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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멸(光滅), 그 끔찍한 사태는 결코 잊히지 못할 이야기를 남기고 말았다. 축제는 엉망이 되었고, 수많은 사상자가 생겼으며, 발광(發光)의 공포는 모두의 피부에 새겨졌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시간은 흐르고 날은 새로 밝아야 하는 법. 밤이 다시 지나 다시 한 번 태양이 저 위에 떠오르니,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직 수습을 다 못했나보네. 하긴, 그 정도 일이 벌어졌는데."
"으... 차라리 꿈이길 바랬는데, 아니었네요."
검은 고양이와 솜사탕 소녀는 어제 격렬한 전투를 펼쳤던 그 카페에 있는 거리에 서있었다. 그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온갖 난리란 난리는 전부 쳤던 지라, 외부에서 봐도 박살나고 싹 태워진 것이 눈에 보였다.
"....이봐, 거기 둘! 여기 들어오면 안 돼! 지나가는 길이면 따로 만들어둔 임시 통로가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라고."
그리고 지금, 커다란 로봇 한 대가 둘을 보고는, 이내 팔을 움직여 임시 통로 쪽을
"아, 죄송..."
"죄송합니다!!!!!!!!"
"어잇! 깜짝이야!!"
우렁찬 사과소리에, 잔해를 치우던 작업자들이 그 소리의 근원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뭐여, 지진 났어?"
"사이렌이냐? 뭔데?"
"죄송합니다, 이만 가볼게요!"
"우에에에에...."
그리고 이내, 카즈사는 레이사의 목덜미 소매를 잡아당기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아무것도 아니니까, 빨리 이것들 후딱 치워. 알겠어?"
"네~"
그리고 지금 카즈사는 레이사와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레이사의 우렁찬 목소리에 대한 지적은 덤이다.
"얌마, 데시벨 좀 낮추면 안 되겠어? 그거의 반이어도 시끄러운 마당에!"
"이건! 하도 습관처럼 된 지 오래라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물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쉽지 않네요!"
"시끄럽다니까!"
-꽁!
"으악, 이것도 줄인 거란 말입니다, 쿄야마 카즈사!"
"더 줄여!"
그래도, 이 둘의 관계는 이번 사태를 통해 조금은 더 가까워진 거 같으니 괜찮다면 나름 괜찮은 부분도 있다. 뭐, 그거 하나 빼고는 다 좋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나저나, 저 사람들. 카이저 코퍼레이션 쪽의 사람 아닌가요?왜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걸까요?"
"그거? 걔네들이 축제 경호업체로 선정됐었잖아?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지다보니 바로 머리부터 수그리던데? 책임을 통감한다 어쩌구저쩌구하다가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 뭐 그런 사과문 썼었는데, 너 못 봤어?"
"그랬었습니까? 몰랐습니다."
평소라면 어떻게든 버티고 늘어질 그 악명 높은 회사가, 바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 일은 아무리 체급이 큰 회사라 할 지라도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모모프렌즈 쪽 회사도 바로 사과문 올라오고 그랬잖아. 거긴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자필로 썼던데. 하여튼, 하루아침에 일이 너무 많이 벌어져서 다들 바빠."
"....왠지 불쌍한데요. 이런 게 터질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그러게, 아닌가. 따지고 보면 전조는 있었잖아. 그때 처음에 헤일로 붉게 변했던 녀석을 어제 일어났던 일의 경고로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말이지.."
쿄야마 카즈사는 생각했다, 그때 그 붉은 헤일로를 그냥 넘기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그러면 아이리도, 요시미도, 나츠 녀석도 휘말리지 않았을텐데 말이야..."
트리니티 구교사에 갇혀있는 셋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못해, 한숨이 절로 쉬어졌다. 옛날 카스 팔루그 시절처럼, 그녀는 혼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다시 함께 할 수 있을 날이 언제일지도 알지 못하니, 이는 그녀의 마음을 더욱 울적하게 만들었다.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아야만 하는데... 젠장,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네.'
