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기준 5,08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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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마음껏 웃어줘
-호시노-
정처 없이 홀로 밤거리를 걷는다.
정말이지, 참으로 고요하기 짝이 없다.
밤은 깊어, 슬슬 날짜가 바뀔 무렵이었다.
천천히 걷는다. 한 걸음, 두 걸음, 세어가며 걷는다.
상점가 옆을 지나칠 때, 편의점 불빛이 보였다.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었고, 한가해 보이는 점원이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마치 빛에 이끌리는 나방처럼, 나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나를 발견한 점원이 황급히 만화책을 덮고 어서 오세요, 라고 말했다.
주먹밥을 몇 개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현금 계산할게."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거스름돈이 없도록 계산하고 가게를 나왔다.
주먹밥이 든 비닐봉지를 흔들거리며 다시 밤길을 걸어간다.
생각했던 대로, 유메 선배는 깨어 있었다.
"호시노쨩, 무슨 일이야?"
샬레 집무실에 나타난 나를 보자마자 그렇게 물어왔다.
"역시 아직 일하고 계셨네요."
허리에 손을 얹고 한숨을 내쉰다.
"벌써 날짜가 바뀌려고 한다고요?"
"그렇긴 한데, 적당한 곳까지는 끝내두고 싶어서 말이야."
유메 선배는 헤벌쭉 웃었다.
"4인분이라 시간이 좀 걸리네."
"4인분이요?"
"아비도스로의 전학 신청서 작성."
"아아, 아리우스 스쿼드 애들 거 말이죠."
생각해 보니 지명수배 해제도 필요했다.
에덴 조약 조인식에서 테러 행위를 저지른 실행범들이니까.
게다가 미카 씨의 건으로도 퇴학을 철회할 수 있도록 손을 쓰고 있고.
"호시노쨩은 오늘도 순찰?"
"아뇨, 오늘 밤은 느긋하게 쉬고 있어요. 요즘은 히나랑 교대로 돌고 있어서요."
"잘 됐다, 그거."
유메 선배는 정말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독하게 단순하다, 이 사람은.
언제나 생각하는 그대로가 표정에 드러난다.
나에게는 무리였다.
이런 식으로 감탄하거나 웃거나 울거나 할 수 없다.
하찮다고? 아아, 그래. 확실히 하찮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나는 보잘것없는 인간이니까.
"호시노 쨩?"
유메 선배가 물어왔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서둘러 웃어 보였다.
"자, 선물이에요."
"에, 정말? 고마워. 마침 배고팠거든."
냉큼 주먹밥을 집어 들더니, 선배는 깜짝 놀랄 만큼 능숙하게 포장을 벗겼다.
"여기 연어 주먹밥, 꽤 맛있단 말이지."
"주먹밥은 역시 연어죠."
"명란젓도 버리기 아깝지만."
"아아, 확실히요."
"그냥 명란젓이랑 구운 명란젓 중에 어느 쪽이 좋아?"
"그건 어려운 질문이네요."
시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조금 마음이 진정되었다.
유메 선배는 내가 농담을 하면 웃고, 화를 내면 미안 미안 하며 사과했다.
나도 유메 선배가 농담을 하면 웃고, 화를 내면 사과하거나 화제를 돌리곤 했다.
시간은 묘하게 빨리 흘러, 정신을 차려보니 심야 2시가 지나 있었다.
"호시노쨩, 무슨 일 있었어?"
유메 선배가 몹시 진지한 얼굴로 물어왔다.
평소와 다름없으려 애썼는데, 전부 꿰뚫어 보고 있었다.
"……왜 돌아오신 거예요?"
나는 고민 하나 숨기지 못한다.
"헤일로가 없는 지금 선배의 몸은 총알 한 발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을 만큼 연약하다고요?"
유메 선배의 몸놀림은 2년 전과 변함이 없다.
아니, 1년간의 연수인지 뭔지에서 험한 일에 대처한 탓인지 오히려 예전보다 강해져 있다.
