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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ㅋㅋㅋ
씨발이빨다썩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