"...야마?"
'하, 무작정 돌아다닌다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도와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마. 카즈.."
'아, 머리 아파. 이대로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는데, 나는 정말...'
"쿄야마 카즈사아아!!!"
"우왁씨!!!"
고막을 직접 싸대기를 날리는 듯한 엄청난 음파 공격. 반사적으로 카즈사는 바로 주먹을 레이사의 이마에 날렸지만, 소녀는 바로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었다.
"왜 주먹을 날리십니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몇 번을 부르는 데도 반응이 없었지 않습니까!"
"그랬어?"
"그랬습니다!"
그 순간 카즈사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생각에는 틀린 점이 있지 않은가.
"그래, 생각해보니 혼자는 아니네.... 그런데 왜 불렀던 거야?"
"어... 음... 그게, 음..... 그 분명, 언젠가 분명, 그 셋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네, 그러니까.. 너무 울적해하지 말라고... 네, 그런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해주는 듯한, 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 그래서일까, 왠지 위로가 되는 건.
"그래, 고마워. 그런데, 뭐, 그런 표정 지을 정도로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스마트폰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전부 실시간으로 소통이 되고 있다고. 그럭저럭 다들 잘 지내고."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음, 그 둘도 이 사태에 휘말리지 않았으니 다행이고.."
"둘? 무슨 소리야?"
둘은 누구를 뜻하는 것일까, 카즈사는 물어보았다.
"아, 이건 제 친구들 이야기하는 거였습니다."
"네가 친구가 있었어?"
"그건 무슨 소리입니까?"
순간 흡하고 입을 다물어보는 카즈사였지만, 때는 늦어버렸다. 평소 너무 혼자 다니는 빈도가 높았기에 그 점에서 순수한 궁금증이 생겼던 거지만, 그렇게 말하고 난지 대답한 1초만에 이것이 순수한 무례라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어, 아니, 그건..."
"..........."
레이사는 순식간에 볼을 빵빵하게 부풀려졌다.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지도 모르니, 바로 변명에 들어간다.
"아니, 뭐...?! 계속 우리하고 붙어다니길래.. 우리 말고도 다른 친구들이 있었나 했지! 하하하..."
"우리 친구였습니까?"
"에이, 섭섭하게 왜 이래?! 우린 친구지.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철썩! 철썩! 철써억!!
"아야! 아야!!"
얼렁뚱땅 넘어가려 등을 철썩철썩 때려본다. 더 삐지기 전에 하루빨리 대화의 주제를 돌리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겠는가. 이제 둘밖에 없는데 둘의 관계가 소원해지면 그것만큼 곤란한 게 어딨겠는가.
"그러니까 우린..."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잉...!
그리고 그때 나이스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까. 카즈사의 스마트폰에 진동이 울려왔다. 그리고 발신자가 누구인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급히 전화를 받았다.
"하하하... 여보세요?"
-뭐야, 왜 기분 나쁘게 웃고 그래? 뭔 일 있어?
"어, 요시미, 너였구나! 마침 연락할까 생각중이었는데, 역시 우린 잘 맞는 구석이 있어, 안 그래? 하하하....
-너 뭐 잘못 먹었냐? 왜 이래?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황당함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카즈사는 속으로 안도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왜 전화했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아니, 뭐... 큰일이 생긴 건 아니고, 그냥. 그러고 보니, 오늘 학교에 온다고 했었나?
"어, 어저께 벌어진 일 때문에 트리니티에서 휴교령 때렸잖아. 개인 짐 있으면 다 빼라고 해서, 지금 학교로 가고 있단 말씀. 왜, 혹시 네 거 가져다 달라고 연락한 거야?"
-아니, 우리야 진작에 개인 짐이 다 여기로 옮겨졌어. 당분간 혼자 여기서 지낼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면회가 허용되는 것도 아니고~ 만날 수 있으면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오라고 말하려 했는데.