그럼에도 내구력의 현저한 저하는 흘려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래 축제,"
유메 선배는 대답했다.
"약속했으니까."
그 얼굴은 기쁜 듯이 웃고 있었다.
아아 정말, 하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어디까지 나를 기쁘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거야, 이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유메 선배를 지키고 싶다.
새삼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일 따윈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유스티나 성도회 시스터들의 망령을 전멸시키는 정도밖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선배 곁에 있고 싶었다.
선배를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해요.
저기, 유메 선배.
세계보다도, 자신보다도 소중해요.
물론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마음속으로 마치 주문처럼 읊조렸을 뿐.
말하지 않는 편이 좋아, 이런 건.
가슴 깊은 곳에 살며시 간직해 두는 거다.
애초에 부끄러워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괜찮아, 제대로 알았으니까."
그런데 유메 선배가 그렇게 말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설마 생각하던 것을 그대로 말해버린 걸까.
"……그렇다면 이제 다시는 사라지지 말아 주세요."
"응! 맡겨줘!"
2년 전부터 뻔히 알고 있었지만, 역시 유메 선배에게는 당해낼 수 없다.
-사오리-
베아트리체로부터 아츠코를 되찾는 싸움을 마친 지 열흘이 지나려 하고 있었다.
아비도스는 터무니없이 황폐해져 있었고, 자치구 대부분에 모래가 밀려오고 있다.
낮에는 살을 태울 듯 덥다가도 밤이 되면 금세 공기가 차가워진다.
하지만 습기가 별로 없는 탓인지 더워도 불쾌하지 않고, 그저 무척이나 상쾌하다.
학생이 9명뿐인 아비도스 고등학교는 텅 비어 있어서.
그 사실에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반대로 평온함을 느낄 때도 많았다.
이제 아비도스야말로 내가 있을 곳이었다.
"삿쨩, 뭐 해?"
노을진 붉은 빛 속에서 운동장 구석에 놓인 롤러 위에 걸터앉아 있었더니, 등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아츠코가 서 있었다.
아리우스 스쿼드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복장이 아니라,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다.
세리카와 마찬가지로 흐트러짐 없이 상의까지 제대로 갖춰 입고 있었다.
한 손에는 삽을 들고 있고, 드러난 무릎에는 흙이 묻어 있다.
"무릎에 흙이 묻었다."
"어? 그래?"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아비도스에 편입한 뒤로 아츠코는 꽃 가꾸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운동장 구석에 화단을 만들고 페튜니아니 샐비어니 하는 것들을 심고 있다.
"삿쨩도 돕지 않을래? 재밌어."
"아니, 사양하겠다."
아츠코는 어떻게 해서든 나를 돕게 하고 싶은 모양인지, 거절하고 거절해도 계속 권해온다.
"별로 관심도 없고."
"하고 싶어지면 언제든 말해줘."
아아, 왜 포기를 안 하는 걸까.
아츠코는 상당히 변한 기분이 든다.
전보다 훨씬 잘 웃게 되었고, 여러 가지 일을 서슴없이 말하게 되었다.
그게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딱히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영차"
무슨 귀여운 소리를 내며 아츠코가 내 옆에 앉았다.
"아아, 힘들다~"
"계속하고 있었던 건가?"
"잡초 같은 걸 뽑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해가 저물어간다.
유난히 커다란 태양이 보고 있는 사이에도 그 몸을 감추어간다.
하늘에 뜬 구름은 조각조각 나 있고, 그 밑면은 붉게 물들고 등쪽은 어둠을 머금고 있다.
바람이 불어 눈앞의 초원이 흔들린다.
스르륵, 소리를 내며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달려 나간 것처럼.
"슬슬 돌아갈까?"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터는 아츠코.
그 모습을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왜 그래?"
"키, 컸나?"
"음, 글쎄. 재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커졌다."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2센티미터는 컸어. 틀림없다."
"왜 기뻐 보이는 거야?"
"기쁜 일이니까 그렇지. 당연한 거 아닌가?"
"음, 그런 거야?"
"그래, 그런 거다."
