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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학생들과의 인연 너머로 - 선도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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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리즈)

이 글은 시리즈의 20~23편 분량을 담고 있음

오타·오역 지적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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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문

【블루 아카이브】학생들과의 인연 너머로

블루 아카이브의 인연 에피소드나 메모리얼 로비의 뒷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SS를, 『되도록』 매주 투고하고 있습니다.

(미보유 학생이 있어서, 그 부분은 자료나 스토리 등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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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나츠의 마사지

「선생님, 어서 오세요. 우선 마실 것을 준비해 드릴게요. 차가 좋으신가요? 아니면 커피가 좋으신가요?」

「“차가 좋겠네. 부탁할게”」

오늘 방문한 곳은, 게헨나 선도부에 있는 『치나츠의 방』.

방에 있는 것은 나와 치나츠 둘뿐이라, 치나츠가 차를 준비하는 소리만이 방 안에 울려 퍼지고 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자스민 차입니다. 이제부터 편안하게 계셨으면 해서 차분한 향이 나는 걸 골라봤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고마워…… 응, 정말 맛있네. 역시 치나츠야”」

「아뇨, 아코 행정관에 비하면 전 아직 멀었는걸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기뻐해 주시니 다행이에요」

치나츠가 준비해 준 자스민 차의 향긋한 내음이 코를 빠져나가며, 무의식적으로 굳어있던 몸을 풀어준다.

「오늘은 피곤하실 테니, 달콤한 구움과자도 준비해 봤는데…… 어떠세요?」

「“고마워, 그것도 잘 먹을게”」

치나츠가 접시에 담아 내온 것은, 초코칩이 박힌 스콘이었다.

조금 들쑥날쑥한 모양을 보니, 치나츠가 직접 만든 것 같다.

입에 넣자 치나츠의 말대로 반죽이 조금 달게 되어 있어 쌉싸름한 초코칩과의 궁합이 좋았고, 차의 떫은맛을 완화해 준다.

어느 정도 만족할 만큼 먹자, 내가 먹는 모습을 말없이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치나츠가 침대 쪽으로 이동한다.

「그럼 선생님, 슬슬 시작해도…… 괜찮으실까요?」

「“응, 오늘은 부탁할게”」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위에 걸친 옷을 벗는다.

「……여전히, 선생님의 몸은 대단하시네요」

「“그런가? 나도 근력 운동 같은 건 별로 안 하는데……”」

「저희 학생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걸요. 그리고…… 상처도 꽤 많이 좋아졌네요. 그 후에 저도 치료를 했습니다만…… 제가 부족했던 탓에 흉터가 남아서……」

치나츠의 손이 복부의 흉터에 닿는다.

천천히, 훑듯이 복부를 만져오자 예전에는 아팠던 그곳이 지금은 그저 간지럽게만 느껴진다.

「“아니야, 덕분에 이렇게 살아있는 거고, 게다가 이 상처는 그때의 증표 같은 거라 마음에 들어 하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건―― 아뇨, 선생님께서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 다행입니다. 그럼,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도 뭐하니, 어서 누우세요……」

치나츠가 이끄는 대로 침대에 엎드려 눕는다.

「그럼, 오일을 바를게요」

병뚜껑이 열리는 소리에 이어, 물기 어린 질척한 소리가 난다.

치나츠의 손이 등에 닿고, 체온 정도로 데워진 오일이 발라지며 펴진다.

「세기 조절은…… 으음…… 어떠신가요?」

「“조금 더 세게 해도 괜찮아……”」

치나츠의 손가락이 등을 알맞은 세기로 눌러간다.

딱딱하게 뭉친 부분에 손가락이 걸리면, 꼼꼼하게 그 부분을 지압해서 풀어준다.

이렇게 마사지를 받는 건 별로 경험이 없지만, 무척 능숙하다는 건 문외한인 나라도 알 수 있다.

「“역시, 선도부 멤버들에게도 이렇게 마사지를 해줘?”」

「네…… 읏…… 이런 식으로 오일을 쓰지는 않지만…… 영차……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손바닥으로 문지르는 건…… 딱딱해라…… 하니까요」

즉 선도부 멤버라면 언제든지 이 치나츠의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는 거야?

부러워――

「선생님이라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해드릴…… 테니까요?」

「“……고마워 치나츠, 서로 시간이 맞으면 다음에도 부탁하고 싶어”」

치나츠의 손가락은 내 등 구석구석을 누볐고, 그 손이 떨어졌을 때 등은 가벼웠으며, 혈류가 좋아졌는지 피부 밑이 조금 가려울 정도였다.

「이걸로 등 쪽은 끝이에요. 다음은 앞쪽을 할 테니, 그대로 뒹굴 돌아서 똑바로 누워주시겠어요?」

치나츠가 말한 대로, 엎드린 자세에서 똑바로 눕는다.

