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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핫산 모음집

83,478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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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차 모음

제2화 쉽 오브 라브

1 프롤로그

“응. 잠입 성공.”

빈틈없이 몸에 달라붙은 잠수복 지퍼를 열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머리카락이 바닷물을 가득 빨아들여서 무거워졌다.

‘시로코, 네가 입수한 정보가 맞든 틀리든 만약 무명사제가 있다면 뭔가 손을 쓸 거야. 신중하게 움직여.’

평온하고 냉정한 목소리가 내 옆에 있는 개에게서 들려왔다. 개라고는 해도 기계로 된 몸을 가지고 있다.

“리오. 갑자기 말하지 마. 『하르페』는 그런 말 안 해.”

나는 힘주어 말한 다음 로봇 개 『하르페』로 시선을 돌려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과야 할 수 있는데 이 아이는 내가 준비했고, 이런 식으로 곧잘 사라지는 너에게 연락할 목적이었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츠카츠키 리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밀레니엄의 빅 시스터. 무명사제를 쫓는 나와 일부 목적이 일치해서 가끔씩 이렇게 작전을 같이 할 때가 있다. 딱히 친한 사이는 아닐 텐데.

『하르페』는 리오가 제작한 개 모양 AMAS로 평소에는 진짜 강아지처럼 나에게 친근하게 군다.

“평소에 『하르페』는 더 귀여워. 적어도 멍멍 하고 울어.”

‘...싫은데.’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탈 줄 모르면 아리스랑 친해질 수 없어. 리오는 좀 더 노력해야 해.”

멍. 그런 대답은 돌아왔지만 이건 평소에 『하르페』가 짖는 소리다. 아무래도 통신을 끊은 모양이다.

상황이 불리해지면 바로 도망친다. 리오의 나쁜 버릇이지만 이것도 내가 뭐라 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응. 작전 개시.”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쥐어 짰다.

2 친애하는 라브 쨩에게

안녕 라브 쨩. 『스즈』랍니다.

으응? 설마 혹시 아니겠지만 잊어버린 건 아니지? 라브 쨩의 든든한 부하인 이 몸을 잊을 리가 없지?

장난이야.

이렇게 붓을 들게 된 이유는 간단히 말해서 요즘 영 재미가 없어서랍니다. 구체적으로는 라브 쨩이 트리니티에서 한 밑천 잡겠다면서 나를 두고 간 뒤부터 쭉 재미가 없어요.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말은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늦게 돌아오는 라브 쨩은 혼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 또한 한탕 해보자는 생각에 혼자 출장을 가 보기로 했답니다. 이런 게 바로 원정 취업인가? 응응, 좋네 이거~. 나는 하면 될 것 같지 않아?

이 편지는 우리 집에 두고 갈 테니까 혹시 먼저 돌아와서 이 편지를 읽게 되면 바로 저한테 연락해 주셔요. 연약한 내가 걱정이 된다면 데리러 와도 괜찮을 듯?

내가 어디로 가냐면요, 오디세이아 해양 고등학교에서 관리하는 여객선 중 하나로 가려고요.

듣기로는 카지노 같은 게 있다는데 한탕은 무슨, 두 탕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호화 여객선 내부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참고가 될지도?

그리고 들리는 소문 중에 신경 쓰이는 게 있었는데요. 거기 경품 중에 어디서 본 적 있는 헬멧이 있다고 하더라. 티타늄 소재에 옆면에는 99라는 숫자가 새겨진 멋진 헬멧. 그게 꼭.

“라브 쨩 거랑 똑같이 생겼던데?”

그렇게 나는 내가 쓴 글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그렇게 딱 끝맺었을 텐데 실제 문장은 좀 더 정중했던 것 같다.

여기는 배 안. 바로 그 오디세이아에서 관리하는 여객선에 나는 홀로 있다.

아쉽게도 밀항이나 뭐 그런 건 아니고 방은 정식으로 잡았다.

객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되어 있었다. 그보다는 놀랄 만큼 깔끔했다. 고급 호텔 내부와 다를 게 없었다. 배인데도 흔들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집이 여기보다 더 나은 점이라고는 우리 집이라는 점밖에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뭐 그게 좋은 거지만.”

