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478자

“찾았다!”
광장에서 교전이 시작되었고 나는 남은 저격수를 찾다가 나무 위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용케도 숲에 숨어든 이 몸을 찾아냈군! 뛰어난 저격수인가 봐?”
“바보 아냐!? 그렇게 눈에 띄는 노란색인데 못 찾을 리가 없잖아! 바보 멍청이!”
제대로 조준하고 발사했다.
나무 위에서 떨어졌다.
“아얏! 이봐! 꼭 이래야겠어? 갑자기 쏘지 말라고!”
다행이다. 그렇게 똑똑하지는 않은가 보다. 아마 진짜 바보 같다.
“시끄러워! 착각해서 섬을 엉망으로 만든 거 너희들 탓으로 돌릴 거야!”
“뭐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도가 지나치잖아!? 경찰관님! 여기 나쁜 애가 있어요!”
“그리고 그 수트, 뭔가 좀 야해!”
나는 남은 수류탄을 꺼내서 있는 힘껏 내던졌다.
“잠시만! 사실 나무 위에 있느라 다리가 저려서 움직일 수가… 으아아악!”
폭발.
바보라서 다행이다. 혼자서도 이길 수 있었다.
“시모에 코하루! 무사해!?”
“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풀숲에서 사오리가 나타났다.
굉장히 다급했는지 하얀 얼굴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어깨가 위아래로 오르내린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쓰러뜨렸나?”
“으, 응. 어떻게든…?”
내가 대답하자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헛기침을 한다.
“...그렇군. 그럼 됐어. 돌아가자.”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간 것 같지만.
“? 으음…”
혹시 걱정해 준 건가?
“마, 맞다! 아까 방에서 못 말했던 거!”
“?”
내가 다급하게 말하자 사오리는 고개를 돌렸다. 눈빛은 역시 좀 무섭지만 그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나, 나 있지! 고맙게 생각해!”
나는 제대로 전하고 싶다.
“분명 사오리가 많이 노력해줘서 나는 아즈사랑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그, 음… 고, 고마워! 어라? 고맙, 습니다?”
잘 생각해보니 연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상한 느낌이 되어버렸다.
사오리는 잠시 눈도 깜빡이지 않고 굳어 있더니 빙글 돌아 앞을 보았다.
“...그렇군.”
사오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뒷모습은 예쁘고 멋있지만 머리카락에 나뭇잎이 붙어있어서 나는 살짝 웃음이 나올 뻔했다.
9 로드 오브 라브
“아하핫! 보아하니 네 동료들은 죄다 당했나 보네!”
검은 녀석의 총알을 방망이로 튕겨내면서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빨간 녀석을 키리노가 쓰러뜨렸다는 사실에 놀라기는 했지만 역시 최후를 장식하는 건 나여야겠지.
“젠장! 뭐냐고 너희들은! 우리가 이렇게 쉽게…!?”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검은 녀석이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
“뭐야. 날 모르는 거냐? 그럼 알려주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헬멧단의 간부! 그리고 퐁당퐁당 헬멧단의 대장 코마카제…”
“포기하지 마, 블랙! 우리에게는 마지막 비장의 수가 있어!”
“라…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느새 바위 위에 블랙을 제외한 나머지 녀석들이 모여 있었다.
전원이 무릎을 꿇고 비틀거리며 쪼그려 앉아 있다.
“아앗! 큰일이에요 라브 씨! 이거 진짜 위험해요!”
키리노가 부르는 것도 잊고 외쳤다.
“뭐가 위험한데! 상대가 약해져 있잖아! 이대로 한번에 때려눕히면 된다고!”
“일단 나타나면 주변을 초토화시켜요! 카이텐져라면 유명한 이야기라구요!”
“KAITEN FX MK.0 (리페어)! 발진!”
“뭣…!?”
쿠구구궁.
녀석들이 서 있던 바위 뒤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나타났다. 검은 그림자처럼 보였지만 점점 그 모습이 선명해졌다.
“이얍!”
다섯 명이 일제히 점프했다. 나타난 그 무언가를 향해 뛰어오르려는 듯이. 그리고 마침내 그 녀석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올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로봇. 쓸데없는 장식이라면 그 녀석들 머리에 얹혀 있던 초밥 재료들이 있다. 저것들만 아니었으면 제법 멋졌을 텐데. 뭐 이래저래 촌스럽다.