자신 있게 단언한다.
"하지만 슬슬 잘 안 클 때잖아?"
"우유를 마셔라, 아츠코."
"저기, 그거 잘 못 마시는데."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많이 마시면 아직 성장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니. 하루 1리터를 목표로 해라."
"그러니까, 못 마신다니까?"
도망치듯 걷기 시작하는 아츠코.
나는 곧장 나란히 서서 우유의 효능을 정중히 설명했다.
몸에 좋다느니, 뼈가 튼튼해진다느니, 칼슘을 섭취하면 덜 욱하게 된다느니.
네 네, 하고 아츠코는 대충 대답해 버렸다.
오늘 저녁은 아야네와 세리카가 학교 식당에서 대접해 준 카레였다.
"역시 카레는 최고네요!"
곱빼기로 담은 카레를 세 그릇이나 비운 히요리가 만족스러운 듯 배를 쓰다듬고.
"좀 자제해, 히요리."
자기도 두 그릇째 돌입했으면서 미사키가 핀잔을 주고.
"괜찮지 않아? 카레, 나도 좋아해."
"응, 맛있는 건 배부를 때까지 만끽해야 해."
"아저씨도 조금만 더 먹어볼까나~"
세리카와 시로코, 그리고 호시노 선배가 거들고.
아츠코와 아야네는 그저 생글생글 웃고 있고.
"히요리 쨩은 카레만 나오면 꼭 두 번은 더 먹네요~"
감탄하듯 노노미가 그런 말을 하기도 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두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더니,
"잠깐, 사오리 선배!"
왠지 볼을 부풀리며 세리카가 다가온다.
"아까부터 너무 웃고 있어."
"미,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사과해 버린다.
그렇군, 웃고 있었나, 내가.
"가능하다면 아비도스에 가고 싶다."
학교에 다녀보지 않겠냐고 유메 선생에게 제안받은 나는 그렇게 대답했었다.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인 선생의 모교에 몸을 담아보고 싶어졌다.
미사키도, 히요리도, 그리고 아츠코도 함께 와주었다.
"설마 두고 간다는 소린 안 하겠지?"
"에헤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함께 가자, 삿쨩."
변해가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그건 모른다.
아마 그런 문제가 아닐 것이다.
잃는 것도 있겠지만,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야만 한다.
원한다면 손을 뻗어야 한다.
그래도 닿지 않는다면 발도, 몸도 뻗어야 한다.
설령 닿지 않는다 해도, 망설이고 고민하며 그저 멍하니 서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아비도스에 막 전입한 우리 넷은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살고 있다.
차례대로 씻고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마친 뒤 거실에서 쉬고 있으니,
"공주, 히요리, 세수는 했어?"
마지막으로 욕실에서 나온 미사키가 마찬가지로 거실에 있는 두 사람에게 말을 건다.
"아직인데."
"저도 아직이에요."
"그럼 얼른 씻어. 제대로 세수하고 자지 않으면 여드름 나기 쉬우니까. 기껏 예쁜 피부 가졌으니까 소중히 해야지?"
나쁜 예감이 들어 몰래 발걸음을 옮겼지만,
"리더."
단번에 불러 세워졌다.
"리더도 세수해."
"아니, 나는 괜찮다."
"무슨 소리야. 여드름 난다니까?"
"아니, 됐다니까."
저항을 시도해 보지만 미사키는 포기하지 않는다.
"삿쨩, 씻자?"
"개운해져요!"
그렇게 말하는 아츠코와 히요리는 벌써 얼굴에 거품을 묻히고 있다.
"난 됐다."
빠른 걸음으로 자기 방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미사키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자, 씻는 거야."
"그러니까 됐다니까!"
"안~돼."
결국 세수를 하게 되었다.
여자아이 같아서 조금 부끄럽다.
게다가 얼굴을 씻은 뒤에 보습액이니 로션이니 하는 것들까지 발라졌다.
정말이지 영문을 모르겠다.
거울을 보니 뺨이나 이마가 매끈매끈하다.