거울 앞에 서서 옷차림을 확인한다. 벌집 구조처럼 생긴 헤일로. 머리를 완전히 덮는 커다란 헬멧에는 88이라는 숫자가 있다. 그 위치에서 뽀글뽀글한 곱슬머리가 삐죽 튀어나와 있다.

내가 생각해도 겉보기에는 하나도 무섭지 않다. 헬멧이 없으면 트리니티에 다니는 얌전해 보이는 여자애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그게 득이 될 때도 있어서 딱히 곤란하지는 않지만.

아끼는 카빈 돌격소총을 등에 메고 객실 문을 열었다.

“자, 그럼 어디. 소문의 그 헬멧을 찾으러 가 볼까~!”

아. 디저트가 무한 제공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우선 거기부터 가 볼까.

3 코마카제 라브의 재앙

“싫다고 했잖아! 절대 싫어! 왜 내가 이런 걸. 이런 걸…!”

나는 외쳤다.

진심을 다해서.

조금 좁기는 해도 침대에 샤워실, 화장실도 있는 개인실. 창문은 작지만 바깥에 펼쳐진 수평선이 조금 낮은 위치에 있는 걸 보니 애초부터 그런 목적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리조트 사건 이후로 안 좋은 일들만 계속 겹친다. 트리니티에 갔더니 헬멧을 잃어버리질 않나, 호위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기차에 탔더니 그 기차가 탈취당해서 폭파될 뻔하고.

심지어 한술 더 떠서 이런 꼴이 될 줄이야.

“아니~. 그러지 마시고. 코마카제 라브 씨라고 하셨죠? 당신이 직접 신청하셨잖아요.”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금발 트윈테일에 뾰족한 선글라스를 쓴 여자. 이름은 모른다.

“그건! …그렇긴 한데. 나는 부자들 접객이라 들었다고!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내가 마구 소리치자 금발 트윈테일은 정말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더니.

“그럼 배에서 내리실래요? 막말로 당신 한 사람쯤 없어져도 저는 딱히 곤란하지 않아서요. 소란을 피우는 게 더 귀찮죠.”

“으그극. 그럼, 그러면 이게 왜 여기 유니폼인지 확실하게 설명해 봐! 이해가 안 되는데!? 왜, 대체 왜냐고.”

반쯤 울면서 나는 준비된 옷을 손에 들고 외친다.

“왜 바니걸 옷 같은 걸 입어야 되냐고!”

아니, 이건 옷을 떠나서 그냥 천이다.

딱 달라붙는 매끈한 바니걸 의상이 내 손에 들려 있었다.

“? 어라? 혹시 빨간색 싫어하세요? 뭐야…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을 하시지. 그 빨간 머리에 딱 어울릴 것 같았는데 파란 바니도 괜찮겠는데요, 오히려. 어울릴지도.”

“아니거든!? 오히려 색은 좋아! 완전 멋진 와인 레드라는 거 말고는 대체 어디를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난처하단 말이야!”

그렇게 큰 소리로 호소했지만.

“아. 하이힐이 싫으세요?”

“너 사람 말 듣기는 하는 거지!? 그야 높은 것보다야 낮은 게 좋긴 한데.”

“알겠습니다요. 그럼 신발은 굽 없는 걸로 바꿔 놓을게요.”

“고마워. 아니 이게 아니라!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아니면 그건가? 피부가 좀 하얗고 민감해서 맨다리는 불가능하신가?”

“아니, 듣고 있는 거 맞냐고! 음, 뭐 드러나는 것보다야 가리는 게 낫긴 하지. 평소에도 밑에 스패츠 입으니까…”

“그렇군요, 그렇단 말이죠. 검은색이 좋으세요? 흰색이 좋으세요?”

“그럼, 으음. 검은색으로 할까…”

“네에~. 그럼 바로 다른 거 갖다드릴 테니까 이번에는 잠자코 입으세요? 애초에 희망사항을 안 물어본 제 잘못도 있네요. 죄송함다~.”