트리니티 수뇌부, 더 정확히 키리후지 나기사는 이번 사태를 색채 침공 때와 준하는 상황으로 여겼고, 그 결과 나온 것이 무기한 휴교령이었다. 정의실현부나 구호기사단, 시스터후드. 이 세 부서를 제외하고는 당분간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명령에, 학생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학교 가기 싫다고 생각했던 적은 많았는데, 이런 식으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지."
-그러게나 말이야. 당분간 공부는 안 해도 되긴 하는데, 이런 방식은 싫단 말이야. 하루도 안 지났는데 단 게 왜이리 땡기냐... 하핫.
"그런데 요시미, 정말 아무 이상 없는 거 맞아? 그냥, 뭐. 사소한 거라도 상관 없으니 솔직히 말해봐."
그냥 갇히게 된 것이 아니라 발광 현상이 일어났기에 갇히지 않았는가. 그리고 발광의 위험성은 이미 전해들었기에, 이를 확실히 확인해야만 했다.
-어, 그게 말이야. 전해들은 대로야. 잠을 못 자겠어. 이게 머리가 미치도록 아프다? 이유 없이 짜증이 치밀고, 막 화가 나고. 내가 이렇게 감정적이고 스트레스가 심했던 사람이었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고.
"........그래?"
-뭐 솔직히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 이렇게 말하고 지나갈 수는 없을 거 같아서. 이게 인내심이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엄청나게 약화시킨다고 해야 하나. 극단적으로 말해서 정신병 온 기분이야.
"..........."
-그래도, 뭐. 나 죽겠다 이 정돈 아니고. 나름 버틸 만 해. 그리고 뭐.. 넷이서 서로 전화 가능하잖아? 소통 수단이 다 차단된 채로 완전히 감금되었으면 하루 만에 미쳐버렸을 지 모르겠지만!
요시미는 농담조로 그리 말했지만, 카즈사의 표정은 별로 밝지 못했다. 별 일이 아니었으면 했지만, 별 일이 아닐 수가 없지 않은가.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을 수록, 그 마음은 더 울적해질 수밖에 없었다.
"요시미 씨?"
-엥? 우자와 레이사? 너도 같이 있었어?
"그렇습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까?"
-그렇지, 뭐. 그 전에, 고맙다는 인사부터 해야겠네. 그때 우릴 옮겨준 게 너였다면서? 신세를 져버리고 말았어.
요시미의 그 말에, 레이사는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일 뿐입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도.. 괜찮은 겁니까?"
-감동 먹었는데? 이렇게까지 걱정해주고. 그럼, 큰 이상은 없어. 나는 괜찮고, 아이리도 뭐 통화해보니까 그럭저럭 견딜만하다고 하고, 대화도 잘 나누고 있거든~ 다만, 밥은 맛없어. 그러니까, 너도 우리처럼 휘말려서 여기 오지 마. 반찬 투정 부리면 굶어야 하거든.
요시미는 한껏 아무렇지 않음을 표현하기 위해 억지로 쾌활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요시미는 자기도 모르게 언급하지 않았던 인물이 있었고, 레이사는 그 점을 지적해버리고 말았다.
"나츠 씨는요?"
-나츠? 어...... 음..... 어, 그게. 음. 어... 아하하하... 그게 말이지. 괜찮아질 거야! 걱정 안 해도 돼.
"그, 그렇습니까?"
"괜찮다"가 아니라 "괜찮아질 거야"는 뭔가. 분명 무언가 이상이 있다는 것이 확실했지만, 레이사는 더이상 캐물을 수가 없었다. 어쩐지, 더이상 다가가면 안 될 거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럼, 금방 돌아오겠지. 하하.. 아무튼,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야겠네. 땡큐! 언젠가 다시 밖에서 만나자고.
"네, 네!"
-그때까지, 우리 카즈사 좀 잘 부탁합니다? 그럼 끊는다! 둘 다 몸 조십하고!
-뚝!