"나에게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만……"
투덜거리며 방으로 돌아온다.
내일 일정을 확인한 뒤 침대에 들었다.
억지로 얼굴을 씻긴 탓에 잠 기운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잠시 눈을 감고 있었지만 역시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난다.
침대를 빠져나와 책상 불을 켠다.
은은한 불빛이 책상 위를 비추었다.
그 불빛 한가운데에 스마트폰이 있었다.
완전히 익숙해진 순서로 모모톡을 불러낸다.
유메 선생과의 대화가 화면에 가득 나타났다.
나는 가끔 이렇게 선생과의 연결을 확인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한두 번의 실패로 길이 막히는 일 같은 건 없어."
유메 선생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친다.
"이 앞에 이어질 미래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니까!"
우리를 믿고 밝은 미래로 이끌어준 선생의 목소리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나는 중얼거렸다.
고마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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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준 5,78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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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She is so wonderful
-호시노-
"이런 거, 어때!?"
탈의실 커튼을 힘차게 열어젖히며 유우카에게 묻는다.
샬레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쇼핑몰에서 옷을 입어보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유메 선배를 도우러 왔던 유우카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호시노 선배, 엄청나게 의욕이 넘치시네요."
라며 핀잔을 주었다.
"이, 이건 그…… 이런 게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입어보고 있는 것은 세련된 블라우스와 스커트.
"내일 같이 아쿠아리움에 가지 않을래?"
라며, 헤어질 때 유메 선배로부터 권유를 받아서.
어쩌면 근사한 가게에 들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됐을 때 창피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옷은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마침 좋은 기회인 것이다.
그런 취지를 열의를 다해 변명했다.
그에 대한 유우카의 반응은,
"하아."
뿐이었다.
"그래서…… 어때?"
"별로네요."
단칼에 베였다.
"무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절절하게 전해져 와요."
거침없이 속사포처럼 내뱉는다.
솔직한 의견을 구한 건 이쪽이지만 말이야.
"그럼 유우카, 괜찮아 보이는 걸로 골라줘."
"네네."
둘이서 둘러본다.
유우카 앞에서는 유메 선배의 말투를 흉내 내지 않는다.
유메 선배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들켰기에, 이제 와서 꾸밀 필요도 없다.
"아쿠아리움에서 유메 선생과 데이트, 인가요?"
옷걸이에 걸린 옷을 음미하며 유우카가 중얼거린다.
"물고기, 좋아하세요?"
"응, 정말 좋아해. 물고기뿐만 아니라 바다 생물 전부."
"특별히 좋아하는 애라도 있어요?"
"어느 하나 고르기 어렵지만, 내 추천은 고래야. 커다란 몸에 동그란 눈, 애교 섞인 표정이 정말 참을 수 없거든."
멈추지 않는 나를 유우카가 흥미로운 듯 바라본다.
"왜?"
"아뇨, 그냥."
후훗, 하고 입가에 미소를 띠는 유우카.
"행복해 보여서요."
"에이, 뭐…… 응."
헤에, 하며 놀리는 듯한 목소리.
"치사해, 유우카는."
"네?"
"나만 부끄러운 꼴을 당하고 있잖아."
"그러게요."
시원하게 웃으며 유우카는 꺼내 든 옷 한 벌을 내 몸에 대보았다.
"호시노 쨩, 귀여워!"
다음 날 아침. 우리 집까지 데리러 와준 유메 선배의 첫마디가 이것이었다.
유우카가 자신 있게 추천해 준 하얀 원피스.
어깨에 멘 동그란 고래 파우치도 내가 걸치기엔 너무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잘 어울려! 미소녀! 유우카 쨩, 굿 잡!"
아낌없이 칭찬해 주는 유메 선배.
응, 유우카를 믿고 구매한 보람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며 선배가 타고 온 차로 시선을 돌린다.
은색 스포츠카였다.
다만 왠지 모르게 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것과는 모양이 다른 느낌이 든다.
날개 같은 것이 꼬리 쪽에 달려 있고, 프런트 아래에는 눈 치우는 삽 같은 것이 끼워져 있다.