“따, 딱히 사과하라는 건 아니었어. 그리고 그, 나도 소리 질러서 미안.”

괜찮다면서 금발 트윈테일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더니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혼자 남겨진 나.

“...? 아아아아아!?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잖아!”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쪼그려 앉았다. 헬멧이 없는 머리를.

“젠장. 역시 뭔가 잘 안 풀린다니까.”

욕을 내뱉으면서 어떻게든 침착해지려고 애를 쓴다.

우선은 그것부터. 내가 왜 이런 곳에 오게 됐는지 되짚어 본다.

헬멧단 신입이 모은 정보에 따르면 이 ‘투아종도르 호’에서 열리는 무슨 게임에 경품으로 내 헬멧 같은 물건이 있었다고 한다. 점점 찾기가 귀찮아지기 시작한 나는 똑같은 종류로 헬멧을 어디서 구하면 그만이라 생각했지만, 차라리 못 찾으면 몰라도 다른 누군가의 손에 넘어간다고 생각했더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나는 배에 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돈이 모자랐다. 아즈사와 나기사한테 받은 보수도 아직 남아있지만 호화 여객선이라는 것에 타려면 훨씬 더 돈이 많이 필요했다.

혼자였다면 그쯤에서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입이 나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애쓴 결과가…

“...관둘 걸 그랬어.”

임시 직원 모집이었다.

듣기로는 이 투아종도르 호의 자매선에서 밀레니엄 청소부인지 누군지가 밀항해서 설비를 부수고 난동을 피운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 배도 그렇지만 많은 배들로 구성된 오디세이아 해양 고등학교에서 관리하는 배인데, 사건이 있었던 골든 플리스 호는 그 중에서도 폐쇄적이라고 할까. 어쨌든 바다 위라는 거대한 밀실에서 생활해서 그런지 외부에서는 쉽게 알 수 없는 규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던 거다.

뒷세계에서 나름대로 유명했던 골든 플리스 호. 다시 말해 그쪽이 한탕을 할 수 있는 배인 탓에 그 자매선인 이 배에서 능숙한 직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일손이 모자라게 됐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급하게 직원을 모집했나 본데.

그런데 설마 일하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바니걸 옷을 입을 줄이야.

“네~. 그럼 이걸로 갈아입으시고 현장으로 들어가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금발 트윈테일이 노크를 하더니 새 옷을 두고 갔다. 워낙 솜씨가 노련해서 딴지를 걸 틈도 없었다.

“아 진짜…! 알았다고! 마음 굳게 먹고 해 보지 뭐!”

헬멧이 없는 머리를 쥐어뜯은 뒤 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기로 했다.

입는 것부터 고역이었다. 아니, 이거 화장실 갈 때는 어쩌라는 거야? 매번 벗어야 돼?

그래도 보수는 선불이라는 좋은 조건에 액수도 그럭저럭 크다. 아마 쉬는 타임에 쓰게 만들려는 속셈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지갑 관리가 허술한 편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경품으로 주는 헬멧이 정말 내 헬멧인지 확인하고 최악의 경우 빼앗아서 도망칠 뿐이다. 그럼 보수는 다 못 받더라도 남는 게 있을 테니.

“머리는 이대로 괜찮나.”

등이 활짝 열려 있으니 영 불안하다. 머리로 가려지니까 마침 잘 됐다.

아는 녀석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지만 헬멧이 없기도 하고 날 아는 녀석이 이런 호화 여객선에 탈 리가 없다.

“적당히 일하는 척하면서 빨리 물건을 찾으러 가 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번 빙글빙글 돌아 어디 가리지 못한 곳은 없는지 확인한다. 헬멧이 아니라 토끼 귀라는 게 너무 싫다. 그리고 가슴 쪽이 너무 불안하다. 그 가슴 쪽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기면서 나머지 손으로 문을 열었다.

“어라? 라브 쨩이네.”

곧바로 누가 내 이름을 불러서 나는 방 안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갸아아아악!?”

외쳤다.

마음 속으로 모든 것을 후회하면서 외쳤다.

“있잖아, 라브 쨩~? 라브 쨩 맞지?”

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그 늘어지는 목소리, 혹시 『스즈』야!?”