그때 문득, 치나츠와 눈이 마주친다.

방금 전까지 뻣뻣하게 굳어 있던 나를 마사지한다는 격렬한 운동을 한 탓인지, 그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땀이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서, 선생님. 너무 그…… 쳐다보시면 하기 힘든데요……」

「“미, 미안……”」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무심코 눈을 감아버린다.

「그럼, 이쪽도 시작할게요」

치나츠의 손이 가슴에 닿는다.

손가락 끝이 대흉근과 어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감각은 간지러웠지만, 평소 안마 의자 같은 걸로는 마사지받지 못하는 부분이라서 그런지, 꽤 뭉쳐 있어서 아프면서도 시원했다.

하지만, 곤란하게도――

「읏…… 여기도 딱딱하네요…… 후우…… 으읏……」

치나츠의 목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들리고, 때때로 내뱉는 숨결이 뺨에 닿는다.

달콤하고, 희미하게 땀 냄새가 섞인 그 향기는, 선생님으로서의 정신력을 크게 깎아먹는다.

의식하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마음을 비우려고 했지만, 눈을 감고 있어도 들려오는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 시트와 치나츠의 옷이 스치는 소리. 상반신을 탈의한 몸을 공기가 치나츠의 움직임에 맞춰 훑고 지나간다.

「어라, 선생님. 얼굴이 빨간데, 어디 불편하신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

치나츠의 손은 어깨가 끝난 뒤 팔 쪽으로 뻗어간다.

「조금 좁아서 하기 힘드네요…… 선생님. 위에 올라타서 할 텐데, 무거우면 말씀해 주세요」

「“어……?”」

치나츠는 내 허리 부분에 올라탔고, 그 부드러운 허벅지의 감촉이 직접적으로 전해져 온다.

팔을 잡히고, 치나츠가 잡아당기는 형태로 들어 올려지자, 손가락으로 손에서 어깨로 미끄러져 내려오듯이 마사지를 받게 된다.

무척 기분은 좋지만, 아까보다도 거리가 가까워져서 나는 더욱 골머리를 앓는다.

「선생님께는 항상 신세를 지고 있네요…… 오늘은 그 보답입니다만…… 선생님은 기분 좋아지셨나요?」

「“앗…… 응. 정말 기분 좋아”」

「그거 다행이네요…… 학생들에게는 자주 마사지를 해주지만, 선생님 같은 어른에게는 해본 적이 없어서……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오른팔, 왼팔 순서로 끝나자, 치나츠가 드디어 내려와 주었다.

「선생님, 어떠셨나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다리나 허리 주변도――」

「“오늘은 치나츠도 피곤하잖아. 조만간 또 부탁하고 싶으니까, 다음으로 미루자!”」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조만간 다시, 꼭이에요♪」

건강해져서 가벼워진 몸과는 정반대로, 심장은 쿵쿵거리며 요동치고 있었다.

하지만, 「또 선생님을 뵐 수 있겠네요」라며 기뻐하는 치나츠를 보고 있으니, 동요할 뻔했던 마음은 가라앉고, 평온하고 온화한 심상으로 바뀐다.

완전히 미지근해진 남은 차를 마시고, 옷을 걸쳐 입는다.

「“그럼, 다음에는 내가 치나츠한테 해줄 차례네”」

「에⁉ 그건 죄송한걸요! 오늘은 평소의 답례로 해드린 거니까――」

「“그거라면 나도 치나츠에게 항상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해주고 싶은걸”」

「정말…… 말대꾸를 못 하겠잖아요. 그렇다면…… 어깨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요즘 뭉친 게 안마 의자로는 안 풀려서……」

그 후, 건전하게 치나츠의 마사지를 끝마치고, 서로 가벼워진 몸으로 다음 날 업무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

이오리의 맛

저녁 무렵, 문득 생각이 나서 게헨나 자치구를 산책하고 있자니, 싯딤의 상자가 갑자기 진동한다.

단말기를 꺼내 보니, 이오리에게서 모모톡으로 연락이 와 있었다.

『선생님, 지금 게헨나에 있지? 시간 있으면 제3교사까지 와 줄래?』

이오리가 메시지를 보내다니 드문 일이다.

그보다, 내가 게헨나에 있다는 건 어째서 안 거지……?

『선생님에 대한 건, 정보부가 감시하고 있으니까. 이상한 마음을 먹거나, 딴 길로 새서 선도부 신세 지지 않도록 해』

그렇군, 아무래도 지금 난 감시당하고 있는 모양이다.

주위를 휙 둘러보니, 선도부 제복을 몸에 두른 학생이 있길래 손을 흔들어 주었다.

……놀라서 숨어버렸다.

곤란한데…… 제3교사가 어느 건물이었는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정문으로 들어와서, 가장 처음에 있는 건물에서 하나 왼쪽이야. 틀리지 않도록』

이오리와는 이심전심인 모양이다. 이쪽이 생각하고 있는 걸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고 있다.