그렇게 요시미의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카즈사는 그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누가 누굴 부탁한다는 건지, 원. 아무튼..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맘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들을 빼내려면 치료제든 이 현상을 일으킨 근본을 제거하든 해야 되는데, 그 어느 쪽에도 접근이 힘들었으니까.
"뭐, 여하튼. 우린 당분간 계속 같이 다녀야겠지. 뭐든 간에, 사소한 단서 하나라도 잡아야 하니까."
"그, 그래야겠죠? 그리고, 이즈나 씨도 조사를 해보겠다고 했으니까."
"그 '베아트리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분명 이 현상하고 관련이 있겠지? 그 괴물 녀석 입에서 나온 말이니까."
그래도, 소녀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 하나가 주어졌다. '베아트리체'. 이 인물을 아는 사람만 어떻게든 찾을 수 있다면, 분명 발광 현상의 해법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선생 녀석이 분명 다시 나타났다고 했지? 그리고 분명, 이 사태의 근본이 바로 그놈일 거야. 베아트리체라는 인물도, 그 녀석하고 분명 관련이 있겠지! 뭔 짓을 해서라도 찾아낸다. 감히 내 친구들을 건드려? 상대가 뭐든 간에, 철저히 짓밟아주겠어!"
카즈사의 분노는 대단했다. 그리고 레이사 역시, 그녀의 분노에 공감해주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해보는 겁니다. 디저트부 분들뿐만 아니라, 키보토스 모두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단서를 찾아내는 겁니다!"
선생이 이를 듣는다면, 얼마나 슬퍼할까. 친구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 선생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니,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데, 누구한테 물어본다? 아무한테나 막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길은 있으나 앞이 보이질 않으니. 실로 막막할 따름이다.
***
"주리, 이것들 좀 옮겨줄 수 있어?"
"아,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한편, 급양부 둘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바빴다. 급작스럽게 늘어난 인원들의 음식들을 해결해줘야 했기에, 그녀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으, 끝이 없는 거 같아요. 그래도 왜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까요?"
"원래 급양부는 우리 둘뿐이었으니까? 어느새 일당백이 다 되버린 거겠지. 음, 근데 재료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보니 어째 감당이 되려나.."
"위, 위에서 지원은 충분히 해준다고는 했는데..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할 수 있을 때까진 최대한 해봐야..겠죠?"
"물론이지. 후우...."
하지만, 후우카의 마음은 울적했다. 너무나 울적했다. 왜일까,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서? 그건 아니다. 이 정도로 힘들다 말하면, 게헨나의 급양부장 자리에 연 단위로 있을 수가 없다.
"선생님은 무사하실까...?"
그래, 선생이었다. 선생의 실종 소식은 급양부에게도 전해졌고, 이는 적잖은 충격을 주고 말았다. 애써 의연해보려고 하지만,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된 지금, 소녀의 마음은 너무나 괴로웠다. 당장이라도 다 때려치고 선생을 찾아나서고 싶었던 그녀였지만, 이내 책임을 져버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러지 못했다.
"선생님은... 무사하실 거에요. 그렇게 믿어야겠...죠."
후배가 선배를 위해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알기에 그녀는 어떻게든 기운을 내보려 했다.
"그래. 분명 선생님은 무사하실 거야. 분명 다시 돌아오시겠지. 하지만... 그래도 걱정되네."
".........."
"지금 굶고 있진 않은지, 어디서 고생을 하고 있는 거 아닌지. 무사는 한 건지.. 그런 걸 생각할 수록...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네."
어쩌면 나쁜 녀석들에게 붙잡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는 고문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걸 생각할 수록 소녀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선생님도 그러길 바라실 거야."
하지만 그래도, 지금 그녀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그렇기에 후우카는 다시 움직였다. 고생하는 사람들이나 환자들에게 맛없는 음식을 대접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지금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게요. 최선을 다할게요.'
그렇기에 기운을 내며,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뭇거릴 틈은 없으니까. 다만, 단 한 가지 걱정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좋고 맛있는 음식들을 대접해드리는 거였는데. 선생님....'