배기가스가 나오는 곳은 유난히 커다란, 마치 대포 같은 것이 매달려 있었다.
절대로 순정 사양은 아니네.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서 있자,
"자, 어서 타."
득의양양하게 유메 선배가 그렇게 말했다.
"저기……"
왠지 아주 위험한 느낌이 든다.
"타라니까?"
"……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차에 올라탄다.
시트에 앉는 순간, 등이 쏙 들어갔다.
마치 시트가 껴안아 주는 듯한 느낌이다.
"저기, 선배."
"응?"
"이 시트 말인데요."
유메 선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좋지, 버킷 시트. 딱 달라붙잖아. 이왕 하는 거 큰맘 먹고 질러버렸어. 시선이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거든. 벨트도 제대로 된 4점식이고."
유메 선배의 해설을 들으며 나는 당황하고 있었다.
아니, 저기, 그게, 안전벨트 매는 법을 전혀 모르겠는데요?
어디를 어디에 고정해야 하는 거죠?
"그럼, 출발할까."
유메 선배가 키를 돌리자 엄청난 소리가 났다.
엉덩이 밑에서 진동이 울려 퍼진다.
역시 엔진도 순정은 아닌 모양이다.
경직된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유메 선배는 아주 능숙한 몸짓으로 기어를 넣고 엑셀을 밟는 동시에 핸들을 움직였다.
도로에 멋진 블랙 마크를 남기며 차가 반 바퀴 회전한 뒤, 뛰어난 마력당 무게비를 발휘하며 튀어 나갔다.
엄청난 가속도에 몸이 시트에 파묻혔다.
"유메 선배! 안전 운전! 안전 운전 부탁드려요!"
공포에 휩싸여 나는 온 힘을 다해 항의를 시도했다.
"알고 있어, 알고 있다니까."
그렇게 말은 하지만, 고작 일반 도로를 달릴 뿐인데 어째서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는 걸까.
엄청난 기세로 차가 가속해 간다. 2단에서 3단.
무서울 정도로 매끄러운 시프트 업이었다. 낭비가 전혀 없다.
4단. 훨씬 앞에서 달리고 있던 차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 앞차가 빨간불에 멈췄다. 부딪힐 줄 알았다. 정말로.
"유메 선배!"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지만, 직후 차는 허무할 정도로 가볍게 멈춰 섰다.
앞차와의 거리는 약 10센티미터.
"어? 멈췄어?"
깜짝 놀랐다.
유메 선배는 뿌듯한 듯 미소 짓는다.
"패드가 하이퍼 카본 타입이라서 말이야, 로터 표면에 피막을 만들거든. 제동 폭이 넓다고 해야 하나, 익숙하지 않으면 덜 밟기 쉽지만 그만큼 세밀한 컨트롤이 가능해."
저기요?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그리고 중요한 건 로터야. 돈은 좀 들지만 역시 슬릿 방식이 좋아. 응답성이 전혀 다르거든."
거의 독무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신나서 떠들면 떠들수록 차의 속도가 빨라지는 느낌이 든다.
왠지 이건 위험하다. 아주 위험해. 본능이 호소하고 있다.
다른 화제는 없을까. 아무거나 좋다. 차 이외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유우카는 언제부터 선배 일을 돕기 시작했나요?"
다급한 나머지 겨우 생각해낸 것이 그것이었다.
기분 좋게 떠들던 유메 선배가 나를 보았다.
차의 속도가 조금 떨어졌다.
"선배의 요청이 없어도 밀레니엄에서 정기적으로 오고 있죠?"
"월요일 아침이지."
지금은 평범한 속도로 달리고 있다.
아아, 다행이다.
"내가 선생으로서 샬레에 부임하자마자 바로 달려와 줬어."
"선배가 보기에 어떤 아이인가요?"
"야무지고 상냥한 아이야."
"저랑은 정반대네요."
내 말을 들은 유메 선배가 후훗, 하고 웃었다.
"그건 어떨까?"