자, 너무 늦으면 이오리를 화나게 만들 테니, 얼른 가보도록 할까…….

※ ※ ※ ※ ※

「선생님 늦어! 정말로 딴청 피우고 있던 건 아니겠지!」

「“아니~, 길을 좀 헤매버려서”」

「정말이겠지…… 거짓말인 거 나중에 알게 되면 벌 줄 테니까」

여기 올 때까지도, 뒤에서 선도부 아이가 미행하고 있었다.

그 후, 이오리가 말한 건물을 한동안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해서 그 아이를 쫓아가 물어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들키면 혼나려나?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야?”」

「그게 말이지…… 이번 주말에 가정과 시험이 있거든」

「“가정과 시험이라…… 필기시험?”」

「아니, 실기시험. 그래서, 요리를 하나 만드는 게 시험 내용인데……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서」

「“이오리는 평소에 요리해?”」

「아니, 바빠서 그럴 틈은 없으니까 별로…… 선생님은 해?」

「“하려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어!“」

「남들은 그걸 못한다고 하는 거야, 정말이지…… 그럼, 맛 좀 봐 달라고 해도 될까?」

「“물론이지! 이오리가 직접 만든 요리니까”」

「……뭐 틀린 말은 안 했지만…… 따라와, 지금부터 가정 실습실에서 만들 거니까」

어쩐지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이지만, 일단 이오리가 직접 만든 요리를 얻어먹을 수 있는 모양이다.

이오리의 뒤를 쫓는 형태로, 그녀의 흔들리는 꼬리를 바라보며 교사로 걸어간다.

※ ※ ※ ※ ※

「이게 오늘 준비해 온 재료야!」

가정 실습실의 스테인리스로 된 독특한 테이블 위에 준비되어 있던 건 당근, 감자, 양파, 그리고 소고기였다.

「“오늘은 카레? 아니면 고기감자조림?”」

「오, 선생님은 예리하네. 오늘은 고기감자조림을 만들 생각이었어」

고기감자조림이라…… 밖에서 사 먹을 기회는 전무하고, 직접 만들었던 건…… 희미하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옛날 일이다.

오늘은 맛있는 이오리의 요리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텐션이 올라왔다.

이오리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식칼을 손에 쥐더니――

쾅‼

내리찍은 식칼은 도마 위에 올려진 양파를 그대로 일도양단했다.

「“……저기, 이오리 양? 그, 한 손은 고양이 손이라든가 식칼은 밀거나 당기면서 썬다든가 하는 거 들어본 적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선생님. BD는 봤지만, 그런 식으로 썰다간 시간이 걸려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그것보단 이렇게 하는 편이 빠르잖아」

전언 철회. 기분은 전전긍긍, 지금부터 일어날 일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가 아니라 그게 아니지. 나는 선생님이잖아! 그렇다면 그 직무를 다할 뿐!

「“이오리, 지금부터 선생님이 옆에서 똑같이 고기감자조림을 만들 테니까 똑같이 따라 해. 부탁이니까”」

「선생님, 뭘…… 알았어 알았다고! 똑같이 하면 되잖아! 알았으니까 이쪽으로 가까이 오지 마! 변태!」

나의 신사적인 제안을 받아들여 주어, 이오리의 옆에 나란히 서서 식칼을 손에 쥔다.

다행히 재료는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나도 만드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식칼은, 이렇게 자주 쓰지 않는 손으로 재료를 누르고, 다른 한쪽의 식칼을 쥐고 있는 손으로 당기거나 밀면서 써는 거야”」

「이, 이렇게 하는 건가? ……아까 방식이 더 빠르지 않아?」

「“그 방식이라면 식재료나 식칼이 날아가거나 해서 위험하고, 두께도 균일하지가 않아. 불을 가할 때 두께가 제각각이면, 불이 안 들어갔거나 반대로 타버리거나 하거든. 나도 옛날엔 자주 그랬어”」

「흐응…… 같은 두께로 썬다는 게 꽤 어렵구나」

「“그렇지, 제대로 눈으로 보고 써는 게 실력 향상의 첫걸음이 되니까. 흔히 프로들이 엄청난 속도로 썰곤 하는데, 그게 가능해지는 건 상당히 단련을 쌓은 사람뿐이야. 나도 흉내 내서 해보려다가 손가락이 없어질 뻔했어“」

「선생님은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뭐, 어설프게 초보자가 손댈 기술이 아니란 건 알았어」

이오리는 하나하나, 정성스레 썰게 되었다.

양파와 당근의 두께는 거의 딱 10mm로 썰려 있고, 감자는 균등하게 8등분 되어 있다.

그에 비해 나는…… 응, 이오리가 예쁘게 썰었다면 그걸로 된 거야.