그렇게, 후우카는 다시 국을 젓기 시작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잠시 선생을 잊어야만 했다.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그땐 양껏 먹여드릴 테니까.. 무사히만 있어줘요!'
***
그리고 그런 후우카의 기도가 닿았을까. 선생은 무사했다. 문제는, 후우카가 바란 그 이상으로 무사했다는 것이다.
-와구와구와구와구 쩝쩝쩝쩝쩝 우걱우걱우걱....
"저, 다들... 천천히 먹어, 누가 안 뺏어가."
"뿌에에에엥!!! 너무 맛있쪄요!!! 우물우물우물쩝쩝쩝!!!"
지금, 아리우스 스쿼드와 선생은 왠지 정신없이 음식들을 해치우고 있었다. 온갖 중화요리로 이루어진 진수성찬이, 처량하기 짝이 없어보이는 이들에게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우적우적우적...
그리고 이런 이들을, 두 인물이 삐질대며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 굶기라도 한 건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하고 싸우는 듯한 기분이..."
"그만큼 루미 회장의 요리가 맛있다는 뜻이겠지."
"아니, 저건 그 수준을 넘어선 거 같은데..."
-와구와구와구와구와구와구....
"읍!"
음식을 먹다가 목이 막혔는지, 소녀가 그대로 물을 목구멍으로 들이킨다. 그러고 나니, 다시 음식들을 미친듯이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 아니겠는가.
"....믿을 수가 없군. 저 푸른 머리 녀석, 방금 전에 우리 둘하고 싸우던 그 녀석과 동일한 인물이 맞나?"
"그러게나 말이다."
"레이죠, 너도 먹을래? 거기.. 미나 씨도?"
"아니, 됐다. 저기엔 별로 끼어들고 싶지 않아."
그리고 지금, 하얀 머리의 남성이 바로 음식들을 목 안으로 꿀꺽 삼키고는, 여우 소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루미, 진짜 고마워. 다들 엄청 배고팠거든. 지치고.. 힘들고.."
"아냐, 선생님.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현무상회의 회장님은 그리 말했다. 그 말에 감격한 것일까, 더욱 게걸스럽게 먹어주는 것으로 대답했다.
"선생. 그런데.. 대체 어떻게 여기에 온 것이냐? 좀처럼 믿을 수가 없군."
"그러게, 미나야. 내가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나도 모르겠어."
".....선생이 모르면 누가 아나?"
"미안, 나도 설명이 힘들어."
"더, 더 주실 수 있나요?! 헤헤..."
"그럼, 많이 먹어."
루미는 군만두 한 접시를 더 대령해주는 것으로, 히요리에 문의에 대답했다. 그녀는 행복에 겨워, 거의 진공청소기라도 되는 것마냥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우에에에에엥!!! 맛있어요!!!"
"......당최 이게 뭔."
"그러게나 말이야."
앙숙일 수밖에 없던 미나와 레이죠는, 의견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었으니까.
-와구와구와구와구쩝쩝쩝.
그리고, 선생과 이들은 어째서 이 셋과 같이 있게 되었는가. 그 이야기를 하려면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후기-
https://novelpia.com/novel/230625
산해경 편, 시작합니다!
댓글 25
잠깐 저거 흰머리 선생이면 제3세계 선생이잔아...
레이사는 계속 보이니 이러다 정들겠슴다
정주행이 다시 필요하겠군요
어어 중간에 내가 뭘 빼먹었지...? 분명 잘 따라간다고 생각했는데...?? 화요일에 중요 일정 끝내고 직전 파트 정주행하겠슴다
글 제대로 안읽은 갤럼 검거
이쪽센세도 색채빔맞음
언제 애들 해주시켰대냐
뭐야 또 겁나 싸우려나 했는데 수뇌부쪽은 어찌저찌 잘 납치했나보네
해주 과정이 다음 화에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