“라브 씨! 도망치죠! 적어도 대포로 요격해야 해요!”
“그딴 거 나랑 코하루가 다 부숴버렸어!”
말함과 동시에 스시 로봇 오른팔에서 커다란 개틀링건이 생겨나더니 내 쪽을 향했다.
“마아아알이 되냐고 진짜로!?”
이대로 바보같이 당할 수는 없지!
나는 온 힘을 다해 옆으로 뛰었다. 로봇은 공격헬기의 제압사격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의 화력으로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땅을 갈아엎었다.
“라브 씨!”
키리노가 차를 돌렸다. 내게 뻗은 손을 붙잡고 바닥에 구르면서 올라탔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네 덕분이야!”
나는 거꾸로 뒤집힌 꼴로 대답했다.
“어, 어쩌죠!? 아무리 그래도 저런 걸 상대할 수는 없어요! 선생님도 없고요!”
“얌마! 그런 약해빠진 소리 하지 마! 저딴 깡통한테 내가 질 것 같아!? 아니, 안 져!”
“이야기는 들으신 거죠!?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시는 거예요!?”
키리노는 숲으로 차를 몰았다. 당연히 스시 로봇은 뒤를 쫓아왔다. 아무리 그래도 저 개틀링건으로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는 노릴 수 없겠지.
“아?”
뒤를 보니 스시 로봇의 가슴 쪽이 활짝 열리더니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었다.
“엑셀 밟아! 멈추면 끝이야!”
“네, 네에엣!”
부르릉, 가속을 한다. 하지만 미사일은 광범위로 날아들었다. 그 중에 한 발이 아무리 생각해도 직격할 코스로 날아든다.
산탄총이든 방망이든, 무엇으로 막든지 폭풍에 집어삼켜질 것이다.
“! 라브 씨! 꽉 잡으세요!”
무슨 생각인지 키리노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미사일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더니 그대로…
“잘 버텨줬군.”
낮은 목소리가 옆에서 흘러나오더니 미사일 끝이 천천히 잘려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사오리!?”
“키리노, 밟아! 그대로 직진해! 해안 쪽으로!”
코하루가 뒷좌석에 올라타더니 사오리도 곧장 올라탔다.
“좋아! 잘 모르겠지만 가자!”
내가 앞을 가리키자 우리 넷이 탄 차는 급발진했다.
길이 험해서 대화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자칫하면 키리노의 집중력이 떨어져서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스시 로봇은 나무들을 쓰러뜨리면서 쫓아왔다. 개틀링건을 간신히 피하면 오른손 펀치가 날아왔고, 또 다시 미사일을 요격하다 보니 땅에서 진동이 거의 사라졌다.
해안으로 나왔다.
‘라브 대장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해요!’
큰 소리. 소리가 아니라 목소리였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는데 그 목소리는 익숙했다.
“신입!?”
앞을 바라본다.
배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니, 저건 호버크래프트다. 우리 퐁당퐁당 헬멧단의 집이자 마지막 비장의 수다.
포대가 불을 뿜었다. 발사된 수많은 미사일들이 스시 로봇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선미에는 작은 사람 형체가 보였다.
배의 라이트가 등 뒤에 있는 날개를 실루엣으로 드러냈다. 긴 은발. 하늘하늘한 치마 아래로 가느다란 정강이가 선명하게 보였다.
시라스 아즈사.
“라브! 두고 간 물건이야!”
잘 들리는 목소리였다.
아즈사는 무언가를 던졌다. 빙글빙글 돌아온 그 물건은…
“! 드디어 만났네! 사랑한다! 내 소중한…”
그것을 받아들고 단단히 깊게 눌러쓴다.
“헬멧아!”
그대로 나는 오른쪽으로 돌아 스시 로봇을 향해 달려간다.
포격과 미사일에 맞은 스시 로봇은 가슴 장갑이 열린 채 무릎을 꿇었다. 분명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검을 땅에 꽂으며 일어나려 했다.
““Vanitas vanitatum!!””
사오리와 아즈사의 목소리가 겹친다.
등 뒤에서 날아온 빛을 띤 두 발의 총알이 커다란 검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콰광 하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검이 와장창 두동강이 났다.
“그런 거였군!”
나는 웃으면서 방망이로 지면을 내리쳐 날아올랐다.
“끝이다 이 커다란 스시 자식들아! 내 앞길을 막지, 말라고!”