자신의 커팅 기술에는 눈을 감고, 다음 공정으로 넘어간다.

「“다음은 소고기를 볶는 거야. 기름을 두르고, 어느 정도 달궈진 다음에 넣어 줘”」

「기름은 필요한가? 건강한 쪽이 취향인데……」

「“오늘 소고기는 붉은 살코기라서, 기름이 없으면 타 눌어붙어 프라이팬에 달라붙거나 하니까. 게다가 감자나 양파가 기름을 흡수해서 퍽퍽해지기 십상이니, 조금은 있는 편이 좋으려나”」

「그렇구나…… 선생님, 사실 익숙하지?」

「“아니, 그렇지는 않아. 고기감자조림도 몇 년 만에 만드는 거고”」

「뭐 나로서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으면 문제없지만…… 선생님한테 의지하길 잘했네」

「“아마 시험에 붙을 정도로밖에 못 가르치겠지만 말야. 만약 앞으로 더 요리에 대해 알고 싶으면 급양부에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

「급양부인가…… 거긴 항상 바빠 보이고…… 미식연구회 녀석들을 좀 더 감옥에 처넣으면 시간을 낼 수 있으려나……? 아니야, 그 녀석들은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도망치고, 온천개발부도 있으니까 억제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그때는 선생님한테 배우도록 할게」

……후우카, 지금도 미식연구회에…… 다음에 샬레에 숨겨주고 쉬게 해 줘야지.

소고기를 볶기 시작하자, 방안에 식욕을 돋우는 독특한 향기가 퍼진다.

표면에 불이 들어가 색이 변했을 즈음 썰어둔 채소들을 넣고 볶는다.

「……이것만으로도 맛있어 보인다……」

「“간 좀 볼래?”」

「그래도 돼? 간은 마지막 즈음에 보는 거 아니었나……」

「“완성되는 과정에서 지금 어떤 맛인지 기억해 두면, 나중에 맛을 조절할 때 도움이 되거든”」

튀김 젓가락으로 집은 양파를 작은 입으로 이오리가 먹는다.

「……? 딱히 맛이랄게 없어」

「“아직 소금도 후추도 안 들어갔으니까. 기름에 그저 볶기만 했을 뿐이고. 자, 그럼 이 맛을 기억해 두고, 다음은 물과 술, 육수를 넣어 볼까”」

「술을 넣는 거야? 난 아직 미성년자라고. 혹시 취하게 해서 이상한 짓 할 생각은……」

「“알코올 성분은 넣으면 금방 열에 날아가 버려. 게다가 술을 넣지 않으면 감칠맛이 안 나니까. 시험 삼아 나중에 넣어 볼까”」

물과 시판 가쓰오 육수를 넣는다.

한소끔 끓어오르자 불을 약불로 줄이고, 여기서 맛보기용 숟가락으로 이오리에게 먹여 준다.

「……아까보다는 맛있네. 하지만 예전에 먹었던 거랑은 아직 다른 듯한……」

「“그럼, 술을 넣어 볼게”」

술을 넣고, 알코올을 날린다.

조금 어우러질 때까지 몇 분 끓이고, 다시 이오리에게 먹인다.

「……! 뭔가 이렇게, 표현하기 힘들지만 맛있어졌어. 식당에서 먹었던 거랑 아까보다 꽤 비슷해」

「“술이나 미림을 넣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익숙한 맛에 가까워지거든. 다만, 양을 틀리면 순식간에 뭔가 다른 느낌이 되어버리니까, 처음엔 레시피를 제대로 지키는 게 좋아”」

「선생님도 실패했었구나」

「“그거야 뭐 엄청 많이 했지. 다행히 나밖에 먹을 사람이 없어서 잔뜩 틀릴 수 있었어”」

「……내가 실패해도, 선생님은 먹어 줄 거야?」

「“물론, 이오리가 만든 거라면 언제든지, 어떤 것이든지”」

「……변태, 내가 새카맣게 태운 거 만들어도 먹게 할 테니까」

이오리가 고개를 획 돌린다.

어떤 요리를 만들었다 해도, 귀여운 학생이 만든 것이라면 나는 그걸 기쁘게 먹을 것이다.

……그게 음식이라면…….

감자에 불이 통했을 즈음 설탕과 미림, 간장을 넣는다.

여기서부터는 너무 익히면 눌어붙어 버리므로, 약불로 신중하게 불을 들인다.

5분 정도 약불로 조리고, 마지막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자 이오리, 맛 좀 봐“」

「응…… 고기감자조림이다…… 이걸, 내가 만든 거야?」

「“그래, 이오리가 만든 거야. 이걸로 시험도 문제없겠네”」

불 조절이나, 식칼 쓰는 법, 계량기 쓰는 법도 가르쳐 줬으니, 이걸로 가정과 시험도 문제없을 것이다.