"아, 머리 쓰다듬지 마세요."
빨간불에 멈췄다.
아쿠아리움은 이 신호에서 왼쪽으로 꺾어 다시 몇 분 더 달린 곳에 있다.
"유메 선배, 여기서 왼쪽이에요."
반응이 없다.
"선배, 왼쪽으로 꺾어야 한다니까요."
역시 반응이 없다.
이상하게 생각되어 유메 선배를 확인했더니, 오른쪽을 보고 있었다.
그쪽에는 유메 선배와 같은 스포츠카가 서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부품이 여기저기 달려 있다.
옆 차에서 요란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맞대응하듯 유메 선배가 엔진을 공회전시킨다.
두 대의 차는 빨간불 앞에서 노즈를 정지선에 딱 맞춘 채, 그 심장인 엔진을 격렬하게 떨며 서로 겨루고 있었다.
곧 신호가 바뀐다. 빨간색에서 초록색으로.
――이건 설마…….
"호시노 쨩."
"네, 네."
"안전벨트, 꽉 매두렴."
아아, 신호가 바뀐다.
"날아간다!"
"우욱…… 속 울렁거려."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도로변에 주저앉았다.
아쿠아리움 주차장에서 구역질을 견디고 있자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유메 선배가 차에서 내린 모양이다.
"이야~ 좋은 승부였어."
등 뒤에서 들려온 것은 참으로 만족스러운 목소리였다.
"상대도 제법 솜씨가 좋았고 말이야. 뭐, 종이 한 장 차이라도 이긴 건 이긴 거니까."
유메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심호흡을 반복했다.
롤러코스터가 훨씬 낫다고 생각되는 탈것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을 줄이야.
겨우 일어설 수 있게 되어 우리는 아쿠아리움에 들어갔다.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크고 작은 다양한 바다 생물들.
아래층까지 이어진 거대한 터널형 수조 안을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머리가 삼각형인 상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은 도미. 우아하게 선회하는 것은 바다거북이다.
두 마리가 나란히 선 가오리가 사람 얼굴처럼 보이는 배를 보여주며 가로질러 간다.
수천 마리나 된다는 정어리가 떼를 지어 뱅글뱅글 돌며 신비로운 구체를 그리고 있다.
"대단해……"
수조에 달라붙어 약동하는 바다의 생명력에 매료되고 만다.
그런 내 눈앞을 갑자기 커다란 고래가 가로질러 간다.
"으헤!?"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듯 뒤로 넘어지고 만다.
"괜찮아?"
유메 선배의 손을 빌려 가뿐히 일어난다.
"감사합니다."
"천만에. 최고의 순간을 찍게 해줘서 고마워."
스마트폰을 한 손에 들고 만면에 미소를 띠는 유메 선배.
"나중에 압수예요."
"히잉!?"
거대한 터널형 수조를 지나 안쪽으로 나아간다.
따뜻한 바다에 서식하는 알록달록한 물고기들.
심해에 사는 신비로운 생물 등이 이어진다.
해파리 구역은 조명이 한층 더 낮아져서 플라네타리움 같은 분위기다.
"선배, 이것 보세요!"
둥실둥실, 떠다니듯 헤엄치는 해파리들.
"귀엽네."
유메 선배는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다.
"마카롱 같아."
선배도 똑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선배, 사진."
스마트폰을 나에게 향하는 유메 선배.
"그게 아니라요."
내 시선은 옆 수조 앞에서 어깨를 맞댄 여자아이 둘에게 향해 있었다.
그중 한 명이 팔을 뻗어 들고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는 그녀들 자신을 비추고 있다.
유메 선배는 요청에 응해주었다.
나와 어깨를 맞대고 셔터를 누른다.
찍힌 사진을 둘이서 확인하니 내 얼굴은 긴장해서 굳어 있었다.
"호시노 쨩, 표정이 딱딱해."
"웃는 건 서툴러서요."
"좋아, 그럼 한 번 더."
결국 다섯 번이나 다시 찍는 신세가 되었다.