“오~! 좋아 좋아~. 저는 기쁘답니다 대장~! 자, 이 문 열고 한번 더 그 귀여운 얼굴 좀 보여주면 안 되겠슴까~?”

장난스러운 말투로 즐거운 듯이 말하는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날아든다.

“젠장. 왜 『스즈』가 이런 데…!”

퐁당퐁당 헬멧단 대원이자 그럭저럭 오래 알고 지낸 녀석.

다시 말해 방금 본 것을 가지고 돌아가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몇 가지 선택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바로 옷을 갈아입고 없었던 일로 만드는 건… 무리다. 이 자리에서는 넘어갈지 몰라도 분명 이상한 소문이 퍼질 거다. 시도때도 없이 놀려댈 거라는 사실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즈』. 뭐, 들어와.”

끼익, 나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오? 순순히 열어주네 라브 쨩. 그리고… 빈틈 발견!”

문틈 사이로 가느다란 손이 들어오더니 핸드폰을 집어넣는다. 찰칵 찰칵 하고 셔터 소리가 수없이 울린다.

“읏… 그, 그만하라고.”

참아라, 나.

“어라? 진짜 라브 쨩 맞아? 평소 같았으면 막 쫓아와서 엉덩이 때리고 그러잖아? 안 해?”

훌쩍 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스즈』가 말했다.

눈에 띄는 벌집 같은 헤일로, 조그만한 몸과 머리에 비해 큰 헬멧. 전체적으로 노란색이 많은 꼬맹이. 나이는 아마 나랑 동갑이었을 텐데. 어라. 위였나?

“소중한 대원한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냐. 자, 오랜만에 만났는데 할 얘기도 많을 거 아냐? 침대에 편하게 앉아.”

“라브 쨩… 조금 못 본 사이에 어른스러워졌네. 저는 진짜 감동이네요! 맞아~.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이 있지.”

그러더니 별로 넓지 않은 방 안에서 쏜살같이 달려서는 침대에 풀썩 앉는다.

“으럇!”

『스즈』가 방심한 순간 나는 손에 들린 핸드폰을 낚아챘다. 내 부끄러운 사진이 있는 그 가증스러운 핸드폰을.

“부순다!”

그대로 부러뜨렸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의 앙갚음이라기에는 영 시원찮다.

“아~! 너무해~! 귀여운 라브 쨩 바니걸 사진이…”

엉엉 하고 소리를 내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우는 척 하지 마! 얼굴 가리지 말고. 자, 그럼 이제 네 입을 어떻게 막을지 고민해야겠네.”

나는 손가락 관절로 뿌드득 소리를 내면서 『스즈』를 내려다본다.

“아핫. 좋아 좋아~. 라브 쨩이 돌아왔나 보네? …어라? 잠깐만, 설마 진심이야?”

4 게임 스타트

“음~. 그럼 라브 쨩 목적도 헬멧이구나. 근데 헬멧을 잃어버렸으면 연락하면 됐잖아. 다 같이 찾아보면 금방 찾았을 텐데?”

“그딴 짓을 하면 대장인데 가오가 안 살잖아.”

애초에 그때는 오래 기절해 있었으니 아즈사가 안 왔으면 제법 위험했을 거다. 한 마디로 설명해 주자 『스즈』는 의외로 쉽게 받아들였다. 특별히 의심하지 않는다는 건 내가 신뢰받고 있다는 증거다. 역시 나야. 평소에 행실이 좋으니 그렇겠지. 분명.

“그렇구나. 라브 쨩 찾았으니까 난 이제 여행이라 치고 놀까~.”

내가 내다버린 토끼 귀 밴드를 자신이 썼다가 뺐다가 하더니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스즈』는 말했다.

“...잠깐만. 설마 너 나랑 똑같이 직원으로 타지는 않았을 거 아냐?”

“에? 응. 그렇긴 한데. 에이, 라브 쨩. 돈은 이럴 때 팍팍 쓰라고 있는 거야… 아! 그러네! 이 배에 있으면 라브 쨩이 나를 위해서 일해 준다는 거잖아!”