「선생님…… 오늘은 고마워. 덕분에 추가 시험은 안 봐도 될 것 같아」

「“이오리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무엇보다 기뻐”」

「그래서…… 참, 괜찮다면 이거, 먹고 가」

「“고마워. ……이오리가 먹여 줄래?”」

「시끄러워! 바보! 변태!」

반찬 통에 고기감자조림을 담은 걸 들린 채 그대로 가정 실습실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 후 샬레로 돌아와, 내가 만든 고기감자조림과 비교하며 먹어 보니, 옆에서 만들었을 텐데 어딘가 맛에 차이가 있었다.

이게, 이오리의 맛이 되어 가는 거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풋 하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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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와 펫 길들이기

「선생님! 드디어 오셨나요! 늦어요!!」

「“늦다니…… 그래도 뛰어온 건데……”」

「제가 긴급이라고 썼으면, 3분 이내에 와주세요! 큰일이었다고요!」

아코에게서 『긴급히 와주세요!』라는 연락과 함께 장소가 지정된 메시지를 받고, 급히 오긴 했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다.

아니, 지금 아코를 보니 대강 판단이 섰다.

「멍!!」

나를 보자마자 달려든 복슬복슬한 그것은, 아코의 무릎에서 내 얼굴로 세차게 뛰어들었고, 떨어지지 않게 내가 받아안자마자 얼굴을 핥아대기 시작했다.

「“아코…… 언제 이런 아이를 펫으로……”」

「아니에요! 미아인 걸 선도부에서 일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구나…… 근데 이 아이 목걸이 같은 곳에 주소 같은 거 안 적혀 있었어?”」

「제가 확인 안 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목걸이가 아니라 스카프를 두르고 있어서…… 아마 도그런*이나 집에서 도망쳐 나온 게 아닌가 싶네요.」

*역주 : 대충 개들 목줄 풀어두고 자유롭게 산책하거나 뛰어놀 수 있는 공간같은 느낌

여전히 얼굴을 핥고 있는 개를 다시금 떼어낸다.

시바견일까. 짙은 갈색 털에 목에는 하늘색 스카프가 감겨 있다.

인공물을 하고 있으니 아마 누군가 기르는 개겠지만……, 주인을 알 수 있는 단서가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네…….

「지금 선도부원 중 손이 비는 자들에게 근처 탐문을 부탁했습니다. 머지않아 주인은 찾을 수 있겠죠.」

「“그거 다행이네…… 그래서, 내가 불려온 이유는?”」

「하아? 보고도 모르시겠나요? 그 아이 돌보는 게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요!? 단둘이서 리드 줄도 없이, 눈만 떼면 도망가질 않나 물건을 물어뜯질 않나……」

초췌한 모습에서 이 아이를 돌보는 게 보통 고생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으~음. 훈련 같은 건 안 되어 있는 건가?

「“앉아.”」

「멍!」

그러자 개는 그 자리에서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은 자세를 취한다.

「하아!? 제 말은 죽어도 안 듣더니!? 왜 선생님 말은 듣는 건데요, 이 털뭉치가!」

아코의 큰 목소리에 놀랐는지, 내 뒤로 개가 숨는다.

「“아코, 동물한테 그렇게 화내봤자 소용없잖아. 이 아이도, 우연히 앉아준 걸 수도 있고……”」

「아뇨, 그 개는 훈련이 된 상태에서 제 말을 무시한 거예요. 틀림없습니다! 정 그렇다면 내기하실까요? 그 개가 훈련된 거라면, 선생님이 얌전하게 만들어 보세요! 얌전해지면 제가 선생님을 마음대로 할 거고, 못 하시면 뭐든지 말을 들을 권리를 드리죠!」

너무 불합리하다. 내기에 이겨도 메리트가 없고, 지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그보다 이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어딘가로 가버리면 곤란한 건 아코 아닌가?

하지만 확실히 이 아이는 원기가 넘치는지, 지금 내 다리 사이를 빠져나가며 놀고 있어서 어떻게든 진정시킬 필요는 있다.

곤란하네…… 개 훈련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어서 진정시키는 방법이라곤 '앉아'밖에 모르는데…….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지.

「“엎드려!”」

「멍!」

식빵 자세처럼 손을 털 속에 파묻고 주저앉는다.

……이게 엎드려인가?

「네에!? 저한테는 말 한마디도 안 듣더니? 그럼 '손'이에요!」

「……?」

개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보세요 선생님! 제 말대로잖아요! 이 개, 제 말만 무시하고 있다고요!」

「“에에…… 그럼 나도 해볼게. 자, 손.”」

「왕!」

복슬복슬한 털과 단단한 육구가 내 손에 얹어졌다.