그동안 유메 선배는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관람로를 따라 더 나아가자 많은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쿠아리움 한편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바위 해안을 재현한 수조 안에는 15마리의 훔볼트펭귄이 있었다.
마침 쇼가 열리는 모양인지 안쪽에서 무전기를 착용한 사육사가 나왔다.
"볼래?"
"네."
훔볼트펭귄의 특징을 사육사가 정중하게 설명하고 있다.
배의 무늬는 한 마리씩 다 다르고, 형제나 부모 자식이라면 닮기도 한다고 한다.
한 마리의 펭귄을 안아 올려 유리창 이쪽에서 보이도록 해주었다.
다른 펭귄들은 사육사의 발치에 모여 있다.
오른쪽으로 걸으면 뒤뚱뒤뚱 오른쪽으로 따라간다.
왼쪽으로 걸으면 다시 뒤뚱뒤뚱 왼쪽으로 따라 걷는다.
"귀여워……"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고 매료되고 만다.
이어서 물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보여줄 모양이다.
어떻게 하나 했더니 사육사가 작은 물고기를 물속에 던져 넣었다.
일제히 뛰어드는 펭귄들. 물속을 총알처럼 가로지른다.
그 모습은 마치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저 펭귄 말이야."
어째서인지 유메 선배는 바위 구석을 보고 있었다.
작은 물고기를 찾아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펭귄들에게서 떨어진 곳에, 느긋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 펭귄 한 마리.
"왠지 호시노 쨩 같아."
"저렇게 다리가 짧지는 않은데요."
"다들 쇼에 참가하고 있는데 자기 페이스를 무너뜨리지 않는 점이라든가."
낮잠에서 깨어난 그 펭귄은 좌우로 고개를 흔들며 주변 상황을 확인한다.
"드디어 일어난 모양이네요. 쇼는 이제 끝났습니다만."
눈치챈 사육사가 곧장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 와중에 문제의 펭귄은 다시 잠들어 버린다.
모여든 손님들로부터 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비웃어도 태연하고…… 정말 호시노 쨩이랑 판박이잖아."
승리감에 젖은 유메 선배의 미소는 펭귄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서.
펭귄 쇼는 대성황 속에 막을 내렸다.
파도 소리가 들떠 있던 마음을 가라앉혀 간다.
아쿠아리움을 뒤로한 우리는 차를 타고 근처 해변으로 이동해 있었다.
"기분 좋네, 호시노 쨩."
우리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파도치는 해변에서 파도와 장난치고 있다.
황혼 녘의 백사장에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호시노 쨩."
"왜요?"
"오늘 함께해 줘서 고마워."
하아, 하고 커다란 한숨이 돌아온다.
"제 대사, 가로채지 말아 줄래요?"
발밑의 파도를 차며 호시노 쨩이 웃는다.
"유메 선배."
"응?"
"저, 선배한테 어떻게 보답하면 좋을까요?"
옆에서 들리던 발소리가 멈춰 있다.
나도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기다리고 있던 것은 호시노 쨩의 진지한 표정.
"딱히 보답 같은 건 안 해도 돼."
"하지만."
"그럼 다음에 또 같이 가줄래? 오늘처럼."
"……네."
승낙하면서도 납득은 하지 못한 모양이다.
보답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하나 더, 부탁해도 될까?"
"뭔데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하며 호시노 쨩이 몸을 내민다.
"나나 아비도스로부터 해방되었으면 좋겠어. 얽매이지 않았으면 해."
의외의 발언이었는지 눈을 크게 뜨는 호시노 쨩.
"무슨 소리예요?"
"장래에 대한 거야. 좀 더 자유롭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무언가 신경 쓰이는지 호시노 쨩은 오른손을 가슴에 얹었다.
그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자유라는 게 뭘까요. 저는 모르겠어요."
"좀 더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되는 거야."
"말씀하셨죠?"
호시노 쨩이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확답, 받았으니까요?"
수평선 너머로 저물어가는 태양 아래,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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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대극락 세계선ㅋㅋ
아비도스에 유메가 둘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