활짝 웃으면서 토끼 귀를 옆으로 살짝 잡아당기더니 그렇게 말한다.

“웃기지 마! 나는 헬멧 말고는 볼 일 없어. 빨랑 찾아내서 내 거면 돌려받으면 그만이라고!”

“에이. 근데 라브 쨩.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거야, 아마?”

“...왜.”

이 녀석은 장난은 쳐도 거짓말은 안 한다. 다른 곳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내 앞에서는 그렇다. 겉모습보다 내면이 훨씬 더 어른스럽다는 말이다.

“어디까지나 헬멧은 게임 경품이라는 거지. 아까 선내를 쭉 한 바퀴 둘러봤는데, 경품이 저녁 식사도 할 수 있는 대형 홀에 보관돼 있더라. 여기 위에 있는 입구 홀 앞에. 거기 경비원 바니걸들이 은근히 많던데?”

“흐음. 작전 규모로 따지면 병력이 어느 정도 돼? 네가 보기에는 어떤지 말해 봐.”

내가 묻자 『스즈』는 살짝 웃으면서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으음, 하고 가벼운 투로 중얼거리더니.

“지금 우리한테 있는 전력을 싹~ 다 쏟아부어도 될까 말까, 그 정도.”

“칫. 그럼 안 되겠네. 정면 돌파는 포기할까.”

“어라? 믿어 주는구나. 직접 안 봐도 돼?”

“시간 낭비야 그딴 거. 사진이라도 있으면 보고 싶지만.”

“라브 쨩이 직접 망가뜨렸는데?”

“좋아. 그럼 그 게임인지 뭔지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네.”

“그 게임 말인데 진짜 아무 말도 못 들었어?”

☆

“리오. 입수한 데이터는 보내 뒀어. 이 배에서 진행되는 게임, 어때 보여?”

샤워를 마친 나는 몸을 닦으면서 『하르페』에게 물었다. 바닷물에 몸이 흠뻑 젖으니 역시 기분이 나빴다. 방은 위조 카드를 사용해서 직원용 방을 빌려 쓰고 있다. 작기는 하지만 필요한 만큼 공간은 있어서 나쁘지 않다.

‘알아봤는데 골든 플리스 호와 성격이 다른 행사인 것 같아. 그쪽 게임은 선내에서 누릴 권리를 얻기 위한 게임이야. 외부로 나가면 끝이라는 점에서 불건전하기는 해도 어느 정도 건전성은 지켰다고 볼 수 있겠네.”

“C&C가 소란을 일으켰다고 들었는데?”

‘그건 코유키 때문이고 유우카가 지시한 일이라 나는 무관해. 단지 그 사건 때문에 실체가 어느 정도 밝혀졌을 뿐이야… C&C의 실체가 아니라 그 배의 방식 말야. 아무튼. 그 여파로 자매선인 이 투아종도르 호`도 검열 대상이 되어서 일정 기간 동안 내부 감사를 받게 됐어. 그래서 기획한 게 이번 게임인 셈이지.’

내가 침대에 앉자 다가온 『하르페』의 입이 활짝 열리더니 원통형 기계가 튀어나왔다.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다. 드라이기였다. 노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킨 이후로 이런 편의 기능들이 연이어 추가되고 있다.

“응… 잡기…? …왜 이런 게임이야.”

분출되는 소리가 커서 나는 조금 목소리를 크게 냈다.

‘퍼포먼스가 중심이겠지. 디지털 방식으로 도박처럼 하는 게임이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으로 해서 부정행위가 없다는 걸 증명하려는 거야. 그리고 겉으로는 인력 부족을 핑계로 실력 있는 다른 학교 학생들을 모았으니 오디세이아 측은 금전적인 것 외에 피해는 보지 않아. 사업 수완이 좀 있어 보이네. 썩 나쁘지는 않아.’

“...별로 도움은 안 되겠네. 아비도스는 다섯 명밖에 없으니까.”

‘지금은 여섯 명, 이라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쓸데없는 참견이다. 아마도 아리스를 언급했던 일을 갚아주려는 모양이다.

“경품은?”