즉 나는 아코가 멋대로 지껄인 내기에 져서, 아코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선생님, 제가 말한 대로 됐네요. 그럼, 약속은 지켜주셔야죠?」

「“……이 아이가 얌전해졌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아니요, 안 됩니다! 선생님은 내기에 안 응한다고 한마디도 안 하셨잖아요!」

「“그건 말꼬리 잡기 아니니……?”」

「그럼, 선생님은 이 아이가 제 말을 듣도록 다시 훈련시켜 주세요! 감히 제 말을 안 듣다니 용서 못 하니까요!」

꽤나 무리한 부탁이 떨어졌다.

하지만 확실히 아코가 이 아이에게 말을 듣게 할 수 있다면, 선도부가 주인을 찾기 전에 돌아가는 게 가능해진다.

아코의 호출에 급히 나오느라 일을 내팽개치고 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곤란하니 최대한 빨리 돌아가고 싶다.

「”그럼, 일단 먹이로 꼬셔볼까. 뭐 개가 먹을 만한 거 가지고 있어?”」

「그거라면 부하에게 사 오라고 시킨 이게 있습니다만——」

아코가 꺼낸 육포를 개가 보더니, 부리나케 아코에게 달려든다.

「이, 이놈! 앉아, 앉으라니까요!」

하지만 개는 좀처럼 진정하지 않고, 흥분한 채 아코가 들고 있는 육포를 먹으려고 점프를 반복한다.

「“으~음. 이 누나 말 잘 들으면, 육포 하나 더 줄까?”」

그러자 개는 금세 앉더니, 드러누워 배를 보여준다.

속물적인 녀석이다.

「 뭐어!? 왜 선생님 말만…… 크윽! 거기 개! 손을 하면 이걸 주겠습니다!」

그러자 개는 아코의 손에 손을 얹는다.

「서, 선생님! 드디어 말을 들어줬어요!」

「“그럼, 상으로 육포를 제대로 줘야지.”」

「네, 네! 자, 상이에요.」

「멍——」

아코가 육포를 입 앞에 내밀자, 낚아채듯이 먹기 시작한다.

「……개란 건 좋겠네요. 말만 잘 들으면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아코, 혹시 피곤해? 스트레스가 쌓여 있다면——”」

「무슨 말씀이시죠? 쌓여 있으면 또 목걸이라도 차고 개 흉내를 내라고 하실 건가요! 내기를 해서 선생님이 이기면 또 해드리죠! 하지만, 지신다면——」

「“아니 아니, 내기 안 해. 안 한다니까.”」

개가 아~직도 그러고 있냐는 듯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차라리 아코 쪽에게 훈육이 필요한 거 아닌가?

그 후 잠시, 아코에 의한 개 훈련이 시작되었다.

앉아로 시작해서, 엎드려, 물건 가져오기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문에 3시간이나 낭비해 버렸지만.

「후우, 이 정도 할 수 있게 됐다면, 선도부에서 뭔가 유익하게 일할 수 있겠죠! 만약, 주인이 안 나타나면 저희가 길러도 된다고요?」

「“멋대로 남의 펫을 가지면 안 되지……”」

「하지만, 이렇게 기다려도 주인이 안 오니까, 혹시 버려진 걸 수도——」

「아앗!! 선도부 사람한테 물어보고 왔는데, 이런 곳에 있었구나! 행정관님과 선생님이 보호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멀리서 뛰어온 것은 게헨나 교복을 입은 학생이었다.

그 학생이 가까워지자, 개는 부리나케 그 학생에게 달려가, 몸을 비비며 어리광 부리는 듯한 소리를 낸다.

그 개의 모습으로 보아, 그 아이의 펫이 틀림없으리라.

「앗…… 그, 그렇군요! 더 이상 도망가지 않게, 확실히 감시하고 있으세요!」

「죄송해요…… 설마 화장실 간 사이에 울타리를 기어오르고 도망칠 줄이야…… 나중에 사례하러 올 테니, 오늘은 이만 실례할게요.」

「“조심해서 가렴.”」

「네! 자, 집에 가자.」

「멍!」

개는 주인인 학생에게 이끌려, 돌아간다.

아코는 그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이별이 되어버렸네.”」

「정말이지요! 모처럼 말을 듣게 되었는데……」

「“……그 목걸이, 다음에 채워볼까.”」

「선생님은 귀엽지 않으니까 싫습니다.」

그 후, 조금 풀이 죽은 아코를 기분 전환시켜 주려 고양이 카페에 데리고 갔더니,

「역시 시대는 고양이입니다! 히나 부장님도 이 아이라면 기뻐하고, 치유받으실 거예요!」

고양이 카페의 고양이를 매입하려고 해서 전력으로 저지했다.

------

히나의 일기

「"어라? 히나?"」

「선생님? 여긴 어쩐 일로……」

개인적인 용무로 문구점을 방문하자, 그곳에는 히나의 모습이 있었다.