열린 가슴 쪽. 미사일이 줄지어 있는 그곳을 향해 산탄총을 쏜다.
스시 로봇이 폭발해 사방으로 분해됐다. 충격이나 파편 같은 것들은 헬멧이 막아주었다.
“역시 이거지, 이거야!”
10 에필로그
“그래서 라브 헬멧은 코하루가 회수해서 정의실현부에서 분실물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모양이야.”
아즈사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말투는 입고 있는 나풀거리는 수영복과는 맞지 않았다. 어울리기는 하지만.
다음날.
왜인지 이상하게도 우리는 모두 해변에서 휴가를 만끽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발키리의 1학년, 2학년과 정의실현부 녀석들이 고용한 알바생, 그리고 우리 퐁당퐁당 헬멧단에 카이텐저까지. 공안국의 칸나라는 국장이 관계자들 전원에게 각자 잘못이 있으니 그렇게 타협하기로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먹고 마시고 놀아도 된다는 말이었다.
뭐 내일부터는 다 함께 섬 복구 작업을 하겠다고 약속해야 했지만.
“정말 죄송해요! 라브 씨 물건인 줄은 알았는데 연락처가 없었어요.”
아즈사 옆에 바짝 달라붙어 있던 코하루가 고개를 숙였다. 수영복 차림이지만 주변 사람들도 수영복이라면 그닥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됐어, 뭐. 이렇게 돌아왔으니까.”
나는 손을 휙휙 흔들어서 코하루가 고개를 들게 했다. 나도 수영복을 입었지만 헬멧은 빼먹지 않고 썼다.
“코하루한테 연락을 받고 헬멧단의 아는 사람을 통해서 곧바로 움직였어. 섬에서 포격이 날아올 걸 우려했지만 등대에서 신호를 보내서 안전하다는 걸 알 수 있었어. 그 다음에는 다들 아는 대로야.”
그 아는 사람이란 ‘신입’이고, 등대에서 신호를 보낸 사람은 『스즈』였다.
“그러고 보니 사오리랑 아는 사이 아니었어? 그 녀석 어디 갔지?”
“맞아! 아즈사, 사오리 만나러 가!”
코하루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아즈사의 손을 붙잡았다.
“아니, 찾고 있던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날 피하는 것 같은데 억지로 만날 필요는…”
“진짜! 바보야! 그러니까 계속 보충수업부인 거 아냐! 자, 내가 같이 찾아줄게! 가자!”
“? 그렇게 따지면 너도 계속 보충수업부잖아. 잠깐만, 코하루. 그렇게 잡아당기지 마…!”
그 완고하던 아즈사가 쩔쩔매면서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코하루는 또 코하루대로 친구한테는 저런 식인가. 선택적 I, 뭐 그런 건가?
“라~브 쨩!”
“크악!”
목에 묵직한 충격이 전해진다. 등에 가벼운 무게가 전해졌다.
“뭐 하는 짓이야 『스즈』!”
고함을 치면서 떨쳐냈다.
“굿모닝 라브 쨩!”
조금 유치한 노란색 수영복을 입은 『스즈』와.
“안녕하세요, 라브 대장님!”
청초한 느낌이 드는 흰색 수영복을 입은 신입이 있었다.
“여어. 어제는 너희들 덕분에 살았어. 고맙다.”
내가 멋쩍게 감사 인사를 하자 둘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더니…
“라브 쨩이 이렇게 솔직하게 고맙다고 하다니, 비가 오려나 봐.”
“헬멧 잘 어울리세요. 이제 잃어버리시면 안 돼요?”
씁쓸한 표정으로 그렇게들 말했다.
“흥! 언젠가 이 섬은 우리가 접수할 테니 오늘은 예행연습이야! 제대로 즐기라고!”
“네에~. 맞다. 저쪽에서 나카츠카사 키리노가 빙수 나눠주던데 가 보자!”
“저, 저도 따라갈게요!”
둘은 헬멧을 단단히 쓰더니 내 옆에 섰다.
“좋아! 바쁠 테니 어디 한번 방해해 볼까!”
크하핫 하고 웃은 뒤 나는 모래사장을 밟으며 달린다.
헬멧이 있는 것만으로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헬멧단의 간부로서.
퐁당퐁당의 대장으로서.
그리고 불량배로서.
앞으로도 언제든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로드 오브 라브 完
(후일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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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