‘그쪽도 머리를 잘 썼네. 희귀한 물건들이 많아 보이기는 하는데 그 중에 대부분은 분실물 자선 경매에서 낙찰받은 물건이나 압류된 물건 공매에서 사들인 물건들로 준비한 거야. 여러 학교에서 다양한 물건들이 모였어. 경품이라면 전매도 안 될 테니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

“그 중에서 무명사제가 만든 무기가 목표지.”

‘네 정보 덕분에 신빙성은 높아졌고. 또 밀레니엄 개발품이 몇 가지 흘러들어간 모양인데 그쪽도 회수해 줬으면 해.’

“내키면 그럴게. 그러면 참가자로 움직일까? 아니면…”

☆

“술래잡기?”

“응. 이 배에서 진행되는 게임은 운영진과 참가자로 나눠서 하는 대규모 술래잡기야. 어떤 수단을 쓰든지 상관없이 운영 측 토끼들이 찬 밴드를 얻으면 되는 거야.”

휙. 『스즈』는 손에 들고서 가지고 놀던 토끼 귀를 던져주었다.

“하. 취미 한번 재밌네. 그래서 나 같은 애들을 모을 수 있었던 건가.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나를 위해 애써줄 거라면 이건 줘도 되는데?”

“음… 그것도 좋지만, 경품 교환은 토끼 귀를 많이 모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해 주나 보더라고. 그러면 라브 쨩 거는 마지막 한 개로 받을까 싶어서.”

장난이 떠올랐을 때 나오는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

“오케이. 너는 적당히 놀다 와라. 나는 나대로 일단 헬멧이 진짜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올게. 그래서 언제부터 시작할 건데?”

“? 아. 17시 정각이니까 곧 시작하겠네.”

방에 놓인 디지털 시계로 눈을 돌린다. 10초 전이었다.

“...그런데 도망치는 쪽이 계속 방 안에 숨어 있으면 어떻게 돼?”

“에이~. 그러면 안 되지 라브 쨩. 당연히 바니걸들 개인실은 금고 말고는 잠금이 해제돼 있을 거 아냐.”

내가 입을 반쯤 벌리고 있는 동안 방 안은 고요에 휩싸인다.

철컥.

팅.

데구르르.

좁은 방바닥에 금속으로 된 구체가 굴러왔다.

“오~! 과격한 참가자가 있나 본데~.”

『스즈』는 웃더니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부터 뒤집어썼다.

“젠장! 갑자기 이러기야!?”

나는 토끼 귀를 머리에 쓰고 다급하게 방을 뛰쳐나왔다.

등 뒤에서 무식하게 큰 소리가 나더니 강한 빛에 내 그림자가 잠깐 보였다. 긴 귀가 달려 있다. 그림자만 봐도 우스운 꼴이었다.

“아 진짜! 이딴 꼴을 하고 도망다니라고!? 진짜야!?”

밖에 있던 건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장비를 한 로봇 녀석이었다.

“노크 정도는 해라!”

영거리에서 배에 산탄총을 쏴서 일단은 하나 해치웠다.

아까 들은 바로는 반격을 해도 괜찮은 모양이다. 부상을 입혀도 되는 대신 부상을 당해도 상관없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는데. 제대로 읽지는 않았지만 나도 뭔가 서명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시간이 다 될 때까지 토끼 귀를 지켜내면 보너스가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스즈』를 이기게 해서 경품도 얻고 나도 보너스를 챙기면 일석이조인 셈이다.

“똑똑히 보라고! 반드시 살아남아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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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3.09번역

소설핫산) 로드 오브 라브: 쉽 오브 라브 - 1

#코마카제 라브#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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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
takeshi_chips작가
게시물 12개
슬DC
슬로보단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5.03.09 18:58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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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나
ㅇDC
ㅇㅇ125.03.09
디시콘
ㅇDC
ㅇㅇ2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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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ament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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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짱의 귀여운 점들이 점점 밝혀지고 있어…
Hhikokin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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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핫산) 선생 「키보토스… 1년만이네.」
ㅇㅇㅇ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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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핫산) 샬레로부터의 공지 2
多多次元ようかん(活動終了)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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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
에에이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