「"히나는 어째서 문구점에? 아코들도 같이 왔어?"」

「아니, 나 혼자야. 개인 물건을 사는데 아코나 치나츠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시간을 내서 휴식 겸……」

「"나도 오늘은 잃어버린 볼펜을 새로 장만하려고 왔어. 역시 오래 쓸 물건이니까 이것저것 보고 싶어서"」

「나도 그래. 직접 쓸 도구는 직접 보고 사지 않으면 성에 안 차서……. 마침 수첩을 다 써버려서 새것을 찾으러 왔는데, ……괜찮다면 같이 다녀도…… 될까?」

「"물론이지, 히나랑 데이트를 할 수 있다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네"」

「데, 데이트라니! ……너무 놀리지 말아줘……」

얼굴이 새빨개져서 발걸음을 서두르는 히나를 뒤쫓는다.

향하는 곳은 필기구 매장인 듯하다.

「선생님은 평소에 어느 제조사 물건을 써? 트리니티제는 필기감이 좋은 게 많고, 게헨나는 내구성이 뛰어난 게 특징이야. 가격은 좀 나가지만, 백귀야행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든 건 나도 애용하고 있어」

「"꽤 자세히 아네, 난 비싸봤자 1000엔 정도 하는 것밖에 안 써봐서……"」

「안 돼, 선생님. 나도 그렇지만, 직업상 서류를 쓸 일이 많잖아? 좋은 도구를 쓰면 작업 효율이 오를 뿐만 아니라, 건초염이나 물집, 굳은살이 생길 위험을 줄일 수 있어」

「"그렇구나…… 확실히 최근 손이 아프기 시작했으니까, 이참에 좋은 걸로 바꿀까…… 하지만 비싸고……"」

「선생님…… 나중에 파스를 붙이거나 해서 제대로 관리해줘. 건초염은 방치하면 물건을 못 들 정도로 악화된다고. 여기에 있던 게 내가 아니라 치나츠였으면 이대로 의무실로 끌려갔을 거야」

「"아하하……"」

확실히, 건초염은 악화되면 최악의 경우 수술하지 않으면 낫지 않는다고 들은 적이 있다.

업무 체계의 개선은 기대할 수 없으니, 환경을 바꾸는 건 확실히 필요한 지출이겠지. 이 정도면 경비 처리를 해 줄지도 모르고…….

평소 집어 들던 펜이 진열된 곳 옆의 진열장을 들여다본다.

일, 십, 백, 천, 만…… 평소 쓰는 필기구보다 0이 3개 이상 많은 기분이다.

「나도 예비용을 사두는 게 좋겠네. 저기, 이걸로 시필 좀 해볼 수 있을까」

점원을 불러 메모지에 시필을 해본다.

히나의 글씨는 전에도 본 적 있지만 예쁘고 읽기 쉬운 글씨다. 그녀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응, 이건 지금 쓰는 거랑 감각이 비슷하네. 그럼, 이걸로 하나. 괜찮다면 선생님도 몇 개 써볼래?」

「"아, 으응. 그럼…… 이거랑 이거랑 이걸로 부탁합니다"」

점원에게 받은 볼펜은 평소 쓰던 것보다 몇 단계는 묵직하게 느껴졌고, 손에 더 잘 감기며 종이 위를 매끄럽게 달려 나갔다.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나 할까, 완전히 새로운 체험이라 비교해 봐도 뭐가 좋은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려서, 결국 히나와 같은 것을 샀다.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야. 남은 건 내 수첩뿐인데, 선생님은 볼일 끝났으니까…… 돌아가려고?」

살짝 풀이 죽은 분위기를 풍기며, 어딘가 눈빛으로 『아직 가지 마』라고 호소하는 히나를 두고 간다니 당치도 않다.

「"아니, 나도 수첩이라도 사 갈까 해서. 따라가도 될까?"」

「물론이지, 선생님. 그럼 갈까」

방금 전과는 정반대로, 어딘가 활기차진 히나의 뒤를 쫓는다.

뭐 수첩을 살 예정은 없었지만, 딱 좋은 기회다. 요즘 아로나가 자고 있을 때도 많고, 아날로그로 관리하는 걸 리스크 관리의 일환으로 습관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고, 어딘가 스킵을 하는 듯한 걸음걸이로 다음 수첩 매장을 향해 간다.

※ ※ ※ ※ ※

「최근에 못 왔었는데, 올해는 여러 종류의 수첩이 나왔네……」

「"그러게, 나도 옛날에 산 게 마지막이었는데, 이렇게 많으니 고민되네……"」

눈앞에는 책장 세 개 분량의 공간에 수첩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어, 하나하나 보다가는 해가 저물 것 같다.

「예전에 샀던 브랜드 쪽은…… 여기네. 선생님도 이건 어때? 내가 험하게 써도 망가지지 않았으니까, 선생님이 써도 괜찮을 것 같은데……」

히나가 건넨 것은 천연 가죽으로 된 중후한 느낌의 두툼한 수첩이다.

내 스케줄을 관리하는 사정상 확실히 많이 적을 수 있는 게 좋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작은 사전만 한 두께인 물건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나도 반년은 못 버텼지만…… 이 이상 큰 물건은 가방에 안 들어가서……」

이 이상의 사이즈도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도 직업상 여러 곳을 다니니, 가능한 한 가벼운 물건이――.

문득 시야 끝에 귀여운 디자인의 수첩을 발견한다.

두께는 그럭저럭이지만, 이건…….

「"……케사란 파사란 수첩?"」

「엣…… 뭐야? 그건……」

검은 인조 가죽 수첩 표지에 하얀 털 뭉치가 서로 기대어 두 개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안을 살펴보니 일반적인 수첩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쓰기 편해 보였다.

「"음, 난 이걸로 할까. 히나를 닮아서 애착이 갈 것 같아"」

「선생님 진심이야? ……뭐, 하지만 내가 거기에 뭐라고 할 권리는 없고……」

귀 끝까지 새빨개진 히나를 보니 조금 지나치게 놀린 것 같기도 하지만, 소중히 여길 수 있을 것 같은 건 진심이라서…… 히나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걸 사기로 했다.

정작 수첩을 사러 온 히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 후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스케줄 관리를 메인으로 할지, 보고서 작성용 기록을 메인으로 할지…… 어중간해지는 걸 어떻게 할 수는 없을까…… 선생님 미안해, 조금만 더 시간을 줘」

「"시간이라면 전혀 문제없어. ……어디까지나 조언인데, 수첩은 스케줄 관리에 특화하고 보고서용은 일기장 같은 걸 사면 되지 않을까?"」

「기능을 이원화하라는 뜻이야? 그렇다면 확실히…… 그럼 수첩은 이걸로 하고…… 일기장은…… 이걸로 할까」

히나는 수첩과 일기장을 둘 다 샀고, 재빨리 계산을 마쳤다.

「오늘은 고마워, 선생님. 덕분에 시간을 단축했어. ……이 뒤에 선도부와 만마전의 회합이 있어서 시간 여유가 별로 없었거든. ……다음에 샬레 당번일 때 찾아갈 테니까, 그때까지 손의 건초염이 어떻게든 되어 있기를 빌게」

「"응, 히나도 몸 조심하고. 다음에 봐"」

히나는 작은 손을 흔들었고, 나도 손을 흔들어주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게를 떠났다.

자, 나도 너무 딴짓하고 있으면 혼날 테니 슬슬 돌아갈까.

다음에 히나가 왔을 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나도 꼼꼼히 수첩을 적어둬야겠다.

※ ※ ※ ※ ※

「후우…… 오늘도 피곤하다……」

만마전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요구를 겨우 처리하고, 방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자마자 침대에 쓰러진다.

……아니, 오늘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

몸을 일으켜 책상으로 향한다.

쇼핑백에서 새 일기장을 꺼내, 깨끗한 첫 페이지를 펼친다.

이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록하고, 나중에 바로 떠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한 물건.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불량배를 처리하고, 자료를 정리하고, 점심을 먹고…… 같은 간단한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피곤한 탓도 있겠지만, 매일의 작은 일들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고 있는 거겠지. 좀 더 신경 써두지 않으면, 마코토가 무슨 말을 했을 때 바로 반응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하아……」

문득 한숨이 나온다. 더 자세히 적으려고 샀는데, 그 첫날이 이 모양이다. 적어도 이 한 페이지가 찰 만큼은 무언가를 써야 하는데――.

그때 문득 펜을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진다.

수첩을 사려고 했을 때, 선생님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던 것. 선생님이 볼펜을 사려고 해서 내가 추천한 볼펜을 사 주었고, 게다가 커플 아이템이 된 것. 선생님이 건초염 기미가 있다는 것. 선생님이 산 수첩이 뭔지 잘 모르겠는 괴생물체가 그려진 수첩이었던 것. 선생님과 헤어질 때 손을 흔들어 배웅해 준 것.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페이지가 꽉 차 버렸다.

……이래서는 마치――

「선생님을 위한…… 일기 같네……」

누가 듣는 사람도 없는 그 한마디는, 자신의 얼굴을 새빨갛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수첩을 껴안으며, 다음에 선생님과 만날 때를 생각하니 얼굴이 풀어지고 말았다.

--------

다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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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6.02.17번역

소설핫산) 학생들과의 인연 너머로 - 선도부 편

#선도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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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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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2026.02.1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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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나
ㅇDC
ㅇㅇ126.02.20

하나같이 미식이네ㅋㅋ 치나츠는 사실상 야스구만

ㅇDC
ㅇㅇ작성자26.02.20
디시콘
ㅇDC
ㅇㅇ2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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